나의 진주 음......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그래.....이 대사가 좋겠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수그리며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예요.......수고는 무슨....."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날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청주로 내려간다 했다. 아버지는 미국에, 어머니는 일본에 계시는 터라, 한국에 홀로 남겨진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 부터 혼자 살아야했다. 그때 어머니께서 붙여주신 가정부가 이 여자다. 그런 그녀의 아들이 지방대에 붙어서, 함께 따라가 돌봐줘야 할 것 같다며 내게 조심스럽게 그만 두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니까....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날 돌봐주시던 분이시군.... 하지만, 간다는 사람 붙잡고 '당신 아들따라 가지 말고, 날 좀 돌봐줘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파출부 청부업소에 다른 사람을 구해봐야겠군. "저, 도련님...제가 그만 두어도 다른 가정부 쓰실거죠?" ....써야겠지. 나는 집안일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 사람인 것 같으니까....... "예." "아유, 마침 잘됐네요.....저기, 제가 잘 아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저희집 지하에 세들어 살던 아인데요, 굉장히 착하고 바지런하고.... 시켜보시면 정말 좋으실거예요. 밥도 잘 하구요, 기분 나쁘지 않으시다면 그 아이좀 써주세요. 매일 아르바이트 한다고 부산떠는게 영 불쌍해서......." "........." "저기.....저희가 청주로 내려가는 바람에 서울 집을 팔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집 지하에 살던 그애도 쫓겨나게 생겼는데, 어디 서울 구석에 저희집보다 더 싼집이 있어야 말이죠..... 봉급을 적게 주셔도 좋으니까, 도련님 집 남는 방 하나만 주셔서.... 좀 숙식하는 가정부로 좀 써주세요.... 정말 괜찮은 애랍니다.....네?" .........아주머니의 봉급은 (비록 다른 파출부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지만) 쥐꼬리만 하다.그녀의 남편은 알콜중독자라 매일매일 아주머니가 벌어오는 돈을 술로 축낸다고 들었다.그런 그녀의 집 지하에 세들어 사는녀석이라면.......가난함의 화신. 정도라고 볼 수 있겠군. 마침 잘된 것 일지도 모른다.... 뭐 새로운 가정부 찾는것도 귀찮았으니까. "좋습니다." 내가 말하자 마치 자신이 취직 된 마냥 기뻐며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아주머니. ......5년이 넘게 날 돌봐준 이 아주머니는....착한 사람이었나보다. 세월이 준 흔적인 것 마냥 얼굴 곳곳에 가득한 주름살은, 대학생의 아들을 둔 다른 여자들에 비해 그녀를 굉장히 늙어보이게 했다. 알콜 중독증 남편과, 밥먹듯이 패싸움하다 겨우 지방 2년제 대학에 붙은 아들을 뒷바라지 하던 이 여인.... 5년간 함께 지냈지만, 이름도 모르는 이 여인에게 갑자기 나는 연민을 느꼈다. "잘 지내십시오.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연락 하세요." 나의 말에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도련님." 이라고 말하고 집을 나갔다............ ------------- 친구 녀석들이 전화해서 나이트에 가자고 했지만, 오늘은 별로 놀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난 됐다' 라고 거절하자 녀석들이 '배신! 배신!' 이라며 분노했지만 귀찮아서 끊어버렸다. 그녀가 나간 뒤 기분이 침울해 진 것 같다......... 흠.......이럴땐 기분 전환으로 영화나 한편 때려야지........ 슬리퍼를 신고 동네 비디오방으로 와서 슬렁슬렁 비디오 진열대 사이를 걸어다니다 눈에 들어온 액션을 2편 빌려왔다. ---------- 집에 돌아와 거실에 있는 비디오에 방금 빌려온 것을 넣고, TV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비디오 앞에 있는 쓸데 없는 예고편을 리모컨으로 돌려버리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캔 가져와 거실에 소파에 앉아 비디오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탕탕탕탕!!!! Oh! Shit!!! 돈을 잔뜩 쳐바른듯한 액션씬. 하지만 요샌 액션을 너무 많이봐서인지, 다 그것이 그것같다. 이상해...........왜 영화배우들은 저렇게 총알을 피할 때 오버 액션을 하며 구르는거지? 저렇게 모션을 크게해서 피하면 오히려 총알을 더 맞지 않을까....? 뉴욕 한복판에서 자동차위를 뛰어다니며 총격전을 벌이는 주인공과 악당을 보고있으려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탕!! 주인공의 어깨에 총알이 스쳤다. 이상해.......왜 주인공은 맨날 맞는곳이 어깨, 아니면 옆구리일까.....? 다리를 한방 맞으면 못 도망 갈텐데..... 람보도 그렇고 록키도 그렇고 남자 주인공들은 윗도리는 걸레가 되어도, 아랫도리는 멀쩡하 더라.........'아랫도리 보존의 법칙' 인가.......? 내가 언젠가 창욱이에게 '왜 남자 액션 배우들은 바지가 안찢어지지? ' 라고 물어보니까, ' 바지가 찢어지면 액션에서 에로로 장르가 바뀌기 때문이지' 라고 말했던게 기억났다..... 탕! 주인공이 한발 쏘니까, 악당은 다리를 맞고.... 어허.......거참 이상한 영화로세...... 이제는 급기야 주인공 패거리와 악당 패거리가 대놓고 총싸움을 하는 씬이 나왔다. 타타타타탕!!!! 탕탕타타탕!!!!!!!!!!.............(딩동).................탕탕!!!!!!!!!!!!!!!.....................(딩동).............. ...........으........으응? 이...이상한..소리? 탕탕탕탕!!!!!!!!!!............(딩동).........탕탕탕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따발총-_-)탕!!!.......(딩동). 시끄러운 총탄소리 가운데, 교묘하게 '딩동' '딩동'이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시계를 얼른 바라보니 밤 8시. 이상하다.....누가 올 시간이 아닌데....... 의아해 하면서도 TV볼륨을 줄이고 현관으로 나갔다. "누구십니까?" "............아주머니의 소개를 받고.......온 사람인데요......." ......아.......아주머니가 보내준 그 학생인가? 벌써오다니....정말 부지런하군. 2겹으로 잠긴 문을 몇번의 실수 끝에 열자, ............예상 외의 사람이 서 있었다. 잠깐..................이거............ 이.......녀석..........................우리반.......왕따아냐? 저 긴 앞머리. 저 놀라운 뿔테 안경. 전형적인 왕따의 모습. ...............이거..........정말............난처하네. 내가 문을 열어준 채 한참동안 말없이 서 있자, 녀석도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슬그머니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더니 (그 긴앞머리 사이로 무엇이 보이긴 하는지 궁금하지만) ' 어어? ' 라고 작게 소리냈다. (아마 놀랐다는 표시인가보다.) .........특별히 녀석이 왕따라고 해서 기분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같은 반 아이에게 가정부...일을 시키기는 좀 그렇다. 내가 무슨 사업가라던가.....뭐 그런것도 아닌데, 같은 반 동갑내기 녀석에게 봉급을 주다니......이상하다. ..........어떻게 하면 녀석을 곱게 돌려보낼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내 귀에 콩알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합니다........기분이 나쁘다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 고개를 잔뜩 수그려서, 안그래도 작은 키가 더 작아보이는 녀석. 양 팔 가득히 무슨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작은 여행가방.....비슷해 보이는걸 꼭 안고 있었다. ........가방 사이로 후라이팬 손잡이가 삐죽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살림을 바리바리 들고 온 모양이다. 여행가방을 껴안고 있는 손은, 조금씩 떨고 있었다....... .............' 저희가 청주로 이사가게 되서, 서울집을 팔게 되었어요'............ ...............' 아주머니 집 지하에 세들어 살다니.......가난함의 화신?'............ 물려받은 교복인지, 자기 사이즈보다 1.5배는 되어보이는 교복....... 저녀석...............지금 여기서 내쫓으면 녀석은 오늘 잘 곳도 없는거 아냐? 으흠.....이거 정말 피곤하네...... 어쨌든, 오늘 하루는 재우고 봐야겠다. "들어와라." 내가 말하자 조심스럽게 따라오는 녀석. 걸음걸이는 굉장히 가벼워서, 발검음 소리도 안나는 것 같다. 하긴.......몸이 빼빼한게......한대 톡 치면 쓰러질 것 같다................ "................우선 소파에 앉아있어라." 녀석을 거실에 두고, 나는 우리집에서 남은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혼자 살지만, 아파트는 40평이 넘기때문에.......남는 방이 3개나 있었군...... 나는 거실로가서 앉아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따라와." "......."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이렇게 3방이 남아있다. 니가 맘에 드는 방을 아무곳이나 쓰도록. ...........한재경.......맞지?" 내가 이름을 부르자 잠시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무리도 아니지, 우리반에서 저 녀석을 이름으로 부르는 애들은 없으니까...... ....난 실장이라서 명렬표를 전부 외우고 있기 때문에 저 녀석의 이름도 기억하고 있을뿐....... "내 이름은 장인선. ................흠..................그런데 말이지......." "...........?" "만약 니가 여기서 일한다면 가정부.....비슷한게 될 텐데.... 아무래도 동갑인데다가, 같은반인데......좀 그렇지 않겠어? 내 기분도, 니 기분도." "............" "우선은 갈 곳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직장을 잡는 동안 우리집에서 지내도록 해." ".........고맙습니다." .......같은 반 아이로부터 존대말을 듣다니.....내가 그리 늙어보이나? .......;;......여하튼 이상하다. "뭐, 짧은 시간이 될테지만, 그동안 서로의 사생활은 침해하지 않도록 하지. 니가 우리집에서 본 것을 밖에서 떠벌리지 않고, 내 방을 마음대로 들락거리지만 않는다면 계속 우리집에서 지낸다 해도 상관 없어. 물론, 나도 너의 생활을 침해하진 않겠다." "네." ...............말수가 지독히도 없는 녀석이다. 나도 다른데 가면 입이 무겁다는 말을 듣는데, 녀석 옆에 있으려니 마치 내가 수다쟁이 아줌마가 되어버린듯한 기분이로군.............. "그럼, 니가 머물고 싶은 방, 아무곳이나 골라." ........녀석은 3방을 조용히 돌아보더니, 가장 작은 방에서 '여기서 머물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흠............더 큰 방을 써도 상관 없는데....... 하지만 녀석에게 '더 큰 방 써라' 라고 말하기도 뭐해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거실로 돌아와 보다 만 액션 비디오를 마저 보기로 했다. ------------- 비디오를 보고있는데 누군가가 등을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드니 녀석이 뒤에 서 있었다. ".....왜....?" "저녁...." "........?" "저녁 차릴까요?" .......아.......저녁......안먹었군. "응." 내가 말하자 녀석은 부엌으로 들어가 조그맣게 통통 소리를 내며 요리 하기 시작했다. ......잠깐.......이러다가 정말로 저녀석을 가정부 삼게 되는거 아냐? ...........................뭐.............아무렴 어떠랴.......될대로 되라지.........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무시하고 앞에 보이는 액션 영화에 집중했다. ------------- 톡톡. 다시한번 등을 두드리는 느낌. "저녁.......다.....됐는데요........" "아......그래?" 굉장히 밥을 빨리 짓는군. 나는 리모콘으로 영화를 정지 시킨 뒤, 부엌으로 갔다. .................된장국, 달걀찜, 마늘쫑, 순두부, 콩자반, 감자조림............... 우리집에 반찬이 이렇게 많았던가? 어쨌든 그 반찬 가지수에 놀라며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음.............? .....................어....................? ..............................................................맛있네. 가짓수보다 맛이 더 놀랍다. 예상외로.....밥을 잘하는 녀석이로군........ "맛있군." 내가 말하자, 녀석은 행주로 싱크대를 닦다가 놀란 듯 총알이라도 맞은 듯 몸을 움찔했다 .........내가 무슨 나쁜 말......한건가? "아........저..........식당에서......아르....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엄청나게 작은 목소리. ".......아.....그래." ............흠.............어쨌든...........정말 맛있네....... 녀석을.....가정부로 삼는다면........................................밥 걱정은 없어도 되겠다. 하지만, 왠지 좀 가정부라고 하기엔 그렇군. "잘 먹었다." 내가 말하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한 솜씨로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런건......도와줘야 하는건가? ......녀석을 클래스 메이트라고 생각한다면 도와줘야 하겠지만, 가정부라고 본다면 가만히 있어도 될텐데........ .........내가 열심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재경은 식탁을 깨끗이 치우고 설거지까지 끝내버렸다. 그리고 내가 부엌에 남아있는 이유가 디저트를 원해서.....인가보다고 생각했는지 커피까지 한잔. ......음.......멋지군. ".......저.....설탕이랑....프리마는......" "아, 나는 프리마만 2스푼." ............단것은.......질색이라서......... 뭐...............................,나쁘진 않군. 왠일로 마음에 드는 커피를 마시며, 이상한 동거인과의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침에 간단히 샤워를 하고, 학교를 가기위해 책가방을 매고 거실로 나오자 식탁에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원래......나는 아침을 안먹는데....... 그러나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상은,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너무 미안했다. 시계를 얼핏 보니, 20분 밖에 남지 않았다. 밥을 빨리먹고 뛰어간다면 아슬아슬하게 지각하지 않을 것 같다. 재빨리 앉아서 아침을 먹으며 내일부터는 좀더 일찍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분도 안되서 밥을 다 먹고, 현관으로 나가자 재경이 녀석이 자기방에서 빼꼼히 문을 열고 나왔다. 어.......아직 학교 가지 않은건가? "학교 가자." 내가 말하자, 녀석은 "아....저.......서.....설거지가 남아서....." 라고 말했다. ......흠.........설거지보다는 지각하지 않는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하지만 녀석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건 싫어서 ' 빨리 와라' 라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 "앗, 선인장------!! 세이-----------------프------------!!!" 내가 교실에 도착하자, 교실 뒤에서 장난치고 있던 창욱이 녀석이 야구 심판 마냥 멋진 포즈를 취하며 '세이프'를 외쳤다. 시계를 보니 아슬아슬하게 7시 28분. "선인장, 오늘은 좀 늦었네? 너 언제나 정확히 7시 25분에 도착하잖아." 창욱이랑 놀던 선재 녀석이 싱글싱글 웃으며 내게 말한다. 내이름인 장인선을 뒤집으면.......선인장이 된다. 인선. 이라고만 하면 꼭 여자이름같고.........어쨌든 내 이름엔 불만이 많지만, 어쩔 수 없지. "일이 좀 있어서." 나는 녀석들에게 대꾸해 주고 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마자 내 머리에 터억 자기 머리를 걸치는 창욱이. "어허.......오늘은 니힐리즘, 귀차니즘, 홀로니즘의 전설인 선인장께서 일이 있으셨구만.....? 무슨 일인지 이 엉님에게 말해봐라." "........별일 아니다." "..............으이그!!!!!!!!! 이 재미없는 녀석!!!!!" 창욱이는 내 귀를 장난스럽게 잡아 당기더니,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투덜거리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 자!! 7시 반이다! 반!!! 학급 부실장 놈들은 앞에 나와서 지각자 번호 적어!!!!! 나머지 놈들은 아가리 다물고 열심히 자습해!!! ] 학주인 메기가 학교 스피커가 터져라 고래고래 악을 질렀다. 아침마다 저 악소리는.......정말 고문이 아닐 수 없다. 부실장인 경태는 투덜거리며 안경을 고쳐쓰고 앞으로 나가서 ' 야! 자기 짝꿍 안왔으면 번호불러!' 라고 외쳤다. "7번!" "29번!!" "야! 이 짜샤!! 나 왔는데 왜 내 번호 불러???????" 수면 부족인듯해 보이는 경태를 상대로 장난 치는 반 녀석들. 교실을 휘 둘러보니 10자리정도는 비어있는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재경이 녀석의 고정석인 우리반 맨 뒷자리 쓰레기통 옆을 봤지만 역시 녀석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다. ....................데리고.....올걸 그랬나....... -------- 재경이 녀석은 왕따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전따 라고나 할까. 녀석이 전따의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된건, 그 긴 앞머리와, 어눌한 말투와, 놀라운 뿔테 안경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영진 패거리들에게 찍혔기 때문일 것이다. 성이 '한' 씨라는 이유로 맨 뒷자리 끝번에 앉게 된 재경은, 이름순대로 짝꿍을 정한 입학 첫날에 '홍' 씨인 영진이 짝꿍이 되었다. 입학 첫날부터 지각한 영진은, 10시가 넘은 시간에 학교에 와서 한재경을 쓰윽 둘러보더니 그의 꼬락서니가 맘에 안들었었나........재경의 책상을 재경이 앉아있는 상태 그대로 발로 밀어서 교실 맨 뒤쪽으로 쳐박더니, 그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재경의 머리위로 씌워버렸다. [ 이제부터 여기가 이 새끼의 고정석이다. ] 재경의 책상 위에 다리를 척 올리고 영진이 말하자, 공포에 질린 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영진이라면 상고에 가려다가 우리학교 이사장과 연줄이 있어서 꼴로 들어온 녀석. 소년원에도 출입하던 녀석이니, 건드려 좋을 것 없다. 중학교때 한 주먹 했던 창욱이는 그 행패를 보고 뭐라고 악지르며 달려들려고 했으나, 선재가 녀석의 입을 막고 앉으라고 통사정을 해서 겨우 진정되었다. 그때부터 재경이의 왕따 수난시대는 시작되었다. 홍영진 패거리들의 점심과 간식 심부름은 물론이고, 재경이가 해온 숙제는 모두 녀석들이 가져가서 검사맡았다. 하지만 따돌리는 학생들보다 더 구역질 나는 것이 선생이란 족속들이라, 노트 표지에 분명히 '한재경' 이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경의 노트를 빼앗아 검사맡은 녀석들은 A를 받고, 재경은 숙제를 안해왔다는 명목하에 벌을 받았다. 선생도 무서운 것인지.....꼴리는 것인지, 여하튼 홍영진 패거리들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담임 선생도 내게 '우리반에 홍영진 패거리가 들어와버렸다. 운이 없어서....그 녀석들은 질이 안좋은 녀석들이니까, 상대하지 않도록 해.....너도 신경 꺼버려라.' 라고 말했으니까.... ........뭐......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왕따라는 것. 얼마 전 EBS 프로그램에서 왕따시키는 그 자신이 외로워서 왕따를 시킨다..... 즉, 왕따 시키는 녀석은, 자기가 다른 이를 왕따 시킴으로써 자기가 왕따가 되지 않는 다는 그 안도감을 얻는다.....뭐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왕따 시키는 녀석도 문제고, 당하는 녀석도 문제다. 그러나 내가 실장이랍시고 '우리반의 왕따를 없애겠다' 라고 깝쭉대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남의 일에 오지랖넓게 참견해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때도.......중학교때도.......그랬듯이........ ..................그런 것이다....................... .....좋을 것.......하나도.............없다....................... -------------- 오늘의 지각생은 지각 상습 멤버인 홍영진 패거리와, 선우현. 그리고 한재경. 담임 선생은 우리반의 지각이 제일 많다며, 회초리를 휘두르더니 지각한 녀석들이 학교 뒷운동장 구석에 있는 화장실을 일주일간 청소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분명히 청소는 한재경 혼자서 하게되겠지. 홍영진 패거리에게 된통 맞은 다음........... ...........................갑자기 한 집에 살게 되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건가............... 학기 초부터 애써 무시해왔던 재경의 일이 갑자기 머리를 점령하게 되어서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 "점심먹자 선인장~" 언제나 밥을 같이 먹는 창욱이와 선재와 함께, 북적북적한 구내식당을 찾았다. "흠.....오늘은 별미를 먹어볼까? 응? 2200원짜리 별미~" "시끄러, 별미나 백반이나. 1500원짜리 백반 먹어." "아씨........우리 별미 먹어보자, 별미.......야, 선인장 넌 뭐 먹을래?" 확실히.........별미나.......백반이나......... 하지만 별미 보다는 백반이 듣기 좋으니까.......... "백반." 내가 말하자 창욱이 녀석은 '으윽! 실망이야! ' 라고 말하면서도 백반으로 가서 줄을 섰다. 오늘의 메뉴는.......콩나물....... 콩나물인지......뭔나물인지, 노란 대가리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희멀겋고 가는 몸대만 남아있는 나물을 씹으며 창욱이와 선재는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다. "아씨, 그래서 그 삼각자로 마빡을 한 대 딱......맞았더니 별이 총총총....." "시끄러, 이창욱.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초랭이 방정을 떨랬어?" 언제나 투덜거리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창욱이와 선재. 녀석들의 재롱이 귀여워서 '피식' 하고 웃으니 "얼레? 선인장.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봐? 헛웃음이라도 웃음을 날리게~" "글쎄말야?" 와장창창창창----- 꺄아아아악- ............? 두 녀석과 말하고있는데 갑자기 식당 한구석이 소란스러워 지면서 여자애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역시나 소란의 중심은 홍영진. 홍영진이 누구의 밥상을 엎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밥상은.......한재경의 것이었다. "으흠........? 이거.......우리 뱅글뱅글 안경께서 밥을 먹고있길래.....키킥....... 내가 좀 도움을 주러 왔어........" "우하하하~" ...........똘빡 홍영진과 고만고만한 홍영진 똘마니 씹탱들이 한재경을 빙 둘러싸고 발로 지근 지근 밟으며 재미없고 느끼한 음담패설을 말하며 웃고 있었다. ........갑자기............밥맛이........뚝 떨어지는군................ "안경이 백반을 먹고 있길래, 그것만 먹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애서.....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하더니 홍영진은 한재경의 밥을 즈려 밟았다. "흑반이다. 먹어봐." ..........................기분 더럽네. "씨발.......더이상은 못참아." 젓가락을 꽉 움켜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창욱이 이를 갈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옆에 앉아있던 선재가 창욱이를 눌러앉혔다. "..............신경쓰지마 창욱아. 그냥 못본체 해버려." "뭐? 저런 엿같은 경우를 못본 척 하라고? 너 미친거 아냐?" "저런 질나쁜 새끼들과 얽혀서 좋을 것 없어. 나도 니가 홍영진과 붙어서 질 것 같지는 않아. 니가 강하다는 것, 나도 알아. 하지만, 저런 녀석들은 졌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아. 나중에 더 큰일로 번지게 될거고, 그렇게 되면 나도, 인선이도 모두 위험하게 되는거야." "............썅..........그래도........씨발........." "참아. 못본체 해버려......눈 감아." .................... "야, 인선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나?" 창욱이가 내게 물었다. 창욱의 분노한듯한 얼굴을 한번 보고, 선재의 얼굴을 보자, 선재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넘어가자는 눈빛이겠지. .......................확실히 한재경이 밟히고 있는 광경은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싸우자고 한다면 선재가 슬퍼하겠지. 한재경과, 선재중 누가 더 소중하냐고 물어본다면......당연히 선재다. 한재경은 겨우 서너마디 해본 녀석이고, 선재는 중학교때부터의 친구니까...... 그러니까............ "나가자." 뚝 떨어진 밥맛 때문에, 백반을 절반도 먹지 않은 채 버려버리고 우리는 뒷동산으로 올라왔다. "........씨발........씨발..........." 창욱이는 뭐가 그리 분통한지 뒷동산의 풀을 쥐어뜯으며 계속 씨발을 연발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창욱아." 선재의 말에, 창욱은 풀뜯는걸 중단하고 한숨을 쉰 뒤 말했다. "아냐.......나도 알고 있어........그 새끼......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는것.....하지만 그냥 속이 쓰려서..............젠장.........." .............나도.........왠지 속이 쓰리다..........라고 생각했다. -------------- "자자, 오늘은 내가 쏠테니 주량 체크 해보라고." 점심 시간 이후로 내내 침울해 있던 창욱을 위로하려는 듯, 왠일로 술을 별로 안좋아하는 선재가 자기가 술을 사겠다며 우리를 클럽에 데려갔다. 창욱이는 클럽에서도 찡찡한가 했더니......... 역시 단세포 답게 술이 몇잔 들어가자 금방 또 헤벌쭉- 해졌다. "아이~씨이~~~~~~ 선재야~~~~~~~ 이렇게 시꺼먼 사내녀석들만 앉아서 술마시면 재미가 없잖니......그러니까, 여자도 부르자.....으응?" 여자와 함께 술마시는걸 별로 탐탁치 않아하는 선재였지만, 오늘은 창욱이의 뜻에 맞춰주기로 한 듯 "응, 그래 부르자." 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하하하하하~~~~~~~" 창욱이는 고질라의 포효같은 웃음을 내뱉더니, 몇군데 핸드폰으로 전화를 때리더니 30분도 안되서 여자 3명이 우리 테이블로 왔다. "야~~~~~ 오랜만이야~~~~" "창욱이 잘 지냈어?" 음.....옷차림이나 화장으로 보아, 여대생인 것 같다. 그중 한 여자가 나를 보더니 생긋 웃으며 아는체를 한다. "나, 기억나, 인선아?" ........음......본것.....같기도 하고,안본 것 같기도 하고...... "으흠., 역시 기억 못하는구나? 나 유리야........문유리. 내 이름 독특하다고 니가 말했잖아?" .......아.....그래......문유리. 문유리나.....유리창이나....그게 그거라서 이름이 좀 웃겼지. "아........" 내가 알았다는 듯한 말투를 내뱉자, 유리는 웃으며 ' 헤에, 기억하네? ' 라며 웃었다. 문유리라......나중에 이름을 기억 못하게 되면 왠지 시끄러울 것 같아, 얼른 이름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눈도 크고, 콧대도 높고, 입술도 도톰하고.......뭐랄까........전형적인 미인이랄까. 문유리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였다. 우리는 한 3-4시간 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자리를 파했다. 친구들과, 여자들과 요란스런 인사를 하고 (인사도 5분 씩이나 했다......) 곤드레 만드레 취한 창욱이를 선재가 부축하고 택시를 잡았다. 나도 집에 택시나 타고 갈까.....라고 생각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인선아' 라고 나를 불렀다. 음.......문유리.........로군. "오늘밤......어때?" 살짝 윙크하며 말하는 그녀. 뭐........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음............오늘은......금요일....... 내일은 토요일이지만.....................뭐.................만만한 수업들이니까..... "좋아." 내가 말하자 유리는 생긋 웃으며 얼른 내 팔짱을 꼈다. -----------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거실에 쪼그려 앉아서 누군가가 우리집 거실바닥을 닦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한재경........ "어랏? 저사람 누구야 인선아?" 유리는 구두를 벗다 말고 재경이를 보고 말했다. "아.........그게.........." 뭐라고 말해야하지? 재경은 놀란 듯 번쩍 일어나 걸레를 든 채로 자기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방금.....걸레를 든 손이....울긋 불긋 했던 것 같은데.... 오늘.....홍영진 패거리에게 얻어 맞은건가? "으응.....? 끝내주는 머리네....." "뭐?" "강타도 울고갈 만큼 긴 앞머리라고~ 킥킥....." 그녀는 뭐가재밌는지 킥킥대며 웃더니, ' 어서 니 방으로 들어가자' 라고 말했다. 한재경의 멍든 것 같은 손과 팔목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녀와 방에 들어오자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자동적으로 새벽 6시가 되면 눈이 떠지는 체질이라 (전날 아무리 피곤했든지) 역시나 6시가 되자마자 일어나버렸다. 옆의 유리는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그녀는 어제 아주 마음 먹고 왔는지, '콘돔은 쓰지 않아도 좋아' 라고 내게 말했지만..... 나중에 아무집안의 아이나 데려와서 '당신의 씨앗이야' 라고 말하는 건 질색이다. "이봐, 일어나." 유리의 등을 조금씩 움직이며 말하자, 유리는 '끄으으응' 이라는 소리와 함께 '더 잘래' 라고 말한다. "......나 학교가야해. 이 집안 볼 사람이 없다고." "......왜.....그 가정부 있잖아.......아함......" "걔도 학교 가야해." 그러자 유리는 조금 정신이 든다는 듯 눈을 빼꼼히 떴다. "학생이야?" 고개를 끄덕여주었더니, '으흥?' 이라는 흥미로운 듯한 눈초리를 보낸다. "그 애, 도대체 정체가 뭐야?" ......? 재경의 정체.....? 가정부....도 이상하고.....파출부....는 더 이상하고..... "동거인."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리는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인선이, 그런 스타일 좋아했어?"라고 말했다. ................이거........뉘앙스가 잘못 전해졌군. "그런 뜻이 아닌데." 내가 말하자, 유리는 이불을 온몸에 돌돌 말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하하하~ 인선이 순진하긴~~~~~킥킥..그냥 말해 본거지이~" .....음.......그럼, 나 방금 놀림당한건가.... ......모르겠다. 어쨌든 저 유리라는 여자, 피곤하군. "빨리 옷입고 나와." 내가 말하자 유리는 아직도 웃음을 입에 달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샤워를 하고 교복을 입고 나오자, 배스가운을 걸친 유리가 부엌에 서 있다. 부엌에는 2인분의 식사가 있었다. .............저 2인분의 식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나와 유리의것 2.............나와 재경의것 3...........재경과 유리의 것. ......3번은 아닌것 같으니.....제쳐두고. 1,2번 가운데 무엇이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유리는 의자에 척 하니 앉아서 당연하다는 듯 숟가락을 잡고 먹기시작했다........나 또한 마주보고 앉아서 밥을 먹었고.... 2번 경우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봐, 그 밥하는 학생은 어딜 간거야?" ".......왜?" "흠......그 앞머리 한번 제껴보고 싶어서." ......앞머리...... 하긴 나도 그의 얼굴을 한번도 못본것 같다. 아니....전교생에서 한명도 못봤을지도. 첫날부터 홍영진에게 찍혔으니. 하지만 뭐, 그다지 보고싶지도 않았기에 흥미는 금방 사그러들었다. 유리는 '다음에 또 불러' 라고 말하고는, 억지로 내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새겨넣은 다음 집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6시 48분. 녀석은 벌써 학교에 간걸까......? 조금 궁금해서 조용히 '한재경' 이라고 불러보았다. 그러자 골방에서 빼꼼히 문을 열고 나오는 녀석. ......아직 안갔네. 교복을 물려입은 것인지, 빈약한 녀석의 몸보다 훨씬 큰 교복이었지만, 녀석의 몸 곳곳에 남아있는 멍을 감춰주진 못했다. ......아마 어제 그 <흑반>일로 홍영진에게 맞았나보다. 문을 잡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들에 하나하나 피멍이 들어있다.... 숙이고 있는 하얀 목에도 빨간 손자국이 나있었다. .........목까지 조른것인가......... 왠지모르게 기분이 씁쓸해지고......더러웠다. 뭔가가 울컥 하는 기분. ........왜.....저 녀석이 우리집에 들어오게 된거지..........젠장.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녀석에게 만원을 건네주며 '약 사' 라고 말했다. 재경은 놀란듯 몸을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안받아?" 돈을 받을 생각도 안한채 떨고있는 녀석에게 재차 묻자, 녀석은 잠시 후에 손을 조금 내밀어 만원을 받아쥐고 '고맙습니다' 라고 콩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대말 쓰지 마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말 마저 하면 녀석이 더 떨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하고"나와라"라고만 말했다. 나오기는 같이 나오고, 엘리베이터도 같이 탔지만 어느새 녀석과 나와의 거리차는 상당히 벌어져있었다. 약 2m의 거리를 두고 책가방을 맨 채 조금씩 걷는 녀석. 뒤따라오는 재경이 신경쓰여서 '옆으로 따라와 걸어라' 라고 말할까 하다가, 재경과 내가 함께 등교하는걸 발견한 녀석들이..... 어쩌다 저 왕따와 왔느냐.....그렇게 물으면....... 같이 산다.....라고 말해야 할것이고..... 왜 같이 사냐....라고 질문하면........날 5년간 봐주시던 아주머니가 말이지..................... ............그 끊임없이 이어질 질문이 귀찮아서 내버려두었다. 어쨌든, 지각은 안 할 것 같아서. --------- 어제 점심 이후로 홍영진 패거리들은 아예 한재경을 옆에다 데려다 앉히고 밥을 먹었다. 그들이 먹다가 남은 뼈다귀나, 반찬들을 그냥 재경의 밥그릇으로 던졌다. .........누가 봐도 껄끄럽기 그지없는 광경. 선재는 창욱이가 폭발할까 무서워, 받은 백반을 버리고 빵을 사들고 왔다. 우리들은 밖에 동산에서 빵으로 밥을 때웠다. "............추접한 녀석들..." 창욱이는 선재가 준 빵을 먹을 생각은 안하고 이빨을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 선재는 그런 창욱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을뿐. ..........우리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점심 시간 후에도 홍영진의 '한재경 괴롭히기'는 계속되었다. 수업시간에 괜히 껌을씹다 그걸 뱉은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진답시고, 일부러 쓰레기통 옆의 재경의 자리에 던졌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재경. .......그 무반응이 홍영진을 건드리는걸까? 재경은 다른 아이들처럼 한번도 울거나, 악지르거나 하는것도 없다. 그저,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있을 뿐이다. 저런것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신경끄고 살려고 하지만.....자꾸만 신경이 가는것을...어쩔수가 없었다....... -------------- 토요일이라서 6시에 수업이 끝나자....화장실 청소를 맡은 홍영진 패거리들은 우르르르 빠져나가고 비틀거리는 재경은 책가방을 놔둔채 교실을 나갔다. 아마도.........별관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 청소를 하려는 것인가보다. 나가는 걸음거리가.....심상치 않다. 조금만 움직여도 보이는 온 몸 곳곳의 멍자욱. 나는 갑자기 무슨 변덕....이 생겨서인지, 한재경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비틀비틀 쓰러질듯 걸으며 별관을 향해가는 재경. 그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저러다간 정말 그 푸세식 변소에 빠져버릴지도 몰라......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밟았다. ---------- 젠장....자고로 오지랖넓게 남의 일에 껴들어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아냐....이건 오지랖이 넓은게 아니다. 저녀석이 아프면 내가 밥을 못먹으니까. 뭐....그래서 도와주는것 뿐이야. 스스로에게 이상한 합리화를 시키며 녀석의 뒤를 따라가 보니, 별관뒤 수돗가에서 자기 키만한 대걸레를 힘겹게 빨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긴 앞머리가 간간이 흔들리고, 대걸레 빨 힘도 없는가... 대걸레가 움직이는대로 몸이 가고 있었다. 일정 간격으로 녀석의 기침소리가 들리고, 숨쉬는 것도 힘든 모양인지, 가는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걸레를 빠는건지...자기가 춤추는건지... 그리고 드러난 손목 사이에 울긋 불긋한 상처들.... ...........괜히 그 모습을 보니 짜증이났다. "이리 내놔."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녀석의 대걸레를 빼앗았다. 그러자 녀석은 나를 보고 놀랐는지 '헉' 이라고 조그맣게 외쳤다. 그리고 잠시후 조금씩 떨면서 말했다. "제..제가 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내 대걸레를 다시 빼앗아 가려는 듯, 대걸레를 움켜쥐었다. 그때 보인 가는 팔뚝. ..........정말 쥐고 힘주면 부러질 것 같다. 그 부러질듯한 팔뚝위에 무수한 멍과 피자국. 이런 놈을 패고싶나....? 갑자기 홍영진 녀석의 얼굴을 구둣발로 즈려 밟고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내가 하는게 더 빨리 끝나." 잠깐. ...........오........하느님.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내가 하는게 더 빨리 끝나'라니...... 지금 내가 자진 푸세식 화장실 청소를 선언한 것인가? .......친구들이 들으면 웃다 자빠질 일이다. 갑자기 내가 미친걸까..? 왜 갑자기 이녀석을 도와준다고...자진 청소 봉사를 하는거지? ......여하튼...이녀석과 있으면 나는 이상해진다. 뭔가 핀트에서 어긋난 느낌. 녀석이 온 그제부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단추를 잘못채운 남방같달까.... 이 녀석 앞에서는 무슨 대사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이런 상태....굉장히 싫어한다고... 이렇게 무질서 하고, 무책임하고...음....여하튼 뜻밖의 상황. 난 그런거에 익숙하지 못하다. .......사주팔자나 점같은거 믿지는 않지만, 이번 달 천칭자리 운세를 본다면 '예상외의 불청객으로 생활의 혼란이 예상됨' 이라고 써있을것 같다...... "괜찮습니다....." 피터진 입술을 꼭 깨물고 내 대걸레를 다시 가져가려는 재경. 붉은 자욱이 남은 녀석의 목덜미를 보니, 다시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밴드라도 좀 붙일것이지. ".......약은 샀나?" 내가 묻자 움찔거리는 재경. "......아뇨." "그 돈 다른데 썼나?" 그러자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주머니에서 떨리는 손으로 만원을 꺼내보이는 녀석. .......만원.....많이도 접었다. 4번은 접은듯한 조그만 만원짜리. "여기 앉아있어." 내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어어....라고 말하면서 녀석은 엉거주춤 앉을 생각을 안했다. 여하튼, 이 징그러운 화장실을 빨리 어떻게 해버려야 할것 같아서 대걸레는 버려두고 옆에있는 양동이에 물을 퍼와서 푸세식 화장실에 몇번 뿌려주었다. 원래 더러운것이 화장실이니, 뭐 청소해봤자 거기서 거기지. 걸레가 빤다고 행주되겠나? 몇번 물을 뿌리자, 물기가 자르르한것이 대충 청소한 티가 나는 것 같아 녀석에게 '가자' 라고 말했다. 녀석은 불안한지 화장실을 계속 힐끔거리는 듯 했으나, 얌전히 내 뒤를 따라왔다. ---------- 집에 가기 전에 집 근처에 있는 약국에 들러 '과산화수소와 후시딘....밴드랑....거즈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녀석은 나를 따라 조심조심 약국에 들어와서 내가 약을 시키자 놀란듯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냈다. 나는 그냥 녀석을 말리고 그것을 내가 계산했다. 약국을 나와서 봉투를 건네주자 내게 만원을 다시 주는 재경. 하지만 왠지 그 만원은 다시 받고싶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됐어. 너 가져' 라고 말하면 꼭 적선 하는 것 같고...... 아아...피곤해... 역시 녀석과 있으면 대처하기 힘든 특이한 상황이 많아. 이럴땐 뭐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음....그래... "....괜찮아." ....흠. '괜찮아' 그래, 그거 좋은 표현이다. 나는 그냥 녀석의 손을 잡아 다시 녀석쪽으로 돌려보려했는데, 내 손이 닿자 마자 녀석이 흠칫 놀라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내가 싫은건가? 잠시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푹 수그린 녀석의 목에서 다섯개의 손가락자국을 발견하자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치료하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자." 내가 말하자 녀석은 콩알만한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렸다. 잘 안들려서 '뭐라고?'라고 되묻자,"장봐갈게요"라고 대답한다. ......장..... 그래 봐라. 나는 집에 가야지. 녀석이 비실비실 할인 마트로 걸어가는 걸 보며 잠시 따라갈까...라고 생각했지만, 장 보는거 해본적도 없고..... 아줌마들 사이로 카트 미는 것도 귀찮고..... 게다가.................오늘은 좀 피곤해. 오늘 하루 녀석에게, 난 과잉친절을 베푼거야... 내가 동거인으로서 해줄만한 일은 다 했으니까.....이젠......... ............집에 가서 잘래. 그래서 그냥 녀석이 할인 마트로 들어가는것 까지 보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길바닥에 붙어있는 껌자욱을 하나 둘 세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42개째의 껌자욱을 세었을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내 기억으로는 그제 아줌마가 가신 뒤, 액션 영화보려고 냉장고에서 맥주꺼낼때........ 찬거리가 하나도 없었던 것.....같은데? 즉. .........우리집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나는...녀석에게 생활비를 준 적도 없고........... 그럼......어제와 그제의 상다리 휘어질 것 같은 아침밥과 저녁밥은........ .......설마.......................녀석의 돈으로...준비한건가?? .........헉 ..............이런 바보. 갑자기 깨달은 사실에 이제껏 눈치 채지 못한 내가 멍청이 같았다. 그대로 두면 또 녀석이 자기돈으로 찬거리를 살것 같아 녀석의 뒤를 쫓아갔다. 내가 쫓아오는 것을 안 재경이 놀라서"혼자서 갈게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냥 "어서 가자"라고 말했을 뿐이다. ------------- .....저 긴앞머리 사이로 당근과 오이가 구별이나 가는건지...... 익숙한 솜씨로 카트를 밀면서 몇가지를 슥슥 쓸어 넣는다. 그러면서도 뒤에서 쫓아오는 내가 신경쓰이는지, 힐끔힐끔 뒤를 바라본다. "다 골랐어?" 라고 묻자,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재경. 아무래도 내가 신경쓰여 제대로 못고르는 것 같다. "천천히 골라." 라고 말하자, 재경은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다시 카트를 밀고 여러 코너를 누비기 시작했다. 카트가 얼추 반쯤 차자 재경은 계산대로 나갔다. 아까부터 계속 눈에 거슬리는 저 팔목. .........볼때마다 왠지모를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을 느꼈다. 왼쪽 팔목에 멍이....하나....둘.....셋......넷.......제길. 오른쪽은 더 많다. ...........젠장. 재경은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카트안에 물건을 계산대 위에 올렸다. 나도 그것을 돕자, 재경은 놀란듯 나를 보더니(....보았다고 추측한다. 아마도. 긴머리때문에 분간 할 순 없지만) 다시 열심히 올려놓기 시작했다. "26730원입니다." 조금밖에 안샀는데 2만원이 넘는다니. 물가에 대해서는 도통 감각이 없는 나는, 놀랐을 따름이다. 캐셔가 말하자, 녀석은 책가방 앞주머니에서 3만원을 꺼냈다. .........이런........... "여기요." 녀석이 내기 전에 내가 먼저 캐셔에게 3만원을 건네주자,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잔돈과 영수증을 넘겨주었다. "제가...내야 되는데..." .......콩알 만한 목소리를 말하는 녀석. 뭐가 제가 내가 되는데...냐...생활비도 아직 안줬는데.... "아니다.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가는 팔목에 들려있는 봉투를 내가 들었다. 내 손이 닿자, 또 놀란 재경. ........하.....그렇게 작은 일에 깜짝깜짝 놀라지좀 마라. 이 새가슴아. 왠지 모르게 그의 그런 모습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무언가 알지 못할 감정이 솟아나............녀석을 도와주고 싶다 생각했다. 내가 봉투를 들고 성큼앞서가자 녀석도 뒤를 따라오는 듯 했다. 여전히 2m쯤 뒤에서 따라오는 녀석. ........... ..........................젠장. "......옆에서 걸어." 내가 말하자 주춤거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온 재경은............. 집에 다다를때 쯤은 내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녀석은 집에 도착하자 마자, 내게서 봉투를 받아들고 냉장고에 차근차근 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재경의 모습을 멍하니 서서 바라보다........ 샤워나 하고....교복이나 갈아입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후, 편한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와보자 벌써 저녁이 차려져있다. 녀석은 아직도 교복을 갈아입지 않은 채다. "이리와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녀석을 부르자, 움찔거리는 듯 하더니 조용히 소파로 다가왔다. "앉아." 그렇게 말하자 재경은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소파앞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후시딘을 들고 녀석의 팔목을 걷자, 재경은 놀라며 다시 옷을 내린다. "가만히 있어봐." 그렇게 말하고 교복 윗도리를 벗기자, 셔츠 곳곳에 피가 배어있는게 보였다. 셔츠의 팔목을 벗기니 무안할정도의 상처들.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창욱이를 말리지 말걸 그랬다. "....괜찮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재경. "내가 보기엔 괜찮지 않아." ......내가 화내야 할 일이 아니건만, 왜 내가 화가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제 3자일 뿐인데. 이 멍청이는 온몸에 피멍이 들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단말인가? "...........목욕부터 하고와." 아무래도 안될것 같아 재경에게 말하자 '저녁은....'이라고 말한다. .....지금 저녁이 문제냐. "목욕해." 내가 다시 말하자, 재경은 조용히 욕실로 달려갔다. ............기분이 왜 이렇게 더럽지? 계속해서 피멍이 든 재경의 몸이 떠올라, 기분이 나빴다. .....저 몸에 때릴데가 어디있다고...... 홍영진, 그 자식은 자기에 어울리는 등치들이나 패고 다니면 될 거 아닌가? 왜 저 작은 녀석을 못잡아 먹어 안달이지? 아니 재경이 저녀석은 그걸 또 다 맞고 난리야? .....젠장......젠장........ 남의 일에 이렇게 머리가 깨지도록 신경을 쓰다니... 이런건 다 쓸모없는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재경의 몸이 나를 괴롭혔다. ----------- 목욕이 끝나고 배스가운을 걸친 재경이 욕실에서 나오자 다시 여기 앉으라는 뜻으로 소파 옆을 탕탕 두들겼다. 그러자 쭈삣거리며 다가오는 재경. 목욕탕에서 소파까지 오는데............. 얼마나 천천히 걸어오던지 2분이 넘게 걸렸다. 목욕을 하니 더 뚜렷이 보이는 상처들. 목욕하는데도.....굉장히 아팠을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한숨을 쉬자, 팔목을 거두며 또 쫄아버린 재경. .....새가슴......그렇게 놀라지좀 마라. "이리와봐." 배스가운을 벗기려고 하자, 재경은 황급히 손으로 막았다. .......제기랄.....사내끼리 가릴게 뭐있다고. 너 근육 없는거 다 안다. 가만히 있어. 나는 녀석의 손을 조심히 쳐내고 가운을 벗겼다. ...........문신처럼 현란한 상처들. 그리고......가슴 아래쯤에........꼬맨 흔적까지? .......설마......칼까지 맞은건가? "이거 뭐야?" 내가 화난 목소리로 가슴 아래로 길게 나있는 수술 자국을 가리키며 물어보자, 녀석은 배스가운으로 몸을 다시 가리며, '예..옛날에 아파서..' 라고 말했다. ....이봐, 날 속이려고 하지마. 나도 맹장 수술을 해봐서 알지만.... .......저건 분명히 수술한지 얼마 안된 자국이다. 아직 상처의 분홍빛 흔적과,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6개월도 안된 수술 자국이라고................... 예상외로 녀석의 몸엔 수술자국이 여러 군데 있었다. 오래전 것도 있고....최근의 것도 있고... 3,4개. .........어디.....큰 병이 있는 녀석인가? 녀석에게 물어보려다가, 귀찮아서 내버려두었다. 수술 자국보다, 현재의 멍과 상처들이 중요했다. 아무래도 후시딘 한통가지고는 안될 성 싶다. 애처롭게 바르르 떨고 있는 녀석에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동요되어, 니가 발라라. 라고 후시딘을 건네주려다말고, 조심스럽게 녀석의 몸에 후시딘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홍영진.....이 거지같은 자식......... 이런데 힘자랑할려고 밥쳐먹는거냐? 밥쳐먹고 힘이 넘치면 체육관가서 샌드백 때리고, 그래도 힘이남으면 주먹에 철판끼고 아스팔트나 내리치면 될거 아닌가? 치밀어 오르는 그 무언가가......괜시리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후시딘을 바르다 보니, 이번에 생긴 상처말고도 예전에 상처들도 남아있는듯...본래 피부는 하얀것 같았지만, 흰곳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윗몸에 후시딘을 바르는데만 벌써 1/3을 써버렸다. 심한 상처에는 거즈를 감아주고, 대충 멍든곳은 밴드로 가렸다... 녀석은 내가 치료하는 내내, 아픔을 참는 것인지 주먹을 꼭 쥐고 떨고있었다. 아래쪽도 발라주려고 하자, 녀석은 당황해하며 "제..제가 할게요."라고 보기드물게 큰소리로 말했다. 녀석에게 큰소리래봤자, 보통사람의 목소리밖에 되진 않지만. 하긴...다른사람 아랫도리를 내가 본다는 것도 좀 그래서, 아래쪽은 녀석보고 바르라고 내버려 두고, 온몸이 이러니 얼굴도 성할것 같지 않아서 앞머리를 걷어 후시딘을 발라주려 하자..... 녀석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저......이것도....제가....제가 할게요." ......아래쪽은 그렇다 치고, 얼굴은 내가 해도 괜찮잖아? .........갑자기 녀석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 그러자 녀석은 황급히 '아..아녜요' 라고 말하며 뒤로 몸을 제꼈다. 음..... 녀석이 적극적으로 피하니까......... ............더 궁금하다. ".......잠깐이면 돼." 내가 녀석의 팔을 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기려 하자, 기겁한 녀석은 아예 소파옆으로 굴러 넘어가버렸다. 이...이봐..! 그렇게 몸을 굴리면 방금 발라준 약이 다 지워져 버리잖아!! 소파옆으로 굴러 떨어진 녀석은, 아픈것은 싹 잊은듯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뽈뽈뽈 뛰어가............ 자기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허...허허.....허탈해. 뭐..얼굴에 왕창 큰 점이라도 있는거야? 아니면 얼굴에도 수술자국? 왜 그렇게 얼굴을 숨기는데? .....나는 별로 사람의 외모에 중심을 두는 타입은 아닌데....... 녀석의 얼굴이 조금 더 궁금해졌지만, ' 못생겨도 괜찮으니, 얼굴을 보여줘' 라고 말하기는 좀 뭐해서 관뒀다. .......거참............ 얼굴한번 보기 힘드네....... 이봐, 한재경군. 알았어.... 알았다니까...... 니얼굴 안볼테니........ "밥먹자." 라고 내가 말하자, 방안으로 숨어있던 녀석은 빼꼼히 방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오물오물.... .............후루룩............. TV도 켜놓지 않아 엄청나게 조용한 부엌에, 재경과 내가 마주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둘 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서, 들려오는 건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와 물 마시는 소리뿐. 창욱이나 선재와 밥을 먹으면, 자동으로 둘이 수다를 떨기때문에 나는 한마디 말도 안하고 조용히 있어도 밥먹는 분위기가 살아났지만, 재경과 밥을 먹으니, 앞에다 돌부처 하나 가져다 놓고 밥먹는 것 같다. 녀석의 밥그릇을 넌지시 들여다보니...... 밥도.....정말 콩알만큼 먹는군. 그러니까 키가 안크지. "좀 더 먹지 그래?" 내가 말하자 녀석은 놀란 듯 움찔 하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왜 내가 말하면 저렇게 놀라냐... 내가 무섭나? 녀석과 있으니 내가 아수라 백작이라도 된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한참동안 침묵. 으음..... 내가 시끄러운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지금의 침묵은 너무도 껄끄러웠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타입이 아니라서,... 밥먹을땐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는건지............... "밥 맛있네." 느낀대로 솔직하게 말하자 녀석은 밥을 씹다 말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리고 밥을 다 삼키고 난 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아......감사합니다라니...... 내가 선배도 아니고......존대말을 들으니 쑥쓰러운데...... "존대말, 안쓰면 안되나?" 내가 말하자 젓가락으로 감자조림을 집은 재경이, 열심히 잡은 감자를 놓쳐버렸다. 감자는 다시 반찬 접시 위로 떨어지고..... 당황한 듯 공중을 헤메는 젓가락. "동갑인데.....존대말 쓰면 좀 이상하잖아." "아.....저기.....그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 달싹거리는 입술. 재경은 감자를 다시 집으려 젓가락을 놀렸지만, 둥글둥글한 작은 감자는 쉽사리 젓가락 사이에 끼워지지 않았다. 왠지 답답해서 젓가락을 들어, 감자를 집어서 재경의 밥그릇에 올려놔 주었다. 재경은 놀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가 아니라 '고마워' 겠지." "아.........." 내가 밥 위에 올려준 감자를 젓가락으로 쿡쿡 찌르고만 있는 재경.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닌데..... 왠지 갑자기 저녀석에게 '고마워' 란 말을 듣고싶은걸.... "말해봐. '고마워'라고...." "어...저기....고....고......" 당황한건지....부끄러운건지......버벅대는 재경. 저 긴머리를 걷어보면 빨-개진 얼굴이 나올 것 같아서....갑자기.......웃음이 나올뻔 했다. 아.... 음............ .....................재밌네. 사람을 놀려먹는 재미가 이런거였나...? 녀석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자꾸자꾸 말을 시켜보고 싶었다. "빨리, 고마워. 라고 말해봐." "아.....고.....고마....고마워." "안들리는데?" "......고마워." 햐.......정말 듣기 힘든 고마워. 로구나.......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상황이 재미있어서 나는 조그맣게 쿡쿡 하고 웃었다. --------- 저녁을 다 먹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자 설거지를 끝낸 재경은 또다시 자기방으로 쪼르르 들어가고 있었다. "이봐." 내가 조용히 부르자, 재경은 달려가다 말고 동작 정지. "잠깐만 거기 있어봐." 애매한 포즈로 서 있는 재경을 두고 나는 내방으로 들어가 얼마 전에 뽑아놓은 현금을 가져와 재경에게 넘겨주었다. "우선 생활비." 내가 돈을 건네주자, 재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받았다. 돈을 받는데....울긋 불긋한 손가락이 마음에 걸렸다. "..........내일 학교 결석하는게...어때? 아프니까." 내가 말하자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아휴..... 정말로....... "괜찮아요.가 아니라, 괜찮아." ".........아.........음........괜찮아." 돈을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불안해보이는 녀석. 키도 정말 작아서 내 가슴께에나 올까 말까....한다. ........그런 녀석의 버벅거리는 모습이...갑자기...... ..............귀엽다............... 라고 생각되어서..........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카락을 잠시 부비부비 해보았다. 음....머릿결은....생각보다 좋은데..... 머리가 꼭 애기들 머리같이 얇고 가늘어서.... 손에 닿는 감촉이 비단실 같이 좋았다. ......아.......머릿결.....자랑할려고 머리를 기르는....건....... ......설마 그러진 않겠지. 내가 머리를 만지자 놀란 듯 움찔 거리던 재경이 녀석은 '어..저기..' 하면서 애매모호한 소리를 내더니 나중에는 그냥 내가 머리를 부비는 동안 그 자리에 못박힌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부비부비 하던걸 그만 두자, 쪼로로로 자기방으로 쏙 들어가는 녀석. ...음....강아지 같이....잘도 뛰어가는군.... 어....근데..... 내가 왜.......갑자기 남의 머리를 만지작 거린거지......? 헉...... 충격. 나는 남이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는걸 최고로 싫어한다. 만지고 싶으면 자기 머리카락이나 실컷 만질것이지 왜 남의 머리를 가지고 난리라 말인가. 그런데.... 근데..........그런 내가 남의 머리를 갑자기 부비부비 하다니...... 역시 저녀석이랑 있으면.....이상해.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녀석을 부비부비한 내 오른손을 신기한 물건 보듯이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은 6시에 일어나자 마자 아침밥을 천천히 먹고싶다는 생각에 일찍 준비하고 부엌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6시 30분. 재경이 녀석은 이미 밥상에 젓가락, 숟가락까지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빨리 먹자." 내가 말하자 재경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주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흠....정말로 학교가도 괜찮겠어?" 가느다란 손가락이 뻘겋고....퍼렇고..... 하루가 지나자 멍이 더 진해진 것 같아서.......젠장. "아..응." 아무래도 안될 성 싶어 젓가락을 놓고 손바닥으로 녀석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재경은 놀라서 숟가락을 떨어뜨려버렸다. .......얌마.......왜 그렇게 놀라....... 머리카락을 사이에 두고 이마를 만졌음에도 불구하고, 뜨끈뜨끈한 이마. 머리에서 열이 상당히 많이 나는 것 같다. "안되겠어. 너.....쉬는게 낫겠는데?" "아...니.....괘.......괜찮아." 그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일에 신경을 썼냐.... 안하던 짓을 하면 엉덩이에 뿔난다더라. 엉덩이에 뿔나기 전에, 그만 둬야겠다. "피곤하면, 조퇴해라." 내가 말하자 숟가락을 다시 집은 재경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재경이 녀석은 설거지 한다고 늦게 오겠다 했다. 또 지각하면 어쩌나....걱정이 됐지만,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라는 생각에 그냥 학교로 왔다. 교실에 도착한 시각은 7시 16분. .......오늘은 좀 일찍 왔다. "어~ 선인장~" 방긋방긋 웃으며 통통통 뒤어오는 선재. 눈은 왕방울만 한게...하는짓도 귀엽다. 중학교때 가장행렬때는 앨리스를 했었는데, 옆학교 남자애들이 정말 여잔줄 알고 팬레터 까지 보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녀석에게 '여자같다' 라는건 굉장한 콤플렉스라서 지금도 ' 앨리스!' 라던가 ' 너 계집애 같다!' 라는 말을 들으면 야마가 돈다. "오늘은 일찍 왔네?" "응." "흥...창욱이는 아직도 안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지각할 것 같애." "왜?" "어제 병철선배랑 술마신다고 밤 2시에 클럽으로 나갔거든." "그렇군." "아으.......정말!!!! 이짜샤! 니가 아무리 귀차니즘이라지만 말좀 길게 해봐. '응' '왜?' '그렇군'.....이게 뭐냐?" 내 양 볼을 손가락으로 잡고 쭈욱 늘리며 선재가 말했다. .......아니다......나도 나 나름대로 말을 많이 하는데..... 특히 왠일인지 재경이와 있으면 말을 더 많이 한다. .........이상해. .....야......이선재.....그만 늘려라......볼아프다.... "그만." 내가 말하고 선재의 손을 잡자, 선재는 '뿌우우- 이 무반응녀석' 이라고 말하더니 손을 뗐다. 그때,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 뒷문이 시끄럽게 열렸다. ..........왠일로 홍영진 패거리가 일찍 학교에 왔다. 온갖 울긋불긋한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홍영진. 아니.....홍영진 새끼. 귀구멍...아니 귀구녘에는 무슨 피어싱을 저렇게 많이 했나....... 눈에는....아니지, 눈깔에는 컬러렌즈까지 끼고... ........여러모로.....넌 맘에 안드는 녀석이야. "얌마, 선인장. 홍영진 쪽 좀 그만 노려봐." "응?" 내가 노려보고 있었나? ......아냐.....난......그냥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을뿐......... "창욱이 녀석도 겨우겨우 가라 앉혀놨는데....설마 니가 폭발하는건 아니겠지?" ......내가 다이너마이트냐? 폭발하게.... "아니다. 됐어." 선재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영희가 내 블레이져를 움켜잡았다. "......뭐야?" "아우~ 실장님~~~~~~ 나랑 일좀 하러 갑시다~~~"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는 송영희. 음.....아무래도 난 방긋방긋 웃는 사람에 약한 것 같아..... "그래." 내가 대답하자 영희는 '야호~' 라고 익살맞게 웃으며 내 손을 끌고 구관 건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 영희가 내 손을 끌고간 곳은 구관에 있는 도서관. "왜 왔어?" "옛날 앨범을 가져갈려고...그런데....좀 무섭잖아? 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영희는 15년전 앨범부터 차근차근히 꺼내서 술렁술렁 앨범을 넘겨보았다. "으흠.....여긴 물이 별로로군." "........헤에........넌 90점." "아니, 너는 아방수같이 생겼잖아?" .......? 앨범을 넘기며 뭐라고 뭐라고 조용히 웅얼거리던 영희는 13년전 졸업앨범을 보고 '아앗!!!!!!!' 이라며 크게 소리쳤다. ...........놀랬잖아. "......왜 그래?" 내가 말하자, 영희는 두 눈을 부리부리 빛내면서 한 사람의 사진을 가리켰다. "이걸봐!!! 이 멋진 남자를!!! 허억.......이건 바로 섹시공의 표본이 아니던가!!!!" 영희가 가리킨 사진속의 남자는.......음.......확실히 잘생겼다. 보일 듯 말듯한 속쌍거풀과 오똑한 콧날...... 나른한 미소. 뭐랄까... 조금.....여유있어 보이는 사람....이랄까... 아래 이름을 보니....... [ 강진혁 ] 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잠깐.......근데........ ........나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단말이야........... 오버 액션을 하며 외친 영희는 15개의 앨범을 내 팔에 턱 하고 안겨주었다. '한 수확 했군' 이라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갑자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몽롱-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하아아.....넌 정말 천상 '얼음공'이란 말이야....." .......얼음공........그건 또 뭐냐...... 고무공, 야구공, 나무공도 들어봤지만....얼음공은 처음들었다. "우훗~ 나의 기대를 배신하진 말아줘~~~어서어서 학원물의 로망을!!" 뭐가 그리 기분좋은지, 영희는 룰루루 콧노래까지 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신관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15권의 무거운 앨범은 나에게 맡겨두고. ----------- -이선재. 쾅!!! 다시한번 엄청나게 큰 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홍영진이 한재경의 작은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잡은 채, 교실 뒤에 있는 사물함에 쳐박아 대고 있었다. 사물함은 이미 피로 흥건했고....한재경의 턱을 타고 머리에서 터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씨발......짜증나네. 나날이 도가 심해지지 않아? ........홍영진 패거리가 더럽고 치사하고 싸가지 없는 것은 서울바닥이 다 아는 사실. 그러나, 홍영진 너도 사람이니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 ...라는 생각에, 한재경 괴롭히기도 학기초 어느정도만 하고 그만 둘거라 생각했다. 그러나....저 자식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가 분명하다. 아니, 금수도 아니라....벌레만도 못한 새끼다. 어제도 그렇게 밟아댔으면서 오늘 아침부터 저자식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쟤가 뭘 잘못했길래. 조용한거. 그래 조용한것도 죄냐? 젠장....창욱이. 창욱이 이자식은 왜 이럴 때 학교를 안와!!! 이제껏 창욱이를 말린 내가 바보같다. 어서와서 저 빌어먹을 홍벌레를 밟아줘!!!!! 마음으로 외쳤으나,..........창욱이는 오지 않았다. 쾅! 쾅! 연이어서 두 번이나 또 재경의 머리가 사물함에 박혔다. 재경은 신음조차 못내는 것 같았다. 홍영진 패거리들은 그 광경을 보고 킬킬대고 웃었으며, 나머지 반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서 숨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재경의 피가 군데군데로 스며들고 있었다. 재경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으.....나....나도........무서워....... 젠장. 나도 창욱이나 인선이같이 힘이 셌으면!!! 제발.....!!! "씨발.....오늘은 괜히 아침부터 기분이 좇같네......." 씨발. 나도 니 꼬락서니를 보니 기분 좇같아. 아침부터 이게 무슨 행패야!!! 중얼중얼 욕을 내뱉던 홍영진은 재경을 공중에 날리고........ 주먹으로 배를 힘껏 후려쳤다. 퍽. 이라는 소리와 함께 재경의 몸이 힘없이 날아 교실 구석에 쳐박혔다. 교실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재경은 '허억' 이라는 소리와 함께 배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젠장.....니미럴.....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마리아님.....!! 이걸 좀 봐!!! 뭐 이런 일이 다있어!!!!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 억울함 같은 걸 느꼈지만...... .........홍영진이 주는 공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꽉 쥔 내 손에선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킬킬킬킬....." 홍영진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야들야들한 웃음을 흘렸다. .....씨발......니입을 가져다 쫙 찢어버리고 싶구나. 홍영진이 야수같은 미소를 지으며 교실 구석으로 건들건들 걸어가고 있었다. 오른발을 흔들 흔들 하는 것으로 보아....... 오른발로.......설마....재경을..... .......밟아버리려는것?........ ........안돼!!!!!!!!!!! 이 빌어먹을 금수만도 못한 씨발 새끼야!!!!!!! 그때, 투두둑. 하고 교실뒷문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선이....인선이었다. 손에 무언가 모를 책비슷한 것을 잔뜩 들고있던 인선이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책들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 "뭐 하는 짓이냐?" .............? .......................지금.......인선이가 홍영진한테 말을 건...거야? .......내가 아는 한, 장인선이라는 인간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하지만 인선이가 홍영진이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고.... ...? ...뭐.......무슨일이야? "뭐야.....?......이제와서 실장이라고.....꼴깝떠는건가?" ......홍영진. 입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장인선은 니가 함부러 건드릴수 있는 사람이 아냐. 홍영진도 인선이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는지, 표정이 조금 굳은 것 같다. 홍영진과 인선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긴장감을 깬 것은...... 예상외로 인선이었다. 퍼억. .............자...잠깐...... 저..정리가 안되고 있어.........지금.....방금.....무슨일? .....그러니까..........교실 뒷문에 서있던 인선이가..... 그야말로 번개같은 속도로.... 교실 맨 뒤에 있던 책상을 들어다가... 공중에서.......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홍영진의 머리로 내리쳤다................. .......... 허....헉....... 방금 재경이 사물함게 부딪히던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소리. 홍영진은 당황과 경악이 뒤섞인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인선이가 얼마나 세게 책상을 홍영진 머리로 내리쳤는지, ......책상에 금이갔다. 그 금 사이로 홍영진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뚝. 뚝. 홍영진의 머리에서 피가 떨어지는 소리마저 선명히 들릴정도로 쥐죽은 듯한 교실. 인선이는 어이가 빠진 홍영진을 스쳐지나가....... 교실 구석에 쳐박혀 있던 재경을 보듬어 안고...... .................................빠른 걸음걸이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 장인선. ......씨발자식.....지근지근 밟아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녀석을 좀더 짓이겨버리고 싶었지만, 교실 구석에 쳐박혀있는 재경이를 병원에 데려가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영진의 얼굴을 한번 노려보고, 그 새끼를 스쳐지나가 교실 구석에 있는 재경을 안았다. "...흑..." 내가 안아주자 조그맣게 신음을 내면서 나의 옷자락을 필사적으로 붙잡는 재경. 녀석이 기대온 머리가 내 어깨에 부딪혔다... 재경이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내 목에 스치고....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오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평소때는 손이 닿는거라던가...머리를 만지는 것도 싫어하는 녀석이... 내가 안아주자, 그 힘없는 손으로 내 교복자락을 붙잡았어..... 그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내게 안겨들었단말이야... 추위에 떠는 강아지처럼....재경이는 공포로 인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내 교복자락이 구명 보트의 밧줄이라도 되듯이...온 힘을 다해 움켜쥐려고 했지만, 피멍이 든 떨리는 손가락은 내 옷자락을 계속해서 놓치고..다시 붙잡고...놓치고 있었다. ..........재경이의 머리에서 나는 피가 턱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나는 재빨리 교실을 뛰쳐나왔다. **** 러쉬 아워라서인지 택시는 모두 만원이고, 거리는 꽉꽉 막혀있었다. .....젠장.....뛰어가야겠다. ..가까운..가까운 병원이 어디지? "잠깐만요." 지나가던 아주머니 앞에 멈춰서서 물어보니, 아주머니가 재경이를 보고는 '꺄아' 라고 비명을 질렀다. "여기서 가까운 병원이 어딥니까?" 아주머니는 불안한 눈으로 재경이를 한번 바라보고,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핸드백을 든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이..이쪽 모퉁이를...지나서 10분정도 거리에..뭐..뭐냐..그...동광 병원이 있...있어요....." "고맙습니다." 아주머니께 대충 인사를 하고 나는 재경을 추스러 안고 동광..인지 뭔지 하는 병원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니까 몸에 무리가 가는지 재경의 신음소리가 좀 더 커졌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잠깐만....잠깐만 참아라..... ......밥을 먹기는 하는건지....너 왜이렇게 가볍니? 고1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가벼운 녀석의 몸을 안고 뛰자니.... 괜히 내 가슴이 답답해졌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 주변이 없는 나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겨우 이 말을 내뱉었다. ".....조금만 참아라." 젠장...화술 학원에라도 다녀야 하나...이럴때 겨우 이런말이라니... 후회가 됐지만, 내 말을 들은 재경이는 몸을 움찔 하더니.... 터진 입술을 꼭 깨문 후... ....조금씩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우는거니...? 그런거야.....? 젠장.....너는 우는것도 그렇게 조그맣게 우는거야? 이럴때는 좀 펑펑 울어보라고! "......울어도 된다." 내가 말하자 재경이의 어깨가 더 크게 들썩이고 녀석의 가느다란 팔이 올라와 내 목에 감겼다. 녀석의 팔이 내 목에 감기자 나는 갑자기 목이 메인 것 처럼 무언가 가슴에 탁 맺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가만히 두지 않겠어. ..................그자식들 모두. 애처롭게 떨고있는 재경을 안고 나는 동광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 "....이게 뭡니까? 집단 구타라도 당했습니까?" 의사의 황당한 표정과 말투. 집단........구타.....?.............홍영진......이 개자식. ".............어쨌든, 빨리 치료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침대위로 재경을 내려놓으려 하자, 재경이 '아!' 라는 신음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재경아. 재경이는.......내 옷을 놓기 싫은지......잔뜩 긴장한 몸으로 떨면서, 침대에 누우려 하지 않고 내 몸에 매달려있었다. ...............무서웠나보다. "괜찮다. 병원이야." 내가 피로 범벅이 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은 채로 침대에 누이자 불안한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조금씩 긴장을 풀고 응급실 침대에 누웠다. 의사는 재경이의 머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요즘은 애들이 너무 거칠어서......진단서 끊으실겁니까?" ".....네?" "이 정도라면 법정 소송까지 할 수 있습니다....진단서를 끊으면....." ................소송까지 갈 정도로 맞은거냐? "끊어주십시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르테에 뭐라고 끄적거린 뒤,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니까 엑스 레이 찍는 비용을 따로 계산하고, 소독한 다음에 CT실 가서 엑스 레이를 찍어보라고 했다. "엑스 레이?" "이정도로 맞으면 안에서 혈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피가 안에서 고일 수가 있기 때문에... 심하면 뇌출혈까지도 갈 수 있죠." 의사는 손을 들어 재경이의 퉁퉁 부은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 '여기' '여기..와..여기' 가...혈종의 위험성이 있겠군요. 라고 말했다. ......4군데.....4군데다. 홍영진. 그러니까 넌 2배로, 8군데를 그렇게 만들어주겠다. "어이! 김간호사! 여기 와서 이 환자좀 소독해봐..!!"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네~" 간호사가 삐뚤어진 간호모를 고쳐쓰며 한손에 소독과 집게가 담긴 쇠통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재경이를 보더니 '아유~ 이게 뭐예요..' 라며, 재경이를 안쓰러운 듯 바라봤다. "괜찮겠습니까?" 내가 말하자 간호사는 "이거....좀 몇방 꼬메야겠네요...머리에 땜통 남겠다..그죠?" 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간호사가 재경을 소독해주는 것을 보고, 나는 접수처로 가서 응급비용과 CT비용을 지불했다. **** CT를 찍은 재경이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한숨을 쉬고 긴 의자에 걸터앉았다. .........저 자식이 뭘 잘못했길래....저렇게 맞아야 하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아무런 피해도 준 적 없다. 그런데.... 그런데........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의자앞에 있는 기둥에 붙은 거울을 보니 내 교복에도 곳곳에 피가 묻었다. 까만 블레이져라 피가 묻어도 별로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차이나 칼라의 목 부분의 하얀색이나, 금색 단추가, 녀석의 피가 스며들어 빨갛게 변색되어 있었다. .......바보같은 자식. 초조한 마음에 왼쪽 팔로 오른쪽 팔을 안으니 아까 녀석이 안겼던 감촉이 떠올랐다. .........뭘 먹었는지.......너무도 마른 몸. 애처롭게 떨던 그 느낌. 울면서 내 목을 감싸던 두 팔의 감촉. 침대에 누이려 해도 나를 붙잡고 늘어지던 재경의 가느다란 손가락. ....녀석은 나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 공포에서......나를 보고 내 옷자락을 붙잡은거다. ...................내가 녀석에게 도움이 되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한 느낌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힘들었을것이다....... 사람들의 멸시. 비난. 구박. ....좀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좀 덜 울었을텐데.................... 재경의 수술이 빨리 끝나길 기대하면서 나는 고개를 젖히고 의자에 기대 앉았다. ******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리고 있었다. ......뭐가....이렇게 떨리는거지.... ....아.....핸드폰 인가보다. 정신이 없는 통에 10번정도 진동이 온 후에서야 그것이 핸드폰의 울림인 것을 알아 챈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폴더를 열자마자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 야!!! 선인장!! 너 거기 어디냐??? ] ......창욱인가. "병원." [........그..누구냐...왕따 데리고 거기 가 있는거냐? ] ......왕따라니. "한재경." [ 뭐? ] "왕따가 아니라 한재경이다." [.......알았다. 알았어.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어디야? ] "왜?" [ 홍영진 패거리들이 지금 애들 긁어모은다고 야단이 났단 말이다 ] .......마침 잘됐다. 오라고해. 죽여줄테니. "동광 병원이다. 여기로 오라고 해." [ 미쳤냐. 거기로 가라고 하게....그쪽으로는 선재를 보낼테니, 같이 있어. 넌 보기보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혼자 놔두면 안심이 안돼. ] "그 새끼들 여기로 보내." [ 시끄러워. 너 병원에 입원 시킬일 있냐? 넌 안나서도 돼. 나랑 병철이 형이 끝내줄테니까. 어제 병철이 형이랑 술마시면서 말했다. 병철이 형한테 우리반...거..뭐냐 한재경 얘기를 했더니, 형이 벼락같이 분노하면서 한번 밟아주겠다고 했어. ] .......자식....그래서 병철 선배랑 술 마신거로군..... 역시 녀석은 홍영진의 꼬락서니를 못참았나보다. 병철이 형도 힘있는 놈이 깝죽대는걸 죽는것보다 싫어하니까.... "나도 데려가라." [ 으잉? ] "나도 좀 밟아주고 싶다고." 내 말에 창욱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 그러면 20분 후에 대성중학교 뒷 공터, 거기 알지? 거기로 나와. ] "알았다." 창욱이에게 대답하고, 나는 폴더를 닫았다. 퍽. "이봐, 인선아....그정도 했으면 됐어." "아직 한군데 남았다." .......7군데니까, 1군데 더 해야겠어. 넌 머리도 크니까 8군데 해도 괜찮아. 퍽. 각목으로 한군데 더 맞고 나서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기절하는 홍영진. 마지막 한대를 마무리 하고 나서, 나는 허리를 폈다. 옆에서 쇠파이프를 휘휘 돌리던 병철 선배가 담배를 발로 비벼끄며 말했다. "이야....인선이 뚜껑열렸네. 왠일이냐? 키킥...." "......." 그리고 새 돗대를 꺼내문 병철 선배는 피 묻은 쇠파이프를 홍영진 패거리 쪽으로 향하더니 나즈막하게 말했다. "새로 생긴 새끼들이, 옛날 우리집에 와서 깝죽대는 거, 나는 못봐. 앞으로 여기서 행패 부릴려면 내 허락을 맡고 부려라. 알겠냐?" 홍영진이 깨져버린 통에 기강이 사라져버린 패거리들은, 오합지졸. 병철 선배의 말에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보기 싫으니 꺼져." 병철 선배의 무시무시한 대사에, 홍영진 패거리들은 들고 있던 각목이나 스패너를 팽개치고 우르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병철이 형." 창욱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병철 선배가 창욱이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뭘, 이런걸 가지고. 또 이런일 있으면 불러라. 힘있다고 힘없는 놈을 괴롭히는건, 개만도 못한 짓이야." 대학생이 되어서 일선에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무서운 병철 선배가 올백으로 묶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창욱이에게 말했다. 병철 선배는 중학교 선배로써 우리보다 3년 선배다. 선배는 학교에서 만나 친해졌다기 보다는, 그냥 주먹 다짐 하다보니 친해진 거라 하는게 맞겠다. 언뜻 보기에는 무진장 얌전하게 생긴 병철 선배지만, 알고보면 불곰보다 더 무섭다. "참, 형아. 대학 생활은 어때요?" "엉?....미팅의 연속이지 뭐. 아주 소개팅 한번 할때마다 5만원씩 주머니에서 팍-팍-!" 익살스럽게 주머니를 탁탁 치는 병철 선배는, 아까 아수라같이 홍영진 패거리를 잡아채던 병철 선배와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병철 선배." 내가 말하자 선배는 태우던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리고는 '허.허.허.' 하고 웃었다. "이야! 내가 천하의 선인장에게 고맙다는 말도 듣고.....으흠....오늘 횡재 했구만." 그렇게 말한 뒤 팔짱을 끼고 램프의 바바처럼 '우하하하하' 하고 웃는 병철 선배의 모습은,주접 그 자체였다. "참, 재경이 혼자 놔두고 와도 괜찮겠어?" 창욱이가 각목을 멀리 던지며 내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았다. ......짜식.....오지랖도 넓기는. "선재에게 맡기고 왔다." "아하, 선재에게.....잘했다." 창욱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죽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자, 그럼 나는 다음수업은 전공이라서 이만 학교로 돌아가봐야겠다." "에엣? 에이~ 병철이 형~~~ 나랑 점심이라도 먹지!! 내가 한턱 쏠게요!" "어허, 당근 쏴야지. 이렇게 힘을 많이 썼는데. 하지만 오늘은 정말 안된다. 그 교수 깐깐해서 결석 3번이면 바로 F 뜬단 말이다." "으으...학교가서는 또 범생인 척 할거지? 형?" "범생인 척. 이 아니라 범생이다 범생." 가슴을 탁탁 두들긴 병철이 형은 우리에게 한번 '척'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중학교때부터 자신의 애마인 야마하를 타고 재빨리 사라져갔다. ......사라져....가더니......... .................다시 흙먼지를 일으키며 우리에게 돌아왔다. .......당황스럽다. "아이고!! 내가 깜빡 잊을 뻔 했네!!!" 헬멧을 허겁지겁 벗어던지며 말하는 병철 선배. "뭐야? 형? 형은 그러니까 일당 백의 실력을 가져도 멋있는 캐릭터가 안된다니깐.. 그렇게 촥 하고 사라진 후에, 1분도 안돼 다시 돌아올건 뭐야?" "시끄러! 이창욱 이쉐이! (창욱이에게 무서운 꿀밤 한대) 참참.....내가 아끼던 후배 녀석이 있는데 말이야. 그 녀석이 이번에 너네학교로 가기로 했다." "응? 후배?" "아......같은 중학교를 나와서 후배..그런게 아니라. 그냥 같이 놀던 녀석인데. 정말 괜찮은 자식이다." 병철 선배가 칭찬할 정도면 정말 괜찮은 사람인가보다. "인선이, 니가 실장이지? 그 녀석 전학오면 좀 잘 부탁한다. 이름은 현승호다. 현승호. 알았지?" "네." "그럼, 담에 또 보자!!" 헬멧을 부랴부랴 고쳐쓰고 '부우우웅' 소리와 함께 사라진 병철 선배는 이번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정말로 대학교로 간 것 같다. ***** 병원으로 돌아오니 병원 입구에서 선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이 자식들!!! 입술 터지고, 코피터지고!!! 잘 하는 짓이다!!!!" 왕방울만한 눈을 번뜩이면서 우리에게 호통치는 선재. 엄숙하게 얘기하려는 듯 폼을 잡았지만, 선재의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해서 창욱이와 나는 마주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어엇? 웃어? 지금 이게 웃을 일이야?!!" 손을 들어 창욱이의 배에 스트레이트를 계속해서 날리는 선재. 창욱이는 선재의 주먹에 '으윽! 저 죽어요!!'라며 웃으며 오버해서 반응해 주었다. "씨이...." ".........풋..........재경이는 어때?" 내가 묻자, 선재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다행히도 혈종이나 뇌출혈이나..그런건 없는 모양이야. 근데 여러군데를 꼬매서.....휴......" .........다행이다. "입원은?" "아, 입원은 안해도 된대. 단지 집에서 절대 안정."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재에게 재경이 누워있는 병실을 물어보았다. "203호야. 저쪽에 엘리베이터 있어." 선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 병실에 들어가보니 8개정도의 침대가 있었고, 그 중 맨 구석에 재경이가 누워있었다. 옆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둥근 의자를 가져다 재경이의 머리맡에 앉았다. 머리에 붕대를 칭칭감고 링겔을 맞는 녀석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안쓰럽게 했다. 재경이의 붕대를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한 의사가 들어왔다. 들어와서 한번 병원안을 쓰윽 둘러보더니 내쪽으로 다가왔다. "한재경씨의 보호자이십니까?" 보호....자.....? 음......내가 보호자...인건가...이 녀석의.... 재경이를 한번 바라보고 나는 '네' 라고 대답했다. "...........몸이 엉망입니다. 영양 실조기도 있고....수술도 너무 자주했고, 온 몸이 타박상이더군요." "......" "젊은 사람이 몸을 이렇게 함부로쓰면 나중에 정말 큰병이 들어요.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하는겁니다." 정말로 근심스러운 말투와 어조로 말해주는 의사. 왠지 이 사람은 돈보고 성형외과네, 피부과네....하는 가짜 의사들과는 달리 진짜 의사인 듯 싶었다. "비타민과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성장기의 청소년인데, 성장이 될 리가 없지요. 이런 사람은 한번 감기라도 들면 즉시 폐렴으로 번지게 되는겁니다." "......알겠습니다." "영양제네, 한약이네 그런것보다 밥부터 충실하게 먹으세요. 그래야 건강해지고 빨리 낫습니다." .........뭐랄까.....정감이 가는 의사랄까..... 괜히 내가 고마운 마음이 들어 의사의 가운에서 이름을 보았다. .....음....이름은 '이동진' 인가보다. "고맙습니다." 내가 말하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경이의 링겔을 갈아준 다음 카르테에 뭐라고 적어넣은 후 병실을 나갔다. "하아아아......" 누워있는 재경이의 붕대를 만져보고.....녀석의 피멍든 손가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의 손을 조심스럽게 펴서 내 손과 대보니, 손가락이 내 두번째 마디까지 오지도 않는다. ....정말....손도 엄청 작구나..... 녀석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으려니..... ....녀석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저번에 그렇게 숨겼던 녀석의 얼굴이. 머리가 가려주지 않는 턱쪽은 퉁퉁 부어서 아주 난리가 났지만.... ........갑자기......그 윗쪽이 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 윗쪽도 부어서 난리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래서 조심스레 녀석의 머리카락을 살그머니 집어서 위로 넘기려는 순간........ ........잠자고 있던 재경이 녀석이 눈을 번쩍 떴다. .........헉. 까..깜짝이야. .............하지만 나는 내가 머리를 걷어서 재경이 눈을 떴다는 그 사실보다 다른 사실에 더 놀라고 있었다........... .......푸른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까만색...도 아니다. .....그래...군청색..군청색 같아. 솜씨좋은 장인이 만들어낸 빌로드같이 빛나는 재경이의 군청색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깊은 바다를 연상시켰다...... ........................밤하늘처럼 은은하게 빛나는...깊은 바다..... ............북국의 머나먼 심해 深海. 홍영진의 구타로 이마는 부어오르고, 볼은 푸르게 멍이들었지만 그 부기가 가라앉고 멍이 빠지면, 갸름하고 흴 것이 분명한 얼굴.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놀라서 크게 떠진 검푸른색의 눈동자는 내 마음을 혼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던가? 저 군청색의 눈동자는...한국인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눈동자였지만, 그의 이목구비는 서양인이라기보다는 동양인에 가까웠다. 큼직큼직한 서양인이 아니라, 작고 아담하고 단아한...고전 미인이랄까. 그렇다면....혹시.....혼혈아? 재경이 얼굴을 숨기는 이유가, 그의 얼굴이 추하기 때문이라고 상상한 적은 있었지만 미모를 가리기 위해서 숨겼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것을 본 탓일까...... 재경의 얼굴에 대한 놀람은 2배로 돌아와..... ....나는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아...저...저기...." 재경이 당황한 듯 시선을 공중에서 헤매면서 손을 들어 다시 자신의 앞머리를 내리려 했지만, 나는 충격으로 인해 재경의 앞머리를 든 채로 동작 정지 해버리고 말았다. "아...이...이상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불안하게 떠는 재경. ...뭐가 이상하다는걸까? 눈동자 색이? 하지만 너의 눈동자는.....이상하다기 보다는....신비롭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혼혈아인가?" 잘 움직이지도 않는 고개를 끄덕인 재경은, 내가 잡지 않은 앞머리들을 자기 얼굴로 쓸어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링겔을 꼽은 손을 열심히 움직이느라, 그에 팔에 꽂힌 링겔 바늘이 뽑힐것만 같았다. 이런. ......내가 지금 아픈 사람 데리고 뭐하는 거지? 꼭 녀석을 괴롭히는 것 같잖아?... 내가 앞머리를 내려주자 재빨리 앞머리를 내린 재경은 안도의 한숨인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걷고 다녀도 괜찮은데. 왜 가리는거지? 아버지, 어머니 중에 누가 외국인이지? 아니면 격세유전인가? 궁금증이 물밀듯이 몰려왔지만, 아픈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어서 녀석의 눈동자를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을 꾹 눌러담고 재경에게 말했다. "자라." 내 말을 들은 재경은 놀란 듯 입술을 꼭 깨물더니... 나를 한번 바라보고 머뭇거리며 내게 말했다. "저...입술..입술에 피가..." "뭐?" 재빨리 재경의 입술을 봤지만, 입술은 붉었으나 피가 묻어있지는 않았다. "너 피 안나." 내가 말하자 '아' 라고 말하면서 재경은 고개를 젓고 작게".....나..말고...."라고 말했다. ...네가 아니면...나? 손가락을 들어 아랫입술을 쓸어보니 빨간피가 묻어났다. ....아까 홍영진에게 맞은건가. ........머리에서 피를 한바가지 쏟은녀석이, 남의 입술에 피나는거나 말하다니. ....아휴.... "난 괜찮으니까, 어서 자라." 내가 말하자 재경은 잠자코 누웠지만... 손은 꼼지락 꼼지락... 고개는 두리번 두리번... 아마도, 내가 옆에 있어서 긴장한 것인지 제대로 잠도 못자는 것 같다. 그래서 녀석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나는 병실을 나왔다. ****** 병실을 나와서 담임에게 오늘 한재경과 내가 조퇴한다고 전화드린 후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정말....곱씹어 볼수록 놀랍다. 방금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운 검푸른 눈동자... ...한재경...너는... ....너는 누구지? 학기초에 따돌림 당하는 것 때문에 한재경에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이렇게 다른 의미로 녀석에게 신경이 쓰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히 새로운 동거인은...나를 혼란시키고 있었다. ******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나절부터 앨범을 날라주고, 병원에 달려오고, 홍영진을 밟아주고... 점심때가 되자 창욱이와 선재가 점심을 사들고 왔다. 편의점 도시락이었는데 예전이라면 굉장히 맛있게 먹었을 도시락이지만 나도 모르게 재경이가 만들어준 음식과 비교하면서 먹는 자신을 발견했다. 같이 남아서 병원에 있겠다는 창욱이와 선재를 학교로 돌려보내고, 나는 병원 간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재경은 깊이 잠들어있었다. 피곤했는지 숨소리까지 새근새근 내면서.... 몸도 작은게 새근새근 하면서 자니까..꼭 애기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깨워서 데려갈까 했지만, 어렵게 잠든사람을 깨우는건 실례다 싶어 차를 가지고 있는 선배를 부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에서 이름검색을 하다보니... 현창..현창 선배가 저번에 차를 뽑았다는 말을 들은것 같아서 현창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 누구쇼? ] ....... "선배. 저 인선입니다." [으잉? 진짜냐? 난 발신자 표시에 니 번호뜨길래, 딴 놈이 니 전화로 장난전화 하는줄 알았다. 왠일로 니가 전화를 다 하냐? ] "선배 차 뽑으셨다고 들었는데..." [ 응. 뽑았다. 킥킥..시승식 하고싶어서? ] "아뇨. 아픈 애가 있어서 병원에서 집까지 실어다 주셨으면 해서.." [ 아, 그래? 거기 어딘데? ] "동광병원." [ 아...너네 학교 근처에 있는덴가보구나. 알았어. 15분쯤 후에 병원 입구에 서 있어라. ] "네." 나는 폴더를 닫고 핸드폰을 앞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간호사를 불러 링겔을 빼달라고 했다. "병원에 또 안와도 되겠습니까?" "아...특별히 이상이 없으면 안와두 돼요. 단지 나중에라도 머리가 아프다라거나 구토증세가 생긴다거나.. 그러면 바로 병원으로 찾아오세요." "약은요?" "약은 안먹어두 돼요. 약국에서 파는 연고 사다가 바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후시딘.... 후시딘 한통을 온몸에 바른지 10시간도 안됐는데... 그런 녀석을 또 패고 싶었던가... 나는 한숨을 내쉬고 재경을 안아 올렸다. 재경이는 깊이 잠들었는지 내가 안아올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평소때처럼 잔뜩 긴장한게 아니라, 무방비 상태의 재경. 녀석을 옆으로 안아 올리자, 재경이의 얼굴이 내 어깨에 걸쳐졌다. 고개가 기울어지자 옆으로 넘겨진 앞머리. 울긋 불긋 멍이 든 얼굴인데...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묘한 기분이 들었다. .....묘한 두근거림. .....모르겠어. 이런 상태. ...........이런 마음. ....역시 이 녀석과 있으면, 이상해. 녀석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나는 병원입구로 나왔다. **** "뭐야?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다니..." 담배를 피우고있던 현창 선배는 담배를 병원 담벼락에 비벼끄며 재경이를 보고 놀란듯 물었다. "아..별일 아닙니다." 현창 선배는 긴머리를 쳐버리고 산뜻한 금발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다. "머리.." "응?" "머리 바꾸셨네요." "아니?!! 그래! 나 바꿨어!!! 짜식, 알아봐주다니 고맙다." 그렇게 말하고 현창 선배는 차 문을 열었다. 앞좌석 밖에 없는 도요타 스포츠카였다. "멋있지? 폼나지?" 자신의 차를 '환상적이로군!' 이라는 눈으로 바라보며 현창 선배가 내게 물었다. "네." "이거 장장 6년 할부금이다. 6개월이 아니라, 6년." 아찔 하다는 듯 고개를 저은 선배는 '얼른 타' 라며 차문을 열어주었다. **** "고맙습니다. 선배." "아니다. 이럴때 돕고 살아야지..언제 한번 술이라도 마시자." "네." "그럼 나는 작업들어가러...바이~" 우리집으로 번개같이 날라준 현창선배는 급한 성격답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를 몰고 사라졌다. 나는 재경을 추스려 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라인의 유리문을 열자마자,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가 보이길래 ' 잠시만요' 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천천히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동안, 참을성있게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어주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몇층이십니까?" "7층." 내 말에 남자는 7층을 누르고 '으흥...같은 층에 살았군요' 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어.......저 얼굴... "....흠.....송원외고 다니는군요?" 내 교복을 알아본 듯 씨익 웃으며 말하는 남자. 아하! 그 사람이다. 아침에 영희가 잘생겼다고 칭찬하던 남자.. 이름이.... "강진혁 씨죠?" 내가 말하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13년전 졸업앨범을 보고." 내 말에 강진혁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흥....나도 같은 층에 후배가 살 줄은 몰랐지." 그렇게 말하고 눈웃음을 보였는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엘리베이터는 금새 7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남자..? 아니....여잔가? 키는 크지만, 얼굴은 예쁘다..라기보다는 아름답게 생긴 사람이었다. "어? 인주야..어디 가?" 진혁씨의 말에 그 사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자." 진혁이란 사람은 인주의 손을 이끌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게했다. 그리고 내가 내리자 눈인사를 하고 닫힘 버튼을 눌렀다. 으흠...... ...무슨..사이지? 두 사람에게 조금의 호기심을 느끼며, 나는 아파트의 열쇠를 열었다. *** * 사족. 혹시나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 ...강진혁하고, 정인주하고..이동진은 스팸메일에 나오던 사람들입니다. .....왠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도 조금 써보고 싶어서...^^ 그리고,..추천하고 감상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고 문을 여느라, 양팔로 부축하고 있던 재경의 몸에 균형이 흐트러져, 재경의 고개가 뒤로 제껴져버렸다. 아차. 그 충격으로 재경이 깨어나지 않았나해서 얼른 재경의 얼굴을 봤지만............. 여전히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휴......다행이로군...... 평소때는 조금만 움직여도 놀라더니, 고개가 제껴져도 일어나질 않는다.... 아마......굉장히 피곤했나보다......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재경이를....재경이 방에 눕힐까.....하다가, 그 방에는 침대도 없을 것 같아서 내방 침대에 녀석을 뉘였다. 작은 머리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는 녀석... ....몸보다 커다란 교복이 안쓰러웠다. 나는 재경의 신발을 벗겨서 손에 들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 - 송영희. "내가 인선이가 무슨일을 저지를거라고 말했지? (소곤)" "맞아. 이제껏 인선이가 참아온거야.그 홍영진 씹탱의 행패를...드디어 폭발한거지!! (소곤)" "아아.....그 책상을 내리치는광경이란!!! 크흑...ㅠ.ㅜ (소곤)" 지금은 야자시간. 그러나 우리 창가쪽에 자리잡은 야오녀(대외적으로는 꽃미녀) 4인방은, 아침에 있었던 일명-' 홍영진 책상 구타사건' 으로 아침부터 내내 이야기꽃을 만발하고 있었다. "멋.져. (소곤)" 남자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밤하늘처럼 긴 머리를 전지현 마냥 흩날리고 다니는 꽃미녀 조미선. 하지만 그녀도 알고보면 골수 야오녀-_-다. "그러게 말야........멋져요 실장님.(소곤)" 중이 절에는 관심없고 젯밥에만 관심있다더니...아아..그것은 바로 나의 얘기가 아니던가. 학생이라면 자고로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건만 요즘 우리 4명은, 우리반의 6대 명물을 구경하는데 등교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송원 외국어 고등학교. 줄여서 송원외고인 우리학교는, 그다지 공부를 잘한다고는 볼 순 없지만 ..노는물이 괜찮다.(후훗) 우리 반은 러시아어 선택반인데, 작년과는 달리(작년은 별로..-_-) 올해 우리반의 구성은 거의 환상적인 수준이라서, 반 남자 아이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하이클래스이다. 게다가 여자는 겨우 10명. 남자는 32명. 약 1:3 이라는 멋지구리 황금비율이다. 그리고 전교에서 유명한 6대명물은 우리반의 자랑?이라 하겠다. 우선 1대 명물은....당근 장인선. 학교에 들어올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장인선. 그 수려한 외모로 단상에 서서 입학선서를 하던 그 모습. 아아아.....그때 당시 이미 인선이의 팬클럽은 결성되어있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온갖 감투는 다 썼다고했고, 성적표는 언제나 하나빼고 수. 그 하나란 바로 '미술' 인데, 장인선의 유일한 취약과목이라 하겠다. 그러나.....사람이 완벽하면 또 인간미가 없지. 미술. 그거 못한다고 별거냐!!! 그리하여 우리 꽃미녀 4인방 (알고보면 야오녀 4인방)의 타겟은 장인선.이 되었다. 그리고 2대 명물은 저기 뒤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이창욱. 매 야자시간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자는데...... 아아.....그것도 귀엽다. 키는 인선이보다 커서....음....내가 보기엔 188정도는 되어보인다. 그렇게 키는 멀대같이 크지만, 어쩌자고 얼굴은 그렇게 선하게 생겼는지. 귀엽게 눈이 쳐져서 몰래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성격은 '의리파'. 그래서 친구들도 많은 편인 것 같다. 여자들에겐 약한 타입. 여자친구보다는 남자친구가 많은 것 같다. 에....3대명물은 창욱이의 짝꿍 이선재. 바로 저 사람이 문제로다....... 과연 사내로써 달려야할 것은 달고 태어났는지, 왕방울 또리또린 눈동자에 오똑하고 귀여운 코까지. 우리 꽃미녀의 진정한 적수라고 하겠다.+_+(빠직) 창욱과 인선이와는 중학교때부터 친구라서 둘과 엄청 친한 듯 하다. 창욱이와 더불어, 장인선을 전교에서 유일하게 '선인장' 이라고 부르는 인간. 크흑.....부러우이! ㅠ.ㅜ 그리고 4대 명물은.....씁쓸하지만 홍영진. 성격은 개폭탄 씨발 왕 짜증나게 더럽지만, 생긴건 반반하다. 온갖 색깔로 염색을 했지만....얼굴이 하얀편이라서 그것도 잘 어울리고, 귀구멍도 여러개 뚫었지만....쩝 봐줄만은 하지. 키도크고 힘도쎄고 집도 빵빵하다. 하.지.만. 넌 안돼. 너무 못됐어. 5대 명물은 홍영진과 더불어 한재경. 왕따라는 이유로 유명해졌다. 주로 재경이는 매점에 가면 볼 수 있는데, 홍영진 패거리들의 빵이나 간식 심부름을 하느라 매졈에 자주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왠만한 여자보다도 작은 키. 163이나 될까.... 그 키에 한아름 빵을 사들고 가면 여간 안쓰러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짱인 홍영진에게 찍힐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그저 방관만 했을뿐. 그.러.나. 이제 우리의 진정한 히어로(히어로?-_-;;) 선인장군이 가시를 뽑아들었으니, 재경이의 앞날은 창창할 것이다. (과연?-_-;;) 그리고......마지막 명물. 저 인간이 궁금해.... 이름은 선우현. 성이 선우고 이름이 현이라고 했다. 생긴건........나의 전문적인 야오녀의 시각-_-에서 볼 때 '색기가 넘쳐흐르게' 생겼다. 크고 옅게 쌍거풀진 눈동자는 언제나 맹-하게 풀려있으며, 얇고 붉은 입술은 갈매기입으로 닫혀있다. 게다가 창백한 얼굴까지. 에.....간단하게 표현하자면....백치미...라고나 할까. (하지만 예상외로 키는 크더라.) 그러나 밤마다 뭘 하는건지 학교만 오면 내동 퍼잔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내리 쭈-욱. (밥도 안먹나?) 그리고 야자는 하지도 않고 학교를 나간다. 그래서 목소리 한번 들어본 적 없지. 우리 4인방이 정체를 밝히기위해 주력하고 있는 인물중 하나이다-_-. "있잖아. 홍영진이랑 한재경, 내일은 학교에 안나오겠지? (소곤)" "내일뿐만이 아니라 당분간 안나오겠지. (소곤)" "홍영진이 오늘 죽도록 맞았다던데, 그거 왠지 인선이랑 창욱이가 한 것 같지 않아?(소곤)" "응. 맞아. 창욱이 입술이 터져있고, 목에다는 대일 밴드 붙였더라. (소곤)" "야- 잘됐다...나 재경이가 당하는거 너무 불쌍해서...(소곤)" "맞아. 그렇다고 해서 도와주기도 뭣하고...무섭잖아, 홍영진이. (소곤)" "저기, 거기에 4명. 조금만 조용히 하자." 우리의 수다가 피크에 올라있는데, 부실장 경태가 조용히 우리에게 말했다. 아쉽지만....흑...부실장님 말씀대로 조용히 해야지. 우리는 '미안해' 라고 말한 뒤 각자의 공부에 몰입했다. 그러나........아아.......문제집에 6대 명물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진정한 수험생으로써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선, 정녕 이 학교를 떠나야만 한단 말인가? 문제집의 문제가 '우리반의 6대명물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요? ' ① 장인선 ② 한재경 ③ 선우현 ④ 홍영진 ⑤ 우뢰매. 이렇게 보이는 기묘한 현상을 경험하며,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 - 장인선. 딩동.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는데, 벨이 울렸다. 누군가해서 밖에 나가보니..... 창욱이와 선재였다. "어이, 너 밥 안먹었지?" 집에 들어오자 마자 대뜸 말하며 도시락을 안겨주는 창욱이. 맞다. 저녁도 아직 안먹었군. "응." 내가 말하자 선재가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한다. "혼자사는 녀석이 자기가 자기일을 챙겨야지!! 아주 애기다! 애기!!" "훗...얼른 들어와라." 내가 말하자 창욱이와 헌재는 현관으로 들어와서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엇? 이 신발 못보던 신발인데......니꺼야?" 재경이의 신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 선재. "아. 재경이꺼다. 방안에서 자고있어." "으잉? 왜 한재경이 너네집에 있는데?" 창욱이의 질문에 나는"우리집에서 사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두 녀석의 입에서 동시에 엄청나게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뭐? 한재경이 너네집에 산다고?" "뭐? 한재경이 너네집에 산다고?" ........;;;.........말실수했다. * 사족. 추천과 감상 주시는분들께 감사드립니다.(감동-찌잉) 조회수와 추천수를 보고 놀랐어요..@_@(뱅글뱅글)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11~16 2002/05/15(21:25) from 211.49.140.9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43, 조회: 2209, 줄수: 3654,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11~16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내 왼쪽 어깨에 팔을 처억 걸친 후, 내 목을 조르며 말하는 창욱이. "아니, 어이하여 한.재.경.군이 자네집에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친구?" 그에 반비례해서 오른쪽 어깨에 팔을 감고 내 목을 조르며 말하는 선재. "아니지, 당근 우리에게 말해줘야지. 으응? 이봐요 선인장. 어서 말하게, 친구." 하아....말하기 귀찮았는데....아무래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목을 살인적으로 조르고 있는 이 두 팔을 없애기 위해서는. "잠깐만 팔좀 풀고 말하자." 그러자 무시무시하게 돌아오는 대답. "어허! 안돼지! 친구!" "어허! 안돼지! 친구!" ..........;;;;. 알았다. 알았어... 말해주마.... . . . . . ..............그래서 아주머니 대신에 한재경이 우리집에 오게 된거다." 귀찮았지만 차분차분 아주머니가 청주에 가게된 일이랑...녀석이 우리집으로 오게된일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에헤...그랬군.....그래서 니가 그렇게 재경이한테 신경이 쓰였던 거구나..친구." 으흥~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는 창욱. "알았네, 그러니 이제 이 팔 좀 그만 풀어주게 친구." 내 말에 선재와 창욱이는 웃으며 팔을 풀어주었다. 아이고....목이 뻐근한게..... 특히 창욱이 너는 힘도 세면서 내 목을 인정 사정없이 조르면 어떻하냐..... 나의 목뼈 원 투 뜨리에 웨이브 생기겠다, 친구. "그럼, 재경이가 밥도 해주는거냐?" "응.....그런데.......저녀석이 집을 구하면 그만두게 해야지....": "왜?" "동갑한테 밥얻어먹다니...이상하잖냐." "흠...그것도 좀 그렇겠다." 창욱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휘적휘적 냉장고로 걸어가서 캔맥주 3개를 꺼내왔다. 선재랑 창욱이는 나보다 우리집을 더 잘 알고 있으니.... 저번에 집에서 TV리모콘을 잃어버렸을 때, 나보다 선재가 먼저 리모콘을 찾아냈었지... "으윽, 이창욱! 술고래!" "무슨..한캔가지고....이건 음료수지 음료수. 참,저번에 병철이 형이랑 죽어라고 술마시고 집에 돌아가서, 담날 아침에 목마르길래 포카리 스웨트 마셨다가 죽는줄 알았지 뭐냐..." "왜?" "포카리 스웨트를 마셨더니, 수분만 체내에 흡수되는게 아니라..... 알콜까지 체내에 골고루 흡수되면서.....싸아아아아아아- 알딸딸...." 선재는 창욱이의 말에 캔맥주를 받아들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나도 창욱이 녀석의 표정에 피식 웃고 말았다. "너네들 야자는 어떻게 하고?" "1교시만 하고 빠져나왔지. 니가 남이 안챙겨주면 밥 먹을 군번이냐?" .....아니다. 나도 배고프면 밥 먹는다. "알았다. 고맙다. 잘먹었다." "오냐." 창욱이는 결국 캔맥주 3캔을 몽땅 비우고 나서야 선재와 함께 집을 나섰다. **** 창욱이와 선재를 돌려보내고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와보니, 재경은 아직도 잘 자고 있었다. 한치의 미동도 없이 푹 잔것인지, 내가 덮어주었던 이불 상태 그대로..... 구김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녀석을 침대 한 가운데에 눕혀놔서...나는 잘 곳이 없구나. .....어쩔수 없이 거실 소파에서 자야겠다. 조용히 장롱 문을 열고 여벌 이불과 베개를 꺼냈다. 그리고 재경을 눕힐 때 켜놓았던 침대 스탠드의 불을 끄려고 하다가, 긴머리로 가려진 녀석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슬그머니 재경의 머리맡에 앉았다. ..........살짝.....살짝.... 조심스럽게 두 손가락으로 재경의 머리를 뒤로 넘겨보았다. 왼쪽 이마는 퉁퉁 튀어나와...보기가 미안할 지경이었고... 오른쪽 광대뼈는 강철 주먹이라도 한 대 맞은 듯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균형이 안맞는 얼굴이었지만...... ..........기묘해.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나도 모르게 녀석의 부기빠진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저 멍과..부기가 가라앉으면....아마도...이렇게 갸름하게 변하겠지. .....흠.....괜찮은 얼굴인걸. 스탠드 불을 받아서인지 얼굴에 뚜렷한 음영이졌다. 약간 샤프한 느낌을 주는 콧날에 스탠드 불빛으로 인해 그림자가 지자, 미술부 애들이 뭐라고 지껄이는 피사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녀석. 왜 이런 얼굴을 가리고 다녔을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은 얼굴이야. 나는 놀랐어. 니가 이렇게 생겼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너의 그 신비한 눈동자가 한번 더 보고싶은데.... 특이한 색깔. .....그냥 한번 더 보고싶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봐. 눈좀 떠봐. ..............어이, 한재경. 눈 떠봐. 눈좀 떠봐...... 너의 눈동자를 보고싶어....... 하지만 재경은 새근 새근 가슴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쿨쿨 잘 자고 있었다. .....쩝...하긴.......눈뜨라고 해서 눈뜨면 더 무섭지..... 그래도....떴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끼면서 방을 나왔다. **** - 한재경. 짝- 가차없이 내 뺨을 후려치는 손길. [ 그 꼴보기 싫은 낯짝좀 치우지 그래? ] 짝- [ 니 엄마가 러시아 창녀니까 너도 눈 색깔이 그런거야!!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 짝- 짝- [ 보기 싫으니까!! 좀 가려!!!!!!! ] 알았어. 가릴게.... 내가 보기싫다면 얼마든지 가려줄게. 니 앞에서 사라져줄게..... 그러니까, 제발 때리지말아줘.....너무 아파..... 제발.....제발........ [ 서희야, 그만 때려......때리다 피나오면 더 보기 싫잖아....안그래? ] 서희의 오빠인 서진이 나를 향해 비웃음을 가득담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빠의 말을 무시하고 엎드려있는 나를 밟아버리려는 듯 오른발을 높이 쳐들었다. 그때,.......... 갑자기 인선이 나타나서 그녀의 멱살을 쥐고 말했다. [ 그쯤 해두지 그래? ] 그 사람외에는....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 목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 ........미칠 듯이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헉." 나는 재빨리 손을 들어 내 양 볼을 만져보았다. ....부어있어! ...........부어있어!!!!! 서희에게 맞았나봐.....무서워.....무서워.....무서워........제발....... 때리지 말아줘......너무 아프니까.....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제발......아무나..... ..........어깨가 들썩이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숨을 몰아쉬며 눈을 조금 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여기는......그 집이 아니다. 서희와 서진이 있는집이 아니다. 그러니까........한재경....진정해. 이건 서희가 때린게 아니야.... 맞아......이건 홍영진에게 맞은거야.... 진정해.....울지마.... .......울지마........ 홍영진에게 맞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는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에게 호되게 맞고....나는.... .........나는 인선에게 안겨서 병원에 도착했어.... 맞아.....그랬었어......... .......방금 그것은..............꿈이었나봐. ...............꿈을 꾸었다. 서희와 서진이 나오는 꿈을. 그 끔찍했던 기억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아프거나 힘들어서 잠을 자면 꼭 서희와 서진이 나오는 꿈을 꾸곤했다. 그래서, 잠자고 일어나면 더욱더 몸이 아팠다. ...........때문에......나는 몸이 아프거나 힘들면......잠을 자지 않는다. .....무서우니까. 그 꿈을 꾸느니, 아픈 것이 더 나으니까. "아......아........." 목이 아파서 조그맣게 소리를 내보았다.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쉰 목소리.... ......무섭다.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나를 더 싫어하겠지...........? .....오늘과 내일은 말하지 않는게 좋겠다. 왱왱 울려대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보았다....... 그러자, 내 몸짓에 따라...........바닥이 출렁거렸다. ..................바닥이 출렁거려? ........??? 이게 뭐지....? 지끈지끈한 머리를 감싸안고 아래를 바라보니, 내가........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치......침대라니.......! 침대 청소는 많이 해봤지만, 침대에 누워서 잔것은 처음이야..... .....신기해서 앉은채로 몸을 위아래로 움직여보았다. .......내 몸짓에 따라 출렁거리는 침대........ ...출렁출렁..... ............내가 움직이니까....침대도 움직이다니.......야........신기하구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침대가 출렁거리는게 신기해서 나는 앉은채로 점프를 해보고있었다. ......아.....근데 내방에는 침대가 없는데.......? 나는 열심히 점프하던 것을 멈추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침대와 장롱, 책상, 책장... 정말로 필요한것만 간결하게 있는 심플한 방이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여긴.......아......혹시.....인선의방인가.....? 그럼, 내가 인선의 침대에서 콩콩거리고 있었단말야? 화아아악...../////// .........갑자기 얼굴에 몰려오는 부끄러움. 나는 놀라서 튕겨나듯이 인선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쿵. 아....아이고...엉덩이야.... 눈물이 찔끔 나는것을 참고 벌떡 일어났다. 한번 움직일때마다 머리가 웅웅거리고 바늘로 콕콕 쑤시는것같이 아팠지만, ....인선의 방에서 잘 수는 없어서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어두운 거실에 야광 뻐꾸기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보통은 5시에 일어나는데....오늘은 좀더 일찍 일어났다. 조용히 발꿈치를 들고 내방으로 돌아가려고 걸어가는데...... ......거실소파에 인선이 누워있는게 보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깔끔한 얼굴선. 잠잘때도 흐트러지지 않는 바른 자세...... ..................... 두근두근두근두근...... 자고 있으니까.......그러니까....... .............잠시만 바라봐도 괜찮겠지.........? _____ .......처음에 이 집에 와서 인선을 본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출정도로 놀랐다. ............전혀 몰랐으니까. 이 집이 실장의 집이라는걸. 그리고 나는 인선같은 타입을 잘 알고 있다.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들. 외모도, 집안도, 학벌도.....그리고 미래도....어느것하나 부족할 것 없는 사람. 서진이나 서희, 홍영진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나를 싫어했다. 작고 비리비리하고 눈에 거슬린다며 나를 내쳤다. 그래서 인선의 집에서 일하면, 분명히 학교에 '왕따녀석이 실장네집에서 가정부 한다더라..' 라고 소문이 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은 나돌지 않았다. ...............그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나를 감싸주었다. 내가 홍영진에게 맞고있을 때, 그는 내게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내가 다른사람에게 매달리면 모두들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너무 무서워서 홍영진의 발길질이 무서웠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인선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나에게 배려라는 것을 해주었어. .......내가 울어도 꼴보기 싫다고 뺨을 내리치지 않았단말야.......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가 내게 베풀어준 배려가, 그가 베푸는 수많은 배려중의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나는 기뻤다......태어난게 감사할 정도로 기뻤다. 내가 그런사람을 위해서 밥을 해줄수 있다는게 기뻤다......... 새벽빛을 받아 투명하게 보이는 인선의 갈색 머리.... 그는 왜 소파에서 자고있는걸까....? 내가 침대에서 자기때문에....나랑 같이 자기 싫어서 소파에서 자고 있는걸까....? 그런걸까......? 들어가서 주무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잠자는 그를 깨우기는 미안하고........무서웠다. ........화낼지도 몰라. 서희나 서진은 잠자고 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너 때문에 잠이 깼다고 나를 발로차곤했었으니까......... 저기....잠깐만 눈을 떠보세요..... 잠깐만...... .............잠깐만 눈을 떠보세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하지만 인선은 눈을 뜨지 않았다. ........하긴......눈을 뜨자마자 내가 보인다면....기분 나쁠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그의 얼굴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내방으로 돌아왔다. - 장인선. "왜그래.....선인장...걱정있어?" .......걱정.....? "너야 원래 도통 무표정 하지만, 왼쪽 눈썹이 약 3mm정도 치켜 올라간 것으로 보아, 무언가 마음 쓰이는 일이 있는 모양인데......." 아침자습 시작 약 5분 전에 내 옆에 앉아, 양 볼을 사정없이 늘리며 종알거리는 선재. ....걱정.... ........걱정이....랄 것 까진 없지만, .......................지금 신경쓰이는 것은 한재경. 어제 병원에 다녀온 뒤, 몸이 아파서 오늘 하루 내내 잘거라 생각했지만, 왠걸. 역시나 6시가 되자마자 일어나보니, 나도 모르게 아침밥까지 모두 차려놓았더라. 어제 그렇게 맞아놓고 벌떡 일어나 밥까지 차리다니.......예상외로 불사신 같은 녀석이로군.... 나는 녀석의 몸 상태가 걱정스러워 '좀 쉬어라' 라고 말했지만, 녀석은 예상외로 '설거지만 끝내고....' 라고 말하길래, 나는 그냥 '그럼 설거지 하고 자라' 라고 말하고 학교에 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집안일 걱정말고 푹 잠이나 자라....라고 말하고 올걸 그랬나보다. "흐응.....무슨 걱정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내 볼을 늘리는 선재의 팔을 가볍게 물리치고,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치잇....선인장, 실망이야." .......실망은 무슨..... "창욱이는?" 내가 묻자 선재는 '별걸 다 물으쇼' 라는 표정으로 창욱이 자리를 눈짓해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었다............ "못말리겠다." "중학교때부터 저랬으니, 고칠려는 생각은 하지도 마라.......아휴......저 둔탱. 대학갈 생각은 있는지나 몰라?" "훗.....어련히 알아서 할까.......자습 시작하겠다. 어서 자리에 앉아라." 내가 말하자 선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욱이 옆인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 아침 내내 침으로 홍수를 만들며 자던 창욱이는, 역시나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벌떡일어나서 구내 식당에 가자고 난리다. "얼씨구....잠퍼자니 배고프냐?" 선재가 눈을 흘기며 창욱이에게 말했지만, 창욱이는 씨익 웃더니 "잠자는것도 예상외로 칼로리가 많이 소비되는거야..."라며 익살을 떨었다. 창욱이와 선재가 토닥거리는 가운데에 껴서, 나는 구내매점에 도착했다. 188이 넘는 날렵한 거구를 움직여 선재와 내 몫의 백반까지 받아온 창욱이는 입안 한가득 밥을 오물거리는게.....한없이 기쁘다는 표정이다. "천천히 먹어 이창욱. 아무도 안뺏어가!!" "시어.(싫어)" 물한모금 안마시고 연신 밥을 쓸어담는 창욱이. ........짜식.....너의 별명인 도봉산 반달곰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암!!! (참!!!)" 밥먹다 말고 무언가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나를 쳐다보고, 창욱이가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왜?" "그 저아생 이자너 (그 전학생 있잖어)" ".......전학생?" 밥이 입에 가득차서 말이 잘 안나왔는지, 창욱이는 밥을 얼른 씹어 삼키고 말했다. "왜, 그 병철이형이 말해준 우리학교로 온다던 전학생." "아......있었지." "걔 이름이 뭐였냐? 나 아무래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서....." .........음.......... "현승호." 내가 말하자, 밥먹던 선재가 눈이 똥-그래져서 말했다. "...............병철 선배랑 친하다면.........혹시........그.......... 무천중의 현승호..........?" "으엉? 그 현승호야????" 숟가락을 들고 놀라는 창욱이. ......현승호........무천중의 현승호라.......... ............아! 무천중의 현승호...!! 들어본적 있다.............. 한번도 싸움에서 져본적이 없다는 녀석. 이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성장중과 배진중을 차례로 깨부신 녀석. 스포츠 만능에, 1학년때 입학하면서부터 무천중의 짱이었다고 들었다. 왜 병철선배한테 이름을 듣고는 딱 필이 꽂히지 않은거지.....? 하지만.....어쨌든........내가 들은 소문으로는....... "..........그녀석...배진중 깨부시고 정학먹었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말하자, 창욱이가 "아냐.....나는 퇴학당했다고 들었는걸?" .........창욱이를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본 선재. "나는......소년원에 들어가서, 소년들을 평정했다고 들었는걸........." ............................;;;; "소문이 와전된 모양이다." 내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 둘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녀석이 우리학교로 전학온단 말이야?" 선재의 질문에 창욱이는 미역나물을 입으로 쓸어담으며 '게다가 우리반으로 온댄다' 라고 대답했다. "으윽!!!! 이거 이러다가 홍영진이랑 2파전....뭐 이렇게 되는거 아냐?" 선재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로 말했다. "음....하지만 병철선배가 소개시켜준 사람이던데..." "그래....? 그럼 소문과는 달리 좀 괜찮은 사람인가봐? 병철 선배......사람가려 사귀는건 유명하잖아..." "하긴.....병철이 형은 자기가 좋아하는 놈들만 이뻐라 하니까...." ......홍영진이랑 2파전이라니...... 혹시 둘이 작당해서 한재경을 패고 다니려나......? 하아.....피곤해지겠군. 홍영진은 그렇다치고, 현승호를 상대하는건 힘들텐데....... .......잠깐. 내가 왜 현승호를 상대해서 재경이가 맞는걸 보호해줘야하나? "어이! 어이! 선인장!!! 국그릇들고 멍-하니 앉아서 뭐하는거야?????" .......그래..... 한재경이 맞고오면..... 내가 기분이 좀 그래서.....그래서 녀석을 보호해주는 것 뿐이다. .....그 쬐끄만 녀석이 맞고다니면...... ........그냥 내가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아서.....그러는 것 뿐이야......... 그 녀석이 그렇게 애처롭게 떨면서 내 옷자락을 잡는게.....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 뿐이다. "별거 아니다." "치이....시시하기는....." "참.....그....왜......아픈 사람한테는....뭘 해주는게 좋냐?" "오옷?????????? 혹시 한재경 때문이냐??????" .........눈치도 빠르지, 이선재. "아....응..그렇다." "하긴~ 재경이도 하루내 집안에 콕 쳐박혀 있을려면 심심하겠다.... 글쎄.....나 아플땐 만화책만 디립다 봤는데.... 그럼 머리가 상쾌해지더라..?" "집에 만화책 없는데...." "..........으음.....-_-;;" 선재의 밥을 기어코 한덩이 뺏어먹은 창욱이가 내게 말했다. "옷~! 그러면 게임하는거 어때? 그 철권이라도 한판 땡기면 가슴이 다 후련한게.....캬.....!!" 게임기라..... 음.......집에 옛날에 쓰다만 닌텐도 게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되서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까? ***** 집에 돌아오니 한재경이 부지런히 밖에다 빨래를 널고 있었다. .......시간이 넘쳐나니 대청소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집안에 커텐, 테이블보, 식탁보..전부 가져다가 빨아놨다. "한재경." 내가 부르자, 작게 '어' 라고 말하고 재빨리 내 앞으로 쪼르르르 달려온다. ......달려오는것도 귀엽지..... 몸이 작아서인지 도무지 17살로는 보이지 않는다. 고등학생이아니라 중학생같아. "잠자지그랬어? 피곤할텐데...." "......아니...." 재경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풋.....붕대감고 도리도리라니....... "빨래 안해도 된다." "....아.....응....." "소파에 앉아있어...." 재경이 엉거주춤 소파에 앉는 것을 보고 나는 방으로 돌아와 사복으로 갈아입고 장롱 아래쪽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쯤 넣어두었던 것 같은데......여기가 아닌가........? 장롱 이불 아래로 손을 넣고 허부적거리는데, 무언가 딱딱한 것이 걸렸다. ........이건가보다. 꺼내보니, 옛날 닌텐도. 팩이야 전부 버려버린지 오래고.....게임기 안을 보니, 들어있는 팩은 단 하나. 1945. .........비행기 슈팅 게임이라.........뭐.........나쁘지는 않군. 게임기를 들고와 거실에 있는 TV에 연결하고 있으니,재경이 소파위에서 안절 부절.. 좌불 안석.....도와줘야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한재경. 내 방 책상위에서 서류 집게좀 가져와." 내가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방으로 잽싸게 들어간다. 재경이 방안에서 서류 집게를 찾는동안, 게임기 연결이 끝났다.. 채널을 외부입력으로 돌려보니, 익숙한 1945스타팅 화면이 떴다. ..........이야......초등학교 이후로 안해봤으니.....정말 오랜만이네........ "......저기....." 나에게 서류집게를 건네주는 재경. "여기 앉아." 내가 내 옆자리를 탁탁 치면서 말하자, 조심조심 내 옆에 앉았다. 내가 예고없이 녀석의 앞머리를 잡아 올리자, 재경이는 '헉' 이라고 말하더니 눈을 똥그랗게 떴다. ..........정말.....눈동자 한번.......예쁘네....... "집안이니까......앞머리....걷고 있어도 괜찮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앞머리를 서류집게로 탁. 집어버렸다. 우리집에 여자가 없으니 삔같은게 있을 리가 없지. .......그래서 대충 서류집게로라도 앞머리를 올리는게 좋을거라 생각했다. "아.....저기......" 불안한 듯 시선이 공중을 헤메는 재경에게 게임기 조이스틱을 턱 안겨주었다. "게임 하자." "........에...?" "게임하자고." "...............나는....해본적이 없는데....." ............음......그래도 1945는 좀 많이 하지 않나? 어쨌든....안해봤어도 상관은 없지만..... "괜찮아. 쉬우니까."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불안한 듯 조이스틱을 만지작 만지작 하더니 TV에서 게임화면이 뜨자, 놀란 듯 눈이 똥-그래졌다. "........풋...." ".......????" 녀석의 당황한 모습이 왠지 귀엽다고 생각되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게임 시작한다....." 비행기 선택하는 것도 모르는지 버벅대는 재경에게 '음..이걸 누르면 비행기가 선택된다' 라고 말하자. '아..네' 라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1945를 해보는 것인지.............. 재경은 시작하자마자 내리 세 몫을 잃고 장렬히 전사했다............ "아.......미.........미안합니다...." ......뭐가 미안하다는거야? 재경은 입술을 깨물고 조이스틱을 놔두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봐." 내가 방에 들어가려는 재경의 옷자락을 붙잡자, 재경은 불에 덴 듯 깜짝 놀랐다. .......아이고......새가슴아......놀래지좀 마...... "에..에?" "조금더 해봐.......괜찮아......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다보면 실력도 늘겠지.." "하....하지만....나는 정말 처음 해보는거라서........" 발그레 해져서 버벅대는 재경의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 해주었다. "내가 없는동안 연습해놔라. 다음번엔 시작하자마자 죽지 않도록. ..............빨래하지 말고, 이거해." "으....응..." 우리둘은 나란히 앉아서 그날 밤이 다 가도록 열심히 1945를 했다. ****** - 현승호. "승호야.....정말 너 전학가도 괜찮겠어?" 어머니께서 달걀찜을 식탁으로 나르며 내게 물어오셨다. "그러믄요! 제가 외고를 얼마나 가고싶어 했다구요....." "그래.......그렇다면 다행이지만........나는 혹시나 니가 아직도 그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학교를 옮기는건 아닌지....." "..........에이, 엄마 제가 애긴가요? 다 잊었어요......" 그제서야 어머니는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기셨다. "그래........그거 다행이로구나...... 새로운 학교에서 잘해봐.....이번엔 또 주먹싸움 하고 다니지 말고!! 응? 이 엄마 속이 다 늙어요!!!" "풋....알았어요 엄마....엄마도 얼른 밥 먹자." ..........오늘은 그 아이가 죽은지 3개월이 되는 날이다. 그러니까.......100일쯤이나 되었을까........ ........................내가 외면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잊었다는 말은 거짓말. ..................그 아이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도피하는 것 뿐. 제발.......새로운 학교에서는.......... .............그런일이 없기를 바란다.................... 제발.....그 아이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번쩍.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또 정확히 아침 6시. 6시에 일어나기는 했으나.... 어제 늦게 잔 탓으로(재경과 열심히 1945를 했다)머리가 띵-했다. 정말 게임을 이렇게 몸바쳐 해본게 얼마만인지.... 닌텐도를 산 초기-그것도 약 한달- 이후에는 이렇게 열심히 게임을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성격이 무엇 하나에 딱 집착하는게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거실을 나와보니.. .....불사신 재경, 또 아침밥을 차려놓았다. "일찍 일어났네?" 내가 말하자, '아.....응....' 이라고 대답하는 재경. ...나는 원래 아침 안먹어서...안차려주고...늦잠자도 되는데... 둘이 1945를 파한 시간이 새벽 3시가 좀 못되서였으니까... 저녀석은 3시간도 제대로 안잔 꼴이다. ".......들어가서 잠 자라." "아...설거지만 하고." ...;;;....설거지 대마왕 한재경. 아예 자동 설거지 기계나 하나 사버릴까보다... "괜찮아...한잠 자고 일어나서, 게임 연습이나 잘 해둬. 오늘은 봐주지 않겠어." "아..." 재경은 그렇게 말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역시, 내가 말한대로 서류집게로 머리를 확 걷어 올렸군. ....어제 밤, 재경이와 게임을 하는데 내가 연속 15번을 이기면 (1945니까...오래 살아남는게 이기는것으로 하기로 했다) 재경이가 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었다. 나는 '설마 연속 15번을 지겠나....' 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10분도 안되서 재경이는 0승 15패를 기록해버리고 말았다. [......////]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만 발개져가지고 있는 재경이가 왠지 모르게 재미있어서, '내가 이겼으니, 이제부터 집에 있을땐 그걸로 머리를 확 걷고 있어라' 라고 말했다. 그러자 재경은 울상이 되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오늘 야자 2교시 안하고 일찍 올거니까, 연습 잘 해놔라. 오늘은 나를 한번이라도 이기면, 내가 니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지." ".....엣?" 주걱을 들고 눈이 똥그래진 재경이가 왠지 재미있어서, 나는 가볍게 웃고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 해주었다. "아...////" 뭐랄까, 이 신선한(?) 반응. 나를 피하는 것 같으면서도....왠지 나를 따르는것 같기도 하고... ....귀여운 동생이 하나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치우고, 집을 나왔다. 물론, 재경은 이번 일주일 동안 결석하기로 했다. **** - 이선재. 선인장은 오늘 정확히 7시 25분에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나와 창욱이에게 눈인사를 하고....... 윤리책을 펴놓고 책상에 앉아서 팔짱을 낀채 눈을 내리깔고 앉아있었다. 확실히....본판은 반반해서..... 눈아래 그늘마저 지게하는 긴 속눈썹이라던가... 유려한 콧날이라던가... ..저 팔짱을 낀 포즈는... .....뭐로 봐도 사색에 잠겨있는 현자같아 보인다. .......우리반의 여자애들은 저 모습을 보고..... '왕자님의 근심!' '사색하는 황태자!' .....등등 근거없는 말들을 붙이곤 하지만.... 중학교때부터 저녀석과 부대껴온 나와 창욱이는 알고있다. 저건 근심이나, 사색이 아니라......... .............단지 '수면'을 취하고 있는 것 뿐임을.... 저것이 바로 선인장의 최대 특기...바로 '눈뜨고 자기'인 것이다. ...괴물같은 녀석-_-+. 저렇게 눈을 내리깔고, 수업듣는척, 책보는척, 공부하는척, 하고는 수면을...그것도 숙면-_-!!을 취하고 있는것이다. [ 어머, 저렇게 팔짱을끼고 무엇을 생각하는걸까? ] [ 글쎄...인선이라면, 칸트의 철학이라던가...구스타프 융의 학설이라던가... 뭐 그런 거창한걸 생각할 것 같지 않아? ] .....천만의 말씀. 우리 선인장군은, 저 상태로 아-무런 생각없이, 무상무념의 경지로 주무시고 계시는것 뿐이다. 야자 감독 선생님들도 모두 저 모습에 속아넘어가고 있는것이다!!!! (너희들은 속고있어!!!! ㅠ.ㅜ) 사실 선인장은 사색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거다!!! 정말 저것을 볼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쳤던 이의 심정을 공감할 수 밖에 없는것이, 나도 어디 땅에다 구멍이나 파고 '선인장 눈은 잠자는 눈!'이라고 외치고 싶다..... 나와 창욱이도 처음엔 녀석이 대단한 고민에 빠져있는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건드리기도 미안해서 팔을 톡톡 치면서.. '저..저기..실장...저...담임 선생님이 너 불러오래....' 라고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말했지만....아무런 미동이 없는 선인장. 그래서 창욱이가 좀 세게 선인장을 밀었더니...... 밀어뜨린 그 자세 그대로 누워서 자더라...... 그때 우리는 알아버렸다....선인장은 단지 자고 있었을 뿐임을.. 하긴...그때부터 우리가 친해지긴 했지만. 확실히 장인선...에..선인장이란 인물은 겪어보지 못하면 도무지 모를 녀석이라 외모라던가, 딱 부러지는 말투라던가, 높은 성적이라던가.... 그런것만 보고는 선인장을 조금은 어렵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성실한 녀석인것을...... 친해지기 어렵지만...자기의 포용 범위 내로 들어오면....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녀석인걸..... 쯧쯧...자네들은 속고 있는거야... 그리고.....외모 그대로인 녀석....-_-;;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이창욱. 도무지 이녀석은 밤 10시만 되면 골골-해져서 자는 녀석이 학교에와서 왜 또 이렇게 잠을 퍼자냐고!!! 자..잠깐...녀석의 침을 좀 닦아줘야겠다. 쓱-쓱- 나는 주머니에서 창욱이 전용 손수건을 꺼내, 녀석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고 녀석이 홍수를 이뤄낸 침을 닦아주었다. 내가 이렇게 맨날 닦아주니까...녀석은 자기가 침을 흘리고 자는지도 모르는거다. ....확......안닦아 줘버릴까보다...!! 창욱이는 등치도 큰 녀석이, 책상을 거의 껴안다시피 하고 자는 터라 ...100m전방에서 봐도 '저녀석 자고있구나-_-' 라는걸 알 수 있게 잔다... 학기초에는 야자감독 선생님도 창욱이를 깨우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셨으나.... ......이젠 선생님도 포기하셨다. [ 저기 누구야! 자는놈 깨워!!! ] [........창욱인데요.....] [..........................그냥 재워라.] 하도 자길래, 복도에서 '투명의자'를 시켜놔도, 벌을 받는채 자는 녀석이 바로 이 이창욱이란 녀석이다. .......내 친구들은 다 왜이래! 나도 좀 정상적인 친구들과 놀고 싶다구요!! ㅠ.ㅜ 오전 수업내내 우리반에서 잠잔 사람은 이창욱, 선우현, 그리고 (나만이 알고 있는) 선인장. ....저 선인장이란 인간 매커니즘은 어떻게 되어있는것인지, 수업이 끝난것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잠자다가도 일어나서 '차렷' '경례'를 붙인다(그것도 박력있게!ㅠ.ㅜ이건 사기야!!!).....그리고나서.... ....팔짱을 끼고 다시 잔다...... 이창욱과 선우현은 전교에서 잠탱으로 소문났으니...선생들도 다 포기했다. (선우현은...수업시간에 선우현의 번호인 32번을 부르면 우리가 '선우현인데요' 라고 대답해준다. 그러면 선생은 알아서 선우현 포기하고 다른 번호 부른다....) 오죽했으면 '깨어있는 이창욱을 보려면 매점으로 와라' 라는 소문이 났을까.... 으휴...!!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창욱이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걸 보고 옆의 여자애들은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킥킥대고 웃었지만, 저 둔탱 반달곰 이창욱이 그걸 알리가 없지...-_-;; 오죽했으면, 자기한테 고백한 여자애한테 ' 앗...나에게 고백해주다니, 고마워. 그럼 난 이만 가봐도 될까?' 라고 말했을까.. "밥! 밥! 밥!" 밥을 맹렬하게 외치는 이창욱.....-_-;; "....알았다. 알았어...." 아침 내내 사색(사실은 숙면)에 잠겨있던 선인장도 책을 덮고 일어났다. 책상에서 일어날때 잠시 비틀거린 것으로 보아... 아직 수면의 그늘이 다 가시지는 않은 것 같다........ "선인장, 왠일이야? 오늘 하루내 자던데...." ".....응? 아...어제 좀 늦게자서..." "왠일로?" ".......재경이랑 게임하느라...." "뭣?" "뭣?" 창욱이와 나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때문에 아직 구내식당으로 가지 않은 반 아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모두 쏟아져버렸다. .....물론 내 옆에 있는 이 키큰 두놈은 다른 사람의 시선따위야 신경도 안쓰겠지만.....나는 신경이 쓰인단 말이야.... "나와, 나가서 얘기하자." 내가 말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나섰다. "헤.....정말 게임 했네? 재밌지!! 재밌지?!! 그지?" 니 등치가 188이라는걸 좀 알고 말해라, 이창욱아! 녀석은 키만 크고...어쩌자고 얼굴은 저렇게 애기같이 생겼냐구요!! "응...오랫만에 하니까 재밌더라." "헤에....선인장....그럼 너 재경이 얼굴도 봤어?" 내가 물어보자, 창욱이도 흥미 있는듯 눈이 반짝였다. 나의 질문에 선인장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응.....뭐라고 해야하나....굉장히.........귀여워..." ............. "아서라, 참으로 귀엽겠다..-_-" "응...참 귀엽겠구나..-_-" 실망한 창욱과 나. ".....엣...? 정말 귀엽다고...." 조금 눈이 커져서 말하는 선인장. "너의 심미안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맞아...내가 유일하게 선인장보다 잘하는게 미술이잖냐! ㅋㅋㅋ" .....녀석이 학년 최고 우등상을 못받은 단 하나의 이유. 미술이 '가'-_-였기 때문이다. "아...그..그런걸 떠나서..그냥 귀엽다고." 미술을 걸고 넘어지자 또 태클이 걸린 선인장. 말을 조금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선인장 자신도 미적감각이란 전혀 없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녀석이 중학교때(사복 입었었다)베스트 드레서에 꼽혔던 단 하나의 이유는 녀석이 옷을 잘 입기 보다는, 옷걸이가 잘 받쳐줘서 아무거나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너 저번에 이상하게 생긴 아줌마 보고 '아름다우시네' 라고 말했었자나" "맞아. 저번엔 퍼그보고 '참 예쁘게 생긴 개로군' 이라고 말했었지." "....아.......아냐...귀..귀엽다고...." 푸훗....버벅대는 선인장. "알았다, ㅋㅋ 알았어....우리도 언제 한번 놀러가서 한재경 얼굴이나 봐야지." "......오지마." 우리가 계속 놀리니까 꽁해졌는지, '오지마' 라고 말한다. "킥킥킥..알았어용~ 선인장씨. 밥이나 먹읍시다~ *^^*" **** - 장인선. .......나도 안다. 내가 미술에 있어서는 '꽝'에 가깝다는 걸. .......나는 별로 그것에 대해서 불만이 없지만, 옆에서 계속 그걸로 놀려먹으면....좀 피곤하다. 한번 나의 '미적 감각 결여' 에 대해 제동이 걸린 선재와 창욱이는 야자 1교시 끝날때까지 '피카소가 어쩌네...르노아르가 어쩌네... 미켈란젤로의 화풍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화풍은 뭐가 다르네....' 등등으로 화제 만발이었다. .....내가 보기로는 그 그림들은 다 거기서 거기이건만...... .........나로서는 고역인 시간이 아닐수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를 뒤적거려 아파트 열쇠를 찾으려고 했는데.... ......아파트 열쇠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오늘 깜빡잊고 책상 위에 두고 왔나보다. 오랫만에 조금 밖에 안잤더니...내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것인지. 학교에서도 내내 몽롱한 상태였는데....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철물점 아저씨를 불러 문을 열어야겠군..... ..........이 아니지..... .........집에는 한재경이 남아있지 않은가. ........옛날에 집안일을 해주던 아주머니도, 일정시간 와서 청소하고 밥해주고 가는 분이셨을뿐....야자끝내고 집에 올때는 항상 나 혼자였다. .....하지만.....지금은 벨을 눌러도.....나오는 사람이 있구나. [ 딩동 ] 조금 간격을 두고....다시한번...... [ 딩동 ] 조금 후에 조그맣게 퉁탕거리는 소리.... 그리고...... [.....누..구세요? ] 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작은 목소리. 내 집에 내가 벨을 누르고 들어가는건 처음이다... ....음...이럴땐...뭐라고 말해야 하지.....? [ 안녕하세요, 인선입니다.]..? 아냐...여긴 내집인걸..... ....그래.... .....이렇게 말해볼까....? ".....나다." 내가 말하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부드러운 군청색 눈동자와 함께. "...이..일찍 왔네..." 버벅거리는 군청색 눈동자.... ....귀여운걸. ...........왠지 귀여운걸. 내가 미적감각이 결여되어있던 말던.....저녀석은 귀여운걸. ......내 맘이야. 나한테만 귀여우면 돼. 너네들한텐 안보여줄거야. 저 눈동자를, 너희들에겐 보여주지 않을거야. 내가 벨을 누르면, 이렇게 나와주는 사람이 있는걸. 군청색 눈동자를 빛내면서 나와주는 귀여운 녀석이 있는걸. "연습 많이 했어?" "....엣?" "게임 연습 많이 했어?" 내가 말하자, 입술을 깨물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귀여운걸.... 입술을 깨물고 열심히 끄덕이는 저 동작도.... ..나는 녀석의 머리를 한번 부비부비 해주고, 함께 거실로 들어와 닌텐도를 켰다. .....실수라도 좋으니까, 나를 한번 이겨봐. 니가 원하는것을 줄게. ........기왕이면, '자동 설거지 기계 한대 사주세요'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군. * 사족. 성년의 날이로군요...^^ 성년이 되신 분들, 축하드려요. 오늘 박지윤의 성인식을 7번이나 들었답니다...-_-;; 그리고...언제나 추천과 감상 주시는분, 감사드려요..ㅠ.ㅜ 늦어도 감상에는 꼭꼭 리플을 다니까... '혹시?' 하는 마음으로라도 한번 봐주시길 바래요.. 열심히 리플 달았는데, 안봐주시면.....안봐주시면......;;; ...서..서운하지요...;;(나의 단어선택력이란..ㅠ.ㅜ;;) 재경과 함께 1945를 시작한지 10분이 슬슬 넘어가고 있는데..... 오호.....재경이 녀석.... 집에 앉아서 연습을 많이 하긴 했나보다.. 어제와는 달리, 시작하자 마자 장렬하게 전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내가 녀석에게 일부러 져주기 위해서.... 적이 쏘는 총알, 일부러 가서 다 맞고.... 내꺼 남은 폭탄, 하나도 안쓰고.... 업그레이드 P(예..1945에서 P먹으면..힘(?)이 세지지요..;;) 하나도 안먹었건만... .....그래도 녀석은 나보다 먼저 죽었다. 참으로......대단한 게임치가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요리나 살림으로 게임머리가 다 가버린게 아닌가 싶다. 역시 이번에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죽어버렸다. "풋...한번 더 하지." 내가 말하자 재경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경과 내가 비행기를 고르고... 게임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재경은 또 한대 죽어버렸다... 아이고...또 돌아가시면 어떻해... 나를 언제 이길건데.... ....나는 1945를 하다 말고, 잠시 재경을 바라보았다. ....자기의 비행기가 터지자 깜짝 놀라서 어깨가 움찔하는 재경. 게임에 엄청 집중하고 있는 모양인지,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게임 화면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확실히 병원에 다녀온지 이틀정도 지나자, 얼굴의 부기도 많이 빠지고... 멍도 옅어져가고 있었다. .....이마의 부기가 가라앉자, 둥글고 단아한 이마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랄까.........예쁘네. 내가 미술적 감각이 상실됐다고는 하지만, 어느정도 예쁜건 알아볼수 있다니까. ....이창욱, 이선재. 너네들도 재경이 보면 깜짝 놀랠거다. ......그래도 보여주긴 싫지. 재경은 입을 조금 헤-벌리고 열심히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갈증이 났는지, 혀로 입술을 훑었다. 뭐랄까....갑자기 입술 사이로, 흰 이가 보이고... 붉은 혀가 그보다 더 붉은 입술을 훑고 지나가니까.... 두근.......야릇한 기분..... 아..뭐..뭐냐고...두근.... 갑자기 당황해서 녀석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는데, 재경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고 조이스틱을 손에서 놓고는... 손을 번쩍 들어, 만세 포즈를 해보였다. 그리고....조용히 입에서 나온 단어. "..이...이..이겼다..." 엉? 내가 당황해서 재경의 얼굴을 보다 말고, 화면을 보자 나는 이미 죽어있었고, 재경이 겨우겨우 1대를 남겨놓고 살아있었다. "어..? 니가 이겼네....?" ".....아...응!" 기뻤는지, 재경은 얼이빠진채 약간 홍조띈 얼굴로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킥킥...녀석의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 해주었다. "이겼으니까.......갖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봐." "....아..."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말해봐." 녀석은 굉장히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교과서." 라고 말했다. .....................? .........................교과서.....? .............자동 설거지 기계가 아니라 교과서? 왜지....? 아...... .....혹시 홍영진 패거리가 녀석의 교과서를 다 찢어버린걸까.... ".......누가 가져가버렸나? 너의 교과서..." 내가 말하자, 재경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다. 생각해보니, 재경은 예상외로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 저번 3,4월 모의고사에서 반15등 안팎에서 머물곤 했으니까.... 교과서도 없이 15등 안에 든 녀석인가... 하긴..모두 자는 영어문법시간에도 유일하게 수업듣는 녀석이 바로 한재경이긴 했다.... 시계를 보니깐...8시를 조금 넘은 시간. 내가 야자 1교시만 하고 와서.....시간이 좀 이르다. ".....그럼, 지금 사러갈까...? 교과서....?" 내가 말하자, 재경은 '도..돈주시면 제가 사올게요.' 라고 말했다. "아휴....'돈 주시면'이 아니라, '돈 주면' 이고..... '사올게요' 가 아니라, '사올께'." ".....응.." "그리고, 너 어디서 교과서 파는지는 알고 있어?" 내가 말하자, 재경은 당황한듯 입술이 달싹 달싹... ....풋...모를줄 알았다. "옷 입고 나와...." 나는 재경에게 단호히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대충 옷을 걸쳐 입었다. 옷을 걸쳐입고 나와보니, 재경도 머뭇거리며 현관앞에 서 있었다. 물빠진 청바지와 흰 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둘다 어디서 물려받은 건지 녀석의 몸보다는 훨씬 커보였다. .......허리가 큰 바지를 추스려 입느라고 정신이 없는 재경이 녀석. 앞머리는 이미 내려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긴, 서류집게 꼽고 밖에 나갈수는 없겠지... 어쨌든......교과서 보다.... ........옷을 먼저 사는게 좋겠다. "가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재경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열심히 종종걸음으로 나를 따라왔다. 빨리 걷느라고 청바지가 줄줄 내려갈 지경이다. ......참. 녀석은 키도 작으니...내 한걸음이 녀석의 세걸음이나 되겠다. .......조금...천천히 걷는게 좋을것 같아.... 내가 걷는 속도를 늦추자, 재경이는 놀랜듯 나를 한번 보고 자기도 자신의 페이스로 걷기 시작했다. 내 가슴께나 올만한 재경이라서...걷는것도....뭐랄까... 아장..아장..걷는것 같달까... 맨날 함께 걷는 선재나, 창욱이와는 달랐다. 창욱이 녀석이야 188이 넘으니 발은 항공모함이오, 한걸음이 황새걸음인데다가.. 선재녀석은 성격이 예상외로 급해서 걸음은 오죽이나 빠른지... 이렇게 천천히 유람하듯이 걷는것도...처음인 것 같다. .....재경이와 나는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다. * BGM -Pretty Woman. by...Roy Orbison 재경은 확실히 당황해하고 있었다.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점원들에게 당황해 하고 있었고, 자기에게 이 옷, 저 옷을 대보는 점원의 행위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당황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 아무래도 줄줄 흘러내리는 재경의 청바지가 신경쓰여서, 택시를 타고 예전에 여자 친구(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와 같이 왔던 곳을 찾았다. 그 여자친구는 여기 옷이 가장 세련되고 좋다고 말했지만... 나로서는 뭐 별반 세련된지도 모르겠더라. 이 상점에 안에 진열된 옷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면, 0이 몇개가 붙어있는지를 모를만한 것들도 많았다. 나는 그것을 볼때면 '도대체 이 천조가리에 이정도의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여기서 옷을 자주 사는편인데, 그 이유는 단 한가지. 내가 고르지 않아도 점원들이 알아서 골라주기 때문이다. ......내가 고르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 "어머~ 얼굴이 하얗네- 근데, 이 예쁜 얼굴에 누가 이렇게 멍을 들여놨을까...? 혹시 싸움한거야?" "어머머머- 혹시 혼혈아인거야??? 눈 색깔이 너~무 이쁘다~~~~~♡" ( 선인장 생각 : 그렇지요? 미술 '가'인 나도, 보는 눈이 있다..이겁니다.) 여점원들은 재경의 얼굴에 이 옷, 저 옷을 가져와 대보며, 진열대 위에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있었다. (재경의 앞머리는 점원의 실삔에의해 위로 제껴진지 오래다) 여자들의 쉴 새 없는 질문에 재경은 질식할 듯 눌려서 간간히 겨우 '네' '네' 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저게 얼마나 괴로운지는 나도 알지. 정말 여자들의 질문 공세란...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 키는 얼마세요? ' ' 어머, 나이는 몇살? ' .......알아서 어쩔려고.........;;; "저..저기..." 나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듯한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는 재경. ....그 눈빛에 갑자기 동조되어 나도 모르게 ' 옷좀 그만 대보시오!' 라고 말할뻔 했지만... ......잠깐만 참아라. 재경아. 그래도 옷은 골라야 할 것 아니겠니..... "어머~ 얼굴이 하얘서 아무거나 대도 잘어울린다-..뭘 골라줘야 할까 모르겠어.." "거기 오빠는, 옷 안살거예요?" 나를 바라보고 말하는 점원. "아뇨. 됐습니다." "에이~ 한벌 사지그래요?" "저녀석이나 골라주십시오." "오빠한테도 골라주고 싶은옷이 산더미인데...." 여점원은 섭섭하다는 듯 입맛을 다지고, 다시 왕성한 정력으로 옷을 한다발 가져다가 재경의 얼굴에 이리저리 대보고 있었다. "몸이 작은데다가 날씬하니까, 여자 옷을 입혀도 되겠다~ 그지?" "응, 응!! 정말 오랫만에 멋진 옷걸이가 왔네~~~ 골라주는게 기뻐요~~~ㅇ♡" "응, 유니섹스로 입혀야겠어....어두운 색깔을 입히면 얼굴이 죽겠다~ 미스 송~~~ 거기 연분홍 니트랑, 아이보리색 스웨이드 바지좀 가져와봐!!" "아..아니..저는요.." 당황한듯 울상이 되어서 얼굴이 빨개진 재경. "아~ 이정도면 됐겠다...이제 그만 가져와!! 이러다가 밤새 입혀보지도 못하겠다~ 자~~~~~ 그러면 나를 따라오세요~~~~~~~" 여점원은 의욕적으로 옷을 한다발 들고, 재경을 거의 질질 끌고 성큼성큼 탈의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거기 여자분... 왜 재경이를..데리고 들어가는거야.... "자! 여기 커피라도 한잔 드세요!!" 갑자기 눈 앞에 불쑥 나타난 커피잔을, 나는 무의식중에 받아 손에 들고 '고맙습니다' 까지 말하고 있었다. "헤에~~~~ 혹시 동생이예요?" ....재경이 말인가....? "아뇨, 동갑입니다." "정말..? 요즘 남자애 치고는 키가 작네요??? 근데, 진짜 이쁘게 생겼더라... 얼굴에 멍이랑, 빠지면 정말 여자라고 해도 믿겠어~" ....그죠? 이쁘죠? 나만 그렇게 보는게 아니었다니까.. 엣...잠깐..혹시, 이 점원, 아부성 발언을 퍼붓는건....? ...아니겠지. ...설사, 그렇다고 해도.......뭐, 어때, 나한테만 귀여우면 되는거지. 그때, 갑자기 탈의실 문에 벌컥 열리면서 재경의 손을 이끌고 여점원이 나왔다. "짜자잔~~~~~~~~ 어때요~~~~~????? 헐렁한 아르마니 화이트 터틀넥 칠부에다가, 다리가 가늘어서 다리선을 돋보이게 하는 옆줄이 들어간 바지를 입혀봤어요. 그리고, 마무리로~ 수제 베이직 스니커즈...잘어울리죠????????" 당황한듯 붉어진 얼굴에 재경은, 어디다가 시선을 두어야할지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정말........... ................귀엽네. ......놀라버렸어, 나. "어머~~~~ 큐트해요~~~~꺄~~~" 옆의 여점원이 손을 휘두르며 귀엽다고 난리를 쳤다. "어머! 거기 오빠!!!! 뭐라고 말좀 해봐요!!!" ....거기 오빠..?....그거 나? 뭐..뭐냐면.... ....어....엄.... "자...잘 어울리네요." "호호호!! 역시!! 역시!!! 나의 패션 센스란!!! 잠깐만 있어봐요!!! 부랴부랴 재경을 끌고 들어간 점원은 또 잠시 퉁탕거리다가 재경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좀더! 성숙한 분위기로!!! 허리선이 강조된 라벤더색 브이넥에다가 약간 그레이가 섞인 화이트 바지!!! 이건 원래 여자옷인데, 몸매가 워낙 날씬하니까 아무거나 잘받는다...♡ 이건 어때요???" "꺄!!!! 엘레강스!! 판타스틱!!! 고--올--져--쓰--으---!! +_+" 옆의 점원은 거품물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아이고..저기 그만..그만..." 반면에 재경은 눈물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 그..근데... ........재밌는걸. 미안하다. ......재경아...조금만 더 참아라. "....잘 어울리네요." "오호홋!!! 역시!!! 잠깐, 그럼 또 내가 골라논게 있으니까..." 나날이 옷갈아 입는 속도가 향상되는듯,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또 갈아 입고 나온 재경. "짜자자자잔!!!!!!!!! 이번엔 정장---이예요!!! 눈동자 색하고 맞춰서....네이비 블루의 수트를 입혀봤어요. 이건, 페르가모꺼랍니다..후후~ 속은 당연히 화이트 셔츠를 넣었고...에....여기다가 머플러를 해도 되고, 넥타이를 매도 좋고, 이렇게 단추를 하나 풀고 다녀도 좋고!!" ..............또 놀라버렸다, 나. 눈동자 색하고 너무 잘어울리는 수트. 매장 안의 불빛을 받아 수트가 빛나자, 녀석의 눈동자와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잘..어울리네요." ".....예....저기요...그...그만요..." .......재경이...재경이 울겠네. 이제는 아예 눈물이 고여버린 재경. "됐습니다. 그만 하지요." "에에????? 안사셔도 좋으니까, 입혀보게 해주세요~~~ 내가 골라놓은게 얼만데!!! 아직 미스티그린 폴로티하구, 레몬색 티셔츠랑, 감색 스웨이드 팬츠랑, 에스닉한 스프라이트 셔츠랑, 또..또..또..골라놓은게 얼마나 많은데!!!"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많이 골라놨다.라는 말 같다. "다 주십시오." "에.....에엣?" "아까 입었던거랑, 그거랑 다 주십시오." "히익~ 정말? ......우와.... 많이 사니까, 우리도 DC해줄께요. 근데, 정말 잘 어울려서 다 입히면 좋겠다. 그죠? 그죠?" .....응....잘어울리더라. 나는 점원에게 아버지가 준 카드를 건네주었다. "아까 입혀본 세벌만 지금 주시고, 나머지는 집으로 배달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헤- 서비스루요, 신발이랑 프라다 백도 드릴께요♡. 그럼, 여기 싸인하고, 주소 적어주세요." 내가 주소를 적고, 재경을 돌아보자....... 재경은 옷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고..... .......사색이 되어있었다. "저..저기..이거..이거..한달 생활비보다 더 비싼데요..." 한달 생활비.......;;;....... ........몸에 배어있는 주부근성인가. 어째 비유를 해도..꼭 생활비에다가..... "괜찮아. 돈은 아버지가 보내주시니까." "........그..그래도...." "어머~~ 거기 작은오빠~~~" .......작은 오빠? ;;; ...재경...? "이리와봐~ 내가 왁스로 머리 넘겨줄게요~~" "괘..괜찮은데요..아뇨..저기요..저기요....." 재경이 뭐라 하던말던, 그녀는 재경의 손을 이끌고 척척 걸어가 거울 앞의 의자에 재경이를 척 앉히고 왁스를 손에 발라 솜씨좋게 재경의 머리를 쓱쓱쓱 넘겨주고 있었다. "자아~ 앞머리가 긴건 좋은데, 좀 층을 내야죠.. 이렇게 앞머리를 까-맣게 길러버리면 얼굴이 안보이잖아..그죠? 요즘엔 무스보다 왁스를 많이 써요..알죠? 스타일이 좀더 부드러우니까... 이렇게 집에서 스스로 좀 머리를 넘겨서...아유~ 이쁘네~~~~~♡" 머리를 넘기고, 새 옷을 입고는 얼이 빠진듯 멍-해진 재경과 함께, 여점원들의 성대한 환송을 받으며...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 BGM # Build Me Up Buttercup - The Foundations - -From OST : There's something about Mary 메리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중에서. I need you more than anyone, darling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필요해. You know that I have from the start 당신도 알잖아, 내가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했다는걸. So build me up 그러니, 날 기분좋게 해줘요. Buttercup, don't break my heart 내 맘을 아프게 하지 말아줘요. "공통 수학, 국어 상, 하....국사, 영어, 공통과학...또 뭐가 남았지?" ".....음......일반 사회." "아하. 그럼..이쪽으로.." "...아..저기...." 교과서를 사기 위해 서점으로 왔다. 정장을 빼입고, 교과서 사기...란 조금 언매치스러운 일이었으나, 본래 목적을 잊을 순 없지. 하지만 서점 주인은, 어째서 교과서를 저렇게 천장 가까이에 올려놓았는지.. 키가 작은 재경은 닿을리가 만무하고, 내가 손을 뻗어도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서점 주인에게 사다리를 달라고했지만, '그거 부러졌는데요' 라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재경이 내 어깨위에 올라가 앉아서 교과서를 꺼내게 되었다. "좀더 왼쪽으로 갈까?" "아..아뇨! 괜찮아...요...아니...음..." 풋...내 어깨에 무등을 타고 앉은 재경은, 안절 부절..불안해 죽겠다는 말투다. ".........나....무거운데." "안무겁다...가벼운데?" 정말로 가볍다. ......새털같이 가볍다...라고 하는건 사기겠고... 정말 중학생만큼이나 가볍다. .........밥 좀 많이 먹여야겠다. 고등학생이..이렇게 가벼우면 어떻해..태풍불면 휘날려가겠네.. 재경은 당황한 듯 '아..음..' 하더니, 황급히 일반 사회를 꺼냈다. "....다 골랐어." ".......부족한게 없는지 다시한번 봐봐...." 재경이 고개를 들어 책장을 훑어보다 균형이 흐트러졌는지 몸이 크게 흔들렸다. 재경이의 몸이 갑자기 흔들~ 어....? 어엇......? 이러다 떨어지면...... 바닥에 머리..쿵! 안돼!!! 병원 갔다온지 이틀째야!!! 떨어지면 안된다고!!! "어어어엇~!!" "어어어어어어어어어----?" 꽉! 이런, 갑자기 앞이 안보이네! 혹시 재경이가 내 머리를 붙잡은건가..? 나의 우려와는 달리 재경이 무심결에 내 머리를 손으로 황급히 붙잡아서 다행히도 바닥으로 쿵!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휴..다행이로군.... 하지만... 기우뚱하면서도 내 머리를 꽉 붙잡는 녀석의 행동이 귀여워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푸훗.." "...........이......이런.......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다시 내 머리에서 재빨리 손을 떼는 재경이. .....음.....방금 갑자기 붙잡는게 재밌었는데.... ....헤에....잠깐만. "어어어--?" 재경이에게 예고도 하지않고, 갑자기 오른쪽어깨를 조금 내려 기우뚱~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아이고!' 라고 말하면서 내 머리를 깜짝 놀라서 붙잡는 재경이. 마치, 강아지가 내 머리를 껴안는 것 같아서.......귀엽다.......쿡쿡.... ......아.....아픈애 데리고 이러면 안되는데... 어떻하지..재밌어서..... ".....쿡쿡쿡..." "아...아....아이고...."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아이고'를 연발하는 재경. 푸훗.... ......재미붙이면 안되겠네....근데 너무 재밌다. "미안해. 갑자기 움직여서...발을 헛디뎠어." "아냐, 내가 무거워서 그래..." 아냐, 너는 가벼웠는데 내가 장난친거야..쿡쿡. "저기..다 골랐어. 다 골랐어." 빨리 내려오고 싶은지 다 골랐어를 두번이나 연발하는 재경이. "알았어. 천천히 내려와."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재경이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로 천천히 제자리에 앉자, 내가 앉기기 무섭게 쪼르르 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조금 더 있어도 괜찮았을텐데.... "........고마워.......책하고....오..옷도...." "...아...." 쿵. .......조금 볼이 붉어져서 말하는 재경이가.....갑자기...... 갑자기..... ....내 가슴을 콱...막히게 만들어버려서.... ...........나는 그만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했다. "......뭘, 그런걸, 가지고." 나는 이상스럽게 로보트처럼 어색한 말투와 어색한 손놀림으로 책값을 지불하고 여전히 어색하게 서점을 빠져나왔다. **** "....교과서 나한테 줘." 밖에 나와서 천천히 걸으며 찬바람을 쐬자, 그제서야 서서히 돌아오는 정신. 아까는 내가 갑자기 어색스러워져서 정신 없이 서점을 빠져나오는 바람에, 재경이가 교과서를 다 들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가벼워." 녀석에게 또 주라고 해봤자, 또 거절할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냥 녀석의 머리를 한번 부비부비해주고 녀석의 품안에서 교과서를 뺏어 내가 들었다. ".....아이고, 괜찮은데..." .......풋......왜 감탄사가 '아이고!' 냐구요~. 진실로 아줌마 정신이 배어있는 감탄사가 아닐 수가 없다. 정말 얼굴은 소년이면서, 하는일은 왜이렇게 웃긴거야... "아이고, 괜찮습니다." 내가 재경이의 말투를 흉내내서 대답하자, 재경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수그려버렸다. "쿡쿡.......집까지 걸어갈래?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재경이가 빨리한 걸음이라도....나한테는 느린걸음. 뭐랄까....보통 9시 반..이런시간에 논다면, 나이트..라던가...클럽..이라던가...이런곳에 있었겠지만.... 이런것도 좋은것 같다. 가로등이 비춰주는 인도를........ 교과서를 안고....... 옆에 강아지 같은 녀석과 발걸음을 맞추며..... 시원한 밤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보이지 않았던...느끼지 못했던....밤거리의 상쾌함. 평소때는 그리 싫어했던 경적소리도 즐겁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붐비는 인파속을 헤치고 지나가는것도, 생각보다는 재밌어. 거리에 나온 테이프 판매 리어카에서 나오는 유행가도 나쁘지 않아. 쇼윈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도 왠지 모르게 따스해 보여.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이 좋은 느낌. ..........나쁘지 않아. .....음......나쁘지 않아. 상큼하고....즐겁기도 한 기분. 재경이, 너와 같이 걸어가서 그런것 같기도해. .....이상하기도 하지. 평소때는 싫어했던 것들이 즐겁게 보이기도 하고.... 평소때는 내가 하지 않았던 행동을 무심결에 하도록 하고.... 너는 특이해. 너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어. "저쪽으로 가자, 공원쪽을 가로질러서." "응." 우리동네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괜찮은 공원이있다. 벤치가 깨끗하고, 작지만 호수도 있어서 연인들이 꽤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천천히 걸어서 공원에 도착해보니.....역시나 공원은 저녁이었지만, 색색의 불빛아래 여러쌍의 연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서로서로 허리를 안고 걸어가는 연인도 있고.... 함께 솜사탕을 나누어먹는 연인들도 있고.... 무엇이 재밌는지 계속해서 마주보고 웃는 연인들도 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연애란 저런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주체할 수 없이 끌려가고.....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것. 해본 적은 없지만.... ..........해보는것도....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해. 내 모든 것을 주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연애. 공원을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가는데, 밤이 늦어서 도구를 걷고 집으로 가려는 채비를 하는 솜사탕 장사가 보였다. ....흠.... "솜사탕 먹을래?" 왠지 아기같은 재경이한테 솜사탕을 물려놓으면 잘 어울리것 같아서 권해보았다. "어..? 어....머..먹어본 적이 없는데...." ......? ........;;; 1945를 못해봤다는건......이해하겠다. 게임을 싫어한다거나, 오락실을 싫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솜사탕도 안먹어본 천연기념물이 있을줄이야... 어렸을때 다 한번씩은 먹어보는거 아닐까..? 그러나 재경의 표정에 일말의 거짓이라곤 없었다. 정말로 솜사탕을 생전 처음본, 신기해하는 얼굴. 풋......역시, 넌 특이해. "그럼, 오늘 먹어봐." 나는 재경이에게 말하고, 솜사탕 장사 아저씨에게 솜사탕 한개만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허허..마지막 손님이 되겠구먼' 이라고 말씀하시더니, 다른것보다 조금더 크게 솜사탕을 말아주셨다. 재경이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아기같이 신기한 얼굴로 솜사탕을 받아들었다. 정장입고...솜사탕이라니..! 하하하..! 정말로 안어울려야 맞는 말이겠지만, 이상해. 너한테는 잘 어울린다. 솜사탕이. 아기같은 얼굴로 솜사탕을 바라다보며 걸어가느라, 재경이는 돌에 걸려 넘어질뻔 했다. "어어, 조심해야지." 내가 재경이의 팔을 잡아주자, 재경이는 '어, 미안' 이라고 말하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솜사탕을 조금 떼어서 하는 말. "......너도....먹을래?" 솜사탕을 조금떼어서 나를 바라보며 묻는 재경이. ....... "좋아." 재경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서 내 입으로 솜사탕을 떼어주었다. ...........맛있네. 어렸을때 솜사탕은 달아서.....다 안먹고 버려버렸었는데.... .....솜사탕이란건 생각보다 맛있었구나. 이상하기도하지.....나는 단건 질색인데. 커피도 프리마만 넣어서 마시는데.. 솜사탕은 맛있다. 설탕을 돌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저씨가 덜 단 설탕을 쓰신건가? ...모르겠어. ...5월을 맞이해서, 공원에 심어놓은 팬지들이 만개해있었다. ...노란팬지도 있고....자주색도 있고.....보라색도 있다. 팬지를 바라보면서, 솜사탕을 물고 가는 재경이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기뻐보였다. 저렇게 만개한 팬지도 예쁘지만.... 지금은 아마도 라눙쿨루스가 만개할 시기일 것이다.. 언젠가 식물원에 놀러가서 보았던 라눙쿨루스. .......다른말로는.....Persian Buttercup이라고 했던것 같아..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빨간색도 있었고..노란색도 있었고...연분홍색도 있었어... 나는 예쁘다, 안예쁘다는..잘 모르지만.. 그 꽃은 왠지 내 마음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장미나, 튤립같은 꽃보다.....화려하지는 않지만.....독특한 아름다움. 그때 옆에서 구경하던 녀석에게서 라눙쿨루스의 꽃말을 들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 아마 지금 이 근처에서 라눙쿨루스를 파는곳이 있다면 재경에게 '이거 왠지 너랑 비슷한것 같다' 라고 말했을 것 같아. .....공원을 거의 다 지나, 집이 보이기 시작하자....조금은 서운한 느낌. 에....오늘 쇼핑은...굉장히 재미있었어. 솜사탕을 거의 다 먹어가는 너의 모습도, 귀여웠어. ......오늘은 왠지 특별한 날 같아. (조금 덧붙이자면, 아주 먼 후에 안 사실이지만, 라눙쿨루스의 꽃말은............'당신에게 매우 끌립니다'.)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17~19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1~10 2002/05/25(11:43) from 61.99.252.9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54, 조회: 2682, 줄수: 3742,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17~19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A Winter Story -Remedios From 'Love Letter' OST 러브레터 중에서. -와타나베 히로꼬씨에게. 아무래도 쑥쓰러워서..이 편지는 부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장인선. 오늘은 토요일. 화요일부터 재경이와 1945를 하기 시작했으니.. .....재경이와 밤마다 1945를 한지도 벌써 5일째다. 나날이 재경의 실력은 상승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시작하자마자 죽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나날이 재경이 얼굴의 부기도 빠지고 있었다. 부기빠진 녀석의 얼굴은...뭐랄까.... ......상상보다 단아하고...상상보다 가늘었고..... ...상상보다... .......상상보다..... ....여하튼...예뻤다. 남자에게 그런말을 써도 좋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소년...도 아니고, 소녀도 아닌..무언가 중성적인 분위기가 풍긴다고..할까... 처음엔 내 손이 스치기만해도 놀라던 재경이었지만, 요즘엔 날 좀더 편하게 생각하는것 같기도 하다...... "어이, 선인장!!! 뭐가 그리 얼이 빠져있는거야??" 내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며 물어보는 창욱이. "...아...별거 아니다. 왜?" "흠...너야 뭐..언제나 표정이 한가지이긴 하다만, 왠지 눈이 좀 몽롱-한것같아서. 킥킥...담임 생선이 너 오래. 교무실로 가봐." "........담임 선생님께서..?" 담임은 자주 콜하는 편이 아니었는데...무슨 일이 있나보다. 시계를 슬쩍 보니까...6시 반이 조금 넘었다. ...곧 집에 갈 시간인데... 무슨 일일까.... ***** "선생님." 등을 돌리고 앉아계시는 선생님을 조용히 불러보았다. "아..인선이구나." 뭔지 모를 서류를 정리하시다가 안경을 벗고 눈을 부비는 선생님. .....반백의 머리가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선생님에게선 피곤에 찌든 샐러리맨의 느낌이 났다. 피곤해 보이는 표정.... 나른한 말투... 수업시간에도, 복도를 걸으실때도..왠지 힘이 없어보이시는 선생님. "인선아.....혹시 내가 옛날에 말했던 일, 기억나니? 친선대회말이다." "아, 예." 사실은.......까맣게 잊고 있었다. 뭐라더라...그...각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서, 세계는 하나...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함께 친선을 다진다.... 그런 취지의 대회..라고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그 말씀을 하신건 3월달이었고... ..바빠서 그런건 잊고 있었는데. "우리학교에서 대표로 2명이 가기로 했는데...내가 널 추천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찬성하셨다. 1학년이지만...잘 할 것 같다고... 학교의 명예를 걸고 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거라.... 내신에도 분명히 좋은 영향이 있을거야...." ".......어디로...?" "작년에는..프랑스였고..올해는 이탈리아로 간다고 하더구나." 이탈리아..? 그런곳이면..하루 이틀로는 안될텐데...? "몇일이나 있게되는겁니까?"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일주일동안. 아마 다음주 일요일쯤에나 집에 오게 될거다."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재경이가 학교에 등교할텐데... 그리고...아마도.... ...홍영진도 등교하게 될 것이다. "....." "...가기 싫으냐?" ".........글쎄요...." 선생님께서는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를 반듯하게 정리하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억지로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니라 생각한다. ...시간이 넉넉한 1학년때..한번 넓은 세계를 보는것도...좋을거야.. 이런 좁은 학교에만 있으면, 사람마저 작아지는 법이거든."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미소짓는 선생님. ......좁은 학교에만 있으면..사람이 작아진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께서... ..........그런생각을 가지고 계신줄은 몰랐다. ...... 일주일간의..이탈리아 여행이라...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외국은..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유럽쪽은 정말 가보고 싶었으니까.... 한번 가볼까........ 그......친선 대회. "...참가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래....알았다." "그럼..." 내가 인사하고 교무실을 나가려고 하자, 선생님께서 조용히 '잠깐만' 이라고 말씀하셨다. "......?" 선생님은 셔츠 한귀퉁이로 낡은 뿔테안경을 닦으며 내게 말씀하셨다. "니가 홍영진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였다며?" 그...책상으로..때린것..말인가...? "..........아..." 이런...사실 그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교내 폭력 사건'이 될것인데.. ......깜빡 잊고 있었다... "....................잘했다." ..........? 잠깐..방금 선생님께서 잘했다..라고 말씀하신거야? ........자..잘했다..라니... 안경을 다 닦은 선생님은, 한손으로 안경을 쓰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인선아..." "예..?" "이런말 하기...뭐하지만....... 실장으로서 의무감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반친구로써.. 재경이한테 신경 써주길 바란다." 재경이한테..신경을..써달라고.....? ....담임 선생님은 언제나 조용하시고.... 수업에도 열의가 없으시고.... ..여하튼 우리에게 별로 신경을 써주시는 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부르지 않는 재경이의 이름마저 알고계신다면... ..선생님께서는 우리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계신걸까? ...하지만 한번도 한명 한명 호명해 주신적은 없었는데... 출석번호로만..부르시던것 아니었나? "교단앞에 오래 서다보면, 느낄수가 있지. 내 수업에 진실로 임해주는 사람을. 재경이는 내 수업을 진지하게 열심히 들어주더구나. 그래서 난 녀석이 맘에 들어....고맙지. 내 수업을...그렇게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있다는 것 말야. 굉장한 힘이 된단다. 반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다녀오고, 밤늦게 까지 과외를 하고 각자의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는 것 잘 알지만... 이해하지만...그래도 아무도 내 수업을 들어주지 않으면.. 맥이 빠진단다.....교단에 서는 순간." "......." "하지만..재경인.....내 수업시간에 한번도 안졸고 열심히 들어주더구나.. 그래서......참 고마워. 단 한사람이라도 내 수업을 들어준다면...난 열심히 하고싶단다." ".......아........" "사람 마음이란건...그런거다. 나를 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되는거야.." "........" "그래서 내게 힘을 주는 재경이에게..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 재경이가 그..왕따 라는걸 당한다기에, 녀석을 불러서 어줍잖은 상담이란걸 해봤다." 선생님은 어색한듯이 웃으시고 계속 말씀하셨다. "선생이 해줄 수 있는건...겨우 상담정도라고 생각하니까.. 답답하더구나.. 너처럼 녀석에게 한방 퍽! 하고 먹일수도 없고..."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힘없이 웃으셨다. "..........내 자신이 바보같이 지기도 하더구나.." "........" "재경이를 앉혀놓고... ...홍영진 녀석이 때리는것..괴롭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 "이런건 괴롭지 않다고, 열심히 학교 다니겠다고... 작은 목소리지만 뚜렷하게 말하더구나...." "......." "여리지만..강한 아이 같아 보이더라. 니가...잡아주길 바란다. 쓰러지지 않도록 말이야... 우리학교 잘 졸업할 수 있도록..." "......네.." "....다음주엔 현승호..라는 녀석이 전학 온다던데.. 그 녀석도 소문으로는 주먹 깨나 쓰는 녀석이라 하더라.. 걱정이..되더구나. 또..재경이가 맞고다니진 않을까..하고 말이야.. 미안하지만, 니가 재경이를 돌바주길 바래......." "..............알겠습니다." "........그래...고맙다. 그럼, 가보도록 해..." ...........언제나 무신경해 보이시던 선생님. 우리에게 무관심해보이던 그의 뒷모습에 반 아이들을 모두 걱정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무시하고..언제나 자기 공부만 해도... 선생님은 모르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 알고 계셨다. 어쩌면 속상하셨을지도... 어쩌면 슬프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러셨을 것이다... ...............사람은, 무심결에 다른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나보다. ***** 교실에 돌아와보니, 반 아이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학교는 조용했다. 다들 선생님 말씀대로..과외하러...학원가러...학교를 나갔겠지. 어두워진 교실에 내 책가방만 덩그러니 남아있는건...왠지 모르게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텅 빈 책상과... ......텅 빈 의자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이렇게 적막하고..외로운 건물인것을... 게다가 밖에는......비마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산은 가져오지 않았다. 빈 교실에 밖에 비내리는 소리가 한가득 울려퍼졌다. ........아마도........비를 맞고 가야할 것 같다. 창밖을 보니 굉장히 강하게 쏟아지는 비. 금방 그칠것 같지가 않아서, 그치는걸 기다리지 않고 그냥 비맞으며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학교에 남아 있는 교내 신문 몇장을 우산대용으로 쓰기위해 대충 고깔모양 비슷하게 접어보았다.. 접어놓은 신문을 손에 들고 학교 현관 앞에 서서..... 시원하게 운동장에 쏟아지는 비를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어렸을때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때도...이렇게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비가 올때가 있었다. 그러면...학교 현관앞은 언제나 우산을 가져온 학부형들로 붐비곤했다. 하지만......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오시지 않을 거란걸. 각자의 일을 하느라 바빠서.....나를 마중하러 올 시간이 없다는걸..... .....너무나 잘 알아서..... 나는 조금...슬펐었다. 그래서 전교의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혼자 비를 맞으며 집에 가곤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이들이 다들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우산을 쓰고 가는 옆에서.. 나혼자 비맞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그건 부끄러움이었을지도 모르고.... ...창피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마중하러 올 사람이 없다는것. .....그것이.....슬프고...창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들이 '인선아, 왜 넌 엄마가 아직도 안오셨어?' 라고 물어보면... ........'응?...조금 후에 오실거래..' 라고...말하곤 했다. ......그것은 내 최초의 거짓말이기도 했다. 그냥..'우리 엄마는 날 데리러 오지 않으실거야' 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난 거짓말을 했었다. 그래서 난 오늘처럼.... 이렇게 텅빈 교실과..텅빈 학교를.... 맨 마지막으로 떠나곤 했다. 가끔씩은 삼촌이나..이모나..그런 사람들이...갑자기 생각나서 나를 데리러 오진 않을까... ...아니면, 엄마 아빠가 갑자기 이곳을 지나게되서... ...나를 데리러 오진 않을까..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관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중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는게... 나는 조금... 아니.. 사실은... ........아주 많이 슬펐었다. 집에 가도......나 혼자 씻고....아줌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는것... ........어쩌면 그것은 외로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어렸을때부터..... 비오는 날을 제일 싫어했다. 우산이 있을때나....없을때나. 하지만, 이젠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학교 현관에 초등학생때처럼 우산을 들고 기다려주는 학부형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땐...어른이 된다는게....조금은 좋기도 하다. .....홀로 있어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날 마중해주는 사람이 없어도......어색해 보이지 않고..... ......슬프지 않으니까.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접어놓은 고깔을 대충 머리에 쓰고 비가 쏟아지는 운동장으로 뛰어들었다. 고깔위에 정신없이 비가 쏟아지고, 접어놓은 보람도 없게 금방 고깔은 비에 젖어 물이 새고 말았다. .......이거 쓰나 마나겠다.. 고깔을 벗어 학교 운동장 구석에 대충 쳐박아 두고 집까지 달려볼까 생각하는 도중... 누군가가 내 등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갑자기 씌워지는 우산. .........? ..........내 뒤에는 우산을 받쳐든 재경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내게 씌워주느라...... 재경이는 오는 비를 다 맞은채 서 있었다. 내 키가 녀석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내게 우산을 씌워주기위해 돋움발을 한 채 서 있는 재경이. .............어떻게......지금 이 순간에............ ...........니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걸까......? 나는 놀라서 재경이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한참후에서야 재경이가 비를 맞고 있다는걸 알아차리고 재경을 급히 우산속으로 끌어들였다. 오랫동안 기다린 것인지, 재경의 손은 차가웠다. ".......저..미안해. 집에 우산이 하나밖에 없었어..." 미안한듯이 말하는 재경이. "..................마중온거야?" 내가 묻자 재경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봐주는 군청색의 눈동자. ........부기가 빠진....갸름한 얼굴. 멍이 없어진 하얀 피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어색하고 쑥쓰러운 너의 표정. ..........너는...알고 있는걸까? 이것이 내 최초의 마중이라는걸. 니가.....나를 처음으로 마중와준 사람이라는걸. ........이상하기도하지. 너에겐..정말 뭔가 특별한게 있나봐. .......어떻게 내가 원하는것을....너는 알아낼 수가 있는걸까?..... 너는 어떻게 내 마음을...이렇게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걸까.......? ......우리둘은 아무말 없이 비오는 운동장 가운데...... .....한개의 우산속에서 오랫동안 마주보고 서 있다가........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재경이에게 왠지 비를 맞게하고 싶지 않아서, 우산을 자꾸 재경이 쪽으로 하다보니 내 어깨가 모두 젖어버렸지만.... .....그건 오히려 기쁜 일. 비오는게 시원해보여서 좋다는 사람들의 말을... .......오늘 난 조금 이해할 것 같기도해. 집까지 가는 길이....조금더 멀었으면 좋겠어. ...조금더 천천히 걸었으면 좋겠어. 우산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뻗어, 시원하게 오는 비를 손바닥에 모아보았다. ......마치 이 도시를 다 쓸어가버리기라도 할듯 강렬하게 내리는 비. ..........좋아. ......왠지 오늘 비내리는건.......좋아 보여. ***** 집에 도착해서 서로 먼저 씻으라고 샤워실을 양보하다가.... ..결국은 내가 먼저 씻게 되었다. 최대한 빨리 씻고 나와보니 재경이는 그 사이에 또 저녁을 차린다고 부지런을 떨고 있었다. "......안차려도돼, 들어가서 샤워해." "........저녁은..먹어야..." "시켜먹으면 되니까." 내 말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샤워실로 쪼르르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전화기를 들어 가까운 피자집에 피자를 시켰다. *****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채 거실 바닥에 앉아 피자를 먹는것이 이렇게 재밌을지는 몰랐다. 특히 재밌었던건 피자를 먹을때 재경이의 표정이었는데, 한 입 베어문 피자 치즈가 주-욱 늘어나자, 깜짝 놀라서 먹던 피자를 놓아버렸다. "왜 그래?" "..어..엉? 아니..이게 너무 잘 늘어나서...." "쿡쿡....혹시 피자도 처음?" 내 말에 재경이는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먹어라."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늘어나는 치즈를 수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허둥대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 피자를 먹은뒤 우리둘은 거실바닥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내가 '영화 보는게 어때? ' 라고 물어보자, '아, 좋아' 라고 재경이가 대답해주었다. 집에 몇개의 비디오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러브레터를 보기로 했다. 어쩌면 러브레터의 새하얀 그 느낌이, 재경이과 닮아서....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영화가 시작되자, 처음엔 조금 어색한 듯 뒤척이던 재경이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마자 완전히 영화속으로 몰입해버렸다. 재경이한테 저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었나...싶을정도로 주인공이 키스할때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하고..... 어렸을적의 추억장면이 나오면...조그마한 미소를 짓기도했다. 나야 이미 서너번 봐버린 영화이기에 대사만 들어도 지금이 어느 장면이겠구나...라는걸 알 정도가 되어버렸지만..... 재경이는 다리를 세운채 양팔로 꼭 껴안고 열심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내가 러브레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한... 히로코가 설산에서 산을 향해...후지이를 향해... ' 후지이상! 오 겡끼데스까.....'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왔다. 배경음악인 Gate way to heaven이 흐르고... 히로코가 울먹이면서...' 후지이상!...오 겡끼데스까....? 와따시와...겡끼데쓰...' 라고 외치자.... .........재경이의 눈에서 눈물이 똑 떨어졌다. 어두운 거실에서....재경이의 눈물 위로 TV화면의 하얀 설산이 반사되어.... .......하얗고도 투명한 눈물은 재경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깊은 바다같은 재경이의 군청색 눈동자에서... ........하얀 구슬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진주처럼. 군청색의 깊은 바다에서....조개같은 눈동자속에서 쏟아지는...진주처럼. 히로코가 외치는 것보다....더 가슴아프게.... ....재경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홍영진에게 맞고..병원에 뛰어갈때도... 너의 눈에서 저렇게 진주가 떨어졌던 것일까....? 너는 혼자서 참아내면서.... 조용히 너의 눈에서 진주를 흘리고 있었을까....? 재경이의 진주는....왠지 모르게 내 가슴을 에이게 했기때문에.... 나는 다시는 재경이를 울리고 싶지않다고... 다시는 재경이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영화가 끝나자..마법에서 풀려난것처럼, 영화에 몰입해 있던 재경이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굉장히 쑥쓰러운 표정으로.... "저..저기..울어버렸는데...나..이상했죠?" 라고 물어보았다. 남자애가 영화보다가 운게 쑥스러워서 그러는걸까...? 재경이의 당황한 표정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았어. .....뭐랄까.....굉장히 예뻤는걸. 그러나 그런말은 할 수 없어서,그냥 재경이의 머리를 한번 부비부비 해주고 말았다. ' 사실...너의 눈물은....마치 진주같이 아름다웠어. 하지만 재경아.... 아무래도 쑥쓰러워서....그 말은 할 수 없을것 같아. ' * BGM # Waltz For Zizi From Cowboy Bebop OST - 장인선. 치약, 칫솔, 수건, 양말, 옷.......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대충 여행가방안에 넣어보았다. ....짐도 다 꾸리고.... 이젠 공항에 가서 출발만 하면 되는데.... 이렇게 망설여지는건... 아마도 부엌에서 새벽 6시부터 아침을 차린다고 부산을 떠는 저 녀석 때문이겠지. 오늘은 분명히 홍영진도 학교에 올것인데.... 또..그..현승호라는 녀석도..올것인데... ......괜히 그 친선 대회라는것에 참가한다고 말했나보다. 침대위에 올려놓은 다 꾸려진 여행가방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가 거실로 나와보니 재경은 거실과 트여진 부엌에서 뭔가를 또 열심히 통통거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교복을 챙겨입은 것인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교복 소매를 얌전히 서너번은 접어 올린채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외출복만 사주지 말고, 교복먼저 좀 사줄걸 그랬나보다. ".......한재경." 내가 부르자, 깜짝 놀라서 요리하다 말고 날 돌아봤다. 역시나...앞머리를 새까맣게 내려서..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다. 앞머리 걷고 학교에 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앞머리를 걷고 간 재경이가 반 아이들에게 휩싸여서.. '너 혼혈아였냐...' '왜 가리고 다녔냐...' '홍영진에게 맞은데는 비오면 안쑤시더냐...' ....하고 질문공세를 퍼부으면... 안그래도 사람을 만나면 잔뜩 긴장하는 재경이.... ...실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두기로 했다. "......응?" 계란말이를 한 것인지, 도마에서 계란 말이를 알맞게 썬 재경이가 계란 말이를 그릇에 담고 손에 든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학교에서......홍영진이.....너한테 뭐라고 하면...." 뭐라고 하면.... ".......?" ....... .......... 앞머리때문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겠지만, 재경이는 분명히 지금 두 눈을 똥그랗게 뜬채 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 분명히 당황해서 눈을 조금 내리깔겠지..... ".......됐다. 밥 먹자." "......아, 응.." 사실은 재경이한테.... 홍영진이 널 때리려고 하면 내가 나중에 홍영진을 죽여주겠다...라고 말하려 했는데... 재경이가 홍영진에게 (엄청)조그만 목소리로.... '니가 날 때리면 장인선이 너 혼내준댔어!'....라고 말해봤자 패기=제로, 박력=-20점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에 관두기로 했다. 하지만...녀석이.... .....아무래도 걱정되는걸....... .......그래..........창욱이에게 부탁해야겠다. *** 아침을 먹고.... 나는 공항으로,...그리고 재경이는 학교로 가야할 시간. 생각같아서는 내가 없는 동안은 학교를 쉬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주일동안 학교를 빼먹게 된다면..재경은 총 2주일을 학교에 안가는 셈이다. ......이거....정말 골치아프네. 그치만....창욱이 녀석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 불안하지만.....창욱이를 믿어보자. ".......그럼 난 간다." 내가 한손에 여행가방을 들고 그렇게 말하자, 재경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경아.... ...홍영진에게 맞지 말고 있어라, 일주일 동안. 혹시나....내가 돌아와서, 니 얼굴이 울긋 불긋 하게 되어 있으면... 있으면.... ....홍영진 네놈은 갈빗장이 모두 나가게 되는거야... 혼자 생각에 피식 웃고....재경이의 머리를 한번 부비부비해준 후,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재경이 엄청나게 조그맣게 내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 "왜?" "저...." "..........?" ".....자...잘 다녀오세요." .......풋... 그 말 하기가 그렇게 힘들줄이야.... 나는 여행가방을 내려놓고, 갑자기 재경이의 앞머리를 걷어보았다. 역시나 발그레해진 얼굴. ".....아이고." 재경은 특유의 아줌마 감탄사를 내뱉으며 당황해서 다시 앞머리를 내리려 애썼다. .......이 모습도 일주일 간은 못보겠구나. .......조금은 서운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재경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집을 나왔다. - 이선재. # 띠~딩~ 띠디딩~ 딩딩~... (새~가~ 날아든~ 다아~).... .......;;;....... 아침부터 버스안에 울려퍼지는, 저 무안한 벨소리의 주인공은.... .....그럼, 그렇지!(ㅠ.ㅜ) 내 옆에서 버스 손잡이를 잡은채 열심히 졸고 있는 이창욱의 벨소리이다. 정말.... 내가 다 무안해 죽겠네! 내가 창욱이의 핸드폰 벨소리를 고상-_-하고 우아-_-한걸로 바꿔놓아 봤자, 바로 다음날엔 저놈의 새타령. 왜 꼭 새타령이어야 하나고 물어보니까, 새타령이 아니면 벨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 핸드폰이 울려도 울린지를 모르겠단다. ...물론 둔한 이창욱은 진동같은건 느끼지도 못한다. 좁은 버스안에서, 최대 볼륨의 새타령이 울려퍼지자.... 창욱이를 향해 엄청난 시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어쨌든, 저 소리를 없애버려야 사람들의 시선도 없어지겠구나..싶어서.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자고 있는 창욱이의 앞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서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소근)" [......나, 인선이다. ] "....어??? 인선아, 어쩐일이야? 오늘 이탈리아 간다며!!" [ 아, 공항이다 ] "그래?" ..그런데...왠일이지? 선인장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서 (설사 그것이 생전 처음이라 해도...) 스스로에 감정에 도취되어, 공항에 도착해서... '얘들아, 나는 간다. 드넓은 세계로!' 뭐, 이런 전화를 할 사람은 절대로 아닌데 말이지..... ....이창욱이라면 또 모르겠지만-_-.... (분명히 이놈은 공항이 떠내려 갈정도로 큰 소리로 '엄마! 나 외국가!ㅠ.ㅜ' 라고 핸드폰에 외쳐댈 것이다...) [ 창욱이는? ] "어? 창욱이? 자는데...." [ 창욱이 깨면 내 말 좀 전달해줘. 오늘 한재경이 학교에 가는데, 한재경 좀 잘 돌봐주라고. 혹시라도 홍영진이 한재경을 때리려고 하면.... 병원에서 평생 사는게 어떤 것이 보여주겠다고 말해줘. ] ......헉...선인장, 분노버젼? 전화기로 풍겨오는 살기가 보통이 아니라서, 나는 그만 버스 안에서 얼어버리고 말았다. ......요즘에 선인장이 얌전해서 깜빡 잊고 있었지만, 이놈도 야마돌면 무서운 놈이지..;; "응, 알았어." [ 잊지 말고, 반드시 전해라. ] "응." 달깍. ......내가 통화를 끝내고, 우리학교 정류장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잡이에 몸을 맡긴채 잠을 자는 이창욱. 내가 어쩌다 이 녀석과 한동네에 살게되어서, 초등학교때부터 부대끼고 사는지 모르겠다. 이게....다~ 업보라니깐..업보. 깨워봤자 소용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창욱이를 질질 끌어내다 시피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머리통을 책가방으로 몇대 쥐어박자 그제서야 빼꼼히 눈을 뜨는 이창욱. ".......아함......잘잤니.....선재야..앙......" "눈꼽이나 떼고 말씀하시지!" 내 말에 창욱이는 황급히 '어, 어느쪽? ' 하면서 양쪽 눈가를 비비느라 정신이 없다. ".......킥킥.....됐다, 어서 학교나 가자." "응." 창욱이와 나는 나란히 서서 교문을 지나 학교 본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참, 인선이가 너한테 전해달래. 재경이좀 잘 돌봐주라고...재경이 때리면, 자기가 돌아와서 죽여버리겠대." "......헉?" 놀란 창욱이의 표정. "이야....선인장 화났나봐?" "그러게말야." 우리둘은 또한번 인선이의 미술 '가' 에 대해서 신나게-_-;;토론하면서 즐겁게 교실에 들어섰다. *** - 송영희. "영희야." "응?" 학교에 도착해서 자리에 막 앉으려는 차에, 부실장 안경태가 나를 불렀다. "잠깐만 상의할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경태. "그래." 나는 경쾌하게 대답하고 경태를 따라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 나와 복도 창틀에 기댄 경태는, 내게 갑자기 불쑥 후시딘을 내밀었다. "이거 뭐야?" "토요일, 자습시간때 너 일찍 집에 갔었지?" "응." 경태는 조금 웃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마침, 인선이가 토요일 마지막 자습시간때 선생님께 호출 받아서.... 인선이가 없는 사이에 우리반 아이들하고 잠시 토론..비슷한 걸 했어." "토론?" 경태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때, 인선이가 홍영진을 때렸던날..그것에 대해서 말이야." 아......그..일. 어, 근데....그 일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고? "인선이가....재경이를 대신해서 홍영진을 때리는 것을 보고.... ....나는 뭐랄까.......놀라버렸어." ".......?"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거든." .........? 아아...... ...그래. ......그랬겠지. 그 조용하고 작은 녀석이 맞는건....정말 무시하기엔 너무나 가슴아픈일이었어. 홍영진 자식의 머리에 한대 쾅! 쥐어박는거.. 사실, 그건....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거든... "그래서 그 말을 반 아이들에게 했더니, 아이들도....모두 동의했어. 미안했다고 말야. .....재경이가 우리반의 일원이고, 부당하게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들은 모두 재경이가 맞는걸 말리지 않았었어." "...."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미루는 쥐처럼, 서로 홍영진에게 대들고 싶지 않아서 재경이를 애써 무시하고 살았던거지." ......맞아. 마음만...마음만 언제나 재경이를 도와줬었는걸... .....마음으로만. 나도 마찬가지 일뿐이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거부한 쥐중의 하나일 뿐이다........ 재경이를 도와주면, 나도 함께 왕따가 될까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무시하고 살았었다. 내가 피해입고 싶지 않아서, 나만 안당하면 되니까. 재경이는 왕따니까. 녀석을 도와주면, 나도 홍영진에게 맞게 되는거니까.. 녀석을 무시하는 건 어쩔 수 없는거야....라고 생각했던거다. "하지만, 인선이가 용기있게....하긴 그녀석에겐 그정도는 용기도 아니겠지. 단지 화나서 무심결한 한 행동이었지만," 경태는 그렇게 말하고 작게 웃었다. 나도 경태를 바라보고 웃어주었다. "여하튼, 홍영진을 내리치는 것을 보고 속이 다 후련하더라. 그리고....우리가 이제껏 홍영진을 너무 무서워했다는걸 깨달았어." ".....맞아. 그랬어." "우리반 전부다 덤빈다면, 홍영진, 그 녀석쯤이야 이겨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특히..인선이와 창욱이가 도와준다면." 그렇게 말하는 경태의 눈빛은 굉장히 맑아서..... 나는 안경태라는 사람을 다시한번 보게 되었다. "그 후시딘은...우리반 아이들의 작은 마음이야. 비록 남은 학급비로 구입한 거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이제부터 재경이의 상처를 함께 치료하고싶다는 마음이 담긴거야." 나는 경태의 말에 내 손에 놓여있는 작고 가벼운 후시딘을 바라보았다. .........그래. .....정말 잘한것 같아, 경태야. ...어쩌면 우리는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입시와 공부에 휩쓸려 반아이들끼리의 정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작은 걸로도, 사람의 마음은 전해질 수 있는건데... 우리는 왜 이 쉬운일을 미뤄왔던 걸까...? 우리가 조금씩만 도와주면, 재경이가 좀더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었을텐데.. 공부해야하니까, 수험생이 정신이 흐트러지면 안되니까, 라는 핑계를 대면서 우리는 재경이의 일을 애써 못본척 해오고 있었던거다. ......이렇게 쉬운건데...... ....그지? "저...그거...니가 재경이한테 좀 전달해 줬으면 해." "....어? 왜?" "니가 토요일 자습시간에 빠진 벌.이.다." 경태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아마 쑥쓰러움을 잘타는 경태가 부끄러워서 그 일을 내게 미뤘을거라 생각했다. "쿡쿡....좋~아요, 부실장님.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내가 손을 번쩍 들자, 경태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 "저...저기....재경아." 재경이가 등교해서 맨 뒷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조심스럽게 재경이의 등을 두드리면서 이름을 불러보았다. ............헉....깜짝이야......;;; 내가 이름을 부르자, 재경이가 얼마나 놀라던지..... ........부른 내가 다 놀라버렸다-_-;; "..어..어엉..?" 당황한듯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재경이. "저기...잠깐만 나랑 얘기 좀 할래?" 모두다 토요일날 산 후시딘을 내가 건네준다는 걸 아는듯....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반짝반짝*.*하다. .....아이....;;;; 쑥쓰럽구만~ ^^;; "............." 아무말 없는 재경이를 바라보다가.... 나는 재경이의 손을 이끌고 씩씩하게 교실을 나왔다. 내 등 뒤로 실망한 반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거기서 건네주긴 쑥쓰러웠는걸....^^;;;;; "저.....이거....." 빠른 걸음으로 복도 구석지에 와서 재경이에게 불쑥 후시딘을 내밀었다. 앞머리로 얼굴을 다-가려버려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 재경이의 얼굴. 나보다 작은 키에..커다란 교복. 나는 머뭇거리는 재경이의 손을 이끌어 녀석의 손 위에 억지로 후시딘을 올려주었다. ".......?" 어리벙벙 해져있는 재경이에게, 나는 괜히 멋쩍어져서 한번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흐..흐흠..저기...그거....우리반 애들이 너를 위해 준비한거야...." "....?" "......우리들의 마음이 담긴거야." "....." "홍..영진에게 맞은거..빨리 나으라고..." ".........." 나는 잠시 머뭇거린 뒤에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다가....말문을 이었다. "......미안했어." "....." "좀더 일찍 도와주고 싶었는데...." "........" 조금 떨리는 재경이의 어깨. "늦었지만, 이제부터 잘 지내자..." 나는 멋쩍게 웃고, 재경이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재경이가 머뭇거리면서 내 손을 맞잡았는데.... 내 손 위로 차가운 물이 떨어졌다. .....재경이의 눈물이었다. 전혀 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똑 떨어져서...나는 놀라버렸다. "어....?...혹시....우는거야....?"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당황해서 '아니....미안해.' 라고 말하고 소매로 얼굴을 훔쳤다. ......바보. 우는게 왜 미안한거야? 왜 이렇게 맞잡은 손이 떨리는건데....? 긴 앞머리 사이로 꼭 깨문 입술에 재경이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녀석을 우리가 이제껏 무시해 왔었다니....... 서로....서로.....널 구해주는 일을 미루고 있었다니... 정말 우린 못됐어. 재경아.....그만울어...... 괜히 내가 다 눈물이 나잖아......ㅠ.ㅜ 나는 재경이와 덩달아 바보같이 징징울다가..ㅠ.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재경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아냐, 괜찮아." 재경이는 황급히 내가 준 손수건을 도로 내밀었지만, 나는 찔끔찔끔 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재경이에게 말했다. "..아냐.....그거...나중에 다시 돌려줘.... 눈물....손수건으로 닦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부끄러워져서 교실로 쌩-달려오고 말았다. 달려오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재경이는 손에 후시딘을 꼭 쥐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자리에 못박힌 듯이 서 있었다. 재경아..... ....너에게...우리들의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걸까? 우리반 아이들이 아직은 순수한 마음이 남은 착한 아이들이라서 나는 참 기뻐. 우리에겐 아직 이런 용기가 남아있어. 폭력이 무섭긴 하지만, 한 사람을 위해서 조금씩 희생할 용기가.... ....힘든 이 수험생활 가운데서도 남아있어. 조금씩 감싸주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보자. 난...내가 너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역할을 맡아서 참, 기뻐.^^ .....오늘 아침엔....내가 좀 착한 일을 한것 같아.... ........그지?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에, 내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고여있었다. * BGM # Every You Every Me - Placebo - From OST ' Cruel Intention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중에서. -조미선. 오늘 아침 최대의 관심사는.....다름 아닌.... '한재경에게 후시딘 건네주기' 사건이었을 것이다. 쑥쓰러우면서도, 한번 쯤은 해보고싶은 그 전달자의 역할은... 우리 야오녀(대외적으로는 꽃미녀) 4인방중의 막내(생일이 어려서-_-) 송영희양이 하게되었다. 우리는 반 아이들의 환호와 박수속에서 재경이에게 후시딘을 전달하는.. 에...멋지게 말하자면, [대화합의 장]....이런 걸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영희 고 녀석이 재경이의 손을 잡고 슝~ 날라버리는 통에..(ㅠ.ㅜ!!) 감격의 전달식은 무마되고 말았다. 재경이에게 후시딘을 전달하고 온 영희에게 아이들이, '어땠어? 어땠어? ' 라고 계속해서 물어봤지만, 영희는 휴지에다가 코를 팽 풀면서 눈물을 질질 짤뿐..아무말이 없었다. 그래도 울먹이는 영희가 더듬더듬 '재경이가 기뻐하는 것 같았어' 라고 말해서....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다 더할 수 없이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아침 자습이 시작하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재경이가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오자, 재경이에게 우리반 전체가 시선집중. 재경이는 당황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그 모습을 미소짓고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학생 주임 메기의 '이놈들아! 7시 반이다! 책상에 고개 쳐박고 공부해!!' 라는 소리에 재빨리 공부(를 빙자한 수다)를 하기 시작했다. "있지...나 오늘 기분이 괜히 좋다..방방 뜨는 것 같애 (소곤)" "응..나도 그래..히히히~ 이야이야~ 너무 조아~~ *^^* (소곤)" "나도 그래..훌쩍..ㅠ.ㅜ (소곤)" 쉬엄쉬엄 공부하면서, 수다도 떨고...만화도 돌려봐 가며... 우리는 아침 자습시간과 아침 보충수업 1교시를 무난히 마쳐내고... ....8시 40분이 되자....... 담임이 조례를 하러 들어오셨다. .......하러 들어오셨.....다...........? 헉!!! 아니, 근데 그 뒤에 따라오는 남정네! 당신!! 뉘시요!!!ㅠ.ㅜ ......얼핏 보기에도 초고급 레벨이 되어보이는 (미소년 9품 평가제를 하자면, 상상상上上上이 되겠습니다-_-) 몸매 미끈한 남정네가 담임 뒤에 따라들어오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내 옆자리 3명을 둘러보니.... 역시나.... 모두들 입에 헤-벌어져서 들어오는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피부....OK, 눈매....OK, 콧날....OK, 턱선....OK......무엇하나 빠질게 없구나!.! 단정한 스포츠 머리와 깨끗한 이목구비. 까만 블레이져가 더없이 잘어울리는 장신. 이야....정말....이거 장인선과 비견되는 킹카가 우리반에 들어오게 되었는걸..... ".......98점." "............99점." ".................100점." 나의 동무들은 얼이 빠져 손을 꼭 맞잡은 상태 그대로, 전학생에 대한 점수를 뱉어내고 있었다. 나.....? 나야 물론...... "100점 -_-v" 담임선생님께서는 교탁에 서서 오늘도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목소리로 조용히 '전학생이 왔다, 잘 돌봐주기 바란다.'라고 말씀하셨다. 담임선생님을 잠시 바라보던 전학생은 조용하지만 크고 단정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음......목소리, 100점 -_- "현승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짧은 미소. 오예!! 단정하고 고른 하얀 치아! .........아아아아.........나의 라븅 백만개를 당신께!! ♡.♡ "어...? 현승호?" 현승호라는 말을 듣더니...옆에 앉아있는 수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저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다. .......현승호.....현승호......... 어허....거참 발음해 볼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름이란 말이야... 어디서 들어본거지이..........? 반 아이들이 조금씩 의아해 하고 있는데... 앞에 앉아있던 종철이는 전학생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혹시.......무천....중의 현승호.......?" 아아...무천중의....현..현승호... 뭐어.........? 그, 무시무시하다는 무천중의 현승호? @.@ 갑자기 술렁술렁 해진 교실. 서로들 짝꿍과 무언가를 소근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무천중의.......현승호라고............? 내가 들은 바로 무천중의 현승호는..... "소년원에 갔다가 탈출해서 경찰한테 잡혔다며?? (소근)" 내 말에 짝꿍 수아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무슨, 소년원으로는 부족해서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이..(소근)" 수아 뒤에 앉은 미화는 수아의 등을 찰싹 때리며 대꾸한다. "왠걸, 거길 나와서 일본으로 도주해 시부야를 평정했다던데.......;; (소근)" 우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영희에게 집중되었고.... 얼빵해져서 발그레한 영희의 얼굴. "나..나는 그냥 저번에 하라주꾸에서 단신으로 폭주족 300명을 깨부셨다는 소문외에는 들은 소문이 없어서...;;;" "........." "........." ".........소문이 와전됐나보다.-_-;(소근)" 나의 어줍잖은 결론으로 우리의 수다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우리반의 전체의 수다도 점차 조용해 지기 시작했다. 교실 앞에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서있던 현승호는, 얌전한 태도로 우리에게 인사하고 책가방을 든채 교실 맨 뒤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곳은..........오늘 결석한 홍영진의 자리........인데....... 미화曰"야, 정말 저 사람이 그 무천중의 현승호가 맞는거야? (소근)" 수아曰"그러게 말야, 정말 얌전하네....염색도 안했고..귀도 한번도 안뚫은것 같은데? (소근)" 미선曰"응, 그리고 표정도 순하고...어떻게 보면..맹...하다고 까지..표현할 수 있겠는걸? (소근)" 영희曰"하지만, 아까 종철이가 무천중의 현승호냐구 물어보니까 '아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자나. (소근)" ......아아......우리의 의구심은 끝이 없었지만, 1교시가 시작되어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다도 멈추게 되었다. ....근데....... .........근데......... ....대빵 궁금하네-_-;; 정말 저 사람, 무천중의 현승호가 맞는거야? 끓어오르는 궁금증의 혈기를 갈무리 하지 못해, 수업하면서 흘깃 흘깃 거울로 교실 뒤에 앉은 현승호를 비춰보니... .....어머, 왠걸?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다. ......언제 또 무테 안경까지 끼고....... (오예, 환상의 무테안경!! ㅠ.ㅜ 역시 미남에겐 무테안경이 딱이라는.....;;) 가끔씩은 고개도 끄덕이며, 가끔씩은 필기(!)도 하고..... ....아니....저거 몸에 밴 범생의 자세가 아닌가....? 정말 얌전하게 공부만 하는 녀석 아냐? 1교시가 공교롭게도 지루하기 짝이없는 영어 문법시간이었기때문에 반 아이들의 대부분이 꿈나라로 장자님을 뵈러 떠나서, 내가 나비냐, 나비가 나냐..의 경지에 이르렀지만..(나도 곧 나비가 될지도.....=_=) 전학온 현승호는 시종일관 허리를 곧게 세우고 수업을 경청하고 있었다. 어허어허어허...... 우리 영어 문법선생님은 해리 포터에 나오는 빈스교수에 비견되는 선생님으로써, 열의는 상당하시지만....유감스럽게도 정말로 지루한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시다. 덕분에 반아이들은 그 나직한 말투와, 조용한 필기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하나 둘 꿈나라로 떠나고 마는것이다. 그런데...그 수업을 헤르미온느처럼 열심히 듣고 있다니...ㅠ.ㅜ ...저...저 사람.....그냥 정말 무천중의 현승호는 아닌가보당... 그나저나...너무 잠이와서 나도 관찰이고 뭐고, 잠 좀 주무셔야겠다..... (..........그렇게 나는 50분동안 의식을 잃었다.) **** - 이선재. 어쩔수 없이 고개를 꾸벅꾸벅 떨궈가며 1교시인 영어 문법시간을 보내고 나니....역시나 내 짝꿍 창욱이는 문법책을 침으로 흥건하게 적셔가며 자고 있었다. 아유....내가 못살아..... 나는 내 주머니에서 창욱이 전용 손수건을 꺼내, 녀석의 침을 닦아주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가 그리 많아, 이런 녀석 뒷바라지를 초등학교때부터 해주고 있는거야...정말....으어어어!!! "일어나! 이쨔사! 인사하러가야지!!-_-+(소근)" 왠만한 충격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창욱이기 때문에, 딱딱한 문법책의 모서리로 교묘하게 창욱이의 미간을 톡톡톡 치고 있었다. 타격의 횟수와 빈도가 늘어나자, 미간이 새빨개진 창욱이가 부시시 눈을 떴다. "허어억.....눈이 아프다..아프다...으응....때리지 마라 선재야.." 눈물까지 그렁그렁 달고 일어나는 창욱이. .....내가 너무 열심히 때렸나...... 조금 미안하기도 한걸.... .....아냐,아냐. 미안할거 없어. 강철 보디인 이놈에게 아픔으로 인한 측은지심은 절대 금물이다-_-. "시꺼, 병철이형이 소개해준 전학생이 왔으니 인사하러가야 할거 아냐? (소근)" "아, 그 전학생..가야지." 비틀대면서 일어나는 창욱이를 부축해서 나는 교실 뒤에 앉아있는 현승호에게 다가갔다. 우리가 다가가자 책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드는 승호. "아, 반가워..병철이 형에게 말들었다." 창욱이가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밀자, 승호도 웃으며 창욱이의 손을 맞잡았다. "반갑다. 나도 너희에 대해서 들었다. 니가 창욱이지?" "엉. 맞아..그리고 이녀석은.." 창욱이가 나를 손바닥으로 가리키자... "이선재. 맞지?" 그렇게 말하고 내게 손을 내미는 승호. "아, 응. 잘 부탁해." "나도."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짓고 내 손을 천천히 흔드는 승호는... .....이야, 정말 첫인상 만점이다. 밝고 건강한 아이같기만 한데...설마 이녀석이 정말로 그 무시무시하다는 현승호일까? 어허....거참 소문은 무섭던데.... 역시 소문 따윈 믿을 것이 못되는가? 내가 녀석의 정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사귐성이(남자에게만)좋은 창욱이녀석이 승호에게 이것저것 말해주고 있었다. "참, 원래는 인선이도 있어야 하는데...녀석이 이탈리아로 가버려서." "이탈리아...?" 조금 놀란듯한 승호의 표정. "응. 무슨 친선대횐가 단합대횐가..한다고 갔더라. 좀 바쁜 녀석이지." "......그래.....그 녀석도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구나." 아하, 병철선배가 우리 셋 얘기를 다 하셨나보구나.... "킥..그래, 그럼 수업 열심히 듣고 점심때 보자." "응." 우리에게 대답해주고 시간표를 보고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승호는... 허어...정말 범생스러웠다. ....역시, 소문은 믿을게 못된다니까. ******* 1교시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반 대부분의 아이들이 깨어서 열심히 수업듣는 시간인 세계사 시간에는.....유일하게 이창욱과 선우현을 제외한 우리반 전원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우리의 잠탱 이창욱은 세계사 수업시간에 코까지 고는 바람에........ 우리반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덩달아 세계사 생선까지도 웃어버렸다. ....이잉...옆에 앉은 나는 무안해 죽을뻔 했다고!!ㅠ.ㅜ 이창욱 덕택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세계사 수업이 끝나자 뒷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젠장, 홍영진 패거리가 들어왔다. 젠장, 젠장, 젠장, 홍영진 패거리중 똘빡 홍영진을 제외한 나머지 씹탱들이 바지목을 줄인 교복을(너네가 입으니까 꼭 몸빼바지 같구나. 쳇,-_-.) 건들 건들 흔들면서, 껌을 쫙쫙 씹어가면서...교실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라? 저 범생이 새끼는 뭐냐?" 그 중 가장 비대한 몸집을 가진 대통이가 4가지 없게 껌을 찍찍 씹으며 현승호를 바라보고 말했다. ......헉! .......야.......이...미친XX야!! 그녀석은 무천중의 현승호라고!!ㅠ.ㅜ 쉬는 시간이라 떠들고 있던 우리반 아이들은 삽시간에 침묵. 간덩이가 부었구나~ 박대통~~ 현승호를 건드리다니~~~ 얼씨구나~~ 피바다 나겠구나~ 피바다 나겠어~~~ㅠ.ㅜ ......어.....어.......? 아니, 근데 이게 뭐야..... ........근데 아무 반응없이 세계사 노트를 바라보고 있는 현승호. "이새꺄, 귓구멍 막혔냐? 거기는 우리 헤드의 자리다. 헤드." .......헤드...나도 알아 헤드. 번역하면 대갈빡. 너네들은 아마 홍영진을 너네 헤드라고 부르는가보지? 자기가 영어를 썼다는것이 마냥 자랑스러운지 대통이는 헤드를 연속 반복하며 현승호의 머리를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지작 거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한대 확 후려치는 대통이. 퍽. 하는 경쾌한 소리가 반에 가득 울려퍼졌다. ........얼씨구 절씨구 덩더쿵 덩더쿵~ 피바다 나겠구려~ 피바다 나겠구려~ 얌마, 넌 상대가 안좋았어.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으잉? ......아니, 이게 뭔일이여..... 뒷통수를 호되게 맞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현승호. ......응? 정말 무천중의 현승호는 아닌건가? 대통이는 승호가 건드려도 무반응이라서 재미가 없었는지,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 라고 말하더니 이번엔 괜히 교실 뒤에 앉은 재경이에게 찝쩍거렸다. "킥....야, 말라깽이. 맞은덴 어떠냐? 엉?" 아무말이 없이 책상 가장자리를 꼭 움켜쥐고 있는 재경이. 녀석들. 역시나 오자마자 한재경을 괴롭히려고 한다. ......이럴때가 아냐. 뭐하는거야? 우리! 후시딘의 각오를 보여줘야지!! 인선이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재경이 건들지마, 박대통!" 내가 외치자 창욱이가 내 말을 이어 말한다. "그래....박대통. 그만해라. 이 꼴통새꺄." 옆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외치는 창욱이. 자다 일어나서 외치는거지만........... .......박력 만점이네.ㅠ.ㅜ "그만해. 계속 아팠다가 일주일만에 학교에 온 재경이다." 부실장 경태의 똑 부러지는 말투. "적잖이 해둬, 박대통. 덩치값좀 해라!" 따끔한 영희의 대꾸. 한번도 자신들에게 뭐라고 태클건적이 없는 아이들이 갑자기 자신을 향해 적의어린 시선을 보내자....홍영진 패거리는 조금 당황 한것 같았다. ".......뭐야.....? 미친새끼들..너네들 지..지금 이 말라깽이 왕따 편을 드는거냐?" 조용히 침묵으로 긍정의 뜻을 나타내는 우리들. 우리의 침묵에 박대통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가는데..... "니가 비만이다." .......라고..........갑자기 조용한 거실에 울려퍼지는, 나즈막한 대꾸. 소리의 근원은.....현승호였다. "........뭐? 다시한번 말해봐." 현승호의 어깨를 위압적으로 짚은채, 분노의 오오라를 풍기면서 말하는 박대통. "..........살이 과다한 것 같으니, 적절한 운동으로 뱃살을 빼는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 "...이새끼가 간뎅이가 부었나!!" 박대통은 괴성을 지르면서 현승호의 멱살을 잡고 엄청난 힘으로 현승호를 의자에서 일으켰다. .....일으키고 있는데...... ......아이고, 언제까지 일어날꺼야.....? 승호의 키가 워낙커서 대통이가 천천히 멱살을 잡고 일으키는데도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멱살을 잡고 승호를 일으키던 대통이는 일으키던 상대가 자기보다 키가 크자 더 이상 멱살을 잡은 채 승호를 일으킬수가 없었다. .....당황한 대통이의 표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던 승호는 그의 손을 가볍게 쳐내고...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반대로 승호가 대통이의 멱살을 잡고.... .....세상에........100kg이 넘는 대통이를 공중으로 띄우고 있었다. .............그것도......왼손으로. 100kg이 넘는 대통이를 들어올리는 승호는 무표정인데 비해 들어올려지는 대통이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통이를 번쩍 들어올린 승호는, 그대로 대통이의 얼굴을 자기 얼굴 가까이에 바싹 잡아대고 조용히 말했다. "귓구멍을 활짝 열고 들어라, 돼지. 난, 자기보다 약한 놈한테 힘자랑 하는 새끼들을 가장 싫어한다." .......교실 가득히 퍼지는 위압감. 상대방을 압도시키는 눈빛. 반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다들 잔뜩 긴장해버렸다. .....진짜다. .......저녀석은 '진짜'다. 귓구멍 펑펑 뚫은 녀석들이나, 염색한 녀석들처럼 겉먼만 부린 녀석들과는 달리... 까만머리에 까만 눈동자로 감추고 있지만.....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부터 다른....정말로 -타고난- 싸움꾼. .................소문은......진실이었던 것일까? 겁먹은 대통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승호는 왼손으로 천천히 대통이를 교실바닥에 내려놓았다. ......말도 안돼. .......한번쯤이라도 굉장히 무거운 물건을 들어본 사람은 알것이다. 무거운 물건은 천천히 내려놓는 것이 급하게 쾅!하고 내려놓는것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요한다는걸. ....세상에.......저 녀석.......정말 괴물아냐? 그때, 교실 뒤에서 둔탁한 문소리. "뭐야? 씨발, 누가 내자리에서......" 머리에 아직도 붕대를 감은 홍영진이 교실 뒤를 흘긋 쳐다보고 궁시렁 거리면서 들어오는데.... ".....많이 컸구나, 홍영진." 현승호가 들어오는 홍영진을 내려다보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어떤 새끼가.........? 헉......................." 건들거리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홍영진. 승호와 눈이 마주친 홍영진의 얼굴은, (안그래도 조금 창백한기가 있었지만) 말그대로 백짓장처럼 질려버렸다. "방배동에서 본 이후로 처음보는 것 같다....? 이 학교에 너도 있었구나...." "아, 예! 예!" "흠....혹시.....니가 이녀석들의 '헤드'인건가?" 대통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하는 승호. "응..아..아니,예...아니..그게 아니라요....." 울상이 되어서 열심히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설명하는 홍영진. 무표정한 승호앞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열심히 정성을 다해 설명하는 홍영진의 모습은 마치 고양이앞의 쥐와 같았다. 자기들의 리더인 홍영진이 쫄자, 덩달아 쫄아버린 홍영진 일진들. ........................정말.....제기랄이다. 저런 녀석에게 재경이가 얻어터지고, 우리가, 전교의 학생들이 공포에 떨며 다녔다니....... .......으아!!!!!!!!! 속 끓어!!!!!! "시끄럽다." 열심히 설명하는 홍영진의 대사를 잘라버리는 승호의 일갈. "예?? 아, 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홍영진. "니 자리엔 내가 좀 앉을테니, 너는 내 옆 교실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수업 들어라." "예.ㅠ.ㅜ" 그렇게 다소곳하게 대답한 홍영진은 자기 부하녀석의 책을 강탈해다가, ...교실 바닥에 교과서를 펴고 곱게 앉았다. ..............한번도 수업 들어본적이 없는 홍영진이............ 예쁘게 무릎을 꿇고 앉아서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니......... ......내가 헛것을 보는게야. 정녕 내가 헛것을 보는게야.....=_=.....(눈을 부비고 있다.) 홍영진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은 승호는, 교실 뒤에 쳐박혀 있던 재경이의 책상을 앞으로 끌어와, 본래자리인 홍영진의 짝꿍자리. 즉 지금의 승호 옆자리에 가져다가 붙였다. "여기 와서 앉아라. 여기가 원래 너의 자리지?" 홍영진에게 하던 차가운 말투와는 달리, 부드럽고 조용한 말투. 재경이는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 조심 의자를 끌어다가 승호 옆자리에 앉아서.... 승호 얼굴을 한번보고.....책상 한번 보고.....승호 보고...책상 보고....... ......무서워 죽겠나보다. ......하기사, 나같아도 무섭겠다. 이제까지 자기를 때리던 녀석을 쫄게만드는, 더 무서운 전학생이 짝꿍이 되다니..... .....재경이도 참 험난한 학교생활을 하는구나.... "아함....그럼, 난 마저 자야지...." 교실뒤를 지켜보던 창욱이는 조용하게 중얼거린 다음, 책상에 철푸턱 엎어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엎어지려는 창욱이를 황급히 일으켜 세우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야! 인선이가 우리보고 재경이 돌봐주랬잖아! (소근)" "괜찮아, 승호녀석이 잘 봐줄것 같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믿어?" "아까 녀석이 말했잖아. 힘없는 녀석들에게 힘자랑 하는 새끼가 제일 싫다고. 괜히 병철이 형이 소개해줬겠어? 당근 저런 녀석이니까 소개해 준거겠지." ......하긴. 병철 선배의 안목은 믿을만 하지. "........야, 창욱아. 그럼 저녀석이 정말로 그 무천중의 현승호 인가보다. 그지?" "응." 하나도 안놀란듯한 창욱이의 표정. "뭐야....넌 알고 있었던거야?" 내가 묻자 창욱이는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응....아까 악수할때 느꼈어. .......그녀석 손이 굉장히 단단한게...보통 주먹쓰는 녀석이 아니더라구..." 그렇게 말하고는 엎어져서 꿈나라로 떠난 창욱이. .........악수할때 녀석이 보통이 아니란걸 느꼈다니...... 창욱아. 난 니가 밥먹고 잠자는것만 할줄 아는걸로 알았는데..... 너에게도 예리한 면이 있었구나! 나는 창욱이의 예상외의 통찰력에 놀란 채, 몇몇 이들은 잠시나마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현승호가 진짜로 무시무시한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란채, 다른 몇몇이들은 개망나니 홍영진이 얌전히 교실에 앉아서 수업들을 준비를 하는 것에 놀란채..... 3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내귀에 그 종소리는 마치 우리학교의 새로운 짱을 알리는 알람소리처럼 들렸다....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20~23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11~16 2002/05/29(18:05) from 211.49.140.1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32, 조회: 1867, 줄수: 4864,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20~23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I'll be there - Mariah Carey Whenever you need me I'll be there 언제든지 네가 나를 필요로 하면, 내가 거기에 있을거야 I'll be there to protect you 내가 너를 지키기 위해 거기 있을게 With an unselfish love that Respects you 이타적인 사랑으로 너를 소중히 대해주겠어.. Just call my name 그냥 내 이름만 불러줘... And I'll be there 그럼, 내가 거기 있을게. - 이선재 보통때면 반 아이들의 절반이 엎어져서 자야 정상일 3,4교시에 우리반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사실 수업을 듣고 있었다기 보다는 3교시 시작 전에 교실 뒤에 있었던 난투극(?)의 결과 때문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겠다. 우리학교 짱의 자리로 무혈입성-_-한 승호가 교실 뒤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고, 개망나니 홍영진이 교실 뒤에 앉아서, 그것도 꿇어 앉아서 수업을 경청하고 있으니..... 괜시리 신경이 쓰여서 잠이 오다가도 마는것이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엄청 조용한 교실에서 가끔씩 들리는 조용한 승호의 목소리. 평소때면 절대 들리지 않을 목소리겠지만, 우리 교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서 승호의 작은 목소리가 뒷자리에 앉은 애들의 귀에 접수되고 말았다. "......음...전학 와서 진도를 못 따라 잡겠다... 노트 좀 빌려주지 않겠어?" ........승호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홍영진. 홍영진이 노트정리를 했을리는 전무하고, 현승호가 홍영진에게 노트를 빌려달라고 할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현승호의 왼쪽에앉은, 즉 짝꿍인 재경에게..노트를 빌려달라고 한 것 같다. "아....노트?....저번주에 결석해서 정리를...덜했는데....." 작은 승호의 목소리보다 더 작은 재경이의 목소리. 귀에 공력-_-을 불어넣지 않으면 안들릴만한 작은 대꾸가 들렸다. "괜찮아. 그냥 빌려줘." "아, 응. 무..무슨 과목?" "전과목." "...응.." 재경이가 책상속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개의 노트를 승호에게 건네준다. 승호는 노트를 받아들고 씨익 웃으면서 재경이에게 말했다. "고마워." 재경이는 '고마워' 라는 말에 놀랐는지...잠시 멍하게 바라보다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이제까지 재경이가 노트정리 한것은 전부 홍영진 패거리가 검사를 맡았었지만... 그렇게 여러번 강제적으로 재경이에게 노트를 빌린 홍영진 패거리의 대사중에서 '고맙다' 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던 것은 사실. '왕따'라고 하면.... 흔히들 가까이 가기 싫어하고, 말을 걸어도 대꾸하고 싶지 않고, 어쨌든...친해져서 좋을 것 없다...라는것이 통념이지만..... 승호의 재경이에 대한 태도는 '왕따'를 대하는 태도가 아닌.... 그렇다고 해서 왕따에게 친절을 과시하기위한 가식도 아닌, 그냥 정말 평범한 반 친구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똑같았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대하는게 얼마나 어려울까? 사람에게 아무런 선입견 없이 대한다는것..... 이야.....정말....저녀석 괜찮은 녀석 같은데.....? 게다가....수학시간에는 질문까지. "......야, 저거 뭐냐? 저기서 왜 갑자기 양변에 2a를 곱해주는거야?" ".....아...그건...2a를 곱해서 저 2번식 하고 가감법을 쓰기 위해서..." "아하, 그래서 두개를 서로 빼주면...점화식 2번 공식이 나오는건가?" "아, 응." "으음, 그렇군." 옆에서 침을 질질질 흘리며 자는 창욱이와는 대조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승호의 모습. 야...정말.... ......임마! 이창욱! 너도 좀 일어나서 나한테 질문좀 해봐라!!!!!! 나도 질문이 받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하구나!!! 응??? 역시나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번쩍 일어난 창욱이는 부시시하게 흐트러진 머리를 한번 슥슥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밥! 밥! 밥!" 하고 맹렬하게 외쳐댔다. .......-_-; 알았다..알았어 이녀석아...... "으이그~ 가자! 가!" "응. 승호랑 재경이도 같이 가자." "그래." 창욱이와 함께 교실 뒷쪽에 둘의 자리로 가보니 책상위의 교과서와 노트를 정리하고 있는 승호와 재경이. "자, 밥먹으러 가자." 창욱이가 얘기하자, 승호가 '그래, 잠깐만' 하고 교과서를 책상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호와 함께 일어난 재경이가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하자, 녀석을 불러세우는 창욱이. "어, 재경아. 너도 같이 먹자." "......응.....?" "그래, 같이 가자." 창욱이와 승호가 번갈아 권하자 놀란 듯한 재경이. ....흥! 곰처럼 등치가 큰 너네들이 권하니까 재경이가 무서워 하잖아!!oㅅo!! "자, 재경아 넌 나랑 먹자. 저 큰 녀석들은 내비 두고." 내가 방긋 웃고 재경이의 손을 잡고 교실을 뛰어나가자, 퉁탕거리며 뒤따라오는 소리. "야!! 이선재!!! 너 나와 배꼽친구 맞냐!!!! 어쩜 나를 그리 매정하게 버리고!!!" "시끄러! 잠탱아!!! 너는 승호나 데리고 빨리와!!!" 승호의 경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는 식당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알아서 저절로 2파로 갈라져 서로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몸발이 딸리는 재경이와 나는 밥먹을 자리 맞추기. 등발 빼면 시체인 승호와 창욱이는 식판 받으러 가기. 재경이와 나는 아비규환인 식당에서 겨우겨우 남는 자리를 찾아내서 4개의 의자를 필사적으로 사수하고 있었다. "헤, 재경아. 맞은곳은 괜찮아?" "......응." 고개를 조그맣게 끄덕이는 재경이. 헤....나보다 작은 남자애는 드물었는데ㅠ.ㅜ 기쁘구나!! 재경아!! 왠지 동생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지.... 선인장이 재경이가 귀엽다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선인장은 언제 올려나...ㅠ.ㅜ 짜식, 겨우 하루 안봤는데 벌써 너의 그 얼음장같은 표정이 그리워지다니. 아침엔 한번씩 꼭 너의 그 부드러운 볼살을 잡아 땡겨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은데......아잉, 섭섭해라. "어딨냐????? 선재야!!!!!!!!!" 식당안에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저 반달곰 이창욱의 목소리. 정말!! 너랑있으면 쪽시러워서 내가 제명에 못 죽어요!! ㅠ.ㅜ "여기다 임마!!! ㅠ.ㅜ" 내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자 그제서야 우리를 발견한 승호와 창욱이가 우리쪽으로 다가온 다. 북적북적한 식당줄을 요령있게 헤쳐내고 4개의 식판을 받아온 창욱이와 승호에게 격려의 박 수~~~!!! "수고했다~~~~" "무슨, 자리맞추기가 더 힘들지..킥킥." "이야..정말 학교 식당이 끝내주게 복잡하구나." 감탄(?)한 듯한 승호의 말에, 창욱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꾸한다. "그러게 말야. 전쟁이라니깐 전쟁~!!" ......그래, 그 전쟁같은 점심시간에 다른사람보다 3배는 빨리 식판을 받아오는 우리 이창욱군은 특전사라니깐, 점심의 특전사. "이야~ 오늘 메뉴는 깐~풍기일세~ 깐풍기~~" "응? 정말이네? 으아...학교에서 단백질 섭취하는것이 얼마만의 일이로고..ㅠ.ㅜ" 소란스러운 식당에 지지않으려는 듯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점심을 입으로 쓸어넣기 시작했다. "야~ 깐풍기 맛있다~~" 내가 말하니깐, 창욱이가 거의 절규에 가까운 수준으로 말한다. "응! 진짜 억수로 맛있다~~ ㅠ.ㅜ 내일도 나왔으면 좋겠다잉...ㅠ.ㅜ(쥘쥘쥘)" 창욱이의 모습을 보더니 밥먹다가도 웃음을 터뜨리는 승호. 하여간, 이창욱. 내가 너땜에 못살아!!! 10분도 안돼서 점심을 초스피드로 해치운 우리는 (재경이는 조금 남겼다..자식, 많이 먹어야 지!) 새로 온 승호에게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학교 건물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음, 저쪽이 도서관인가?..아닌가?" ........;;;;;;.......학교 안내를 해준답시고 자신만만하게 승호의 손을 이끌고 온 창욱이. 그러나 실은 자기 자신부터 안내를 받아야할 처지다. "바보야! 저건 과학실이고!! 저기 저 벽돌건물이 도서관이지!!" "응, 그랬나? 히히..미안하다." "킥..괜찮아." 하긴, 니가 언제 도서관에는 가봤겠니....;;아휴~ 우리가 밥먹고 학교 정원을 슬렁슬렁 산책하면서 학교를 둘러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자칭(;;;) '작은아씨들' 혹은 '꽃미녀 4인방' 이라고 부르는... 우리반 단짝친구인 4명의 여자애들이 단체로 뛰어오고 있었다. "어~~~ 안녕~~~ ^^ 산책중?" 우리를 발견하고 반갑게 웃어주는 영희. "안녕~ ^^" "점심 잘 먹었어?" "야~~~~~~^^ 안녕~~~~~~~~" 4명이 한꺼번에 인사하니까 정신이 없다. "안녕~ ^^" "바쁘네 바빠!" 우리들이 맞대꾸 해주니까 4명이 까르르 웃는다. "아까 바쁘게 달리던데, 어디 가려던것 아냐?" 승호가 물어보니까 미선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아이고, 이렇게 수다 떨때가 아니지! 너네들 물리 숙제 다 했어?" "물리 숙제?" "그거 있잖아!! 그 2단원 연습문제 풀어오라는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윽~! 어떻해~~ ㅠ.ㅜ" "얼른와! 지금 20분정도 남았으니까 5번까지는 할 수 있겠지!" "엣, 재경아. 혹시 너 물리 숙제 했어?" 영희가 재경이에게 다정하게 물어보자, 재경이가 '으..응..' 이라고 대답한다. "우와! 그럼 나좀 보여줘~~~~!!" "나도! ㅠ.ㅠ 나도!! ㅠ.ㅜ" 갑자기 재경이에게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나도! 나도! '라며 어깨를 붙잡고 눈물..ㅠ.ㅜ 을 흘리며 애원한다. "아..응. 봐. 봐..." 재경이는 놀랐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봐도 좋다고 계속해서 허락하고 있다. "승호 넌 좋겠다! ㅠ.ㅜ 전학생이라서 숙제 안해도 되고잉!" "킥킥..그래, 열심히 해라. 난 재경이랑 좀 둘러보다 갈게." "그래~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우린는 승호와 재경이를 남겨두고 전속력으로 교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현승호. "잘 가라." 내가 말하자 커다란 책가방을 등에 짊어진 재경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응, 너도 잘가." 다른 사람이 메면 그렇게 커보이지 않겠지만, 몸이 워낙 작은 재경이라 조금만 큰 책가방을 메도 마치 등산가방 처럼 보였다. 저 모습도........정말 그 아이랑 비슷해. 여러모로 재경이는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해서...눈에 밟힌다................ 재경이의 뒷모습을 조금 지켜보다가..나도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야자를 끝내고 나서 9시가 넘은 시간이라 바깥은 꽤 어두웠다. 학교 교문을 나서면서 우리반 몇몇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잘가라는 인사를 건네서 '너도 잘가라' 라고 얘기해 주었다. ...........뭐랄까....... 전학..을 잘 오것..같다는 느낌..이랄까? 반 아이들도 착한 것 같고....정도 많은 것 같다. 제일 좋은건, 나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것 같다는 것이다. 홍영진이 조금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뭐, 녀석은 예전에 손을 봐준적이 있으니...괜찮을 것 같다. 까불면....또 그때가서............(그렇게 말하며 승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분좋은 새학교의 첫날을 보내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온몸에 엄습하는 불안한.......기분. ................................재경이가 위험하다. 느낄 수가 있어... 또 한번 되풀이 되는 패턴........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 나는 서둘러 책가방을 고쳐매고 나도 모르는 방향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중학교때는 멋모르고 '짱' 이라던가, '형님' 이라던가....그런게 멋있어보여서 내 몸도 주체하지 못한채 싸움을 하러 다녔었다. 원래 운동같은걸 좋아했고...싸움도 좋아던 편이라....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먹다짐하는 패거리에 껴버렸던것 같다... 물론 터무니 없는 소문들도 그때 당시에 퍼진거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학교가 한번도 진 적이 없어서 그런소문이 더 크게 퍼졌겠지. 우리학교가 한번도 진적이 없는 이유는 다름아닌...뭐랄까...... 나의 특이 체질 덕분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어렸을때부터 그랬는데....나와 관계가 있는 누군가가 위험하게 되면.... 혹은 내가 위험에 처할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고....불안이 엄습해 오는것이다. 그런 기분을 좇아서 달리다 보면.....나도 모르게 그 위험한 곳에 도달하게 된다. 내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위험감지기'라며 놀리곤 하지만...... 엄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영험하다는 무당..인가..뭐 하여튼 그런 도사 비슷한 사람에게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 분은 초로의 할머니셨다. 무섭게 생긴 그 할머니는 나를 보고 씨익 웃으시더니 대뜸 ' 좋은 수호령이 너에게 붙어있구나...큭큭...' 이라며 쌀을 손에 굴리시며 말씀하셨다. ' 수호령이라뇨..? 누구요? ' 엄마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으셨다. 그러자 그 할머니께서.... ' 이 애의 애비가.....이 애를 돌봐주고 있구만...' 이라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담고 말씀하셨다. '................아이 아빠가요.....? ' 놀라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우리 엄마. .....응.....이상하다. 우리 아빠는 옛날에 돌아가셨는데... 사실, 난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걸........ ' 아가야. ' ' 예? ' ' 밤에 가끔씩 누군가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그러진 않느냐? ' ' 어??? 어떻게 아셨어요? ' 할머니는 껄껄껄 웃으시더니 말씀하셨다. ' 너의 애비가....니가 걱정이 되어서 널 떠나지 못하고 있는게란다. 일찍 죽은게 미안해서..... 죽은 후에라도 너에게 애비 노릇을 해주고 싶어서..... 황천으로 가야할 사람이..아직도 이승에 머물러 있구나...' '......' ' 니 애비는....니가 행복해지면, 알아서 너를 떠나실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라고 말씀하시며 쭈글쭈글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조용히 속삭이셨다. '....좋은 애비를 뒀구나. 아가야....'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던것 같다. 그 날 그 할머니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내내 엄마는 계속 울고 계셨다. ' 엄마, 아빠는....왜 돌아가셨어? ' 엄마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 응..나중에.....니가 크면 알려줄게. ' 언제나 같은 대사.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냐고 물어보면..... 맨날 나중에 갈켜준다고 하시면서..알려주지 않으신다. 엄마는..거짓말쟁이. 피...아빠가 내 뒤에 함께 계시다는데....나도 알고 싶은데..... 엄마는 걷다가 멈춰서서 연신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 그랬구나.....승호씨가....너를 지켜주고 있었구나. ' ' 응? 승호는 나잖아 엄마. ' 엄마는 목이 메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 응. 너의 이름도 승호고....너의 아빠이름도 승호야. 니 아빠이름을 따서...너에게 똑같이 이름을 지어주었단다.' 그랬구나.. 아빠랑 나는 이름이 같았구나. ' 생전에 그렇게 착하던 사람이더니.. 죽은뒤에도....그리 착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를 꼭 껴안는 엄마. ' 착한 너의 아빠가....일찍 떠난게 미안해서..... 너를 그렇게 지켜주고 계신가보다. '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이상 눈물을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나를 안은 채 펑펑 우셨다. ' 잊지 말고 기억해 승호야..... 아빤 널 낳았을때 정말 기뻐하셨단다.... 세상을 얻은 것 마냥..정말 기뻐하셨어... 너는 축복받으며 태어난 아이란다. ' ****** 내가 중학교때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 졌을때, ..엄마는 나에게 아무런 꾸중도 하지 않으셨다. 학교에서 정학을 당하고, 내게 맞은 아이의 부모님이 병원비를 요청해와도 엄마는 아무말없이, 아무일 없다는듯이.. 선생님을 뵈러가고, 병원비를 지불하시고...... 나를 평소와 전혀 다름없이 대해주셨다. 엄마는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내가 싸우든 죽든 상관하지 않으시는건가보다라고 생각했 다. 나는 그것에 반항하듯이....마치 날 꾸중해 달라는듯이 매일같이 패싸움을 하고 괜히 시덥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다녔었다. 짱을 정한다네...무슨 구역을 접수한다네..하는....필요없는 싸움을 밥먹듯이 하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매번의 조그만 싸움에도 언제나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나에게 위험하다며, 이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혹은.....내 친구가 위험하다고.....내게 조용히 경고해 주시는 아빠. 아빠. 그런거 안알려 주셔도 된다구요... 이런건..그냥..그냥 한번 싸워보는 거예요. 남자의 패기라구요! 어쩌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그러는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아빠는 내가 다칠까봐...내 친구들이 다칠까봐... 언제나 내게 위험하다며 경고해주셨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내가 다치지 않기를 바래서. 나를 위해서.... 걱정을 담아서. 그런 싸움이 번복될수록. 아빠의 슬픈 경고가 늘어갈수록... ..나는 조금씩 학교 짱이라던가...구역을 평정한다던가... ..그런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날, 친구들에게 파를 해체하고 앞으로 싸움같은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말도 안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난 이미 그런것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말했다. ' 엄마, 나 이제 싸움같은거 안하고 열심히 공부할거야. ' 그랬더니 사과를 깎아주시던 엄마는 한참동안 가만히 계시더니 그제서야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나한테 무관심한게 아니었나봐. .....사실은.....나를 정말로 걱정하고 계셨었나봐. 이제껏 눈물을 참아오신거야... ......바보. ' 엄마...미안해....잘못했어. ' 앞지마로 눈물을 재빨리 훔치며 말씀하시는 엄마. ' 아냐, 알고 있었단다. 니가 제자리로 돌아올거라고.... 너의 아빠가..그렇게 너를 지켜주고 있는데... 니가 비뚤어질리가 없잖니. 난 믿었어. 아빠가 지켜주시는 너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거라고. '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힘있게 잡아주시는 엄마. ....그래. 엇나갈 수는 없는거다.... 아직까지도 나를 지켜주시는 아빠를 위해. 아빠를...나를 믿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조금더...열심히 해보는거야. 두분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 이제까지 신경쓰지 않았던 성적표를 보니.....나는..................반 43등이었구나....;;;; 하.하.하. 엄마가 날 얼마나 한심해 하셨을까....;;; 중3때야 공부를 시작했지만.... ...아는게 있어야지. 근데....이상한건 내가 공부하기 시작하니까 반 애들이 나를 더 무서워하는거다. ......공부하면 얌전해 보이고...좋지 않나? 평소때는 절대 안듣던 수업도 열심히 들어보고... 반 행사에도 참여하고.... 그러자 조금씩 아이들이 경계를 풀고 나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했다. 맨날 싸움하고....피를 흘리고, 병원에 입원하고.... 그런것보다 친구와 대화하고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에서 새로운 자리배치를 했는데..... .......아이고. ...............왜 하필이면 우리반 왕따가 내 짝인거냐. 재수에 옴 붙었다.-_-. 그 아이는 우리 나이또래보다 어려보이는...마치 초등학생같이 아직 어린티가 남아있는....어찌보면 좀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눈동자는 굉장히 동그래서 너무 순진해보였다. 그리고.....실은 진짜로 순진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 아이를 한번 두번 놀려먹다보니.. 그 횟수와 강도가 늘어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이는 왕따가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어쩌다 보니까....그아이는 왕따가 되어있었다. 반아이들이 걔가 너무 착하다보니 그 아이에게 괜히 심부름을 시키고 돈을 뜯어내곤 했지만, 그 아이는 반항할줄을 몰라서 열심히 시키는대로 했다. 나는 그런게 싫었다. 그 약한 모습이 싫었다. 뭐냐? 남자애가....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딱 부러지게 얘기해야지. 그런 태도로 대하니까, 다들 너를 깔보는거야... 어쨌든 상관없어. 왕따니깐, 나한테 말걸거나......그런일은 없겠지. 그래서 나는 책상선을 경계로 그 아이에 대한 관심을 똑 잘라버렸다. 하지만, 나에게 한마디 말도 걸것같지 않았던 그 아이는 예상외로 조심스럽게 몇마디씩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듯....열심히 내게 무언가를 말해주었다. 수업시간이라던가......하교시간때.... 나는 그 아이가 말거는 것이 귀찮아서 건성건성으로 '응','아니'하고 간단히 대답해줬다. 그러나 그 아이는 내가 대답해주는 것이 기쁜 듯, 대답이 돌아올때마다 작은 목소리지만 더욱 열성적으로 뭔가를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조용히 이 말을 덧붙였었다. '....난...니가 굉장히 부러워...싸움도 잘하고...친구도 많으니까....' 그 아이가 말을 거는게 조금 귀찮긴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칭찬을 듣자 나는 조금 기쁜 마음이 되어서.... ' 고맙다. '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조그맣게 웃어주었던 것 같다. **** 왕따와 짝꿍이 된지 몇주일이 지난 주말, 집에 오징어를 씹으며 TV를 보고 있는데 불안한 기분이 엄습해왔다. 조용한 아빠의 경고. .........음..........아무래도 내 왕따 짝꿍이.....위험한것 같네. 얼핏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어가는 시간. 하지만...지금은 내가 젤 좋아하는 프로를 하고 있는걸... 이 시간에 나간다고 하면..엄마가 뭐라고 하실거고... 그리고...무엇보다도.... 나는 이제부터 싸우지 않기로 했다. 또 다시 싸움을 하기 시작하면... 아빠도...엄마도 다 실망하실거야. 아빠, 경고를 무시하는건 미안하지만 난 이제 싸움같은거 그만 할래요. 나는 애써 아빠의 경고를 무시하며 열심히 TV를 봤다. 그러자 방에서 뭔가 드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아마 그것은 내게 왕따녀석이 거는 전화 같았다. ....분명히 맞을 것이다. 이럴때의 내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으니까. 이 전화를........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부르르 떠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고민에 잠겨있는 동안 전화는 끊겨버렸다. 아......정말........ 으으으으.......고민되네........ .......한번 더 전화가 온다면.......그땐....나가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 뭐, 전화도 한번밖에 안한걸 보니.. 그렇게 긴급한 일도 아닌가봐... 그지...? 그지.....? 으으.....신경끄자고......... 나는 그날밤 내내 찜찜한 기분을 안은 채...잠이 들었다. ****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자마자....교내 게시판에 놀라운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그건.....솔직히 말로하기....민망한 것이었다. 그 아이를 벌겨벗겨 놓고...몸에 바보, 멍청이, 왕따.....등의 말을 쓰고... 무언가 채찍같은걸로 그 아이를 때린 상처를 클로우즈 업해서 찍은 사진이 교내 게시판에 붙어있었다. 그 아이가 울면서 하지말라고 애원하는 모습도 걸려있었다. 그 아이의 엉덩이에 바보 라고 쓴 사진도 있었고.... 차마 보기 싫은 민망한 사진도 있었다. 크게 확대된 사진들이, 마치 포스터처럼 교내 곳곳에 걸려있었다. 어제.........저런일을 당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거구나.......... .........젠장!!!! 분명히....저런 사진을 찍으면서 그들은 기뻐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저항할 수 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쾌락에 기뻐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저런 짓을 할수가 있는것일까........ ..........진짜........추접한 새끼들. 어제 아빠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그냥 밖으로 달려나갈걸! 젠장....!!! 나는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교내에 붙어있는 그 사진들을 모두 떼어서 박박 찢고 있었다. 씨발새끼들....걸리면 다 죽었어. 구겨진 사진을 손에 가득 쥐고 교실문을 드르륵 열면서 외쳤다. "씨발, 왕따 새끼 왔어?" 황급히 고개를 흔드는 아이들. 하긴...그 몸으로 학교에 왔을리가 없지. 더러운 자식들. 자기가 잘살았으면 얼마나 잘살고, 자기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길래 남에게 저따위 짓을 하는건가? 자기네들도 한명 한명 떼어놓으면 별것도 아닌것들이, 다수의 횡포로 그 아이에게 저런 추접한 짓을 시키고.... 그걸 사진을 찍어 다른이에게 이렇게 공개하다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니가 그런짓을 당했다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하고 자신이 울며 애원하는 모습을 학교 가득히 걸어논다고. 그래도....너희는 그렇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걸까? 그러면서도 왜 사진 찍은 사람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건데? 자랑스러운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름을 밝힐수도 없는거 아냐?! 익명성에 숨어서 다른이에게 이렇게 치욕을 주는 사람들의 정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똑같이 해주마. 더러운 새끼들. 너희들의 추접한 사진이 학교에 주렁주렁 걸리게 해주마. 아무도 그 아이의 집주소 같은건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교무실에 들어가 몰래 선생님의 학생수첩을 들춰내어 그 아이의 집주소를 알아냈다. 그 아이의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분노에 휩쓸려 나는 그 집으로 뛰어갔다. 말해봐라, 누가 너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똑같이 해주마. 그런 미친놈들은 당해봐야 정신이 들겠지. 하지만... 그 아이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영영 대답할 수 없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죽었으니까. 그 아이의 집 앞은 앰뷸런스와 경찰차로 소란스러웠으며, 동네 사람들이 마치 잔치 구경이 라도 난 듯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가 오열하고 있었고, 아이의 아버지는 말도 못하 고 있었다. 엄마는 앰뷸런스 안에서 죽어버린 그 아이의 시신을 잡고 절규하듯이 외치고 있 었다. "진우야.....진우야아.........눈을 떠!!.......진우야!!!!!!!!!!!!!!!!!!" ........저 아이의 이름이 진우였구나. .......................짝꿍을 한지가 한달이 다 되어갔는데도, 나는 그 아이의 이름도 몰랐구나. 울지도 못하는 진우의 아버지는.....진우와 비슷한 이미지의 남자였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고....더할 수 없이 착해보였다. 슬픔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울지 않고 있었다.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들어보니, 어제밤에 진우가 돌아오지 않아서 진우의 엄마 아빠가 사방팔방으로 진우를 밤새 찾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진우의 엄마가 진우를 발견한 것은 집 앞. 심한 일을 당하고 거의 기어오다시피 집에 온 진우를, 겨우 집 앞 에서야 발견한 것 이다.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진우를 발견하고 앰뷸런스에 연락했지만, 집에 기어오기 전까지 너무나 피를 많이 흘렸고, 탈진해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해서......... 앰뷸런스 안에 싣자마자 죽어버렸다고 한다. 진우의 어머니의 오열, 아버지의 초점없는 표정..... 마치 즐거운 일이라도 구경하는 듯 소란스러운 동네 아줌마들의 소근거림. ' 그 아이가 왕따였다면서요?' '응, 우리애도 저 학교에 다니는데.,소문난 왕따였다네..쯧쯧..우리아들은 왕따같은거 아니라 다행이야...' '요즘애들이 좀 무서워야죠...저렇게 애 하나를 병신 만들고, 죽여버리다니.....정말.....어디 무 서워서 학교 보내겠어요?' ........아줌마들의 소근거림은.......진우에 대한 애도의 빛이란 조금도 없었다. 단지 자기 자식들은 왕따가 아니라는 안도감. .........겨우, 그정도밖에 생각이 안되십니까?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과, 아줌마들의 소근거림이 나를 견딜 수 없이 불쾌하게 했다. 욕지기가 넘어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그냥 그 자리를 떠나 학교로 가지 않고 집 으로 돌아왔다..............기분이 나빠서................학교는 별로 가고싶지가 않았다. 그 학교 어딘가에 저 아이를 저렇게 죽게한 새끼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학교가 더없이 더 럽게 추하게 느껴졌다. 엄마에게 '학교 결석하겠어요' 라고 말하자, 왜냐고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그래...니 뜻대로 하렴' 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2-3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친구가 내게 전화해서 학교에 진우가 어떻게 죽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고.....그래서 진우의 책상에 그를 애도하는 국화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그런 얘기를 전해주었지만, .......그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은 후에야 국화를 산더미처럼 쌓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된단말인가? 살아있을 땐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더니.....이제 죽고 나서야 왕따 취급을 안하게 된건 가?......................그런게 어딨어. 나는 그 아이와 통화하다가 기분이 나빠져서 아무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는 하겠지만..... 나또한 그런 사람중의 하나이지만.... 그런게 견딜수 없이 나를 불쾌하게했다. 그 날 저녁, 예상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그 분은 진우의 엄마였다. 잠을 제대로 못주무셨는지, 눈밑이 검고 핼쑥해진 진우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실에서 조용히 내게 말씀하셨다. ' 니가.....승호로구나...얘기 많이 들었어......역시 멋진 아이였네...... 우리 진우가......매일 너에 대해서 얘기해주더구나.' '...............아.......예............' ' 학기초부터 너에 대해서 말했었는데......이번에 너랑 짝꿍이 되었다고 굉장히 기뻐했어. ' ................................그랬었나........그래서 내게.......그렇게 열심히 말을 걸어온거였나....... ' 자기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다고.......네가 굉장히 착한아이라고 매일 칭찬했어......' .........무슨말이야. 나는 하나도 안착하다고. 니가 말거는게 귀찮아서........난 그냥 건성으로 대꾸했었단 말야............. 왜...........왜 내가 착하다고 생각한거야........ 그렇게 말씀하시고 진우의 어머니는 내게 한권의 노트를 내밀었다. ' 우리 진우 일기장인데.........자기 얘기보다 니 얘기가 더 많더라. 진우는.....니가 굉장히 부러웠나봐.....키도 크고......힘도 세고.....' '........' ' 우리 진우도 너처럼 힘도 세고..그랬으면....우리 진우도...... 우리 진우도........그렇게 죽지는 않았을텐데.......' 그렇게 말씀하시고 진우의 엄마는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손수건에 눈물을 흘리셨다. ........................난......난 뭐라고 해야하는거지........? ...........내 손에 놓여있는 일기장이.......너무나 무거워서..........나는 손이 저릴것만 같았다. **** 몇번을 망설인 후에야 그 아이의 일기장을 펼쳤다. 왠지 모르게 읽으면......가슴이 답답해 질 것 같아서....보지 않으려 했지만, 일기를 읽다보면 분명히 진우를 괴롭힌 새끼들의 이름이 나올 것 같아서 그자식들은 반드시 즈려 밟아버리고 싶었기 때문에.....진우의 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진우 어머니의 말씀대로 진우의 일기엔 나에 대한 말이 정말 많았는데..... ...........그의 일기에 묘사된 나의 모습은.......정말........마치 슈퍼맨과도 같았다. 착하고, 힘도세고, 친구도 많고, 반에서 43등인 내 점수도 높다고 써놓았었다. 사실의 나의 모습보다 몇배는 과장되어서 나는 그만 실소를 터뜨릴때도 있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들도 적혀있었고, 마치 진우의 일기가 아니라 나의 일기인 듯이 나에 대한 것이 많이 적혀있었다. 쑥쓰러울 정도로 미화된 나의 모습은 읽기 무안할 정도였다. 나는 진우가 왕따였기 때문에 우리반을 저주하고,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비난할거라고 생각했지만............그 아이가 적어내린 우리반의 모습은 밝았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에 대해서도 좋은 면을 적어놓았다. 반 아이들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하지만 가까이 가고싶은 마음으로.....여러가지를 일기장에 쓰고 있었다.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책에선 친구들이 부탁하는 것을 잘 들어주면 친구가 많이 생길거라고 했는데......왜 자기는 부탁하는걸 거절하지 않고 모두 들어주는데도 친구가 생기지 않는것일까....하고 고민했다. 괴롭힘 당한 이야기는 하나도 쓰지 않았고, 저주하는 말도 없었다. 나 뿐만이 아닌 우리반의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좋은 면만을 발견해 내서, 그걸 기쁘게 적었 다. 진우는......우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던거다. 그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우리반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했었다. 그렇게 호의를 가지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었던건데.... 그들은 그 착한 마음을 착한 마음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용했던거다. 저 자식은 작고 바보니까, 시키는대로 다 하는 것 뿐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진우가 나빴던게 아니다.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진우는 너무 착했던거다. 주변 사람들의 나쁜 마음이 진우의 착한 마음을 착한마음 그대로 놔두지 못하게 한거다. ..............진우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잘못되었었다. 진우야.... 나는 너를 비난했는데, 바보같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너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그런데.....우리가 그걸 짓밟은거야. 진우에게 누군가가 한명이라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었다면, 이 일기장에 적힌 것 처럼 착 한 진우의 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왕따라고 모두가 그 아이를 피하고....멀리 했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녀석의 생명을 꺼버린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날 아빠의 경고를 무시하지만 않았어도..... 걸려온 전화를.....그 전화를 받기만 했어도, 진우는 죽지 않았을텐데. 날 마치 슈퍼맨인양 생각하고, 내게 구원을 요청한 진우의 전화를 나를 매정하게 거절한 것 이다. -알면서도, 녀석이 위험하다는걸 알았으면서도..... 겨우 TV를 보고싶다는 이유로, 나가기가 귀찮다고. 진우야. 나는 하나도 착하지 않아. 나는 나쁜놈이야. 더러운 놈이라고. 나는 널 무시하고, 너의 요청을 거절했어. 그런데..... ..........근데 왜 넌 왜 이렇게 내가 착하다고 일기장에 써놓은거야. 나는 진우의 일기를 읽고 또 읽으면서 어마어마하게 미화된 나의 모습에 웃고, 녀석의 착한마음에 울면서.....바보같이 밤을 지새버렸다. ****** 그 이후로도 가끔씩 진우의 일기를 읽는다. 일기에 묘사된 나의 모습에, 조금씩..실제의 나를 맞춰가려고 노력한다. ......진우의 일기대로 슈퍼맨이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내가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의 일기는............나를 변화시키는 힘. 그래서....그것을 읽으면서 진우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씁쓸한 후회. 아마 아빠는 나의 후회를 미리 짐작하시고, 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 솔직히 말하면 놀라버렸다. 마치.... 재경이의 모습이, 진우와 겹쳐보였기 때문에. 나는 하느님이나, 신을 믿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런 절대자가 있다면.... 그분께서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거라 생각한다. 이번엔 후회하지 말라고. 그래서.....나는 지금 이 마음에 울려퍼지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달려가려한다. 분명히 재경이가 위험하니까. **** 역시나 예상대로 아침에 까불었던....대통인가..뭔가 하는 녀석들이 재경이를 에워싸고 있었 다. 홍영진은 없었다. 녀석은 아마 쓴맛을 봐서 오지 않은거겠지. 재경이는 이미 몇대 맞은 듯 벽에 기대어 쓰러져 있었다. 저런 놈들은 말로해서 깨닫지 못한다. 뇌까지 근육으로 뭉쳐있어서, 몸으로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어이, 박대통." 내가 부르자 무심결에 뒤돌아보는 박대통. 나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놈새끼의 아구창을 날려버렸다. 힘을 좀 줬으니 분명히 이빨도 몇 개 나갔을테지. "너....어떻게 여기에...." .............왜냐고? "나는 위험감지기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머지 새끼들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과히 듣기 좋진 않았지만, 이렇게 약한 놈을 건드리는 새끼들은, 흠씬 맞아봐야 남이 얼마나 아픈지를 아는 법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옛 성현의 말씀은 하나도 틀릴것이 없다. 거리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시체같은 녀석들의 몰골에 대고 말해주었다. "다음번에 걸리면, 저승행이다." 겁에 질린 녀석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기고, 달리고 해서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괜찮은가?" 내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밀자, 재경은 굉장히 머뭇거린 후에 내 손을 맞잡았다. .......같은 학년인가 의심될 정도로 작은 손. 그것마저도 진우를 생각나게 해서, 나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예전에 내게 내밀어진 구원의 손을 거절해버린것은............바로 나. 하지만, 이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려고 한다.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이제까지 아빠와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온 나이지만, 이젠 내가 먼저 도움을 주려해. 이것이 작지만 나의 사죄하는 마음. 진우를 닮은 너에게 나는 그 일에 대한 사죄를 하려 한다. 미약하지만 나의 최선을 다해서 너를 지켜주겠다. 니가 위험하면, 내가 그곳에 있겠다. 나는 너의 위험을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냥 내 이름만 불러줘. 그럼 내가 그곳에 있겠어. 이 맞잡은 두손을 놓지 않겠다. 니가 밝게 웃을때까지 내가 도와주겠어. 하늘에 있는 진우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 BGM # Beyond The Sea - Robbie Williams - From OST : A Life Less Ordinary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중에서. - 송영희. 요즘 우리반 애들은............ 한마디로, .........'깨소금이다!!홍홍홍 >▽<'........;;;; .................의 기분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 그 이유인 즉슨, 승호가 전학오자마자 홍영진을 기죽인 다음날인 화요일. 왠일인지 홍영진을 제외한 나머지 패거리들이 전부 결석을 했더라. (소문으로는 승호에게 복날 개잡히듯이 맞았다고 하던데. 호~!호~!) 화요일날 새로이 학교에 온 홍영진은 자기 패거리, 즉 후방세력이 한명도 없음에 실망을 거듭하다가, 현승호의 심드렁하고 무관심한듯한 대사-'내 앞에 앉아라' 라는 말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승호의 앞자리에 (원래는 대통이 자리지만) 앉게 되었다. 승호 앞자리에 홍영진이 앉자마자, 승호는 홍영진의 머리를 참으로 다정-_-하게 쓰다듬으며 여전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 니가 내 짝꿍을 오랫동안 괴롭혔다면서? 음.............그럼 벌을 좀 받아야 겠구나. ' (그 순간, 창백해진 홍영진의 얼굴 : 반 아이들 모두 고소해함-_-) ' 무...물론이지요! 하.하.하.' (홍영진의 경직된 웃음 : 반 아이들의 기분을 더욱 고조시킴-_-) ' 엉, 내가 듣기로는 니가 재경이한테 빵 심부름을 시켰다며? ' 그렇게 말하고 승호는 더욱 다정히 홍영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승호의 손길이 부드러워 질수록 홍영진의 얼굴은 더욱 더 사색이 되어갔다. ' 아, 그..그건 아,저기....' ' 여기고 저기고 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제부턴 니가 재경이 심부름좀 해라. ' (울상이 된 홍영진 : 반 아이들 희열을 감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기침을 가장한 웃음이 터져나옴-.ㅜ^) ' 아, 그..그러지요.ㅠ.ㅜ' ' 재경아. 뭐가 먹고싶냐? ' 아무말도 못하고 당황해서 두리번 거리는 재경이. 재경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건만 승호는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이 '아하' 라고 말하고는 ' 소보루 2개. 빨리 사와, 정확히 1분 45초 내로 다녀와. ' 라고 음산-_-하게 말했다. ' 아, 예.ㅠ.ㅜ....' X구멍에 불붙은듯 잽싸게 매점을 향해 질주하는 홍영진의 모습은, 예전에 위용-_-은 찾아 볼 수 없을정도로 애처러워 보였다. 홍영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우리반 아이들은 배를 잡고 뒹굴며 웃기 시작했고, 창욱이가 '나이스! 현승호!' 라고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승호도 그에 맞춰 '오케이! 이창욱!' 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화요일 부터 재경이의 심부름(?)을 하게 된 홍영진은, 화,수,목요일. 그리고 오늘 금요일에 이르기까지 4일을 심부름 하다보니 심부름이 아예 몸에 밴 듯,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 아침에 소보루빵 2개 사오기 - 점심때 재경이 식판 받아오기 - 저녁때 재경이 가방 들어다주기 가 생활화 되었다. 그래서 요즘 홍영진의 별명은 '한재경 전용 머슴-_-' 이 되었다. (오~호호호호! 잘됐다. 흥!-_-) 오늘도 우리의 앵무새 머슴(홍영진이 머리를 현란하게 염색해서 마치 그 모습이 앵무새 같다고 하여 앵무새 머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얌전하게 소보루빵 두개를 재경이와 승호 자리에 올려두었다. 승호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재경이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홍영진이었지만, 승호가 오자마자 억지 웃음을 짓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다. ' 왜그래? 엉? 불만있어?' 승호가 그렇게 말하면서 홍영진의 어깨에 팔을 척 걸치자 ' 하.하.하.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ㅠ.ㅜ' 라며 홍영진이 대답한다. 요즘에 그렇게 기가 팍 죽어서 사는 홍영진이니, 조금은 짠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나. 너는 아직 면죄부를 받으려면 당-멀었으니 그동안 열심히 재경이 심부름 해라. 물론 재경이야 홍영진이 옆에 있는것 자체가 무서운 듯 홍영진의 호의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짜식, 넌 그정도는 받아도 돼. 이제껏 홍영진이 얼마나 널 괴롭혔냐!-_- "꼬-소하다..훗.훗.훗." 미화가 살포시 눈웃음을 지으며 웃자, 나머지 3명이 덩달아 웃는다. "나도 10년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것 같다. 호.호.호." 우리 네명은 각각 마녀-_-;;같은 웃음을 흩뿌렸다. 그리고 웃음이 그치자마자 수아가 미선이의 멱살을 익살스럽게 움켜쥐며 미선이에게 말했다. "참, 조미선!!!!! 너 어제!!!!!! 고백해 -_- 너, 니가 왜 현승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거지????" "뭐????? 현승호하고 집에 돌아갔다고????" "아-니-. 야!!!!! 너 승호랑 인선이는 관상용으로 두기로 했자나!! ㅠ.ㅜ" 우리들의 항의에 미선이는 전지현 같은 긴머리를 쓸어내리며, 볼에 홍조를 띄고 말했다. "아, 나도 같이 갈 생각은 없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집이 가까워서 말이지." "으흑! 좋겠다잉.ㅠ.ㅜ" 우리는 각자 미선에게 부러움을 표시했다. 잠시 후, 미화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미화 曰"야, 진짜 승호 생각보다 순진하더라." 수아 曰"크큭, 맞아! 맞아!!" 미선 曰"응! 진짜 순진빵이더라.ㅠ.ㅜ" 아하!!! .....쿡쿡쿡. 그렇다.ㅠ.ㅜ. 현승호의 약점은 바로 여.자. 스포츠맨의 대부분이 그렇듯 좀 연애-_-관계에 있어선 둔하지. 아마, 운동에 힘쓰다 보니 그쪽으론 좀 둔해지는 모양이다. 남자들에겐 (특히 홍영진 같은 사람들에겐) 최고 강한 승호이지만, 여자라던가 재경이 같은 약한 사람에겐 맥을 못추는 것이다. 아마도, 승호는 적이 강할수록 나도 강하다! -그런 타입인듯 싶다. 물론, 승호야 학교에 전학오자마자 수없는 러브 레터를 받았지만, "고,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한결같이.... "미안하지만 아직 여자친구랑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어" 라고 쑥쓰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래도 우리 학교 여자애들은 ' 그 쑥쓰러운 미소라도 봅시다!! ㅠ.ㅜ' 라는 마음으로 수없이 러브 레터를 날리는 중이다. 에..........또 한가지 재밌는 점이라면, 수업시간에 안졸고 열심히 공부하는 승호지만 유감스럽게도 실력은 별로!(ㅠ.ㅜ 푸하하하!) 특히 젬병인 것은 수학이라, 화요일 오전 2교시. 수학선생님의 호명으로 칠판에 문제를 풀었는데 푸는 족족 다 틀려버렸다. "또 틀렸네!!!! 다시 풀어!!!!!!" 수학선생님의 호통에 승호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반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ㅠ.ㅜ) 그날 이후 수학선생님에게 찍힌 승호는 매일 10문제씩 개인 숙제를 내고있다. 덕분에 수학이라면 학을 떼는 승호다. "승호야!!! 오늘도 수학 10문제 풀어 왔어?" 미선이가 방긋 웃으면서 물어보자, 승호가 겸연쩍은 듯 부루퉁 하게 대답한다. "아, 해..했다고. 아이씨, 그거 안해도 잘 하는데...." "뭐가 그래??? 너 푸는 것마다 다 틀리잖아~~~~!!!" 미선이가 웃으면서 승호의 등을 팍팍 후려치자, 승호는 "야, 넌 여자가 무슨 힘이 그렇게 세냐?"라고 말하면서 울상이 되었다. "그럼, 너도 나 때리면 되잖아???? 때려~ 때려~" 미선이가 장난스럽게 자기 한쪽 팔을 승호에게 내밀면서 말하자 승호는 곤란한 얼굴로 "아, 됐어!!! 됐다고~!!!!! 엇???? 야!!! 이선재!!!!!!" 라고 외치며 선재를 발견하자 마자, 선재가 구세주라도 되는 양 잽싸게 뛰어갔다. .......쿡쿡... 여자에겐 어지간히 약한 승호다..... "뭐야? 현승호!!" 선재가 말하자, 승호가 '아이씨, 있지, 어제 문제를 푸는데 이게 안풀리더라니까' 라고 말하면서 수학선생님께서 몸소 하사하신 '매일 매일 10문제' 노트를 내밀었다. "으이그!!!! 이 돌머리 현승호, 너 또 엄청 쉬운문제 부호 틀린거 아냐?" "윽! 아니라고!!!!!! 어려운 문제라니깐!!" "쉽기만 해봐라-_-+" . . . . . . 그리고 잠시 후, "야! 이 멍청이 현승호!! 여기서 -2가 왜 갑자기 다음줄에서 +2로 변신하는거야?" 선재의 지적에 눈이 동그래진 승호, 노트를 붙잡고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쑥쓰럽게 웃었다. "어..그, 그랬네.....^-^;;;" "-_-+ 일루 와!" "봐줘, 선재야.ㅠ.ㅜ" 학교에선 짱이건만, 우리반에선 이리저리 채이는(?) 승호. ......쿡쿡, 어지간히 재밌는 녀석이라니깐. ****** - 현승호. 누가! 그! 누가! 우리반 아이들이 착하다고 했는가!!!!!ㅠ.ㅜ 사실은 악귀(!)들 인것을!! 어째서 나만 보면 못잡아 먹어서 안달들인지............................ 특히 선재와 미선이가 제일 무섭다-_- 선재와 미선이는 둘다 비리비리 약하게 생겼으면서도 사실 손때는 장난아니게 맵다. 한대씩 맞으면 등이 화끈화끈한데, 아우, 그 작은 녀석들을 때릴수도 없고! ㅠ.ㅜ 오늘도 학교에 오자마자 미선이와 선재에게 얻어맞은 얼얼한 등짝을 어루만지며, 잠시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학교의 자랑인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으니, 옆에 몇몇가지의 꽃들이 피어있는게 보였다. 음....저 보라색 꽃은 아마도 붓꽃인가보다. ...예쁘기도 하지...... .......잠시.........구경할까....... .........사실........... 옛날에 친구에게 한번 길가에 꽃집을 지나가다가, 후리지아꽃을 보고 ' 야....향기가 너무 아름답다' 라고 했다가......... ......;;;;;........경악에 가까운 시선을 받았다. ' 승호야, 너....그 대사...너랑 지독하게 안어울리는거 아냐? ' .......씨뎅.ㅠ.ㅜ 그래, 내가 좀 우락부락하게 생겼다고는 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여린....;;;;;...... (씹,-_-구라는 집어 치우고) 여하튼 생긴것 만큼 마음도 우락부락 한거는 아닌데. .......아, 왜 남자의 순정을 몰라주냐구요...... 남몰래 분한 마음을 삭히며 예쁘게 핀 꽃잎을 슬그머니 만지고 있는데, 산책길 안쪽에서 조그맣게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한 목소리로 '왜?' '안돼!' 등의 단편적인 대사들이 간간히 들려왔다. ......음......누군데 아침부터 이렇게 싸우고 난리람..... 조금의 호기심이 일어 조심스럽게 산책로 중에 나무가 우거진 쪽으로 몸을 숙이자 더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 난 당신말대로 하진 않을거야!! 날 어린애 취급 하지 말아요!" "시끄러워!! 넌 아직 어려!!! 분명히 나중에 가면 생각이 바뀔거다, 이러지 마." 잠깐!!!! 저 목소리, 분명히 들어본 목소린데.......? 2사람중 한명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지만, 다른 한명은 알고 있다. ....저 목소리 분명...... ..........그래! 세계사 선생님 목소리였다! "뭐가 이러지 마!!라는거야? 싫어!!!!!!! 절대 시키는대로 하지는 않겠어!" "비켜! 자꾸 이러면 소리 지르겠어." "질러봐! 아무도 구하러 와주지 않을거니까!" "야, 이손 놔.....흡!" .......아니, 저노무 새끼.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_- 감히 선생님을 괴롭히고!!!!!!!!!!!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우거진 나무가지를 제치며 그 현장으로 달려갔다. . . . . . . . . ........ ................. ...............용감히 달려왔는데............................... 이........럴....수.............가.............. 현승호, 17세. 男. 송원외고 재학중. (참고사항:동정) ...............난생 처음으로 리얼 키스장면 포착하다. 놀라버린 승호가 딱딱하게 석화되어 가루를 날리는 동안, 세계사 선생님은 나무 기둥에 밀쳐진채 한 학생에 의해 진한 딥키스를 사사받고 있었다. 안타까운 표정을 한 선생님은 학생을 밀치려 했으나, 힘이 딸려서 다시 나무로 밀리고 있었다. "이러지...흑! 이러...이러.....지 마!" 키스 사이에 간혹 헐떡이는 소리로 세계사 선생님이 학생을 저지했으나, 그 학생은 그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각도를 바꿔가며 계속 선생님을 밀어붙였다. 키스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서..선생님과 제자사이. 게다가........남......자와 남....남자라니......................... 승호는 그 장면을 보다가 '내..내가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엉? 그런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굳어버린 몸은 승호의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흐..흡....비켜!" 강하게 학생을 밀쳐버리는 세계사 선생님. 학생은 그만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젠장." 학생이 낮게 중얼거리고, 세계사 선생님은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몸을 돌린 선생님은 멀뚱하게 서 있던 승호를 발견하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주저 앉고 말았다. "..어..어떻게 여기에....." 떨리는 세계사 선생님의 목소리. "아, 예, 아, 사.산채..책을 하다가 말입니다." 더듬거리며 대답하던 승호는 세계사 선생님을 밀치던 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 저녀석.....그.......뭐냐, 맨날 잠자던.....선우현 아냐.......? 딱 굳어버린 승호를 잽싸게 지나쳐 세계사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남아있는 승호는 선우현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선우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뚜벅뚜벅 승호에게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원래 붉긴했지만, 키스로 인해 더욱 붉어져서 창백한 피부와 굉장히 대비되었다. 치켜올라간 붉은 눈매가 왠지 모르게 선정적으로 보였다. 두근.... .....뭐, 뭐야....무슨 남자애가 어떻게 이렇게 생길수가 있냐......... 선우현의 날카로운 시선에 당황한 승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주저없이 승호에게 다가와 승호의 멱살을 잡았다. ........?! "너, 이름이....박승호던가?" ".........아니.......현승호다." 선우현은 귀찮다는듯 고개를 흔들었다. "박씨던 고씨던 상관없다. 내 말 잘 들어." .......맨날 잠자고 있어서 몰랐지만, 이녀석 키가 굉장히 크잖아? 나와 많이 차이나봤자 손가락 하나 정도랄까... 거의 눈높이가 맞는 수준인걸..... "내가 세계사 선생을 좋아해서 쫓아다니는거니, 허튼 소문 낼 생각하지 마. 나를 호모새끼라고 떠벌리고 다니는건 상관없지만, 세계사 선생까지 끌어들이면 가만히 두지 않겠어."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는 강한 눈빛. 자기보다 호리호리함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벼르는 배짱. ......... ............풋, 이녀석 생긴것과는 달리.........순, 개깡아냐? ".......소문같은건 내지 않겠다. 원래, 소문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승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선우현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흠.....진심인가?" 선우현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어보자,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선우현이 '고맙군' 이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승호를 지나쳐 가려하자, 승호가 갑자기 현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보는 물기어린 새까만 눈동자. 아직도 촉촉히 젖어있는 붉은 입술. ..........아, 내가 왜 잡아버렸을까.......... 자기가 왜 선우현의 어깨를 잡았는지 몰라서 고민하던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내뱉었다. "맨입으로 비밀을 지키란 건 아니겠지?" 나의 말에 현의 조각같은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뭘 바래?" .......;;;.......아, 뭘 바라냐고..... "내가 한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해라." "좋아." 선우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단단히 준비하고 침을 한번 삼킨 뒤, 나즈막한 목소리로 선우현에게 말했다. "...........너....................진심으로 세계사 선생님 좋아하냐?" 선우현은 승호의 질문을 듣고 잠시 멀뚱한 표정이 되었다가, 진지한 승호의 눈빛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야, 왜 웃는거야? 남은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무안해진 승호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대꾸하자, 선우현이 더욱 크게 웃는다. "왜그래?" "크..크크큭........그럴땐 보통.......' 돈 내놔!' 라던가..... '나한테 한번 깔려라' 그런 얘기 하는거 아냐?" 세..세상에...까..깔리라니...... .......미...............미친거아냐???? "까..깔리라니!!!!! 그런 망측한 말을......."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라 버벅대는 승호를 보고, 선우현은 급기야 배를 움켜잡고 웃기 시작했다. "푸핫......푸하하하!! 뭐야? 너 무섭게 생긴 주제에.........크크큭......." "-_-;;;; 젠장, 나도 무섭게 생기고 싶진 않았다고!!!" "하하하하!!! 아, 배땡기네....." 한참을 더 웃던 선우현은 하도 웃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은밀(?)하게 승호에게 물었다. "너, 동정이지?" "................헉." 온 몸이 딱딱하게 경직됨으로써 현의 질문에 긍정의 대답을 해버린 승호. 선우현은 다시 한번 그런 승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뭐야, 키스도 안해본 녀석이네." "야!!! 시끄!!!!!!!!!..............흡." .................;;;;;;;;;;;;;;................. ........나의...........첫.......키.......쓰........................... .............................. ......... ..... ................남자한테 뺏겼어!!!!!!!!!!!!!!!!! ㅠ.ㅜ 갑자기 승호의 양 볼을 잡고 쪽! 하고 베이비 키스를 한 선우현이 아예 그 자리에 망부석 처럼 못박힌 승호를 놔둔채 "다음에 보자고! 베이비~~~~~"라고 손을 흔들며 사라져갔다. ................기습 키스로 인한 정신적 데미지 10354점으로 넉다운 된 승호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 BGM # Love Song -Chage & Aska- き合う度にほら -secret river side- 우린 서로 안을 때마다 (호~라!) また君えていく -We can't go back- 점점 당신의 존재가 커져만 가잖아. 君が想うよりも 僕は君が好き!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나는 당신을 좋아해! - 송영희.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미선이가 할말이 있다며 급하게 내 손을 이끌고 교실 뒤로 가더니 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기가 먼저 실실 웃고 있었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아..있지..그게..푸..푸크크크큭..." 푸크크큭-_-;;이라니.....너를 사모하는 수많은 남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면 어쩌려고-_-;;; "괴성만 내뱉지 말고, 말을 해-_-;; 말을!" "아..배...배아프다.ㅠ.ㅜ 영희야, 너도 알지? 그 옆에 대진고에 이짱인가 하는.. 그 정태주말이야." "아, 정태주..걔 바람둥이잖아. 저번에 나한테도 찝적대던데...우씨," "응. 요즘엔 나한테 찝적대고 있었거든. 사실 걔도 멋있는 애지만, 우리가 반 구성원이 하이클래스이다보니 눈만 높아졌잖니-_-;;" "그..그렇지-_-; 큰일이야, 이렇게 눈만 높아지다가...크헉!(각혈)" "(영희의 피를 닦아주며) 그런데 오늘 그렇게 찝적대던 정태주가 나를 보자마자 사자 앞의 생쥐처럼 나를 살살 피하지 뭐냐?" 엉???? 널 피해??? 그것도 사자앞의 생쥐처럼? "무슨일이야?" 내 말에 미선이는 눈을 반달모양으로 그리고 '홍홍홍' 하며 웃더니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게 말야, 정태주가 어제 내가 승호랑 같이 집에 가는걸 봤나봐." "헉, 그래서!! 널 승호의 짝지!! 뭐 그렇게 생각했단 말야?" 내 말에 미선이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ㅠ.ㅜ) 그건 아니고, 내가 어제 집에 가면서 평소때-_-처럼 승호의 등을 팍팍 후려치면서 갔거든. 너도 알잖아? 승호, 여자한텐 약해서, 여자가 때리면 아무말도 못하는거." "크..크큭...크크큭..그렇지." "크크큭이 뭐냐-_-;; 이쁘게좀 웃어봐!" "시끄러, 사돈 남말 하는군! 얘기나 계속해." "험험, 여하튼 내가 승호를 그렇게 후려치면서 가니까, 정태주가 '이..이제껏 너에게 찝적거린거 미안해, 난 니가 무천중의 현승호를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한 여잔줄 몰랐어. 니가 송원외고의 숨겨진 짱이었구나!' 라면서 나를 겁나 두려워하지 뭐냐?!" 푸..푸풋!!!!! ㅜ.ㅠ "조미선! 그럼 너는 우리 학교의 짱을 패고다니는 여자로 소문난거구나???!! 푸하하하!" "그렇다니깐!!!! ㅠ.ㅜ 아~~~~ 내가 못살아!! 못살아!! 앞으로 밤길 다니다가 험한놈 만나면 '내가 현승호를 패고다니는 여자다!!'라고 할려고." "크흑! 그거 직빵이겠다~~~~ 직빵~~~~ ㅠ.ㅜ" 우리가 기쁨에 겨워 교실 뒤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 얻어맏는 짱-_-인 현승호 본인이 교실 뒷문으로 들어왔다. "승호~ 늦었구나~~~~~쿡쿡쿡" "안녕~ 승호야??" 미선이가 승호에게 방긋 웃으면서 승호의 등을 후려치자 승호가 울상이 되어서 '크흑!' 이라고 신음을 내뱉는다. "야..야..저..적당히 때려라, 아프다고....이씨." 찔끔 눈물까지 나온 승호가 등을 어루만지면서 미선이한테 애원;;한다. "음.....이번에 새로 매점에 피카츄빵이 나왔던데.. 그거 사주면 점심시간 전까지는 안때리도록 노력해볼께." 미선이가 진지하게 말하자, 승호가 당장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더니 "자, 사먹어."라고 말했다. 미선이는 승호에게 입을 삐죽이더니, "야! 같이 가서 사줘야지!!! 500원 동전만 주는게 어딨냐?" "...;;;....그게 그거지 뭐." "시끄러! 얼른 따라와!!" 그렇게 말하고 승호의 등짝을 후려치며 교실밖으로 막 등교한 승호를 내모는 미선이. "야! 안때리기로 했잖아!! ㅠ.ㅜ" "그건 사준 후의 얘기지. 아직 빵은 내 손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_-+ (회심의 미소)" "그..그런게 어딨냐? 알았어, 알았다니까!! 때리지마! 씨...어..얼른 가자. 얼른 ㅠ.ㅜ" ......푸하하하핫!!! 나를 비롯한 반 아이들은 얻어맞는 우리 학교 짱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교실을 뒹굴어다니며 포복절도 하는 중이었다. 수아曰 : 내가 승호땜에 못살아....크크큭...ㅠ.ㅜ 어제 수학시간 푼문제도 또 틀렸잖아! 미화曰 : 응, 그래서 10문제에서 20문제로 늘어났지....푸훗!!!! ㅠ.ㅜ 영희曰 : 아....정말 어지간히 웃긴 녀석이 아니라니깐......ㅠ.ㅜ. 미화曰 : 으~ 진짜 생긴건 캡쑝 잘생겼는데..하는짓이 왜저렇게 웃기냐... 영희曰 : 맞아, 맞아. 왠지 창욱이랑 비슷한거 같지, 응? 수아曰 : 응. 응!! 단지 창욱이는 맨날 잠만 자니까 문제지~~ 미화曰 : 근데, 공부한 승호나, 공부 안하는 창욱이나 문제 틀리는건 비슷하잖아! ㅠ.ㅜ 영희曰 : 크하하하하!!! (드디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교실 벽을 후려치며 웃어버렸다.) 아! 이미지 관리해야 되는데...이미지 관리!! ㅠ.ㅜ 근데 웃겨 죽겠네.ㅠ.ㅜ 아~ 아~ 안돼요! 안돼!!! 반 아이들이 서로 킥킥대면서 웃고있는데, 뒷문이 조용히(그야말로 조용히) 열리면서 나타난 홍영진. 양손에 책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다. 아마도 하나는 자기것, 다른 하나는 재경이것일거다. (승호가 아침에도 재경이 등교 마중-_-;;하라고 홍영진에게 명령-_-;했다) 얼빵한 표정의 홍영진이 교실을 휘휘 둘러보아 승호가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내.....내가 들게....." 불안해 죽겠는지, 계속 자기 책가방을 돌려달라는 재경. "이씨, 됐다. 나중에 승호님한테 혼난단 말이야." -_-; 이제는 아예 승호를 승호님이라고 부르는 홍영진. (너 보기보다 짠한 캐릭터였구나....처음에 칼있쑤마는 어따 팽개치고) 홍영진은 재경이의 책가방을 재경이 자리에 놔두고, 자기 가방에서 소보루빵 2개를 꺼내서 재경이와 승호의 자리에 얌전하게 올려두었다. .........ㅠ.ㅜ......아 못살아!! 부실장인 경태가 그 모습을 보더니 "영진아, 아침에 오기전에 매점에서 사온거냐?" 라고 묻자, 홍영진이 오만상을 그으면서, "씨발, 집에다 소보루 한박스 사다놨다. 됐냐?" 라고 험악-_-하게 대꾸했다. 소..소보루 한빡스....ㅠ.ㅜ 경태가 그만 웃음을 못참고 책상을 내리치며 웃기 시작하자, 얼굴이 달아오른 홍영진이 '씨발! 웃지마!! 야! 디질래! 썅! 씹! 된장! 띠발! ' 이라며 경태의 등짝을 후려쳤다. 얻어맞으면서도 웃음을 참지못하는 경태. (물론 다른 반 아이들도 모두 까바져서 웃고있는 상태다.) 그때, 교실 뒤에서 피카츄빵을 한아름 들고온 승호가 피카츄빵에는 걸맞지 앉게 홍영진에게 외쳤다. "야! 너 죽을래?? 아침부터 왜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고, 부실장을 후려치냐?" "아니예요!!! ㅠ.ㅜ 얘가 체했다고 해서 잠시 등을 두들겨 줬어요!! 그지? 그지?" 홍영진의 처절한 변명에, 경태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는 뭔가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이내 자기와 재경의 책상 위에 놓인 2개의 소보루 빵을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기가 안고 있는 한더미의 피카츄빵은 미선이에게 건네주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홍영진이 가져다 놓은 소보루빵을 텄다. "재경아, 너도 많이 먹어라. 먹어야 크지. 나중에 커서 홍영진좀 패줘라." 그렇게 말하면서 재경이 빵도 터주는 승호. "아..응." 승호가 터준 빵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는 재경이. 승호는 재경이에게 다정하게 '어서 먹어' 라고 말한다음에, 험악하게 홍영진에게 말했다. "야, 홍영진." "아, 예? ㅠ.ㅜ" "일주일간 소보루만 먹으니까, 이제 소보루 질린다. 내일은 카스테라 사와라." ...................!!!!!!!!!!!! 소보루 한빡스는 어쩌고!!!!!! ㅠ.ㅜ "예! ㅠ.ㅜ" 씩씩하게 대답하는 홍영진의 모습이, 미안할정도로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아..못살아, 내가.ㅠ.ㅜ "푸하하하....아, 홍영진이 짠하다니깐....흐흐흐.....자, 한사람당 두개씩! ^^" 승호에게서 한무더기의 피카츄빵을 얻어낸 미선이가 우리에게 2개씩 빵을 나눠주었다. "풋...승호한테 사달라고 했어?" "응. 승호한테 내 친구들것도 사달라고 했더니, 고르고 싶은대로 고르라고 하더라궁. 키키킥~" "킥킥...학교 짱님이 사주신 피카츄 빵을 먹어볼까~용~~~" 우리는 유난히 맛있는 피카츄빵을 수업시간에 야금야금 뜯어먹으며 즐겁게 오전 수업을 졸지 않고 버텨냈다. (아, 앞으로 시험기간때는 잠 안자도록 승호한테 빵좀 사달라고 해야할까부당! ㅋㅋ) - 이선재. ...................아이고, 내가 세상에 이창욱에 비견되는 똘아이가 있을까....했지만, 왠걸. 저기 있잖느냐. 현승호-_-라는 바부탱. 점심시간 바로전인 5교시에 또 수학선생님한테 걸린 승호는 연속해서 7번째 같은 문제를 칠판에서 풀고 있다. 급기야는 다급해진 승호가 앞에 앉아있는 진희에게 '야, 답이 뭐야?'라고 물어봤지만 여시같은 수학선생님께서 '답 알려주면 중간고사때 -10점!!' 이라고 말해서 답을 알려주려던 진희가 '헉!!!'하고 울상이 되고 말았다. "니 힘으로 풀어! 이 쉬운 문제를!!" 수학선생님의 전용 대나무 매로 머리를 딱딱딱 맞은 승호는 '이씨!'라고 말하며 또 다시 칠판을 칠판닦이로 지우고 똑같은 문제를 또 풀고 있다. ......아........-_-; 바보녀석. 너 푸는 방식은 맞았다고!! 3번째 줄에서 -12가, 4번째줄에선 +12로 바꼈잖아!! 니 눈엔 그게 안뵈냐!!!!! ㅠ.ㅜ 7번째, 8번째도 실패하고 열심히 9번째 문제를 풀고있던 승호. 9번째 문제를 푸는동안 점심종이 울리자 (자던 창욱이는 벌떡 일어나고) 수학선생님은 엄숙하게 승호에게 '내일부턴 30문제씩!' 이라고 말씀하셨다. "으-악!!!!!" 승호의 절규를 무시하고, 백여시 수학선생님은 총총총 교실을 빠져나갔다. 경직되어있는 승호에게 반아이들이 '수고해라, 승호야' 라며 등을 도닥여주고 각자 즐겁게 구내 식당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밥! 밥! 밥!" 맹렬하게 외치는 창욱이. ..-_-;;;;; 에휴.....이런 녀석들에 쌓여서 내 청춘을 보내야하다니. ....인선아!!!! 돌아와!!!!!! ㅠ.ㅜ 아...진짜, 인선이 이 매정한 녀석. 이탈리아 가서 전화한통 없다니..ㅠ.ㅜ 아니면 우리한테 어디서 머무는지나 좀 알려주던지...(크흑!) 그래! 혹시 같이 사는 재경이에겐 전화하지 않았을까...? 창욱이가 굳어있는 승호를 수습해서 식당으로 데려가는동안, 나는 재경이와 함께 식당으로 걸어갔다. "재경아." ".....응?" 나보다 검지손가락 길이정도 키가작은 재경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짜식, ㅠ.ㅜ 이 엉님은 너보다 키가 커서 기쁘단다!! "혹시 인선이에게 전화왔어?" 내 말에 재경이는 금세 고개를 푹 수그리고 조그맣게 고개를 저었다. 이...나쁜녀석! 자기집에도 전화 한번 안하다니..ㅠ.ㅜ 씨잉. 넌 우리목소리가 듣고싶지도 않은거지? ㅠ.ㅜ "저...저기...." "응?" 재경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나를 불러서 나는 재빨리 재경이를 돌아다보았다. "이..인선이한테..전화 왔어?" ......녀석, 너도 인선이가 걱정되나보는구나. "애석하지만, 나한테도 전화 안왔어. 으휴.....그래, 혹시 창욱이한테 했을까?" "......." "가서 물어보자. ^-^" 나는 재경이의 손을 붙잡고 승호와 창욱이 쪽으로 열심히 달려갔다. ****** 어느새 재경이와 내 몫의 식판까지 받아온 홍영진이 자리까지 다섯자리-_-;;참으로 깜찍스럽게 맞춰두고 있었다. 승호 옆에서 식사하는 홍영진은 아무래도 소화불량에 걸릴 듯 싶지만 승호는 홍영진의 위장상태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자, 먹자!!!" 활기차게 외친 창욱이가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창욱아." "응?" 밥먹다가 나를 멀뚱히 올려보는 창욱이. "선인장한테서 연락 있었어?" 라고 내가 물어보자, 창욱이가 서운한 표정이 되어서 "아니, 이 나쁜녀석. 그 녀석은 내 목소리도 안듣고 싶은가봐. 씨씨씨!!!" 라며 밥풀을 날린다. 밥풀을 날리며 계속해서 말하는 창욱이. "사실은 내가 담탱한테 인선이 연락처를 물어볼려고 갔었거든?" .....헉. 창욱아....!!! 맞아! 담임한테 물어보면 되지!!! .........정말 가끔씩 넌 나를 놀래킨대니깐. "그래서 전화번호를 얻어내서 0070~0을 누르고 국제전화를 했는데," "했는데????" 울상이된 창욱이 얼굴. "호텔 직원이 이태리어로 씨부렁 거려서, 암말도 못하고 끊었어.ㅠ.ㅜ" ..............-_-;;;;;;;; "됐어-_- 밥 먹어." "야!!!! 이선재!!!! 넌 그럼 이태리어로 '선인장좀 바꿔주세요!' 어떻게 하는지 알아?" .......;;;;;;;...모, 모르지......;;;;; 하.지.만! "영어로 하면 되잖아! 영어로! 메이 아이 스피크 투 선인장?" "나 영어도 못해. ㅠ.ㅜ" .......;;;;;;;............ "내가 저녁에 전화해 볼테니까, 나중에 전화번호 주고, 지금은 밥이나 먹어." "응." 이씨! 선인장!! 나쁜녀석!!! 징징..ㅠ.ㅜ 우리는 니 목소리 듣고싶어서 007~0~~0까지 누르는데, 너는 전화 한통 없냐!! 잉잉!!! 나! 쁜! 놈! - 장인선. 귀가 가렵다. "어? 인선아, 왜 갑자기 귀를 긁어?" "아, 귀가 좀....가려워서." ....;;;.......누가 내 말을 하나. 귀가 급격하게 가렵다. 그나저나, 끝끝내 집에 전화를 못해보는구나... 이 연합 대회에 온 학생이 한둘이 아니라서 자유시간에 전화를 하려면 정말 거짓말 안하고 2-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집에 안부전화를 한다고 서 있다.) 그제, 그러니까 목요일에는 2시간 반 조금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는데. 다이얼을 누르려는 순간.... ..............난 우리집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우리집 전화가 몇번이지? ...;; 맨날 핸드폰만 써서 집 전화번호를 알아야지. 재경이 오기 전까진 내가 집을 나오면 집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왜 집에 전화를 해보겠나? ......버...번호를 모르겠어.....;;;;;; 한동안 전화를 붙잡고 떠오르지 않는 우리집 전화번호를 생각해내려 애쓰고 있는데 뒤에서 조심스럽게..... "저, 급하지 않으시다면 제가 먼저 써도 될까요?" 라고 말하길래, 나도 모르게"먼저 쓰십시오"라고 양보해버리고 말았다. .......바보. 아으........ 그때 집전화가 딱 떠오르지 않았으면, 창욱이나 선재에게라도 먼저 안부 전화를 했어야 하는건데... ....뭐, 하긴......그녀석들이 내 전화를 기다릴 리도 없겠지만. ...그냥, 목소리나 한번 들어보자는 거지...... 내가 워낙 존재감 제로인 사람이라 내가 없다해서 뭔일이 나겠냐만.... (.....괜히 자신이 바보같아지는 선인장이었다.) "왜 이렇게 축 쳐져 있는거야? 인선아?" 내 어깨를 살포시 두드리며 방긋 웃는 민정이. 단합 대회 와서 만났는데....이탈리아를 돌아다닌지 이틀째에 고백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누굴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했더니, '그럼 친한 친구로 지내자!' 라며 손을 내밀었다. ....성격도 싹싹하고, 착한 아이같아서 이탈리아에 있는동안 같이 돌아다니고 있다. "별거 아냐." "풋....힘 내라고! 드디어 고대하던 로마 여행인데~~ ^^" ...그렇다. 우리 단합 대회의 여행 계획은 '오지에서부터 중심으로' 라고 해서, 처음 몇일은 이탈리아반도 주변의 작은 마을부터 둘러보다가 토요일인 오늘에서야 중심지인 '로마'를 방문하게 되었다. 대망의 로마여행날 아침. 우리는 떼르미니역에 도착해서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고, 콜로세움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TV에서 보던것보다 더 크고 웅장한 것 같다. 건물들이 진짜로 큼직큼직하고 위엄이 있었다. 자....구경하는건 좋은데 말이지...... 저...콜로세움 앞에 늘어선.... 정말.... 끔찍할정도로 길다란 입장행렬... "저길 들어가봐야 하나?" 내가 말하자, 민정이가"하하하~ 우리는 특별 방문객이라서 줄 안서고 들어가 볼 수 있어!" 라며 웃는다. .....음, 그거 하나 괜찮군. 지중해라서 내리찌는 태양이, 장난이 아니다. 10분만 그대로 서 있다간 토마토처럼 익어버릴 것 같아. 콜로세움을 구경하고나서는 옆에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도 구경하고, 개선문 근처의 빨라띠노 언덕도 가보고, 그리고 그 유명한 진실의 입이 있는 성당에 도착했다. .....유명한 진실의....입...... 근데, 뭐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입이 다 있냐....;; 정말 별것 아닌것 같았으나, 또 온김에;;입에다 손을 넣어보았다. ......아무 반응 없음. ...정말 허무했다. 입에다 손 넣은 다음엔 버스를 타고 비토리오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랑 캄피톨리오 광장을 구경했다. 광장앞의 계단과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하더니...정말 명성대로 아름다웠다. 근처에 있던 '늑대의 젖을 먹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상'도 구경하고..... 다음은 유명한 뜨레비 분수.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분수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바다의 신 넵툰과 트리톤의 아름다운 조각이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밤에 보면 더 아름답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밤에는 한국에 떠날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참, 여기서 동전을 던지면....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나는 고개를 돌려 동전을 던지는 받침대를 쳐다봤으나,......그 뒤에 늘어서 있는 한없는 행렬을 보고 받침대에 서서 정식으로 동전 던지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으윽!!! 무슨 사람이 저리 많아???? 정식으로 동전 던져보고 싶었는데....힝......" 매사에 의욕적인 민정이도 저 행렬을 보고는 질색했는지, 금세 포기한다. ....이 태양볕에 저기 서있으라니.... (차라리 죽음을 다오.) 대신 아무데나 서서 동전을 던졌다. .....소원을 빌라고 했지...? .......음....... ...............근데............ ...무슨 소원을 빌지? 동전을 던진 민정이는 눈을감고 손을 모은채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소원을 비는 것 같은데... ......난 뭘 빌지? ....별로 바라는게 없는데.... 동전을 던져놓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재경이가 떠올랐다. 왜 소원을 떠올리려고 고민하는데, 재경이가 떠오른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재경이가.....다시는 울지 않도록 해주세요' 라고 빌면 좋을 것 같다. "뭘 빌었어? 인선아???" 동전 하나 던져놓고 수십가지의 소원을 빈 민정이가 씩 웃으면서 내게 물어본다. "별거 아냐." "으~ 맨날 별거 아니래~~~ 혹시, 숨겨놓은 애인의 행복을~~~!! 그런거 빈거 아냐?" 숨겨놓은 애인은 무슨... 재경이가 숨겨놓은 애인이겠냐.... "아니다." 내 말에 민정이는 툴툴대면서도 '어서 버스로 돌아가자!' 라고 말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써,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가 예쁘게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단박에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 쪽에 도착했다. 오드리가 아이스크림을 먹을땐 그렇게 예뻐보이던 계단이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별로 멋지지도 않은것 같다. "음..생각보단 별로네...?" 민정이도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응." 내가 대답하자, '자! 그럼 저기 분수 구경가자!' 라고 말하면서 내 손을 끌고가는 민정. 아래쪽의 분수는 베르니니가 설계한 '난파선분수'였다. 정말...로마엔 분수도 많구나. 이렇게 문화유산이 많은것도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분수를 비롯해서 스페인 광장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여정의 마지막 코스로 스페인 광장 부근에 늘어선 꼰또띠거리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수없이 줄줄이 늘어선 명품점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민정이는 '이야!!!!!!! 불가리!!!!!! 아르마니!!!!! 버버리!!!!!!!!!!!!!!' 라고 외치면서 번쩍번쩍 돌아다니지만, 나는 피곤해 죽겠다.....가서 잠이나 잤으면 좋겠는데......... "어때?" 분홍색 옷을 대보고 나에게 물어보는 민정. .....너, 내가 미술'가'라는건 알기나 하는건지.... 하지만, 난 이럴때의 대처방법을 잘 알고 있다. 여자가 분홍색 옷을 자기에게 대보고 어떠냐고 물어보면........ "귀여워." 기뻐보이는 민정의 얼굴. 빙고. 정답이다. "어! 정말? 후훗, 그럼 이건?" 노란색을 대보는 민정. 자... 노란색이라..그러면......... "상큼해." "어? 진짜~~~~?????" 역시 정답. "이건?" 하늘색을 대보는 민정. 잠깐...하늘색은 뭐였더라....저번에 문유리가...음.... "발랄해." "으아~~~~~~~^-^ 치!치! 정말인거야?" 그렇게 물으면서도 입이 찢어지는 민정. 역시, 난 정답을 말했다. .....그래.....재경이랑 쇼핑 갔었을 때도...... 저렇게 말하면 됐었을텐데...(물론 재경이는 여자가 아니지만, 옷을 갈아입었다는것은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재경이에겐 '귀여워''발랄해'라고 표현하기엔.....무언가 모자란데가 있었다. .....재경이가 옷을 입었을땐....뭐랄까..... 좀더....음....좀더 강렬한 느낌. .....쇼크..라고나 할까. 덕분에 나는 전용 대사 '상큼해' '귀여워' 등을 잊어버리고, 멋없게 '잘어울려' 라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모든 옷들이 정말 잘 어울렸는걸...... .......정말로.... "인선아.." "......." "인선아!" "응?"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동안, 나를 여러번 불렀는지 민정이가 조금 부루퉁한 표정이다. "치- 무슨생각 하는거야? 저기....무슨 색깔이 젤 잘어울리는 것 같아?" 이제껏 입어본 옷을 진열해 놓고 물어보는 민정. ....자, 이제 최종 정답이다. "아무거나 잘어울려." ".........어머...........정말? 아......고민되네............으으~" 민정이는 종업원과 한동안 이태리어로 뭐라고 말하더니 (물론, 나는 이태리어 못한다) 분홍색 옷을 골랐다. (역시 언제나 정답도 제일 처음에 고른답이 정답이고, 옷도 제일 처음에 고른 옷이 젤 좋다.) 그녀의 쇼핑에 피곤해져서 이젠 그만 좀 호텔에 돌아가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 여기도 한번만 둘러보자!!!' 라고 말한다. 피곤한데.....들어가서 쉬면 좋겠다.. 라고 말하려다가.... ....기왕 온거, 조금 더 피곤하고 말지...라는 생각에 순순히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가 이번에 들어간 곳은 보석상. 무수한 색색의 보석들이 윈도우 너머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것도 알고 보면 색깔돌일 뿐인데...... 정말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과는 가격이 천지 차이로군.... 딱지에 붙어있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보자 현기증이 나는것 같다. "어머!!!!!!! 진짜 너-무 너무 이쁘다......" 화끈하고 남자같은 민정이지만, 그래도 여자는 여자인지라 보석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얼굴엔 홍조마저 띄고있다. 하긴....내가 봐도.....좀 예쁘긴 하다. 물론, 그정도의 돈은 투자할 가치가 없긴 하지만.... 민정과 나는 매장에 죽 늘어선 윈도우사이를 슬렁슬렁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 사파이어좀 봐...세공을 너무 예쁘게 했다...." 윈도우 너머로 불빛을 받고 있는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세공되어있는 사파이어가 정성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음....예쁘긴 예쁘네..... "진짜......헉!!!!! 이 루비좀 봐!!!" 정말로 불꽃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루비. ......그래...이것도 예쁘다... 민정이의 끊임없는 감탄을 들으며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내 시선을 확 끌어잡는 보석이 있었다. 색색의 보석이 빨주노초파남보로 빛나고 있지만... 유일하게 투명하지 않은...하얀색의 불투명한 보석. ....진주였다. 불빛을 받아 현란하게 빛나는 다른 보석에 비하면, 오히려 소박하게 보일정도였지만.. .....유난히도 그 진주는 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오히려 요란할정도로 빛나는 것 중에서, 은은한 빛을 내뿜는 진주가....왠지 모르게 예쁘다고 생각됐다. "뭘 그렇게 보는거야?" "응?" 나는 민정이의 말에 황급히 윈도우에서 눈을 뗐다. "엣? 진주네?" "....응." "흠...진주는....뭐랄까 다른것에 비하면 좀 안튀지 않니? 루비라던가...다이아몬드라던가...그런거에 비해서 말이지." "응. 그래." .....그래......안튀지....... ........안튀지만....... ......................그게 더 예쁘다. 민정이가 또다시 감탄하며 진열된 보석을 구경하는 동안, 난 그자리에 서서 계속 진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계속 보고 있으니까......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걸 계속 바라보고 있자, 여점원이 다가와서 뭐라고 내게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난 이태리어 못하는데. 내가 아무말 없이 난처하게 서 있자, 날 발견한 민정이가 다가와서 통역해 준다. "여기서 파는 진주는 전부다 양식진주가 아니라 천연진주래. 세계적인 최고급 진주만 팔고 있다는데?" ".....그렇구나." "다른 보석에 비해서 진주는 질리지 않아서, 오래도록 많이 팔린대." .....응.....그럴것 같아. 다른건...보고 있으면 왠지 질려버릴것 같아. ".....저기......" "응?" 내 말에 민정이가 눈을 똥그랗게 뜬다. "혹시....진주로 삔같은거 있냐고 물어봐." "삔?" 놀란듯한 민정이의 얼굴이 금세 장난스럽게 변한다. "으윽! 거봐! 역시 너 숨겨둔 애인이 있는거구나????" "......무슨." "아니면 왜? 니가 쓸거야?" ....진주 삔 꼽은 나라니;; 당황스럽다. "그건 아니고." "음...그럼 혹시 여동생?" .......여동생은 아니지만...재경이는....확실히 좀 동생같다. 나보다 작고, 어려보이고.... "응. 동생꺼." 내가 말하자 민정이는 '응, 그렇구나.' 라고 말하면서 점원에게 이태리어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점원은 활짝 웃고 안쪽 윈도우에서 몇가지 삔을 골라왔다. "야....진주도 다시보니까 진짜 이쁘다....삔으로 해놓으니까 정말 이쁘네.." .....응....그래, 이쁜것 같다. 정말 솜씨도 좋게 만들어진 여러가지 모양의 삔들이 있었지만, 나는 한참을 신중하게 들여다보다가 그중에서 진주가 하나 박혀있고, 그 주변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진주를 보호하듯이 감싸고 있는 삔을 골랐다. 좀 삔이 큰편이었는데, 진주 뿐만이 아니라 루비와 사파이어도 조금씩 박혀있었다. 재경이의 머리를 서류집게로 넘기는게 항상 좀 마음에 걸렸는데... .......이걸로 넘기면......더 나을 것 같다. 이거....왠지...재경이와 어울릴것 같아.... 굉장히.... .....아주 많이. "야!!!!! 그거 진짜 이쁘다~~~~우와, 여동생은 좋겠네......" 여동생이 아니라니깐... 쩝...그래도, 설명하긴 귀찮으니까.....내비두자. "이걸로." 내가 말하자 점원이 활짝 웃으면서 포장한다고 그 삔을 다시 가져갔다. "우와......인선이....부잔가봐??????!!!!!! 여행선물로 진주삔이라니.흑...ㅠ.ㅜ 동생은 좋겠다." .....;;;;; 동생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부자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다. 아버지 돈이라지만.... ....이번달에는 지출이 좀 많은것 같은데..... 다음달에 좀 덜쓰고 살아야겠다. 아버지가 주신 카드긴 하지만, 한정없이 펑펑 쓸수는 없으니까. 색깔돌에 뭐하러 저리 현기증나도록 비싼 돈을 쓰느냐, 라고 비난한 내 모습이 2분 전인 것 같은데.... 나는 어느새 주머니에 진주삔을 넣고 호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도 내 생각보다는 모순적인 사람인가보다. 주머니에 담긴 진주삔 상자를 만져보았다. .....조금 두근거리는 느낌이랄까..... 이걸 재경이에게 건네주는 것 말이다. 왠지 녀석이 이 삔을 받고 놀라서 동그랗게 눈을 뜨는 모습이 상상되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저번에 옷사주니까 기절할 것 같던데. ....그럼 그냥 동네에서 산 삔이라고 할까...? 그러다가 정말로 싼삔인줄 알고 쓰다 버려버리면 어떻하지? .......;;;......설마. 어쨌든.....빨리 돌아가서............선물을 건네주고 싶어. 쑥쓰러워하는 너의 표정이....보고싶어. 로마에 와서 처음으로 집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선인장이었다. * 사족 - BGM에 관한 여담. 에.......잡스럽지만, BGM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주로 BGM이라고 정한 노래를 계속 반복청취-_-;;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래서 노래가 밝으면 글도 밝고, 노래가 칙칙하면 글도 칙칙하게 되죠.^^;;; 오늘은 에...'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조장혁이 번안하여 부른 곡인 Love Song입니다. -원곡이 더 좋습니다. 가사도, 창법도. 물론 조장혁도 노래를 잘 하긴 하지만- 89년도 노래라서 꽤 지난 노래인데도, 지금들어도 너-무 좋습니다^-^ Say Yes나 On Your Mark가 더 유명하지만, 전 Love Song을 더 좋아합니다. 경쾌하고 멋진 리듬, 그리고 아름다운 가사가 차게아스답달까요... 특히 아스카의 비음이란..(느끼하다지만-_-너무조아!ㅠ.ㅜ) 그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뛰는게^-^;;아마도 정말 제목을 잘 붙인것 같습니다. [Love Song] 말이죠. 정말 사랑노래 같잖아요. 특히 마지막에 그 가사 압권이예요. 君が想うよりも 僕は君が好き!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나는 당신을 좋아해! 정말...............귀여운 고백같지 않습니까? ^^ * 참, 덤으로-_-; 재밌으셨다면 힘나서 열심히 쓰도록 추천한번! 자-------눌러주세요!!-_- <--마치 주말 오전에 하는 복권추첨 프로그램 앵커의 대사같다; * BGM # Dream A Little Dream- The Beautiful South - From OST : French Kiss - 이선재 토요일 오후라서 안그래도 온 몸이 찌뿌둥둥-_-한게.... 학교 뒷동산에서 낮잠이라도 한번 늘어지게 자면 소원이 없겠네.... "아..잠온다....=_=" 이미 절반쯤 눈이 감긴 창욱이의 대사. "야! 넌 그렇게 자고도 잠이 오냐?" ".........응." 그렇게 말하자마자 창욱이는 책상위에 철푸덕 엎드려서 예의 그 책상을 거의 껴안다시피 하는 자세로 잠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천하의 이창욱이 잘도 토요일 오후 자습시간을 버텨낸다 했다. 아직도 2시간이나 자습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때워야 할지 고민이다. 반 아이들을 슬쩍 둘러다 보니, 다들 남몰래 눈을 감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에 바쁘다. 천하장사 항우도 제 눈꺼풀은 못든다 하더니...맞는 말씀인것 같다. 공부하기 싫어서 누구누구가 안자고 있을꼬.....하고 교실을 둘러다보니.... 오..저쪽에 영희와 미선이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네.(별일이로군) ...영희도 공부를 잘 하지만, 미선이도 굉장히 잘한다. 미선이는 인선이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반 1등이 되었겠지만, 전교 1등으로 반 1등을 고정으로 꿰차고 있는 인선이 덕분에 아마도 성적표에 반1등이 새겨질 리는 없을 것 같다. 영희도 언제나 반10등안에는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고... 음....그리고 저쪽에 경태. 역시 부실장답게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착실하고 성실하다. 워낙 인선이가 튀는 녀석이라 부실장인 경태는 그 존재감이 덜해보이지만, 사실은 초-중학교때 내내 줄반장이었다고 했다. (인선이가 없었다면 당근 경태가 반장이 되었겠지.) 그리고.... ..............그리고.......;;;;; 허허허-_-;; 승호야. 책 뚫리겄다.-_-;;; 전-혀 공부할것 같이 안생긴 승호가 짝꿍 재경이와 열심히-_-;;공부하는 중이다. 제발, 공부하면서 +와 -좀 잘 봐가면서 공부해. 안경까지 쓰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승호. 정말 집중력 하나는 알아줘야 할지도. 옆에서 불나도 모를것 같어...쿡쿡... 흠....나는 사람의 외모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승호는 참 잘생겼다. 뭐랄까....좀 시원시원하게 생겼다고나 할까. 옆으로 시원하게 찢어진 눈매도 그렇고, 시원하게 오똑 선 콧날도 그렇고, 시원하게 넓은 이마도 그렇다. ...여하튼.....음........상쾌-_-;;한 얼굴이다. (이런 표현이 맞는 말인가...-_-a) 그리고 머리도 스포츠 머리라서 굉장히 매치가 잘 된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여러모로 맘에 드는 녀석이다. 인선아, 얼렁와 -_- 우띠, 좋은애가 전학왔단 말야. 너한테 빨랑 소개 시켜주고 싶은데...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던 승호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작게 신음을 흘리면서 '왜 또 안풀리는거야?' 라고 울상이 되어서 말하는 승호. 노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승호는, 결국 옆에 앉은 재경이에게 SOS를 보냈다. "재경아, 이것좀 풀어봐 (소근)" 작은 목소리로 재경이에게 물어보는 승호. 재경이는 승호의 노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더니, 조용히 승호의 노트에 선을 하나 그었다. (아마도 내 생각으로는 -를 +로 바꿔준게 아닐까 한다.) 그걸 보더니 다시한번 무안한 표정이 된 승호. "하..하하하..;;; 내가 실수했네 ^-^;;;(소근)" 재경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내가 맨날 이런다니깐..;;(소근)" 재경이는 처음에 승호와 짝꿍이 되었을때보다는 훨씬 더 승호 대하기가 편해졌는지 승호와 자연스럽게 대화(과연?)하는 것 같다. 재경이가 고쳐준대로 다시한번 문제를 풀어본 승호는, 그제야 답이 나왔는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바보-_-;) 그리고 재경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경아, 그렇게 앞머리를 내리고 있으면 문제가 보여? (소근)" "...아..저..저기.." "에이, 그냥 확 올려버려. (소근)" 그렇게 말하고 승호가 재경이의 앞머리를 올리려고 하자, 재경이가 재빨리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붙잡았다. ....푸..푸풋...ㅜmㅜ(<--자습이라서 차마 웃지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음-_-;;) 어떻해, 귀엽잖아! 저 포즈! 쪼그만 녀석이 손을 번쩍 들어서 앞머리를 잡는 포즈라니...(푸하하하!!!ㅠmㅜ) 나 뿐만이 아니라 승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조그맣게 입을가리고 쿡쿡쿡하고 웃었다. "왜..왜 웃어." 작지만 당황한 목소리로 재경이가 물어보자, 승호가 킥킥거리면서 '아냐,계속 공부해' 라고 말했다. 재경이는 잠시 안절부절하더니 이내 다시 공부에 집중. 마치 승호와 재경이 근처에 '학습자기차음력장' 이 쳐져있는 것 같다. ......열혈 공부 커플이로구만........ 저쪽 열혈짝꿍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한번 내 옆에 앉은 창욱이를 보자 한숨이 나왔다. 어느새 자습서를 침으로 범벅해버린 창욱이. .....에휴,-_-내가 너땜에 제명에 못살지..... 나는 주머니에서 여느때처럼 창욱이 전용손수건을 꺼내 흘린 침을 닦아주었다. '.............이씨! 담에 또 흘리고 자면 절대 안닦아 줄거다!!!!!!!!!' 내가 속으로 아무리 외쳐봤자 들을리가 만무한 창욱. 새근새근 숨까지 고르게 내쉬며 교실이 자기 집인것 마냥 잘 자고 있다. 녀석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고있는데.... (얼굴에 '바보, 멍청이'라고 쓰고싶은 충동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자습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랏-_-a 공부 별로 안했는데 벌써 한시간이 가버렸구나.... 반 아이들은 각기 환각-_-상태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아! 너무 지루했어!' '잠와 죽는줄 알았네'..등등의 소리를 내질렀다. 쥐죽은듯 고요했던 교실에 활기가 가득찼다. 나도 들고있던 샤프를 놓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우리반 애들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으..으잉?...;;;; 내가 스트레칭을 잘 모..못한거야? ;;; 무안해져서 교실을 쓱 둘러보는데, 반 아이들의 시선이 단 한사람에게 쏠리고 있었다. 나도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나,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거니? =_=>> (눈좀 부벼보고..) ......이창욱에 버금가는 잠탱 선우현이 이 시간에 집에 안가고, 게다가 깨.어.있다니!!! 게다가...저렇게 생겼을지는 몰랐네. .....으..으음....남자가 저렇게 생겨도 되는지 몰라-_-a 내가 장인선, 현승호, 홍영진(우웩), 이창욱(자..잘생겼다구!ㅜ.ㅠ)등등 잘생긴 녀석들 많이 봤다만.. ......그래도 선우현이 더 잘생긴것 같다. 아니....잘생겼다기 보다는 아름답게 생겼다는 말이 맞을지도. 무슨 사람이 저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뭐..뭐랄까..세..섹시///하게 생겼냐...... 반 아이들이 입이 떡 벌어져서 현이를 보고 있는데, 현이는 휘적휘적 걸어가서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승호에게 다가가서 승호의 안경을 휙 벗겨버렸다. 갑자기 안경이 사라지자 '뭐야..'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든 승호. 선우현이 자기를 바라보고 씩 웃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창백??????? @.@ 아니, 이것이 뭔일이여???? "무..무슨일이냐!" 마치 선량한 시민이 악당-_-에게 하는 대사마냥, 더듬거리며 무슨일이냐고 묻는 승호. 현이는 씩 웃고 승호의 귀에다가 뭐라고 몇마디 소근거렸다. 아..아니..왜 남에 귀에 소근거리고 그러는거야?!!!//// 그.......근데 그 포즈가 왠지 야릇//해 보여!! 이.이상해~! 이상해!!! 선우현이 귀에다 소근거리자, 더욱 창백해진 승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래!!!!!! 가자!!!!!!! 가면 될거 아냐!!!!!!!!! ㅠ.ㅜ" 라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그 뒤를 유유자적 슬렁슬렁 따라가는 선우현. (어허....알고보니 키도 크네..) 도무지 연관관계가 없어보이던 두 사람이, 무슨 관계지? 응? 선우현이 교실을 빠져나가자 대번에 소란스러워진 교실. 반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서로의 정보(?)와 추측을 교환하는 중이다. .........흠........나중에 승호한테 물어봐야지-ㅅ- 무슨일이있었냐구! 아우! 궁굼해! ㅠ.ㅜ - 현승호. "너도 좀 먹지 그래? 맛있는데...." 됐다!!!!!!! 이놈아!!!!!!!!!!! ㅠ.ㅜ 안먹어!!!!!!!!!!! "됐어 -_- (부루퉁)" "킥...삐지긴." 삐..삐지다니!!!! 내가!!!!!!! "삐지긴 뭘 삐져!!!!!!" 내가 스팀이 달라올라 소리치자, '풋' 하고 나를 비웃-_-은 선우현. 무표정하게 나한테... "너, 귀엽구나." 라고 내뱉었다. ...................꼬로로로로록.............................. ........현승호 17세, 男, 송원외고 재학중, 동정. (참고사항 : 키스구경한적 있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엽다' 라는 말을 들었다. "너!! 나한테!! $#%@^$&*#" "시끄럽네, 이거나 먹어라." "읍! 읍!" 그렇게 말하고 내가 사준 빵을, 말하고 있는 내 입에다가 쑤셔넣는 선우현. 정녕 악귀가 따로없다. 아니, 생긴건 멀쩡...아니, 잘생긴 녀석이 성격이 뭐 저리 포악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내게 와서 귀에다가 (왜 남의 귀에다가 속삭이는거야! ㅠ.ㅜ) ' 빵내놔. 안그러면 나랑 키스했다고 소문내겠어.' 라고 위협하는 선우현. 빵사줘-도 아니고 빵내놔-라니. 총만 안들고, 복면만 안썼을 따름이지, 정말 극악무도한 강도가 따로없다. 안그래도 오늘 미선이한테 빵을 한다발 뜯겼는데.... 이씽, 엄마한테 용돈받기 미안하단 말이다..이것들아.... 내가 동네북이냐? 동네북? "나, 어제부터 한끼도 못먹었어.....지금 단식투쟁중이거든..... 쓰러져버릴것 같아...."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선우현. 그..그러고 보니 얼굴이 창백한게....한끼도 못먹은 것 같기도하고.... 눈도 잘 못뜨는게 힘없는것 같기도 하다. 자식.....한창 클 나이에 사내새끼가 밥을 잘 먹고다녀야지.. "라면도 사주까?" 내가 물어보자, 선우현은 빵을 먹다가 빵을 입에다 한가득 넣은채 킥킥거린다. 뭐..뭐냐-_-a 라면이 웃긴 식품이냐? "푸하하하!!!!!!!" 한참을 웃던 선우현은, 언제 웃었냐는듯 웃음을 딱 그치고 무표정하게 말한다. "속았냐? 바보. 어제부터 한끼도 안먹고 어떻게 살아?" .................-_-+ "먹지마." 내가 선우현에 손에 담긴 빵을 뺏으려 하자, 잽싸게 빵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는 선우현. "추접하게, 사주고 다시 뺐냐?" "시..시끄러, 내놔." "됐어."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의 입에 남은 빵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난 니가 그렇게 먹을거에 집착하는 타입인지 몰랐다. 빵을 우적우적 다 먹은 선우현은, 다 먹고 남은 빵봉지를 접으며 내게 말했다. "굶는건 사실이야. 어제가 아니라 그제부터 굶고 있어..용돈도 떨어져서... 사먹지도 못해." .......이녀석.......어디부터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거야 -_-;; 도무지 페이스를 맞추려해도 맞출수가 없다. "왜 단식투쟁을 하는건데?" 내 말에 선우현은 다 접은 빵봉지를 쓰레기통으로 정확하게 골인시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미대에 가려고 하거든. 근데 아빠가 반대하셔서..... 단식투쟁하는 중이야." "....미대?" "응." 음....이상하네...미대 가고 싶으면..... "가고싶으면 가면 되잖아." 내가 말하자, 선우현은 씩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뚱아기씨, 아이들은 모르는 어른의 세계가 있게 마련이란다...." ..............-_-+ 내가 왜!!!!!!!!!! 아기냐!!!! 그것도 얼뚱아기!!!!!!!!!!!!! "내가 왜 아기냐!!!!! (부득부득)" 내가 이빨을 갈면서 말하자, 다시 심드렁하게 말하는 선우현. "아, 거참 단순하네. 농담 하나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어디 무서워서 농담하겠어?" 아......농담인건가 -_-a "미안하다." 내가 사과하자, 선우현은 눈웃음 치며 내게 말한다. "괜찮아, 얼뚱아기." .........-_-+ 너.....너...지금!!!!!! "너.....너..넌..너너너....지금 날 가지고 노는 중이냐??????" 내가 말하자, 선우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응." ............. 그리고 확인사살. "너, 굉장히 단순하고 재밌구나." ......................나, 이런녀석하고 못놀겠다. 애간장이 타서 내가 심장마비로 먼저 죽겠어. 내가 번쩍 일어나서 매점을 나가자, 푸하하하! 웃으며 따라오는 선우현. 나도 걸음이 꽤 빠른편이지만, 어느새 선우현은 나보다 더 먼저 걸어와 내 앞길을 막아섰다. "뭐야?" 내가 말하자, 현이가 웃으며 대답한다. "쉬엄쉬엄 가자고, 아직 쉬는시간은 5분이나 남았으니까." ......누가! 누가! 너랑! 교실로 돌아간다고 했냐!!! 으이씨. .......아으. 진짜 미치겠네-_-+ ".......알았다. 알았어." 내가 손을 들어 고개를 저으며 항복의 표시를 나타내자, 선우현은 씩 웃으며 "자 그럼 빨리가자." 라면서 뚜벅뚜벅 앞장선다. ...........-_- 너 방금 나한테 분명히 '쉬엄쉬엄 가자' 라고 했쟎아. 그 말이 끝난지 1분도 안돼서 ' 자, 그럼 빨리 가자.' 라니....... 정말 뭐 저런 자식이 다 있어!!!!!!!!!!!!! ㅠ.ㅜ 역시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싸이코더라....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승호였다. - 송영희. "방금 봤니......? 완벽한 여왕수의 초상을......" "...........왔노라, 보았노라, 뿜었노라...." ".........뿜었노라는 뭐냐?" "코피를 뿜었다고. 아, 또 코피나올것 같네...." "........-_-; (그렇다 치고) 정말....정말....얼굴로만 치자면 장인선을 압도하는구나." "응, 쥑인다. 게다가 아직도 목소리 한번 못들어봤어." "목소리도 섹시할 것 같지 않니? 얼굴이 받쳐주니 목소리가 느끼해도 용서하겠어." 우리 4명. 지금 정신없다. 방금 지나간 여왕수의 얼굴이 아른거려, 코로 자꾸만 혈액이 몰리는 것을 주체할수가 없다.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리 high스러울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어허허.....미치겄구만-_- "야오녀의 피가 끓는다 (소근)" "응. 온몸에 용솟음 치는구나! 어허!!! 정말 미치겠네-_-(소근)" "키도 크더라....전문적인 나의 미남 캐취 시각으로 보아 178은 족히 되겠더라." "나도 그렇게 봤다. 완벽한 8등신이더구만. 얼굴도 콩알만 하고..." "아이씨-_-;; 여자 쪽팔려-_-;;" "..그..그러게 말야-_-;;;" 주먹이 불끈불끈, 가슴이 콩닥콩닥. 아...진짜, 대학갈려면 전학 가야된다니까... 이렇게 정신 산만하게 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어찌 공부하겠어? (그래도 절대 전학 안갈것이다. 이렇게 좋은 물을두고 감히 어디를...-_-;;) "참, 너 어제 재경이랑 같이 집에 갔다며?" 내게 물어보는 미선이. "아, 응. 어제 재경이가 홍영진이랑 집에 가는데.... 재경이가 워낙 불안해보여서, 홍영진한테 '내가 바래다 줄테니, 넌 집으로 가라' 라고 했지" ..... .......... ................. 어제 집에가는 길에 우연히 재경이를 봤는데... 옆에 인상쓰고 재경이의 책가방을 들어주는 홍영진에게 재경이는 잔뜩 긴장한것 같았다. 안그래도 작은 녀석이 더 작게보인다. .........아이.......씨이.......재경이....이잉..... 재경이가 무서워하잖냐! 나는 무슨 용기-_-가 생겨서 인지, 홍영진에게 다가가 재경이의 책가방을 뺏어들고 ' 내가 바래다 줄테니, 넌 가봐. ' 라고 했다. ..........................송영희.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현승호한테 눌려지내고는 있지만, 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이 일대를 피바다로 만든 홍영진이라고! ....ㅠ.ㅜ 아아아!!!!!~~~~~~~~~~ 미쳤어! 내가 미친거야!!! 말을 내뱉어 놓고도 내가 더 놀라서 빳빳이 굳어있는데, 홍영진은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더니 아무말없이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휴....... 10년 감수했네..... 왜..왠일이다냐, 홍영진이.... 이젠 아예 꼬리를 내리고 사는구나... ".....고...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 들린 책가방을 가져가는 재경이. 나보다 더 작은(내 키가 좀 크긴 하지만..168이니까.)재경이가 책가방을 가져가니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녀석의 책가방을 다시 뺏어들고 "자! 이런건 이 누님에게 맡겨주세요!"라고 말하면서 함께 즐겁게 집에 갔었다. .............. ........ ...... ... "헤에- 재경이 어때?" "응? 응....진짜 쑥스럼 잘타더라, 부끄럼도 잘타고." 내가 말하니까 미화가 살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럴것 같았어. 조용하고....좀 차분한 느낌도 나는것 같아." "응. 그러더라. 착한아이같던데...내가 누나같다는 느낌이었다니깐." 우리가 또한번 재경이와 인선이와 승호에 대해서 열띈 토론을 나누는 중. 방금 나갔던 승호와 선우현이 다시 돌아왔다. 다시한번 집중되는 우리반의 시선. ......벌떡 벌떡....... 옴마야. 다시봐도 잘생겼네.... 조금 치켜올라간 눈매에....붉은 눈가까지. 분명히 화장했을리는 없을텐데... .....정말 미치겠네! ㅠ.ㅜ 아흑! 여자 쪽시러워라 ㅠ.ㅜ 선우현이 승호의 어깨를 툭툭치면서 "알겠지?" 라고 말하자 (허억-_-목소리도 죽음이로세) 승호가 '아..알았다고' 라고 말한다. (황급히 흘러내리려는 코피를 닦으며) ...아니, 뭘! 뭘! 알았다는거냐!!!!+_+ 아까 속삭이는 폼도 예사-_-롭지가 않던데!! (순진한 승호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므흐흐한 상상을 할 빌미를 제공하지 말란말야! ㅠ.ㅜ .... ..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제공해주는게 좋겠어-_-a 매우 즐거운 학교생활의 원동력이야. 승호가 울상이 되어서 자리에 앉자 선우현이 다시 한번 승호의 머리를 톡톡 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승호의 짝꿍인 재경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불시간에 재경이의 앞머리를 휙 걷어버렸다. .....어???????????????????어어어어엇???????????????????????? 예상외의 일이라서 앞머리를 가릴새도 없었던 재경. 안그래도 선우현의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있었던 반아이들이라서 모두가 한꺼번에 재경이의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세상에.....................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을 맛보았다. * 사족 - 이름에 관한 여담. (참, 드디어 주인공이 다 나왔습니다 23편에서야 주인공이 겨우 다 나오고 쥔공의 얼굴이 공개되다니...-_-a 참으로 극악의 전개속도입니다...;;) .....(또한번) 잡스럽지만-_-; 이름에 관한 여담을 하자면.... 제 이름이 좀 단순ㅠ.ㅜ해서 헷갈리기 쉽긴 하지만, 이상하게 불리울때가 있습니다. ....메일을 받을때....예를 들면, 야비님. (....-_-;; 야비가 누구다요..-_-;;) 아버님. (.........난 댁같은 딸 둔적 없소.) 아지님. (...아버지의 줄임말? -_-;;) 아바님. (..........스웨덴의 보물 ABBA 말씀입니까?-_-;;) 등등....참으로 다양한 닉넴-_-;;을 가진 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불렸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오히려 재밌습니다.하하!) 제 이름이 '아비'라는 것만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름의 출처(출처랄것도 없지만)는 아비정전(오! 왕가위감독의 명작이죠!) 에 나오는 장국영의 배역인 '아비阿飛' 입니다. 저는 그 한편으로 왕가위 감독의 팬이 되어버렸는데.. 특히 그 영화에서는 대사들이 장난이 아니라서.... ** 세상엔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 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라는 아비의 대사에 저는 그만 뻑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닉넴-_-하니까 대번에 떠오른게 아비가 되어버렸죠. 역시, 멋진 장국영입니다. 아, 그리고....(매일 사족이 길어지는것 같다...-_-;; 나는 의외로 수다스러운 사람?;;;) 일주일정도는 글을 못올리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라서 말이죠.^-^ 학생의 본분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잊지말고ㅠ.ㅜ기다려 주시면 캄샤!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24~25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17~19 2002/06/07(03:50) from 211.49.140.8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11, 조회: 479, 줄수: 1377,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24~25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먼저 붙이는 사족. 오래간만입니다^-^ 뭐, 월드컵때문에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했지만^-^;;....시험이 끝나니 좋군요. 자!! 이제부터 방학이다! 만쉐이~~~ * BGM # You Call It Love -Karoline Kruger - From OST : You Call It Love * 송영희 사람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혹은, '설마...진짜로 그럴까?' 라고 의심하는 것에서... 기대 이상치의 것을 얻으면.... 기대했을때보다 더욱 더 기뻐하고 놀라워한다. 예를들자면, 우리나라팀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거나.... 또 하나의 예를들자면, 별로였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재경이의....외모랄까. 안그래도 선우현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 정신이 쏠려있는 우리반 아이들이라서 선우현이 재경이의 머리를 걷자마자 반 아이들의 시선은 전부 재경이의 얼굴로 쏠렸다. 물론......... 재경이의 얼굴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외모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키도 작고, 몸발도 없으니....그냥 그저 그렇게 귀엽게 생겼으려니- 라고.......나는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걷는 순간 드러난 재경이의 놀라서 동그래진 눈동자. 세..세상에...세상에...@.@ 눈동자가....거..검푸른 색이쟈나!!!!!!!!!!!!!!!!!!!!!!!!!!! (꼬르르르르르르르르륵----------------@.@) 눈동자 뿐만이 아니라, 갸름한, 저 하얗다못해 창백해보이는 투명기있는 얼굴. 붉은기가 감도는 석류속같은 입술! ㅠ.ㅜ 오똑하고 귀여운 코! 차가워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외모오오!!!!! 오오오오!!!!!!!!!!!!!!!!!!!!!!!!! 너는, 너는, 너는야!!!!!!!꽃수가 아니더냐아!!!!!!!!!!!!!!!!!! ㅠ.ㅜ(화르르르르륵!) (죄송합니다-_-지금 송영희가 폭주모드 상태라서 재경의 외모가 조금 과장되었습니다.쿨럭!;;) 교실의 형광등 불빛을 받아 좀더 파란빛이 도드라지는 투명한 눈동자. 어딘지 모르게 초연해보이는데도 있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여하튼, 허걱...나의 모성본능(과연 나에게 모성본능이 있나?-_-;;)을 자극하다 못해 후벼파는 저 눈동자! 쥐죽은듯이 고요한 교실에 '헉?!' 하고 숨들이마시는 소리가 간간이 울려퍼졌다. "저..저거이 뭐꼬? (소근)" 당황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수아가 얼굴이 벌-개져서 재경이를 쳐다보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듯이 사투리를 내뱉고 말았다. "............혹시....한재경? 지금 한재경이야? 저 아이? 진짜? (소근)" "..........................말.도.안.돼" .....그래.....미..믿을수가 없다. 세상에...그..그 미!모!를 감추고 다녔다니!!!!!!! 말도 안돼!!!!!!!!!!!!!ㅠ.ㅜ 믿을수 없네~ 믿을수 없어~ ㅠ.ㅜ 세상에~@.@ 아부지~ 어무이!!!!!!! 나 대학 못가겄소!!! ㅠ.ㅜ 이렇게 눈을 어지럽히는 중생들이 있어서야!! 공부가 어찌 되겠느냔 말이오!!!!!!!! ㅠ.ㅜ 재경이의 머리를 걷어버린 선우현도 자기가 걷어놓고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휘이익' 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뭐야....눈동자색깔이....인디고 빛깔 아냐? 아니...아주리인가....."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선우현. "..노..놀랐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승호. 정말 굉장히 놀란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재경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입술을 깨물고 현이가 잡을 머리를 애써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저..저기 놔줘.." 조그마한 재경이의 목소리. 힘이 없어서인지 현이의 손목을 붙잡고 조그맣게 떨고 있었다. "왜? 정말...괜찮은데....?" 왜 가리고 다니느냐? 는 말투로 물어보는 선우현. "아....그게....." 하지만 재경이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정말 얼굴 드러나는걸 싫어하는 것 같다. 왜지? 왜지? 응? 왜! 가리냐구요! 왜! 저런 외모를 가리냐구요! 왜! 저런 멋지구리한 외모를 왜! 왜! 왜!!!!!!!!!가리고 다니냐구요!!!!!!ㅠ.ㅜ 허어어어억.... "............놀라버렸다, 조미서언......." 얼빵한 얼굴로 내뱉는 미선이. 어지간히 놀란 얼굴이다. "응, 진짜......너무 놀랐다..재경이...허..허허허헉....." 현이는 재경이의 머리를 놔주더니, 아예 이제는 재경이의 손목을 잡고 재경이를 일으켰다. "머리 자르러 가자." ".........아..아니. 괜찮아." 손목을 잡힌채 안가려는듯 엉거주춤하는 재경이. "왜그래? 너 정말 캡쑝 멋져. 키만 좀 크면 되겠네." 얼른 가자는 말투의 선우현. 재경이에게 피식 웃은 현이는 몽롱-하게 얼이 빠진듯 앉아있는 승호를 툭툭쳤다. "야. 나 돈없어. 니가 재경이 머리자르는 돈좀 대라." 현이의 말에 승호는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어? 어? 그래. 알았어. 내가 낼게.' 라고 말했다. 여전히 현이에게 손목을 잡힌채 앉지도, 서지도 않은 엉거주춤 자세로 머뭇거리는 재경이. "괜찮아.....정말로." "아이씨, 그냥 따라와. 내가 알아서 다 해줄테니까." 마치 자기가 돈내는 사람 인것처럼-_-;;현이는 재경이의 손목을 잡고 교실을 뚜벅뚜벅 나갔고 아직도 정신이 덜 든 승호가 지갑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갔다. .......허......허허허허헐..헐.헐.헐........ㅠ.ㅜ "와.....정말......진흙속의 진주로구나! ㅠ.ㅜ(소근)" "응! 그 비유 정말 딱이다! 딱! 진흙속의 진주!!! 아니 어째서 저 미모를 긴머리안에 숨기고 다녔을까? 혹시 뭐 독점욕 강한 공에게 쫓기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집요함을 피하기위해 자신의 꽃미모를 숨기다....+_+.....그런거 아냐?" "너, 야오이를 너무 많이 봤어-_-;;;;" "시꺼-_-+. 여하튼, 정말 꽃수로구나~ 꼬옻수우~ ㅠ.ㅜ" "그래! 정말 귀염수인 이선재에 비견되는 꽃수가 우리반에서 나왔구나! ㅠ.ㅜ" "응, 정말 환상이다 환상. 어으- 이거 정말 대학 못가겠는걸-_-;;" "후후훗.....미치겠네. 재경이의 저 꽃미모 말이야. @#$#%님의 %!#$#$%에 나오는 &%$!@#같지 않아?" "어머! 어머! 어머! 진짜네....으허허허헉!!! 미치겠네-_-;;" ......우리들의 야리꾸리한 대사는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_-;;; * 현승호. 압구정동에서 고영준패거리에게 기습당한 이래로, 가장 놀라버렸다. ......정말, 깜.짝......;;;; "음.....미용실을 가야하나, 이발소를 가야하나.....야, 현승호. 돈 많이 있지?" "아....응." "그래? 그럼 저기 저 미용실 가자. 비싸보이네." 재경이의 손을 잡고 삐까뻔쩍한 미용실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현이. 가기 싫은 듯 질질 끌려가는 재경이가, 마치 백정에게 끌려가는 도살장의 소 같았다. 나는.....진우의 모습을 재경이에게 겹쳐 보고 있었기 때문이랄까... 여하튼, 재경이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어려보이고 좀 주근깨도 있고, 귀염성 있는 얼굴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재경이는 정말........여하튼 놀랄 노짜다. 사람 놀래키는데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어서오세요~" "어머, 누가 머리자를건데?" "세명씩이나?????? 으아아아악~" 들어오자마자 소란스러운 종업원들. 미용실에다가 무슨 이런 화려한 조명을 해놓았는지..... 미용실 가득 걸려있는 거울에 내 모습이 열두개정도는 반사되고 있었다. 염색약이나 파마약이 내뿜는 매캐한 냄새.... .....잠시 생각해보니, 나는 미용실을 별로 안좋아했었다. "얘 머리좀 예쁘게 잘라주세요. 음.......그 뭐냐 요즘 유행하는 베컴 머리 해볼래?" 현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재경이의 머리를 만지작 만지작 하더니 닭벼슬처럼 세워보았다. ....푸..푸풋....ㅠ.ㅜ 귀..귀여워 버렸어. 마치 아기 폭주족 같잖아... 현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자기가 세워놓고는 깔깔 웃더니 '키킥..베컴머리는 안되겠네. 너무 귀여워 보여....크크큭.....다른걸로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당황한 듯 두리번 거리는 재경이는 미용실의자가 전기의자라도 되는 것 마냥 진정을 못하고 울상이다. "괜찮아. 금방 끝날 것 같으니까." 나는 재경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말했다. 나로서는 최대한 다정;;스럽게 말한다고 말했는데........잘 전달 됐을려나 몰라.... 그러나 다행히도 재경이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 것 같아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 머릿결이 너무 좋다!!! 오빠, 머리 자를려구요?" "아? 예..예..." "어떻게 잘라줄까?" ".........길게요." "아냐~ 오빠는 이마선이 예쁘니까, 앞머리를 좀 숱이 적게 길게 내구.....음......옆에 머리도 좀 귀엽게 내는게 좋겠다~....아니면, 바가지 해볼래요?" 힘차게 고개를 젓는 재경이. 마치 온몸으로 '바가지는 절대 안돼요!' 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바가지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뭘. 여하튼 재경이의 머리스타일은 '내가 알아서 잘 잘라줄게요' 라는 종업원의 말에 일단락 되었다. 재경이를 종업원에게 맡긴 현이는 미용실을 자기 집인 양 휘휘 둘러다니다가 손에다가 젤을 뭍히고 와서 내게 말했다. "야, 현승호. 너 마침 머리도 짧은데 니가 베컴 머리 해라." ......;;;;;;; 됐네, 이 사람아. 그 머리하고 나갔다간 수많은 베컴 팬들에게 돌맞아 죽겠소. "베컴은 잘생겼으니까 그런 머리를 해도 어울리는거지........됐다." 내 말에 현이는 손에 바른 젤을 더욱 더 비비면서 내게 말했다. "아냐, 너 잘생겼어. 해보자. 너 잘어울릴 것 같은데...얼굴도 날씬한것이....." .......역시 무서운 놈이다. 거짓말까지 둘러대며 나에게 닭벼슬을 요구하고 있다. "그 무스 내 머리에 바르면, 밥 안사줄거다." 나의 필사적인 변명에 현이는 금방 시무룩 해져서 무스바른 손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서운한 표정. "아쉽네......나의 걸작이 나올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걸작? .........걸작은 무슨 걸작! 정말 경계 대상 1호다. 선우현. "여기 물수건 하나 주세요." 미용실에서, 마치 고기집에서 '물수건 하나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이 물수건을 요구하는 선우현. 여기 물수건이 있겠냐? 니가 화장실 가서 씻고 오면 될걸 가지고.... .....그러나 왠걸, 현이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종업원이 자기 뺨을 손으로 감싸더니 버벅거리며 대답한다. "네? 네? 아....무..물수건이요? 잠시만요~" 그리고 1분도 안되서 배달된 물수건. ...........선우현. 역시 대단한 놈이다. "고마워요." 수건을 다 쓰고 다시 그 종업원에게 넘겨주며 나른하고 느긋한 미소를 짓는 현이. .....만약 남자도 미인계라는 걸 쓴다면, 아마 선우현이 미인계의 대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뭘요.@.@" 종업원을 미소한방에 넉다운 시킨 현이는 마치 블레이져 모델이라도 되는 듯 감각적인 걸음걸이로 걸어와서 내 옆자리에 턱 앉아, 옆에 테이블에 놓여있던 잡지를 한권 집어들었다. .......잡지 이름은..... ....우먼 센스. ........니가.......왜..........왜...........우먼 센스를 보는거야.........;;;; ".............옆에 GQ는데..........GQ보지 그래?" 내 말에 인상까지 찌푸린 선우현. 그것도 모르냐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니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우먼 센스가 얼마나 재밌는데....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책이다." ............;;;;;;..............아, 그래........;;; 그렇구나. "저, 여기 코코아 한잔하고 커피 한잔만 주세요." 이번엔 마치 여기가 까페라도 되는 듯 당당하게 음료를 요구하는 선우현. .......... ......근데 더 이상한 것은....... 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코코아와 커피가 배달되는거냐구요......ㅠ.ㅜ "자 마셔라." 내게 마치 자기가 사온 커피인 듯이 커피잔을 내밀며 말하는 선우현. ........명물이다. 현이는 우먼센스를 잡아 먹기라도 것처럼 뚫어지게 정독하고 있었다. "야,......현아.....선우현." 내가 조용히 불러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듯 싶다. 현이가 읽고있는 내용을 스리슬쩍 넘겨보니..... [ 매맞는 남편 - '밤이 괴로워요' ] 라는 타이틀과 함께 검은 테이프로 눈을 가린 모모씨의 증언이 실려있는 내용이었다. 그게 '삶의 지혜' 인건가? ..............미치겠군. 다리를 꼬고앉아 코코아를 훌쩍거리며 우먼센스를 정독하는 현이를 버려두고 나는 머리를 자르고 있는 재경이에게 다가갔다. 재경이의 앞머리의 2/3정도가 사라져있었다. ......이야.......앞머리를 쳐버리니까 시원하네.... 잘생겼는데 말이지.... 왜 저런 얼굴을 가리고 다녔을까......? 조금 궁금하네.... 미용실의 거울속으로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내리까는 재경이. ......굉장히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같다. "머리 자른게 훨씬 잘어울린다." "그죠? 그죠? 아....정말 무슨 머리를 해줘야 할까 고민이라니깐~~" 내가 웃으며 말해주자 재경이의 얼굴이 조금 발그레해졌다. ......풋......키도 작으니까 동생같군.....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웃고 말았다. 솜씨좋게 재경이의 머리카락를 들었다 놓았다하고, 의자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미용사는 층을 내야한다네...머리가 볼륨있는 생머리라서 뭘 해도 괜찮다네... 나에게 뭐라고 알수 없는 말을 해주더니, ' 자! 완성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재경이의 커프스를 휙 벗겼다. 뚜렷한 가르마 없이 전체적으로 둥글게 잘라놓은 머리. 앞머리는 긴 것 같으면서도 짧고.....여하튼, 재경이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잘 어울려." 내가 웃으며 말해주자 재경이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응. 잘어울린다. 역시 모델이 좋아야한다니깐....." 언제 또 우먼센스는 다 읽고 오셨는지, 선우현이 어느새 다가와 박수까지 치며 재경이에게 말했다. "..........매맞는 남편은 다 읽었냐?" 내가 물어보자, 무섭도록 진지한 얼굴로 대꾸하는 현이. "응. 무섭더라. 남 얘기가 아냐....나도 몸을 좀 사려야겠어." ..........;;;;;;;......... .....어서 학교나 가자....;;; .......머리 한번 자르는데 어째서 만오천원이나 내야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학교로 돌아가는데 선우현이 걸음을 딱 멈춰섰다. ........? 현이가 떡 하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리 학교 근처의 교복점이었다. 쇼윈도에 걸려있는 교복을 한번보고 재경이를 한번 본 현이가 내게 말했다. "재경이 교복이 너무 큰 것 같지 않니?" ........? 그랬나.......? 현이의 말을 듣고 재경이를 보니...... 어.... 정말 굉장히 몸에 비해 교복이 크구나. "자, 가자." 재경이의 손을 끌고 당당히 교복점을 향해 돌진하는 선우현. 나는 재빨리 지갑을 꺼내 남은 돈을 확인해 보았다. ......어제 용돈을 받아서 푸릇푸릇한 지폐가 제법 두둑히 있다. ........다행이네.......;; 저녀석, 돈도 없으면서 저렇게 무대뽀로 들어가면 어쩌자는건지....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교복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 마자 이미 현이는 재경이의 몸에 몇 개의 교복을 대보고 있었다. "으음.....이것보다 한사이즈 작은걸루요." "한사이즈 더요?" "네." 종업원은 진열된 교복을 슥슥 밀치고 포장되어있는 블레이저를 꺼냈다. "이거 입어보세요." "자 입어봐." "......저.......교복은 정말 안사도 되요. 갚을 돈도 없고....." 보기드물게 작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재경이. 현이는 재경이의 머리를 쓱 한번 넘기더니 '괜찮아. 승호가 사는거니까' 라고 대답한다. 선우현이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씩 웃는 현이. 정말로 안된다는 듯 거절하는 재경이를 질질 끌고간 현이는 아예 속으로 함께 들어가서 재경이의 옷을 갈아입혀서 데리고 나왔다. "자!.......봐봐......훨씬 낫잖아......" 재경이를 거울앞에 세우는 현이. ...................어.....어어...................... 몸에 딱 맞는 교복을 입으니까.......더 나아보이는걸........ 확실히 자기보다 큰 교복을 입고있던 재경이는 좀 '빈약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저렇게 맞춤옷인 것 마냥 제 사이즈의 옷을 입고 있으니 '날씬하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야.....좋네." 내가 씩 웃으며 말해주자, 재경이는 불안한 얼굴이다. "다음에와서....내가 사면 되는데...." 나를 바라보면서 '사주지 마세요' 라는 눈길을 보내는 재경이. 에이......괜찮다니까....... ...........우리집이 뭐 부자집이나...그런건 아니지만, 그 정도의 여유는 있어. "괜찮아. 선물한 거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의 얼굴은 더욱 불안해 보인다. 왠지 재경이가 교복을 벗고 뛰쳐나가버릴 것만 같은 예감에 재빨리 돈을 지불하고 교복을 입은 재경이를 데리고 나왔다. "학교 돌아가면 애들이 깜짝 놀래겠네....." 중얼거리는 현이. 확실히....아이들이 놀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학교로 돌아갔다. * 이선재 ...............선인장. .......너, 사실은 미술 '가' 아니지? .................너........너무 잘나서 '미술이라도 좀 못하는 척하자' 라고 우릴 속이고 있었던게지? "뭐야? 대빵 귀엽네!!! 재경이~~~" 재경이가 귀엽다며, 자기가 더 귀여운 얼굴로-_-;;손까지 흔들어대며 말하는 창욱이. 사돈 남말이 따로 없다. "니가 더 귀엽다 창욱아." 내 말에 창욱이는 허탈한;;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무슨말이야, 앨리스." ..............빠직-_-+ 이게 죽으려고! 탁! 탁! "내가 앨리스의 앨!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지!!!!!!!" "알았어! 미안해! ㅠ.ㅜ 잘못했어!! 잘못했다니까!!!" 나는 창욱이의 처절한 사과에 잠시 난도질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나저나, 선인장이 귀엽다더니......정말 귀엽네? 사실은.....귀엽다기 보다는 뭐랄까......좀 신비스러운데가 있다. 키가 작아서 귀여워 보이는 것이지 키가 크면 굉장히.........음......뭐랄까.......멋있을 것 같다. 콧날도 좀 오똑하고, 눈매도 좀 찢어진데가 있고...말이지. 키가 작아서 여자처럼 느껴지는 거지, 얼굴 자체는 절대 소년일뿐, 소녀는 아니었다. 승호와 현이와 재경이가 빠져나간 후에도 술렁술렁 하던 교실은, 토요일 오자(오후자습) 2교시가 시작되어도 계속해서 술렁거렸다. 간간히 '놀랐다' '나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다' 등등의 말이 들려왔다. .........정말이야.......나도 정말 심장이 냉동고에 쳐박아지는줄 알았다니까.....-_-;; 진짜, 진짜 그렇게 생겼을 거라곤 요만----큼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반아이들 모두 상기된 얼굴로 서로서로 재경이에 대해서 말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도 발그레한 얼굴로 멍-하게 앉아있는 아이도 있고, 뭐라고 짝꿍에게 계속 조잘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반응중에서 가장-가장! 재미있는 반응은.... 바로.........홍영진이지. 마치 못볼거라도 본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서 멍-하게 앉아있는 홍영진. 목적없는 시선과 조금 벌어진 입. .......(약간 바보같이 보이기도 하는군....;;) 영진이도 확실히 좀 잘난 외모라서....(좀 도회적으로 생겼지, 영진이는.) 회색과 보라색이 적절히 섞인 머리가 꽤나 잘 어울린다. 생긴거는 쿨하고 영리하게 생겼는데, 워째서 하는짓과 머리는 그렇게 멍청하고 텅텅 비었는지...... 마치 본능으로 사는놈 같이 말이다. 야, 한재경 전용머슴 홍영진. 그러게....좀 잘하지 그랬니. .짜식. 쌤통이다! 그나저나, 인선이는 그 전부터 재경이의 얼굴을 봐왔다는 말인데.... 그래서 재경이를 구해준건가? ......아냐. 다른건 모르겠지만, 인선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되는 요인가운데서 외모는 굉장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재경이가 신경쓰여서....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구해주게 된것일거다. 인선이는 그런녀석이거든. 여하튼, 우리반 굉장히 재밌어졌어. 새로운 전학생에, 숨겨져있던 재경이까지....푸훗....게다가 머슴이된 홍영진이라니.... 정말 재밌네.... 이씽, 오늘 벌써 토요일인데..... 얼른 와라! 선인자앙~ ㅠ.ㅜ * 장인선 어깨가 뻐근하다. 공항에서부터 조금 무거운 짐을 계속 들고왔더니.... 다음엔 꼭 바퀴달린 트렁크를 하나 사도록 해야겠다. 나는 새까맣고 커다란 여행가방을 아파트 현관문 앞에 놓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았다. 그런데.....잡히질 않네...... 음....아마 어제 바지속에 그대로 넣어놓았나보다. 어제 입었던 바지는 여행가방 맨 아래에 개어서 넣어두었는데.... 다시 꺼내기..... .........너무 귀찮아. 어쩔 수 없이.....재경이한테 문을 열어달라고 해야겠다. 시계를 보니 7시반. 학교에서 돌아왔을 시간이다. .......음......집에.........있겠지? 아마도..... 그럼....선물을 지금 줘버릴까....? 현관에서....?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삔이 들어있는 상자를 만지작만지작 해보았다. 포장지가 조금 매끌해서 손에서 자꾸 미끄러진다. 너무 화려한걸 샀는지 몰라.... ...........그런거 학교에 가져가면......;;; 이상한 사람이 되겠지....... 하긴 남자애가 삔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만.... 그럼 주지 말까....? .......아냐..... 샀는데......산김에 그냥 주지 뭐. 이미 사온 물건을 바보같이 주냐, 마냐로 고민하던 나는 그 고민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이고개를 젓고 벨을 눌렀다. ......... .............. .................. 15초 정도가 지났지만 나오지 않는 재경이. .......아직 학교에서 안온건가. 토요일.....인데...... 나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조심히 벨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아무말 없이 조금 후에 퉁탕거리며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하지만, 문이 열리면서 나온 사람은 재경이가 아니었다. * BGM # Smoke Gets In Your Eyes - Dinah Washington - From OST 'Always' They asked me how I knew My true love was true, 누군가가 내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란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묻기에, oh- I, of course, replied 오- 나는 물론 이렇게 대답했어. Something here inside cannot be denied 마음속에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 장인선 문이 열리면서 나온 사람은, 깔끔한 얼굴을 가진.....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 사람은 나를 보고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이..이봐, 여긴 내 집이야. 왜 당신이 내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건데? "누구십니까?" 내가 묻자, 그 사람은 또 그냥 겸연쩍게 웃고는 들어오라고 계속해서 조용히 손짓했다. 이....이봐요. 여긴 내 집이라고.... 재경이는 어디간거지? 이.......사람 누구야? 어디선가...본 것 같기도 하고.... 설마.....당신.................................................강도? "누구십니까?" 아무말도 없기에, 내가 현관에 선 채로 계속 물어보자 그 사람은 나를 잠시 바라보다 난처 한 표정을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잠시 후 그 사람은 재경이와 같이 현관으로 나왔다. 재경이....... 일주일.......만이구나............. .......어.......근데..........재경이가................... ......머리를........잘랐............네..................... "아.....다..다녀왔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검푸른색의 눈동자. ......... .......잘라버렸네. 머리........ 주머니에서 맴도는 상자는 아까보다 더욱 더 잘 미끄러지고 있었다. 마치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듯, 자꾸 미끄러지고 미끄러져서..... .....역시, 사지 말걸 그랬나...... "........미안해, 저..이분은 인주형인데..........우리집 앞집에 사시는데.... 잠깐만 왔다가 금방 가실려고 했는데......" 아차..... 내가 아무 대꾸가 없는게, 저 사람을 데려와서 화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재경이는 미안하다는 말투로 옆사람을 내게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경이 옆에 서있는 사람 역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아....어디선가 봤다 했더니......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본 사람이구나. 강진혁 선배랑 함께 사는 사람이던가.... "아 괜찮습니다. 제가 못알아보고...쉬다 가세요." 하지만 그 인주라는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젓고 소파에 걸려있던 옷을 집고 나갈 채비를 했 다. "형, 갈려고?" 재경이가 묻자, 인주씨는 가볍게 미소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니.. 언제 나 몰래 두 사람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단말인가.... .....음.......음........... ...................음....................... 왜 이렇게 기분이 싱숭생숭하지..... 재경이는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잘가' 라고 말했다. 옷을 걸쳐입은 인주씨가 현관으로 나와서 내게도 가볍게 인사하길래, 나도 모르게 나는 맞 절을 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는 인주씨. .......흠........말이 한마디도 없다니........ 어지간히 과묵한 사람이로군. "........이거 어디다가.......?" 내가 우리집 맞은편 앞집으로 사라져가는 인주씨의 뒷모습을 보고있는 사이에, 재경이는 어 느새 내 큰 짐을 낑낑대고 거실까지 옮겨다 놓고 어디다 가져다 둘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정말 부지런한 녀석이다. "괜찮아. 거기다 둬." 내가 말하자 재경은 머뭇거리면서 내 짐에서 손을 뗐다. "저............밥, 안먹었지?" 재경이 물어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재경이는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쪼르르르 사라졌다. ...........왜......잘라버렸을까..........머리............ .......물론, 나도 녀석이 머리를 자르고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긴 하지만......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답답한 이 마음을. 뻐근한 어깨를 한번 돌리고 나서, 거실에 있는 짐을 가지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벌컥 열고 그 문에 잠시 기대어 서서 내 방을 둘러봤다. ......집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딱 맞는 얘기다. 내 방이 이렇게 반갑게 보이기는 또 생전 처음이다. 방문을 닫은 뒤 커다란 여행가방을 내던지듯이 버려두고, 방안의 불도 켜지 않은채 나는 침 대에 일자로 풀썩 쓰러졌다. "푸우우우우-----"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숨 비슷한 것을 내뱉었다. 내 한숨에 베개깃이 파르르르 흔들렸다. ..........이상해. 기분이....... 뭘 해야 이 이상한 기분이 진정될까.........? 나는 침대에서 잠시 비비적 거리다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컴포넌트를 켰다. 무슨 CD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재생을 눌렀더니.... Smoke Gets In Your Eyes가 흘러나왔다. ....저게 들어있었군. 나는 뒤로 돌아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다리를 꼬고 흥얼흥얼 그 노래를 따라불렀다. "I, of course, replied....Something here inside..............cannot be denied.........." ......이상하게 나는 90년대 이전의 음악만을 좋아한다. 팝송도, 가요도. 창욱이는 나의 이런 음악취향을 알고 '애늙은이!' 라고 폄하했지만....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너무 세련되면......거부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랩이나 힙합은 무슨말인지 가사를 봐도 모르겠다. 여하튼....난 정말 좀 애늙은이 기질이 있는지도..... 옛날 음악은....LP특유의 탁탁대는 소리도 좋고.....90년대 음악보다 음질이 떨어지더라도..... 왠지 그 부족한 음질마저 기분이 좋은 것이다. 길거리에서 나오는 테크노를 열심히 듣고 있다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상쾌한 스윙재즈나, 텁텁한 존 레넌의 목소리라던가.....그런게 그리워지게 되는것이다. 내가 생각하건데, 나는 컴퓨터로 치자면 굉장한 구식 컴퓨터가 아닌가한다. 90년대 이후로는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구식 컴퓨터 말이다. 나의 80년대(혹은 그 이전의)음악만을 흡수하는 메카니즘은 왠만해서는 잘 바뀌지가 않는다. 물론, 나도 최신 음악, 최신 유행을 따라가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듣는 즉시 까먹고, 보는 즉시 잊어버리게 되므로.... .......포기하기로 했다. "They said someday you'll find all who love are blind, 사랑에 빠지면 모두 눈이 멀게 된다고들 하지.... oh, When your heart's on fire 오, 타오르는 가슴으로 사랑을 하려면... You must realize Smoke gets in your eyes 눈이 시려오게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해...." ....왜 재경이는 머리를 잘랐을까......? 누가.....누가 재경이의 머리를 잘라주었을까? ............왜 나는 그 순간 '차라리 내가 잘라주고 이탈리아로 떠날걸' 이라고 생각했을까......? 왜 재경이는 앞집사람과 갑자기 친해진걸까......? .........모르겠어. ...............니가 왜 머리를 잘랐는지, 왜 인주씨와 친해졌는지.....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너에 대해 궁금해 하는지. "So I chaffed them and I gayly laughed to think they could doubt my love 내 사랑을 의심하는 그들을 비웃으며 난 웃어 넘겼지, Yet today, my love has flown away I am without my love 하지만 오늘 내 사랑 멀리 떠났어 나를 두고 말이야...."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주머니의 상자를 꺼냈다. 지금 보니 상자가 조금 바보같이 보이기도 했다.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재경이가 금방 머리를 자를것이란걸 쉽게 눈치 챘을텐데.... 이 삔이 필요없다는 것을 알았을텐데..... 왜 갑자기 이걸 사버렸는지..... 나는 잠시 상자를 만지작거리다가, 포장을 조금씩 뜯었다. 침대에 누워서 포장을 뜯자, 뜯어진 포장지가 내 얼굴로 떨어졌다. 입김으로 포장지를 날려버리고, 포장이 벗겨진 와인색 상자를 열었다. .......방안에 불을 켜지 않아서 어두웠는데....... 신기하게도 옆에 있는 다이아나, 루비보다 진주가 더 빛나보였다. 방안에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거리의 가로등 불빛을 받아 진주는 조금씩 빛나고 있었다. 상자를 든 손을 조금씩 움직여보니 여러각도에서 조금씩 빛을 발하는 진주. ........바보같군. 주인없는 이 삔 말이야... ......아니...... 사실은...................... ................................그 주인없는 삔을 사버린 내가 더 바보같아. 나는 씁쓸히 웃고 삔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상자를 닫고 그 상자를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다른 사람한테 주거나............ 생활비로 바꿔버려야겠다. "Now laughing friends deride tears I cannot hide 숨길 수 없는 나의 눈물을 보고 친구들은 웃으며 나를 조롱하지 oh, So I smile and say... 그래서 난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 When a lovely flame dies Smoke gets in your eyes 사랑의 불꽃이 꺼지고 나서 그 연기에 눈물이 나는 거라고......" 내가 켠 노래이고....따라부르고 있기도 하지만...... 오늘따라 이 노래는 좀 뭐랄까.......바보같이 들린다. ..........내 앞에서 누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면, 달려가서 그 사람 입을 확 막아버렸을지 도 모르겠다.......물론, 그 전에 저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는 내 입을 다무는게 좋겠군. 다른 노래가 좋겠다. 기왕이면 좀 신나는게 나오는게 좋을 것 같다. 신디 로퍼나...... ......올리비아 뉴튼 존이라던가...... ............음...............카펜터즈도 좋겠군. 나는 누운채로 손을 뻗어 CD에 무슨무슨 노래가 있나 재생 순서를 돌려보고 있었다. 똑똑. 7번째 노래를 돌려보았을 때, 들리는 조그만 노크소리. 밥이.....다 되었다는 뜻일까. 나는 컴포넌트를 끄고 조금 크게 외쳤다. "금방 나갈게." 그러자 문가에서 인기척이 사라지는 소리가 났다. ..........생각해보니......배가 고프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아, 발로 방에 널부러져있는 여행가방을 내 앞으로 끌고왔 다. 정신 없이 쌓여있는 몇몇 물건을 헤치고 선물이라고 사온 몇몇 물건을 꺼냈다. 이....수제 쿠키하고 초콜렛 더미는 창욱이꺼. 왠지 모르겠지만 손수건을 사다달라고 한 선재에게 손수건 몇 개. 조금 값이 나갔던 프랑스산 백포도주는 병철 선배꺼. 멋부리기 좋아하는 현창 선배에겐 넥타이. 공부를 좋아하는 고은 선배에겐 만년필. 그 외에도 여러개의 선물들..... .....음.....정말 많이도 샀다. 나는 선물더미를 헤집다가, 특정 인물을 정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에게 줘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열쇠고리를 집어들었다. ........눈을 확 끄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산건데........ 조금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기도 해서......열쇠고리로는 아깝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격도....좀 세긴 했지만. 이 물건 사달라는 듯이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상인 때문에 나는 그냥 그 열쇠고리를 사고 말았었지......... ...........그래, 삔은 좀 그러니까...이걸주는게 좋겠다. 나는 열쇠고리를 공중에 한번 던졌다가, 착 하고 낚아채고 밥 먹으러 방을 나왔다. * 사족 .....원래 Always에 삽입된 Smoke Gets In Your Eyes는 'The Platters'가 부른 것이지만, 저는 Dinah Washington이 부른 것을 더 좋아합니다. ......시원한 목소리의 여자보컬이 불러주는 스탠다드 재즈는 거의 환상적이죠.^-^ 오늘은.....빨리 올렸죠? 집에 있던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_-;;는 물음이 계서서.... 네, 뭐 인주였습니다 ^-^;; 역시, 이웃은 사촌보다 친하다는....(쿨럭!)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26~28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20~23 2002/06/28(15:30) from 211.49.140.219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5, 조회: 369, 줄수: 2389,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26~28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Nessun dorma - Luciano Pavarotti - Puccini의 오페라 '투란도트' 中"공주는 잠 못 이루고"- * 장인선 열쇠고리를 쥐고 부엌으로 나와보니..... ........정말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이 줄줄이 늘어서있었다. 평소때도 반찬을 걸게 차리는 재경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음식들. ".........." ......세상에....... ..............무슨 뷔페에 온 것 같네........ 재경이는 앞치마를 두르고(앞치마.....정말 잘어울린다....), 그 두르고 있는 앞치마에 손을 닦 으며 식탁 옆에 서 있었다. 재경이는 나를 한번 보고....음식을 한번 보고....하는 모습이 어딘 지 모르게 불안해보였다. 내가 상다리가 휘어질듯한 음식에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재경이가 나를 조심히 올려다 봤다. ....나는 재경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대단...하네......"라고 무심결에 말해버렸다. 멍하게 서있던 내가 음식을 칭찬하자, 재경이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수그려버렸다. ......풋.......분명히 또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겠네.... ......저 모습.....오랫만이다. 정말로.....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오른손을 뻗어...... 재경이의 머리를 부비부비해보았다. ...........부드럽고...........따뜻한 재경이의 머릿결.. 일주일만에 느껴보는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한 머릿결에, 나는 이제서야 집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익숙한 서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라던가...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의 모습을 봤을 때보다........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한 순간, 나는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머리칼은 짧아졌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얇은 머리결..... 익숙한 감촉. 갑자기 따듯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 듯이, 몸이 편안해지고 이완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여행에서 돌아왔구나......... 그래.....나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왔어............. ".................다녀왔어."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잠시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하던 손을 거두고, 왼손에 쥐고있던 열쇠고리를 재경이에게 내 밀었다. 이게 뭐냐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는 재경이. ".....선물이다."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입까지 조금 벌리면서 놀라버렸다. ........아......정말 이녀석은 왜이렇게 작은일에 잘도 놀라는지......... 앞치마를 꽉 쥔채 내 손에 있는 열쇠고리를 유심히 바라보고만 있는 재경이가 왠지 모르게 귀엽다고 생각되서, 나는 조금 웃었다. 나는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앞치마를 꽉 쥐고있는 재경이의 손을 풀어, 녀석의 손바닥위 에 열쇠고리를 올려주었다. "..........." 내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 손바닥에 놓인 열쇠고리를 바라보는 재경. 재경이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자기 손바닥위에 놓여있는 열쇠고리를 바라보다가, 열쇠고리가 깨져버릴 것 같은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조심히 그것을 손으로 감쌌다. ".............고마워.........."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재경이. 여느때처럼 작고 조용한 목소리이지만, 또 표정도 그다지 달라진게 없지만 그 목소리에는 굉장한 기쁨과 쑥쓰러움이 묻어있었다. ................. ............................. ...................이런................. ................좀 더......좋은걸 주고싶었어........ .......열쇠고리보다 더 좋은걸 주고싶었는데......... ".......밥 먹자....." 나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재경이에게 말했다.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왼손에 열쇠고리를 꼭 쥐고 자리에 앉았다. **** 원래 과식을 하기보다는 소식을 선호하는 나이지만, 오늘 식탁에 올라와있는 음식이 하도 많아서....그리고 굉장히 맛있어서, 나는 원래 내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이 먹고있었다. 또....여행에서 돌아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기도했다. 피자.....스파게티.....스테이크.......이런것도 맛있긴 하지만, 역시.....한국사람에겐.......김치가........ .........아......나 갑자기 굉장히 아저씨가 된 것 같네....... 열심히 밥을 먹다가 재경이를 바라보니..... .......재경이는 왼손에 열쇠고리를 꼭 쥔채 밥을 먹고 있었다. 마치 누구에게 뺏길것만 같은 물건을 사수하듯이, 열쇠고리를 작은 손에 꼭 쥐고 밥을 먹는 재경이. "..........그거.....누가 안가져가........" 내가 웃음을 참으며 재경이에게 말하자, 재경이가 밥먹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거, 놔두고 밥 먹어도 괜찮아." 내가 눈짓으로 재경이의 왼손에 쥐어있는 열쇠고리를 가리키자, 재경이는 그제서야 눈치를 챈 듯 '아..........' 라고 내뱉더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내 말에 재경이는 머뭇머뭇거리다가 열쇠고리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식탁에 올려놓은 열쇠고리를 조심조심 바라보며 밥을 한숟갈 먹은 재경이는, 내버려 둔(?) 열쇠고리때문에 안심이 안되는지 왼손을 조금 뻗어 열쇠고리의 고리부분을 손가락에 감은 후,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채 웃기 시작했다. ".........어어....." 밥을 먹다가 웃는 나를 보고, 당황한 재경이. 왜 웃느냐는 표정으로 입에다가 숟가락을 문채로....그리고 손에는 열쇠고리의 고리를 감은채 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냐...................그거......맘에 들어?" 내가 열쇠고리를 가르키며 웃자, 재경이는 조금 얼굴이 발개져서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손에 쥐고 밥 먹어도 돼."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쑥쓰러운 표정이 되었다가....... .......................다시 손에 열쇠고리를 꼭 쥐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참지못하고 다시 웃어버렸다. ***** 거나하게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재경이와 나는 거실에 앉았다. 배가 불러서 늘어진 몸으로 뭘 할까 뒹굴거리는 중에 TV를 켜보니, 케이블 TV 영화채널 에서 10시에 상영될 영화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다.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스크림>이라는 제목이 떴다. 아.....저거 한번 봐보고 싶었던 공포영화인데....... 얼마나 재미있길래 사람들 입에서 그렇게 회자되나....싶어서 한번 봐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내가 재경이에게 '같이 볼래?'라고 말하자, 재경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를 볼때의 재경이의 표정은 '녀석에게도 저런 표정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영화관처럼 방안의 불을 모조리끄고 스크림을 관람하는데 재경이는 완전히 영화에 빠져버렸다. 아까 여주인공이 살해당할때는 재경이가 어찌나 놀라던지, 나는 재경이가 살해당한건 아닌 가해서 깜짝 놀라버렸다. 놀라는 모습도 가관인데, 다른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눈이 엄청나게 똥그래져서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며, 손을 꽈---아아악 쥐는 것이다. 영화에 완전히 몰두하여 영화속의 인물이 되어버린 듯한 재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내 옆에 있던 쿠션을 슬그머니 재경의 품안에 밀어넣어보았다. 평소때라면 쿠션이 품에 들어오면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을 재경이었지만, 스크림에 온 정 신을 빼앗겨버린 재경은 자기 품안에 쿠션이 들어오자 무의식중에 쿠션을 끌어안아버렸다. ....푸....푸훗.... ............완전히 퐁 빠져버렸네...... 내가 재경이를 바라보는 사이, 살인마가 또 한번의 살인을 저질렀는지 TV에서 '끼야아아아 악!!!!!!' 라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재경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무심결에 쿠션을 꽈아아악 껴안았다. ..............우......웃기다. 이거 공포영환데....아....재경이 녀석....너무 재밌잖아....... 2시간이 금세 지나고..... 나야 재경이 보느라.....영화 보느라해서, 누구누구가 죽었는지도 모른채 살인범의 정체가 밝 혀지자......'이 영화 재미 없네...'라고 생각했지만, 재경이의 표정은 '아니....당신이 살인범이 었다니.....'라는 듯한 '경악' 그 자체였다. 나는 재경이의 그런 표정을 지켜보다가.........조심히 팔을 뻗어서 재경이의 팔을 확 움켜잡으 며 '왁!' 하고 조용히 소리질렀다. "........허어어어어억..........." 오........이런........!! 내가 팔을 확 잡자 재경이는 얼------마나 놀래버렸는지.......... 그래도 큰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져서 숨을 들이마신 채 온몸이 경직되어버렸다. 내가 살인범이라도 되는 듯 나를 쳐다도 못본채 사색이 되어버린 재경이. ".....풋......나야, 나......." 내가 재경이의 팔을 흔들며 나라고 얘기해도, 놀라버린 재경이는 내가 살인마라도 되는 듯 눈을 질끈감고 나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다했다. "......이봐, 나라니까.....잘못했다. 눈좀 떠봐......" 웃음을 참으며 재경이의 어깨를 두드리자, 조금씩 눈을 뜨는 재경이. 나를 조심조심히 바라보다가, 내가 살인마가 아님을 확인하고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자기가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얼굴이 발 개져서 쑥쓰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동해서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해보았다. ".......너 아까 막 악지르고.....쿠션 껴안고......대단했어." 내가 말하자 '?' 이라는 표정으로 자기의 품안을 확인하는 재경. 자기가 쿠션을 껴안았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쿠션을 껴안...았어....?" "응......내가 안고있던 쿠션....니가 가져다가 막 껴안고, 악지르고........ 어찌나 시끄럽던지.....아랫층에서 전화오는줄 알았지." 자기가 그랬는지도 모르는 재경이는, 내 거짓말에 울상이 되었다. ".......시끄럽게 해서....미안해." 안절부절 미안해하던 재경이는 자기가 껴안고 있던 쿠션을 내게 돌려주고 다시한번 '미안해' 라고 말하고 방으로 쪼르르르 들어가버렸다. ".....재경아!" 내가 불러도 대답없이 방안으로 들어가버린 재경이. 나는 재경이가 내 품에 건네주고 간 쿠션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어버렸다. **** 영화를 보고 잠을 자기위해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나는 아까부터 계속 뒤척뒤척거리기만 할뿐 잠이 오질 않는다. 잠을 자기 위해 슈베르트의 자장가, 모차르트의 자장가....온갖 자장가를 틀어보았지만 불면 증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던 나는 갑자기 '......아까 재경이 굉장히 무서 워하던데.....혹시 지금도 무서워하고있는건 아닌지 몰라....' 라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서 조용 히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여서 재경의 방앞까지 왔다. ........서로의 방에 아무말없이 들락거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라고 말했던 사람이.........분 명히 나였던 것 같은데........ 나는 '예상외의 상황도 있는법이야..'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재경이 방문을 열었다. 노크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괜히 노크를 해서 혹시라도 자고 있는 재경이 깨어나면 어쩌 나.......라고 생각해서 그냥 조용히 문만 열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끼이이이익---- 나로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지만, 문에서는 갑자기 끼이이이익하는 소리가 나버 렸다. 문소리가 들리자마자 방 안에서 갑자기 '헉!' 하고 숨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경이녀석....아직도 안자는 건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팟'하는 소리와함께 불이켜졌다. 불이 켜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구석에 눈만 내놓은채 이불을 둘둘말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재경이. 날 보는 눈빛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어서,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재경아." 내가 말하며 다가가자 공포에 질려있던 재경이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든 느낌이 든다. .....이런.....정말 놀랐었구나.... ..........이런 녀석에게 장난을 쳤다니.... .....완전히 얼굴이 질려버렸네..... 얼굴을 말고있던 이불을 조금 내리자, 재경이의 해쓱해진 얼굴이 드러났다. ....굉장히 무서웠나보다. ".........괜찮아. 그건 영화일 뿐이고.........그런 살인마는 잘 나타나지 않아."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살인마가 널 죽이러 오는 줄 알았어....?" 내가 묻자 재경이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아직도 눈에는 공포가 남아있다. 재경이의 머리를 한번 부비부비해주고 방안을 둘러보자.... ................아.............정말..........방이 너무......좁다....... .......첫날 방을 고르라고 할 때 내가 들어가본적도 없는 좁은 방을 고르길래, 알아서 하겠 지...라는 생각으로 내버려 두었었는데....... .........이렇게 좁은방에서 살고 있었다니......... 방은 어찌나 좁은지 이불하나 펴놓기도 빠듯했다. 사실 방이라기보다는 쓸데없는 물건을 놓아두는 창고에 가까운 곳이라서 초여름인데도 보일 러가 들어오지 않아 썰렁했다. 이불 너머로는 아직도 재경이가 공포로 떨고있는게 느껴졌다. "........나가자."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재경이가 두르고있던 이불을 벗기고 재경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우자, 재경이는 엉거주춤하게 서서 '왜......'라고 말한다. "..........혼자자면 무섭지?"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니야....'라고 급하게 대답했지만, 나는 아까 공포에 질려버린 재경이의 눈동자가 생각나서..... 내가 나간뒤에 혼자 밤내 또 그렇게 이불을 돌돌만채 구석에 앉아있으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에 재경이의 손을 잡아끈 채로 그냥 내방으로 데려와버렸다. 그리고....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좁은 방에서 재경이를 재운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내 방에 들어와서 쭈삣거리는 재경이에게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 라고 말하자 재경이는 '아냐....니가 들어가서 자...'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녀석이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아, 나는 녀석을 들어 침대 안쪽에 눕혀버렸다. .......정말 가볍네.......밥 좀 많이 먹지........ 재경이는 내가 침대 안쪽에 눕히자 놀란 듯 번쩍 일어났지만, 내가 '다시 누워' 라고 말하자 머뭇거리며 다시 누웠다. 나는 침대 안쪽에 목석처럼 빳빳하게 누워있는 재경이를 확인하고 불을 껐다. 재경이와 나 둘다 정말로 목석처럼 천장을 본 채로 뻣뻣하게 누워있었다. 그런 불편한 자세도 자세이지만.... 왠지 모르게 재경이가 옆에있는게 신경쓰여서 잠이 오질 않는다. 조금 심장박동이 빨라진 느낌도 든다. .......재경이도 아주 조금씩 뒤척이는걸 보니 잠이 든 것 같지가 않다. .............내가......괜히 잠잘녀석을 데려와서 잠못자게 하는건 아닌지......... 나야 아까부터 잠이 오지 않았지만... ...........아까보다 2배는 더 맑아져버린 정신. 마치 커피를 한바가지라도 마신 듯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재경이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경쓰이는 이 밤. .....................오늘밤에 잠자기는 이미 글러버린 것 같다. * 사족 - 그대 내게 오는 길....에 대해서. 예...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뭐...저는 나름대로 '그대 내게 오는 길'을 열심히(?) 쓰고 있었지만, 다른 분들께는 본의 아니게 잠수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잠수 와중에도 다른 글을 쓰고있었으니.... 잠수中 수중작업-_-;;이 한참이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쿨럭!) 다음에도 혹시나 제가 뜸해지면... ' 아니, 조고이 또 수중작업-_-;을 하고 있는가보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잡소리는 집어치우고..-_-;;;;;..... '그대 내게 오는 길'은 한번쯤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입니다. '현재진행형'적인 연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거든요. 맞습니다. 그 글은 '해피'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드' 도 아니예요. 어정쩡-_-;;한 결론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음...그 글은 해피도 아니고 새드도 아닌 현재진행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두명이 그 후에 어떻게 될것이라고는 저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행복할 수도 있고, 아무런 오해가 풀리지 않은채 끝날 수도 있죠. 혹은 또 아무런 이유없이 '우연'적으로 또다시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 둘의 모습은 정동진 바닷가의 그 모습에서 멈춰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떠오르지 않아요. (그렇습니다-_-;; 저는 상상력이 빈곤한 인간이랍니다..쿨럭!) 에....그래서 외전이 있냐고 물어봐주시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외전은 없습니다. 그대신...... 내가 생각하기에 두 사람은 이렇게 될 것 같다....라고 하시는게 바로 정답-_-;입니다. 그게 외전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_-;; 하지만, 만약 상상하신다면.... 기왕이면 '해피'한 쪽으로 상상해 주세요.^-^ '사랑'이라는걸 전달하긴 힘들지만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으니까요. 자....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p.s :....추천을 누르는 그대의 손가락에 부디 축복이 깃들기를.......(중얼중얼......;;) * BGM # It's Allright - S club 7 * 장인선 월요일 아침 6시 45분. 나는 지금 사람이 이틀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면 얼마나 정신상태가 황폐해지는 지는가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있는중이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토요일. 밤에 재경이와 스크림을 본 후, 재경이가 하도 무서워하길래 내방에서 둘이 함께 잤는데..... .......그날 밤, 옆의 재경이가 신경쓰여서 목석처럼 누워 뜬 눈으로 온 밤을 꼴딱 지새우고........ 일요일날. 자기방에 돌아가서 자겠다는 재경이를, 왠지 그 좁은 방에서는 재우고 싶지가 않아서 또 다시 내 방에서 자게했다. ...........덕분에 일요일밤 역시 뜬 눈으로 밤을 꼴딱 지새웠다. 이틀동안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인, 게다가 그 3대 욕구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수면욕이 채워지질 못하니, 저절로 온몸이 뻐근하고, 생기도 없고 성질도 포악해진 것 같다. 허나, 몸 상태라면 재경이도 만만치 않은 듯...자주 눈을 부비고 고개를 흔든다. .......괜히 내 방에서 자자고해서....재경이마저 피곤하게 한 것 같다. 그래서..일요일날 밤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집에서 남는 방 중 하나를 재경이 방으로 개조해 주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좁은 방 말고...좀더 큰 방으로, 재경이 방을 새로 만들어줘야겠다. ".........학교 갈까?" 아침밥을 다 먹고 재경이에게 말하자, 재경이가 입을 달싹거리더니 조용히 대답한다. "아..응, 설거지..해야되는데." 아아......설거지. ...설거지 기계..또 깜빡 잊고 안샀다. 오늘 저녁, 꼭 사야겠다. "..그래?........그럼..같이 하지. 둘이 하는게 더 빨리 끝날테니까." 내 말에 재경이는 엄청나게 눈이 커져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니 혼자 할게." "괜찮아. 같이 하지." 생각해보니, 언제나 재경이가 혼자 설거지를 했었다. 그건 정말로 재경이를 가정부 취급하는 것 아닌가? ..........재경이는 우리집 가정부가 아니다. .....재경이는....... ............재경이는........그런 사람과는 다르다. 재경이는 내가 싱크대로 가자 엄청 당황한 듯 뒤에 재빨리 따라와서 초고속으로 접시를 씻기 시작했다. "..괘..괜찮아, 나 설거지 잘해." "........풋, 알아. 너 설거지 잘하는거..."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나는 피식 웃고 접시를 씻으며 재경이를 바라봤다. ...응...? ........근데.......좀 재경이의 모습이 어딘지 이상하다. 나는 설거지를 하는 재경이의 모습에서 어딘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와는 좀 달라... 무언가가 바뀌었다. 뭐가 바뀐걸까...? 손으로는 접시를 닦고 있지만, 눈으로는 재경이가 달라진 부분을 열심히 찾다가... "...교복 새로 샀어?" .......그래...교복이 바꼈구나... 원래 몸보다 훨씬 큰 교복을 입고 있어서 설거지를 할때 소매를 서너번은 접었어야 했는데... 오늘은 몸에 딱 맞는걸 입고 있구나.. "......아......사..산건 아니고..." 재경이는 접시를 닦으면서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래." 재경이에게 생활비를 주긴 했지만, 재경이는 생활비로 자기 교복을 살 타입은 아닌데......아마도....누가 재경이에게 교복을 사준것 같다. ......누굴까? 창욱이..?........................설마. 선재....?................지금쯤이면 선재 용돈이 떨어질 시기인데. 흠.... 그 둘 외에는 짚히는 사람이 없는데.... ....어쨌든, 학교가서 선재와 창욱이에게 물어보면 누가 사줬는지 알 것 같다. 엄청 궁금하지만 참아야겠다. "대충 끝났으니, 학교 가자."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머뭇거리다가 책가방을 매고 현관으로 나왔다. 그런데...재경이와 함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이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니가 왜 여기있는거냐?" 왠만하면 보고 싶지 않은 녀석이 우리집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 창백한 얼굴. 차갑게 생긴 회색머리의 녀석. 홍영진이 우리집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이자식, 왜...우리집 앞에서 알짱거리는거냐.....응.....? 한번 더 패줘야 정신을 차릴건가? 그런데.... 홍영진도 나를 발견하고 놀란듯, 안그래도 좀 창백한기가 있는 얼굴이 아예 허옇게 질려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재경이를....데리러 왔는데, 너는 왜 여기있는거냐?" 날 보고 뚱한 표정으로 질문하는 홍영진. "...........여긴 내집이다." 내가 말하자, 홍영진은 굉장히 놀란 듯 눈이 똥그래졌다. "...여기가 너네집이라고?........" "..........니가 왜 재경이를 데리러 오는거지?" 내가 말하자, 홍영진은 인상을 찌푸리고 나즈막하게 중얼거렸다. "........현승호가 시켜서." ....현승호? 무천중의 현승호 말인가? 왜 현승호가 홍영진에게 재경이를 마중하라고 시켰을까?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거지....? 궁금증은 무럭무럭 피어올랐지만, 그걸 계속 물어보고 있다가는 지각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홍영진과 함께 학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이선재 월요일아침,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왜냐면...........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3사람이 나란히 등교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홍영진 한재경 장인선.......이렇게말이다. 반 아이들의 놀라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들어온 3사람. 나와 창욱이도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 3사람이 함께 등교하게 되었는가가 무진장 궁금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오늘은 일주일만에 선인장이 학교에 나온 날이다. ".................나.쁜.놈 -_ㅜ 선인장!!!" "그래...이제부턴 너 모른 척 할거야....!!! 이 매정한 선인장!!!!" "너하고 이제부터 말하나 봐라!!! ㅠ_ㅜ" "길거리에서 봐도 모른체 할거야!!!" 창욱이와 나는 어제밤 약속한대로 선인장이 학교에 오자마자 우리의 서운함을 표현하기시작했다. .......그러나 저런 무시무시-_-;한 대사와는 반대로 창욱이와 나는 눈물을 쥘쥘흘리며 인선이의 팔뚝과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_-;; 우리는 니 보고싶었는데.. 너는 우리 보고싶지도 않더냐? 이씽...이 나쁜놈아..ㅠ_ㅜ 한마디 소식도 없더니 월요일에서야 학교에 떡 나타나다니.... 엉엉~ 너 정말 모른체 해버릴거야!! 모른체!!! 엉엉엉~~ "미안하다...전화 할려고 했었는데....잘 안되버렸다." 정말로 미안한듯 어깨까지 다독여주며 말하는 선인장. 조금 눈썹을 찌푸린 표정. 미안하다는 눈빛. ... ..... .........내가...그런거에 휘둘릴...휘둘릴것 같냐? (사실은 휘둘렸다) 안돼!!! 넌한테 좀더 삐진척을 해야겠어!! ㅠ.ㅜ "그래? 전화할려고 했었어? 그럼 됐어......담에 어디가면 꼭 전화해라..ㅠ.ㅠ" 금세 괜찮다는 말투로 인선이에게 말하는 창욱이. 아니, 저 단순무식 창욱! ㅠ.ㅜ 그렇게 금방 용서(?)해주면 어떻해!!! 우리 어제 선인장이 반성할때까지 계속 서운함을 표현하기로 약속했잖아!!!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이녀석 버릇을 고쳐놓을려면 좀더 삐진척을 해야해! 그래야 담엔 어디 놀러가면 제깍제깍 전화하지!! 나는 좀더 선인장에게 불만을 표시해야겠다-_-+ "선인장! 실망이야!!" 부루퉁한 내 말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하는 인선. "정말 미안해...선재야. 아직도 화가 덜풀렸나...." 아...아니..그렇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내 맘 흔들리자나....-_ㅜ "아니...무슨 화는 화겠어. 그냥 서운해서 그랬어-_-;;' .....-_-;;; "미안해....그대신.....잠깐만...." 인선이는 잠시 가방을 뒤지더니 나와 창욱이에게 각각 선물을 주었다. 받자마자 황급히 포장을 터보는 창욱이. 쿠키와 초콜렛 상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포효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선인장 짱!!!!!!!!!!!!! 쪽! 쪽! 쪽!" ....야, 이창욱..-_-;; 너 아깐 선인장 밉다며? 이제부턴 선인장 아는체도 안한다며? 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나의 포장된 선물을 뜯어보았다. .....아니..... ...............아니........... ...........선인장~ㅠ.ㅜ 내 부탁을 잊지 않고 손수건을 사왔구나!! 그것도 5개나!!!!!ㅠ.ㅜ "우와아~~~~~~~~~~♡.♡~~~~~~인장이 짱! 짱! 짱! ㅠ.ㅜ 쪽! 쪽! 쪽! ♡" .....(쯧쯧..똑같은 녀석들..-_-;;) ------ 선재와 창욱이는 다시한번 인선이의 팔뚝에 매달려 비비적 거리기 시작했다-_-; **** - 송영희. 요즘 우리에겐 고민이 생겼다. 우리 야오녀 4인방(대외적으로는 꽃미녀 4인방)은 다른건 몰라도 우리반 내의 현황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나, 요즘에 그 자부심에 쩍쩍 금이 가는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 알수 없는 일 중 하나가...바로 '현승호 - 선우현' 과의 알수 없는 유대감이고 또한 알 수 없는 일이.... 왜! 도대체 왜! 한재경과 홍영진과 장인선이 함께 등교하냐!!! 는 것이다. "...어머, 인선이..오랫만에 보니까 더 멋있다..♡.♡" "응....역시 나는 지아비만 섬길래. 한 우물만 파야지..." "그래, 우리 인선이로 마음을 굳히게? 응?" 우리는 오랫만에 등교한 인선이를 황홀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정말 인선♡. 오랫만이구려~~~ㅠ_ㅠ 인선이는 등교하자마자 자기 친구들인 선재와 창욱이에게 붙잡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때에 별 표정 변화가 없는 인선이라 그런지, 저렇게 인선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니까...... 아주... 아주.....뭐랄까........세..섹시해!ㅠ_ㅠ "저 난처해하는 표정 죽음이다.@.@" "....진짜 멋있다..ㅠ_ㅠ" 우리 야오녀 4인방은, 인선이 이탈리아로 떠난 사이 잠시 식었었던 인선을 향한 사랑의 불길을 다시 맹렬히 불태우기 시작했다. "근데..왜 갑자기 저 3명이 같이 등교한거지?" "홍영진이랑 한재경이 같이 등교하는 건..이해가 가." "맞아, 승호가 재경이 마중하라고 시켰잖어." "그런데, 왜!! 갑자기 인선이가 저 두명과 함께 등교하게 된거지?" "...맞아. 인선이는 그 동안 이탈리아에 있어서 친해질 겨를도 없었을텐데..." "응. 게다가 홍영진은 인선이에게 된통 맞았잖아. 친할리가 없지!" "이상해....그럼......혹시, 승호랑 인선이랑 친한거 아냐?" "....오! 그거 일리있다..원래 한가락 하는놈들은 알고 지내는 법이지." "그런가...?" 우리가 3명의 등교에 대해 온갖 추측을 해보고 있는 동안, 교실 뒷문이 조용히 열리고.... ...우리 추측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밝혀줄 승호가 등교했다. * 짧은 사족. ........아이고..드디어 현승호와 선인장의 첫 대면입니다..-_-;; * BGM # 내게 와 줘 - 윤밴♡ 어디있나...내 사랑은- 언제까지 외롭게 날 기다리게 할까 누구일까...내 사랑은- 언제까지 외롭게 날 혼자 두려하나!! * 송영희 ...허헉... .....교실 뒤에 승호와 인선이가 마주보고 서 있는데...... ............왠지 베토벤의 '빠바바밤..'이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할 듯한 분위기. 옛현인들은 저것을 보고 용호상박! 막상막하! 난형난제!ㅠ_ㅠ라고 하지 않던가!!!(흐으으윽!!) "이야.....진짜 둘다 만만치가 않구나...(소근)" "응. 대단하다....아아..이렇게 눈만 높아지다간 큰일나는데..-_ㅜ;;; (소근)" 우리는 교실뒤에 마주보고 서 있는 두 남정네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인선이에게로만 한우물 파기로 한 우리들이건만, 승호가 등교하니 어느 우물을 파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ㅠ_ㅠ) "아, 승호랑 인선이는 처음만나는거겠구나!" 둘 사이로 다가오는 창욱이. ....짜식, 오늘도 귀엽구나. 창욱아. "자, 인사해. 이녀석은 장인선. 그리고........이녀석은 현승호." 둘은 창욱이의 소개에 조금 미소짓더니 악수를 하기위해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선이는 왼손, 승호는 오른손을 내밀어서.....악수 불가능. (양쪽에서 같은 손을 내밀어야 악수를 할 수 있답니다..;;) 둘은 멋적게 웃으며 다시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이번엔 인선이가 오른손, 승호가 왼손-_-;; .....어지간히도 악수가 안되는군...;;;; "아이고, 바보들." 보다가 답답해진 창욱이가 둘의 손을 가져다가 쥐어주었다. 승호는 창욱이가 손을 쥐어주자 멋적게 웃었다. ".....반갑다. 얘기 많이들었어." 승호가 웃으면서 얘기하자, 인선이가 대답한다. "나도 많이 들었다. 반갑다." ........아아아아.....♡.♡ 너무 멋져~~!! 너무 멋져~~잉~~~ㅠ.ㅜ 이거 막 청춘드라마같잖아~ 쥘쥘쥘~ㅠ_ㅠ "이야....정말 교실 뒤가 번쩍번쩍하구나..(소근)" "응, 막 성화에 그려진 후광이 막 나오는거 같애..!!!(소근)" 장인선, 현승호, 한재경, 이창욱, 이선재, 홍영진...이렇게 서 있으니까 교실 뒤가 번쩍번쩍!! ......아, 정말 저 재경이의 꽃미모는 토요일날 질리게 보고도 아직도 적응이 안됐다니깐..ㅠ_ㅠ **** ...저번주 토요일날. 승호, 선우현과 함께 잠시 외출했다 들어온 재경이는... 머리도 귀엽게 자르고, 어느새 또 슬림한 교복까지 한벌!!! "미치겠네-_-;;" "흐윽! 우리반엔 왜 저렇게 잘생긴넘들이 많은거야!ㅠ_ㅠ" "야...재경이 진~짜 예상외다.." 외출에서 돌아온 재경이를 보고 반아이들의 얼굴에 다시 홍조가 생겼음은 물론, 다들 재경이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 재경이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자리에 앉았지만, 우리반 아이들은 교실 맨 뒤에 앉은 재경이를 거울로 훔쳐보느라 자습을 제대로 못할지경이었다. ".....진짜, 눈색깔이 너-무 이쁘지.." "저런건 칼라렌즈로도 안돼..아~ 부러버~T^T" "응...진짜 예상외다..나 정말 놀래버렸어...@.@" "근데...계속 보고있으니까, 재경이도 은근히 남자답게 생겼다." "그지! 그지?!! 나도 아까부터 그 얘기가 하고싶었어!! ㅠ_ㅠ" 그래...아까는 갑자기 봐서 여자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소년같은 이미지가 강하네. ....아, 귀여워♡ 동생삼고 싶다..ㅠ_ㅠ 정말 우리집에서 맨날 뒹굴뒹굴하는 느끼한 곰같은 동생, 어디다가 팔아버리고-_-;; 재경이같이 귀여운 놈을 딱 데려다 놨으면 좋겠는데..ㅠ_ㅠ 토요일날 자습도 재경이때문에 물건너갔다ㅠ_ㅠ .... .. . **** 그래...재경이의 미모에 적응하기위한 적응기간이 좀더 필요한 것 같다. 잠깐........그런데말이지, 방금 승호와 인선이..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서로 악수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승호와 인선이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말인데..... 적어도 친한 사이는 아니었단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갑자기 홍영진과 한재경, 장인선이 갑자기 함께 등교하게 된거지? 아으...정말 이해할수가 없네!! 답답해! 답답해!!! ㅠ_ㅠ 우리가 알 수 없는 세사람의 관계때문에 엄청나게 답답해 하는데, 야속하게도 아침자습 시작종은 울리고 우리는 학주 메기의 협박에 못이겨 책상으로 머리를 박고 공부를 시작했다. 정말, 내가 대학에 갈려면 이 학교를 떠야한다니깐요!! ㅠ_ㅠ * 이선재 1교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역시나 창욱이는 예의 그 책상을 껴안은 자세로 순식간에 잠들고 말았다. 어느덧 흥건히 젖어버린 창욱이의 교과서. 으으------정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녀석의 뒷바라지를 하고있는거야!!!! 나는 속으로 투덜대면서 창욱이의 고개를 조심히 들어, 인선이가 새로 장만해준 손수건으로 녀석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짜식.....선인장한테 다른거 사달라고 할려다가, 너때문에 손수건사다달라고 한거야! 너는 내가 너 침 닦아주는거 알고는 있냐?!! 이 나쁜 녀석!! 속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들을리가 만무한 창욱이지만, 무슨 꿈을 꾸는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마치 내 말에 대답하듯이. ....킥킥.....정말 내가 너 귀여운 맛에 너랑 논다. 나는 곤히 잠에 빠진 창욱이의 탱탱한 볼을 손으로 쿡쿡 찔러보았다. "아우..아우우웅..." 인상을 쓰고 뭐라고 웅얼거리며 버둥대는 창욱이.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피식 웃어버리고말았다. **** 1교시부터 5교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지나가버리고.....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자, 내동 (남몰래) 자고있던 인선이도 일어나고.... ...저기서 자고있던 선우현도 기지개를 켜고..... 열심히 공부하던 열혈커플 승호와 재경이도 펜뚜껑을 닫는다. "밥! 밥! 밥!" 그리고....역시나 창욱이도 본능에 충실하게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깨우지 않아도 일어난다. "밥먹으러가자, 선재야! (^-^)/" 눈꼬리가 쳐져서 귀엽게 웃는 창욱이의 귀를 쭈욱 잡아땡기고 '그래! 가자! 이 둔탱아!' 라고 말했더니 창욱이가 내가 잡아당긴 귀가 아픈지 귀를 어루만지면서 '응!ㅠ_ㅠ'이라고 대답한다. "밥 먹자, 선인장." 내가 말하자 잠자다 일어난 인선이도 조금 인상을 쓰고 눈을 부빈다. .....잠을 많이 못잤나봐.....굉장히 피곤해보이네....... 나는 인선이 옆으로 다가가서 인선이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1교시부터 계속 자던데....어제 잠 못잤어?" 내 말에 인선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일 있었어?" 내가 묻자 인선이는 뜨끔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에.. "아..시차때문인것 같아..이탈리아랑은 시간이 달라서.." 라고 대답한다. 으응? 왜 시차가 다른데, 뜨끔한 표정을 짓는거야? 뭔가가 있어..-_-♨으으음...뭔가가 있어.. 내가 인선이를 '진실을 실토하시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인선이가 '바..밥먹어야지, 창욱이가 기다리겠다' 라고 말을 슬쩍 돌린다. "나중에 꼭 진실을 얘기해줘..-_-+ 알았지?" 내가 말하자, 인선이가 '어쩔수 없군' 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승호야, 재경아! 얼른와, 밥먹자!" 어느새 교실 뒷문 앞에 선 창욱이가 교실뒤에 앉은 승호와 재경이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아이고....잠깐만, 인선이, 창욱이, 재경이, 승호, 나...5명이나!=_=!! 으음? 아니지.....홍영진도 같이 먹어야 하는데? .....홍영진은 어디에..........? 오, 저기 있구나. 영진이는 애써 창욱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교실 뒷문으로 슬그머니 나가려 하고있었다. 그러나..... "잠깐, 홍영진. 넌 어딜가? 같이 먹어야지." 라며 창욱이가 교실 뒷문으로 나가는 홍영진의 뒷덜미를 확 낚아챈다. "켁!" 목에 사레가 걸렸는지 켁켁대는 홍영진. 짜식........밥먹기 전부터 체했구나-_-;; 잠깐...그러면 인선,창욱,재경,승호,영진,나. <--6명? "선우현, 얼른와. 밥사줄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는 승호. 선우현은 책상에 앉아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승호옆에 와서 섰다. .......허걱....그럼 인선,창욱,재경,승호,영진,현,나? <--7명???? @.@ "아이고, 대식구가 되었군요.." 창욱이가 중얼거리더니, '자! 늦기전에 어서 식당으로 돌진!!!'이라고 외쳤다. 식당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갑자기 불어난 7명이라는 대식구! 킥킥..... ...........복잡하지만..........재미있을것 같은걸? * 조미선 영희 :"나쁜 놈들! ㅠ_ㅠ 공부만 못하게 할것이지, 어째서 밥도 못먹게 한단말인가?!!" 미화 :"소화가 안돼요! 소화가!! ㅠ_ㅠ" 수아 :"아이고!! 아이고!! 숨겨진 재경이와 선우현까지 합세해서 눈이 부시네~ 눈이 부셔!!!" 그렇다. ........짜식들. 옛말에 유유상종이라더니, 옛말씀 틀린거 하나 없더라. 전교에서 유명한 7대 명물(물론, 현승호가 새로이 추가됨-_-v)이 한데모여 밥을 먹으니.... 두테이블 떨어져있는 이쪽까지 빛과 향기가 솔~솔.. 역시 미남은 하늘이 내리신 선물이로다. 장인선, 현승호, 한재경, 이창욱, 이선재, 홍영진, 선우현. 이렇게 기골장대한 7명이 한데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로 얘기하고 웃고 반찬 뺏어먹고..ㅠ_ㅠ 나쁜 녀석들아! 대화가 안들려!ㅠ_ㅠ 무슨 얘기가 그리 재밌어? 응? 잡담하는 녀석들의 입에다가 확성기를 가져다 대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 뭐야!!!!! 이창욱, 내꺼 내놔!!" "아웅...맛있어..ㅠ_ㅠ 맛있는걸..ㅠ_ㅠ" 가끔씩 들려오는 선재와, 창욱이의 다투는 소리. ....아아, 그런데 왜 내 귀에는 저것이 부부싸움하는 소리로 들리는고?-_-;; 얘들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더라..적절히 하려무나. 인선이도 선재와 창욱이의 농담에 피식 웃어주고....(아아, 역시 얼음공은 웃는것도 멋져) 홍영진은 인선이가 가끔씩 밥을 먹다 째려보는 탓에 제대로 소화가 안되는 것 같다. 역시, 인선이는 아직 홍영진을 용서하진 않았나봐. 하지만 아빠한테 혼난 아이처럼 고개숙이고 깨작깨작 밥을 먹는 홍영진을 보니, ....좀 짠하기도 하다-_-;; "참, 오늘 아침엔 무슨빵이었어? 왜....영진이, 승호랑 재경이한테 아침마다 빵 배달하잖아." "아, 오늘은 생크림빵이더라." "이야~ 대단하네..." "승호가 아무빵이나 사오랬더니, 영진이가 생크림빵 사왔더라?" "으흠~...근데 영진도 그렇게 아주 나쁜 아이같지는 않더라." "그러게 말야...승호가 시킨다고 머슴노릇도 다 하고 말이지.." "에....영진이 자세히 보면, 굉장히 잘생겼어. 우리가 이제껏 홍영진을 좀 꼴보기 싫어해서 그랬지." "그렇긴...그렇지....7명중에서 얼굴은 영진이가 제일 하얀것 같다.." "응. 진짜...속이 비칠것 같이 하얗네." 우리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열심히 저쪽만 바라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선인장네 테이블만 뚫어지게 바라보면 수아가 밥을 치맛자락으로 흘리며 황홀하게 말한다. "아....정말, 선우현...다시보니까 정말 얼굴 하나는 끝내주게 잘생겼다." ....아아, 그렇긴 그렇지. 선우현. 정말 선우현은 우리학교 얼짱이다 얼짱. "맞아........진짜, 내가 선우현이라면 나르시즘에 걸릴것 같애.." "거울볼 맛 나겠네." "진짜, 진짜." .....우리반의 일곱 명물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치맛자락에 밥을 한덩이씩 흘린 우리들은.... 선인장네가 밥을 다 먹고 테이블을 완전히 떠난 후에야 제대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사족 - 수중작업 무슨 노망-_-;;이 들었는지...... 나의 진주도 제때 연재 못하면서 '지나치게 비밀이 많은 사나이'를 연재하고 말았습니다. (...-_-;; 노망이라니깐요, 노망.) 갑자기 추리물이 엄청나게 쓰고 싶어져서...;; (그렇습니다. 저는 변덕쟁이....-_-;;) 참, 저..저번에 추천수때문에 너무 놀랐습니다. 눌러주신 분들..가..감사합니다 ㅠ_ㅠ 정말 그렇게 높은 추천수는 심장에 안좋더군요-_ㅜ;; 그래서 저의 작은 감사ㅠ_ㅠ의 표현으로 4인방의 노트를 잠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절 놀래켜주신분들께, 감사드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꾸우벅 (__)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 - 4인방의 노트♡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24~25 2002/08/06(05:32) from 210.117.113.24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3, 조회: 267, 줄수: 373,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 - 4인방의 노트♡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4인방의 노트 ♡ < '꽃'미남 '보'쌈 및 '강'탈 '추'진 위원회 > 일명 '花보강추'-_-;;; * 홍보부장 : 조미선 * 섭외부장 : 송영희 * 정보부장 : 정미화 * 오락부장 : 박수아 -이상 부장급 4명. -회원 : 없음-_-; -회원 모집 기간 : 언제나, 아무때나. -지참금 : 필요 없음. * 우리의 타겟. (우리반의 7대 명물-_-V) (※ 콩깍지가 씌인 그녀들의 노트에 약간의 과장이 들어갔음을 감안해주십시오-_-;;) No 1. 장인선 키는 대충 182정도. 외모 수려. 성적 우수. 별로 표정 변화가 없는 타입이고, 말수도 별로 없고 말도 조용조용히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에겐 굉장히 잘해주는것 같다. '미술'에 굉장히 약하지만, 후훗, 그것마저도 매력이라고 해두자. 전교에 장인선 팬클럽이 속속들이 그 마수를 뻗치고 있지만, 우리의 자리를 넘볼순 없으리라. 학교 입학시 단상에 서서 '선서'를 선언한 사람. 언제나 전교 1등을 꿰차고 있다. 전국순위 1%내에도 착실히 들어가는 완벽한 학생. 연한 갈색머리에 다크브라운 눈동자. 머리스타일은 조금 긴듯한 커트머리. 첫인상은 굉장히 차갑지만, 게속 보고 있으면 은근히 부드러운 남자인것 같다. 친구들사이에 별명은 '선인장' 자, 이제부터 우리는 선인장을 '완벽한 남자'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포지션 : 얼음공-_-v No 2. 현승호 키는 대충 184정도. 외모 수려. 성적 불량. (크크큭! ㅠ_ㅠ) 무천중에 현승호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 없다. 굉장한 유명인. 대단한 주먹을 가졌고, 중학교때 짱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무천중 무패의 신화를 기록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런 소문과는 달리 알고보면 굉장히 착하고 정에 약한 타입인것 같다. 특히, 여자와 어린아이...즉, 약한사람에겐 소리도 못지르는 타입. 시원한 스포츠 머리에, 머루같이 새까만 눈동자에 속쌍가풀이 아주 옅게 진 눈. 그래서 얼핏 보면 쌍가풀이 없는 것 같지만, 아주-아주 작게 속쌍가풀이있다. 공부는 얼심히 하는데, 성적은 따라주지 않는 비운의 학생!ㅠ_ㅠ 특히 수학선생님과는 굉장한 악연이다. 수학에서 잘 실수하는 것은 +와-를 바꿔쓰는것. 첫인상은 쿨~한 편이고, 알고보면 착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 현승호를 '귀염둥이'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포지션 : 아방공-_-v No 3. 이창욱 키는 대충 190정도. 외모 깜찍?-_-;; 성적 불량. (푸하하! ㅠ_ㅠ) 전교에서 유명한 잠팅 이창욱. 독하기로 무서운 학주 메기도 두손 든 잠탱이다. 잠뿐만 아니라 먹을거에도 굉장히 약한 타입. 별명은 '도봉산 반달곰' 키는 굉장히 크지만 얼굴은 귀엽게 생겼다. 눈이 쳐진게 체크 포인트. 선재와는 배꼽친구. 창욱이-하면 선재, 선재-하면 창욱이다. 조금 긴 스포츠머리에 쌍가풀은 없지만 큰 눈을 가졌다. 그리고 웃을때 가끔씩 보이는 덧니가 무진장 귀엽다. 여자에게는 굉장히 약하지만, 남자에게는 사교성이 좋아서 친구도 많고, 선후배 사이도 돈독하다. 매점이나 식당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_-;; 포지션 : 알수 없음-_-;; No 4. 이선재 키는 175정도. 외모 귀여움. 성적 우수. 중학교때 앨리스 가장행렬을 해서, 타학교 남학생으로부터 러브레터를 받았을 만큼 귀엽게 생겼다. 말투도 똑 부러지고, 엄청 큰 땡글땡글한 눈동자도 굉장히 귀엽다 부드러운 갈색머리와 갈색눈동자. 너무 귀여워서!ㅠ_ㅠ 여자를 무안하게 하는 녀석이다. 별명은 '앨리스'이지만, 이선재 본인앞에서 앨리스의 '앨'자라도 나왔다간 목숨보존이 힘들어 질 수 있다-_-;; 그리고 매일 옆에서 잠자는 창욱이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창욱이와 굉장히 친하고, 집도 가깝다고 들었다. 창욱이와 선재는 엄마들끼리도 서로 아는 사이. 완전 소꿉친구인셈이다. 장인선, 이창욱, 이선재는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3인방이다. 포지션 : 귀염수. 혹은 앙탈수?-_-;; No 5. 한재경 키는 163정도. 외모 수려. 성적 괜찮은 편.(중상위권) 학기초에는 왕따로서 우리의 안쓰러움을 자극하더니, 이제는 외모로서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정말 왜 그런 외모를 가렸는지 이해가 안되는 아이. 선우현에 버금가게 비밀에 싸여있다. (훗, 꼭 밝혀내고 말리라! +_+) 홍영진에게 학기초에 괴롭힘을 당했으나, 인선이의 활약(?)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오고 친구들도 생겼다. 이목구비는 작지만 단아한 편. 키가작아서 소녀같이 느껴지지만, 키가 크면 굉장히 쿨~하고 멋진 녀석이 될 것 같다. 특히 청남색 눈동자가 중요 포인트!! 아마도, 혼혈아인듯 싶다. 동생 삼고싶은 타입이다♡ 포지션 : 아마도....아방수?-_-;;; No 6. 홍영진 키는 183정도. 외모 수려. 성적 불량. (;;;) 학기초에 우리반의 미움을 한몸에 받은 아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버지가 굉장히 유명한 조폭이라고 하던데, 홍영진 자신이 그런 말을 한적은 없다. 항간에는 '백경파'의 후계자-라고 알려져있다. 현승호가 워낙 세서 그렇지, 홍영진이 강하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1:1로 붙는다면 아마도 장인선이 밀릴 것 같다.) 자기를 따르는 똘마니들이 있으며, 똘마니들에겐 잘 해주려고 하는 것 같다. 사실 홍영진이 똘마니를 모은것은 아닌데, 그녀석들이 홍영진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도 내치지 않고 똘마니들이 사고치면 자기가 수습한다. 아주 나쁜 녀석은 아닌데, 학기초 이미지때문에... 요즘엔 현승호의 명령(?)으로 한재경의 머슴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침에 재경이와 승호의 책상에 빵을 올려놓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 머리는 회색으로 염색했고, 왼쪽에 2개, 오른쪽에는 1개 귀를 뚫었다. 얼굴은 대빵 하얘서 조금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포지션 : 알 수 없다-_-;; No 7. 선우현 키는 180정도. 외모 캡쑝 수려-_-;; 성적 중하위권. (;;;) 베일에 쌓여있는 미스테리의 꽃미남.-_-;;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친한 녀석도 없어보이고, 맨날 지각하고, 맨날 잠만잔다-_-; 이창욱과 함께 전교에 소문난 잠탱이. 그렇게 잠자고도 반에서 20등안에 끼는게 신기할 정도다-_-;; 치켜 올라간 눈매에 새까만 눈동자. 촉촉한 빨간 입술과ㅠ_ㅠ조금 긴 까만 머리를 가지고 있다. 여자가 무안할 정도로 끝내주는 미모다.ㅠ_ㅠ 우리학교 얼짱(얼굴짱-_-;;)! ㅠ_ㅠ 아직 선우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지만, 우리의 악바리 같은 집념으로 선우현을 감싼 베일은 조만간 벗겨질 것이라 생각된다-_-;; 포지션 : 꽃수? 혹은 꽃공? * 이상 '花보강추'의 노트, 끝.-_-;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29~32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26~28 2002/08/06(05:33) from 210.117.113.24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loveis1519@hanmail.net) 추천: 5, 조회: 531, 줄수: 5006,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29~32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Lovefool - The Cardigans - From OST 'Romeo&Juliet' So I cried, I prayed and I begged 그래서 난 울고, 난 기도하고, 난 애걸했지. Love me love me 날 사랑해줘, 날 사랑해줘 Say that you love me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Fool me fool me 날 바보로 만들어줘, 날 바보로 만들어줘. Go on and fool me 날 계속 사랑에 빠진 바보로 만들어줘. * 장인선 ".........틀렸어. 그렇게 가면 안돼....비숍은 대각선으로만 움직이는거니까......이렇게........." "아..미안." 재경이는 재빨리 움직였던 비숍을 거두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무슨...처음엔 다 헤메는걸..."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나이트를 움직였다. 나 역시 잠시 고민하다가 룩을 앞으로 3칸 움직였다. 체스를 두고있는 우리들옆에 조용히 인주형이 다가와 수박화채를 두고간다. "아....나한테 시키지......" 인주형이 화채를 가져오자 재경이가 놀란듯 인주형에게 말한다. 형은 고개를 저으면서 먹으라는 듯 화채접시를 톡톡 두드렸다. "잘 먹을게요." 내가 말하자 인주형이 조용히 웃는다. ...... .......... .................... ................................ 여기는 우리앞집인 인주형과 진혁이형이 사는집이다. 왜 재경이와 내가 여기에 있냐면..... 얼마전에 공포영화를 본날 밤, 재경이 방에 들어가 보았을때 재경이방이 너무 작아서 꼭 재경이에게 새방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 재경이방을 꾸며달라고 공사를 부탁했는데.... 공사때문에 시끄럽기도하고, 또 재경이에겐 새로이 자기방이 생길것이란걸 비밀로 하고 싶었기때문에 공사하는동안 본의아니게 우리는 잠시동안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재경이에겐 보일러가 고장나서 공사를해야하기때문에 2-3일동안 집을 비워야겠다고 말했더니, 그럼 자기는 밖에나가서 자겠다고 대답했다. .......밖에 어디서 자겠다는 말이야. 재경이가 노숙자처럼 공원벤치에 신문지깔고 누워서 잠자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머리가 곤두서는듯한 느낌이들었다. 그런건 결사반대다. 뭐.....2-3일정도라면 어디 호텔에서 잘 수도 있을것이고, 선재나 창욱이나집에서 번갈아가면서 잘 수도 있을거다. 여하튼 빨리 잘곳을 물색해봐야겠다. 하지만.....선재네집은 좀 좁은편이고......창욱이는 4남 3녀의 대가족이니...... .....차라리 어디 근처 호텔에서 2-3일자는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고있는데 공사바로 전날, 재경이가 나에게 조심히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그...내일부터 잠 잘곳 말이야....' '응?' 내가 신문을 읽다말고 재경이를 돌아보니, 재경이는 조금 당황한 듯 하더니 다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 그...2-3일동안 다른곳에서 자야한다고 말했더니..... 인주형이 2-3일정도는 자기집에서 자도 괜찮다고.. 너..너도 같이 오면 좋겠다고 말해서...' 아....인주형이라면 앞집에사는 그..좀 예쁘게 생긴사람을 말하는건가? 맞다. 이상스럽게 재경이와 인주라는분은 참 친하더군. 여하튼 난 잘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2-3일뿐일지언정 얹혀지내는것은 딱 질색이다. 재경이가 잘곳을 구했다니 다행이다. 나는 그동안 호텔에서 자면 될테니. '나는 그분들을 잘 몰라서....'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손을 꼼지락 거리면서 대답한다. ' 아냐......인주형은 굉장히 착하니까....또 진혁이형도 마음이 넓고.....' 진혁이형? 그...누구냐...송영희가 섹시하다고 난리를 치던 학교 선배인가....? 저 사람과는 언제 또 친해져서 진혁이 '형'이라고 하는거지? 음..... 나는 신문을 손에 든채로 재경이를 잠시 바라봤다. 재경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듯 놀라서 재빨리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 ......그래......인주씨라는분이 착해보이긴 하지만, 재경이 혼자 그 집에 낙동강 오리알처럼 놔두기도 그렇고......혼자면 심심하겠지. 왠지 재경이를 그 집에 혼자 둔다고 생각하니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보낸것처럼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다른사람집에서 뒹구는건 딱 질색이지만.....어쩔수 없지. ' 그럼 나도 신세좀 지겠다고 말씀드려줘. '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 하지만 진혁이와 인주형네집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둘다 스스럼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잘 대해주고.... 인주형은 굉장히 착하고....진혁이형은 제멋대로지만 재밌는 사람이라고나할까.... 참.........놀란점이 있다면 두 사람 사이가 애인이었다는 점.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극단적인 성격의 두 사람이라 언매치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틀동안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것을 보니 '잘 어울린다'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보색이 잘 어울린다고 하지 않던가. 시원시원한 성격의 진혁이형은 성격대로 거추장스러운걸 굉장히 싫어해서 잡다한 가구가 별로 없는 대신 한개 가구나 가전제품들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 식탁도 엄청 크고....침대도 엄청 크고......TV도 엄청 크고. 덕분에 우리집이나 진혁이형네집이나 평수는 똑같지만 진혁이형집이 훨씬 넓어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가구배치라던가 방구성이 우리집보다 더 세련되고 어른스러워 보인달까.... 가구들도 고풍스러운듯 하면서도 굉장히 현대적이다. 진혁이형이 직접 가구배치를 했다던데....센스가 굉장한 사람인것 같다. 하긴 진혁이 형은 옷입는 센스도 보통이 아니지... 미술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진혁이형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체스기때문에, 진혁이형집에는 체스판과 말들이 여러개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고가품들인 것 같다. 지금 나와 재경이가 쓰고있는 체스말은 굉장히 좋은 상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건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이 나올거라니까......... 재경이가 인주형네집에 와서 체스판을 보고 신기한듯 '저..이거 이름이 뭐야?'라고 묻기에... 아마도 분명히 체스도 처음봤을거라 생각하고 '배워볼래?'라고 말하자 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어제부터 나와 재경이는 체스에 퐁 빠졌다. ...... ..... ... "아...저....퀸은 어떤 방향으로나 움직일 수 있는거지?" "응. 맞아." 재경이가 손에 퀸을 들고 '으으음..'하고 고민하는 사이 '딩동-'하고 벨이 울렸다. TV를 보던 인주형이 재빨리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열자, 진혁이 형이 들어온다. 역시나 어디 카탈로그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패션감각. 키도 크고 얼굴 또한 굉장하기 때문에 어두운색의 수트가 굉장히 잘어울렸다. 형은 자기 나이가 31살이라고 했지만, 얼굴만봐서는 27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인주형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진혁이형의 손에 들린 서류가방을 웃으며 받아들었다. 진혁이형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다녀왔어." 그렇게 말하고 인주형의 이마에 오랫동안 키스하는 진혁이형. 진혁이형 말에 따르면 원래는 입술에 해야하는건데 미성년자들이 있으니 강도를 낮춘거라했다.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셨어요........" 우리가 말하자 진혁이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응.......흐응.........앞집 소년들은 또 체스하는 중이신가....." 진혁이형은 한손에는 여전히 인주형을 껴안은채로 우리가 체스하는쪽으로 다가왔다. 형은 우리판을 들여다보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재경아, 거기서 그렇게 움직이면 안돼지. 퀸이 없어지면 인선이가 비숍으로 이렇게 와서 체크메이트가 된단말이야.... 그렇게 하지 말고....." 진혁이 형은 하얀 재경이의 나이트를 잡아서 내 폰들 중 하나를 따먹었다. "이녀석부터 없애버려." 으윽. 저건 재경이의 비숍을 막기위해서 놔둔건데..... 역시 진혁이형은 너무 고단수야. "아..이런. 편파예요 편파...." 내가 말하자 진혁이형은 왼쪽눈썹을 치켜세우며 '나는 약자의편!' 이라고 대답한다. 그걸 지켜보던 인주형이 수화로 뭐라고 말하자, 진혁이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응. 먹었어." .......음.......아마도 밥 먹었냐고 물어본 것 같다. 몰랐지만, 인주형은 말을 할수가 없다고 하더군. 인주형이 다시 손으로 뭐라고 말하자 진혁이형이 인주형을 꼭 껴안으면서 속삭이듯이 말한다. "응.....아주 오늘도 죽어났지. 스폰서들이 지랄을 떠는 바람에..... 이사회에서 싹 밀어버릴수도 없고.......정말 샐러리맨은 피곤해." 진혁이형은 펀드 매니져이다. 금융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투자운용회사인데, 그곳에 이사로 승진했다고 했다. 자기말로는 아버지빽으로 낙하산 승진을 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버지덕이라기 보다는 진혁이형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서인것 같다. 투자가들의 자산만 관리해주는게 아니라 자기 재산도 주식에 조금 투자하고 있는데, 연봉을 제외한 주식에서 나오는 부수입만으로도 다른사람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진혁이 형을 보면 금융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돈을 굉장히 많이 벌지만 그 돈을 수전노처럼 전부 저축하는 타입도 아니다. 쓰고싶으면 펑펑쓰고...되도록이면 편하게 살고싶어 하고....또 인주형이 원하면 뭐든지 해주려고 하고.... .....여러모로 귀감아닌 귀감이 되는 사람이다. "참.....이참에 냉장고나 하나 더 사버릴까.... 작은거 하나 사서 거기다는 맥주만 넣어놓게.....어때?"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의 소매 단추를 벗기면서 물어보는 진혁이형. 인주형은 그러라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혁이 형이 인주형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면서 웃었다. 인주형과 진혁이형은 드레스룸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둘다 좀더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옆을 지나가면서 말하는 진혁이형. "꼬맹이들아, 체스는 그만하고 이리와.....우리 4명이니까 마작이나하자." "마작.....?" 재경이의 표정을 보니 '마작'이란 단어 자체를 태어나서 처음들어봤다는 얼굴이다. "모르면 가르쳐줄테니까, 거실에와서 앉아." 진혁이형은 그렇게 말하고 다용도실에서 커다란 탁자를 가져와 거실에 내려놓았다. 인주형이 이리오라는듯이 조용히 손짓한다. "가지."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우리가 거실에가서 앉자 진혁이형이 가져온 탁자에 마작패를 쏟았다. 우르르르르..... 하는 소리와함께 탁자위에 마작패가 나타났다. 패중 하나를 잡아 자세히 봤더니... 세공도 좋고...재질도 좋은것 같고..... 이것도 보통값이 아니겠다. "자.....이렇게 숫자가 써진것들이 만수패....꽃이 그려진건 꽃패...." 담배를 피워물고 말하는 진혁이 형은 하나하나 설명하다가 설명하는게 귀찮은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이름은 중요한 것 없고, 시리즈나 앙꼬나 깡만 만들면 돼니까.... 내가 동가東家를 할테니까...내가 선. 나부터 이렇게 동,남,서,북." 그렇게 말하고 패를 섞는 진혁이형. "하는 방법은............" 진혁이형은 방법을 설명하려는 듯 몇개의 패를 잡았다가 설명하기 귀찮은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하면서 배워." .......;; "네." "네." 진혁이형에게는 한마디로 묘..한 카리스마가 있어서 '이렇게 해'라고 말하면 자기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인주형의 말에따르면 고등학교때부터 그랬다고했다. 왠지모르게 그 사람만 보면 그래야할 것 같고..아무말도 못하겠고... 어렵지만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인주형은 진혁이형이 학교축제때 반아이들이 시켜서 마지못해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고 반해버렸다고 했다. 그때 무슨노래를 불렀냐고 물어보니까 쑥쓰럽게 웃으면서 비밀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인주형으로부터 말을 들은것은 아니다. 인주형은 말을 못하고, 나는 수화를 못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대화수단은 컴퓨터. 집에 노트북만 3대가 있어서 그걸로 나란히 앉아서 채팅아닌 채팅을한다. 확실히...진혁이 형의 카리스마는.... 날카로운 눈매나 콧날로부터 나오는것 같기도 하지만.... 나른하면서도 딱딱끊어지는 말투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내가 17이고....형이 31이라 14살이나 차이가 나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본래 그런사람인지... 어쨌든 우리는 마작에 대한 규칙을 하나도 모른채 '하면서 배워'라는 진혁이형의 말씀에 열심히 마작을 하기 시작했다. ***** "쓰무." 진혁이형은 패를 하나 가져갔다가 '제길..'이라고 내뱉으며 타패를 했다. 처음에는 마작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지만, 1시간동안 진혁이형에게 가르침아닌 가르침을 받으니 대충 마작에 대해서 알법도 하다. 옆에 앉아있는 재경이는 아직도 또이라던가 앙꼬라던가 그런게 헷갈리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헷갈리지만. "형, 이렇게 하면 앙꼬인가요?" 내가 묻자 형이 내 패를 슬쩍 보더니 대답한다. "아니. 숫자가 연속이니까 시리즈지, 시리즈."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기패를 보는 진혁이형. 패를보더니 혀를차고 말한다. "뭐야, 이거 나가리판 되겠네...빨리 마작좀 익혀봐. 너네들 패를 내가 다 보고하니까 재미가 없잖아." 형의 투덜거림에 재경이와 나는 조그맣게 웃었다. 형은 우리가 웃자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쳇....맥주나 한잔 할까...인주 너는 속이 안좋으니까 주스 마시고. 인선이랑 재경이는 뭐마실래?" "저도 맥주나 한캔..." 내말에 진혁이형은 '흐응'하고 웃더니 말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는 금지되어있는데...." 진혁이형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형이라면 제나이때 맥주정도는 음료수처럼 마셨을것 같은데요...." 내 말에 진혁이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무슨말씀을. 나는 모범학생이었다고..모범학생....순진한 나를 오해하지 말아주라. 재경이 너도 인주랑 같이 쥬스먹지?" 진혁이형이 말하자 재경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형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부엌으로 사라졌다. * 현승호 "그래....다음에 또 보자." "응, 정말 반가웠다 승호야.....야, 임마 연락좀해. 내가 안하면 넌 어쩜 전화한통도 없냐?" "미안해..다음엔 꼭 내가먼저하지." 내가 말하자 태훈이는 씩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가-!" "응." 중학교때 친구인 태훈이가 몇일전부터 만나고싶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바빠서 날짜를 잡지 못하다가 오늘 시간이 나는김에 만나자고 했다. 저아이는 싸움친구라기보다는 공부친구라서 굉장히 모범생스럽다. 다른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태훈이와 내가 서 있으면 '너무너무너무 안어울려'라고나 할까... 지하철역으로 사라지는 태훈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정도 거리쯤은 걸어다녀야지...걸어서 40분정도밖에 안걸리니까.... 나는 길거리의 쇼윈도나 건물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리집에 거의 다 왔을때쯤 주머니에서 집열쇠를 찾고 있는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요즘에 별로 느낄 수 없었던 불안. 아버지의 경고인가...?? 나는 열쇠를 찾다 말고 그 자리에 우뚝서버렸다. 그리고 느낌이 가는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가볍게 뛰어서 도착한 곳은.....우리집 근처에 있던 조금 허름한 Bar같은 곳. 도시에서 꽤나 떨어진 우리동네에 Bar가 있다는것이 항상 신기했던 곳이다. 하지만 Bar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지.....? ........느낌은 분명히........누군가가 위험했는데.... 왜...누구...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어스름한 골목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어차피 너도 하룻밤상대가 필요한거 아냐?" 느끼한 남자의 목소리. "헌팅은 지하에서나 하시죠." 딱 부러지는 거절. 어.................저 목소리는..................선우현이잖아. "그만좀 튕겨.....응?" ......뭐냐...저 소리는.....?? 갑자기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돌진하듯이 골목길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두사람에게 둘러싸인 선우현의 모습. 웨이터같은 옷차림을 한 선우현이 두사람에게 둘러쌓여있었다. '귀찮아 죽겠다.'라는 표정의 선우현이 뛰어들어온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한마디. "저기 왔네요. 내 애인." .......? .......................???????????????????????????? 뭐????????? 애인?????????????????????????????? "뭐? 저게 니 애인이라고....?" 선우현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중 하나가 나를 보더니 말한다. 그리고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뭐야...비리비리하게 생긴 새끼잖아." 그 말에 선우현이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당신이 뚱뚱한거겠지." 그 말에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눈이 튀어나올듯이 부리부리해진다. "뭐라고? 이 씹쌔야?" 선우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사람들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와 내 뒤에 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너 세다며? 저 변태들좀 쓸어버려." 하아아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뭐? 애인???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내 말에 선우현은 '뭘 그런걸 가지고'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임기응변이야, 임기응변. 넌 눈치가 없어서 탈이다. 여하튼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잘왔다. 저 사람들좀 쓸어버려."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무는 선우현. ....얼씨구, 담배까지. 재주는 곰이넘고 돈은 주인이번다더니, 갑자기 내가 재롱둥이 곰이 된듯한 느낌이다. "이 새끼가....보자보자 하니까...." "어린것들이 뵈는게 없나봐." 주먹으로 우드드득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두 사람. ......하아아.....두분 다 악당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습니다. 주먹에서 우드득 소리라니... ......너무 촌스럽잖아. 내가 왜 이런사람들이랑 지금 싸워야 하는거지? 손목시계를 얼핏 보니 10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 .......아빠. 이런 녀석은 좀 내버려두셔도 됩니다. 선우현이라면 남극에 홀로 던져져도 입으로 물고기 잡아먹고, 애인으로 펭귄 꼬셔서 잘 살놈이라니깐요. 정말 이렇게 쓸데 없이 힘을 써야하다니. 나는 속으로 푸념을 내뱉으며 내게 달려오는 느끼한 돼지중 한명의 턱에 어퍼컷을 날렸다. ****** "다시는 오지마, 이 돼지새끼들아." 내가 두녀석을 피떡으로 만들어놓자 벽에 기대어 앉아 담배피던 선우현이 다가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한다. 그리고는 유유히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선우현. ......아이고, 머리야. "야, 선우현." 내가 부르자 선우현이 뒤돌아 보면서 '아아...'라고 알았다는 듯이 말한다. "오늘 고맙다. 우연으로 만나서 다행이야. 저 사람을 센 사람들이거든.굉장히 무서웠어." ........뭐? 굉장히 무서웠어? 그게 무서워하는 사람의 태도냐? 내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선우현은 손을 흔들며 내게 말했다. "집에 잘 가고 내일 보자." 그렇게 말하고 허름한 Bar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 선우현. "야! 잠깐만!" 내가 말하자 선우현은 인상을 팍 찌푸린다. "왜? 아까부터 뭐 할려고만 하면 야!야! 하고 부르는거냐?" "너 이시간에 여기서 뭐하는거야? 집에 갈 시간이잖아." "뭐야....나 가출했다고 말했잖아." .....엉? 그거 거짓말 아니었어? 정말 너의 말은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그럼 너 어디서 자는데?" 내 말에 선우현은 Bar를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 나는 당황스러워서 재빨리 Bar에 걸린 이름을 보았다. [Bear's Tale] 이라고 다 떨어져나갈 듯한 이름이 보인다. "여기서 어떻게 자?" 내가 말하자 선우현이 대답했다. "새벽 5시까지 서빙하고...그 이후 시간에 거기서 그냥 자다가 학교에 오지." ......못말려. 그러니까 학교에서 퍼잘수밖에. 5시까지 노동이라는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나도 노가다를 해봐서 알지만....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허름한 문짝이 달린 Bar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일찍 가봐야해?" ......??? 내가 무슨말이냐는듯이 선우현을 바라보자 선우현이 다시한번 말한다. "오늘 고마우니까 술이나 한잔 사주려고. 일찍 안들어가도 된다면 한잔 마시고가." 아이고.....됐다.됐다. "됐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너 정말 잘 곳 없으면 우리집에서 자도 괜찮은데." 내 말에 선우현은 재밌다는듯이 웃더니 내팔을 잡아 끈다. "너 정말 재밌어. 맘에 들었다. 들어와, 한잔 쏠테니. 그정도 여유는 있어." 그렇게 말하고 현이는 내 팔을 끌어 Bar안으로 데려갔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빨간 나시티를 입은 엄청난 근육의 소유자가 떡 버티고 서있는게 보였다. 빡빡머리에 근육맨이라니.... 무슨 레슬링 선수같다. "복서, 변태출입좀 금지시켜줘요. 방금 나 이상한 놈들에게 잡혀서 살해당할뻔 했다니까." 선우현이 말하자 그 '복서'라고 불린남자가 엄청나게 놀라서 말한다. "뭐???????? 살해당할뻔해????? 괜찮아? 괜찮은거냐?" 안절부절 못하고 현이가 위험에 빠진게 마치 자기탓이나 되는듯 미안해하는 그 남자. .......하아아......선우현. 뭐가 살해당할뻔했다냐? 잘도 살아나오겠던데. "괜찮아요, 복서. 친구가 도와줬으니까....이녀석은 내 친구 현승호." 나를 복서에게 소개시켜주자 나는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복서는 마치 내가 자기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양,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고마워, 친구. 도와줘서....." "아뇨......별말씀을......" 진짜로 고마워해야할 사람은 시큰둥하고, 옆사람이 더 고마워 하다니..... 정말 이상한 녀석. "다음에 이녀석 오면 그냥 들여보내주세요 복서." "응, 머리속에 얼굴 단단히 입력해놨으니 걱정마." 현이는 복서에게 잠시 웃어보이고는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현이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보면 알아." 갑자기 밖의 허름한 문과는 비교도 되지않을정도로 화려한 문이 나타났다. 현이가 그 큰 문을 열어제끼자...... "..............히야...............대단해........................" 무슨 오페라 하우스같이 커다란 공간에 촘촘히 나와있는 발코니.... 따스하고 적당히 어두운 조명과 보는 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실내장식들.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는 테이블들... 특이한 옷차림의 사람들... 보라빛 밤하늘이 수놓아진 아치형의 천장과.....커다란 샹들리에. 수많은 계단들과.....2.5층정도의 넓은 공간 가운데에 바벨탑처럼 버티고 서 있는 커다란 기둥. 그 기둥아래 연단과.....그랜드 피아노. 세상에, 바닥에는 카페트까지?! "멋있지?" 얼이 빠져있는 내 팔을 툭툭치며 선우현이 물어본다. 나는 그냥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 내 팔을 질질 끌고 한구석으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Bar가 놓여있었고, 바텐더와 손님이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세상에.... 바텐더 옷차림한번 유별나네. "어, 현이. 옆에 사람은 누구?" 바텐더가 나를 보면서 물어본다. "내 친구. 그쪽 사람은 아니야, 그냥 술이나 한잔 사주려고." "으흥....그래?" 그 바텐더는 흥미로운 듯 웃더니, Bar안으로 들어오는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왜! 왜! 귀에다가 속삭이는 겁니까??)속삭였다. "놀라지 말고, 잘 놀아요." ...? .......????????? 도무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들어오는 외부정보에 뇌가 포화상태에 이를지경이 되자 머리에서 김이나는것 같다. "뭐야? 여기 정말 이상해.....어디 가는거야? 술은 저기 Bar에서 마시면 돼잖아?" "으흥.....물론 그래도 돼는데....나는 일하러 돌아가봐야하고....또 지상보다는 지하가 재미있으니까." ??? ???????????? 지상은 뭐고, 지하는 뭐냐? 정말 선우현은 일하는곳마저 이상한 녀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선우현의 손에 이끌려 질질질 Bar뒷쪽의 작은 길로 들어갔다. 마치 어렸을적 놀이공원에서 들어가본 공포의 집같이 작은 길로 들어간 선우현은, 길의 마지막에 있는 문을 열어제꼈다. 그러면서 내게 조용히 말했다. "Real Space에 온걸 환영해." ......? .....Real Space??? 현이가 작은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소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방금보았던 오페라극장같은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공간. 사이키조명과 현란한 음악, 모두가 흥겨이 춤을 추고있고, 여기저기에서 술들이 날아다닌다. 나이트도 이런 나이트가 없다. "뭐해? 내려가." 문을 열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촘촘히 나있고, 넓은 지하공간엔 사람들이 가득차있다. 무절제로 똘똘뭉쳐진듯한 소란스러운 이 공간때문에 나는 잠시 입이 딱 벌어져버렸다. 댄스플로어에 가득찬 사람들. 화려한 옷차림과 웃음소리.... 춤도 엄청 잘들 추는군... 저기서는 술판이 났고.... ......난리다 난리. 선우현은 솜씨도 좋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사이를 헤치고나와 바텐더가 있는곳으로 나를데려갔다. "이녀석에게 아무거나 맛있는걸로 한잔!!!!!!" 이 공간이 엄청나게 소란스러웠기때문에 선우현은 그에 지지않으려는 듯 거의 악쓰듯이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하지만 그런 큰 소리도 바텐더는 듣지 못했는지 재빨리 현이에게 다가와 '뭐라고???????' 라고 악쓰듯이 되묻는다. "이녀석에게 아무거나 한잔 주라고!!!!!!" 현이가 나를 가리키며 말하자 바텐더가 나를 바라보고 '흐응....'하고 웃는다. .....음..... ........있지....... 왜 남자가 나를 보고 웃는데....이렇게 기분이 묘할까. 물론 저 바텐더가 잘생기기 했지만 말야. 뭐랄까....좀 움찔한 느낌이 들었달까......... 바텐더는 나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알았어!!!!!!!!!!!" 알아들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만들어보였다. "그럼 나는 서빙하러 가야하니까!! 마시고 있어!!!!!!! 다시 돌아올테니!!!!!!" 내게 악쓰듯이 말하는 선우현. "아..알았어!!!!" 나는 얼떨결에 현이의 말에 대답했다. 현이는 쟁반에다가 맥주를 몇개 얹어가더니 바텐더에게 다시 말한다. "바텐더!!!!!!! 이녀석은 노말이니까, 이녀석에게 수작거는 놈들은 다 쫓아버려!!!!!!!!!!!!!!!" 현이이 말에 바텐더는 울상이 되었다. "노말이야????? 으윽!!!!!!!!!!!!! 내가 방금 찍었는데!!!!!!!!" "시끄러워!!!!!!!! 현이는 바텐더를 한대 쥐어박고 시끄러운 홀로나갔다. 나는 그런 현이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노말이야????" 어느새 다가온 바텐더. 그가 하도 내 얼굴에 가까이 대고 말하길래 나는 나도모르게 몸을 뒤로 제껴버리고 말았다. "예????" 바텐더는 뒤로 넘어갈듯한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노말이네.....으으, 아쉽다. 잘생겼는데 말이지......" "....네에.....하..하하하...하하.." 노말이 뭐다냐.... ......어..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어색하게 웃고있었다. 바텐더는 나를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너 이런곳 처음이지?????" "예?? 어떤곳이요?" 바텐더는 씩 웃으며 내 귀에다 대고 말했다. "..........................게이바.........말이야." ...................갑자기 머리속에 멍---------해지는 느낌. 뭐........????????? 여기가 어디라고??????????? .......................게이바?????????????????????????????????????? * 사족 쯧쯧...순진한 승호가 엄한(?)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군요... 하하..;;..오랫만입니다. 게으름병이 도져서 말이죠....;; 한가할수록 게을러져가는 사람의 심리는 어쩔수가 없나봅니다(웃음) 라임오렌지님,*탱글이*님,꼬마윈디님,쿄야님,감동님,사노님,하얀기다림님. 목캔디님,야시시님,라이카님,Ethel님,핏빛노을님,jewel님,카이네님,뽀까뽀까J님 jungeunkim님, 티알~☆님, Σ㉴랑^--^γ☆님, 박소영, 푸른레몬님,::: ::: [Maya]님 CEREAL님, 윤선 박님...... 감상잘 받았습니다.^^ 답장 드리기에 너무 늦어서 감사하다는 말이라도 전하고싶어서..ㅠ_ㅠ (게으른 제게 짱돌을 아끼지 마십시오.ㅠ_ㅠ 여기 있습니다.<--자진 짱돌 납세-_-;) 감상 보내주신 분들께.......감사드립니다.(__) 특히 키스동 주소까지 알려주신(웃음), 가빈님과 푸리님.고마워요. 언제나 부족한 소설에 추천과 감상주시는분들께 감사드리면서..^^ * BGM # 07.Memory - in daily life - From..Fruits Basket OST 'Memory For U' * 이선재 승호가 이상하다. 아침에 등교하는 승호에게 미선이와 함께, 언제나처럼 가벼이(?)등짝을 한방 후려쳐주었다. 퍽! 퍽! 퍽!...;;; 하지만 승호는 평소때라면 이미 흘러내렸을 찔끔 눈물도...가녀린(?) 비명도...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멍--한 표정으로 시체처럼 비틀거리며 자리로 걸어가 주저앉듯이 의자로 쓰러졌을뿐. 나와 미선이는 당황해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미선이 역시 '황당해!'라는 표정이다. 미선 : '오늘..승호 조금 이상하지 않아? 반응이 없어!'(소근) 나 : '응...좀 이상하다..'(소근) 내가 대답하자 미선이는 이빨을 부드득갈면서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아으...누가 나의 귀여운 뽀삐를 저모양으로 만들어 놓은거냐!! (소근)" 미..미선. ...뽀..뽀삐라니....-_-; 너에게 있어서 승호란..단지 재롱둥이 강아지?-_-;; 보기에는 저리 가냘퍼 보이는 미선이건만...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미선이는 철푸덕 책상에 쓰러져있는 승호에게 다가가서 말하기 시작했다. "왜그래? 승호야...오늘 힘이 없어보이는데.." 미선이의 말에 승호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은채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정말, 왜 저렇게 승호가 의기소침해있는거야... "승호야..무슨일 있었어?" 내가 물어도 역시 고개만 도리도리. 미선이와 나는 '역시 수상해!'라는 눈길을 주고받았다. "무슨일이야 승호야...? 내가 피카츄빵 사줄까?" 정말로 걱정이 되었는지 짠돌이 미선이가 빵까지 사준다고 하는데도, 승호는 책상에 고개만 파묻고 있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있으니, 꼭 선생님께 혼나고 돌아와서 훌쩍이는 초등학생같다. 우리가 승호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떨어가며 승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뒤에서 '헉!'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인고..?.....하여 뒤를 돌아보니..... 세..세상에... 선우현이 이렇게 일찍 등교를 하다니!!!!@.@ 아직 인선이도 오지 않았고, 재경이도 오지 않았건만.. 선우현이 먼저 등교를 했다!!!!!! 반아이들의 놀라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뭐가 불만인지 인상을 팍 찌푸리고 있던 선우현은 웅크리고있는 승호에게 다가와 등을 툭툭두들기며 말한다. "어이." 선우현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딱딱하게 굳어버린 승호의 몸. 우리는 승호의 그런 반응에 더 놀라버렸다. 아..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왜 승호가 이렇게 놀라는거야? 선우현은 그런 승호를 보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차며 말했다. "....소심한 녀석." 그 말에 엎드려있던 승호가 번쩍일어나서 외친다. "얌마!!!! 그게 다 너때문에...읍! 읍!!!" 승호가 외치자 재빨리 승호의 입을 막아버리는 선우현. "나와, 나가서 얘기하자." 승호는 여전히 선우현에게 입을 틀어막힌채로 질질질 끌려서 교실을 나갔다. 아니...정말,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놀라서, 엉킨채로 교실을 재빨리 빠져나가는 두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있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경탄에 찬 목소리. "...아아...또 한커플이 탄생한것인가?" ???? 무슨소리인가 해서 미선이를 바라다보니... 미선이는 두손을 꼭 마주잡고, 소녀처럼 아련하게 눈을 빛내고있다-_-;; "분명해..암, 덥친거야..후훗..덥친것이고 말고..." ????? 무슨말인지..? .....암흑의 오오라를 뿜어내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미선. 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알수없는 한기에 겁먹고 내자리로 돌아왔다. * 현승호 나쁜자식! 이 나쁜자시이이익!ㅠ_ㅠ "으..읍! 읍! 으으으읍!!" 선우현 이녀석이 손으로 얼마나 내 입을 세게 틀어막았던지, 숨쉬기 조차 힘들다. 선우현은 그 비리비리한 몸 어디에서 힘이나왔는지, 자기보다 더 큰 나를 질질 끌고 학교 뒷동산에 있는 나무그늘 아래까지왔다. "..힘들군." 그늘 아래에 나를 내팽개친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입을 틀어막았던 자신의 손목을 휘휘 돌렸다. "너...너....너!!!" 내가 분노에 휩싸여 그자식을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녀석이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팔짱을 끼면서 느긋하게 하는 대사. ".....뭘, 겨우 그런걸 가지고. 끝까지 가지도 않았으면서." "야!!!!!!!!!!!!!!!!!!!" 내가 외치자 선우현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귀를 틀어막았다. ....나쁜놈! 저 나쁜노옴!!!!!ㅠ_ㅠ 어제 내가 널 잠시 구세주라고 생각한것이 죄였다!! **** 어젯밤.... 선우현의 손에 이끌려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채...게이바..로 들어와버렸다. 바텐더로부터 게이바..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때라면 그냥 쳐다봤을 남자들이 괜히 눈에 쏙쏙 들어오고.. 아니..저 남자..바지가 너무 달라붙어있잖아... 윗도리가 너무 얇아.... 평소때라면 그냥 보고지나쳤을 옷이라던가...분위기라던가... 그런게 눈에 갑자기 들어오기 시작해서 나는 눈을 질끈감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어서 손에 들려있는 이 잔을 비우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내 귀에 숨결!ㅠ_ㅠ을 불어넣었다. "히익..." 내가 딱딱하게 굳어서 옆을 바라보자, 귀에다가 피어싱을 주렁주렁한 남자가 내게 싱긋웃는다. "어려보이는데? 오늘밤 파트너 있어?" 내가 입만 떡 벌리고 아무말도 못하고있는데, 바텐더가 다가와 그사람의 피어싱을 죽죽 잡아당기며 말한다. "어어..미안해, 저 싱싱한 녀석은 선우현거야." 뭐? 싱싱한 녀석? 내가 횟집의 우럭이오? 싱싱하게? 그리고.. 그리고...선우현거라니!! 뭐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그냥 바보같이 입만 어버버버거렸다. 그 남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내게 '다음에 봐..'라고 말하고 사라져갔다. ...이런곳에 못있겠다. "저..죄송합니다. 이만 가볼께요." 피어싱 남자에게 놀라서 번쩍 일어서는 나를 바텐더가 제자리에 강하게 주저앉혔다. 헉. "이봐! 이거 비싼 칵테일이야..선우현이 큰맘먹고 쏘는건데... 다 안마시고 갈꺼야?" ...... ............. ....................젠장. "..그..금방 마시고 가겠습니다." 그제서야 싱긋 웃는 바텐더. "당연히 그래야지." 왠지 모르게 속았다..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칵테일을 홀짝거리기 시작했고, 바텐더는 다시 주문을 받으러 다른쪽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급한 마음에, 잔에 담겨있는 칵테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이거 다 마시고..얼른 나가야겠다. 그런데... 칵테일을 마시니까..이 요상하고 기묘한 기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 선우현, 넌 내일 죽었어. 이런 곳으로 날 끌고오고..이상한 칵테일도 주고... 내가 칵테일을 콜라처럼 후루룩 마시고있는데 또 옆에서 한사람이 다가와 말한다. 이제는..내 어깨에 손까지 올리면서. ".....잘생겼네..." .......ㅠ_ㅠ 칭찬들어도 안기뻐요. 선우현 이자식은 나를 여기다 팽개치고 어딜갔는지 코빼기도 안보이는거야.. 칵테일을 마신후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점점 고조된다. 어깨에 올려진 손이 너무 의식되어서 나는 등골이 빳빳이서는 느낌이들었다. 이렇게 사람손이 의식되기는 처음이다. "아..아..아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날리고있는데 또다시 어디선가 나타난 나의 구세주 바텐더. "와우..인기가 폭발이네..승호...야, 세현아..미안해, 얘는 선우현꺼야. 포기해." "...어? 그 새로들어온 웨이터 녀석 말이야?" "응." 그래..ㅠ_ㅠ 차라리 선우현꺼 할란다. 주변의 모든사람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 꼭 사파리에 던져진 고깃조각이 된듯한 나. 괜히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느낌도 들고... 원래 술을 잘 못하는 나이지만, 급한 마음에 얼마 남지 않은 칵테일을 들이키고 있었다. 내가 칵테일을 마시는 그 짧은 사이에도.... 내 허리를 은근슬쩍 잡는ㅠ_ㅠ사람. 다짜고짜 볼에다가 키스ㅠ_ㅠ하는 사람. 등 뒤에서 나를 껴안는ㅠ_ㅠ사람.. 나는 한번 당할때ㅠ_ㅠ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안절부절을 못하고 바텐더가 물리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칵테일을 다 마시고 '이제는 해방!!'이라고 속으로 부르짖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둥실 떠오르는 내 몸. 아니..이게 무슨일...?????? 내가 당황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갑자기 내앞에 스윽 나타나는 얼굴. 그리고.... .............. ..................... .......................... 츄웁! ....온 입안을 헤집고 지나가는 키스. ......................................... ...................... ............... ..별하나에...어머니.어머니...어머니....... .....어머니..저는 저 멀리 게이바에서 쓸쓸히 죽어갑니다.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는 자랑처럼 게이들이 무성할 거외다... ......@.@...... 술기운 때문인지, 이사람 때문인지 눈이 빙빙빙 돌고있는데, 나를 옆으로 번쩍 안아든 그 사람이 내게 말한다. "나랑 자자." ............................. ........................................ 미..미쳤어..미친거야!! 내가 발끈 화를 낼 셈으로 그 사람을 쏘아보았는데... .......젠장. 태어나고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봤다. 물론 컬러렌즈겠지만...투명한 파란 눈동자에... 매끈한 턱선과 섬세한 얼굴선. .....그리고....왠지 모르게 섹시한 입술까지.... 아..잠깐!!!!!! 잠깐!!!!!!!!!!!!!!!!!!!!! 내가 이곳에 왔더니 생각이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네.... 이봐요..바텐더씨. 지금쯤은 나타날때가 되었잖아... 엉거주춤 그 사람에게 안겨서 자꾸만 내게 다시 키스하려는 그 사람의 입술을 필사적으로 밀어내고있는데, 번쩍 하고 나타난 나의 구세주 바텐더. "어..어..어머, 오수야.." 어머? 어머어어어? 무슨 남자의 놀라움이 '어머?'로 표현이 된답니까?-_-; 얼굴까지 발그레해져서 그 남자를 바라보는 바텐더. 그 급한 와중에도 닭살이 밀려오는걸 느끼는데 '오수'라고 불리운 그 남자가 바텐더가에 슬쩍 눈웃음을 날린다. ...눈웃음도 죽음이로군. 갑자기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 오수라는 사람은 싱긋웃으면서 바텐더에게 말했다. "나 이녀석이랑 잘래." ....... .............. ......미치겠네. 바텐더, 빨리 거절해줘. 나 이제 술 다마셨으니, 나가보렵니다. 하지만, 나의 구세주 바텐더는 내 기대를 져버렸다. "응, 마음대로 해. 오수야." 이미 두눈에 하트표시가 둥둥떠다니는 바텐더는 '니 맘대로 하세요'라는 표정으로 오수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허허..정말 미치겠네. 몸 상태도 왠지 이상하고... 이런곳까지 와서 소란피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주먹에 적당히 힘을실어 나를 안고있는 그 사람배를 후려쳤다. "...윽!" 이라는 소리와함께 나를 놓은 그 사람. 나는 떨어지다시피 그 사람의 품에서 벗어나 옷매무새를 고치고 그 사람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사람을 잘못보신것 같습니다..저는 친구따라서 온 사람입니다." 내가 그렇게 말해도 배를 웅크린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는 그 사람. ......젠장. 살살쳤는데..몸도 굉장히 약하네... 한숨을 내쉬면서 쓰러져있는 그 사람의 팔을 잡아 일으켜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번쩍 일어나서 내 배에 연타를 날렸다. 퍽! 퍽!!! "...흑!" .....꽤나 맷집이 있다고 자신하는 나이지만.. 생각보다 그 사람의 힘이 굉장히 셌고.. 무방비 상태였을뿐더러.. ..또 연타로 똑같은 곳을 두번이나 맞아서 나는 잠시 배를 움켜쥐고 주춤했다. 내가 주춤한 사이 다시한번 나를 안아든 그 사람. 마치 악동처럼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포획 성공." .......;;;; 뭐? 포획? "이봐요!!" 내가 당황해서 그 사람에게 외치자 그 사람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빨리 하자...나 지금 굉장히 하고싶어." "응? 뭐?" 내가 대꾸하자 씨익웃으면서 말하는 그 사람. "뭐긴 뭐겠어. 섹스지." ........... ............................ ........................................................ 갑자기 뜨거워진 얼굴.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상한 느낌이 더욱 강해지고... 괜히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선우현...ㅠ_ㅠ 너 내일 만나면 정말 죽었어. 내가 그 사람의 면상을 후려갈기려고 하는데, 눈치를 챘는지 재빨리 안고있던 나를 바닥으로 쿵 떨어뜨리는 그 사람. .아..아이고, 등골이야. 미선이와 선재에게 매일 맞아서 안그래도 약해진등이 비명을 지른다. 눈물이 찔끔나오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키려고하는데 그 사람이 내 팔을 질질질 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아..안돼.. 자..잠깐만!!!!!!!!!!!!!!!!!!!!!!!!! "놔, 이자식아!!!!" 내가 그렇게 외치고 그 자리에 서서 그 사람의 팔을 비틀자, 그 사람이 아픈지 인상을 찌푸린다. "...이야..정말 힘세네."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아까 내 배를 때렸던 곳을 다시한번 서너대 후려치고는(나쁜놈) 다시 나를 끌고가려고한다. 이봐요.. 나도 싸움이라면 누구한테 진적이 없는 사람이야. 이런곳에와서까지 싸움하고 싶진 않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를 잡고 가는 그 사람팔을 휙 끌어당겨 그 사람의 턱을 날리려는데 그 사람이 재빨리 내 주먹을 손바닥으로 붙잡았다. ......이런.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사람이로군. 얼굴은 포기하고 무릎으로 그 사람의 뒷허벅지를 올려차고 다시 발을 꺾어 그의 배를 후려쳤다. "미안해." 내가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아까부터 느껴졌던 이상한 느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온몸이 붕뜨는듯한 기묘한 느낌. 나는 숨이 가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진짜 아프다.." 뒤에서 중얼거리면서 내게 다시 다가오는 오수라는 사람. 위험해..도망가야돼... 머리속에선 삐뽀삐뽀 경종이 울렸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이 꿈속을 헤메는 듯한 몽롱한 기분. 이상해..아..이상해......... "이봐. 괜찮아?" 얻어맞아놓고도 내게 다가와서 씩 웃는 그. 약간 이상해..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몸을 쿡쿡 찔러본다. 움찔. 움찔. 평소때라면 아무느낌이 없었을테지만, 오늘따라 괜히 그 사람이 찌르는 곳마다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그 사람은 씩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너..혹시 칵테일 마셨냐?"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내게 이어서 말했다. "너 여기 처음왔지?" 끄덕끄덕. "킥킥...여기 칵테일엔 기본적으로 조금씩 최음제가 들어가는데.. 넌 처음마셨으니까 적응이 안되서 약효가 빨리 도는거야.. 다른놈은 그정도쯤에는 멀쩡한데 말이지..." 뭐? 최..최음제? 갑자기 뇌속이 '최음제'라는 단어로 빼곡히 차는 느낌이다. ///////////////// 잠시나마 바텐더가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내자신이 저주스럽다.ㅠ_ㅠ 이 나쁜 놈들... 내일 다 죽었어. 나는 오늘 타락소년이 되어버린듯한 느낌이다. "고..고맙습니다..이제 저는 집으로.." 비틀거리며 일어서려고 하자 내 팔을 잡아 나를 일으켜세우고 품에 안는 그 사람. 그 사람의 팔이 너무 강하게 의식되어서 눈이 팽팽팽 돌지경이다. "이..이봐요..!!" 내가 말하는데 나보다 키가 손가락하나는 더 커보이는 그 사람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정식으로 말할게. 내 이름은 천오수. 나이는 28이다. 오늘밤 나랑 자자." ........... ...........이 나쁜 새끼야. 니 머릿속에는 잠자는것밖에 안들어있냐!!!!!! 근데..28살이라니... 25정도로 밖에는 안보이는데... 잠깐, 잠깐!! 이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야!!!!!! "미쳤냐!" 뱅뱅도는 머리로 겨우 내가 외치자 그 사람은 뭐가 재밌는지 경쾌하게 웃으면서 내 귀를 만지작거린다. "으..으윽!" 온몸에 무언가가 헤집고다니는듯한 오싹한 느낌. 머릿속이 사이키 조명처럼 제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이 오묘한 느낌. 잠..잠깐만... 잠깐마안...나..느껴버릴것 같아..ㅠ_ㅠ 미쳤나봐... 엄마..미안해, 나는 게이였나봐..ㅠ_ㅠ 한참동안 내 귀를 만지작거려서 내 몸의 힘을 싹 빼버린 그 사람이, 축늘어진 내 몸을 안고 이상한 곳으로 간다. "안돼..안돼...아안돼애애애..."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안돼..안돼...만 중얼중얼 내뱉고 있었다. 그에 맞춰서 천오수라는 사람은 나의 말투를 흉내내서 대꾸했다. "돼...돼..돼애애애애..." 돼긴 뭐가 돼!ㅠ_ㅠ 살려줘.ㅠ_ㅠ 아무나. 부탁해.ㅠ_ㅠ 나를 이상한 칸막이로 몰아넣은 그 사람. 부드럽게 웃으면서 나를 소파에 앉히고 벽에 밀어붙이며 내 입술을 훑어올렸다. 그 사람의 입술이 이상하게 섹시해보인다. 눈웃음 치는 그 사람이 너무 잘생겨보인다. 이상해.. 기분이 나빠야 할텐데.. 기분이 좋다는게 이상해... 아무나..나좀 살려줘요..ㅠ_ㅠ 내 입술이 자기것인것마냥 빨고 씹고ㅠ_ㅠ난리를 피우던 그 사람이 내게 묻는다. "....버진?" ?????????????????? ????????? "엥?" 기분이 묘해진 내가 이상한 소리로 대꾸하자, 그 사람이 웃으면서 다시 묻는다. "다른 남자랑 자본적 있어?" 화아아악///////////// 이 미친놈아!!!! "%$^$#&^%#$@!$#!!!!!!!!!!!!" 내가 그놈을 후려치려고 했으나, 힘이 다빠진 주먹은 날아가기도전에 가로막혔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내 볼을 톡톡쳤다. "알았어, 진정해라." 그렇게 말하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그 사람. "으음..윤활제가 없는데......" 윤활제는 또 뭐야..ㅠ_ㅠ 이상한 기분이지만 여하튼 여기를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를 누르고있는 그 사람 몸을 밀어내는데, 그 사람은 힘도좋게 다리로만 교묘하게 내 몸을 옴싹달싹도 못하게 한다. 그 사람은 갑자기 옆의 벽을 탕탕탕때리더니 외쳤다. "거기 누구 있어?" ....... .........;;;;;;; 그러자 옆칸막이에 들려오는 신음소리. "씨발..누.누구야..흣.." ....../////// ....이곳...뭐하는 곳이야. 안돼.. 나는 아직 완전히 타락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어.. 자..어서 나가자. 건전하게 사는거야. 다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움찔움찔해보지만 다리힘이 엄청나게 센 그 사람이 내 허리를 다리로 꼬옥 죄였다. //// ....ㅠ_ㅠ 이상해.. 느낌이 이상하단 말이야.. 그 칵테일 때문이야.. 선우현..넌 내일 나한테 죽었어.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나쁜놈아...이 나쁜자식아... 옆벽을 탕탕두들기던 그 사람이 벽에다 대고 외친다. "윤활제있지? 던져!" "....썅!" 잠시 후, 낮은 칸막이 사이로 무슨 통이 하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다. 그것을 확 붙잡은 그 사람. 상표를 확인해본 그가 중얼중얼 말한다. "..흠...뭐야....이것말고 다른게 더 좋은데......" 그렇게 말하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 시작하자." "자..잠깐!!! 싫어! 진짜 싫어!!!" 내 말에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하다보면 좋아져." ㅠ_ㅠ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봐요..잠깐만요!!!!" 그 사람을 있는 힘껏 밀어내는데 칸막이가 열리면서 쓰러지듯이 들어오는 두사람. 빌어먹을 바텐더와, 갈아먹을 선우현이었다. "...겨우찾았네.." 서빙하다왔는지 쟁반을 옆구리에 끼고있는 선우현. 정말 나쁜놈이지만, 이 상황에서 선우현을 보니 왜그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나를 누르고있는 오수라는 사람을 밀어내고 선우현에게 흐느적흐느적 걸어갔다. 선우현은 쓰러질듯 걸어간 나를 안더니 말했다. "뭐야....너, 상태가 이상하잖아?" 나는 겨우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무시무시하게 바텐더를 노려보는 선우현. "잠깐!!! 너, 최음제 넣었어?" ㅠ_ㅠ..그얘기 그만좀 해.. 나 먹었다..그래 나 먹었으니까.. 쪽시러우니 그만좀 말해..ㅠ_ㅠ 놀란듯 입이 똥그래진 바텐더, 잠시후 버벅거리면서 대꾸한다. "미..미안해, 습관이 되어서..나도 모르게 넣어버렸나봐.." "얌마!!!!!!! 내가 넣지 말랬잖아!!!" 선우현은 바텐더의 뺨으로 분노의 주먹을 날렸다. .......흥, 시원...하다. 이상스럽게 선우현에게 안긴포즈로 엉거주춤 서있는데, 뒤에서 오수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무슨일?" 손에 들고있는 그..윤활젠가 뭔가를 공중으로 던졌다....받았다..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하면서 그가 선우현에게 물었다. 선우현은 까닥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이녀석은 제 친군데..노말이예요. 제가 잠시 대접하려고 데려왔는데.." 그러자 그 사람이 웃으면서 대꾸한다. "흐음...노말이었군. 난 새로이 자신의 성취향을 자각하고 온 버진인줄알았지..."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야!! 다시받아!'라고 말하면서 윤활제를 옆 칸막이로 던져주었다.넘어간 윤활제는 '퍽!'하는 소리를 낸것으로보아 누군가의 머리를 맞춘모양이다. "으윽!" 이라는 신음인지, 악인지 모를 소리가 건너 칸막이에서 들려왔다. 천오수라는 사람은 날 보고 웃더니 말했다. "아깝네. 나중에 게이로 전향하면 나한테 와. 한번 자줄게." ...;;;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미련없이 칸막이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젠장...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나는 오늘하루 겪은일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낯익은 선우현의 얼굴을 본 반가움 때문인지..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 ........................ 다음날 일어나보니, 선우현의 얼굴이 옆에 있어서 기절할듯이 놀랐다. 나와 선우현은 그 Bear's Tale의 지하 테이블 위에서 테이블보를 이불로 대신하고 잠을 자고있었다. 나는 잠든 그 자식의 얼굴을 한참동안 노려봐주고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밖의 시원한 공기를 쐬니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기분이다. 다시는 안오련다.. 이런 이상한곳. 나는 단단히 다짐하며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에 등교했다. **** "미안해, 그 최음제가 들어간건 미안했다고.." "그만!!" 그놈의 최음제 얘기좀 그만해..쪽시러워... "하지만 끝까지 가지도 않았으면서.." ..ㅠ_ㅠ 나는 한숨을 쉰 뒤, 선우현의 어깨를 집고 말했다. "....어제일은 모두 잊자. 제발... 나도 잊고, 너도 잊고, 다--잊자." 내 말에 선우현은 쿡쿡웃으면서 대꾸했다. "절대 안잊을래." ..............-_-+ "#$^%#@%^%$#$#!!!!!!!!" "대신, 매일 점심을 사준다면 조금씩 잊어보도록 노력하지." .... ......... ..............하.하.하.하.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따로없다. 뻔뻔에도 정도가 있다. 너때문에 그 이상야릇한 일들을 겪었는데..니가 나에게 밥을 사도 시원치 않을 이 마당에 내가 왜! 너의 밥을 사줘야 하는건데!!! "미쳤냐!!!" 내가 외치자 선우현이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천오수를 불러와야겠다....... ...산 증인....불타는 어젯밤..." ...처..천오수..어제 그사람...허..허허허허허어억... "학교 교내 신문에 투고...멋진 남자..현승호..." 나는 재빨리 그녀석의 중얼거리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죄졌다. 사주마. 사주면 될거 아니냐?" 그제야 슬쩍 웃는 선우현. 내게 '진심이지?'라고 물어 확인사살을 시키고 조용히 학교본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더니 나를 힐끔 돌아보고 하는 말. "뭐해? 아침 자습 시작하겠네." ............-_-+ 얌마, 니가 여기까지 끌고왔잖아!!! 속이 부글부글 끓는것을 느끼면서 조용히 그놈의 뒤를 밟았다. 정말..저 자식은... 엉덩이에 꼬리를 스물 아홉개는 감춰놓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현!!! ........너는 내 철천지 원수다! 원수!!! *사족 오랫만입니다..^^ 기다려주신분들..미안해요ㅠ_ㅠ..(자, 짱돌을 마음껏 던지세요!) 한가할수록 게을러져가는 진리를 몸으로 경험하는 중입니다-_-;; 오늘 BGM은 키스동 파란 대문에서 나오는 경쾌한 음악이랍니다. 왠지 그 노래만 들으면 키스동이 생각난다니까요...(웃음) 그나저나..진주가 벌써 30편이네요... 오오오...언빌리버블!!! (웃음) * BGM # Truly, Madly, Deeply - Savage Garden I'll be your dream, I'll be your wish, I'll be your fantasy I'll be your hope, I'll be your love, be everything that you need I'll love you more with every breath Truly Madly Deeply Do 내가 너의 꿈이되고, 내가 너의 바램이되고, 내가 너의 소망이되고, 내가 너의 희망이되고, 내가 너의 사랑이되겠어. 네가 원하는것은 무엇이든 되겠어. 내 모든 숨결이상으로 당신을 진실로, 미치도록, 깊게 사랑해. * 장인선 "선인장! 밥먹으러 가자!!!" 역시나 잠을 자고 있던 창욱이 녀석이 점심시간이 되자 물만난 고기처럼 팔팔해진다. 선재는 그런 창욱이를 흘겨보고는 있지만, 싫지는 않은 눈치다. "아....너희들 끼리 먹고 있어..난 잠시 갔다올데가 있어서..." "으잉?????" "어딜????????" 내가 말하자 두녀석이 눈이 똥그래져서 대꾸한다. 정말 저럴땐...크나 작으나 둘이 똑-같이 보인다. "금방 올게..먹고있어." 내가 말하자 녀석들은 어딜가냐, 뭐하러 가냐..꼬치꼬치 캐묻는다. 나는 그냥 '금방 올테니까..' 라고 말하고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교실을 나가는데 뒤에서 '식당에서 우리 못찾으면 전화해!'라는 창욱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학교를 빠져나와서 택시를 잡고 우리집 주소를 불렀다. ..오늘 아침에 수리공으로 부터 '집이 다 고쳐졌으니 한번 봐보라..'는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재경이를 갑자기 데리고가기 보다는..내가 먼저 봐두는게 낫지 않을까..싶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빨리 한번 갔다와보는게 좋겠다고 맘 먹었다. 알아서 잘 꾸며놨겠지...음...그렇겠지..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튕겨나오듯이 택시에서 나와 아파트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18..17....16.......오늘따라 내려오는 엘리베이터가 느림보가 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번 공사때...내방은 개조하지 않았지만... 이상해. 재경이 방만 개조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설레는건지.. 아마 나는 그 방을 '짠'하고 보여주면 '허억!'하고 놀랄것 같은 재경이의 모습이 보고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열쇠고리를 받고 놀랬던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그냥..녀석에게는 뭘 줘도 아깝지가 않을것 같다. 아마 녀석이 그런걸 기대하지 않는다는걸 너무 잘 알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아주머니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버튼을 눌렀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의 상승시간이 긴 것 같다. 땡-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아직도 몇몇 공사도구가 치워지지 않은 우리집 현관문에 열쇠를 넣었다. 으음...벽지도 갈아주고..가구도 새로 넣어주고...그러라고 했는데....... 알아서 잘 했는지 몰라..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막 공사한 곳에서 느껴질만한 나무나 벽지냄새가 느껴졌다. 환기를 시키는게 좋을 듯 싶다. 나는 거실로 들어와서 환기를 위해 베란다의 큰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재경이의 방이라고 추측되는 새로 생긴 방문을 빼꼼히 열어봤다. .... ............. .................이쁘네............ .......풋.......깔끔한 방이다... ....인테리어 하는 사람이..무슨색깔을 쓰는게 좋을것 같냐고 묻기에... 그냥 흰색하고 남색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분은 내 의견을 수렴했는지 방의 전체적인 색조는 흰색이었고, 가끔씩 남색으로 포인트를 준 전체적으로 두색의 조화를 이룬 방이었다. 침대도 있고...책상도..책장도..기본적인 물품도 있고.. 음...오케이다. 나는 방에 들어가보지는 않고 방문을 열어서 방안을 확인만 해본 다음에 다시 방문을 닫고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 현승호 점심 시간.. 인선이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고.. 재경이는 선재에게 조용히 인선이가 어디갔냐고 묻는다. 선재는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입에 문채로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그러게 말야. 우리한테도 어딜간다는 얘기 안해주고 사라졌다니깐. 으으....사람 걱정시키는데는 도가 튼 녀석이야." 선재는 인선이가 행로를 말해주지 않은것이 서운했는지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고 난리다. 하지만 입술이 작아서 인지 삐죽삐죽하니까, 병아리가 삐약삐약하는것같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선재의 모습을 피식웃고 지켜보다가..탕수육이 있는 방향이라고 짐작되는 곳에 젓가락을 짚었다. 하지만 내 식판의 탕수육이 있어야할 곳에 (분명히 있어야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젓가락에 집히는게 없었다는 말이다. 나는 으잉?하는 마음으로 식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분명히 아까 3개가 남아있던 탕수육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김치는 2배로 늘었다. 이상한 마음에 혹시나..해서 옆에 앉은 선우현의 식판을 바라보니, 녀석의 식판엔 탕수육만 예닐곱개. 김치는 하나도 없었다. -_-......;; 이놈이 가져갔구나. "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젓가락으로 녀석의 식판에 담겨있는 탕수육을 가리키자 선우현이 탕수육을 하나 냉큼 집어먹으면서 말한다. "나 육식 좋아해." ...................... ......;;;;;....... 누가 너의 식성을 물었더냐? 왜? 내껄 가져갔냐고 물은거지. 그리고 제대로 말하자면 나도 육식을 좋아해, 이눔아. "내놔." 내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탕수육으로 젓가락을 날리자, 선우현이 재빨리 자신의 젓가락으로 내 젓가락을 쳐낸다. 거의 와호장룡에 나오는 비무를 연상케한다. 나와 선우현이 하는꼴을 보던 창욱이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러면서 현이를 보고 하는말. "야..너 잠만 잘자는줄 알았더니, 재밌는 애로구나." .....이봐, 잠이라면 니가 선우현에게 할말이 없지. 너네둘이 전교에 소문난 잠탱이 아니냐. 선우현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한테는 눈만 흘기면서 웃더니 창욱이한테는 활짝 웃어준다. 이 나쁜놈.) "응, 너도 잠만자는줄 알았더니...쿡쿡.." ....이봐, 지금 그렇게 담소를 나눌때가 아니야. 내 탕슉 내놔. 내가 다시한번 녀석의 식판에 담겨있는 (원래는 내것인) 탕슉에 젓가락을 날리는데 녀석이 내 젓가락을 교묘하게 잡으면서 내게 작게 말했다. "앗...천오수씨를 불러와야 할려나봐.." 천오수,.. 천오수...... 온몸에 털이 삐죽삐죽서는 느낌. 내 젓가락은 금세 힘이 빠져버렸고, 선우현은 그새에 또 탕슉하나를 입에 냉큼 집어넣었다. ..ㅠ_ㅠ 나쁜놈... 나 탕슉 좋아하는데..ㅠ_ㅠ 오늘 탕슉 나온다고 메뉴에 써있길래 어제부터 좋아했는데..ㅠ_ㅠ 이 나쁜놈아...아아....아아아.......... 나는 탕슉은 포기하고 수북이 쌓여있는 김치를 씹으며 밥을 넘겼다. (그것도 묵은 김치!! 엄청 셨다!!ㅠ_ㅠ) 풀만 먹어서 왠지 모르게 허전한 배를 쓸어가면서 식당을 나오는데 또 뒤에서 선우현이 나를 부른다. 이제는...선우현의 목소리가 무섭다ㅠ_ㅠ. "현승호!" "....(찔끔)" "........승호와..오수는...." "...(깜짝!)" 앞서가던 나는 재빨리 돌아서서 선우현에게 다가가갔다. "왜? 또! 왜!! 이번엔 뭣때문에! 점심도 사줬잖아!" 내가 외치듯이 속삭이자 선우현이 심드렁하게 말한다. "밥만 사주면 뭐해. 후식이 있어야지." ..........=_= 이젠 황당을 넘어서 화도 안난다. 원래 이런 놈이다. ...................내가 참아야지. "뭐 먹을래.-_-;;" "초코 버터링." "...;;" "바나나우유도." 입은 또 고급이야. 나는 주머니에 남은 삼천원을 피눈물을 흘리며 선우현에게 건네주었다. 선우현은 심드렁하게 돈을 쳐다보더니... "같이가서 사줘야지. 돈만 주는게 어딨어." ....;;; 정말...내가 전생에 이놈에게 무슨 죄를 지어서...; 나는 선우현과 함께 쫄래쫄래 매점으로 가기 시작했다. 내일 또 엄마한테 선우현 밥값까지 타낼려면 미안한데..ㅠ_ㅠ라고 생각하면서 투덜투덜 걷고있는데, 갑자기 선우현이 내 뒤에 찰싹 달라붙었다. "히익! 야! 뭐..뭐하는거야!" 내 뒤에 달라붙은채로 나를 질질질 끌어서 복도 한 구석으로 들어가는 선우현. 선우현의 온몸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있다. 무슨일이야..? 선우현? 응? 선우현은 잠시 후 내 뒤대고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해봐..잠깐만." 나는 무슨일인가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복도 맞은편에서 세계사 선생님이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글쎄...잘생겼다기 보다는 그냥 선량하게 생기신 선생님. 갑자기 선우현을 처음봤던..선우현과 그 선생님과의 정원에서의 키스..//가 생각났다. 세계사 선생님은 다른 여학생에게 세계사에 대한것을 설명하면서 천천히 우리를 못본채로 우리 옆을 지나갔다. 선생님이 완전히 지나가고 나서야 몸에 힘이 빠진 선우현. 내 등뒤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뒤를 돌아 선우현을 마주보고 섰다. 선우현의 볼은 약간 발그작작했다. ..... .............................. ..................... .......................... .........오....마이..........가..아아아앗............... ...................... .......... ........세상에!! 뻔뻔스러운줄만 알았던 이녀석이 얼굴을 붉힐줄도 알다니!! 나는 이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녀석...정말로 세계사 선생님을 좋아하는거야? 마주보지도 못할만큼? 인사도 건네지 못할만큼???? "너.......음......" "....?" "너......정말로 세계사 선생님 좋아해?" 내가 말하자 발그작작했던 선우현의 표정이 화난 표정으로 바뀐다. "다..당연하지! 그럼 내가 심심해서 선생님께..키..스 한줄 알아?!" 평소때는 낙지나 문어처럼 뻔뻔해보이던 선우현이 방금은 정말 사람처럼 보였다. 선생님을 남몰래 좋아하는 고1의 학생으로. 단지..그 선생님도 남자고, 선우현도 남자인게..;; 좀..그렇지만..;;;;; ".....왜?......그럼 방금도 그냥 인사하면 되는거잖아." 내 말에 선우현의 표정은 우울해졌다. 그리고 현이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선생님은 날 싫어하니까 문제지......" "......" 나는 그냥 할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위..위로를 해줘야 하나...아니면..사과를 해야하나..엉? 이렇게 얼굴을 붉힌 선우현의 모습도 처음이고.. 녀석이 이렇게 풀이 죽은것도 처음이다. 참..이녀석도 사람이긴 사람인가보다. 좋아하는 사람앞에서는 어쩔줄을 모르는걸 보니.. "가자...초코 버터링 먹으러 가야지.." 내가 풀이죽은 녀석의 어깨를 툭치자 녀석이 잠시 후 다시 뻔뻔스럽게 돌아왔다.(얄미운놈) 녀석은 당연하다는 말투로 툭 내뱉었다. "바나나 우유도 먹어야지."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아이고...머리야. 참, 이제부터 너에게 연민은 금물이다! 금물!!! * 장인선 수업이 끝나고 책가방을 챙기는 재경이옆에 가서 섰다. 재경이는 날 보고 조금 놀라더니 다시 재빨리 책가방을 싸기 시작한다. "천천히 싸." 내가 말하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빨리빨리 대충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다. 녀석의 모습에 나는 조금 웃음이 났다. "어...인선이랑 재경이랑 같이 집에 가?" 짐을 꾸리던 승호가 묻는다. 나는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음..그럼 홍영진이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겠네..." 승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앞에 앉은 홍영진의 의자를 발로 툭 찬다. "홍영진." 홍영진은 승호의 말에 깜짝 놀랐는지 머리카락이 다 서는것 같이 보였다. "......응?" 빼꼼히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본 홍영진. 승호는 영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부터는 그냥 재경이 배웅하지 말아라." 영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짐을 쌌다. ....참....그때까지만 해도 씹어버리고 싶을정도로 얄미운 녀석이었지만, 요즘따라..참..짠해보이는것이.... "저..다 쌌어.." 재경이는 어느새 책가방을 메고 딱 서 있다. 나는 재경이와 천천히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 "그쪽이 아니라, 이쪽." 진혁이 형네집으로 가려는 재경이에게 우리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공사..끝났어?" "응." "그랬구나.." 재경이가 놀랄모습을 기대하면서 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재경이는 언제나 처럼 (이전까지)자기 방이었던 조그만 골방으로 들어가려고했다. 나는 쪼르르 들어가는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슨일이냐는듯 나를 빼꼼히 올려다보는 재경이. "......이리와." 나는 조금 얼떨떨해보이는 재경이를 데리고 새로 만들어진 재경이방문앞에 섰다. 재경이는 아직도 무슨일인지 영문을 모르는듯 하다. 나는 유치하게 '손으로 눈을 가릴까..말까..'고민하다가.. 그냥 조용히 재경이의 새방문을 열어주었다. 재경이는 문이 열리자 놀란듯 해보였다. "멋있는 방이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재경이의 대사. 재경이는 자기가 얘기해놓고도 놀란 모양인지 말해놓고 입을 재빨리 다문다. ....;; ....이봐.. ...;;;; 이거 니 새방이야...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도 좀 보고..그러지.. 혹시...이 방이 자기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건가.....? "이거..니 방이야." 내가 말하자...... ....................재경이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헉.. 기..기뻐하라고 한건데.. 별로 기쁘지 않은가.. 나는 괜한일을 한건가 마음이 불안했다. 재경이는 기쁜것도 아니고 놀란것도 아니고..여하튼 기묘한 표정이었다. 기..기뻐할줄 알았는데.;; 방이 이상한가? 나는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재경이는 그냥 이상한 표정으로 방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서 재경이를 내려다보려고 하는 순간, .................재경이가 내 품에 꼭 안겼다. 갑자기../// 저..저기.....///////// "이..이봐.../////..." 내가 말하려고 하는순간, 재경이의 작은 어깨가 떨렸다. 교복너머로 따듯한 눈물이 느껴진다. 뭐.....뭐야....... ........ ...................녀석의 작은 몸에서 느껴지는 감사와 기쁨. 나는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작 해줄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는지 재경이는 내 허리를 꼭 잡고 계속 울었다. ....이 기묘한 기분. 기쁨보다 더 기쁘고...따듯한것보다 더 따듯한 이 느낌. 신기해..이건 재경이랑 있을때만 느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기뻐할줄은 몰랐다. 이녀석에겐 뭔가를 주고 싶다. 그냥..전부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내 허리에 매달려서 줄줄줄 우는 그녀석이 귀여워서......... .............나는 그냥 녀석의 머리만 쓰다듬어주고있었다. * 사족 ..왠지 저도 재경이같은 타입에겐 뭘 줘도 아깝지 않을듯..(웃음) 인선이는 BGM인 Truly Madly Deeply가 굉장히 잘어울리는 남자인것 같습니다. 감상란에 답변을 올렸답니다. 한번 봐주세요..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 BGM # 戀心 (Koi Gokoro) - B'z - * 장인선 내 품에 안긴 재경이의 작은 어깨가 왠지 모르게 내 맘을 찡하게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안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음..좀 기분이 묘..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조심히 손을 들어 재경이의 머리를 부비부비해주었다. 녀석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자꾸 내 손가락을 빠져나가면서 자꾸자꾸 녀석의 머리카락을 만지고싶게 했다. .........신기한 녀석. 우리집에 오기전에는 어떻게 살았었을까..? 왜 솜사탕도..피자도 한번도 안먹어봤을까.. 어째서 작은 열쇠고리에 기뻐하고.. 자기방을 가지게 된 것에 이렇게 감동받는 것일까...? 나는 오지랖넓은 아줌마처럼 괜히 재경이에 대한 궁금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재경이 방문에 기대어서서 내 허리에 매달린 재경이의 머리카락을 부비부비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재경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 왠일인가해서 머리를 부비던것을 멈춰보니, 재경이가 내 품에서 떨어져있다. ... ....쪼.. .........쪼오끔 서운하네....... (..정말 쪼오끔?;;;) 재경이에게 뭐라 말하려고 내려다 봤는데... 풋.. 이런!..얼굴이 엄-청 빨갛네...(웃음을 참고있는 선인장) "아이고..아..아이고..미안..미안..아이고......" 내가 왜 울었나..하는 표정의 재경이가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쩔줄을 몰라한다. 전혀 안어울리는 아줌마의 '아이고-'를 연발하면서 안절부절 강아지처럼 움찔거린다. 나는 웃음을 참는것도 힘들어 아무런 대답도 못해주었다. "미안해..아이고..." 재경이는 분명히 당황하며 후회하는게 역력한 표정이었다. 아니..괜찮아..괜찮은데...쿡쿡... 나는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겨우겨우 대답했다. "흠..괜찮아.." "미안해..미안해.." 눈을 질끈감은 재경이가 어딘지 모르게 귀엽다. 나는 재경이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방의 불을 켜자, 아직도 빨간볼에 토끼같은 눈을 한 재경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재경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방안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맘에 들어?" 내가 물어보자 재경이는 얼굴이 더 벌개져서는 버벅거리면서 대답한다. "아..응..응..응....."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조용히 재경이의 머리를 부비부비해주자 재경이가 푹-고개를 수그렸다. 나는 그모습을 보고 웃어버렸다. ***** 재경이가 방구경 실컷하도록 혼자 두고 밖에 나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다시 거실로 나오자, 재경이는 어느새 야참을 만들고 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부엌으로 가자 재경이가 내가 온것을 알아차리고 테이블에 커피와 다과를 놓는다. 재경이는 뭔가를 조금 생각하는 표정이다. "......? 방이 어디가 이상해?" 내가 묻자 재경이는 재빨리 고개를 젓는다. "아니..그게..아니라...." ".....???" 재경이는 뭘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거리다가 조용히 말했다. "..아..아까는 울어서 미안해. 나...는.....내 방이 처음이라서..." ........ .........무슨 말인가했다. ...전혀 미안할 거 없는데.. 사실..이런말 하면 웃기지만..한번 더 울어도//괜찮아. 하지만 재경이는 그 말이 전부가 아닌지 좀더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근데....나는...곧..이집에서 나갈지도 모르는데.. 저..방도 너무 크고..너무 좋아서...너무 고맙지만..아..미안하고..음.." 재경이는 뭔가가 불안한 듯 수건을 만지작거리면서 조용히 말한다. 그에게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 선물이.. 하지만..다른 어떤것보다도 내 귀에 선명히 들리는것은... '나는..곧..이집에서 나갈지도 모르는데..' .... .......재경이가 처음왔던 날이 생각난다. 내가 재경이에게..아마도.... ' 같은 동갑내기끼린데...니가 내 가정부처럼 된다는게..좀 그렇지 않겠어? 다른 집을 구할때까진 우리집에서 살도록 해.' .....라고..했었지. ...재경이는 아직도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것인가? ..혹시..재경이가 돈을 열심히 모아서.. 어디 단칸방을 구해 우리집에서 '이제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고 나가버리는건.. ....... ........어...어..그..그럼 안되는데.... ....... 왜 안되냐고..? ......... .....글쎄...그냥...그냥 가지 말라고....... ................재경이가..그냥 우리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앞으로 있을법한 수십가지의 미래형이 내 시냅스를 괴롭힌다. 재경이는 결심한 듯 좀더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사실 너무 기뻐서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신세를 너무 많이 진것 같아. 옷도 그렇고...나를..벼..병원에 데려다 준것도....너무 고맙고... ....나는 빚을 갚을수 없을지도 몰라." ......갚으란 얘기가 아니야. 그건 빚이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닌데... 나는 답답했다. 뭐라고 말해야 재경이가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재경이는 고개를 들어서 나를 마주보았다. 녀석의 깨끗한 눈동자가 내 마음을 쿵-내려앉게 했다. 당황하지 않거나..얼굴이 벌개지지 않았을때의 재경이는.. ...어딘지 모르게 좀...인형같다는 느낌이 든달까.. 학교에서의 재경이는.. ..별로 말도 없고...표정도 잘 안바뀌고... ..깨끗한 도자기 인형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 앞에서는 안절부절이지만.... ..음..그거 혹시 좋은건가....아니면 나쁜것인가..... 아니면.... 혹시...... 내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머릿속에서 천둥이 쿠르르르쾅!! 하고 울리고 있다. 내 머릿속은 오늘따라 복잡하다. 빨갛게 파랗게 바뀌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정신이 없다. 재경이는 나를 마주보고 조용하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고마워. ...너무 기뻤어... 하지만..나한테는 너무 큰 것 같아." 기뻐하고는 있다. 재경이는 분명히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멍-하니 재경이가 준비해놓은 커피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문득 떠오르는게 있어 조용히 말했다. "......옷도..방도...니꺼야." 재경이의 표정이 약간 흐려진다. 나는 조용히 이어서 말했다. ".....대신 월급은 없어." 내 말에 재경이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이내 쑥쓰럽게 미소를 지었다. ..... .........그래.......... ...어차피 재경이에게 '월급이다'하고 돈을 준다는것도 너무 이상했는데... ....이게 더 좋을지도 몰라....... "옷하고..방을..월급 대신이라고 생각해라." "....." 재경이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 "비싼 월급이지?" 내가 말하자 재경이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니까...오랫동안...장기근무해라." 내 말에 재경이는 얼굴이 조금 벌개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을 보고 조금 웃다가... ...녀석의 머리를 부비부비 해주었다. 하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경이가 우리집에 좀더 오래있을것만은 분명하다. ....좋아.....좋아...... .......정말........ 녀석은..머리카락이 너무 부드러워서... 맨날 부비부비가 하고 싶다니까......... * 송영희 "나왔니? 지옥의 시간표?" "나왔지...암흑의 농락." 우리 4명은 교실 뒷 벽보에 붙은 기말고사 시간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끔찍한 기말고사 기간이 돌아왔다. 특히 러시아어 선택반인 우리들은 평소때 한번도 쓰지 않는 (가끔 '하라쇼~'..이정도는 쓰지만..;;) 러시아어를 공부하기 위해 마빡에 김이 날 지경이다. "허엉......우리는 문관데 왜...왜!!! 과학을 배워야 하냐고오..." "으허엉...내 말이 그말이야....물리!! 특히 물리!! 너무 싫다고오..." "ㅠ_ㅠ 난 국사가 더 싫어..나는 암기가 꽝이란 말야~~ 으아아악~~~" 100페이지에 달하는 시험범위들을 보고 우리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허...자..또 시험공부 시간표를 짜야겠네..." "짜기만 하면 뭘하냐? 안지킬검시롱..." "아냐..이번엔 꼭 지키겠어." "-_-;; 이봐...너무 처절해보여..하지마...." "우우...러시아어 생선님 너---무 싫어잉..ㅠ_ㅠ 셤 범위가 132쪽이야아...ㅠ_ㅠ" "헉..!!!..러시아어 생선님이 피살되어서 발견되시거든.. 분노한 이 학도가 생선님을 보내드렸다고 전해주렴." "러시아어 생선님은 주관식이 문장 쓰기잖어..아아..너무 싫다..." 매 페이지마다 나와있는 그 러시아어 문장을 외울생각을 하니 머리에서 벌써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것 같다. 어어...ㅠ_ㅠ 정말 공부하기 너--무 싫어~~ㅠ_ㅠ 학교에 등교하자 마자 교실 뒤 벽보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보고 우리 4명은 한심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시험범위가 너무 많다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교실뒷문이 조용히 열리고 인선이와 재경이가 함께 들어온다. 우리는 그 환상적인 커플(우리 머리속에선 이미 커플이야..)을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본다. "...완벽한 공.수의 조화가 아니더냐? (소근)" "얼음공과 꽃수..(소근)" "미쳐..나 기말고사 망치면 저녀석들 때문이야..ㅠ_ㅠ 쥘쥘쥘...(소근)" 인선이와 재경이는 먼저 와있던 창욱이와 선재와 인사를 나누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교실 왼쪽에 자리가 있는 재경이가 우리 앞을 지나 자기 자리로 가려고 하자.. 내가 조용히 재경이에게 인사했다. "안녕, 재경아." 재경이는 앞을 보던 고개를 돌려 쑥쓰러운듯 조그만 목소리로 내게 인사해주었다. "안녕.." .....///////////........ 아..아..ㅠ_ㅠ 귀..귀여워!!!!!!! 저 하-얗고 뽀샤시한 얼굴 좀 봐... 꼭..그 뭐냐...도자기로 만들어놓은 인형같애.. 눈이 남색이니까 더 그런듯... 확실히 요즘 재경이는 예전처럼 구타를 당하지도 않을뿐더러.. 밥도 챙겨먹는지...어딘지 모르게 건강해 보이고 생기가 도는것 같다. 내가 재경이와 인사하자 나머지 3명이 부러운듯 쳐다본다. 반 아이들과 재경이는 아직 조금은 서먹서먹해서 말을 잘 하지 않기때문이다. 나는 재경이가 내게 인사만 하고 지나칠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 ..///////////........ ......... ........... ......... ......잠깐이 아니라 영원토록 내도 괜찮아!ㅠ_ㅠ "아, 응!" 내가 대답하자 재경이는 책가방을 벗어놓고 책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재경이가 교실에서는 얘기하기 쑥쓰러운가보다..하고 생각해서 복도로 나갔다. 뒤에서 쏟아지는 친구들의 시선이..호호..무서웠다-_-;; 복도로 나오자 재경이가 뒤따라 나왔다. 내가 키가 좀 커서..재경이가 나보다 작다. ...아..동생같다니까.. "무슨 일이야?" 내가 묻자 재경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아...... 아!! 그때..후시딘을 건네줬을때 준 손수건이구나..... 재경이가 눈을 들어 나를 마주봤다. 그의 깨끗한 눈에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다. 재경이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날...너무 고마웠어." ...... ..................... ...........야아.........////// 무슨 말이야...난...그냥 심부름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하고 재경이는 내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나는 활짝웃으면서 그 손수건을 받았다. "고마워. 깨끗이 빨아줬네.." "아....아냐, 내가 고맙지." "...재경아." "..응?"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경이에게 나는 조금 웃고나서 말했다. "..그 후시딘..나는 겨우 전달자 역할이었을뿐이야. 그 후시딘은 너와 친해지고 싶은 우리반 아이들의 마음이야." 재경이의 얼굴이 조금 부끄러워보인다. "난 니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 우리는..러시아어 선택반이라 3년간 한반에서 지내야 하잖아.." "......" "앞으로 남은 3년간..정말 잘해보자. 축제도..수학여행도..그리고 수능준비하는 기간에도. 선배들도 그러잖아.. 러한번 시아어 선택반이 되면.. 그 반 녀석들이랑 3년간 지긋지긋하게 부딪혀서.... 어딜가나 생각이 난다고..." .....그랬다. 러시아어 선택반은 많아봤자 40명.. 그래서 40명이 조금 안되게 결성된 우리학급은 본의아니게 러시아어를 배우기 위해서 한 반으로서 3년간이나 같이 지내게 된다. 그리고 3년간 끈질기게 한반이 된 인연으로... ...졸업하고 나서도 너무너무 기억이 날정도로 그 반이 그리워진다고들 한다. 3년간 매일 싸운 친구와도..미운정이 들어버린다나...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우리반.. 앞으로 남은 3년간...정말 3학년이 되어서도 서로 성적에만 신경쓰지 않는.. 다정한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마워." 재경이의 조용하지만 뚜렷한 말에..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자습, 들어가볼까?" 내 말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현승호. 아침에 등교하자 마자..미선이와 선재에게 또 등짝을 얻어 터지고.... 수학선생님께 문제 못풀었다고 꾸중듣고.... ....여하튼 나는 요즘 처절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1,2,3교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채.. 4교시가 되자 선우현이 느릿느릿 등교를 한다. 내게 (째려본건지 아니면 쳐다본건지) 눈인사..비스꼬롬한걸 하고 자기자리에 철푸덕 엎어진다. .....분명히 어젯밤에도 밤늦게까지 서빙하고 피곤에 절은것이리라. ...참, 녀석도 생각보다 피곤하게 사는 녀석이다. 자리에 엎드려있는 녀석의 등판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시작종이 울림과 동시에 세계사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차렷." 인선이의 차분한 경례에 자던 반 아이들이 부시시하고 일어난다. 단, 창욱이와 선우현을 제외하고. "경례." "안녕하세요!!" "예..반갑습니다.." ..... ........으음...;; 오늘따라 괜히 세계사 선생님이 신경쓰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출석부에 체크하는 세계사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이 눈에 쏙쏙들어온다. ....음..선우현은 어떻게 세계사 선생님을 좋아하는거지? ...아아..세계사 선생님의 수업이 좋기는 하지만... 선우현은 맨날 퍼자기만 하니..수업이 좋아진것은 아니겠고... 어떻게 세계사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거야? 수업도 안들으면서.... 참.. "예...오늘은...로마 제국..을 배울 차례인가요?" "네." "참..이번 기말고사 주관식은..." 주관식 얘기가 나오자 애들이 펜을 꺼내고 수첩을 꺼내느라 부산스럽다. 나도 펜을 꺼내서 세계사책에 적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아이들이 쓸 준비가 되었는지 교실을 한번 둘러보시던 선생님은.. 책을 펼쳐서 힌트를 주실 준비를 했다. .. ... .......세계사 선생님의 주관식 힌트는..너무 빨라서 알아듣기가 힘들던데..;; 이미 중간고사때 뼈져리게 겪어본 세계사 선생님의 주관식 힌트... 참..속사포처럼 말도 빨리 하시더군요.. 반 아이들은 온몸을 빳빳이 세우고... 혹시라도 놓칠까봐 사냥감을 관찰하는 야생의 시라소니처럼 신경을 곧추세웠다. "자...그럼..." 침넘어가는소리도 다 들릴정도로 조용---한 교실. 선생님은 책을 술렁술렁 넘겨보시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13쪽의 네번째줄. 15쪽의 위에서 다섯번째부터 일곱번째줄까지. 20쪽에나온 그림 참조. 25쪽 아래서부터 세번째줄부터 끝까지. 40쪽에 인도의 계급 참조할것. 52쪽의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꼭 나옴. 55쪽의 맨 윗줄부터 하나..둘..네번째쭐까지..." 스사사삭하는 싸인펜 소리에 정신이 없다. 선생님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를 못하겠다. 몇몇 애들의 눈은 이미 @.@로 변했다. '천천히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기도전에 다음 힌트로 넘어간다. 이건 거의 서바이벌 게임이다..ㅠ_ㅠ 아.아아..선생님..저 겨우 세개 체크했어요..ㅠ_ㅠ 천천히좀 말씀해주세요오~~ "72쪽의 도표 참조. 오른쪽에 비고는 외울필요 없음. 77쪽 위에서 다섯번째줄부터 여덟번째 줄까지 통째로 암기. 81쪽 연습문제 풀어볼 것. 85쪽에 나온 건축양식의 예시 암기." . . . 아아..@.@ 선생님..선생님...살려주세요..ㅠ_ㅠ;; 도저히 따라잡지를 못하겠구먼.... 혹시나해서..옆의 재경이를 바라봤다. 재경이 역시..조용히 체크를 하는듯 해보이지만...눈동자는..이미..@.@..;;이다. . . . . . "101쪽에 나온 황제의 업적 암기. 103쪽의 호민관의 역할 암기. 105쪽의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에 대해서는 서술식이 나올것임. ....이상!" ".......허어어억......" "피유우우우....." 선생님의 이상! 이라는 말에 반 아이들이 하나 둘씩 픽픽 쓰러진다. 엄청난 정신에너지를 소모한 기분이다. 머릿속에서 '몇째줄부터 몇째줄까지!'가..빙빙빙 돌아다닌다..@.@ "세계사 시험은...객관식 5문제, 주관식 35문제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공부하세요." .....;;;;; 부담됩니다. 선생님.. 엄청 부담되요.. "2학기때는..오픈북을 할까 하는데..." 선생님의 말씀이 나오기가 무섭게 반아이들이 전부 강렬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우리도 선배로부터 들었습니다. 오픈북 시험. 딸랑 한문제이지만.. [ 그리스, 로마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논하고, 지금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서술하시오. (단, 르네상스와 헤브라이즘에 대해서도 꼭 언급할 것.) ] .....라는 문제. 저희도 들었습니다. ....오픈북이면 뭘합니까...못쓰는데요..ㅠ_ㅠ 세계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씀하셨다. "....좋지 않아? 오픈북?" 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아뇨.ㅠ_ㅠ ) 반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게 처절하다. "이상하네...음...여하튼 공부 쉬엄쉬엄하세요..." ......ㅠ_ㅠ;; 그렇게 많이 불러주고 쉬엄쉬엄이래..ㅠ_ㅠ 그래도 세계사 선생님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훌륭한 수업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역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것처럼 역사에 대해서 알게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이 참 좋다. 시험이 어려운것만 빼고.ㅠ_ㅠ 나는 겨우 7개 체크한 시험 힌트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너는 혹시 세계사 선생님의 저런 엽기적인 면을 좋아하는거니? 내가 그런 마음으로 잠자는 선우현의 등판을 바라보다가... ... ......... .........어? 선우현......... 너.....안자고 있잖아....?????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선우현이 자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나 또한 녀석이 잘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녀석의 팔에 얼굴을 묻고 있지만..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다. 설마.... ......... .........너무 피곤해서 눈뜨고 자니?????? 하지만 현이는 눈을 가끔씩 깜빡 깜빡..하면서 자기가 깨어있다는것을 증명해보였다. 이상해...... 일어나있으면..수업 듣지... 보통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은....열심히 듣는거 아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참 선우현은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다. ...어찌어찌해서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초췌한-_-;얼굴의 세계사 부장이 교탁으로 나온다. "얘..얘들아 미안해...;; 나 힌트를 41개밖에 못받아적었거든....." .....;;; 아..아냐 대단해..난 7개 적었어. "우리 야자시간에 조금만 시간 내서 서로 힌트 조합해보자." "걱정마." "알았어!!" ......참, 세계사 선생님의 힌트는 반아이들을 협동시키는 힘마저 발휘하나보다.;; 재경이와 내가 서로의 힌트를 비교하면서 있는거 없는거 체크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퍽 친다. 누구쇼?하는 마음으로 올려다보니... 눈을 벅벅비비는 선우현이 서 있다. "왜?" "2% 부족할때." "????" "2% 사주라고." ....;;;;;; "....알아써-_-; 가자, 가. 재경아..좀 있다 다시 맞춰보자." 재경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정말...얼굴에 부기가 사라지니까.. 말끔한게..도자기 인형같이.. 가끔은 사람이 아닌가..싶다니까.. "빨리 가자, 둔탱아." 내 귀를 죽죽 잡아당기는 선우현. ㅠ_ㅠ! 죽을래!!! ***** 선우현은 (어울리지도 않게)빨대를 꼽고 2%를 쪽쪽빨고 있다. 나는 말할까 말까..망설이다가....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너, 세계사 시간에 안잤지?" 마시던 빨대가 꺾인다. ....;;; 풋.....ㅠ_ㅠ..서..선우현이 당황했잖아?! ".....아냐, 잤어." .....자긴 뭘 잤어..너 얼굴 빨개. "왜 수업 안들어?....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선생님도 널 좋아하지....." 내 말에 선우현은 빨대만 자근자근 씹는다. 그러더니 2%를 마시다 말고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수업을 들으면...... 선생님이...내 시선때문에 부담스러워 하신단말야.." "......" "하지만...나는 선생님 목소리만 들어도 잠이 안오는걸 어떻하냐..." "....."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정말인가? 선우현은 진심으로 선생님을 좋아하는거야? ....그렇게 배려할만큼?? ......예상외의 녀석에게서 순정을 발견해서......... ....................................나는 정말 놀라고 있었다. * 사족 - 나의 반, 그의 반.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32편은 빨리 올라왔죠? ^^) 원래는 속편을 잘 안쓰지만..(제가 속편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나의반, 그의반은 거의 다른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한 속편입니다. 내 모든 것을 굳이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을듯..^^ 참..(제가 이반은 아닙니다만)이반 커플에게 '아기'라는것은 큰 딜레마인것 같습니다. 아기를 싫어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꼭 아기를 갖고 싶다면..그건 참 큰 문제겠죠. 특히 저희 나라 같은 경우에는..이반 커플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기때문에.. 그 아이가 커서 받을 냉대나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선뜻 입양도 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둘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것 같습니다. 아이를 바라지만..아이를 가질 순 없겠죠. (과학이 발전하면 뭐 또 어떻게 되겠지만..하하.^^) 둘의 봉급이 재형이에게 모두 들어가도 하나도 아깝지 않고.. 자신들이 나중에 잊혀질지도 모르지만..계속 주고싶은건.. 아마 두 사람의 몸속에 자신도 모르게 흐르고 있는 부성애 때문일지도 모르고.. 사람은 단 둘이서만 살기엔 너무 외로운 동물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긴 시간을 재민이와 은형이만 살기엔...외롭잖아요.^^ 분명히..재형이는 둘의 좋은 아들이 되었을겁니다. 특히 뛰어나진 않지만..또 부족하지도 않은 아들이요. 재형이가 정말 천재였겠나요..(웃음) 부모들에게 자기 아이는 전부 천재죠..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행복한 두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주시길 바라면서..^^ 이만.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 - 호밀밭의 파수꾼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 - 4인방의 노트♡ 2002/08/06(05:35) from 210.117.113.24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조회: 78, 줄수: 609,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 - 호밀밭의 파수꾼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High And Dry by Radio Head You'd kill yourself for recognition Kill yourself to never ever stop You broke another mirror turning into something you are not 인정받으려다가 자신을 희생하고 말겠지 자신을 죽이고 멈출 수 없는 삶을 살거야 또 거울을 깨뜨리고 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해 가고 있어 * 선우현의 외전 - '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옛날부터 어디서든 그다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내 말은, 내 자신이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났다는게 아니라(그렇게 오해하면 곤란하다) 내 자신이 어디든 그다지 소속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자의식 과잉때문때도 있고, 자기 혐오때문일때도 있다. 가끔씩 기분이 나쁠때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볼때면 끔찍하다. 찢어진 눈매라던지, 붉은 입술같은 부분이-다른이의 표현에 따르자면 '여우새끼같은 그 눈과 입술이'- 나 자신을 견딜수 없이 스스로 '재수없어'라고 생각하게 할때가있다. 좀더 확실한 눈매와 옅은색깔의 입술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언제나 그런것은 나의 의지와는 어긋나게 마련이다. 언제나 원하는것은 꼭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말이다. 그렇기때문에(원하는것을 얻을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100% 만족하지 못한다. ' 아, 좀더 콧대가 높으면 좋겠다....' ' 수능점수가 딱 40점만 높았으면 좋겠다..' ' 노래를 좀더 잘했으면 좋겠다....' ' 몸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 그 사람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 '...했으면 좋겠다...'이라는 간구형문장에 끝은 없다. 누구나 그런 '...뭐뭐 했으면 좋겠다..'이라는 표현만큼은, 아무리 문장솜씨가 딸린다고 하더라도..A4용지 30매도 거뜬히 채워낼 수 있을것이다. 나또한.. ' 눈매가 좀 덜 여우새끼 같았으면 좋겠군..' ' 지나가는 변태가 날 좀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 좀더 활발한 성격이었다면 좋을지도....' 하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간구하는 것은...... '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 **** 우리 가족은 놀랄정도로 단결력이 없는 집안이었다. 회사에서 꽤 높은 직책에 있는 우리 아버지는 좌천을 무서워하여 이혼을 하진 못했지만, 대신 별거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바람기를 참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매일밤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것을 아버지는 싫어했다.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닮은 나도 싫어했다. 물론 내게 대놓고 '네 어미를 닮은 네가 꼴보기 싫다!'라고 외친다거나.... 새디스트의 기질을 십분발휘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으스러뜨린다던가.. 그런일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대외적으로는 '신사'였기 때문에..) 단지, 어린아이로서도 느낄수있는 적의와 분노, 증오, 무시..같은게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 가득히 담겨있었다는 말이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그다지 잘생긴 남자가 아니었다. 40대에 이미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운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배는 나왔으며, 언제나 극도의 자기 혐오와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는 소인이었다. 미모의 어머니와 결혼을 하기는 했으나, 그는 언제나 불안해했다. 어머니가 외출을 했다가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언제나.. 당신 어디 다녀왔어? 늦게 왔잖아? 다른놈이랑 놀아난거 아냐? 등등.. 끊임없는 의혹과 질문을 퍼부어댔다. 아버지는 '자신감이 없으면 남도 나를 업신여긴다'는 진리를 40이 되어서도 체득을 못한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한심해했다. 사실 내 생각에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좀더 자신을 아끼고 어머니에게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면, 어머니는 그렇게까지 바람을 피우진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언제나 당당한 사람앞에서는 조금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하질 못했다. 언제나 의심과 두려움으로 어머니를 비난하면서도 자신감은 없었다. 아버지는 돈으로 어머니의 환심을 사려했다. 명품, 큰집, 큰차, 좋은 음식... (사람을 돈으로 사로잡는데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모르는것인가?) 물론 어머니는 그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모자랐다. 그녀는 좀더 자신을 사로잡을만한 자극적인것을 바랬다. 이를테면, 멋진 남자와의 섹스. ..이런것을 말이다. 둘은 맞지않는 한쌍이었다. 나와 형 그리고 내 여동생은 집안구석 자체를 싫어했다. 만나기만하면 사채업자와 저당잡힌 빚쟁이처럼 으르렁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때문에 끔찍해했다. 나보다 5살이 많은 나의 형은 -참으로 의심날정도로 잘생긴 나의 형은- 음악을 하겠다며 유학을 갔다가.... ....3년만에 돌아왔다. 자기의 말로는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형은 첼로를 했었는데.... ' 분명히 연습한다면 수준이상의 첼로 연주솜씨를 가질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그정도로는 먹고살수가 없단 말이야. 예능은 공부와는 달라서 최고가 아니면 버림받을수밖에 없거든' 라고 말했다. 그리고...나는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가수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사람은 길가에 가로수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0.0000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말이다. 여하튼..형에게서 특기할만한 것은...형은 어머니와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함께 섹스를 했다-는 말이다. 어쩌면 둘은 잘 맞는 한쌍이었는지도 모르지. 잘생긴 대학생과 돈많은 유부녀. 단지 둘이 어머니와 아들이라는것만 빼고. 아마 내가 게이가 된데는 두사람이 단단히 한몫했다해도 과장은 아니다. 여동생이 레즈비언이 된데에도 단단히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아버지도 분명히 그 사실을 알고 계실것이다. 그렇게 문을 활짝열어놓고 해대는데...누군들 못보겠는가. 정말 가끔씩 그 둘을 보고.. '차라리 길거리에서 하지 그래!!'라고 외쳐주고 싶을때가 있었다. 나는 정말 가끔씩 그 둘을 볼때면 어른이 되고 싶지않았다. 쾌락을 좇아 이것도 저것도 모두 내팽개치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어른이 되고싶진 않았다. 나의 여동생은.. 참으로 무심할정도로 아무생각이 없는 아이었다. 꿈도, 희망도, 그나이 또래라면 가질법한 들뜬 미래도.. ...어쩌면 침침한 가족분위기에 물든채 자라나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자'라는 동물 자체를 바퀴벌레보다 싫어했다. 그리고 그 '남자'중에서 형을 제일 싫어했다. 그 다음이 나다. 나는 정말 억울하다. 나는 어머니와 손한번 잡아본적없는데 형과 도매금으로 떠넘겨진다는것이 기분나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십분이해하기에...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하튼 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일같이 싸웠다. 그것은 가벼운 말다툼이 될때도 있었고 집안을 날려버릴정도로 격렬한싸움일때도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동안 사모은 명품을 아낌없이 던지며 싸움을 하고있을때면... ........대부분의 시간에 책을 읽었다. 참으로 안어울리지만 나는 책이 좋았다.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제꼈는데... 특히....그 중에서도 성장 소설을 좋아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앵무새 이야기.. 이런 류의 '성장소설'말이다. 그리고...나는 데미안의 싱클레어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견딜수 없이 좋았다. 나는 스스로가 '동일인물'라고 표현할정도로 홀든이란 인물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그토록 좋아하게 된 이유로는.. 비틀즈의 존 레넌을 죽였을때 그 저격자가 손에 들고있던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었으며, 그가 '나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길 바란다' 라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소설을 지은 샐린저라는 작가 자체가 매력적인 인물이었기때문이기도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렇게 홀든에게 빠져버린 나는..... 중학교때 장래희망에.........'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적어넣었다. 나는......진정으로 그렇게 되고싶었다. 그리고.....다음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교장선생님과 마주앉아 면담하게 되었다. ' 그...아드님께서 성적이 뛰어나다고는 볼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농촌으로 내려갈만큼 낮은 성적은 아닙니다. 아드님에게 다시한번 장래희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말씀해주십시오.' .......빌어먹을 교장. 그는 분명히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내 말에, 논둑에 앉아서 훠이~훠이~하고 참새를 내쫓는 농부의 모습을 상상했을것이다. 학교 교장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권이 팔려나간 명서를 읽지도 못했다니! 어린 나는 흥분했다. 아무도 내 생각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어른들이란..!! 어른들이란!!!!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행위였다. 차라리 남들 하는대로 '의사'라던가..'변호사'같은것을 적어넣었다면 아무런 탈이 없었을텐데. 사람은 가끔씩 자신의 생각을 곧이 곧대로 표현하지 않는게 좋을때가 있는법이다. 자신의 담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면상에 대고 '난 당신이 재수없어'라고 말하지 않는게 좋다는 얘기다. 그것은 예의라던가 범절이라던가 하는 시시껄렁한 이유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하는게 살기편하기 때문이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고등학교때도 다시한번...'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적어넣고 말았다. (......나는 가끔씩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할때가 있다.) 그리고 역시나 다음날 상담실에 불려갔다. 하지만 나를 상담한 사람은 배불뚝이 교장도 아니었으며, 빛나리 교감도 아니었다. 나를 상담해준 사람은 젊고 다정한 눈매에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를 가진 세계사 선생님이었다. 그는 내 학생기록부를 보더니 눈웃음을 지었다. ' 나는 세계사 선생님인 여도진이다. 상담선생님도 겸하고있지' .....'여'씨라...특이하네. 그는 내 학생기록부의 장래희망란을 손끝으로 톡톡치더니 말했다 ' 장래희망이 재미있었어..독특하더군. 분명히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의미한거였지? ' .....가슴이 뛰었다. 내가 말하는것을 한번에 알아들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 맞아요! 제가 말했던게 바로 그거였어요! 하지만 나는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를 몰랐다. 너무 놀라고 너무 기쁘면 무표정이 된다는것을 생전 처음 경험했다. 그는 안경을 벗으면서 눈을 비비며 말했다. '...나도 어릴적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한적이 있었다. 홀든이 마치 나같아서...나는 오랫동안 방황했어.' ....두근두근. 발견했다. ..............나와 맞는 사람. .....................'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 그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 그러고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한동안 금서였다는것도 이해가 돼.' '.......맞아요.' 내가 대답하자 그는 흥미롭다는듯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의 눈길을 받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다. 그는 안경테를 조금씩 자근자근씹다가 조용히 말했다. ' 겉보기로는 지극히 얌전해보이는 사람도...사춘기를 겪지. 불안과 좌절로 밤을 새우고, 때로는 누구를 사랑하면서 가슴앓이를 하기도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고민하기도해.' '.........' '나만이 홀로 남겨진것같아서 눈물을 흘릴때도 있고, 외로움에 몸부림칠때도 있지. 아무도 내 생각을 몰라준다고 자기 혼자 서운해하기도해.' '........' ' 어른들의 세계를 더럽고 추하고 야비하고 구역질나게 여기면서.. -어른들이란! 어른들이란!!하고 외쳐대기도 하지.'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어른이 된다는건 어려운건가봐.'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따라 웃었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내 생각에 너는 성장의 열병을 다른이보다 좀더 심하게 겪는것 같아. ' ....성장의 열병.......성장의 열병..... ........아, 나의 병명은 그것이었나? ' 나도 그랬어. ' 그의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만같다. 그 사람을 붙잡고 계속해서 얘기하고싶다. 누구에게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부모와 나의 형제와 나의 고민에 대해 털어놓고싶었다. '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 - 바로 그와 말이다. '.......하지만 소년은 어른이 되기 마련이야. 되기 싫다고 몸부림쳐봤자, 세월은 흘러가고 나는 어른이 되어있지.' 그의 말이 마치 마법과 같이 내 귀를 적셨다. ......내 모든것을 꿰뚫어보듯이 조용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포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좀더 넓은 세상을 보고,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봐.' '.........' ' 홀든은 결국 피비의 사랑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돼.' '.........'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니까.' '...........'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냥....그가 어떻게 내 맘을 그렇게 거울같이 읽어낼까 놀랐을뿐이다. 그는 내가 아무말이 없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조용히 말했다. '......역시나...부질없는 상담이었나? ' '........' ' 상담이 별로 감화를 못준다는것을 알면서도...나는 할때가 있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머리를 넘겼다. '........아니오.' 나는 나도 모르게 작게 대답했다. '...뭐라고? ' 그는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말했다. .....나는 평생 처음으로 말하는게 그렇게 부끄럽다는것을 알았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한번 말했다.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오 마이 갓. - 좋은 말씀 -...표현 한번 죽여주는군. ' 아..그..그게 아니라.....'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마치 설교를 들은자의 대답같지 않은가? 내가 말해놓고도 나는 수습을 못해서 버벅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흥미롭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내 얼굴은 보나마나 벌개져있을것이다. ' 생각보다...소년이었네.' 그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왠지모르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는 시계를 흘깃 쳐다보더니 말했다. ' 밥먹을 시간이로군. 너는 밥먹으로 안가나? ' '.......갈거예요.' '....선우현. 맞지? ' 그가 내 이름을 '선우현'이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 했다. 마치 김춘수씨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가 나를 꽃이라고 부른 순간, 나는 꽃이되었다' 고나 할까.... 나는 순식간에 '꽃'이 된기분을 느꼈다. '...네.' 그는 의자뒤에 걸쳐두었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너는 다른사람보다 감수성을 좀더 많이 가지고 태어난것 같아. ..........예술적인 기질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 ' 예능방면은 싫어하나? ' 그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안경을썼다. 형이 했던말이 생각난다. - 예능은 힘들어. 최고가 아니면 밥먹고 살수가 없지. '......아뇨' 예능을 비방했던 자신은 온데간데 없이 그의 말에 순응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 나는 이렇게 주관이 없는 사람이었던가? '......그래? 그럼......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 ' 그는 그렇게 말하고 한번 웃어준뒤 상담실을 나갔다. ..........예능.................예술.......................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가 나간 상담실 문을 바라보면서 나의 장래에 대해 고민했다. * 사족 조금은 어렵고 무거운 내용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외전이니까-_-;'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없이 썼습니다. 선우현은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소년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불안정한 가정의 영향이 크죠.(특히 형과 어머니말입니다.) 선우현은 그 나이 또래에 비해서 조숙했기때문에, 혹은...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기때문에, 자신과 말이 통하는 세계사 선생님에 대해 동경에 가까운 애정을 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그 유명한 '난 온종일 그 일만해. 말하자면..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나 할까.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라는 구절에 몇일동안 헤어나오질 못하기도했었죠-_-; 그..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보면.. 괴짜 소설가가 한명나오죠? 그의 모델이 이 소설의 작가인 샐린저라고 하더군요. 선우현은..확실히 좀 정신연령이 높은 소년일지도..;;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33~34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29~32 2002/11/16(13:54)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추천: 1, 조회: 94, 줄수: 4013,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33~34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SAVE MEby Queen Save me Save me Save me 날 구해줘..날 구해줘..날 구해줘....... I can't face this life alone 나는 이 생애를 혼자 맞설수가 없어. Save me Save me Oh... 날 구해줘..날 구해줘...오...... I'm naked and I'm far from home 나는 벌거벗었고...나는 집에서 너무 멀리와있는걸. * 이선재 시험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우리학교는 시험이 좀 어려운편인데.... 때문에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을수가 있다. 학교 아이들의 향학열도 좋기때문에- 조금만 고삐를 늦추면 전교등수 세자리가 새겨진 성적표를 받을수있다는 뜻이다. "끄아아아아---" 종례할때가 되자, 수업시간에 아무리 귀를 잡아당기고 볼펜으로 얼굴을 쑤셔도 안일어나던 창욱이가 스스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고..반듯-_-하게 앉는다. "후훗, 집에 갈때구나!!+_+" ........점심시간과 종례시간을 느끼는것은 야생동물의 수준에 가까운 창욱이가 눈을 빛내며 미리미리 책가방을 싸고있다. "얌마-_-+, 너 어젯밤에 또 10시에 잤지? 그러고도 잠이 오냐?" 내가 창욱이의 구렛나루를 죽죽잡아당기면서 말하자, 창욱이가 눈물을 찔끔흘리면서 대답한다. "헉!! 응! 알았어~! ㅠ_ㅠ 놔줘..아파아...ㅠ_ㅠ" 나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창욱이가 (물론, 강철보디인 녀석에게 동정은 금물이다만..) 짠하게 생각되어서 잡고있던 구렛나루를 놓아주었다. 끼익-하는 소리와함께 문이 열리고 언제나처럼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1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것만 같은데, 그 이유는 언제나 학급일지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시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세가 좀 구부정하시지. .......가끔씩은 저 안에 뭐가 적혀있는지 보고싶다고 생각한다. "차렷." 인선이가 일어나서 구령을 붙이자 책가방을 싸던 아이들이 손을 멈추고, 잡담하던 아이들도 말을 멈춘다. "경례." "안녕하세요!!! x 30" 원래는 학급 정원이 33명이니....x 33이 되어야 하지만... 저기서 자고있는 선우현.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홍영진. 언제나 인사라는것은 무시하는 최대통 덕택에...33 - 3. (난 정말 이자식이 시러-_- 인선이가 구령붙일때 한번도 인사를 안해! -_-+) "..........다음주 월요일이 시험이지?" 조용하지 않으면 안들리만한 작은 선생님의 목소리. "네에에에---" 김이 다 빠진 콜라같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피슈슈슈--하고 새어나온다. 아..ㅠ_ㅠ 진짜..'시험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어요오오!/ㅠ_ㅠ/' "...오늘 토요일이고 주말이지만.. 오늘 내일 공부한 사람이 성적이 더 잘나온다는건..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ㅠ_ㅠ 네에에..." "...........집에 있으면, 덥고...놀고 싶어질테니..근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게 좋을거다.." 흐흠..도서관.. 그래....도서관에나 가볼까........ 사실 우리는(나,창욱,인선)은 공부할때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편이 아닌데.. 인선이는 본래 도서관같은곳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창욱이는 가면 잠만 퍼자는데다가.. 나는 나머지 둘을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 가고싶지 않았다. "그럼..이만." 인선이의 구령이 한차례 더 이어지고, 아이들은 부산히 일어나서 책가방을 매고 집에 갈 준비를한다. 나는 책가방을 매던 인선이에게 외쳤다. "야! 선인장아~ 우리 도서관가서 공부하자!!" "........도서관?" 조금 의외라는 듯 눈썹이 치켜올라간 인선.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좋아'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가야돼?ㅠ_ㅠ" 이미 책가방을 매고 집으로 한걸음을 뗀 창욱이가 '나는 보내줘..ㅠ_ㅠ'라는 표정으로 내게 애원한다. 그러나....... "당연히 가야지-_-+ 빨리 따라와!!!"....... 창욱이는 내 말에 '크아아악!'하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에게 꼬집힐 일이 눈에 선한가보다. 나는 창욱이에게 한번 '흥!' 하고 외쳐주었다. "너도 가지." 선인장의 목소리에 누군가해서 돌아보니.. 인선이가 재경이에게 너도 가자고 권유하고 있다. 오오...한집에 살다보니 저리 친해진건가?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선인장이 딴사람더러 어디 함께 가자고 하는거 처음본것 같다. 재경이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면서 고민하는것 같더니..(아...귀엽다...) 고개를 끄덕인다. 재경이 옆에 앉아서 책가방을 챙기는 승호. "승호야!!! 너도 가자~~!!!" 내가 외치자 승호는 쓰고있던 무테안경을 벗으면서 말한다. "......흐음........그럴까.......집에 가면 정말 공부 안하는데....." 안봐도 비디오다, 현승호. 니가 할리가 없지-_-+ "자-_-! 날 따라와라, 내가 확실히 공부시켜줄테니이!!!" 내 말에 승호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앉아있는 선우현에게 가서 자고있는 현이의 등판을 두들긴다. 현이는 부시시일어나서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도서관 가자." 잠시 승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선우현. "싫어." 라고 말하고 다시 책상에 엎드린다. .......-_-;;;;;;; ".......일어나-_-+ 너 공부할시간도 없잖아." 선우현의 머리를 톡톡치면서 말하는 승호. 선우현은 다시 부시시일어나 승호의 얼굴을 빤-하게 쳐다보더니.. "좋아." 라고 대답한다. ..........................-_-;;;;;;;;;;;;;;;;;;;;; 참..선우현은 재밌다니까... 물론 학교에서 제대로 현이를 보는 시간은 점심시간에 밥먹을때 밖에 없지만.. 선우현은 별로 말도 없고, 잘 웃는편도 아니다. 좀..차가워보인다고나 할까..... 나는 책가방을 싸던 현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승호 앞자리에 앉은 홍영진을 보았다. ......그래도.......밥..같이 먹는 사이인데말이지..... 게다가 왠지..이렇게 모이면....점심시간에 밥먹는 것처럼.. 선인장, 이창욱, 현승호, 한재경, 선우현, 홍영진,나.. 이렇게 꼭 7명이 모여야할것만 같은 느낌이... 게다가..처음에는 굉장히 싫어한 홍영진이었지만, 같이 지내다보니 본래는 그렇게 나쁜녀석은 아닐거라는 생각마저도 드는것이다. 나는 말할까말까 고민하다가..홍영진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너도 가자." 종례시간 내내 창밖을 쳐다보던 홍영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아이쿠, 깜짝이야.. 녀석의 초록색눈동자에(아..물론 칼라렌즈지..)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고나 할까. 한순간..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서인지 안그래도 좀 하얀 홍영진이 없어질것같이 보였기때문이다. 홍영진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아니.' 라고 대답하고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따라 홍영진이 좀..얌전해 보인달까..여하튼 좀 달리보인다. 나는 예전같으면 말도 못건네봤을 홍영진이지만, 요즘들어 괜시리 현승호에 눌려서 짠해보이는 영진이에게 다시 한번 권유해봤다. "......같이 가지..." 내 말에 창밖을 바라보던 홍영진이 다시 나를 바라봤다. 영진이의 표정은 좀 놀란표정이라서 나는..갑자기 좀 쑥쓰러워졌다. "흠..밥도 같이 먹으니까....뭐, 도서관도 같이 가자는 얘기지." 내 말에 홍영진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권유해 준건 고맙지만..나는 일이 있어서." ......나는 놀랐다. 우슨...'권유해 준건 고맙지만' <--이 대사가 너무 홍영진과 안어울렸기 때문이었고.. 홍영진의 목소리가 굉장히 낮고 고분고분하다는데 놀랐다. 이자식..상스러운 소리만 할 줄 아는지 알았는데..격식 차린말도 잘 하잖아..? ....사람이 달리보일정도였다니까.... "아......그래, 미안." 내가 그렇게 말하자...홍영진은 고민하는 표정이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아이들은 모두 빠져나가있었고.... 인선이와, 재경이, 그리고 승호와 현이가 이쪽을 흥미롭다는듯이 지켜보고있었다. .....///////무안하게!ㅠ_ㅠ 팔짱을 끼고 이쪽을 보고 있던 승호가 조용히 말한다. "......오늘 바쁜일이 있나?" 홍영진의 표정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긴....내가 생각해도 같이 도서관가자는 권유는 홍영진에게 처음이었을것 같다. 홍영진은 침을 한번 삼키고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도 같이 갔으면 좋겠지만...오늘은....다른 약속이 있어서." 조용한 홍영진의 목소리와 녀석의 얼굴로 비치는 햇살때문에.. 여하튼 오늘 녀석은 평소때와는 다르게 보인다. "...다음엔 같이 가지." 승호는 선우현과 함께 서서 조금 웃으며 홍영진에게 말했다. 홍영진은 놀란듯 해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내가 말하자 나머지 녀석들이 책가방을들고 교실을 나간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교실을 빠져나가면서 조금 고개를 돌려 홍영진을 바라봤다. 아까처럼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 홍영진. 교실에 홀로남은 녀석의 모습이..왠지 모르게 좀..............쓸쓸해 보였다. *****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도착했다. 허나 도서관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도서관 아저씨 왈.. "허허...다른 학교도 시험기간이어서 그런지 남은 자리가 하나도 없네." .....ㅠ_ㅠ..... 오랫만에 공부좀 해볼라했드만... 아으으으으!!! "......미안해. 괜히 오자고 했나봐." 내가 말하자 선인장이 내 어깨를 툭툭두들기면서 말한다. ".....뭐가 미안해. 어쩔수 없는거지." 내가 한숨을 내쉬는데 귀에 접수된 소리. "...............유료긴 하지만 근처에 도서관이 있기는 한데....." 누군가해서 돌아보니........선우현이었다. .......헉!! 선우현이...'도서관'을 안단말인가? 다른 아이들도 모두 놀란 표정이다. (선인장마저 놀란표정이었다면 이해하겠는가?) "......야, 너 도서관도 다녀본적 있냐?" 놀란표정의 승호. 승호의 말에 선우현이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곳은 24시간 개방이라서 잠자기 좋거든. 조용해서 잠이 잘와." .......;;;;;;;;; ........그럼 그렇지-_-;; "얼만데?" 내가 묻자 선우현이 대답한다. ".....10시간에 1000원." .......-_-;;;;;;;; 1시간에..100원?-_-;;;;;; "사실은 500원이었는데, 책상을 새로 바꾸기위해서 요즘엔 돈을 더 받는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그런것까지 아냐?" 놀라운 표정의 현승호. 선우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거기 아줌마랑 친해." .....................-_-;;;;;;; "여하튼..가보자-_-;;;;;;" 내 말에 선우현이 슬렁슬렁 앞장을 서고.. 우리 역시 어쩔수 없이 선두를 따라 슬렁슬렁;;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 그곳은 학교에서 가까운 높은 고층빌딩 맨 윗층에 있었다. 맨 윗층에 '금자탑 도서관'이라고 적혀는 있었지만... .......누가 맨 윗층에 달린 이름을 볼수가 있겠어... .....참.....;;; '청소년을 위한 학업의 산실'이라는 푯말이 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유리문이 보이고(그 안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돈을 받는곳인지 안내 데스크같은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앉아계시던 할머니에 가까운 아주머니가 선우현을 보더니 반긴다. "아이, 어인일인교? 진짜 올맨이네.." 사투리가 억센 아주머니가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으면서 선우현을 반긴다. 선우현은 조금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네." "오늘도 잘라꼬? 이불주까?" ....-_-;;;;;주인아줌마도 니가 잔다는걸 아는구나.;; '이불주까'라니.. 아주머니의 대사에 현승호가 피식 웃는다. 현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뇨, 오늘은 공부할려고..." "오메!! 왠일이여?????" 아줌마는 박수까지 치며 놀라워하셨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 "오늘은 공부하러 왔응께, 내가 공짜로 보내주께." 선우현은 기겁하더니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아뇨, 받으세요." 주머니를 부스럭거리더니 우리몫까지 6천원을 건네는 현이. 아주머니는 사양했지만 현이는 끝끝내 아주머니의 손에 6천원을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아줌마." 아줌마의 손에 6천원을 쥐어주면서 현이는 조금 웃었다. ...평소때는 차갑게 보이고, 좀 어른같아보이는 선우현이지만 방금 웃을땐 정말 소년같았다. 참, 역시 사람은..오래 사귀고 볼일이다. 아줌마는 쑥쓰럽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게 뭔말이꼬..? 언능 들어가서 공부해라. 내 맛있는거 갖다 주께." 우리는 '감사합니다!'라고 합창하듯이 말하고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고있다. ' 부스럭'하는 책장넘기는 소리와, '사각사각'하는 연필소리... 그리고 아주 작은 잡담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공간. 혹시나..?해서 창욱이를 올려다보니, 창욱이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_-;;;;; 네 이놈, 그렇게 공부를 싫어해서야..;;;; 여기 도서관은 특이하게 공부하는 책상이 원탁책상이었다. 물론 굉장히 허름하긴 했지만..의자도 허름하고...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공간이다. 6인을 위한 원탁책상에 우리는 빙둘러서 앉았다. 우리가 앉자마자 아주머니가 환타나 쿠쿠다스 그런 과자를 들고오신다. 손도 크시지......;;;; 쟁반 가득히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다-_-;; 저거 언제 다 먹고 갈려나...;;;;;; 원탁 책상에 쟁반을 올려놓은 아주머니는 엄청 조그만 소리로 말씀하셨다. "미안해, 과자가 별로 읎네. 머슴아 6명이라 많이들 묵을낀디..(소근)" .....아뇨-_-;; 엄청 많아요..ㅠ_ㅠ 저희 다 못먹습니다....;;;;; "아니예요..아줌마.(소근)" 선우현이 말하자 아주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많이들 묵고, 공부도 열씸히 하그래이. 필요한거 있음, 부르고.(소근)"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셨다. "야..여기 엄청 좋다..(소근)" 과자가 나오자 사색이었던 창욱이의 얼굴에 금새 화색이 돈다. ....아휴, 못말려. 이창욱 너에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창욱이의 말에 선우현이 피식 웃는다. 우리는 과자를 먹으면서 작은 소리로 잡담을 나누다가...책을 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 "감사합니다.(소근)" ".....음..쓰빠시바.(소근)" "천만에요.(소근)" "...아..뭐더라...음....니 자 쉬또??(소근)" "맞았어. 음..그러며는..미안합니다.(소근)" "......음...........음......................................음..........................." .......니가 정말 러시아어 선택이 맞니?-_-; 러시아어로 미안합니다도 모르면 어떻해!! "이즈비니쩨잖냐!(소근)(퍽!)" 창욱이에게 기본 러시아회화를 물어보다가..내가 먼저 속에서 불나버리겠다. "빨랑 외워!(소근)" 내가 러시아어 선생님이 내주신 힌트를 정리해놓은 공책을 창욱이에게 건네주자, 창욱이는 울상이되어서 고개를 끄덕인다. 중얼중얼 거리면서 내 노트를 보고 열심히 암기하려는 창욱이. 못말려, 못말려....두손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젓고 원탁에 둘러앉은 녀석들을 둘러봤다. ......흐음......예상외로 공부들을 열심히 하고 있네...... 녀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나는..흥미로운 사실을 한가지 발견했다. .....음..(사실 별로 흥미롭지 않을수도 있지만) 바로..넥타이. 우리학교 하복에는 넥타이가 있는데... (블레이져라 동복에도 있다. 한마디로 사시사철 넥타이매고 다닌다.) 윗도리는 흰색 반팔에 소매끝은 남색 천으로 덧대어져있고.. 어깨에는 옆으로 길게 뭔가가 덧대어져있다.(좀 군복같이 보이게말이지..) 앞에는 별로 예쁘진 않은 학교 앰블럼이 달려있으며.. 바지는 사시사철 짙은 남색 긴바지다. 때문에, 흰 반팔남방에 넥타이, 짙은 남색바지로 된 우리 교복을 보고, 딴 학교애들은 '사관 생도복같다'라고 평하곤한다. 여하튼 우리 학교 교복은 꽤 괜찮은 편에 속한다. (감색에 나비넥타이보다 훨씬 낫겠지, 뭘.) 그런데 그 교복에 있는 넥타이가 마치 녀석들의 성격같아서 재미있었다..그 말이다. 우선..선인장은... 넥타이에 '바로 이것이 넥타이 매는법의 정수입니다'라고 써붙이고 싶을정도로, 바르고 정확하고 깔끔하게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넥타이뿐만 아니라, 윗도리와 바지도 최소한의 구김만이 자리하고 있다. 셔츠의 칼라도 빳빳한 편이다.(그렇다고 목이 베일정도로 빳빳한것도 아니다.) 선인장이 결벽증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깔끔한 성격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선인장이 교복을 입으면 정말 제복같이 보인다는게 신기하다. 그..우리가 입으면 '학생같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선인장이 입으면 '댄디한 해군 변호사같다' 이런 느낌이 든다..이말이다. (어 퓨 굿맨에서 나오는 탐크루즈가 입는 그런 제복같이 말이다.) 역시..옷도 옷걸이 나름이다. 그 옆에 앉은 재경이도...(샤프심이 안나오는지 귓가에 샤프를 흔들어보고 있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있다. 얼굴이 워낙 동안이고, 또 키가 작아서인지, 선인장만큼 넥타이가 썩 잘어울리는것은 아니지만....꽤나 잘어울린다. 눈동자가 남색이라서 그런지 교복과 더 잘어울리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재경이가 교복을 입고있으면 거기에 남색 베레모를 씌워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왠지 너무 귀엽게 잘 어울릴것 같거든..쿡쿡. 그리고..그 옆에 선우현. ......넥타이..............;;;;;;...................없다. ......앰블럼...............;;;;;...................없다. 우리학교 학생임을 증명하는것이 하나도 없는 교복. 명찰..있을리가 없겠지. 선우현은 뭐가 불만인지 얼굴을 찡그린채 샤프를 손가락을 빙빙 돌려가며 교과서를 째려보고있다. (그것은 정확한 설명이다. -째려본다는 말 말이다. 정말 선우현은 부모님의 원수라도 되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째려보고있었다.) 앞단추를 하나 풀러제끼고 있는데 셔츠 칼라만은 빳빳해서 그나마 깔끔한 느낌을 준다. 여기저기 구김이 가서 그다지 깨끗해 보이는 교복은 아니지만..... .....역시 얼굴이 얼굴인지라 아무거나 입어도 어울린다.(무섭구만!) 그 옆에는..현승호. 참....승호 녀석이 재밌는것이... 넥타이를 매고는 있다. 물론 앰블럼도 달려있지. 하지만 넥타이가 조금 느슨-하다는게 포인트하다. 풀어지다 만듯한 넥타이. 일부러 느슨하게 한것처럼 보이지 않는....자연스러운 느슨함이 있었다. 조금은 느긋한 녀석의 성격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다. 턱을 괸채 수학문제를 풀고있는 승호. (분명히 또 +와 -를 헷갈리고 있는게 분명해.) 잘 안풀리는지 무테안경이 흘러내리는것도 모른채 노트를 바라보고있다. 그 옆에는......-_-;;;;; 창욱이. 이놈은 넥타이를 매고는 있으나... 참..단정히 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이지만..... ......삐뚤어져있다!ㅠ_ㅠ 이말씀이다. 아흑!!! 정말 열심히 맸다. 지지리도-_-;손재주없는 창욱이가 단정하게 보일려고 열심히 맨 흔적이 보이기는 하는데.. 이봐, 유감스럽게도 조금 옆으로 5도 정도 삐뚤어져있다구... 하지만..수고 했어-_-; 아침에 일어나서 졸린눈을 비비며 넥타이를 매려는 너의 노력이 눈에 선해. 100점 줄게. 옆에서 러시아노트를 보면서 졸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창욱이가 짠해보여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 조금 쉴까?(소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번쩌 말하는 창욱이. "하라쇼~~~(좋~습니다~~) !!!" 승호는 피식 웃어버렸고, 나는 창욱이녀석의 뒤통수를 한대 시원하게 때려줬다. ***** "나는...가봐야겠다.(소근)" 결국은 샤프한번 안써보고 교과서를 째려보기만하던 (눈으로 공부해요?!인가?-_-;;;) 선우현이 8시가 되자 가보겠다고 말했다. ".....알바가려고? (소근)" 옆에서 승호가 묻자 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현이 알바하나보구나..근데 굉장히 늦게 시작하네..? ".......흠......나도 가야겠다.(소근)" 2시간에 한과목씩 끝내버린 인선이가 조용히 말한다. .....한과목에 겨우 2시간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전교 1등을 놓아주지 않는 저 녀석! 아아..ㅠ_ㅠ 정말 공부는 타고나야 하는것인가? 인선이를 올려다본 재경이가 '나..나도' 라고 말한다. 옆을 바라보니 창욱이는 이미 가방싸고있다. ...-_-;;;;;; 아휴우우우... "다 같이 나가자(소근)" 내 말에 녀석들은 책가방을 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뜨개질을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놀라서 말씀하신다. "왜? 벌써 갈라꼬? 더 하고 가지." "많이 했어요." "그래..?? 아이고..다음에 또 와라. 담엔 과자도 더 많이 주께." ....아주머니..ㅠ_ㅠ 충분히 많았답니다. 이창욱이 없었더라면 다 못먹었을거라니깐요... "예.." 우리가 인사를 하자 아주머니가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해주신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있는동안 아주머니가 현이에게 묻는다. "요즘은 어디서 자나? 통 안오고.." "아...알바하고있어요." "아이고....알바? 니 걍 도서관 알바나 해라. 내 알바비주께." "뭘요, 아니예요. 거기도 좋아요." ".....얼굴이 더 홀쭉해졌다 안하나, 잘생긴 놈이 잘 묵어야 얼굴이 빛나제." "...잘 먹고 있어요." 아줌마는 아들래미를 보시듯이 등을 토닥여주신다. 선우현은 쑥쓰럽게 웃었다. .....참.....아까 교과서를 째려보던거랑은 대조되게...쑥쓰러운 표정이라니..쿡쿡. 엘리베이터가 다 올라오고 우리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아주머니가 '잘가고 담에 또 와라.'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네-'하고 합창하듯이 대답한 뒤 1층을 눌렀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나와서 잘가라고 인사 한뒤, (참 재미있게도 쌍쌍파티처럼..) 나는 창욱이와, 인서이는 재경이와, 승호는 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현승호. "너는 왜 이쪽으로와?" 내게 묻는 선우현. .......-_-;; "우리집도 이쪽방향이야." "아.....맞아 Bear's Tale이 너네집 근처였지.."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걸어갔다. 그러다가 선우현 녀석이 딱 멈춰서는 것이다. 나는 뭔가 해서 녀석과 함께 멈춰섰다. 선우현은 길구석에있는 골판지 박스속에 앉아있는 노인을 바라보고있었다. ......??? 왜 갑자기....??? 나도 뭔가..해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후즐근한 옷을 입고계신 할아버지는 몇일동안 굶으셨는지 뺨에 살이 하나도 없었다. 비쩍마른 몸이 후즐근한 옷과 함께 측은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 할아버지는 길가에 골판지 박스를 두고 그 안에 강아지처럼 웅크린채 졸고계셨다. 할아버지를 바라보던 녀석은 아무말없이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가더니, 따뜻한 어묵하고 소주를 샀다. ........??????? 나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녀석의 뒤를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다니고있었다. 녀석은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나온 어묵과 소주를 들고 다시 아까 그 할아버지에게 갔다. 현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가가서 '할아버지'라면서 그를 불렀다. 졸고 있는듯한 할아버지가 현이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현이는 할아버지에게 어묵하고 소주를 건네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이거 드시고..지하도가서 주무세요. 지하도가 더 따뜻하고 좋아요." ............. .............................. ..................................세상에........... ...나는....뭐랄까........ ......정말로 놀라버렸다. ........모든일에 심드렁하고 반항적이고 관심없어보이던 녀석인데.......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말할때 현이의 목소리는 정말 따뜻했다. 녹아버릴정도로 말이다. 평소때는 여우같이 보이던 그녀석이, 강아지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이는 그렇게 말하고 그 할아버지를 일으킬려고 했다. 나는 무심결에 다가가서 현이에게서 그 할아버지를 받아 안았다. 할아버지는 정말 뼈밖에 없으신지 무진장 가벼우셨다. 현이는 놀란듯 나를 바라보다가....할아버지가 쭈그리고 앉아계셨던 골판지 박스를 들었다. "지하도로 가자." 현이의 말에 나는 근처에 있는 지하도로 들어갔다. 우리는 지하도에서 눈에 잘 안띄는 곳을 물색해서 그곳에 박스를 놔두고 할아버지를 앉혀드렸다. 현이는 할아버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물었다. ".....자제분은 있으세요?" 할아버지는 못알아들으셨는지 멍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신다. 현이는 조금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드님 있으시냐구요!" 할아버지는 그제야 웃으셨다. 노랗고 다 빠져버린 할아버지의 이빨이 왠지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우리..아들은 공부 잘해. 부자야 부자..착한 놈이지.." ....... ...................... ..........................부자 아들이 아버지를 여기다 앉혀놓고 데려가지도 않아? 괜히 내가 다 억울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자기 자식 자랑을 하시는것이었다. 어렸을때부터 똑똑했다...며느리도 이쁘고..착하다... ...딸래미도 있는데 녀석도 좋은데로 시집가서 잘 산다..자기는 기쁘다.... 현이는 입술을 깨문채 그 말을 듣고있었다. 그러다가 힘없이 말했다. "할아버지..어묵 식겠어요..어서 드세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어묵을 집어들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현이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제 가자'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없이 어묵을 드시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드시더니 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었고, 하도 작아서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입에 귀를 바싹댔다. 할아버지의 마른 눈가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할아버지는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고맙다." .......... ......................... .............................내 평생에.....그렇게 감동스러운 '고맙다'는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서 '맛있게드세요'라고 말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나는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선우현을 따라잡았다. 현이는 입을 꾹 다물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너도 들었지? 할아버지에게 아들 딸이 있다는거?" ".......응.." "할아버지는 자기를 버린 자식인데도 사랑해 주신다고.. 너도 봤잖아...기쁜 표정으로 자식 자랑 하시는걸.." .....나는 뭐라 대답할말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정성을 다해서 아들 딸을 키웠겠지." ".........." "자기 먹을거 다 자식에게 주고...없는 돈 저축해주면서 아들 딸을 키웠을거야. 열심히 공부시켜볼려고 가난하지만 노력하셨을거라고." "........" "그런데 다 크고나니까 돌아보지도 않아. 자기가 잘 되니까 가난한 아버지를 버렸어. 단물만 쏙 빼먹은듯이..자기 아버지를 잊어버렸다구. 자기 사는데 바쁘다고 자기 아버지가 상자에 앉아계시는데도 데리고갈 생각을 안한단말이야. 부자인데도!" "....................." 선우현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나는 왠지 모르게 녀석의 말을 듣자 가슴이 탁 막히고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선우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어른들은 비겁해. 다들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아." "........." "자기가 편히 먹고살려면 아버지고 어머니고 다 버릴수 있는게 어른들이야. 비겁해." "................." 선우현은 앞만 보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석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녀석에게 맞춰 걸었다. 선우현은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난 절대 그런 어른은 되고싶지 않아." ............. ..................... ....................나는.......정말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 우리둘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Bear's Tale앞에 도착했다. 약속이라도 한듯이 우리는 그곳앞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선우현은 바닥을 보고 서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 일은 잊어버려라." 현이는 그렇게 말하고 Bear's Tale로 들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선채로 녀석이 들어가고 난 뒤 삐걱거리는 허름한 Bear's Tale의 문짝만을 바라보고있었다. .....나에게 점심을 얻어먹을정도로 돈이 없으면서도, 할아버지에겐 어묵과 소주를 사주는 녀석. 나에게 장난으로 '내 애인이야'라고 말하면서도, 세계사 선생님만을 좋아하는 녀석. 학교를 싫어하고, 도덕선생님 수업을 무시하고 어른들을 경멸하면서도.. ......가장 도덕적이고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선행을 베풀줄 아는녀석. ......나는 그녀석의 무엇을 보고 있었던걸까? 나는 무엇을 근거로 녀석이 뻔뻔스럽고 낙지같은 녀석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것일까. 선우현을 외모로만 판단하고 있었던것은.. 다름아닌 나..아니었던가? 현이는 오늘일을 잊으라고 말했지만......나는 평생가도록 오늘일은 잊을수 없을거란 느낌이 들었다. * 이선재. 도서관에서 나와 배고프다고 보채는 창욱이를 데리고 근처 분식집에 들어갔다. 과자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2인분의 떡볶이와 잡채를 먹어치운 창욱이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아휴..못말린다. 두손 두발 다 들었다니깐... "가자." "응!"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잘먹었다고 말하고 카운터에 있는 껌을 한다발 집어서 나왔다. "아..나는 후식으로 사탕이 더 좋던데." 껌을 씹으면서 말하는 창욱이. "잔말이 많아!!" 내가 그렇게 말하고 등짝을 후려치자 창욱이가 웃었다. 우리둘이 잡담을 나누며 걸어가고 있는데 삐뽀삐뽀-----하는 요란스러운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동네에 있는 동광병원 응급실 앞에 서너대의 응급차가 급정거를 한다. 창욱이와 나는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응급차 문이 열리고 까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처참한 몰골로 간이 침대에 누운채로 응급차에서 내려진다. ".....조폭들이군." 창욱이가 무심결에 말한다. .....조폭들 말로만 듣긴 했지만....참.....사람이 저렇게........ ....조폭도..별로 할짓이 못된다......아니, 몹쓸일이다. 하얀 와이셔츠위로 빨간 핏줄들이 죽죽 그어져있는게 보이고, 배에서 창자가 쏟아질것만 같은 사람도 보이고.. 뼈가 부러진사람, 얼굴이 베인사람, 아프다고 울고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들을 데려온 사람들도 전부 몸에 어딘가 한군데씩은 이상이 있었다. 보기가 싫을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내가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으면서 '가자'라고 말하는데, 창욱이가 내 팔을 확 낚아채더니 당황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야! 선재야..저..저사람좀봐. 맞지? 맞지?????" 뭐가???? 나는 보기싫지만 고개를 돌려서 그쪽을 바라봤다. ....... ........... .........핏물에 젖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회색머리.... ....귀에서 피로절어 빨갛게 반짝이는 피어싱. ....피를 흘려서인지 밀랍같이 창백한 하얀 얼굴. .......저건........홍영진 아냐?????? 우리둘은 놀란얼굴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듯이 길건너편의 동광병원 응급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응급실로 뛰쳐들어간 우리가 영진이의 이름을 외치려고 하는순간.... "홍영..." 누군가에 의해서 강하게 입이 틀어막혔다. 위를 올려다보니 이마가 찢어진 조폭이 나를 내려다보고있다. 그의 이마에서 흐른 피가 내 이마에 떨어지고, 나는......온몸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창욱이옆에도 창욱이보다 더 크고 몸이 좋은 사람이 창욱이를 바라보며 서있다. "....해는 끼치지 않겠다. 하지만 도련님의 이름을 부르시면 안돼." 내 입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 나는 아직도 무서워서 그 사람이 내 입을 놓아주자 마자 창욱이 옆에가서 섰다. 창욱이도 그사람들이 만만해보이지는 않았던지 긴장한 표정이다. ......창욱이나 인선이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봤자, 그건 고등학생들이다. 학생이라는 말이다. 이 사람들은 진짜로 싸움을 해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차원이 다르다. 사시미를 휘두르고, 스패너를 휘두르고 갈빗대를 찌르는....그런 조폭들말이다. 우리둘이 발악을 해봤자, 조폭의 맨 말단 사람이나 이겨볼지 모르겠다. 우리는 영진이에게 좀 떨어진곳에서 영진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영진이는 머리가 터졌는지 회색머리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양복을 입고있는 영진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보인다. 응급실의 반대편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리고 영진이와 닮은 창백한 얼굴의 사람이 화난 표정으로 들어온다. 첫눈에 '아..영진이의 형인가보다'라고 알아볼 수 있는 얼굴. 가늘고 섬세한 얼굴선. 어딘지 모르게 서늘해보이는 얼굴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오자 마자, 누워있던 영진이가 번쩍 일어나면서 "죄송합니다. 형님."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그 사람은 영진이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영진이의 머리에서 피가 튀긴다. 너무 끔찍한 장면에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세상에. .........형제잖아.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정도로 닮은 형제잖아. 그런데.....영진이가 머리를 다쳤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다시 그 머리를 후려친단말인가? 조폭들은 다 그래? ......너무해. .........세상에.....너무해. 창욱이는..흥분했는지 튀어나가려고 했는데, 그 옆에 있던 덩치 좋은 사람이 창욱이의 입을 막고 저지했다. "한심한 자식. 내가 분명히 그 구역을 찾아오라고 말했잖아. 지면 어쩌자는건가? 지존파에게 거기를 내줄거야? ............백경파의 수치같으니라고." 그는 심장까지 얼어붙을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지르지 않았다. 조용한 목소리였다. 하지만....소리지르는것보다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매서움이 있었다. 오늘.....약속이 있어서 도서관에 못온다더니..... 그 약속이 이거였어? 다른 파랑 싸움하는거? 녀석이 조폭의 아들이라는것을 알곤 있었지만, 이렇게 실감나기는 처음이었다. 지금 이 순간, 홍영진은 마치..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 사람같았다. 영진이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이 없었다. 수그린 영진의 어깨가 안쓰러웠다. 영진이의 형같이 보이는 그 사람이 정말..정말 싫었다. ".........우리한테 겨우 30명밖에 안줬으면서..... .....그녀석의 본부를 치란것이 말이돼? 그건 자살행위였다구." 내 뒤에 서있는 이마가 찢어진 그 사람이 이빨을 갈면서 억울하다는듯이 속삭였다. "다음주 토요일 다시 쳐라. 이번에는 100명을 줄테니까. 이번에도 못하면 그 응분의 대가가 있을거다." "네, 형님." 그 사람은 숨막힐듯한 눈빛으로 영진이를 내려다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겁에 질려있던 의사들이 달려와 다시 영진이의 풀어진 붕대를 감아준다. "아.......세상에.......미치겠네. 상처가 더 커졌잖아요....." 의사가 답답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영진이의 뒷모습은 말이 없었다. "........엑스 레이 찍어야 하니까....피좀 닦아줘." 우리가 영진이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우리 둘의 손을 잡았다. "이쪽으로 와."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 병원에 익숙한 듯, 자판기가 있는 쪽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피에 젖은 천원짜리를 자판기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빨간 천원짜리는 자판기에 들어가질 않았다. "쳇...자판기도 사람 차별하나." 그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저한테 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자판기에 넣자, 그 사람이 씩웃는다. "내돈은 안먹더니, 니돈은 먹는구나." 그렇게 말하고 커피를 누르는 그 사람. ......이 사람은..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아. ".......무슨 일입니까?" 창욱이가 벤치에 앉아서 묻는다. 그 사람은 아무말없이 뽑은 커피를 창욱이에게 건네주었다. "......도련님이랑 같은 반 학생인가?" "....네." 우리가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한번 커피 버튼를 눌렀다. 그는 이번에 나온 커피를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도련님을 발견하고 와준건 고맙지만...... ........밖에서 도련님을 우연히 만났을땐 아는체 하지 않는게 좋아." ...그의 말에 우리 둘은 무슨말이냐는듯 마주봤다. 그는 다시한번 커피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 ".....조폭은 별로 좋은 직업이아냐. 추천 직업이 아니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많은걸 가진 사람일수록 실수해서는 안돼." "......"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금세 목숨을 잃기 십상이야." "..........."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적에겐 약점이 된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만약에 너희들이 도련님과 친하다는게 알려지면, 너희들은 도련님의 약점이 되는거지." ".....!!" "다른 파 녀석들이 하교길에 너희를 납치해서 도련님에게 전화해.. '야, 니 친구들을 데리고 있어. 모월 모시까지 어디로 나와.' 이렇게 말할수도 있단말이야... 그러면 도련님도 위험하고, 너희들도 위험해." 그의 말에 나는 심장이 멈추는것 같았다. ......정말 홍영진은 우리랑 사는 세계가 다른가봐. 정말..무서운 세계에 살고있나봐. 갑자기 이공간에 들어온 한기가 들어서 나는 몸을 떨었다. "......너희들은 어려. 그놈들에게 잡혀가면 뒷산에 까마귀밥이 된다고해도 아무도 모를거야. 그놈들은 그런놈들이야." ........머리칼이 쭈뼛쭈뼛서는 느낌이다. 마시고 있는 커피가 독차처럼 쓰다. 그는 자기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를 잠시동안 바라봤다. 우리는 그냥 커피만 마시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사실은..그의 말에 너무 놀라서 질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우리를 관찰하듯이 바라보더니 커피잔을 손에쥐고 조용히 말했다. "......흠........니가 이선재, 니가 이창욱이지?" 그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길래 나는 마시던 커피를 내뿜을 정도로 놀라버렸다. 옆에 창욱이는 이미 켁켁거리고 있다. 그 사람은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여어- 재밌는데...반응들이..그 뭐냐, 요즘말로 하면 '캡쑝' 재밌다." "어..어떻게???" 내가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도련님 학교생활쯤이야 당연히 꾀어차고있지." 우리는 그 사람의 말에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재밌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흠......학교에는 도련님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나있나? 그건 정보를 수집하기가 힘들더라고." 우리는 머뭇거리면서 대답하기 시작했다. "음...음......소년원에 30번은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고 그러구요....." 그말이 나오자 마자 그는 커피를 마시다가 웃어버렸다. 어..지..진짜 그런 소문이 있는데..;; 무안하게..... 그는 재밌다는듯이 한동안 웃더니 말했다. "너는 조폭 아들이 소년원 가는거 봤냐?" ".......????" "소년원에도 다 연줄이 있는데..들어갈일을 해도 들어갈리가 없지." 쿵!!!! 우리둘은 속았다!! 라는 표정으로 마주봤다. "또, 계속 말해봐." "음............막..저번에 압구정동에서 누구랑 패싸움했다고 말하구요......." 내 말에 또 그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압구정동은 우리 구역이 아냐. 들어가면 혼나지." ......;;;;;;;;;;......... "재밌네, 계속 말해봐." 그가 커피를 마시면서 말하길래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계속해봤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홍영진에 대한건 전부 거짓이었다. .......참........이렇게 무안할때가. 우리는 홍영진에 대해......제대로 알고있는것이 몇가지나 있을까? 커피를 다 마신 창욱이가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흠.....그럼 현승호는 아세요? 홍영진이 승호에게 졌다고 그러던데....." 창욱이의 말에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우리 도련님은 현승호에겐 평생 지고 살거야. 그런 분이지." ......????? 평생 지고 살다니.......그게 무슨말이야........ 그는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분명히 1:1로 맞짱을 떠서 도련님이 맘만먹고 싸운다면 현승호정도는 쉽게 이겨볼 수 있어." 그는 자기 도련님이라고 홍영진을 띄워주는게 아니라, 당연한 사실을 얘기하듯이 담담히 말했다. ....혀..현승호 정도는..이라니. 승호가 얼마나 강한데. 그럼, 홍영진이 그것보다 강하단 말이야? "그녀석이 싸우는걸 봤는데, 분명히 고등학생치고는 굉장한 싸움실력이지만, 어렸을때부터 대가들에게 전투에 대해서 배운 도련님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말이야." ........ ............... ........................그럼.....왜.....? "그럼, 왜 승호에게 진거예요?" 창욱이가 묻자 그는 잠시 후 커피잔을 흔들면서 말했다. "......많이 알려고 하지마. 다쳐." .......;;;;;; .......남이 하면 농담이겠지만, 그 사람이 말하니까... 그 사실을 알면 누군가에게 잡혀가서 고문당하면서.. ' 왜 홍영진이 현승호에게 졌어!! 불어!!!'.....라는 말을 들을것 같아 오싹해졌다. 그 사람은 커피를 다 마시고 남은 종이컵을 으스러 뜨리면서 말했다. "........소문은 언제나 정확하지 못해. 도련님의 소문도 그래. 도련님은 너네들이 생각하는것처럼 비겁하고, 남을 괴롭히길 좋아하고, 비굴하고, 힘자랑하기 좋아하고, 약삭빠르고....그런게 아냐. ......그런것들은 빌어먹을 얼간이들이 퍼뜨린 헛소문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의 눈빛은 슬펐다. 마치....도련님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억울해.......라고 말하는것같아서..... ......우리는 할말이 없었다. "나는 도련님이 어렸을때부터 도련님의 보디가드였어. 그래서 초등학교때부터 도련님을 지켜봤는데.... 참, 조폭의 아들도 할짓이 못되더구만..." "......" "조금만 친구랑 친해질라치면 그자식을 유괴해서 '구하러와라!'라고 말하지 않나... 동대문에 놀러만가도 동대문에서 패싸움했다는 소문이 퍼지질 않나..." "................" "그래서 도련님은 친구를 사귈수가 없었다. 도련님이 친구를 사귀게끔 주변에서 내버려 두질 않아. .....그래서 자기한테 친해질려고 하는 놈들에겐 미리 자기가 거칠게 대하고 그자식을 아예 무시해버리지." "......." "그래도 어떻게 도련님 혼자서만 학교를 다니겠어. 친구한명 없이 외롭게..밥도 혼자먹게 내버려두고..집도 혼자오게 내버려두고... .......그럴순 없었지." "........." "그래서 중학교때부터는 우리 조직에서 클놈들을 아예 도련님과 함께 학교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너네 학교에 대통이랑..막 그런 도련님 떨거지들이 있지? 그놈들이 나중에 우리 조직 똘마니로 들어올 놈들이야." .......대통이도 무서운 놈이었구나....... .....아..아아......저번에 대통이한테 큰소리친게 생각나서 새가슴인 나는 쫄아버렸다. ".....그랬군요." 창욱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계속 말했다. "......요즘 한재경은 잘 지내나?" "예에?" 우리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버렸다. 참, 참, 우리가 홍영진을 그토록 싫어한 이유는....한재경을 괴롭혔기 때문이야. 그래! 그랬어!! 그 사람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재경이에게.......나 대신, 도련님 대신......미안하다고 전해주렴." "........" 그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내가 시킨짓이었다. 도련님이 한재경을 괴롭혔던것 말이다." .......세상에. .........왜....? 아저씨는.....착한 분이잖아요. 아..물론, 그냥 내 생각이지만요. 아저씨는....착한 분 같은데.... "대본까지 써주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줬지. 이렇게 괴롭히십시오..하고. 식당에서는 '흑반'이라고 말씀하시구요.. 교실에서는 사물함에 머리를 박아주십시오..라고 말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힘없이 웃었다. "왜 그랬어요?" 창욱이가 화난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은 창욱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찢어진 이마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른다. 그분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한재경은 짝꿍이었잖아." "......네?" 그는 벤치에 기대 앉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짝꿍이면 흔히들 친하다고 생각하지. 사실이 그렇잖아. 짝꿍하다보면 안친했던 놈이랑도 친해지게 마련이지." "........" "그러면 반드시 다른 놈들의 표적이 된다..그 말이야." "........!!!!!" 우리는 심장이 멈춘듯 놀라버렸다. ".......도련님이랑 재경이랑 정다운 짝꿍이 되면.......... 반드시 다른파놈들이 하교길에 재경이를 낚아채서 전화를 때릴꺼란 말이야. ' 도련님의 친구를 데리고있다. 돈과 홍영진을 보내라.' 이러게 말이지. 그놈들은 그런건 정말 약삭빠르게 잘하거든." "........." "그럴바엔 차라리 괴롭히는게 낫지. 누가봐도 하나도 안친한것처럼 말이다." "................." "......내 생각이었어. 한재경을 괴롭히는것. ................도련님에겐 잔인하긴 했지만. 하지만....재경이가 왕따까지 당할지는 몰랐어." "........" "미안하긴 했지만......어쩔수 없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놀라서......정말 놀라서........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후, 주머니에서 피묻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젠장...라이터를 잃어버렸군..'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담배를 바닥에 떨궜다. "......그냥.....너네들만이라도 알아주길 바래서 말한거야. 도련님이 친구가 응급실에 온건 처음이라서 말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 표정이 슬퍼보인다고 생각했다. ".....부탁이건대 도련님과 친하게 지내지 말아줘. ...........분명히 서로에게 상처만 줄거야." "........" ......친하게 지내달라는 부탁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친하게 지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은 처음이다. 그것도...'부탁이건대'라고 까지 말하면서..... "......그냥 알아주길 바랬어. 도련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란걸......... .......한재경을 괴롭힌것때문에 도련님의 이미지가 학교에서 안좋은거 알아. 하지만 나쁜건 나지, 도련님이 아니야." "............" ........아저씨도 나쁜거 아니예요. 나쁜건.....그럴수 밖에 없는 상황이.....상황이 나쁜거라구요. ".......친하게 지내지는 말되....그냥......마음으로는 알아주라고. 도련님은 그런사람이 아니라는걸 말야." "..........." "......가봐."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저기." 창욱이가 아저씨를 불러세운다. 아저씨는 '왜?'라면서 뒤돌아본다. "이름이 뭐예요?" 창욱이가 묻자 그 사람은 껄껄웃으면서 대답했다. "모르는게 좋아." .......칫...... ..............그냥....... ..............가슴이 답답하다. "빨리 치료받으세요." 내가 이마를 가리키면서 말하자, 그 사람이 웃는다. "고맙다, 꼬맹이." ........으윽! 꼬맹이라뇨.....!! 그런데 신기한건 딴 사람들이 꼬맹이라고 하면 되게 기분나쁜데.. 그 아저씨가 말한건..밉지 않았다는거다. ....치.... 그 사람은 휘적휘적 걸어가면서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응급실에 계신 도련님 볼생각일랑 말고, 얼른얼른 집에 가.. 착한 아이들은 일찍 자야지...." 우리는 그분이 응급실로 들어간 뒤에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는 홍영진에 대한 소문을 너무 쉽게 믿은건 아닐까............... 우리가 본것도 아닌데......마치 그런것처럼. ............................녀석은 그래서 재경이를 때렸구나. "......사실은........말이야." 앉아있던 창욱이가 말을 꺼낸다. 나는 응? 하고 대답했다. "......인선이랑 영진이를 때리러 갔을때....." "......." "영진이는 정말 반항다운 반항을 하지 않았어. 그냥.....때리는대로 맞는다..라고 생각할정도로." ".................." "나는 병철이 형이 무진장 세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러 져준건 아닌가해............" ".............." ".................저렇게 무서운 녀석을 나랑 인선이가 이겨볼리가 없잖아." ".................................." 영진이에 대한 이야기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겠지. 하지만..... ........하지만..................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누군가에게 얘기하고싶어질것만 같았다. * BGM # Turn - Travis - If we turn, turn, turn, turn, turn Turn, turn, turn If we turn, turn, turn, turn, turn We might have learned * 이선재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조금만 늦추면 세자리의 전교등수가 새겨진 성적표가 올것이다...... ......이성은 그리 외치고 있었으나, 머릿속은 애석하게도 홍영진의 일로 가득차서 다른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질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터지게 고민해봐도.... 영진이의 일은........우리가 어찌할수 없는 일이다. 창욱이와 내가 홍영진 아버지에게 달려가서 '영진일 좀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또 영진이의 친구를 납치하려는 조폭들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여줄수도 없다.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게..더욱 답답했다. .....일요일 하루를 고민으로 멋지게 날려버린 나는 학교가는 발걸음이 자연히 무거웠다. 오늘부터 기말고산데... 우우..ㅠ_ㅠ 모르는건 잘 찍기라도 해야할텐데말이지.....큰일이야아아... 아래만을 내려다 보며 터덕터덕 걷고 있는데 나의 불찰로 전봇대로 추정되는 물건에 부딪혔다. 푸억! ...............-_-;;;;;;;;;;;;;;;; ..무..무안하게!//// 허걱-_-; 아니..오늘 일진이..안좋을랑가... 시험을 버릴것 같은 느낌이 무럭무럭..ㅠ_ㅠ 흑흑... 아픈 머리를 부비며 앞을 바라보자....... ..........내가 부딪힌것은..... .......전봇대가 아니라.....선채로 졸고있는 이창욱이었다. ..........;;;;;;;;;;;;;;;;;;;;;;;;;;;; "이창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우리가 아침마다 만나는 약속장소에서 이창욱은 선채로 자고있었다. 나의 괴성에 창욱이는 흡!하면서 숨을들이마시며 깜짝놀라 눈을 뜨고 주변을 뚤레뚤레 둘러본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보고 '아아..너였구나'라고 말하면서 잠이 덜깬 몽롱한 표정으로 웃었다. 칫....몽롱한 표정으로 웃다니....... 내가 그런거 때문에.........널 미워할래도 미워할수가 없다니까............ "어서 가자, 이 잠탱아!" 나는 녀석의 등짝을 후려치면서 녀석을 버스정류장으로 내몰았다. ***** 학교에 도착해서...원래대로라면, 우리자리에 앉은 후 선인장에게 인사를 한다던가..승호에게 인사를 한다던가..이래야 하지만, 창욱이와 나는 재빨리 영진이의 자리를 확인했다. 텅 비어있는 책상. ........역시 영진이는 오지 않았다. 영진이와 함께 다니는 대통이도, 장훈이도 오지 않았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오지 못했겠지....................... "..........안올건가........" 창욱이가 영진이의 빈자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마도." 우리둘은 무겁게 한숨을 쉬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스피커에서 '시험 대형으로 자리를 맞춰라아아아!!'라는 메기 주임의, 고문에 가까운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 아이들은 부스럭대면서 자리를 시험 대형으로 맞추기 시작했다. 몇분동안 드르륵거리며 책상을 밀고 당기고 해서 겨우 시험대형으로 자리를 맞췄다. 우리들이 시험 대형에 맞춰 번호순대로 앉자마자 아침 자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일요일에 못본것들을 보충하기 위해 아침 자습 한시간동안 발바닥에 땀나게 대충 오늘 시험볼 과목들을 훑어보았다. ..아아..ㅠ_ㅠ 어려워..어떻해애애...러샤어 너무 시러어어어!!!ㅠ_ㅠ 내가 왜 제2외국어를 이걸로 선택했을꼬..... 한숨을 폭폭내쉬며 교과서를 보는데... 매정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1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가득히 울려퍼졌다. "안돼애애애-------!!!" "흐어어억!!" "......................(쥘쥘쥘..ㅠ_ㅠ<--소리없이 눈물만 흐른다-_-;;)" 반 이곳저곳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아흑..ㅠ_ㅠ 이거 나오면 안돼는데....못외웠단 말이야아아아...쥘쥘쥘.. 처절한 심정으로 선생님께서 시험지를 나눠주시기 직전까지 교과서를 쳐다봤다. 꼭 이렇게 시험 보기 전에 본건 안나오던데..알고는 있지만 보고잡단 말이야아..ㅠ_ㅠ "넣으세요, 안나와요, 안나와. 어제 공부했어야지이..." 깐깐한 수학선생님이 회초리를 휘두르며 돌아다니시면서 교과서를 넣으라고 말씀하신다. 시험지가 내쪽으로 넘어오자 나는 눈물을 삼키며 교과서를 책상속으로 집어넣었다. "자, 고개는 아래로 약 30도 각도로만 꺾여있을것. 앞, 옆, 좌, 우, 대각선...한군데라도 쳐다보면 답안지 회수야, 회수." 회..회수라니이..;;; (우리 무서운 수학선생님께서는 정말로 회수하실 분이므로) 나는 아래로 정확히 30도를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시험지를 바라봤다. 1번...쉽네......2번도 괜찮고..........3,4...음..생각보다 쉽게 나와..나왔...... 헉!!! 5번!!!!!!!! 안돼!!!!!!!!!!!!!!!!!!!!!!!!!!!!!!!!!!!!! ..................망할 생선님!!!!ㅠ_ㅠ 이것만 나오지 말길 바랬건만!!!!!!!!!!!!!!!!!!!!!!!!!!!!!!!!!!!!!!!!! 나는 시험지에 샤프심으로 '미워요!ㅠ_ㅠ'라고 한번 쓰고 5번 문제를 포기한 뒤 다음문제부터 풀기 시작했다. 시험지를 대층 한번 풀어보고 검토를 할려고 시험지를 다시 앞으로 돌리는데..... "오..현승호군, 러시아어는 제법 하나보네? 모레 있을 수학시험도 기대하고 있겠어." 풋!! 나도 모르게 그곳을 쳐다보니 수학선생님이 회초리로 승호의 답안지를 가볍게 톡톡치면서 말씀하고 계셨다. 수학이라면 학을 떼는 승호는 사색이 되어있다. "....네..네에..ㅠ_ㅠ" 마지 못해 대답은 하지만..크큭, 승호녀석 괴로워보인다. 짜식, 어쩌다가 수학선생님께 찍혀가지고서리..... 우리반 아이들이 킥킥대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아니, 옆 본 녀석들..누구냐, 다 답안지 내놔." 찔끔-_-;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아랫방향으로 30도로 꺾고 열심히 문제를 푸는척했다. 아아..정말, 선생님. 선생님은 너무 깐깐하시다니깐요!ㅠ_ㅠ 시험시간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칼같이 시험지를 걷어가셨고, 아직 문제를 못푼 아이들이 눈물을 흩뿌리며 애원을 하여도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것 같지 않은 우리 올드 미스 수학 티쳐는 미련없이 답안지를 가져가셨다. "크아아아악!!!!!!!!" 나는 절규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한없는 동질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송영희 "우어어어어...-_-; 미치겠네." "야, 진짜 어렵게 내셨더라. 나 주관식에서 4개나 포기다-_-;" "난 1개 썼다..=_= 하라쇼! 그거 ;;;" "........동감이다." 우리들은 오늘 시험중 제일 어려웠던 러시아어 시험에 대해서 얘기하며 도서관을 향해 걸었다. 아침에 학교 오기 전부터 도서관에 자리를 맞춰두었으니..후훗..자리없어서 쫓겨날 문제는 없어! (-_-공부도 안하는것들이 꼭 자리는 제일 먼저 맞추는 법이지...그래, 그게 우리야!ㅠ_ㅠ) 어제 일요일에도 도서관에 모였으나....... 새벽같이 도서관에 모인 우리들. 잠시 피곤하다는 이유로 눈을 붙였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점심. 점심이 되니 또 점심밥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도서관 매점은 맛이 없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좀 떨어진 분식집에서 배를 채우고, 소화를 시켜야한다는 명목하에 오락식에서 펌프 몇번 뛰어주고, 드럼 몇번 쳐준다음, 이대로 들어가기는 서운하다는 이유로 노래방에서 노래 몇곡 뽑았지. 그리고 도서관에 돌아오니 오후 5시. 5시부터 6시 반까지 공부하다가, '아아..배고프다'라는 미화의 말에 또다시 저녁을 먹으러 출발. 점심때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결국은 11시가 되자 잠이 온다는 이유로 집에 귀가하고 말았다.-_-; 그러니까..우리가 제대로 공부한 시간은 오후 5시에서부터 6시 반. 밤 8시부터 11시까지. 아..청춘의 덧없음이여. "오늘은 꼭 제대로 해보게. 응?" "그래-_-내가 이제 도서관의 여왕이 될거라니깐.." "아서라.......;;;" 우리는 투덜대면서 새벽에 맞춰논 도서관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맞추기 위해 마치 공부하다 막 빠져나온것처럼 펼쳐진 책들이 참 무안하다. "자, 공부하자!" 우리는 그렇게 외치고 자리에 앉았다. ........ ................. .......................... 잠시 후, 내 주위 인간들은 모두 원자 폭탄이라도 맞은듯 전부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우리 책상에서 일어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나와 미선이 뿐. 미선이는 평소때 그렇게 신경쓰던 긴머리까지도 노랑고무줄-_-;로 질끈 묶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한번 집중하면 옆에서 천둥이쳐도 모르는 미선이. 참...미선이는 평소때는 멋도 잘 부리고, 우리랑 놀때도 제일 열심히 놀고, 까불기도 잘하는데.. 이렇게 꼭 공부해야할 시기가 오면 정말로 열심히 한다. 중요한일을 꼭 해야할때, 정확하게 자신을 통제하는게 미선이다. 그래서 날라리같이 보이면서도 우리반에서 인선이 다음으로 공부를 잘한다. 미선이를 첨 중학교에서 봤을땐, 좀 차가워 보이는 미선이의 외모와 높은 성적에 다가가질 못했었다. 어쩌다보니 야오녀-_-라는 공통점으로 우리 4명이 뭉치게 되었지만..지금 생각해도 미선이와는 어떻게 친하게 되었는지 참 신기하다.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미선이. 얼굴도 제일 예쁘고..... 참......어떨땐 정말 질투 섞인 부러움을 느낀다. 뭐든지 좀 흐지부지하고....꼭 공부해야할때, 놀고싶어지는 나는..좀 미선이와 다른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미선이처럼..좀 그렇게 하고 싶다. 정확하게 자기를 통제할 수 있고..놀땐 놀고, 공부할땐 공부하고..이렇게 말이다. "......간식 먹으러 갈까?" ....??? 미선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빙긋 웃으며 말한다. 이런, 내가 나도 모르게 미선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시계를 바라보니 3시 반. "그래, 이녀석들좀 깨우자." 우리는 마주보고 씨익 웃고는 자고있는 녀석들을 흔들기 시작했다. * 현승호. [ 삐삐삐~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좋은아침입니다~~] 어렸을때 생일선물로 받았던 병정모양의 알람시계가 귀엽게도 울어댄다. 나는 그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꺼플을 억지로 밀어올렸다. 시험기간동안 정말 정신없이 벼락공부를 해서인지, 시험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엔 머리가 몽롱했다. 아...아..안돼애...;; 정신이 맑아야 하는데.......오늘은 수학시험이 있단 말이야.............. ' 현승호군, 수학은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겠어요. ' ' 현승호군, 수학은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겠어요. ' ' 현승호군, 수학은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겠어요. ' . . . . . 뜨아아아아........ 그 무시무시하신 수학선생님의 말씀이 계속해서 떠올라 나를 괴롭게했다. 오, 제발. 하느님. 오늘 하루만 저에게 무한의 수학실력을 주시길. 부탁합니다! "웃차!"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화장실로 나와서 세수를 할려고 거울앞에 섰다. 그런데.......이게 왠일. 내가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짜자자자자장!! 하면서 유리에 금이 쩍-가는게 아니겠는가? 헉..허헉!!!!!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손도 안댔다고!!!!!!!!!! "오빠?!! 뭐한거야?" 유리깨지는 소리에 놀라서 화장실로 들어온 내 여동생. 유리가 깨진걸보고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한다. "오빠, 아침부터 그렇게 힘자랑하고 싶었어? 손에서 피는 안나?" "아냐! 얘 혼자 막 금갔어!!" 내가 말해도 내 동생은 '헤헹~'하면서 콧방귀를 끼고 화장실을 나간다. 화장실 문 밖으로 승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오빠가 시험이 너무 괴로웠나봐..막 유리를 내려치고 깨부시고..난리야, 난리.." "어머.......그렇게 시험에 신경 안써도 되는데...꼴등만 안나면 되지, 뭐." 아냐..ㅠ_ㅠ 억울해. 난 정말 손가락 하나도 거울에 안댔단 말이야. .....이게 왠 변고냐아아...... 왠지 불길한예감이....안돼...수학 시험 잘 봐야 하는데....... 불길한 생각을 털어버리려 고개를 크게 흔들고 나는 세수를 시작했다. 세수를 마치고 부엌으로 나와보니 엄마가 눈을 부비며 아침을 준비하신다. .......아침 반찬은..........김치, 콩나물, 마늘쫑, 감자조림..그리고.... ........미역국-_-; 왠지, 왠지..이 불길한.... "엄마, 이 미역이 자꾸 미끄러져." ......미..미끄러진단 말 하지마라, 시험에서 미끄러진다로 들리잖냐..... "어머..그래...." 엄마는 출근준비를 하시며 말씀하셨다. 아..거울이 혼자 제멋대로 깨지고..미역국에다가.... 전조가 안좋아..전조가.. 내가 특별히 징크스같은걸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왠지 아침부터 그 수학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를때부터..기분이..왠지... 그래, '왠지' <--왠지 이상하단 말씀이다. 불길한 아침밥을 먹고 대충 책가방을 싼뒤 현관으로 나가며 외쳤다.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엄마가 다가와서 말씀하신다. "승호야, 성적에 신경쓸필요 없어. 난 니가 전교에서 꼴등만 안나면 상관없으니까." 풋........ "알았어, 엄마." 내가 그렇게 말하고 엄마에게 뽀뽀하자 엄마가 웃으신다. "잘 갔다와." "응." 엄마의 격려덕분에 조금 풀어진 마음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이 되고자 하는 맘에 어울리지도 않는 콧노래마저 흥얼거리는데..... - 냐아아아아아아오옹오오오오오옹~~~~~~~~~ ..........;;; 아니..왠..왠 고양이 소리. 갑자기...........검은 고양이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 왜 저런말은 지금 떠오르고 그러는거야-_-; 차라리 안떠오르는게...... 무시하자.-_-; 그래, 무시하자. 설마 저게 검은 고양이겠니. 나는 억지로 더욱 크게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등교했다. 그러나...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까만 물체가 나타난다. 깜짝 놀라서 우뚝 서니, 내 앞에 앉아서 우는......새까만 고양이. - 냐아아아오오오오오오오오옹~~~~~~~~~ .............;;;;;;;..................... 고양이와 마주보고 어색하게 웃자, 고양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시한번 운다. - 냐오오오옹오오~~~~~~~~~~~오옹오오옹~~~~~~~~~~`` .............미치겠네ㅠ_ㅠ 아..오늘 왜이래, 일진이 안좋아...안돼..수학 시험 잘봐야 한단 말이다아아.... "잠시만 나와주겠니, 고양아." 내가 말해도 고양이는 꿈쩍도하질 않는다.(물론, 내 말을 알아들을리도 없겠지만...) 나는 애써 그 고양이를 무시하며 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그놈의 고양이가 내 옆에서 나를 졸졸 따라오며 계속해서 울지 않겠나. - 냐오오오오옹~~~~~~~오오오오오옹~~~~~~~~~ .......;;;; - 냐오오오옹~~~ .......;;;;;;........아, 진짜...미치겠네.ㅠ_ㅠ 마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너 오늘 재수 꽝이야'라고 외치는듯하여 온몸이 오싹해졌다. 그 고양이는 내가 버스에 오른 후에야 내게서 떨어졌는데, 내가 버스를 탄 뒤에도 버스에 탄 나를 바라보며 '냐아아아오오오옹~~~'하고 울어댔다. 아니..왜..왜 나만 보고 우는거냐..;; 응? "어머..저 고양이, 너무 오싹하게 생겼다." "그 애드거 앨런 포에 나오는 검은 고양이 같지 않냐? 보지마, 재수가 없을것 같아.." ..........옆에 들려오는 목소리. 이봐...그런데 어떻하지...저 고양이가 오늘 아침 내내 나를 따라다니면서 울었는데. 그러면.. 나는........재수가 '왕숑왕숑'없을거다..이 말이야? 안돼....미치겠네...... 나는 한숨을 폭폭 내쉬면서 버스 손잡이에 몸을 맡겼다. 나는 버스에 올라 그 검은 고양이를 떨어뜨림으로써 내 불행의 전주곡의 행진도 멈출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버스에서 내리는데....... 같이 내리던 다른학교 남학생과 책가방과 다리가 얽혀서..... 우리는 버스 내리는 계단에서 맨 아스팔트바닥으로 함께 풀썩! 하고 떨어지듯이 쓰러져버렸다. ........무슨 이런 변고가!!!!!!!!!!ㅠ_ㅠ 퍼억! 풀썩!! "으악!!" 같이 넘어진 근처 고등학교의 남학생 비명소리가 애처롭다. 나 또한 눈물이 찔끔 날정도로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쪽시러운건 둘째치고 아파죽겠다. 이게 무슨일이냐..ㅠ_ㅠ 버스에서 내리던 두 남학생 얽혀서 쓰러지다! ......미치겠네ㅠ_ㅠ "어머! 어떻해~~떨어져버렸어!!" 어디선가 들리는 여학생의 목소리. 떨어져..버렸어....? .......떨.어.져.버.렸.어? 뭐가? 성적이? 아~~.......정말 왜 이래, 오늘 아침..........ㅠ_ㅠ "괜찮아요?" 내가 같이 쓰러진 남학생에게 물어보자, 눈물을 줄줄흘리는 남학생이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나의 불운에 덤으로 함께 불운을 겪어버린듯한 그 남학생에게 미안해서, 그를 일으켜 주고 학교로 천천히 걸어왔다. 불안해......ㅠ_ㅠ 왠지 불안하단 말이야.......... 아아..... 이러다 정말 수학에서......막 40점.-_-; 이러는거 아냐? 나는 아까 내게 울어댔던 고양이의 환청을 들어가며 힘겹게 교실문을 열었다. ****** .............. ......................... ...................................하느님, 미워. ...........미워, 미워..ㅠ_ㅠ 아침에 봤던 그 괭이도 미워어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 나는 58점이 나온 수학시험지를 구기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아아-- 재수가 없더라니. 꼭 이래요. "이번에 수학시험 예상외로 쉬웠지?" "응, 진짜...나는 대빵 어려울줄 알았는데....." "이번 시험........평균이 좀 많이 올라갈 것 같아." "응, 평균 70점은 나올지도?" ......평균....70점? .................... ............................... ............................................ ............애들아, 내 가슴에 비수좀 박지 말아주련. ......심히 괴롭다. ...그래도 60점은 넘기길 바랬는데..ㅠ_ㅠ 58점이라니.... 2점이 부족할때......로다. 나야 뭐 성적에 큰 신경 안쓰지만... 내가 무서워 하는건....바로...... "승호야, 시험 잘 봤어?" 내가 수학으로 무진장 고민하는것을 잘 아는 선재가 다가와서 조심히 물어본다. 나는 선재의 얼굴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탄식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아.....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선재의 말. .....그래, 정말 재수 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 물론 수학을 원래 못하긴 하지만.. 재수가 좋았다면 72점이 나왔을지..누가 아냐..ㅠ_ㅠ "저...........힘내." 옆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목소리. 옆을 돌아보니 재경이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아아아.....ㅠ_ㅠ "고맙다, 재경아." 내 말에 재경이는 조금 미소지었다. 재경이와 함께 가려고 기다리던 인선이도 말없이 내 어깨를 짚어준다. ..........ㅠ_ㅠ.........고맙다. .....사실은.... 점수가 문제가 아냐. 58점이건, 40점이건 상관 없어. (내가 언제 그런걸 신경썼겠나....) 단지, 단지..... 그.....그 수학선생님의 갈굼!!이 문제란 말야......ㅠ_ㅠ 분명히 30문제에서 40문제로 늘어날텐데....... 그걸 언제 다 하냔 말이야아아아아아--------- 또 수업시간엔 문제를 더 시킬텐데...... 뜨아아아아아!!!!!!!!!!!!!!! 내가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일보직전에 와 있을때, 교실 뒷문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다른반 녀석이 인선이에게 말한다. "저, 너네 담임선생님이 반장좀 오래." "........" 인선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남학생은 멍-하게 인선이를 쳐다보다가 재빨리 사라진다. "......흠........좀 오래걸릴것 같은데....." 인선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재경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먼저 집에 가. 나는 좀 일을 오래해야할것 같으니까." 아마 실장이라서 시험에 관련된 이런저런일을 해야하나보다. 인선이의 말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경이는 인선이가 나간 뒤, 조용히 책가방을 매고 우리에게 작게 인사한뒤 집으로 갔다. 화장실 청소당번이 된 창욱이가 다른 청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오면서 말한다. "승호야, 수학은! 잘 봤냐?" ........ㅠ_ㅠ 말하지마 이눔아아!! 내가 힘없이 고개를 젓자 창욱이가 위로한다. "괜찮아! 나는 44점이야! 하하하! 아아...... .............ㅠ_ㅠ .........아아..............동병상련! 창욱이와 나는 한동안 얼싸안고 수학선생님의 그 지독한 깐깐함을 떠올리며 통곡했다. 선재는 옆에서 비통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있다. 몇번의 한숨과 함께 얼싸안고 있던 창욱이와 내가 떨어지자 선재가 '괜찮아'라며 다시한번 위로한다. 녀석의 위로에 나는 피식웃었다. "고맙다." "뭘....그런걸 가지고......." 우리셋은 한동안 폴폴 한숨을 내쉬었다. 수학선생님의 히스테리를 생각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 승호군! 아니, 58점? 수학 깜지 10장 써오세요!! ' .......;;;;;;;ㅠ_ㅠ..........싫다..싫어... "나.....집에 갈께........." 내가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선재가 안쓰럽다는듯이 등을 토닥여준다. 아......정말 장장 5시간을 투자한 수학인데. ........ㅠ_ㅠ 쥘쥘쥘...슬퍼어어어....... 나는 비틀대는 걸음걸이로 집을 향했다. 힘이 없어서인지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길이 멀기만하다. 아아아아..... 인생의 허무함이여. 나는 오늘 니힐리즘의 모든것을 이해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 아아...... 오늘........도대체.......왜.......이러는거야. ......깨진 거울이 문제였던가? 아니면 미역국? 아니면 그 고양이? 아니면.....그 함께 다른학교 남학생과 쓰러진것때문? 그.....왜 속담에도 그런말이 있지........ ' 엎친데 덮친 격.' 사자성어로는...'설상가상' .............오늘의 악운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나보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한번 느껴지는...그..스물스물한 느낌. 불길한 예감. ....아아..... ............분명히.....분명히 누가 또 위험한것일거다....... ........힘이 하나도 없어서 집으로 가서 목욕하고 자고싶지만......... ......진우의 얼굴이 떠오르자....절대로 후회할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미끄러져내린 책가방을 추켜올리며 느낌이 가는대로 뛰었다. ***** 헉헉거리면서 감각이 오는대로 뛰었다. 점점더 불길한 예감이 커지는걸 보니, 가까이 왔나보다. .....빨리 가보자. 나는 마지막 피치를 올려 코너를 돌았다. 어디냐...누구인거지.....??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헐떡거리며 뛰었다. 그리고......그런 느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골목길 비슷한 곳에 도착하자......... 굉장히 고급스러워보이는 회색 정장을 입은 키큰 남자가 보였다. 그는 차가운 얼굴이었으나, 어울리지 않는 연민의 표정이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옅은 갈색의 머리가 제멋대로 바람에 흩날렸다. 그는....우뚝 선채로..... 내려다 보듯이...... ..........벽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재경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재경이었나??? "재경아!!!" 내가 외치자 그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도 나를 바라보고...... ..........재경이도 나를 바라봤다. 재경이의 표정을 본 나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줄 알았다. 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린 얼굴. 얼굴은 밀랍처럼 하얗게 질려있었고, 온 몸을 떨면서 불안해 하고 있었다. 공포로 가득찬 녀석의 눈동자가 초점없이 흔들렸다. 자꾸만 막힌 벽으로 숨으려는듯 몸을 있는대로 웅크리고 담벼락에 기대어있는 재경이. 양손으로 팔을 깜싸고 있었는데, 팔과 손이 모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왔는지.. 공포에 질려서 아무것도 느낄수 없는듯 해보였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재경이를 안았다. 재경이는 누가 자기를 안은지도 모른채 눈물을 흘렸다. 공포에 질린 재경이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크게 떠진 그의 남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공중을 헤맨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애원하듯이 속삭이는 재경이의 목소리... 살려달라니......무슨말이야.......살려달라니! 나는 너무 놀라서 재경이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듯이 안았다. "잘못했어요....살려주세요......." 겁에 질려서 부들부들 떠는 재경이가 제정신이 아닌채 자기도 모르는 대사를 내뱉고 있었다. 약간 열린 입술이 파르르르 떨린다. 정신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내 어깨에 흐른다. 자꾸만 내 어깨를 잡으려고 하지만 손에 힘이 없는 재경이의 손은 미끄러지기만 할 뿐 내 어깨를 잡을수는 없었다. 재경이는 패닉에 빠져있었다. 맞은거야? 맞은거니????? 나는 재빨리 재경이의 몸을 확인해봤다. 맞은곳은 없었다. 피도 나지 않았고....어디 아픈곳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재경이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것도 극도의 공포에. 재경이가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보려고 내 몸에서 잠시 재경이의 몸을 떼자, 그는 놀라서 자꾸만 숨으려는 듯 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느낌이다. 진우가 생각났다. 너무 착해서 일찍 세상을 뜬 그녀석이 생각났다. ...그녀석도 이렇게 말했을까? 그 빌어먹을 녀석들에게 괴롭힘 당할때....?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라고......?? 이렇게 애처롭게 속삭이고 있었을까? .....도대체....... .......더러운 놈들.............왜............. .............왜........누가........???????!!!!!! ........!!!!!! 나는 적의를 가득담아서 재경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 남자를 째려봤다. .....당신인가? 재경이를 그토록 겁에 질리도록 한 사람이? 내가 그를 노려보자, 그 사람은 단단히 굳은표정으로 나를 마주봤다. 서늘한 인상이고, 차가워보임에는 분명했으나.... ......그 사람의 눈동자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픈빛이 있었다. ".............당신인가?" 내가 묻자 그는 대답없이 나와 재경이를 조금 더 바라보다가.... 앞에 주차되어있는 근사한 세단을 타고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당신의 정체는 뭐지? 왜...왜 재경이를 그렇게 내려다 보고 있다가... 말없이 사라지는거야....? 분노에 찬 호기심이 밀려온다. 기분이 나쁘다. 나는 그차의 뒷모습을 씹어먹을듯이 노려보다가....다시 재경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재경아.....재경아.....괜찮아? 맞은데는 없어?" 하지만 재경이는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지도 않은채 내 팔을 잡으며 정신없이 말한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살려주세요.........제발 내보내주세요................" ..............무슨 말이야................. .........녀석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보여서 가슴이 답답했다. 녀석은 분명히 제정신이 아니다. 겁에 질려있는데다가 무엇에 대해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다. .......무엇일까? 무엇이 너를 이렇게 겁에 질리게 만들었니? 나는 다시한번 재경이가 맞은곳은 없나 확인해봤다. 그러나.....맞은곳은 없었다. 그리고 왠지 그 사람은 별로 주먹을 못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너는.....단지 그 사람을 본것만으로도 이렇게 질려버린거야? 그런거니? "재경아....." 내가 불러도 대답없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뚝뚝 눈물만 흘리는 재경이. 끊임없이 뭐라고 속삭이며 자꾸만 자신을 숨기려고 한다. .........왜......이게......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재경이의 평소때 모습이 생각났다. 조용한 인형같이... 별로 말도 없이 표정의 변화도 없이....그렇게 조용히 앉아있었는데... 수업을 들을때도 밥먹을때도...조금 미소짓고, 별로 크게 웃지도 않고 찡그리지도 않고.... 그런 재경이었는데..... 이렇게 공포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다니..... 언제나 얌전해보이던 그 눈동자가 이렇게 불안하게 흔들리다니.... 무슨일이야....도대체......무슨일이야............ 나는 가슴이 답답해서 울고만 있는 재경이를 꼭 껴안고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 사족 내일부터 때늦은 휴가를 갈것 같습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다시 만나기를.....<--먼길 떠나는 사람처럼-_-;;;;(먼길도 아니면서..;;)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35~37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 - 호밀밭의 파수꾼 2002/11/16(13:56)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추천: 1, 조회: 43, 줄수: 4852,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35~37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 Laura Fygi - I think of you every morning 난 매일아침 당신을 생각해. Dream of you every night 매일밤 당신에 관한 꿈을꿔. Darling, I'm never lonely 그대여, 난 결코 외롭지 않아. Whenever you are in sight 언제나 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 I love you and you alone were meant for me 나는 당신을 사랑해, 그리고 당신의 외로움을 내가 채워줄께. Please give your loving heart to me 부디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 주기를. And say we'll never part 그리고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거라고 말해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나는 당신을 감상적인 이유로 사랑하고 있어요. I hope you do believe me 당신이 정말 나를 믿어주길 바래. I’ve given you my heart ….나는 내 마음 모두를 당신에게 주었으므로. * 한서진 오랜만에 재경이를 봤다. ....재경이는 머리를 잘랐더군. 오랫동안 앞머리로 가리고 있어서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재경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저녀석이 10살이후로 앞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었으니..녀석의 얼굴을 7년만에 본 셈이다. 7년만에 본 재경이의 얼굴은....많이 성숙해있었다. 몸도 예전처럼 손대면 풀썩 쓰러질것 같지도 않고.. ....소년다운 느낌도 났어. .............생각보다 멋있게 자라있었다. 조사해본 바로는..같은 반 아이집에서 살고있다고 했다. 모든것이 우리집에 있었을때보다 좋아보였다. 녀석은...행복한것 같았다. 그녀석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재경아, 도망쳐야해. 그곳은 위험해. 아버지가 네가 있는곳....겨우 그정도를 모르실것 같아? 아버지는 분명히 시간이 되면 널 다시 부르게 될거고... 넌....그대로 있으면............반드시 죽게될거야. **** .....아버지는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악당'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명예와 부를 위해서라면 그 누구라도(형제든, 누구든) 짓누르고 올라갈 수 있고, 어떠한 피바다라도 감수할 잔혹함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대의를 어겨서라도 끝끝내 해내고 마는 사람이 나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아버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 누구에게나 지독한 악당이시지만, 세상에서 단 3사람에게만은 친절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 3명이란 어머니와 나의 여동생, 그리고 나..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있어서 하등 벌레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그래서 재경이는..아버지에게 있어서 벌레만큼이나 하찮은 존재였다. 재경이가 우리집으로 들어온 계기는......아마도...... 내가 9살때쯤, 우리집에서 일하던 파출부 아줌마가 돌아가셨던 일, 바로 그것때문일것이다. 그 아줌마는 본래 몸이 약하신분이었기에, 그녀가 죽었을때 우리 가족중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모두들 '아이쿠, 드디어 죽었군..!' 그렇게 생각했을 따름이다. 어머니는 빨래를 널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줌마의 시체를 보면서 아버지께 말했다. '....이 아줌마, 너무 늙고 못생겨서 싫었어. 좀 젊고 싱싱한애로 파출부좀 구해줘요. 기왕이면 남자애로. 그리고 좀 돈이 안들고, 우리집에서 먹고 자고 다 할수 있는애로.' 아버지는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집엔 한명의 가족이 추가되었다. 아버지는 남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자기 앞에다 세우고, '이번에 양자라고 호적에 올린놈이다. 이름은 재경으로 할란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면서 말을 이었다. ' 러시아 창부의 아들인데, 걔 엄마가 일하기 불편하다고 버린 아기다. 우리집에서 앞으로 가정부 노릇을 하게 될거다. 뭐 시키고 싶은일이 있으면 마음대로 시켜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아버지의 생각은 기막힌 발상이었다. 이 얼마나 어머니의 부탁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가정부였던가? 재경이는 (그때 고작 7살이었으므로)젊었고, 얼굴은 귀여웠으며, 남자애였고, 우리집에 양자로 들어온것이었으므로 봉급을 줄 필요가 없었을뿐더러,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이였기 때문에 우리집 외에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 물론 어려서 일을 잘 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배우면 된다. 정말, 얼마나 놀라운 생각인가. 양자라는 명목하에 들여온 '심부름꾼.' 겉으로는 '우리는 양자까지 데려다 키울정도로 인정이 많은 사람이오'라고 선전하는 것이었고, 안으로는 아무때나 부려먹을 수 있는 머슴을 가져다 놓은 셈이었다. 재경이를 본 어머니는 새로운 가정부가 마음에 든다면서 기뻐하셨다. (우리어머니는 예쁜것이라면 다 좋아한다. 어린애 같은 분이시지. 따라서 어린애 특유의 호기심같은 잔혹함도 가지고 계신분이다.) ..어쨌든, 재경이는 말만 '양자'였을 뿐이지, 우리집에서는 '가정부'였던 셈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재경이를 우리에게 소개시켜주시고 밖으로 나가셨다. 재경이는 한동안 쭈삣거리면서 서있다가 아무도 자신에게 우리집을 소개시켜주지 않자, 겁먹은 눈으로 우리집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 녀석의 그 강아지 같이 커다란 눈이란. 나는 재경이를 처음 본 순간 그녀석이 마음에 들었지만, 내 동생 서희는 재경이를 싫어했다. 그 이유는 한가지. 재경이가 서희보다 예쁘게 생겼었기 때문이다. ' 어머...눈동자 색깔이 왜그럴까..병신 같이. 이상하잖아. 다 까만색인데 너만 이상한 색깔이잖아. 안그래? ' 내 동생 서희는 자기보다 잘난것이 있으면 꼭 그것을 깎아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게 된거다. 자기만이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한 아이지.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희가 이세상에서 제일 예쁘지..'라면서 칭찬을 했는데, 어린 자기 눈에도 재경이는 귀엽게 생겼던것이다. 그래서 재경이에게 시샘에서 우러나온 독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 낯짝좀 가리지 않을래? 그 눈깔 꼴보기 싫어. 너네 엄마는 몸파는 여자였다며? 너도 그러니? ' 처음에 서희에게 그런 말을 들은 재경이는 말 그래도 하얗게 질려버렸다. 너무 놀란듯 했다. 입이 벌어져서 멍-하게 서희를 쳐다보던 재경이의 표정은 잊을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가 되고 이틀이되고..그렇게 여러날이 지나자.. 그런 독설에도 익숙해졌는지, 재경이는 그런말을 들어도 고개를 숙이기만 할뿐, 어떤 반응도 없었다. 서희는 재경이가 아무 반응이 없는게 재미가 없었는지, 이제 독설에는 놀라지 않는 재경이에게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급기야는 재경이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뭐라고 할때마다 재경이의 반응을(특히 불안해하는) 보고싶어했던 것이다. 서희는 재경이를 때릴때마다 재경이가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게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어쩌면 그녀는 단지 자신의 파괴적인 성향을 표출할 무언가를 찾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끔씩 정말 기분 나쁠때 뭔가를 때려부시고 싶어지지 않는가. 서희에게 재경이는 바로 그런존재였다. 화날때 때릴수 있는 물건. 말하자면, 재경이는 서희의 샌드백이었다. 재경이는 우리집에서 심심할때 발로차는 그런 강아지같은 존재였다. .....재경이는 그런 녀석이었다. 얼굴을 가리게 된것도 서희의 질투심에서 그리 된것이다. 서희가 하도 재경이의 얼굴에 대해 뭐라고 하기에, 재경이는 10살때부터 자기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재경이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아마도 재경이는 아직도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서희의 질투로부터 비롯된 처절한 노력의 결과이다.) 잘생긴 사람에게도 매일같이 옆에서 '너 좇나 못생겼어'라고 말하면, '정말 내가 못생겼나 보다'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1-2년도 아니고 10년이 되는 시간동안... '너 좇나 못생겼어, 꼴보기 싫어, 니 눈깔 정말 이상해' 라는 말을 매일같이 듣는다면, .......제정신인 사람도 미치게 될 노릇이지. 나같아도 미쳤을거라 생각한다. ......................재경이는 확실히 정상인은 아니다. 내 말은...재경이가 비만오면 미쳐서 돌아다닌다거나..조울증에 걸렸다거나하는.. 그런 언덕위에 하얀집에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이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껏 재경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본적이 없기에, (매일 우리집에서 봉급없는 가정부 노릇을 해왔을뿐, 재경이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본적도 없고 제대로 된 생활을 해본적도 없다.) 재경이는 바깥세상에 적응하기 힘들것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가족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재경이를 버려놓은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그래.... ....재경이는 '빨간색'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아니..그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깝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그것은 재경이가 11살때 아버지가 재경이에게 행한...이른바 '실험'의 결과였다. 그 '실험'은 어머니의 작은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13살이고, 재경이가 11살일때.. 어떤 잡지(쓰잘데기 없는 주부잡지였겠지)를 읽던 어머니가 아버지께 말씀하셨다. ' 있지, 벽지고 바닥이고 가구고 무엇이고.. 여하튼 한 방을 전부 빨갛게 만든 빨간방에 사람을 집어넣으면, 3일도 안되서 사람이 미친대...정말일까?' ' 그래? 그거 신기한데..? '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 말에 흥미를 나타냈다. 그게 정말일까? 하고 한번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것이었다. 빨간방쯤이야 빨간 바닥을 깔고 빨간 벽지만 바르면 되는것이니..더없이 쉬울것이고, 그 방에 들어갈 몰모트..말하자면 실험용 인간도 이미 있지 않은가. ...한재경 말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 작은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서 하루만에 공사하는 사람들을 불러 빨간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재경이를 그 방에 집어넣었다. ...............나도 재경이가 들어가기 전에 그 피같은 빨간방을 호기심에 잠시 본적이 있다. 그러나...그 빨간방을.....30초만 보고 있으려니 구역질이 밀려오고 피냄새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끔찍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눈이 핑핑도는것 같았다. 생각해봐라, 온 천지가 빨간색으로만 있으면 정말 미칠노릇이지. 내 망막이 미친건 아닐까해서 정말 눈을 파버리고 싶을정도였다. 여하튼, 그 방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버지는,아버지의 바짓가락을 붙잡으며 '제발..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정말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재경이를 억지로 그 방에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단지 그냥 '실험'을 해보고 싶으셨던것뿐이다. 그 빨간방에 사람을 넣으면..정말로 미치는것인지..아니면 미치지 않는것인지. .....그리고....그 '실험'의 결과는 쉽게 나타났다. 그 빨간방은 정말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재경이는 정말로 미쳤었다는 말이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재경이를 빨간방에 가둔뒤, 재경이라는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고있었다. 가정부는 3-4명이 되었기때문에 굳이 재경이가 없어도 되었으며, 재경이 자신이 워낙 우리집에서 조용히 돌아다녀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에있는 그 방으로 부터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 아, 맞다. 그녀석..빨간방에 넣어놨었지.'하고 아버지가 재경이의 존재에 대해 기억해 내신것이었다. 아버지는 저녁 식사때 들려온 그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를 듣고, 식사를 다 하신 다음에야 문을 열어주러 지하로 내려가셨다. 아버지가 느릿느릿 그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온것은... 문을 긁어대느라 온 손이 피로 범벅이 되고, 눈에 초점이 완전히 풀린데다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쉰 목소리로 악를 질러대는 재경이었다. 재경이는 정말 미쳐있었다.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재경이는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였다. 그날은 재경이가 그 방에 갇힌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정말 미쳤네.' 아버지는 그렇게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셨다. ......... .................... ......그 이후로 서희는 재경이에게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싶을때면, '빨간방에 집어 넣어버린다'라고 말하곤했다. 그러면 재경이는 정말로 사색이 되어,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읊어댔다. 가끔씩 서희가 정말로 기분이 나쁠때면 빨간천을 가져다가 재경이의 머리위에 씌워버리곤 했다. 그러면 재경이는 어김없이 기절해있었다. 서희는 그런 재경이의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그녀는 자기보다 예쁜애가 자기 발아래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던것이다. ......어린애란 정말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정말..서희는 내 동생이지만 재경이에게 있어서만은 잔인한 아이였다. ...... ................뭐...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재경이를 우리집에 가정부로써 부려먹기 위해, (어쨌든 겉으로는 '입양'해온 아이이므로 우리 가족이니까)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를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는 사람에게 돈을 쥐어주고 어디 섬마을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재경이의 학적을 위조했다. 그래서 재경이의 학적부에는 재경이는 생전 가보지도 못한 무슨무슨섬의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적혀있다. 물론 매일 '조퇴, 결석'..으로 도배가 되어있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학교의 문턱도 못밟아본 그녀석에게 글을 가르쳐 준것은...나였다. 그냥..나는 그녀석이 짠해보였을 뿐이다. 우리집에서 축구공처럼 이리차이고 저리차이는 그녀석에게..안쓰러움을 느꼈을련지도 모르겠다. 녀석은 우리집안 사람이라면 전부 무서워했기에, 나를 봐도 무서워했지만, 글을 가르쳐줄때만은 열심히 배웠다.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다. .......나는 녀석이 좋았다. 내가 글을 가르쳐주면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열심히 배우려던 그 녀석이 싫지 않았다는 말이다. 16살이 될때까지 우리집에서 가정부를 해오던 그녀석. 서희에게 심심할때마다 차이고, 위협받으면서 '죄송합니다..살려주세요..'를 연발하던 그녀석. 내가 녀석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가 없다. '안쓰러움' '짠함' '미안함' '동정심'...여하튼 그런 감정들이 믹스되어있었다. 어쨌든, 나는 녀석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나는 그 녀석이 16살을 맞이한 기념으로 멋진 생일 선물을 주고 싶었다. ....'탈출'이라는 생일선물을. 녀석은 우리집에 있으면....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르므로. 그래서 재경이의 생일날 밤, 우리집 골방에서 잠이 든 녀석을 깨웠다. '일어나.' 녀석은 내가 그렇게만 말해도 아무리 깊이 잠들어있더라도 일어나는 녀석이다. 역시나 재경이는 내 말에 번쩍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돈을 쥐어주며 말했다. 아마....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꺼낸 200만원 정도 되는 돈이었던것 같다. ' 도망가. 문을 열어줄테니.' 재경이는 처음에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돈을 든 채로 멍-하니 서있었다. '........우리집에서 탈출하란 말이야.' 내 말에 재경이는 그제서야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제껏 생각했던 일이겠지. 소망해왔던 일이겠지. 하지만 돈이 없어서 못했을지도..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는 재경이의 손을 잡고 몰래 현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재경이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빨리 나가. 멀리 사라져.' 재경이는 나를 바라보더니(긴머리에 가려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아마 그랬다고 생각한다) 한번 고개를 숙이고 뛰어나갔다. 나는 도어벨을 눌러 우리집 대문도 열어주었다. ...........재경이는 그렇게 우리집을 탈출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재경이의 부재를 눈치챈것은, 그로부터 2주일 뒤. 식탁에서 서희가 부루퉁한 표정으로 '재경이가 사라졌어. 때릴게 없잖아.'라고 말했을때였다. ..... .............. .......................... .....남이 들으면 분명히 저 집안은 미친 집안 구석이고, 너무 잔혹하다고 말하겠지만.. 나 또한 객관적인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하지만.. 난 나의 가족을 사랑한다. 어쨌든 아버지는 나에게 친절하시고, 어머니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주시며, 동생인 서희는 내 말이라면 고분고분 잘 따르는 녀석이므로... 재경이가 짠하고, 안쓰럽지만 나는 내가족을 배신하면서까지 재경이를 감싸줄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경이가 죽는것을 보고싶지는 않다. 우리 가족은 지극히 배타적인 가족이기에, 가족이 아닌(피가 통하는 가족이 아닌) 재경이는 우리 가족의 사랑과 감싸줌의 경계외의 인물이었다. 재경이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그의 몸에 있는 그 수많은 상처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으니. 그러니..재경아. .....부탁이야. 내가 준 그 위조여권으로 우리나라를 떠나는게 좋을거야. 나는 아버지를 배신할수는 없어. 아버지가 원하면 나는 네가 있는 곳을 말할수밖에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내가 모르는 곳으로 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네가 우리집으로 돌아와서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너도 만약 네가 이번에 우리집으로 들어온다면.. ....다시 한번 그 일을 해야한다는것..잘 알고 있겠지? 2년마다 한번씩 했던 그 일을 말이야. 이번에는..분명히 너의 그것을 가져가고 싶어할거야. 왜냐면..어머니가 그걸 좋아하셨거든. "강기사, 오늘 본 일은 전부 잊도록해." 내 말에 운전하던 그는 '네'라고 대답한다. ..... .....너와 함께 지내는 녀석들은 꽤 괜찮은 녀석 같더구나. 하지만..그녀석들은 겨우 고등학생이야. 아무런 힘이 없어. 너를 지켜줄수 없을거란 말이다. ......도망가. 부디, 부탁이니까-. 내가 아버지에게 네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기 전에. 나는 괜히 가슴이 답답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 장인선 "수고했다. 오랫동안 잡아둬서 미안하구나. 이젠 집에 가봐라." "네." OMR용지 정리라던가, 주관식 채점같은 시험 뒷처리를 2시간이 넘도록 해서 어깨가 뻐근하다. 목을 돌리자 '우드드득' 소리가 난다. ........벌써 노년기인가.....? 너무 큰 뼛소리에 내 몸의 연령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교무실에서 교실로 돌아와 책가방을 챙겼다. 아무도 없는 교실. ....재경이와 함께 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지. 일을 하지 않을수는 없으니....... 나는 교실에 불을 끄고 문단속을 한 다음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내가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려는 순간.. "까~~~~~~~꿍~~~~~~~" .........하면서 한 여자가 뛰쳐나온다. ...... ...........깜짝이야. .................. ...........날 놀래킬 의도였다면...100점 만점에 100점을 드리고싶군. 날 장난스럽게 바라보며 웃고 있는 여인. ........내 앞에는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그..뭐더라..그..여자가 서있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오랫만이야." 살풋웃는 그여자. ....그래, 분명히 본적이 있다. 같이 잔적도 있는것 같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 오랫만이야." 이렇게 이름이 기억안날때는 호명이 필요없는 대사를 이끌어내는것이 중요하다. ...꼭 이름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말만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것을 알게되면 피곤해지거든. ' 정말 이름을 몇번 가르쳐줬는데도 잊어버린단 말야?' ' 아..너무 서운해!! 내 이름 그렇게 쉬운데!!' ....등등의 말. 하지만 이름이 아무리 쉬워도, 내 관심밖의 사람이라면 그 이름은 기억에 남질 않아. .......그것만큼은 나도 어쩔수가 없어. "정말 늦게나오네..나 1시간이나 쭈그리고 앉아있었던거 알아? 언제나올까..해서 여기서 놀래켜 줄려고 나무틈에 서서 기다리느라 다리에 쥐나는줄 알았어." .....내 머릿속에는 교문에 나오는 그 비슷비슷해 보이는 남학생들을 쳐다보며, 내가 나오면 놀래켜주려고 나무뒤에 숨어 먹이를 잡으려는 시라소니처럼 몸을 사리고 있는 이 분홍 투피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 생각에 하마터면 피식 웃어버릴뻔했다. "....왠일이야?" 내가 묻자 그녀가 샐쭉거리며 말한다. "전화해도 안받아서...만나고 싶은데 만날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놀래켜주려고 학교앞까지 왔다구." ..... ..........대학생이 아무리 한가하다지만...참... .....노력상..이라도 주고싶은 기분이다. ".....기다린 기념으로 맛있는거 사줘." 내 팔에 매달리면서 말하는 그녀. 아무리 그래도..교복을 입었는데, 이런모습은 별로 좋지 않아. "미안, 교복이라서...팔짱은 안될것 같은데." 내 말에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팔을 놓았다. "나, 같이 가고싶다고 생각해놓은데가 있어. 거기로 가자." .....그래.....기다렸는데, 여기서 '난 방금까지 일해서 피곤하니 집에 가봐야겠어.'라고 말하는것도.. .............좀 그렇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나서 그녀가 추천하는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왜...그래...인선아..?" 내 목에 매달려있는 그녀가 의아한듯이 묻는다. ....나는 온몸이 굳어서 아무말도 나오질 않는다. ........내가 미친거야. 내가..미친것일지도... 그런..생각을 하다니.. 난..정말... ...............미친건가???? "왜그래?"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가 내게 다시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입이 떡 벌어진채로 굳어서 멍-하니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땡-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그녀와 내려서 방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나는 움직일수가 없었다. 대신 나는 그녀에게... "미안, 오늘은 정말 기분이 아냐." 라고 짧게 말했을 뿐이다. 그녀는 정말로 실망한듯 보였지만, 내 기분을 이해해서인지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닫고 1층을 눌렀다. 예약했던 방을 해약하고, 나는 그녀와 함께 호텔에서 나와 그녀를 위해 택시를 잡아주었다. "미안해." 나는 재차 사과하며 그녀를 보냈다. 그녀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냐, 갑자기 찾아온 내가 미안하지. .....다음에 와도 또 놀아줄거지?"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내 택시는 부웅-하고 출발하고...나는 아까받은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우뚝서있었다. 그런 내가 택시를 기다리는 행인으로 보였는지 내 앞에 택시가 섰다가.. 내가 아무반응이 없자 툴툴거리면서 다시 택시를 출발시킨다. 정말..정말...나는...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가? ***** 잠시 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밥을 먹고 싶다 하는데로 왔고.... 그곳은 유명한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보나마다 그 다음코스는 호텔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웨이터가 가져다준 메뉴를 펼쳐보니...값이 가관이다. 수프 하나에 몇만원씩 하고, 무슨무슨 커틀렛이라고 써진것들이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정말 이런데에 돈쓰는건 질색인데 말이지.. "....나 이런곳 처음와봤어. 너무 비싸서 말이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와 함께 무미건조한 대화를 하다보니 시켰던 음식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음...정말 신기하게 생긴 음식들이구나. 신기한 음식을 보니.. ....재경이가 있었으면 얼마나 신기해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재경이가 있었다면...눈이 이만큼 똥그래져서..깜짝 놀래서는.. '..처..처음 먹어봤는데..'라고 말할텐데 말이지. 분명히 웨이터에게 물한잔 가져다 달라는 말도 못하고 목이 말라도 꾹 참고 있을 녀석이야.. 나이프하고 포크쓰는 방법도 분명히 모를것 같아.. ...있었다면 내가 가르쳐 줬을텐데.. 그게 말이지...하면서...흠....옆자리에 가서 손을 잡고 가르쳐 주는것도 괜찮을지도.. ............ ....... "...인선아!" "..........." "장인선군!!!" "응?" 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나를 장난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그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생각을 하길래 내가 말해도 대답도 안하고 혼자 피식피식 웃는거야?" .......... ...........무..무슨 생각했나고? ...........나는......... ............재경이...생각을 하고 있었어. ...........세상에.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재경이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나..장인선군이 웃는거 처음봤네. 무슨 생각했어? 응?" ........ ..........내가 재경이 생각을 하면서 혼자 피식피식 웃고있었다고? "웃는것도 좋지만, 식사가 나왔으니..식사 하고나서 웃자. 응?" 그녀의 말에 나는 내가 식사가 나왔는데도, 포크조차 잡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그녀의 재촉에 포크를 잡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참, 왜 그때 재경이의 생각이 떠올랐는지. 나는 이상해..이상해..라고 혼자 곱씹으며 커틀렛을 썰었다. 밥을 먹은 뒤에는 자연스럽게(마치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방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기계처럼 이리저리 그녀가 이끄는대로 왔다갔다 하고있었다. ......그때 왜 나는 재경이의 생각을 한거지? 음..아마......같이 지내서 그러는건가.. 이상해. 이상해. 하지만 선재와 창욱이는 이런 식당에 와서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그건..변명이 안돼. 나는 마치 내 정신 상태를 해부하기라도 하는 듯, 그때 재경이가 떠오른 이유를 자기 스스로에게 변명이라도 하듯이 생각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왜일까..왜일까.....머리가 뽀개지도록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목에 누군가의 팔이 감기고.. ...조심히 내 뺨에 와닿는 입술. .........그녀가 내게 뽀뽀하고 있었다. .... ..........그런데....... ...............그런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세상에, 미쳤지. ........................나는.....깜짝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나는 내 생각에 놀라서 그녀와 함께 잘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녀를 택시에 태워보낸것이다. 세상에.......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목에 팔을 감고 뽀뽀했을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내 목에 팔이 감기자....... 재경이가 홍영진에게 얻어터진날 재경이가 나를 꼭 안았을때의 느낌이 떠올라서..... ............... .....................재경이가 내게 뽀뽀해주면 얼마나 기쁠까!!! 하고........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호텔앞에 멍-하니 우뚝하게 서 있었다. ..... ......세상에..혹시........ ........나는...........................................변..태? 아니! 아니..생각을 해보자고. 보통 같은 집에서 사는 동급생에게 '그녀석이 내 팔을 감고 내게 뽀뽀해줬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품냐는 말이야. .......나...미친건가? 아.... ............이게...뭔가..... 내가 그렇게 서 있자 또 한대의 택시가 내 앞에 서서 '안탈거요?'라고 묻는다. 나는 엉겁결에 택시에 올랐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오른거야...... 왜 그때 재경이가 떠오른거냐구.... .....아...갑자기 별자리 운세가 보고싶어졌다. ....이럴땐 꼭 이런게 보고싶어. 이렇게 정신이 혼란할땐 별자리 운세를 봐서, 별자리 운세에.. '이번달은 혼란이 예상됩니다'라고 써진 글귀가 보고싶다..이말이다.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이봐요!! 손님! 어디로 갈거요? 행선지를 말해줘야지!!" "아, 네." 나는 택시기사의 말에 기계적으로 우리집 주소를 불렀다. 내가 얼마나 정신이 나가있었는지, 택시 기사에게 착실하게 우리 아파트 동과 호수까지 불러주었다. ..502동 1203호입니다..라고말이다. 택시기사는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더니 택시를 출발시켰다. .......그녀석의 그 신기한 남색 눈동자가 떠올랐다. 놀라운것을 볼때마다 동그랗게 떠지는 그 눈동자. 당황하면 이리저리 공중을 헤메고...무서운 것을 볼때면 공포에 질려있고... ......겨우 3달을 같이 살았는데...... ...........이렇게 많이 알게되었나? 나는 택시안에 앉아 택시가 흔들리는대로 나도 흔들리고 있었다. 잠깐만.... 내 생각을 정리해보자. 내가 재경이에게 하는 행동을 정리해보자. ....나는 녀석이 기뻐하는 일을 해주고 싶어. 그래서...방도 새로 꾸며주고 싶고.. ......진주삔도 사주고 싶었어. 그녀석과 함께 집에 가고 싶어서, 담임이 방과후에 준 업무를 귀찮아했어. 전에는 그런일이 없었는데 말이지.. 나는 녀석이 해준밥이 맛있어. 나는 녀석이 설거지 하는건 싫어. 손이 아플것 같아서. 아무리 설거지를 잘한다고 해도... 그래서 설거지 기계를 산거야. 나는...녀석이 날 편하게 대해줬으면 해. 다른 누구보다도 내게 먼저 기대어 줬으면 해. .... ............... ...................콰콰콰쾅... 머릿속에서 번개가 짜르르르 치는듯한 느낌이다. 세상에....... .....저건.......................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행동이잖아. .................저건............정말로...........그런거잖아. ....그럼, 나는...재경이를......좋아하고 있는건가? ......그런거야??? 갑자기 얼굴에 열이 확-몰려오는 느낌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택시 앞좌석에 백미러를 보니 조금 발그레해진 내 얼굴이 보인다. .....세상에! 미...미쳤어!!!!!!!!!!!!!! 얼굴이 빨개지다니!!! 내가 초등학생인가? 어떻하지....... 나는 좋아하나봐... 나는...............그녀석을 좋아하나봐. ..........좋아하면 그 사람하고 같이 있고싶어지게 된다지? 그래, 난 재경이랑 같이 있고 싶어.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뭐든지 다 주고싶다지? 그래, 난 재경이가 기뻐할것이라면 뭐든지 주고싶어. ........나는 내 생각에 내가 더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정말 머리카락이라도 쥐어뜯고 싶은 느낌이다. 내 마음이 너무 혼란스럽다. 뜨개질하다가 얽혀버린 실타래처럼 머리도 마음도 혼란스럽다. 나는 무거운 생각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택시기사는 아까부터 내게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말 안해도 알것 같다. 타자마자 주소는 안부르고, 주소 불러달랬더니 아파트 호수까지 다 불러주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가, 당황했다가, 놀랐다가, 입을 쩍 벌렸다가... ......미쳤다고 해도 할말 없지. ......이건 뭐야....... 아..제발, 제발, 제발, 누가 내게 별자리 운세가 적힌 잡지 한권만 던져줘. .......미쳐버릴것 같네. 내가 택시 뒤에서 추태를 부리는 동안, 택시가 우리집에 도착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3500원이 나왔지만, 5000원을 내고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더 의심을 사게 된것 같았다. 택시 기사는 고개까지 돌려가며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부우웅-하고 사라져갔다. 나는 그 택시 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터덜터덜 우리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말도 안돼. ..........내가 변.태....라니..... 아냐.. 아냐...... 이봐, 장인선 정신차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확하게 생각해 보자구. ..........내가 꼭 재경이를 좋아한다고..말할수 있어? 누군가에게 뭘 해주고 싶다고해서 그걸 꼭 좋아한다고 말할수는 없어. 그렇지.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선재나 창욱이에게도 뭔가를 해주고 싶고, 녀석들과 같이 있고 싶고, 녀석들이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 그래, 그것은 깊은 우정일수도 있지 않은가? 재경이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놀라는 녀석의 표정이 귀여워서, 나는 녀석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을뿐. 그 이상은 아냐. 그..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재..재경이가..뽀..뽀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것은... ....그 이유는.... 나는 적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답답해, 왜 그랬냐면...음...... 그래! 그냥 분위기가 그래서 그랬던것 뿐이야. 분위기가. .....어설픈 변명이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래. 그건 우정의 발전된 감정일 뿐이지, 애정은 아냐. 그렇지? 그렇지? 나는 자신에게 몇번이나 세뇌하듯이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마음이 편해진것 같기도하다. 나는 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우리집 문앞에 당도해있었다. 나는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말했다. '나는 재경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그건 깊은 우정이야.' '나는 재경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그건 깊은 우정이야.' '나는 재경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그건 깊은 우정이야.' . . . . . 마지막으로..레드썬. .......음, 좋아. ...최면이 걸렸군. 그렇게 몇번 생각하고 나니, 정말 재경이가 그냥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참, 아까는 분위기가 이상해서 그랬다니깐...... 그래...분위기 때문이야......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연 순간, 나의 최면은 '촤차차창'하는 소리와 함께 깨어지고 말았다. 우리집 소파에는 겁에 질린 재경이가 승호에게 반 안기다시피해서 앉아있었는데... 그 순간 내 가슴은.. 재경이가 울고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냉장고에 쳐넣어지는것 같이 놀랐고, 불안했으며.. 내 머리속으로는.... ......재경이를 반 안고있는 현승호를......... .........재경이에게서 떼어내어........................ .................................................베란다 바깥으로 던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쳤.어. 내가..내가 승호를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 생각했다니! 세상에! 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그건... ....그건...... ...................질.투.잖아!!!!!!!!!!!!!!!! //////////////////// "인선아! 이제 왔어?" 날 본 승호가 내게 말한다. 승호의 목소리에 못된짓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철렁하다. "아..으..으응...." 내가 애매모호하게 대답하자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갑자기 저번에 재경이가 하교길에 동네깡패에게 둘러쌓였을때, 승호가 구해줬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때 나는 없었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미쳤어, 미친거야. 이건...........질투야. 세상에..최면도 필요 없어. 나는 녀석을 좋아하나봐... .......미쳤어./////// 나는 멍-하니 서있다가, 겁에 질린 재경이를 보고 재경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래, 지금 다른건 다 상관없다. 재경이가 왜 이렇게 놀라있나...그게 문제야. "재경아." 내가 부르자 초점없는 눈으로 재경이가 나를 바라본다. 녀석의 눈동자에 가슴이 철렁하다. 마치 지금 녀석의 눈동자는 스크림을 봤던 날 밤과도 같다. 숨도 못쉴정도의 공포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있는 강아지와 같은 녀석. 왜그래....무슨일이야.....도대체 무슨일이야......... "왜 그런지..나도 모르겠어. 데려와서 함께 있기는 한데.... ...........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어?" 재경이는 승호와 나의 대사가 들리지 않나보다. 끊임없이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몸을 웅크리고 있다. "......그때.................공포영화를 봤을때...비슷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어." 내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재경이는 하나도 들리지 않나보다. 계속해서 눈동자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냥, 왠지 모르지만 가슴이 아팠다. 재경이의 등을 토닥여줄까..생각하는데.. ......승호가 이미 재경이의 등을 쓸어주고있다. 으..으음... ....승호대신 내가 재경이의 등을 쓸어줬으면 좋겠는데... .............. ................... ............................... ...........헉....................... .......내가 방금 뭐라고 생각한거지? ...미쳤나봐. //////// 최면도 필요없어, 레드썬도 필요없어. ......좋아하나봐. "미안하지만, 부엌에서 물좀 가져다줄래?" 내 말에 승호는 '아, 응' 이라고 대답하면서 재빨리 부엌으로 사라졌다. ....미안하다, 승호야. 내가 좀 유치하다. ////// 나는 승호가 사라진 사이 재빨리 승호가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서 재경이의 등을 쓸어주기 시작했다. .....참....정말......나..미친건가. 나는 내 감정에 당황해하면서도 재경이의 등을 쓸어주고 있었다. "여기." 내 앞에 불쑥 나타나는 물컵. 물컵을 받으면서 승호의 얼굴을 보니...왜 이렇게 오늘따라 잘생겨보이나. 녀석의 스포츠머리가 괜히 멋있게 보여서, '나도 스포츠 머리하면 잘 어울리려나?'라고 생각해버렸다. "하교길에 우연히 재경이를 발견했는데... .....어떤 회색 양복을 입은 말쑥한 사람이랑 마주보고 서있더라고. 아니..재경이는 쭈그리고 앉아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회색 양복의 말쑥한 사람? 누구지? .....누굴까? "재경이를 때렸다거나...무슨 일을 한것같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갔을때 이미 재경이는 겁에 질려있었어." 그의 말에 재경이를 내려다보니 재경이는 아직도 겁에 질려있는 듯 하다. 재경이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등을 쓸어주자 조금 지쳐서 잠이 오는 듯, 눈이 감기는것 같다. "잠깐만....재경이 좀 재우고 올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승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재경이를 안고 재경이방으로 들어가 녀석을 침대에 눕히고, 불안해 하는 그녀석이 잠들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다. **** 재경이가 잠든것을 확인한 후 거실로 나와보니 승호가 거실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잡지를 읽고있었다. 나는 짧게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고맙다." 내가 말하자 승호가 웃으며 대답한다. "고맙긴, 우연히 만났을 뿐이야." ".......그래........."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아, 밥이라도................" 승호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집에 가봐야지. 엄마가 기다리시거든." ......아, 그래..... 승호는 그렇게 말하고 현관으로 나갔다. 나는 망설이다가 승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내가 말하자 승호는 '응??' 이라며 무슨말이냐는 듯 되묻는다. ......내 말은.......아까 널...널...///////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해서 미안하다는 거였는데....////// (그런걸 어떻게 얘기하겠나. ) 사실은 아까 그 생각때문에 미안해서 승호를 제대로 쳐다볼수도 없다. ......참...미...미안하다... 내가 왜 갑자기 그런생각을 했는지....... "......여하튼 미안해." 내가 말하자 승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웃어버린다. "무슨말인진 모르겠지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럼, 난 이만 갈게." "......아, 응....잘가라." "응." 승호가 나가고 나서 나는 마치 내 죄를 사면받은 어린양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승호야. 용서해라. (그렇다고해서 널 던질일은 절대 없을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아까 승호가 읽고있던 잡지를 주워들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여기에...혹시 별자리 점이 있으려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잡지를 맨 뒤로 넘겨 별자리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천칭자리.......음....천칭.... ...오, 여기있군. 그래.....분명히 별자리점에 '이번달은 혼란이 예상됩니다'라고 적혀있을거라니깐..... 그런 별점을 보면...분명히 마음이 편해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잡지를 눈앞에 바싹 가져다 대고 이번달의 별점을 읽기 시작했다. [ 금전운 : 언제나 부자인 당신. 그러나 이번달은 지출이 많은 시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당신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군요. 자, 그렇다고 주춤거리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 .........;;;............ 이번달에...혹시...재경이 방을 만들어 준것....?? .....헉!!! 설마. 그럴리가- 아니, 이놈의 별점이..이번달 따라 왜 이런담.... 나는 고개를 힘차게 젓고 연애운을 읽기 시작했다. [ 연애운 : 드디어 둔한 당신이 사랑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때는 친구로 보이던 상대방이 점차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게 되는군요. 아니, 사실은 이전부터 차지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깨닫지 못했던것 뿐. 새로이 나타난 멋진 라이벌에 유의하세요. 그대의 우위를 뺏길수가 있답니다. 행운의 장소 : 공원. 행운의 숫자 : 6. 행운의 색깔 : 남색. ] 화아아아아악................../////////// 나는 괜히 혼자 얼굴이 빨개져서 보고있던 잡지를 덮어버렸다. 뭐.....뭐야!!!!! 이 잡지!!!!!!!!!! 이상해! 이상하다구!! 연애운..//도 이상하고.....특히 행운의 색깔이........왜! '남색'이야!!!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봐던 별점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하고있다. 안돼...안돼..... 그래...저 잡지 평소때도 좀 이상하더라... 다른 별자리를...다른걸 좀........ 나는 안절부절 못한채로 다른 잡지를 찾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천칭자리..........천칭자리................. [ 그대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시기. 그대 주변의 사람들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연인으로, 혹은 라이벌로 나타날수가 있으며........] 나는 거기까지 읽고 잡지를 덮어버렸다. ........이놈의 잡지들이 단체로 미쳤다. 아니... ....아니....... .......................미친건 나야......나......... 나는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소파에 앉았다 일어섰다....참으로 추하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어떻해.....정말...... ...................................미치겠다. ...친구?....우정? 좋아하는것.....? 라이벌.........? 승호...와........재경이..........? 모든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나는 '으으으윽'이라고 조용히 내뱉으며 소파에 고개를 파묻었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최면도 필요없어, 레드썬도 필요없어......................... .........난........정말..........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느낌이다. 나는...... ..........내 마음은......정말 무엇일까..........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테이블에 걸쳐놓은채 눈을 감았다. ****** .........뻐꾹- 뻐꾹- 뻐꾹- 뻐꾹- 거실에 울려퍼지는 뻐꾸기 소리. 나는 문득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기계적으로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시계를 보니 뻐꾸기가 12번을 울고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벌써 12시인가? 내가 소파에서 잠깐 졸았나보군......... 아직 교복도 안갈아입었네. 참...한심하게.....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방으로 들어가서 대충씻고 면티과 가벼운 바지를 걸쳤다. 다시.....잘까.......아니면........ ..............재경이가.......일어나 있으려나........... 아, 또!! 또! 재경이가 생각나버렸다.............../////// 젠장.....잠자고있는 재경이방에 왜 들어가본다는거야......... 스스로에게 '넌 중증이야..'라고 말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눈은 말똥말똥. 자꾸만 재경이방에 들어가보고싶어서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아.....선인장........너 정말 한심해........ 제발 그냥 좀 자.....잠 자라구........ ' 양 한마리........양 두마리............양.........양.............한다발........... ................젠장!! ' 양까지 세며 잠을 청해보았으나,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가슴은 더욱 간질간질하다. 참..... 그래.......하자, 못하면 병난다더라.... 가..가보면 될거 아냐!!//////// 나는 도전적으로 덮고있던 이불을 바닥에 팽개치고 씩씩하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씩씩하게 뛰쳐나와 재경이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얼어버린 몸. ......자...잠자고 있으면 어떻하나........ 내가 문을 열어서 깨버리면........ 재경이 방문을 놓았다 쥐었다....하다가 그냥 눈 딱 감고 조용히 손잡이를 돌렸다. 스르르르륵........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노력했지만 조금 소리가 나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헉...." 내가 문을 열자 작게 울리는 숨소리. 어둠속에 어슴푸레 보이는 침대에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 나는 손을 더듬어 재경이방의 불을 켰다. 재경이는 스크림을 봤던 날처럼 이불을 돌돌말고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재경이의 눈은 토끼처럼 새빨개져있었다. 눈가까지 빨개진 재경이. 녀석의 모습에 그냥 마음이 아팠다. "재경아...." 아직도 패닉상태인가? 내가 재경이의 눈을 바라보자 재경이는 아까처럼 제정신이 아닌것 같지는 않다. "아...미안, 자..잠이 안와서......." 재경이는 자기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걷으면서 당황한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행이야....... ..........다행이다.......돌아왔구나....... 갑자기 재경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을 뻗었는데... .....//////........가...갑자기 안으면 어쩌자는거야.....하는 마음에 공중에서 멈춰버린 손. 갈곳을 잃은 손은 공중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재경이가 '무슨..일?'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이손을 어떻게 처리하나....;; 나는 무안해서 얼른 공중에서 헤메는 손을 내려 재경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재경이는 푸욱 고개를 수그려버린다. 녀석의 보드라운 머리칼에.....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놀라버렸다. ...... ...........정말.......... .............최면도 필요없어...... ..........레드썬도 필요없나봐................ ......난,.................. .............널 좋아하나봐........................ 이젠 당황스럽지도 않아서 그냥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냥 손 사이로 사르륵 빠져나가는 녀석의 머리카락을 부비부비 해주다가......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말했다. "............찜...케이크......먹지 않을래.......?" 내 말에 재경이가 무슨말이냐는듯 빨간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고 재빨리 눈을 돌리는 재경이. 나는 피식 웃고 녀석에게 말했다. ".....옷입어, 핫케잌가루 사러가자." 내 말에 재경이는 뭔지도 모른채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입기 시작했다. 내가 방에가서 지갑을 챙겨 나오자 현관앞에 재경이가 서있는게 보인다. "나갈까?" 내가 말하자 재경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집앞에 있는 편의점에 와서 핫케이크가루를 찾기 시작했다. ......음.......요즘엔 안파나..... 어렷을적엔 많이들 팔았었는데...... 물건 찾는데는 별로 소질없는 내가 여기저기 코너를 기웃기웃하면서 핫케이크가루를 찾고 있는데, 재경이가 작은 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혹시......이거.......아냐?" "?" 재경이의 손끝을 보니 내 앞에 놓여있는 핫케이크 가루. ......;; 바로앞에 두고 찾고 있었군. "아..맞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케이크 가루를 집어들었다. 찜케이크 만드는데 뭐뭐가 필요하더라...아마...계란하고.....우유도 필요할텐데....... "집에 계란하고 우유도 있어?" 내가 묻자 재경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돌아가자." 또 핫케이크가루를 자기가 들겠다는 재경이에게서 가루를 빼앗다시피해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조리법이 잘 기억나지 않아 케이크 가루 포장 뒷면에 써진 요리법을 보고 있는데, 재경이가 조용히 다가와 나와 함께 그 요리법을 읽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싱크대에서 양푼하고 거품기, 종이컵을 꺼내온다. 아...맞아. 기억났다. 양푼에다가 가루와 계란..우유를 섞고 걸쭉해질때까지 저은다음에..컵에다 넣고 찌면 됐었지.... 간단했는데 말이야...... 재경이가 가져온 양푼에 내가 핫케이크 가루를 담자, 재경이가 위에다 계란을 풀고 우유를 붓는다. 나는 거품기를 들어 그 반죽을 잘 젓기 시작했다. 내가 반죽을 젓는 사이에 재경이는 어느새 찜통을 가져와 물까지 올려놓았다. 내가 거품기로 반죽을 젓고 있으니 그것을 찌기 전까지 할일이 없어진 재경이. 손을 만지작만지작 하면서 안절 부절을 못하고 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는 거품기로 반죽을 젓다가...무슨 생각인지 조용히 재경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말이야.......TV에서 핫케이크가루 선전이 자주 나왔었거든.........." 내가 말을 시작하자 재경이가 조용히 서서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선전에선 꼭 다정한 가족이 나와서 핫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 나왔어........" ".........." "..............하지만 우리집에선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바쁘시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날수가 없었지." "........................" "근데...나는 왠지 그 광고가 부러웠어." ".........." "가족끼리 단란하게 앉아서 케이크를 먹는 광고가 말이야........" "..........." "그래서 혼자 집에 오는길에 핫케이크가루를 사서.........나 혼자 찜케이크를 만들어먹었던 기억이 나." "........"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걸 먹으면....그냥.....그 광고가 생각나서 나 혼자 먹어도 다정한 가족이 있는것 같았거든......" 말을 마치자 반죽이 충분히 걸쭉해져서 종이컵에 부어도 괜찮을 정도가 되었다. ......참, 내가 왜 또 갑자기 그 말을 한건지.........그냥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그냥.....오늘따라 갑자기 찜케이크 생각이 나서....... .........................내가 그렇게 말하고 웃자, 재경이가 다가와서 종이컵을 가져온다. 그러더니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던 재경이가 조용히 말한다. ".....나도......그 선전......본적있어." "............................................그래?" 나는 조금 놀라서 재경이를 바라봤다. 재경이는 얼굴이 조금 빨개져서 조용히 말했다. "아, 다 보지는 못하고.....조금......말을 들으니까.......기억이 났어..........."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재경이가 가져온 종이컵에 반죽을 부었다. 왠지 조금...유대감이랄까.......그런게 생긴것 같아서...........기분이 좋았다. 재경이는 내가 반죽을 부은 종이컵을 찜통에 넣고나서 뚜껑을 닫으며 조용히 말했다. "........................나도...........그 광고가.....부러웠어." 그렇게 말하고 빨개진 얼굴을 푹 수그리는 재경이. ........ ..................놀..랐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은.................... 게다가 재경이가 그렇게 말할줄은.............. ..........................나는 바보같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서 '으응..'하는 애매모호한 소리를 내버렸다. 재경이는 고개를 숙인채로 식탁에 다가와 남아있는 계란 껍질과 양푼을 치우기 시작했다. 멍-하게 서있던 나는 재경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찜케이크가 완성되자 재경이와 나는 식탁에 마주앉아 그 찜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말한마디 오고가는것 없었지만....왠지 모르게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집 말고는 모두 불이 꺼져있는 아파트의 정적도 부담스럽지 않다. 오늘의 어둠은...무서운 어둠이 아니라, 부드러운 어둠인것 같다.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밤...... 오밤중에 왜 갑자기 케이크를 먹고있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케이크가 너무 꿀같이 맛있어서..........나는 하마터면 웃어버릴뻔 했다. 어렸을적, 혼자 먹던 케이크는....정말 맛이없던데........ ......그 광고를 떠올리며 단란한 가족을 생각할땐.....왠지 모르게 슬펐었는데..... ........오늘의 케이크는...정말 맛있어. .....너와 함께 앉아있는 이 공간이.....단란한 가족의 공간 부러울것 하나 없이 따스해. 조용히 케이크를 먹고있는 재경이의 고개숙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최면도 필요없어. ...............................레드썬도 필요없어. ........................................난...............널 좋아하나봐. * 사족 오랫만이죠? (삐질.;;) 저..절 기억하는 분들이 남아 계시려나.....ㅠ_ㅠ;; 잊지않고 읽어주신 당신, 고마워요. * BGM # Feels so good - Chuck Mangione - * 이선재 시..시험이 끝났다! ㅠ_ㅠ 만세! 만세! 만세! (삼창) 이제는...여름 방학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하!하!하! 물론 평소때보다 시험을 잘본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죽을 쑨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다음날 학교에 가는 내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느때처럼 모퉁이에 서서 조느라 고개를 떨구며 나를 기다리는 창욱이의 등짝을 때려가면서...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가자 준우가 나를 반긴다. "안녕, 선재야. 킥킥..창욱이는 맨날 자는구나." "아, 안녕. 뭐 창욱이야 항상 똑같지 뭐.." "으음..무슨 말이냐!!" 자면서도 대꾸하는 창욱이. 아휴..못말려!-_-; 준우는 웃으면서 화장실로 갔고, 쪽시러워진 나는 창욱이의 귀때기를 잡아당겨 내옆자리에 앉혔다. 창욱이는 아프다고 울면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포즈를 잡고 엎드려서 자기 시작했다. .....-_- 죽어! 죽어! 이 잠탱아! 내가 잠든 창욱이의 볼을 쿡쿡 쑤시고 있는데, 교실 뒷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선인장과 재경이가 도착했다. "어서와! ^^" 내가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인선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재경이는 고개를 꾸벅숙여서 인사한다. 오오..둘이 한집에 살아서 그런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비슷해. 차분-한것도 그렇고..별로 표정에 변화가 없는것도 그렇고... 말수도 대빵 적고.... ....으흠, 닮아가요..인가? 재경이와 인선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릴레이 하듯이 승호가 도착한다. 오옷! 승호군!!! 승호군이 도착하다니......후훗, 그러면.......필수 아침코-오쓰!! .......필살 등짝 때리기!!!!+_+ 내가 교실 뒤로 나감과 동시에 미선이도 폴싹 뛰쳐나온다. 나와 미선이를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승호. "오..오늘은 또 왜?!" 나와 미선이가 녀석의 등짝을 때릴거라 예상했는지, 옆으로 매는 책가방으로 등뒤를 가리느라 정신이 없다. 오..오늘은 왜..냐니? 나와 미선이는 마주보고 나서 당연하다는듯이 대답했다. "......그냥.-_-"X 2 얼빵한 승호의 표정을 무시하고 우리는 등짝을 가린 책가방을 치워낸 후, 녀석의 등짝을 때리면서 바깥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역시 여자와 작은 사람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승호가 눈물도 흘리지 못한채 애원한다. "아..아프다..ㅠ_ㅠ; 천천히좀 때려라 이것들아아...;; 제발 교실에다 책가방이라도 좀 놔두자...아침마다 이놈들이.." 후..후훗..미안해! 승호야.. 나도 때리고 싶지는 않은데..너의 그 난처해하는 표정이..... 너---무 너무 재밌는걸 어떻하니!!!!ㅠ_ㅠ "아우~ 그럼 매점가자! 피카츄빵! 피카츄빵!! *^^*"- 미선 "나는 딸기우유~ 딸기우유~ *^^*"-선재 우리의 말에 승호가 울상이 되어 대답한다. "매일 아침마다...얌마! 내가 돈나오는 주머닌줄 아냐!!!" "응! -_-"-선재 "...아니었니?"-미선 승호는 체념한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_-;;;;;; 하아...됐다. 포기다 포기. 그래, 알았어.. 사주면 될거아냐~ 사주면..ㅠ_ㅠ 때리지 마라..이놈들아... 작은것들이 손때는 매워서...." 승호의 말에 미선이가 허리에 손을 척 얹으며 말한다. "아니! 작은것들이라니! 내 키가 170이라구! 170!" ....그래! 알구있어! 너 나보다 더 큰거! 흑흑흑..ㅠ_ㅠ 168(사실은 167.5)앞에서 자랑하는거지? 그지?ㅠ_ㅠ 나는 서러움에 혼자 눈물을 흘리는데.... "아..알았어, 키 큰 미선씨. 미안해." 승호가 어쩔수없다는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그러자 미선이가 웃으며 덧붙였다. "'키크다'만 말고 '날씬하다까'지 붙여줘, 승호군." 승호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알았어..알았다구....키크고 날씬한 조미선씨." 그러자 미선이는 웃으면서 다시 승호의 등짝을 때리며 말한다. "매점갑시다~ 매점~~ *^^*"-미선 "응! 응! 가자~ *^^*"-선재 "...........ㅠ_ㅠ"- 소리없이 우는 승호..-_-; 우리는 그날 아침에도 딸기우유와 피카츄빵을 의기양양하게 획득하여 교실로 돌아왔다. * 현승호 .......이놈들아........ 내 등짝 사정도 좀 고려해주렴... 등에붙은 파스가 떨어질것 같잖냐. 내 늙어서 비올때마다 등이 쑤시면 다 너네들 탓이다.. 아침부터 하루 용돈의 절반을 날려버린 나는 남몰래 지갑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분명히 선우현이 오면 또 선우현 밥먹여야되지.... ....이번달에 신발이나 한번 사볼려고 했는데....포기다, 포기. 나는 텅텅 비어버린 통장을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지갑을 쑤셔넣었다. 교실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으니, 재경이가 어느새 등교해있었다. 나는 재경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경아, 괜찮아?" 공부하던 재경이는 내 말에 번쩍 고개를 돌려서 약간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응...어제 미안했어." 재경이는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긴...뭐가 미안하냐. 더 빨리 갔어야 하는데.....참...... "미안하긴. 위험하면 나를 생각해라. 그러면 내가 번쩍 나타난다는거 아니냐..." 사실 내가 생각해도 유치한..우뢰매나 독수리 오형제같은 대사였으나...;;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물론 그 능력은 아버지의 선물이지만 말이다. 나는 농담조로 가볍게 말한거였는데 재경이는 내 말에 놀랐는지 조금 눈동자가 커졌다가.. 벌개진 얼굴로 이내 고개를 푹 수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풋...귀엽습니다, 재경군. 나는 녀석의 표정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 송영희 "시험도 끝나고....." ".....우리의 불을 다시 땡길때가 되었지......." "........그래 그동안 못봤던 야오이도 만빵 보고..........." "................참, 요즘...눈이 너무 호강해...그렇지 않니?" "맞아 맞아-_ㅜ!!" 아아....'Boys! be ambitious'.....가 아니라 'Boys! be beautiful!'이로다!ㅠ_ㅠ 우리반을 빛내는 7대 명물덕에..우리 4명, 맨날 눈만 높아지고있다. 우리의 인선군이야 언제나 쿨-한 모습으로 교실을 빛내고 있으며.. 그의 절친한 친우들인 선재군 또한 또리또리한 눈망울로 우리를 기쁘게 하질않나.. 창욱군은 비록 쓰러져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_-;...그래도 좋지. 게다가 뉴페이스인 승호군 역시 사람 환장하게 잘생겼다...이고... 우리 학교의 얼짱, 여왕공(..혹은 수?-_-;) 선우현군이야 얼굴빼면 시체. 잘먹고 잘자서인지 나날이 빛을 더해가는 우리의 재경이. 시험기간때면 으례히 학교에 나오지 않는 홍영진군 역시 성질은 더럽다만 얼굴은 잘생겼다오. "미쳐, 미쳐-_- 우리학교 인물, 우리반에 다 있잖냐." "맞아..확실히 딴반에는 우리반에 몰린 탓에 인물이 없지." "그래.....나중에 졸업하면 우리반 졸업사진 불티나게 팔릴거다." "푸하하하! 절!대! 안팔아야지-_-" "오오, 맞아, 맞아..가을에 있을 문화제때도 볼만하겠다!!!" "꺄아~ 기대돼~ ㅠ_ㅠ(쥘쥘쥘)" 우리들은 시험이 끝난 뒷풀이라도 하듯이 모여서 끊임없이 잡담을 수근대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5교시가 시작하기 전 시간이라 반에 아이들은 각각 다른 반 친구에게 놀러가거나, 화장실을 갔다거나, 아니면 다른 볼일을 보러가서인지 자리들이 몇몇 비어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서 다음 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남아있는 아이들은 우리처럼 잡담을 나누는 아이들도 있었고, 앉아서 책을 읽는 아이도 있었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들도 나머지 아이들을 배려해서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럼 그게 큰소리로 중얼거릴 내용이냐..-_-;;) 우리반에서 조용한 편인 준우와 대진이가 둘이 뭐라고 대화를 나누면서 머뭇머뭇거리더니... 교실 맨 뒤에 앉아서 공부하는 재경이의 책상으로 다가가는게 아니겠는가? "어머! 야! 저기봐! 재경이한테 말 걸어볼려나봐! (소근)" "우왓! 왠일이야!! *.* 이잉~ 나도 재경이랑 말해보고 싶은데에...(소근)" 사실...... 우리반 아이들이 재경이와 화해를 하기는 했으나.... 모두들 어디 자책감때문에 재경이에게 제대로 말을 걸어볼수가 있나. 언제나 모두들 재경이와 대화하고 싶어하지만...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걸어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예상외의 도자기 인형같은 미모. 같이 밥먹는 7명과의 짧은 대화말고는 학교에서 입도 뻥긋하지 않는 재경. ....아아..왠지 모르게....말걸기가 힘들더라....그 말이다. 그런데..아아! 준우, 대진! 재경이에게 말을 걸어볼 용기를 내다니! 보기보다 패기가 있는 녀석들이었구나! 다시봤어! 재경이에게 시선이 집중되면서... 갑자기 조금 조용-해진 교실. 분명히 반 아이들 모두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아이들과 재경이의 첫대화를 지켜보고 있는것일거다. 준우와 대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재경이의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저기, 재경아." 공부에 몰입해있던 재경이는 두명이 다가오는것도 못느꼈는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헉! 허어어어어억..재경군..그렇게 갑자기 고개를 들어 꽃미모를 비춰주면... 나..심장 쇼크사해요...부디, 천천히 고개를 들어주오.... 나뿐만이 아니라 말을 걸었던 대진이와 준우도 놀랐는지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아..응..." 재경이는 들고있던 샤프를 내려놓으며 놀란듯 버벅거리며 대답한다. 당황했는지 조금 입이 벌어져서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혹시....7교시에 들어있는 화학 숙제....했어?" 대진이가 용기를 낸듯 물어보자, 재경이가 고개가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인다. "아..응. 자..잠깐만....." 재경이는 놀랐는지 급한 손놀림으로 책상안에 들어있던 노트를 부스럭거리면서 꺼내더니, 그 중 한개를 대진이에게 건네주었다. 대진이는 조금 벌개진 얼굴로 '고마워'라고 말하면서 그 노트를 받아들었다.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재경이. ...아...미..미쳐...흐윽...너무 귀여워......ㅠ_ㅠ 왜 내가 재경이에게 말을 건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거야..아..아아... 재경이는 노트를 건네주고 어찌할줄을 몰라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대진이와 준우도..뭐라 말을 하려고는 했으나 생각이 나지 않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대화 종료. 노트를 받아든 대진이와 준우는 더이상 대화를 이어갈만한 소재를 못찾고 버벅거리고 있었다. ...아..아아..안돼! 안 돼!! 말을 좀더 이어봐...ㅠ_ㅠ 재경이 목소리라도 좀 들어보자! 그리구..너네들이랑 말을 잘 해야, 우리들이랑도 말을 틀것 아니겠니!! 이잉..나도 재경이랑 친해지고 싶어요..ㅠ_ㅠ "제발..마..말좀 더해라!ㅠ_ㅠ(소근)" 옆에 있는 수아 역시, 마음은 매한가지인지 두 손을 모은채 대화가 이어지기 바라고있다. 하지만 대진이와 준우는 대화거리가 없는지 그 자리에 선채로 눈만 돌리고 있다. 하..하긴 나도 막상 재경이에게 말을 걸면...할 말 없지...;;; 그래도! 뭐라고 대화좀 이어봐! 으응? 반 아이들이 모두 간절히 쳐다보고 있는데.. 할말이 없어서인지 재경이가 준 노트를 펼쳤다..닫았다..하던 대진이... 노트를 여닫다 말고 뭔가를 발견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엇, 재경아...저기..이거 화학노트가 아니라 물리노트인걸?" "응?" 책상만 쳐다보고있던 재경이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대진이가 다시 노트를 건네주자, 노트가 정말 물리 노트였는지 얼굴이 발개진 재경이. 다시 화학 노트를 찾으려고 책상을 부스럭 거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아..아이고, 아이고...미..미안, 아이고..." .....자.......잠깐!!!!!!!!! 잠까아아--------아안!!!!!!!!!!!! ..아..아이고????! ....아..아이고라니!!!!!!!!!!!!!! ㅠ_ㅠ 어떻해! 저 귀여운 얼굴로 아줌마들의 전용 대사인 '아이고!'를 연발할수가가 있는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내 입을 비집고 나올뻔해서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나뿐만이 아니라 반 아이들 모두 그런 상황인지 웃음을 참느라 얼굴들이 가관이다. 재..재경아, 아! 미쳐미쳐! '아이고!' 잊을수가 없겠네!! 반 아이들이 모두 웃음을 참느라 용을 쓰고 있는데... 웃기는데는 속수무책인 병호. 자기도 모르게 '푸훗'하고 웃음이 새어나가버렸다. 그러자 그걸 필두로해서 반아이들이 모두 참았던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푸..푸하하하..ㅠ_ㅠ" "아..아이고오오오! ㅠ_ㅠ" "아아아아~ 푸하하하!!" 반아이들이 모두 웃기시작하자 재경이가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진다. 재경이는 자기가 우리를 웃기게 했다는것은 꿈에도 모를거다. 아니..그런데 어쩌냐..그모습을 보니 더욱 웃음이 나는걸... 재경이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냥 우리들이 뭔가 웃긴일이 있어서 웃나보다..라고 생각하고, 다시한번 '미...미안해..'라고 말하면서 화학 노트를 대진이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들과 함께 정신없이 웃던 대진이가 재경이의 노트를 받아들고 다시한번 '고마워'라고 말하자, 재경이가 또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재경이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서로들 눈빛을 주고 받더니.. 구름떼같이 재경이의 책상으로 몰려가 다들 한마디씩 해보려고 난리들이다. "재경아, 내이름은 찬호야. 잊지마!ㅠ_ㅠ" "나도 노트좀 보여줘~" "재경아! 반가워! ㅠ_ㅠ" "아픈덴 없어?!!" ......우리 또한 거기에 빠질쏘냐! -_- 비호같이 몸을날려 재경이를 둘러싼 인영들을 헤치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보려 처절한 노력을 했다. "재경아! 내이름은 수아..헉!"(뒤에 오는 놈에게 밟힌 수아.) "내 이름은 미화..헉!"(뒤에 오는 놈에게 밀린 미화.) "내이름은 미..미서...헉!"(뒤에 오는 놈에 의해 거꾸러진 미선.) 재경이 몰래 자리다툼을 위한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내가 겨우겨우 앞으로 몰려나가 재경이를 바라보자....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어...어어?????? ....재..재경아!! ......아......어어....... ..재..재경아, 괜찮은거야....? ......어..어떻해............. 놀랐을거라 예상했던 재경이의 얼굴은 거의 사색이 되어 창백해져있었다. 재경이의 창백한 낯빛을 본 내 가슴도 철렁해져버렸다. 아이들은 재경이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채 뒤사람에 밀려서 허덕이고 있었지만, 용케 좋은 자리를 차지한 나는 재경이의 얼굴을 바라볼수가 있었다. 왠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자 당황함을 넘어 공포를 느껴버린듯한 재경이. 놀라서 숨을 가쁘게 쉬며 하얗게 된 얼굴로 책상만 쳐다보고 있었다. 얘..얘들아..재경이가 무서워하는것 같아... ....재경이는..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데..무슨 공포가 있는걸까? 얘들아..재경이 얼굴좀 봐... ...제발, 이젠 좀 흩어지자.... "얘..얘들..." 하지만 내 말은 아이들의 말소리에 파묻혀 들리지를 않았다. 아..제발! 얘들아! 재경이 얼굴좀 봐! 하얗게 질렸어! 무서워하고 있단 말이야!! 너희들한텐 재경이의 떨리는 손이 보이지 않아? 내가 답답해서 애들을 뒤로 밀어내고 있는데..갑자기 교실에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 ".....무슨 일이야?" 물론, 다른 녀석들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귓가에 들릴리도 없겠다만..... 그 목소리는 우리반이 익히 알고 있던 실장, 인선이의 목소리였으므로.. 아비규환의 수준으로 재경이에게 몰려있던 아이들은 인선이의 작은 목소리에 일체 동작 정지. 역시...쿨-한 얼음공의 한마디는 위대하도다. 인선이는 창욱이와 선재, 승호와 현이와 함께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눈썹을 조금 찌푸리고 무슨 일인가..하는 표정으로 우리쪽을 바라보던 인선이. 인선이는 재경이의 하얀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재경이에게 다가왔다. ...허..허헉.....자..잠깐! 잠까아아아아아아아안!!!!!! 방금, 방금 표정 봤어? 인선이 표정봤냐구! 그 얼음장같이 변화없던 인선이 표정을 봤냐고오오오오!!!! ..세상에, 나 인선이가 그렇게 깜짝 놀란거......생전 처음봤다. 인선이의 놀란 얼굴에 내가 더 놀라버렸는데, 인선이가 아이들에게 흩어지라는듯 손짓하고 재경이에게 다가왔다. 물론 인선이의 손짓에 후다닥 헤쳐지는 아이들. 나는 천천히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재경이를 바라봤다. "재경아...." 인선이가 책상만 쳐다보던 재경이의 팔을 가볍게 잡자, 재경이가 번쩍 고개를 들고 인선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인선이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창백하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다. 그 다음에 재경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란.... ......세상에......그건.....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아까 아이들이 몰려갔을때 불안해하는 표정이 아닌, '다행이야..'라는 표정의 안도의 표정. "나가자." 인선이가 말하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색이 안좋아.." "재경아, 무슨일 있었어?" 같이 들어왔던 승호, 창욱이, 선재, 현이 역시 둘이 좇아 밖으로 나갔다. 재경이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재경이에게 한마디도 못걸어본 아이들이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아아....너..너무 놀랐어.....세상에...... "아까...인선이 표정 봤어?" 내가 그렇게 묻자 나머지 3명이 서로 마주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니? 못봤어. 왜, 인선이가 뭔 표정지었어? 걔 언제나 얼음같이 한결같은 표정이잖아." "맞아.." 아니.....그럼..... "못봤어?" 내가 다시 묻자 합창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3명. "그럼 재경이 표정은?" 내 말에 미선이가 놀랐다는듯이 되묻는다. "엉? 무슨 표정? 어머, 생각해보니까 뒷사람한테 밀려서 재경이 얼굴도 제대로 못봤네..." "나도." "나도." ....아..아아! 답답해!!! ...둘의 표정이..정말 평소때는 볼 수 없는..그런..그런 표정이었다구!!! "뭐야? 무슨 표정인데? 설명 좀 해봐!!!" 답답한지 수아가 나를 잡고 흔들며 말한다. "아..그게 말이야....." ....하지만 내가 막상 둘의 표정을 설명하려고 하자....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아..정말, 그건 '언어 이상'의 표정이었다구....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나타내는 그런..... ...아흐!! 답답해!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냐? 딱 봐야 필이 팍 꽂히지!!! "뭐야?? 야~ 설명해줘어~~~" 3명이 나를 잡고 빨리 고백하라고 목을 조르고 머리를 쥐어뜯고 난리를 피웠지만, 나는 뭐라 그 표정을 설명할만한 적당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단지.... 나는 인선이가 재경이에게만은 다른 사람에겐 주지않는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재경이가 우리반 다른 누구보다 인선이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뿐이다. 잠깐!!!!!!!!!!!!! ....그..그러면........ .........호..혹시......... ..............그 둘................ ..................................그런 사이인거..........아냐?!?!/////// * 사족 - feels so good + 오아시스 (훗...재경+인선. 드디어 반공식 커플입니다....놀라운 진도 아닙니까????..........쿨럭!ㅠ_ㅠ;;;) 예..오늘 BGM은 척 맨지오니의...그 유명한 'feels so good'입니다. 우리나라의 무슨 힙합그룹에서도 저곡을 샘플링해서 썼던데.. (..뭔지 물론 기억나지 않는다-_-;;) 여하튼 굉장히 좋은 노래입니다. ....저 곡은 정말 신기한것이.... 기분좋을때 들으면 더 기분이 좋아지고.. 슬프때 들으면 더 슬퍼진다고나 할까..(저..저만 그런가요-_-;;) 여하튼, 신기한 노래입니다. 참..오늘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봤습니다. 이창동+설경구+문소리..라는 박하사탕에서 나온 환상 캐스팅에 군말없이 8000원 다내고 봤습니다. 정말...둘다 연기를 살벌하게;; 잘하더군요. 놀랐습니다... 설경구의 그 무식하고 변태로 오해받기 딱 좋지만.. 그 무식함만큼 다른 사람을 감싸줄 수 있는 착한 마음을 가진 '홍종두' 연기와.. '진짜 장애인 아니냐?-_-;'라고 생각하게 만든 문소리의 '한공주' 연기.......대단했습니다. 그런데요..신기한게...영화관에서 오아시스를 보고 있을땐 가슴이 아팠을뿐, 울지는 않았는데.. 집에 와서 다시 곰곰히 생각하니까..막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요! 저는 영화보고 잘우는 놈입니다..흑,흑,흑..ㅠ_ㅠ) 그 영화가 너무 현실적이라서 가슴아프고... 그들이 바라는 희망이 너무 작은것이라서 더 가슴아팠고.. 거기서 나오는 못된 사람들중의 하나가 나일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아니..장애인이라고 사랑하지 말란법있습니까... 아니면, 배운것없는 무식한 별세개짜리 인생은 사랑하지 말란법있습니까.. 오아시스의 두 주인공이... 가진것없고, 무식할지라도...그들이 비록 남이 비웃을 모양을 하고 있을지라도.. 부디 둘이 사랑하는데 그 소위 '잘난 사람들'이 제발 더이상 방해하지 말아주기를.. 그의 착한 마음과 그녀의 작은 소망을 짓밟지 말아주었으면..생각했습니다. 정말..그 영화 선전 문구 하나는 제대로 만든것 같아요. 가슴에 사무치게 말이죠. ' 사랑, 해보셨습니까! ' * BGM # Love Is Blue - 페이지 * 홍영진 "오늘은 100명인데다가.........본부가 아니라 곁다리를 치는거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을겁니다, 도련님." ".........응." 백호아저씨가 건네준 옷을 무심결에 걸쳐입으면서 대답했다. 아저씨는 옷을 다 입은 나를 보더니 껄껄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이쿠! 이젠 어른이 다 되셔버렸습니다그래. 열세살때 양복을 걸쳤을때는 영-어색하더니...이제는 아주 잘어울리시는군요. 세월 빠르네요...사탕 사달라고 울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저씨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이마 상처는...? 괜찮아?" 내가 묻자 백호아저씨는 자기 이마를 한번 쓸어보더니 시원하게 대답한다. "뭘 그런걸 다 걱정하십니까. 전 죽이려고해도 안죽는놈입니다. 걱정마세요."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 아저씨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맛을 다시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더니 불을 오랫동안 붙였다. ......아저씨가 내게 뭔가 할말이 있나보다. 백호는 내게 뭔가 할말이 있을땐 담배에 평소때보다 오랫동안 불을 붙이곤했다. ".......말해봐." 내가 조용히 말하자 백호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나즈막히 말했다. "..........지존파의 막내가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이제 예전처럼 막내를 찾느라 허술해진 상태가 아니라,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거예요. 다시 지존파가 세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경계도 더 심해질겁니다. 에...음.......그러니까........ ........도련님에 대한 조사도 더 깊어질것이고..... ...학교..생활도 들통날 위험이 있고..................에......" .....백호는 뭐든지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평소때와는 달리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비지땀을 흘리고있다. ...알고있어... 내게 그 말을 하기가 미안해서인가보지. ............괜찮아, 백호아저씨. 난 그런거엔 익숙해. 이젠...마음 먹었어. 그런것 따위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이제 그 7명이랑 밥...같이 먹어선 안된다는 얘기지?" 내 말에 백호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번쩍 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나와 눈이마주치자 마자 미안한듯 눈을 돌리고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별것아니라는 말투로 대답해줬다. "괜찮아. 어차피 그녀석들이랑 친한것도 아니었고... ...한재경도 이젠 다 나았고... .........또 장인선은 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어차피 다음주부터 학교에 나가면 모른체할셈이었어." 내말에 아저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백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뭐야...내가 아직도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백호 말대로 이제, 나는 양복이 어울리는 어른이야." 백호는 내말에 나를 미안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다..잠시 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텁텁하게 웃어주었다. "....아이쿠.....그렇군요. 도련님께 한방 맞았습니다." "...그렇지?" 나도 백호에게 조금 웃어주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비스듬히 서서 미소짓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준비 다 하고 나오세요. 곧 출발할거니까." "....알았어." 백호가 나가고 문이닫혔다. 나는 책상에 놓여있는 잭나이프를 몇번 휘둘러보고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보기 위해 전신거울앞에 섰다. .....우리집에는 나와 비슷한 얼굴이 셋이있다. 나의 아버지. 나의 큰형. 나의 둘째형. ......그중에서 내가 제일 비리비리하게 생겼다는것은 공공연한 비밀. 백호의 말로는 어렸을때부터 나는 사내새끼답지않게 눈물이 많았다고했다. 나를 혼내거나, 나에게 '이거 하면 안돼!'라고 말하면..나는 금세 구석에 가서 훌쩍거렸다고했다. 하지만, 그만큼 또 빨리 웃었다고 했다. 방금 혼나고도 사탕을 주면 헤헤-하고 웃는게...나였다고 그랬다. 몸도 제일 약했다고했다. 내가 이제껏 먹은 한약은 트럭 한대에도 다 담을 수 없을것이다. 키도 제일 작다. 옛사람인 아버지도 185가 넘어가는데...나는 아직 178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성장기니까 더 크겠지만....몸에 살이 붙지 않는걸보면 그다지 클것같지도 않다. .....나는 마치 우리집의 열성인자만을 모아놓은 녀석처럼...그렇게 약했다. 우리집안에서 유일하게 친구가 없다고 투정을 부리면서 운것도 나뿐이었고.... 엄마가 없다고 운것도 나뿐이었다. 나는 거울속에 비친 나를 조소하듯이..조금 웃었다. 생각을 해서인지 얼마전에 얻어터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바라본다. 소매쪽이.....조금 이상한듯 하다. 웃옷을 걷어 확인해보니, 단추가 잘못잠궈져있었다. 나는 잘못 잠궈진 소매의 단추를 풀러 올바른 자리에 단추를 끼워넣었다. 그래.... 예전엔..이런일도 있었지... 몸만 약한게 아니었어........ 골칫덩이였지, 나 말이야... 우리집에서...나만이 유일하게 납치를 당했었거든... 내가 여섯살때였던가... 나는 초등학교를 빨리 들어갔었으니까.... 첫째형도, 둘째형도 여섯살때 초등학교를 들어갔었으니... 물론, 법에 저촉되는 일이었지만...아버지에게 그정도쯤은 일도 아니었다. 나 역시 당연하다는듯이 여섯살때...이미 초등학교 1학년이었었다. 난 예전부터 앙숙이었던 지존파의 보스에게....하교길에 납치당했었다. 이틀동안 갇혀있었던 침침한 지하실과..곰팡이가 녹아있는듯한 눅눅한 그 공기. 내 손을 파고들던 밧줄의 감촉...맛없던 밥... ....갑자기 그때의 기분이 몰려와서 나는 몸이 떨렸다. 그때 예순에 가까웠던 지존파의 보스는 나를 납치해다 놓고, 자기보다 젊은 우리아버지께 전화해서 말했다. ' 네 아들이 있다. 구하러와라. ' 하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차가웠다. ' 내 아들은 두명뿐이다. ' ...셋째인 나는, 납치되는 순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자격을 박탈당했던것이다. 하긴..비리비리한 셋째야...없어도 상관없겠지. 든든한 첫째와 둘째가 남아있지않은가. 아버지가 나를 구하러오지 않을것이란걸 깨달은 순간, 나는 죽음이 내게 다가왔다는것을 느꼈다. 이것도 저것도 잊어버리고..본능적으로 그에게 눈물을 줄줄흘리며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살려만주라고... 뭐든지 하겠노라고. 하지만 그의 대답은 차가웠다. ' 싹은 자라기전에 밟아버리는것이 옳다. 미안하지만, 넌 살아서는 여기를 나갈수 없을거다. 어린애니 사정을 봐서 곱게 보내주겠다. 내일 이시간에 다시 올테니 기다리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면서 내일은 총을 준비해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형을 언도받은 사람처럼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백호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을 믿지 마세요. 세상엔 무서운 사람들이 득실대고 있습니다. 언제 남모르게 끌려다 뒷산의 까마귀밥이 될지 모른단 말입니다. 조심하세요. ' .......나는.....까마귀밥이 될건가봐. ...나..죽나봐. ...싫어! ............싫어!!!!!!!! "읍!!!.........읍읍!!!!!!!"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틀어막힌 입에서는 제대로된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짐승같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지하실에서 나는 벽에 박힌 기둥에 묶여서 평생 울만큼의 눈물을 흘려버렸다. 다음날...... 한숨도 못자고 울면서 소리를 지른탓에 목은 잔뜩쉬고, 눈을 퉁퉁부어버렸다. 1초가 지날때마다... '곧..총을 가진 사람들이 올거야.... 날 쏴버리겠지. ....내가 있었다는걸..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거야. ...........우리반 아이들도 내가 죽으면 기뻐하겠지........... ...............누가..........내가 죽으면........그 누가 나를 위해 울어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점령했다. 알고있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고있었지만........그래도 나는 살고싶었다. 왜인지는 몰라. 하지만......살려주세요........제발.........아직은 죽고싶지 않아요......... 나는 한번도 찾은적없는 하느님을 외치며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나의 기도는 부질없는 것이었다. 철컹- 하면서 지하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두런두런 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는 별로 죽이고 싶지않은데..' ' 두건을 씌울까? ' ' 그럼 씌워야지..피가 튀기는데.....' '........뒷산에 묻어야 하나? 그건 나중에 뼈가 발견될수도 있는데....' ......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했다.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죽나보다. 꼼짝없이 죽나보다. 이렇게 죽을줄 알았다면.....진호가 함께 오락실에 가자고 했을때...한번 같이 가볼걸. ............가고싶었는데...............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나는 기둥에 묶여서 그자리에 못박힌듯이 돌처럼 앉아있었다. 뚜벅뚜벅 하는 발소리와 함께 서너명의 사람들이 내게로 다가온다. ...살려달라고 말해야되는데.... ...........말해야되는데.....목소리가 안나와. 어떻해..목이 쉬어버렸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흠.........백경파의 아들은....역시 다른가? 어린아이인데도 살려달라는 말한마디 없군. ' 총을 든 사람이 놀랍다는듯 말했다. .......아니예요. 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살고싶어요. 살고싶어요. 살고싶어요. 오락실도 가보고 싶고, 분식집도 가보고싶었어요. 나....조폭같은거 하고싶지 않았어요. 고아원가서 살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마음으로는 수없이 외쳐댔으나, 목소리로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은.....그 사람이 총을 들고 온 순간 얼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 개인적인 원한은없지만....미안하다. 다음엔 좀더 평범한 부모밑에서 태어나라. '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까만 두건을 씌웠다. 시야가 까맣게 되자 온몸이 떨렸다.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아버지..........제발 구해주세요. 이제부터 강한 아들이 될게요. 구해주세요..........제발..........구해주세요........... 귓가에 철컥-하는 권총소리가 들려온다. 온몸이 떨리면서.........................눈을 질끈감았다. .........................나는 죽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부산한 발소리. ' 누구야???? ' ' 여길 어떻게 안거냐???? ' 두근두근두근........ .......누가 날 구하러왔나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굴까? 나는 살았다..살았다........살았다................!!!!!!!!!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몸이 들썩들썩하다. "읍! 읍! 읍!!!" 입에서 정체불명의 쉰소리가 나온다. 내 팔에 묶인 밧줄을 풀어보려고 몸을 미친듯이 들썩였다. 주변에선 주먹다짐 소리와 고함소리로 시끄럽다. 그러던 중......갑자기 들려온 괴성. 탕! 탕! .....총소리. ...........미친듯이 들썩이던 내 몸이 찬물을 맞은듯 굳어버렸다. .....누가 맞은걸까...? 혹시 날 구하러와준사람이 맞은걸까? ......불안해....불안해......... 나는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잠시후, 몇번의 주먹다짐소리가 더 들리더니 주위가 고요해졌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미칠듯이 두근거린다. ...누가 살아남은걸까.... 날 구하러 와준사람? 아니면...지존파의 사람? .........나는 죽는걸까, 사는걸까? 온몸이 한기로인해 부르르 떠려온다. 그러더니 뚜벅..뚜벅........내게 조용히 다가오는듯한 발소리.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내 심장은 입밖으로 나와버릴듯이 벌렁거렸다. 살려주세요, 부디. 살려주세요. 내게 다가온 발소리가 내 바로앞에서 멈추고...... 잠시후, 누군가가 나의 두건을 휙 걷었다. 나는 두눈을 질끈감았다.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소리. "........영진아, 선생님이다." .........................................................선..생님.......??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떴다. 내 눈앞에는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나와 눈높이를 맞추어 쭈그리고 앉아있는 담임선생님이 보였다. .......선생님............선생님............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에....... "...무서웠지? 이젠 나가자."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주변에 쓰러진 사람의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와서, 내 입의 재갈을 풀어주고 나를 묶었던 손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서..선생님..." 나는 얼떨결에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은 조용히 웃으시며 나를 안아주셨다. "나갈까......여긴 진짜 어둡구나....." 눈에서 다 흘려버린줄 알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나를 안아든채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셨다. "어..어떻게......" "..........아, 어떻게 왔냐고? ...하하...글쎄...내가 위험탐지기.......라서 일까." ".....??" 내가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선생님이 씩웃으며 말씀하셨다. ".......신기하지만....나는 주변사람들이 위험하면, 위험하다는걸 느낄수가 있단다. 그래서 네가 위험한것 같아서..한번 와본거야." "......." "위험하면 선생님을 생각해. 그러면 내가 번쩍 나타날테니까......하하하."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져서 조금 웃었다. ........담임 선생님. 초등 학교에서 처음만난....첫 담임선생님. 친절하시고...언제나 웃어주시는 착한 선생님. 아버지도 아니고, 형도 아닌 선생님이 나를 구해줬다는것에 나는 눈물이 났다. "..........." 나는 선생님에게 안겨서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곳으로 나와서 눈이 부셨다. 나는 환한 햇빛에 잠시 눈을 질끈감았다. 잠시 후, 햇빛에 조금 적응이 되자 한쪽씩 눈을 떴다. 그리고 나는 심장이 멈출듯이 놀라버렸다. 나를 안고계신 선생님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서..선생님...피가 나요........피가나요 선생님......" 갑자기 방금전에 울렸던 총소리가 생각났다. 총을가진 사람은 지존파의 사람이었다. ..선생님...초..총을 맞으셨나봐...선생님.......!!!!! "응......아프다.........어서 집에 가자."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팔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선생님은 택시를 잡으려고 하셨지만, 피투성이가 된 선생님앞에는 한대의 택시도 서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냥 나를 안은채 그 먼길을 걷기 시작하셨다. 그리고..선생님의 품에 안겨서 병원에 도착했을때, 나는 안도감에 기절하고 말았다. .......병원에 있는 나에게 황급히 뛰어온 사람은 백호아저씨. 아저씨는 날 발견하자마자 내 머리를 껴안고 엉엉우셨다. '.........도련님...........................도련님....................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구해드리지 못해서....................죄송합니다......................' 겨우 이틀사이에 얼굴이 홀쭉해지신 백호아저씨.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신것 같아서...나는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죽었을때, 유일하게 나를 위해 울어줄사람. ........백호아저씨밖에 없을거야. ..................오직 그만이 나의 존재를 기억해줄것 같아. 나는 백호아저씨의 품에 안겨서 많이 울었다. 잠시 후, 눈물이 조금 멈추고 나서...나는 아저씨께 물었다. ' 선생님은? ' 백호아저씨는 잠시 놀란표정이 되었다가 뭔가를 말하려는듯 입을 달싹였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훑고지나갔다. 나는 아저씨의 몸을 흔들면서 물었다. ' 선생님은?????????? 선생님은???????!!!!!!!!!!! '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흘려서? ' '.......................................목숨을 구할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 .............. ..................... ................................. .......................................목숨을 구할수가 없었대....... ......................... .....교내에서 제일 인기가 좋으셨던 선생님. 잘 웃고, 친절하셨던.......그래서..........나도 좋아했던...........선생님. 선생님이 담임이 되셔서.....기뻤는데....그랬는데........ '.........도...돌아가신거야? ' 내 말에 아저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아저씨를 때리면서 울었다. ' 돌아가신거냐고!!!!!!!!!' '............죄송합니다.' ' 거짓말이야!!!!!!!!!!!!!!!!!!!!!!!!!!!' '............................죄송합니다, 도련님.' '............돌아가셨을리가 없어!!!!!!!!!!!!!!!!!' '...........죄송합니다.....' 아저씨는 계속해서 죄송하다고..내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나때문에............나때문에 돌아가셨대................................... 나는 저항하지 않는 아저씨를 때리며 탈수 증세로 쓰러질때까지 울었다고했다. 얼마후에, 선생님의 장례식이 있었다. 아버지는 선생님의 가족에게 돈을 보냈다. 하지만 그 돈은 정중한 답변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런걸 바라고 한일은 아니었노라고. 아버지는 그 가족을 비웃었다. 남을 위해서 죽는 바보같은 일을 하는 놈이 아직도 남아있다면서... 나는 백호아저씨의 손을 붙잡고 장례식장이 보이는 먼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관이 보이자, 그제서야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게 실감이났다. ...어떻해................정말 돌아가셨나봐... 나때문에...나때문에......!!! "나때문이야.................나때문에........" 멈출수없이 눈물이 흘렀다. 백호아저씨는 나를 꼭 껴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도련님...저때문입니다. 저때문이예요...." 나는 울면서 그 장례식을 지켜봤다. 장례식 도중 관이 묻힐때 '잠깐만요!'라고 말하면서 오열하는 여인이있었다. ...선생님의 부인이신가보다. 나때문에..저렇게 울고 계신가보다. .......나때문이다. 내가 죽었다면 백호아저씨 혼자 울었으면 됐을텐데... 선생님이 돌아가셔서..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고있다. ........나때문이야....... .................내가 죽는게 더 나았을텐데................ 그리고 그 여인옆에 서있는 두아이. 그 일이 무슨일인지도 모르는듯 했지만....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모르는듯하지만..... 엄마가 울길래 따라우는듯한...두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한명은 남자애, 한명은 여자애. 엄마에게 울지 마라면서 엄마를 달래며 두 아이는 울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예상대로 선생님의 아들과 딸이었다. 그리고..그중에 그 아들은 선생님과 이름까지 똑같은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은.... ..............현승호였다. 그 아이는 나를 모르겠지만.......나는 그 아이를 언제나 지켜봤다. 선생님을 꼭 닮은 남자아이. 힘도 세고, 착하고..친구들도 많은.... 그 아이가 주먹다짐을 하며, 자신을 자학하기라도 하는듯 다친채로 돌아다녔을때... 난 혹시 내가 그 아이에게서 선생님을 뺏어서 그 아이가 그렇게 삐뚤어진것은 아닐까....생각했다. ......언제나 미안했다. 그에게서...승호에게서...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상냥하고 멋진 아버지를 내가 뺏어버린듯해서 미안했다. 녀석이 중학생이었을때.... 나는 싸움을 배우기 위해 휴학하고 있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녀석을 만났다. 현승호. 녀석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한눈에 녀석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과 꼭 닮은...그런 녀석. '...........니가.....그렇게 세다며? ' ........괜한 도발. 나의 말에 현승호는 무심하게 나를 노려봤다. ...마치, '너때문에...너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라고 말하는듯해서.... ..................내 마음은 서늘해졌다. 승호는 나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칭찬하는거라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시비거는거라면, 눈물 쏙 빠지게 해주마. '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래?.......그럼....시비거는거라고 하지. ' .......그래, 날 좀 패줘. 눈물이 쏙 빠지게. ..............................................내가 더이상 미안하지 않게. 녀석에게 죽어라고 얻어터지면서...나는 웃었다. ...............미친놈처럼 실실대면서...................나는 웃었다. ***** 초등학교때, 중학교때....여러번 휴학하고,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싸움을 배우고...외국에 드나들면서... 6살때 초등학교에 들어간 보람도 없이, 나는 17에 고1이되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학교에 와서, 나는 심장이 떨어지게 놀라버렸다. '.....많이 컸구나, 홍영진.' 대통이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심드렁하게 말하는 승호. ......................... ....................................왜...왜 우리학교에 온거야.......... ' 니 자리엔 내가 앉을테니, 너는 내 옆 교실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수업 들어라.' ' 네..네네....' 나는 나도 모르게 열심히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 ............................ ................................'미안해..미안해 승호야........... ...........................................멋진 너의 아버지를 뺏어서....아주 미안해............' ****** 역시나 승호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착하고...잘 웃고.....친구도 많았다. 그럴줄 알았다.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꼭 빼닮은, 이름까지 똑같은 승호. 난 널 평생 이겨볼수 없겠지... ......난 네게 평생 미안해할거야. 그래도 좋아. .......네가........그 일을 모르길 바란다. 내가 너의 원수라는걸 모르길 바래. 날 비겁하다고 욕해도 좋고, 더러운 놈이라 욕해도 좋지만... 제발...그 일만은 몰라주길......내가 너의 아버지를 뺏은 사람이란걸 몰라주길. ...........너에게 욕을 들을지언정, 원망은 듣고 싶지 않아.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거울에 비친 나를 쏘아보았다. 비리한 갸름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매가 더 날카로워져야한다. 표정이 더 오만해져야한다. 입가에 비웃음이 감돌아야한다. ........더 강해져야한다. ...........오로지........단 한가지 이유만을 위해. .......살아남기위해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나홀로 살아남기 위해서.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다. 나는.......이제 변할때가 되었다. 사실은...평범한 집에서 태어나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생각했던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불가능한 가설은 그만 설정하기로 했다. 어쩔수 없다. 나는 이집안에서 태어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강해져야한다. 납치를 당한다해도, 혼자 탈출할수 있도록. 아버지가...나를 인정하시도록. 아무와도 관련되지 않고, 혼자 설 수 있도록. 나는 납치 이후로 이를 악물고 싸움을 배웠고, 신체의 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이용해 싸우는 방법을 배웠다. 나를 무시하던 형들도 나를 조금씩 돌아볼정도로..나는 이를 악물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젠...마음만 강해지면된다. 그 누구에게도 흔들리지않게. 그 누가 죽어도 눈하나 깜짝하지않게. 난 이제 친구따위가 없다고 눈물흘리는 어린애가 아니다. 그런것 없어도...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 그 누가 내게 말을 걸어도 쳐다도 안보게. 어떤 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만만한 미소로 조소할수 있는...차가운 심장을 가질것이다. 강해질것이다. 냉혹해질것이다. 형을 베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차가운 마음을 가질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차갑게 무시하고, 아버지도 깔볼수 있도록.... .......셋째이지만, 형들을 밟고 올라가 내가 보스가 될수있도록. ....나는 강해질것이다. 그것이 유일하게 이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승호, 너에게 미안함마저 느낄수 없게 될때까지..........나는 냉혹해질것이다. 한재경을 밟고도 미안하지 않을정도로...나는 차가워질것이다. 모두를 잊고.....모두를 무시하고....... ...........세상의 끝에 나혼자 서있는듯한 마음가짐으로........... ........나는 홀로 설것이다. ..........그게, 다른이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나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묵묵히 서서 거울을 쏘아보고 서 있다가........나는 밖으로 나왔다. * 백호운 도련님의 방을 나와 회합의 장소로 가보니, 오합지졸에 가까운 100명들이 모여있었다. ......역시나, 도련님의 형이 100명이라는 대군을 준다했지... 이런 빌어먹을 약한 놈들만 100명 모아놓았군. 씨발. 나는 기분이 더러워져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줄이나 서라, 씹새들아." 내가 말하자 오합지졸인 100명이 우르르르 모여 앞줄 옆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저런놈들을 데리고 지존파를 들어갈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저런 비루먹을 놈들로는 지존파의 곁다리 치기도 힘들것이다. ........ ........오늘도 보나마나 패배하겠지. ....가서 지존파에게 되지게 맞고 팔이나 부러져라..그런뜻인가? ...................이제 도련님이 좀 강해지시니까, 아예 불구를 만들어버리려고 작정을 했군. 더러운 새끼들 같으니라구. 한심하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100명의 꼴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승리고 뭐고 상관없으니 도련님을 무사히 구해오는것이 급선무일것 같다. 녀석들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도련님이 나타난다. "안녕하십니까!" 100명의 목소리가 좁은 공간안에 시끄러이 울려퍼졌다. 도련님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에게 턱짓을 했다. 나는 도련님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가시죠, 도련님..........너희들도 따라와!" 준비해뒀던 여러대의 벤에 대인원이 올라타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벤츠에 올라탔다. 내가 타자 앞좌석에 도련님도 올라탄다. 나는 도련님의 안젠벨트를 매어주면서 말했다. ".......한심한 놈들만 100명모였군요..이번에도 어려울것 같습니다. ..뭐, 걱정하지마세요. 꼭 깨부시지 않아도 아버지께서는..." "...꼭 깨부실거야." ................ ...................... ...꼭...깨부실거야...라니... 도련님은 승패에 집착하는 분이 아니셨는데............... ........... 앞만을 바라보고 조용히 말하는 도련님. 나는 잠시 평소때와는 다른 도련님의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어딘지 모르게 오늘 도련님은 차가워보인다. 아까...도련님이 '이제부터 그녀석이랑 밥먹을 일은 없을거야'라고 말하던게 떠오른다. 예전같으면....'.....하루만 더 같이 밥먹으면 안될까?'라고 말씀하셨을텐데...... ....... ...........그런가...... ......................그런건가........ .................................아마도..깨달으신건가보다. 이 세계에 살아남는것이.......어렵다는것을. 형을 쏘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아야...이 세계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것을. ..............하지만 도련님은 태어날때부터 마음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이다. 도련님의 겉이 차가워질수록......속은 썩어가겠지......... 그리고 점차 죽어갈것이다. 착한 예전의 도련님은 죽고, 그가 꾸며낸 냉혈한만이...도련님을 잠식하고, 살아남을것이다. 약한 사람일수록....달팽이가 속을 숨기듯이 딱딱한 겉을 드러낸다. 도련님은 다른이에게 욕을듣고, 두려움을 주는 악당이 될것이다. 하지만........내가 계속해서 도련님이 그리 되어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차갑게, 냉정하게...그렇게 되어야한다고. 그의 약한 마음은....이제 사라지겠지. 이젠 예전처럼 눈물흘리는 도련님의 모습은 볼수없을거다. ....그에겐, 도련님에겐 이런일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약한마음으로는....친족을 버릴정도로 잔혹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그는 이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렇다면..어쩔수 없이 그는 냉혈한이 되어야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를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일은 오직 한가지. 당신이 당신의 형을 밟고 올라가 최고가 되어, 당신의 아버지를 쏘고 보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돕는것뿐. ...... ..........당신은 나의 보스입니다, 도련님. .......................나는 다른사람은 보스로 인정하지 않아요. 당신이 당신의 아버지를 쏠때까지, 저는 당신을 돕겠습니다. "...........예....물론이죠, 꼭 이기셔야합니다." 내가 말하자 도련님은 창밖을 바라보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도련님을 잠시 바라보다가....사이드 브레이크를 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 퍽! 퍽!!!!! "으------------악!!!!!!!!!!!!!!!!!!!!!!!!!!!!!" 역시나 오합지졸 100명은 쓸모가 없었다. 10명이서 지존파 한명을 이겨볼까말까..했다. 역시 지존파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나보군.... 100명으로도 제 1선을 무너뜨리기가 힘들어, 고전을 면치못했다. 그러나 그 고전을 겪고서도...지금 지존파 아지트의 꽤나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 이유는.. 혼자서 100명의 몫을 해내기라도 할듯 미친듯이 싸우는 도련님 덕택이었다. 도련님은 마음이 바뀌자, 손끝이 매워진 탓인지.. 예전처럼 사람이 다치지 않을정도로만 골라치는게 아니라, 머리든, 가슴이든, 다리든......도련님은 상대방을 막무가내로 치고 베어버리고 밀어냈다. 도련님께 베인 녀석들이 반병신, 반불구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다. 그 모습만 보고도 그가 더 잔혹해졌다는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씁쓸한 웃음이 밀려왔다. ..........그래, 좋은 일이다. ...............드디어 내가 입에 닳도록 말했듯이...그가 차가워지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하지만.....왜 이렇게 가슴이 씁쓸한건지...................... 나는 괜히 답답해서 입술을 깨물고 앞에 있는 놈의 가슴팍을 발로 차냈다. "........이곳의 보스는 어디에 있나." 도련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도련님이 한놈의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있었다. 그는 피칠갑이 된 얼굴로 비싯비싯 웃으며 대답했다. "말할것 같냐?" 도련님은 그런 그놈을 보더니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말하게 해주지." 그렇게 말하고 도련님은 그새끼의 대가리를 반복해서 가격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사정없이 피가튀기고, 우리편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 ...................가슴이 식어버리는 느낌이다. 예전엔...예전에 도련님은....사람의 머리는 한대도 못때렸었는데....... 이젠...저렇게 피가 터지고 머리가 박살날때까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를 내치시는군. 그래......좋은일이지......도련님이 드디어....보스가 될 마음을 먹으신거야. 그렇지만............그렇지만......... ........그런일을 하는것은 내가 되길....그렇게 생각했는데. ........도련님은 예전처럼 착한 도련님으로 남아있길 바랬는데. ........역시 그건 너무 큰 꿈이었나보다. 그새끼를 반 죽일정도가 되자, 그놈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울며 애원한다. "마..말씀드릴게요!! 제발..제발!!!" 도련님은 그 말이 나온후에도 몇대를 더 때리더니, 숨을 헉헉거리며 때리던것을 멈췄다. "............말해라." 그러자 그놈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린다. 도련님은 그의 얼굴을 자기 귀에 바싹 대더니,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으로 사라졌다. 도련님을 따라 몇몇놈들이 그곳으로 사라진다. "도련님!" 내가 그렇게 외치고 그의 뒤를 뒤따라가려했으나, 앞에 몇놈이 뛰쳐나와 '어딜!'..이라는 개성없는 대사를 외치며 나를 가로막는다. 나는 혀를 차면서 놈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퍽! 하는 뼛소리와, 이빨이 우드득 부러지는 감촉이 그다지 좋지 않다. 오늘따라 똥씹는듯한 기분이다. 앞에 있는 새끼들을 전부 좇으로 만들고 도련님을 따라가려 하는데, 뒤에서 엄청나게 괴로움에 찬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단발마가 너무 소름이 돋아 뒤를 돌아보자.... ....... ...................... ........................어느새 엄청나게 많았던 우리파 놈들이 전부 시체가 되어 널부러져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피한점 뭍히지 않고 서있는 사람. 마치 저승사자라도 되는듯, 검은 옷을 입고 무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 가슴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안다. 저 얼굴을. 전혀 이쪽세계가 아닌듯...깔끔한 얼굴. 표면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지존파 보스의 둘째아들. 지금은.....스물 일곱쯤 되었겠지..... ......착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조용한 얼굴. 그러나 실력은 지존파 역대 최강. 열여덟때 이미 성장파를 깨부신적이 있다. ....그래서....3대 세력인 백경, 지존, 성장..중에서 백경과 지존만이 남아있지.... 타의 추종을 불허할정도로 확실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추접한 일은 싫어한다고 해서...고문과 사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별명이 신사..라고 하던가. 그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자, 그의 고요한 눈동자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상하다....... ...................저 사람은...............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것 같아... 그렇지만....그러나 실력은 최강이라지. 개인전으로는 누구도 그를 이겨본적이 없다고 들었다. 엄청난 위압감. 그는 단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서있는것 뿐인데....나는 온몸이 오그라지는 느낌이다. 갑자기 칼을 쥐고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건...아마도,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호승심인지도 모르겠다. 등에서 땀이 주루륵 흐른다. 서로 말없이 마주보고 있다가 동시에 움직였다. 길어지면 분명히 내가 불리해질것 같아, 속전속결을 내기 위해 그의 무릎을 칼로 쳐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감과 동시에 재빨리 몸을 숙여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는 나의 생각을 읽고있었는지 신속하게 칼을 피해 오히려 그 발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크흑!!!!!!!!" 구둣발이 눈으로 들어와서 나는 잠시 비틀댔다. 내가 비틀대는 그 잠시의 틈을 타, 그는 나를 발로 후려차기 시작했다. 텅! 퍽! 내 몸이 내 몸이 아닌듯 공중으로 바닥으로 정신없이 후려치고 내팽겨쳐진다. 조금이라도 저항을 해보려고치면, 어느새 그에게 머리채를 잡혀 벽에 머리가 쳐박혀지고있었다. 쾅! 쾅! 쾅쾅쾅!!!!!!!!! 머리가 깨질것만 같다. 구역질이 밀려와서 나는 배를 움켜잡았다. 씨발...그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군. ....그래도 한대라도 때려봐야, 백호라는 이름이 무안하지 않을텐데... 이렇게 그놈 옷깃하나 건드리기 힘들어서야.... 그의 구둣발에 차인 눈에서 피가흐른다. ....젠장, 온세상이 빨갛군. 내 머리를 한동안 박아대던 그는 조용히 물었다. "...........백경파?" ".........풋........" 그의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그러자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 머리를 놓아주었다. 역시.... ...........고문은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내 머리카락을 놓고 온 몸에 힘이 빠진 나를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자기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안하군, 의도한건 아니었어. 병원에 빨리가면 시력을 찾을수 있을거다." .......푸.....병주고...약주고...인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별로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내가 웃자 그도 마주보고 조금 웃더니 도련님이 사라진 방향으로 걸어간다. ..........안돼는데.................. ............................................젠장, 막아야 하는데..................... 나는 병신처럼 비틀대는 다리로 일어서려다가 다시 또 그자리에 자빠지고 말았다. 핏물에 잠긴 얼굴이 뜨겁다. ......안돼......가지 마라....이 개새야..... 도련님께...가지마.... 나는 비틀대는 걸음으로 그자식이 사라진 방향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 반우진 .......백경파가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이렇게 뒤를 치려고 했었군.. .....난 뒤를 치는놈들은..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밤고양이처럼 이렇게 몰래 숨어들어와 깽판치는녀석들은, 별로 반갑지 않다. 뒷끝이 씁쓸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라이터가 불이 잘 켜지지 않아서, 그 자리에 서서 서너번을 시도해본 끝에 겨우 불을 붙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음..... .........어디로 갔을까........ .....넷째가 있는 안쪽으로 갔을까나..... 나는 백경파의 침입자가 갔을거라고 짐작되는 쪽으로 슬렁슬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 "씨-----빠!!!!!!! 너, 혹시 그 비리비리하다는 백경파의 셋째 아니냐?" .......역시나, 백경파놈들은 어느새 안쪽까지 들어와서 이 아지트를 지키고있는 넷째와 맞붙어있었다. ....넷째...흠...큰일은 맡길수가 없겠군. 이렇게 쉽게 아지트를 뺏겨서야...참, 나는 혀를차며 몸을 숨기고 당분간 백경파놈과 넷째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누가 비리비리하다고 그랬나?" 음......강한 모습...을 보이는걸. 백경파에서 쳐들어온놈이 쇠파이프를 들고 핏덩이가 된 모습으로 조용히 말했다. ..흠, 머리카락이 회색인걸로 보아..백경파의 셋째인 홍영진..인가보군. 소문으로는 약하다고 들었는데...... 그럼..........실력좀 볼까. 나는 그들의 실력을 구경할 셈으로 아예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 앉았다. 우리파의 넷째와 홍영진은 서로 노려보며 서 있다가, 치고받기 시작했다. 둘의 싸움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파의 떨거지들과, 백경파의 떨거지들도 '으아아아아아!!!'라는 비명을 지르며 맞붙었다. 그런데...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음..... .......음.......? ......................이상하네. 분명히 우리 아지트를 깨부실려고 쳐들어온 녀석들 맞지? 그런데....................................왜저렇게 후방세력들이 빈약하지? 넷째인 우빈이와 백경파의 홍영진은 막상막하. ..아니, 홍영진은 이미 여기까지 오는동안 많이 다쳤으나, 우빈이에게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으니... 실력은 홍영진이 더 낫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홍영진이 데려온 똘마니들은 너무 약해서 셋이서도 우리파놈들 하나를 이겨보지 못하고 있었다. ........백경파가 저리 약했던가? 아니면 약한 놈들만 데려온건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영진이 데려온 30명정도 되는 백경파놈들은 이미 거의 반죽음상태로 널부러져있었다. 남아있는 우리파놈들이 넷째인 우빈이와 함세해 홍영진에게 덤벼들었다. 우빈이 하나 상대하기도 힘들텐데 옆에서 여러 조무래기들이 자기를 찌르고 도망가니, 홍영진도 힘에 부쳤던지 점점 밀리고 있었다. ....이상해, 이상해. 정말로 우리 아지트를 접수하고 싶었다면 저렇게 약한놈들을 데리고 와서는 안되는데... .......아니면, 백경파 내부에서 누군가가 홍영진에게 물먹이고 싶어서 그를 사지(死地)로 내몬것인가? 이상하단 말이야.... 나는 그 싸움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한쪽 구석에서 아까 내가 죽어라고 패주었던 그 이마 찢어진 남자가 비틀대는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 나는 놀라서 태우던 담배를 떨어뜨릴뻔했다. .......... ...............이런, 꽤 세보이는 사람이길래...오늘 하루는 좀 주무시라고 강도를 세게해서 때렸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불굴의 정신력..인가?? 그 사람은 비틀대는 걸음걸이로도 홍영진에게 덤벼드는 조무라기들의 멱살을 잡아 여러방 먹여 쓰러뜨리고 있었다. 덕분에 홍영진은 다시 우빈과의 싸움에만 정신을 집중할수가 있었다. ......음, 대단한 사람이야....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속으로 놀라며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비틀대는 걸음걸이로 눈에서 피를 질질흘리면서도 그에게 덤벼드는 조무래기들을 차분차분히 하나씩 없애고있었다. ......오랫동안 싸움터에 있어온 사람같다. 능숙하고....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파에도 저런사람이 좀 많이 있어야 할텐데...... 나는 앉은채로 담배를 뻑뻑피우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무래기들을 거의 다 없애버린 이마가 찢어진 그 사람. 거의 빈사상태가 되어 바닥에 널부러지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악에 받혔는지 우리파 조무래기 녀석 하나가 스패너를 들고 그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일어섰다. 그는 피하려고 했지만, 피할 힘조차 없는지 우리파 놈이 후려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런. ...................미안하지만, 그 이마찢어진 사람은........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르겠군. 저걸로 얻어맞는다면...두개골이 쩍쩍 갈라질지도....... 분명히 저 스패너로 후려치면 피가 촥-하고 튀길텐데... 나는 별로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 연출될것 같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때...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우빈이와 싸우고 있던 백경파의 홍영진이........갑자기 두사람의 사이에 끼어든것이었다........ 퍼어어어억!!!!!!!!!!! .....그리고 나는 놀라서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려버렸다. 우리파의 똘마니가 던진 스패너는......... 이마가 찢어진 그 사람이 아닌.... ........정확하게 홍영진의 관자놀이를 맞췄다. 머리가 깨지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홍영진은 피를 내뿜으며 슬로우 모션처럼 그 자리에 쓰러졌다. "....도...도련님....." 이마가 찢어진 그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홍영진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세상에......... 반대...아닌가? 보통은........도련님을 지키기 위해....부하가 맞는거...아니냔 말이다. .........우리 아버지라면...........자기가 권총에 맞을뻔 했을때, 부하놈을 방패로 삼아 살아난 사람인데.... 저녀석은.......무슨 생각으로 자기 부하를 감싸준거지? ................... ...........................부하를......아끼는........보스란 말인가.......?? ........그런 녀석이 있을수가 있나??? 깜짝 놀랐다. .......부하를 감싸주는 윗사람은...본적이 없어서.... ...........그리고 나또한 그렇게 해본적이 없었기에......... ......이 세계에서 저런 녀석은...본적이 없어. 나는 놀라움에 내 바지에 떨어진 담배가 내 다리를 뜨겁게 할때서야 내가 담배를 떨어뜨렸다는것을 눈치챘다. "도련님.!!! 도련님!!!!!!!!!!!!!!!!!!" 그 남자는 미친듯이 홍영진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우빈이가 이게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칼을 잡고 비틀대면서 일어섰다. 우빈이가 칼을 높이 들어 두 사람을 그어버리려는 순간, 이마가 찢어진 그 남자가 엄청난 힘으로 홍영진을 맞췄던 스패너를 우빈이에게로 날렸다. 스패너는 우빈이의 배를 정확히 맞췄고, 우빈이는 위액을 내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고요해진 방. ...... .................이제 그 방에 서있는 사람은 이마가 찢어진 사람, 오직 그 혼자 뿐. 그는 제정신이 아닌상태로 눈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홍영진을 들춰업으려 애쓰고 있었다. 자기 몸하나도 가누기 힘들면서 홍영진을 업으려고 하니, 그가 업힐리가 없지. 그는 자꾸만 미끄러지는 홍영진을 붙잡다가..... ...............그자리에 풀썩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 .................... ........................ .......이런........ ..............믿을수가.......없는 일이로군............... .........이상해.........이상한 일들이야.............................. 앉아있던 나는 놀라움에 꿈쩍도 못하고 있다가....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산처럼 쌓인 녀석들의 몸을 지나 쓰러져있는 이마가 찢어진 그 사람과, 백경파의 홍영진을 바라봤다. 관자놀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기절해있는 홍영진. 그의 표정은 오히려 차분해서 마치 죽어있는 사람같았다. 회색 머리카락이 피어절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피가 빠져나간 얼굴은 파랄정도로 창백하다. ..... ...........너는......특이한 사람이로군. ..................부하를 감싸주는........도련님이라................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석을 바라봤다. .............. .................그러다가..........나는 무슨 생각에서 인지, 쓰러져있는 홍영진을 들쳐업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방을 빠져나왔다.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38~41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33~34 2002/11/16(13:58)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추천: 1, 조회: 37, 줄수: 4170,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38~41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Seasons In The Sun - WestLife * 반우진 내가 안아든 홍영진의 머리에서 끊임없이 피가 쏟아져나온다. 죽은듯한 그녀석의 파란 얼굴엔 표정도, 생기도없다. ....... ..........갑자기 배천파와 싸웠을때 머리가 깨졌던 놈이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어제 죽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관자놀이가 깨져서 죽었던 그놈. 똑같은...상황...아닌가? .............. ............이 녀석도................................죽을려나...................??? 괜히..데려가는것..아닌가? 나는 잠시 그자리에 서서 밀랍같이 새파래진 녀석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 .............아니야........어쩌면..........살수도..있지 않겠나? ....식물인간이 되기 딱 십상이겠지만.... 본래는...이렇게 다친 사람을 안아들고 병원에 찾아가는 취미따위는 없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내 기분이 멜랑꼴리해서인지...... 아니면 아까 이놈이 이마찢어진 그 사람을 감싸준걸 보고 쇼크를 먹어서인지... 그냥 이녀석을 데리고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자리에 멈춰있던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내 차로 부지런히 녀석을 옮기기 시작했다. 피를 철철흘리는 홍영진을 뒷시트에 누이자, 시트에 금새 피가 배어든다. 나는 그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앞좌석에 올라 천천히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분히 엑셀을 밟으며 주치의인 돌팔이 형진이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르......... [ 여보쇼.] ......전화 받는폼이...안봐도 비디오다. "나." 나라고 얘기하자 대번에 귀찮은듯한 말투로 대꾸한다. [.......뭐야, 또 다쳤냐? ]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좀 급한데..." [........흠........어딜다쳤는데? ] "머리." [.....야, 난 정형외과 의사지 만능 의사가 아니란 말이다! 몇번을 얘기해줘야 알겠냐? ] "그게 그거 아닌가.....의사의 세계는 오묘해서 말이야. 하지만 맨날 말만 그렇게 하고 언제나 잘 고치잖아. 수술 준비좀 해줘. 부탁해." [ 쳇.......알았다, 알았어. 어서 오기나 해라. ] "응." 한손으로 폴더를 닫고나서 잠시 고개를 돌려 홍영진을 보니, 이젠 좌석뿐만이 아니라 아래 시트에까지 피가 떨어진다. ........젠장, 늦게 가면 과다 출혈로 죽겠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좀더 급하게 엑셀을 밟았다. ****** "스토오오오옵!!" 내가 녀석의 병원 앞까지 전속력으로 차를 몰고가자, 병원 앞에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형진이형이 기겁을 해서 손을 흔들며 차를 세우라고 난리다. 끼이이이익!!!!!!!!!!!! 잽싸게 브레이크를 밟아 병원 바로 코앞에 정확히 차를 댔다. 창문 넘어로 보니 형진이형이 야차같은 표정으로 지껄이고 있었다. "이새꺄!!!!! 내 병원 때려 뿌실일있냐!!!!!!!!!!!!" .......흠...미안해. 하지만 안부셨잖아... 나는 창문을 내리고 대꾸했다. "뒷좌석에 있는 녀석좀 한번 봐줘." 진이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궁시렁 대면서도 뒷좌석에 누워있던 홍영진을, 병원앞에 준비해놓은 간이침대에 간호사와 함께 눕혔다. 홍영진을 형진이형과 함께 간이침대에 올려놓은 간호사가 홍영진의 모습이 끔찍한지, 눈을 질끈 감고 애써 녀석을 안보려하고있다. 형진이형은 홍영진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이봐, 송장치우러 온거냐?" ..... ........송장......? 그렇게 심각한가......? 아니면....벌써 죽어버렸나? "............죽었나?" ".....죽은건 아니다만.....죽기 일보직전이네. 넌, 내가 천재인줄 아나보지? 이렇게 작은병원에서는 이런 중환자 못고쳐." ........못..고친다고.....?? 뭐야...... ............................... .................................... "살려봐." 내가 형에게 말하자 형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아...선배님. 저 송형진입니다. 예, 예....그래요, 그 말썽장이 후배말입니다... .......하하..무슨말씀을... .....네......저........ ....아, 다름이 아니라...지금 관자놀이가 푹파진 녀석이 있어서...예.... ..........예예........ .........4명정도는 계셔야.......예....혈액도 많이 필요할것 같구요... ......아..혈액형은 아직모르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당장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녀석은 전화를 끊더니 간호사에게 손짓해서 병원안에 있던 작은 응급차에 간이 침대를 올려놓으라고 손짓한다. 나는 피를 보고 벌벌 떠는 간호사에게 저리가라고 손짓하고, 형진이형과 함께 간이침대를 응급차에 실었다. 형은 간이 침대를 싣자마자 운전대에 올랐다. 나 역시 녀석을 따라 앞좌석에 앉았다. 형진이형은 급하게 안전벨트를 매고 악셀을 밟으며 내게 말했다. "아는 선배와 함께 수술하게 될거다. 다행히도 지금 다른 응급환자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데......미안하지만, 생사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수가 없다." .......그런가. "그래..? 뭐....죽으면 어쩔수 없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삐-뽀-삐-뽀 하는 사이렌을 울렸다. 그리고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무지막지하게 악셀을 밟으며 말했다. "너말야, 나한테 존대말 안쓸래? 아직 스물셋밖에 안된놈이...올해로 서른다섯이이 된 이 띠동갑 형님에게 꼬박꼬박 반말이냐?" "......아이쿠.....같이 늙어가는 처지에..그러지 맙시다. 형."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하자, 형진이형은 나와 똑같이 어깨를 으쓱이며 혀를 차더니 아찔하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한더미의 간호사와 의사가 홍영진에게 달라붙는다. 재빨리 혈액형을 조사하고 ' Rh+ O형입니다!!! ' 라고 외쳐 혈액을 확보한다. 형진이형은 학교 선배인듯한 몇명의 의사에게 인사하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 의사들은 '별걸가지고..돕고살아야지..'하면서 껄껄웃었다. 형진이형은 그 응급실에서 입는듯한 초록색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끼면서 내게 말했다. "......흠.........저렇게 머리를 다친 경우에는 말야........ 뇌에도 손상이 크게 가거든..... 그러면, 기억상실증이나, 퇴행현상이나....심하면 식물인간까지도 될 수 있어.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노력하겠지만." 나는 묵묵히 듣고있다가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진이형은 마스크를 쓰려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내게 물었다. "그런데, 저녀석은 누구야? 못보던 얼굴인데...... 너네파에 새로들어온 녀석이냐?" ......음.......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녀석은 내 적이되는 셈인데........... ".....뭐, 그냥 아는 녀석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의사들과 함께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시끄럽던 응급실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나는 그자리에 멍-하니 서서 응급실 위에 '수술중'이라는 불이 들어온것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것을 몇분 동안 그냥 바라보고 서있는데,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진동이 온다. 폴더를 열어 수신자를 확인해 보니.... ......잔소리꾼 병호의 번호가 떠 있었다. 으음......받을까.......말까.......... 엄청나게 고민을 때렸지만......안받았다간 집에가서 더 혼날것 같았으므로, 전화를 받기로했다. "여보세.." [ 반우진!!!!!!!!!!!! 이새꺄!!!!!!!!!!!!!!!!!!!!!!!!!!!!!!! 너 어디로 증발한거냐???????!!!!!!!!!!!!!!!!!!!!!!!!!!!!! ] ..........아이고........내 고막. 나는 황급히 전화기를 내 귀에서 뗐다가..조심히 수화기 부분만 내쪽으로 돌려서 말하려했다. "....아, 여기는...." [ 변명은 필요 없다아!!!!!!!!!!!! 당장 튀어와!!!!!!! 내가 넷째 도와주러 가랬지, 너 혼자 경치 구경하랬냐????? 너 또 싸우다 말고 밖에 나와서 경치 구경 하는거지????? 누가 모를줄 알고???????? ] ......그때 한번, (따-악 한번.) 하도 싸우기가 싫어서 경치구경한다는 명목하에 잠시(따-악 이틀) 잠적했던것을, 아직도 잊지않고 매일매일 우려먹고 있다니.......참.... "경치 구경 아니...." [ 잔말은 필요없어!!!!!! 아지트가 박살 났으니 빨리 와서 송장들이나 치워!!!!!!! 넷째가 죽어간다 이눔아!!!!!! ] ......죽긴 뭘죽어. 배에 스패너맞고 죽을정도로 맷집이 없어서야....... 대가리에 스패너맞고 아직도 살아있는 녀석이 있는데...... "이봐, 병호형. 나 말좀하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전화기에대고 빽빽 소리를 지르던 병호형이 좀 조용해진다. 하지만 아직도 화는 삭일수 없었는지 전화기 너머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먼곳 아니야. 금방 갈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병호형은 좀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 알았다.....어서와라. 회장님께서 네가 곁에 없다니 불안하시단다. ] ........흠...... .....아버지......올해로........89세가..되셨나. 언제나 장난말로 백수(白壽=99살)까지만 딱 살고 죽으신다 하시더니..... 아버지, 그렇게 맘이 약해지시면 구순까지밖에 못사십니다. "금방 간다고 말씀드려." [ 알았다. 얼른와!!!!! ] "응." 나는 폴더를 닫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이봐요들...나는 싸우는 기계가 아니랍니다. ......... ....아니, 아니.........십분 양보해서........... .....................................내가 싸우는 기계라고 칩시다. 하지만 기계도 기름이 있어야 돌아가는거 아니겠어요.... 잠시 숨 좀 돌릴새도 없다니...... 나는 피를 흘리지도 않았지만, 싸우는 기계에게 배어있는 듯한.....아찔한 피냄새를 느끼면서... ...........병원을 빠져나왔다. * 이선재 시험도 완전히 끝나고.....수행평가도 모두 완료. 이제 우리는 방학만이 남아있는 예비 백수군. 물론, 진짜로 학교를 안나오는 방학은 2주일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기간엔 학교에 나와서 오전 자습을 해야하지만.. (그래!ㅠ_ㅠ 우리학교는 맨날 불러대는 향학열 No.1학교야!ㅠ_ㅠ) 그래도! 그거라도 어디냐!!! "우우우~ 이제 딱 12일만 기다리면 방학이로구나. 움하하하!" 반아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내 귓가에까지 들리고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아이들의 표정도 확실히 기말고사때 초췌하던것과는 달리, 다들 화색이 환-하다. 시험 끝난 기념으로, 시험 다음날인 오늘은 오전 수업만 한다는 말에 아이들은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5교시가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환호성을 올리며 시험성적에 관계없이 무진장 기뻐하고 있었다. 나 또한 룰루랄라 콧바람까지 불어가며 책가방을 싸고있었고..... 먹을때, 집에갈때는 기적적으로 캐취하여 일어나는 창욱이 역시, 집에 갈 생각에 기쁜지 실실 웃으면서 책가방을 싸고있었다. 종례시간이 시작되기 바로 전,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자유로운 상태로 마음껏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갑자기 벌컥! 하고 열리는 뒷문. 아이들은 모두 떠들다말고 뒷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다양한 운동복을 입은 떡-_-대같은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와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간절한 표정으로 우리반 뒷문을 열고 들어온 선배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승호야!!!!!!!!! 대답을 해줘!!!!!!!!!!"X 10 .......헉-_-; 맞아. 잊고 있었어........운동부 선배들이었구나!!!!! 선배들이 몰려오자 뒷자리에서 재경이와 얘기하고 있던 승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갑자기 피슈슈슈-하고 옛기억이 밀려온다. ...... .......... ................. 승호가 막 전학왔을 무렵... '승호야! 너 운동만능이라며!ㅠ_ㅠ 우리부에 들어오렴!!!!!' 이라며 스토커에 가깝게 승호를 줄줄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던 운동부 선배들. 승호는 그들의 파파라치에 가까운 스토킹에 진저리가 난 나머지 엄숙(?)하게 선고했다. ' 기말고사 후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 ......... ..... ......그래....... 오늘이..기말고사 다음날이구나. 그래서......저리 합심하여 운동부 선배들이 몰려온게로구나.......... 반 아이들은 킬킬웃으면서 승호를 바라봤다. 선배들은 190이 넘는 덩치에 정-말 정말 걸맞지않게 승호의 손을 꼬옥-_-; 잡으며 애절하게 말했다. "승호야!ㅠ_ㅠ 너를 위해 이렇게 유도복을 준비했단다! 제발 우리부에!!!!!!!"- 유도부 '유도진'선배. "아니다! 승호야! +_+ 너의 나이쓰 바디를 보여줘야지!! 당근 우리부다!!"- 수영부 '수영호' 선배. "무슨말을! =_= 너의 나이-샷-을 보여줘!! 우리부로 와주렴!! 골프채는 공짜로 줄께!!ㅠ_ㅠ"- 골프부 '공타구'선배. "비켜라! 이놈들아!! 승호야, 수험생에게는 정신의 안정이 절대필요하다. 정신 수양의 참뜻을 위해 궁도부에 들어오렴!!"- 궁도부 '궁도현'선배. "아니! 그게 무슨말을! 승호라면 윔블던도 문제없지! 우리부로와!! 테니프리팬들을 위해! (....-_-;;)" - 테니스부 '태영호'선배. "비켜! 비켜! ㅠ_ㅠ 승호에겐 '아름다운 그대에게!'팬들을 위한 써비쓰! 높이뛰기부가 필요하다!!" - 높이뛰기부 '육상철'선배. . . . . . . . 쉴새 없이 쏟아지는 선배들의 권유에 승호의 눈은 이미 @_@. 정신없이 선배들에게 손과 발을 잡혀가며 승호는 정신을 잃고있었다. 승호가 무슨 말을 할라치면 자기부 선전을 하면서 우리부에 들어와달라고 외치는 선배들. 승호는 아찔하다는 표정으로 선배들에게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킥킥......승호야. 운동을 너무 잘해도 문제로구나! 우리반 아이들이 모두 흥미진진하게 '도대체 승호는 어느부에?'라며 *.*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잠자던 선우현이 일어나 승호에게 다가왔다. 선배들에게 흔들리면서도 일어난 선우현을 보고 놀란듯 말을 건네는 승호. "왠일이냐?" 승호가 그렇게 묻자 선우현은 아무말없이 승호 옆에서 아양;; 을 떨고있는 선배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선우현이 그렇게 바라보자, 엄청 순진한 운동부 선배들. 얼굴이 빨개져서 삽시간에 동작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선우현은 아무말없이 승호를 찾아온 10명에 가까운 운동배 선배들을 뚤레뚤레 쳐다보더니, 승호의 팔을 질질 끌고 한 선배에게 다가갔다. 승호는 '뭐냐?'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선우현에게 얌전히 끌려간다. 선우현은 검도복을 입은 검도부선배인 '김정도' 선배앞에 척 서더니.... "입부희망서는?" 이라고 묻는다. 헉.....검도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연습해온 듯한 검도부선배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주머니에서 입부희망서와 인주를 꺼냈고..... 선우현은 자기손가락인양 승호의 손가락을 들어 인주에 꾸-욱 눌렀다가..... 입부희망서 싸인란에 싸인 대신 승호의 지장을 박아넣었다. ...... ........자..잠시!@_@;; 그러면 지금 승호는...........검도부에 입부한거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 어안이 벙벙해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장을 찍고 검도부 입부희망을 해버린 승호가 경악한 표정으로 외친다. "야!!!! 선우현!!!!!! 니 맘대로 찍는게 어딨어??????!!!!!!!!!!" 승호가 그렇게 외쳤으나 선우현은 승호는 본체만체도 안하고, 검도부 선배 '김정도'선배의 어깨를 두드리며(..-_-;;)말했다. "이녀석 좀 잘 부탁합니다. 자주 놀러갈게요." 그러자 승호를 자기팀으로 데려와준 선우현에게 못내 감사한지, 김정도 선배가 눈물을 삼키며 대답했다. "물론이다. 언제나 환영이다." 그렇게 말한 김정도 선배는 흐뭇한 눈으로 승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부희망, 당장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현승호군, 자네는 오늘부터 자랑스러운 송원외국어고등학교 대검도부 1학년 대표가 되었다." "........안돼!!!!!!! 무효야!!!!!!!!!!!!!!!!!!!!!!!!!!!!!! ㅠ_ㅠ"X 9 버림받은 나머지 9명의 운동부 선배들이 눈물을 흘리며 승호에게 다시 재고해보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김정도 선배는 그들의 눈앞에 승호의 지장이찍힌 입부희망서를 흔들어 보이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음하하하!!! 이미 승호는 검도부 입부희망서에 지장(도장도아니고)을 찍었다!! 음하하하하!!!" ".......ㅠ_ㅠ" 승호는 '저의 의사는 어디에?'라는 표정으로 남몰래 울고있었다. 그리고 원망스러운듯 선우현을 바라본다. 선우현은 그런 승호를 보더니 그의 등을 몇번 쳐주면서 귀에다가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승호는 놀랍다는 눈으로 선우현을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검도부선배에게 말했다. "그럼, 선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오냐!! ㅠ_ㅠ"<--검도부 김정도 선배. "흑..스..승호야! ㅠ_ㅠ 널 위한 특별 글러브를 준비해놓고 있었는데....ㅠ_ㅠ"..........권투부 권두형 선배. 승호를 확보하는데 실패한 다른 운동부 선배들은 눈물을 흩뿌리며 교실을 뛰쳐나갔고, 오로지 검도부의 김정도 선배만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만면에 띄운채 느린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우와~~~ 승호...검도복입으면..너-무 잘어울릴것 같지 않아? *.*" 우리반 여자애들은 이미 승호가 검도복입은 모습을 상상하고 얼굴이 벌-개져서들 난리다. 쿡..하긴, 내가 생각해도 검도복입은 승호는 멋있을것 같은걸....... 우우- 그 큰키에 죽도를 휙휙 휘두른다니....(좋게다..키큰녀석들은..ㅠ_ㅠ) 그런데..... 아까 선우현은 승호의 귀에다가 뭐라고 속삭였다냐....... 궁금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지만, 종례 시작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바람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큭!ㅠ_ㅠ 집에 갈때 꼬-옥 물어봐야지!!! * 짧은 사족 "저..요즘 성실작가인가봐요." (뭐시기 에어콘선전의 이미연 버젼으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ㅅ.............퍼버버버버벅! @_*;; ............예이..........죄송합니다-_ㅜ;; ) * BGM # Can't take my eyes off you - Morten Harket I love you baby- trust in me when I say Oh, pretty baby don't bring me down, I pray- Oh, pretty baby Now that I found you, stay And let me love you, baby let me love you..... * 현승호 엉겁결에... 정말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검도부'가 되고말았다. 사실은, 검도같은건 한번도 해본적 없었기에.. 만약에 운동부를 하게된다면..검이나 옷같은거 안사도 되는..(몸만 딸랑가도 되는) 유도부나 해볼까 했는데.... 내 철천지원수 선우현때문에... 그러나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를 검도부에 입부시킨 선우현은,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나를 내버려두고ㅠ_ㅠ 학교를 빠져나갔다. .........내 이 원수를 어떻게 척결해야 할꼬........... 앞으로 검도복이랑 죽도를 살것을 생각하며 (...비싼건 몇백만원까지도 간다던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데.....선재 녀석이 쪼르르 달려온다. ......풋, 눈이 댑따 큰 녀석이 잰걸음으로 달려오니...다람쥐 같다. "야! 현승호!" "왜?" 내가 대답하자 선재가 눈을 또리또리 굴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게 묻는다. "아까 현이가 뭐라고 한거야?" ".....뭘?" "아까 현이가 너한테 귓속말로 뭐라고 했잖어." "아........그거..........." .......그건........;; 프라이버시;;라서 대답하기가 좀........;;;;; 그런데..나는 거짓말엔 젬병인데.. 들통나면 어쩐다냐... "그냥...뭐 검도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 해주더라........" ......내가 비싯비싯 땀을 흘리며 거짓말을 하자, 선재가 대번에 '진실을 실토하시지-_-'라는 눈빛을 보낸다. 나는 애써 선재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선재는 집요하게 쫓아와 나와 시선을 맞췄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 하, 하...미..미안하지만, 그 얘기를 하면 현이가...별로 좋아할것 같지가 않아서말이지...." 내가 말하자 선재는 '그럼 어쩔수 없지.'라고 말하고..고개를 끄덕였다. "킥.....미안하다. 얼른 서서 졸고있는 창욱이나 챙겨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재 녀석이 '또?'라고 외치며 뒤를 팩 돌아본다. 뒤에는 선채로 꾸벅꾸벅 졸고있는 곰팅 창욱이가 있었다. "야!!!!!!!! 이창욱!!!!!!! 이 잠탱아!-_-+ 맨날 자냐? ㅠ_ㅠ" "아..아웅.....=_=;;" "따라와-_-+" 투닥투닥 싸우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녀석. 나는 녀석들이 나가는 모습을 킥킥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나 또한 집에 갈려고 일어섰다. "먼저 갈게, 재경아." "아...응." 재경이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다. "잘가." "아, 너도." 담임 선생님 심부름을 다녀온 인선이가 재경이와 함께 가기위해서인지 우리자리로 다가온다. 나는 두녀석에게 인사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 교문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검도복을 입을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내게 달려왔다. "승호야!!!!!ㅠ_ㅠ 우리부에 입부했다며!!!!!!!!"X 17 "아..예...;;" 어색하게 인사하자, 앞으로 잘해보자....검도복 물려준다..걱정말아라....전국 제패가 머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본국검법을 살리고 싶다...;;;등등의 말씀을 던져주셨다. 검도부 부장이신 김정도 선배가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참, 검도부..고문 선생님이 누군지는 알지? 세계사 선생님이신 여도진 선생님이셔!" "예. 알고있습니다." 알다마다요......선우현이 그래서 저보고 검도부에 입부하라고 협박한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아까 선우현이 내게 귀엣말로 속삭인말은..... [ 세계사 선생님이 검도부 고문이시란 말이야.....제발.......] ......이었다. 참...그 모든일에 심드렁, 의욕 제로로 보이는 선우현이... 세계사 선생님이 무슨부 고문인지도 알고있다니... 게다가....정말, 정-말 안어울리는 '제발..'이라는 말. 녀석은......정말 선생님을.....좋아하는건가.....? ......... ....... ..........그런가.......?? ...... ............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나쁜놈. 내 첫키스 가져간 주제에.....ㅠ_ㅠ 역시 넌 내 철천지 원수야. 잠깐...! 생각해보니...두번째 키스도 남자잖아! 허어어어억....... 천오수....선우현이 날 협박하는데 그리 써먹었던 그사람..... 아흑..내 청춘은 왜이리 암울해.....ㅠ_ㅠ 마가 끼었나....? 살풀이라도 한판 해야하는건가....... ............. ....... .... "......승호야?! 내말 듣고있냐?" "아, 예!"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선배의 말을 놓쳤다. 나는 한눈을 판 죄로..김정도 선배가 들고있던 죽도로 나를 퍼버벅@_*구타하시진 않을까 했지만.. 역시 검도부라서 그런지 점잖게 고개를 끄덕여주신다. (유도부에 들어갔으면 분명 엎어치기를 당했을것이다.) "자! 승호야! 내일부터 당장 연습에 돌입하자! +_+ 방학 동안에 죽어라고 연습해서 가을에 있을 전국 대회에 나가자! +_+ 아자! 가자! 이기자!" ....선배는 이미 전국 대회 우승이라도 한듯 의욕에 가득차 계셨다. 나는 '방학동안에 놀러가긴 글렀구나..'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 장인선 왜...그....영화같은데 보면..... 좋아한다는걸 인식하기 전까지는 상대방이랑 막..장난도 잘치고,농담도 잘 주고 받고, 그렇게 스스럼없이 지내다가...... 좋아한다는걸 인식하자 갑자기 그 사람이 너무 의식이 되서, 오히려 말을 걸면 얼굴 벌-개져서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리는.....그런 장면이 나오지. 물론, 재경이와 내가...장난을 쳤다거나, 농담을 주고받았던적은 없었지만.. 나는 지금 같이 걸어가고 있는 재경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괜히 민감하다. 게다가 둘다 원래 말수가 적은편이라 특별히 말을 주고받을일도 없어서, 우리 둘은 학교에서 집에 도착하도록 한마디도 없었다. 이 적적한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뭔가 말을 걸어볼까..했는데..... .....생각나는 대사는 오로지.......... '오늘 날씨 좋지?' .........뿐......... 나는 생각보다 멋없는 남자였나보다. "저......" 갑자기 들리는 재경이의 목소리에 나는 나도모르게 고개를 돌려 재경이를 내려다봤다. 재경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아.......먼저 가..........나는 장보고.....들어갈게." 장...보러가나........ 흠.............돌아올때 짐이 무거울텐데......... "......같이가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는 놀란듯 눈이 똥-그래 졌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괜한 쑥쓰러움을 느끼면서 재경이와 함께 동네 마트로 들어갔다. * 문설희 나, 문설희. 겨울에 태어나서 '겨울공주雪姬'가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빅세일 마트'의 뼈대굵은 캐셔. 나이.....묻지 마라. 키.................묻지 마라. 몸무게.........................묻지 마라-_-+ 쓰리 싸이ㅈ...................................퍼버버버벅! (묻지 말라니까 자꾸 그러네-_-;) 상냥한 미소와 정확한 계산으로 점장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마트에 오래 눌러붙어있는 덕에, 마당발이라고 불리우는 나다. 우리 마트 점장님은 무시무시하게 미인을 밝히는지라, 캐셔들한테 음흉한 미소를 던지는 경우가 많으나, 딴 마트보다 봉급이 좋아서 여기에 눌러붙어있다. 비록, 캐셔 봉급으로 이쁜옷, 명품 사입기는 빠듯하여 럭셔리 생활은 못하고 있다만... 야오녀 생활만큼은 져버리지 않고 몇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야오이 적금도 붓는 나다. 흥-_-;;;) 그런데, 요즘... 날 즐겁게 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매주 4번 우리 마트에 장을 보러오는 남색 눈동자의 초--절정 미소년!!!!!!ㅠ_ㅠ 그래!!!! 그녀석 때문이야!!!!!!!!!!!!!!!!!!! 그 뽀샤시한 피부...남색 눈동자에....갸름한 입술......조용한 표정까지......!!! 허어어어억......아아....미쳐.미쳐.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마트의 다른 캐셔들도 모두 그녀석에게 홀딱 반해있다. 따라서 그 녀석이 장을 보러 온 순간, 캐셔들은 모두 긴장. 캐셔 뿐인가....가판대에 있는 판매원들도 모두 긴장. 서로들 자신의 물건을 사달라고 홍보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우리 미소년은 쑥쓰러움을 잘 타는 체질인지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만 끄덕이더라. 약 12개에 달하는 카운터에 주르르르 서있는 캐셔들 모두.. '아아..+_+ 저녀석이 우리 카운터에서 계산했으면....'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이 마트에서 마당발인 나의 입장을 십분 발휘하여... 그녀석이 계산을 하려고 줄선 카운터로 재빨리 옮겨가, 선배의 위엄-_-을 발휘해.. 거기에 서있는 캐셔 녀석을 딴데로 보내고.. 언제나 내가 녀석이 사는 물건을 계산해준다....-_-;;;;;;;;; 때문에, 녀석이 노는 월, 수, 금, 토에는.. 평소때엔 귀찮아서 묶고있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남친 만날때도 안신는 하이힐을 신고온다..이 말씀이야. 그뿐이더냐? 아저씨들이 물건 살땐 ' 만 오천원 나왔슈-_-흥!'이라고 말하는 나지만.. 그 소년이 살땐..' 만 오천원 나왔습니다앙~^^'라고 콧소리까지 내는 나. (.....그래, 나 주접이야!ㅠ_ㅠ; 흑, 흑, 흑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에 버닝하는것도 죄란말인가? 흑, 흑..;;;;) 아.....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오늘도 올때가 되었는데........ 나는 계산대 앞에 서서 구두로 톡톡톡 바닥을 두들기며 손목 시계를 바라보고있었다. "어머!!!!! 어머머머머머!!!!!!! 언니! 언니! 설희 언니!! 왔어! 왔어!!!" "왔어??????" 나는 옆 카운터의 신참 캐셔의 말에 재빨리 지하의 식료품 코너로 들어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런데............. ..............아니..........오늘은 그 옆에 왠...왠.......얼음공 이더냐!!!!!!!!ㅠ_ㅠ 갈색 머리칼, 갈색 눈동자에 무표정. 샤-프하고 쿨-해보이는 저 외모. ......요즘것들은 너무 잘생겨서 문제야!ㅠ_ㅠ "어머! 언니! 언니! ㅠ_ㅠ 우리 남돌이는 벌써 낭군을 만나버렸나봐..어엉~ 이를 어째애애~" 벌써 보자마자 둘을 커플로 정해버린 옆자리의 민옥이가 손을 꽉 쥐고 눈물을 흘린다. "어머...멋져! 멋져!!ㅠ_ㅠ....." 12대의 카운터 앞에 서있는 12명의 캐셔들은... 겉으로는 언제까지나 엘레강-쓰한 캐셔의 모습을 지키면서, 두 눈은 부리부리 두사람이 쇼핑하는 모습을 뒤쫓고 있었다. 우리의 기대에 걸맞게..... 둘이 서로 정답게 부둥켜 안고, 그윽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장을 보.......는건 절대 아니었지만..-_-; 우리 남돌이 (남색 눈동자니까 남돌이!ㅠ_ㅠ;)는 오늘따라 좀 긴장한 듯 하다. 그 갈색 머리의 소년이 카트를 밀려고 하자, 재빨리 자기가 먼저 밀면서 안절부절. 갈색 머리의 얼음공이 뭐라 말할라 치면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푹-수그리질 않나.... 그걸 구경하는 우리마트의 모든 여직원들은 속으로는 찢어져라 웃으면서.. 겉으로는 언제나 조숙한척하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어머~ 오늘 마침 오이가 세일이라서.....오이좀 사가시죠오~ ^^" 오이 판매만 1년 넘게한 주선이. 나와 맞먹는 이 마트의 마당발. ......주선아....아까 까지만해도 정가를 다-받더니.......갑자기 왠 세일이니?-_-; 그러나 은근히 절약정신이 강해보이는 우리 남돌이는, 세일이라는 말에 카트를 멈추더니..오이를 달라고했다. 주문을 받은 주선이. 입에 함박웃음을 걸고 봉투가 찢어져라-_-; 오이를 한다발 담아준다. (아이구..봉투 미어 터지우..-_-; 그만 담으슈..;;) 그러더니 계산대 위에 올려보지도 않고 1000원이라는 딱지를 척! 붙여주지 않겠나? (....아주 폭탄 세일이시구먼..-_-;;;;;;) 우리 남돌이는 오이가 너무 싸서인지 조금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이고 카트를 몰고 다른 코너로 옮겨갔다. 그러나.....오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남돌이가 지나가는곳이 곧 세일 코너라...... 남돌이가 카트를 밀고가는순간, 그 코너는 폭탄세일을 시작한다. "오늘 쇠고기가 반가격밖에 안받아요~^^" "만두 하나 사시면 덤으로 4개 드려요!! (......-_-; 점장님이 아시면 어쩌려고.;;;)" 둘은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열성적인 그녀들의 모습에 할말을 잃은듯 열심히 물건을 샀다. 드디어....모든 코너에서 골고루 폭탄 할인 혜택을 받고 온 두사람.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천천히 카트를 밀고온다. 오오..오늘은 7번 카운터로 가려하는구나!! 나는 내 담당인 2번 카운터를 내팽개치고 7번 카운터로 달려가, 신참 캐셔에게 눈을 부리부리 떠주었다. 그러자 7번 카운터 녀석이 알아서 눈물을 흩뿌리며 2번으로 달려간다. 훗....미안해;; 담에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호호호..;;;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욱 7번 카운터를 지키고 서있던 사람같은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두사람이 올때까지 조신하게 계산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드디어 두사람의 차례가 돌아왔다. 두근두근두근... 어머, 왠일이야.....가까이서 보는게 더 멋있네..... 아아..문설희! 진정, 진정해..ㅠ_ㅠ 이놈의 가슴팍은 왜 또 이렇게 사정없이 뛰는거야....ㅠ_ㅠ;;; 나는 목청을 한번 가다듬고 최선을 다해 낭랑한 목소리로 '물건을 올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라고 조그맣게 외치며 동시에 카트에 손을 집어넣은 두사람. ...... ............둘의 손이 카트안에서 덥썩! 만나버렸다!! ' 어머! 어머! 어머! @_@ /// ' 괜히 둘이 맞잡은 손에 내 가슴이 다 떨리는데....... ........................................카트안에서 손이 마주친 두녀석. ....... 동시에 두 사람다 얼굴이 빨-------개 지는거 아니겠는가!!!!!!!!!!!!!!!!!!!!!!!!!!! (피슈슈슈슈슈......<---각혈) 두 녀석은 놀라서 고개를 딴데로 돌리느라 서로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앞에 서있는 나는 두사람의 표정을 모-두 봤다는거 아니겠나..... 아아.../////// 어떻해...../////// 얼음공, 다시봤어. 너- 사실은 아방공이지?// "아..내가..." 당황한듯 얼굴이 빨개진 우리 남돌이가 자기가 물건을 올리겠다고 재빨리 손을 놀렸다. 그러자 갈색 머리의 얼음공. 남돌이가 올리려는 물건을 한꺼번에 (힘도 좋아!ㅠ_ㅠ//) 계산대에 번쩍 들어올린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라." 가...가만히 있어라라니이!!!!!! 넘 멋있잖아!!////// ...........아아......모..목소리도 멋있어라.....ㅠ_ㅠ 나는 바코드를 찍는것인지, 내 팔뚝을 찍는것인지.... 두사람을 바라보느라 제정신을 못차린채 어렵사리 계산을 끝내주고, 몸에 밴 캐셔정신으로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공손히 인사했다. 인사성도 밝은 두 사람. 나에게 꾸벅 인사한뒤, 얼음공이 두개의 짐을 모두 든 채로 밖으로 나가더라. ".......어.......언니..........ㅠ_ㅠ 나 가슴이 아직도 벌렁거려어~~~~~" "나도~ 나도~ㅠ_ㅠ" 우리 마트의 모든 여직원들은 오후에 퇴근할때까지 두사람의 환영에 사로잡혀 제대로 근무하지를 못했다............. * 반우진 "다녀왔ㅅ........." "반우진!!!!!!!!!!!!!!!!!!!!" 역시나 집에 도착하자 병호형이 청천벽력같은 고함을 질렀다. 내가 재빨리 두손으로 귀를 틀어막자, 달려와서 귀를 막은 손을 떼며 소리를 지른다. "앞으로 어디 갈려면 좀 행선지를 알리고 가라!!!!! 엉????" "....알았어, 알았어....." 내가 고분고분히 대답하자, 병호형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흥......그래........다음부턴 명심해. 야! 병수야! 회장님께 둘째 돌아왔다고 말씀드려라!!" 병호형의 동생인 병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빨리 아버지방이 있는쪽으로 사라진다. "밖에서 저녁 먹었나?" "아니." "그럼 가서 저녁 먹어." "...........응."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병호형은 다시 자기방으로 사라졌다. 먼저 밥을 먹을까......아니면 옷을 먼저 갈아입을까......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첫째형인 우천이형이 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내가 그렇게 말하고 허리를 숙여인사하자, 형이 콧방귀를 뀐다. ".......아, 바람은 잘 쐬고 돌아왔나? 언제나 여유만만...기분 좋겠어...." .......... ............................흠..........그렇게 보이는가.....? 나는 언제나 여유가 없는 사람인데.....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그런거 아닙니다'.......라고 대답해봤자, 형은 '이번엔 겸손까지?'라면서 비웃을게 뻔하므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뭐, 우리파 역대 최강이라는데.....내가 너에게 손끝 하나나 대보겠니......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보스자리를 물려주실테니, 참으로 기쁘겠구나." .......보스자리 따위는 하나도 탐나지 않는데....... 하지만, 그 말 역시 할수 없지. 말하는 순간, '날 방심시키려는거냐?'라고 비꼬는게 뻔할것이므로. "그럼.....전 이만 밥먹으러....." 내가 그렇게 말하고 다시한번 인사한 후,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는 죽어라고 싸워도 욕만듣고....... ..........................누구는 슬렁슬렁 싸우고도 신사소리를 듣다니...세상은 불공평하기도하지, 쳇." ................ ........................ ............................... 도대체....다른이를 잘 패는것이, 그리 자랑이고, 그리 부러워할만한 일이란 말인가...? 형은.............나보다 3배는 더 적게 싸운다는걸 알고는 있을까? 그는 진짜 피냄새를 알고는 있는것인가....? 다른이가 살려달라고 말하며 자기 바짓가랑이를 붙잡을때..그 기분을 알고는 있을까? 나는......아버지가, 나보다 형을 더 사랑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아버지라면.....정말 사랑하는 아들에겐 싸움을 덜 시킬텐데...... 진짜로 사랑하는 아들에겐 피로 올라선 보스의 자리를 무려주지 않을텐데...... ..................... ............. ....뭐, 잘 알고 있어. 한탄해봤자 바뀌는건 하나도 없다는걸. 나는 씁쓸히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밥을 먹으려 의자에 앉아 윗도리를 벗자마자, 윗도리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나는 젓가락을 잡은채로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 아, 우진이냐? 나 형진이다. ] "아." [.............'아'가 뭐냐? '아!'가.....으으!!!!!!!!!!!!!!!!!!!! ] "왠일이야?" [..........이놈아, 니가 어제 송장 살려달라고 피 철철흘리는놈 데려왔잖냐.] 아참.....깜빡 잊고있었다. "그녀석은 어때?" [......살았다. ] .......흠.........다행이로군...... 왠지 그녀석이 그대로 죽으면..기분이 좀 찜찜했을것 같아. "그래....?" [ 아직 정신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수술이 잘되서 2-3일 내로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것 같다.] "잘됐군." [........얌마! 넌 니가 맡겨논 환자 문병도 안오냐? ] 문병.....? 그런건 가본적이 없어서. 장례식에는 많이 가봤지만. "알았어..갈게. 문병갈땐......보통 꽃을 사가던가? 향을 사가던가?" [ 얌마, 의식도 없는놈한테 무슨 꽃이 필요하냐? 게다가 향이라니...여기서 제사지낼일 있어?????????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러 오라는거지. 우리병원에 입원하고 있어. 시간나면 한번 와.] "......응, 알았어." [ 참, 그리고 수술비 내놔.] "내 이름으로 달아놔." [ 젠장, 니가 백지수표냐? ] "나 말고, 아버지가 백지수표지." [ 쳇....알았다. 회장님께 청구하지. ] "응." [ 문병 오기전에 한번 전화해주고.] "응." [ 그럼, 들어가라.] 나는 전화를 끊고 천천히 밥을 먹으며 어제 일을 생각했다. ...........그 녀석.....신기한 녀석이었다. 홍영진.....말이다. 자기 부하를 감싸주는 녀석이라니....... ....... ...........만약.....내가 그 이마가 찢어진 사람처럼....... 그렇게 다칠 상황에 처해있다면..........단 한명이라도 홍영진처럼 날 감싸줄 사람이 있을것인가....? .......... ................밥을 천천히 씹으며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보았지만............ 결론은................'없음'......이었다. .......... ................신기하군. 그리고.................약간은 부럽기도해. ...아니, 많이 부러운건가. 뭐, 한탄해 봤자 바뀌는건 없지만. 왜 갑자기 또 멜랑꼴리해진거지....? 참....... 나는 고개를 한번 저어 그녀석의 생각을 떨궈버리고...... 내일, 모레, 그리고 내일 모레까지 주르륵 잡혀있는 배천파 타도 작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짧은 사족 아- 멋진 제목입니다. 인선의 마음이기도 하죠. ......Can't Take My Eyes Off you - 당신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어요! (이번에도 안올라가면..ㅠ_ㅠ;; 포..포기다.. 왜 크레이지 보드님은 맛도 없는 내글을..ㅠ_ㅠ;;;) † 플라멩고님. 예쁜 여동생이 생기신것 , 축하드려요. 멋진 언니가 되시길..^^ * BGM # 알고싶어요 - 양파 내가 그대에게 부족한걸 알아요. 아일 보는듯한 그런 눈빛 그건 너무나 슬픈걸요. 아직 내가 어리다고 세상 모두가 말한대도 다 상관없지만- 그대에겐 난 사랑이고 싶어요..... * 현승호 이제...방학이 따-악 3일 남았다. 덕분에 우리들은 방학 맞이 단축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내가 검도부에 입부한 다음날부터, 검도부의 맹훈련이 시작되었다. 아주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나인지라, 선배들에게 혼나가면서 몸으로 배우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점은, 선배들에게 호면이나 죽도같은 무구를 물려받을수가 있어서, 돈이 안든다는 점일까.. (아...나, 이렇게 절약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ㅠ_ㅠ 여러놈들을 먹여 살리느라...) 그리고...... "아..저..승호야, 저 미인이랑 너랑 무슨 관계냐?" 얼굴이 벌-개져서 선우현을 가리키며 물어보는 선배. ".....(미..미인?;;선배님도 선우현의 뻔뻔함을 한번 당해보셔야 하는데.....) 아하하........예, 그냥 친구입니다." 내가 연습할때면 언제나 '널 보러왔어'라는 핑계를 대고..혹여나 검도부 고문이신 세계사 선생님이 오실까하여 검도실 한구석을 지키고 앉아있는 선우현. 참......녀석도 생각보다.....일편 단심이로구나...... 어제도 세계사 선생님이 우리가 연습하는데 격려해주시려고 오셨다가.. 선우현과 눈이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리셨다. 재빨리 선우현을 바라보자, 풀이 팍 죽어서 바닥만 쳐다보는 선우현이 보였다. 그날 현이는 집에 가면서 내게 말했다. ' 선생님이.....나에게 넌 너무 어리대. 지금 일시적으로 좋아하는것 뿐이래. ......날 싫어하는거야.' ......괜히.....보는 내가 더 답답하고... 괜히 기분만 싱숭생숭하고..... 얌마, 선우현. 너때문에 정신 일도를 부르짖는 검도이건만, 정신 집중이 안되잖냐.. 짝짝짝!!! "자!!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수고했다!" 부장 선배가 박수를 치며 종과를 알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무구를 놓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집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끼이익-하고 열리면서 음료수를 사들고 오신 세계사 선생님. 우리들이 집에 갈 채비를 하는걸 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 끝나버렸나....?"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ㅠ_ㅠ 저희는 다 마실 수 있습니다." "아..그래.."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조심스럽게 부실로 들어오셔서 음료수를 주셨다. 여도진 선생님의 자칭, 타칭 狂팬인 김정도 선배가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서 금주와도 같은 세계사 선생님이 주신 음료수를 어지간히도 아껴먹기 시작했다. "아...승호는 새로 들어왔지..? 적응은..잘되나?" 선생님이 안경을 벗으시며 부드럽게 물어오셨다. "아, 어려운걸요...그런데 예상 밖입니다." "뭐가?" 선생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보신다. "선생님께서 검도를 하시는거요." 내가 말하자 선생님이 조그맣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쿡...난 검도 하나도 못해. 그냥 고문 선생님이 된것뿐이야. 우리 학교 선생님중에서 검도를 하실줄 아는분이 안계셔서..." "아..그랬군요.." 나는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한숨을 쉬시며 구석에 앉아있는 선우현을 바라보셨다. ........그 눈빛을 보는 나에겐...현이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음...... 아냐..... ...현아...... ...........아냐........... 선생님이 널 바라보는 눈길은......널 싫어하시는게 아냐. 정말 그랬다. 선생님은 현이를 싫어하시는건 아니었다. 그 눈빛은 싫어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좋아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선생님은 못말린다는듯이 고개를 저으시고, 구석에 있는 선우현에게 다가가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책을 읽는척 하고있었던 (사실은 이쪽에 온통 신경이 쏠려있었던) 선우현은 선생님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자, 못본체, 못느낀체 하고 그냥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선생님. 재차 현이의 어깨를 두드리자 조금 발그작작한 얼굴의 현이가 고개를 든다. 선생님은 현이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했고, 현이는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주섬주섬 선생님을 따라갔다. "아..아니..ㅠ_ㅠ 왜 갑자기 우리 고문샘님과 선우현이 대화를..?" 아직도 그 작은 음료수를 아껴-아껴 먹는 김정도 선배가 사라져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나는 아리송한 기분으로 두사람이 사라지고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금방 그 방에서 나올줄 알았던 선우현과 선생님은 예상외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다른 선배들은 이미 다 집으로 돌아갔고,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갈까..하다가.. 선우현도 어차피 Bear's Tale로 알바를 갈것 같고..우리집도 그 방향이니.. 기왕이면 함께 가는게 좋을것 같아서 도장 바닥을 손가락으로 톡톡거리며 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20분쯤 기다렸을까..... 조용히 문이 열리면서 선생님이 먼저 나오셨다. 아직 집에 안간 나를 보시고 놀라신듯 하더니, '잘가렴'이라고 말씀하시고 나가셨다. 나도 '예, 안녕히 가세요.'라고 엉겁결에 말씀드렸다. .......으음.......? 뭔..이야기를 하길래 20분이나 걸렸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선우현이 아직도 안나온 그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선우현은 말 그대로 '얼빵-'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 ...차..차인거니???? "야!!! 선우현!!! 정신차려!!!" 내가 현이의 눈 앞에 손가락을 흔들어 보여도, 현이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젠장...입술도 진짜 빨갛네....저걸 백치미..라고 하던가. (하긴..현이는 나보다 영리하긴 하다만..) 채였나보지... .....채인건가봐....얼이 완-전히 빠졌군. "현아...진정하고 집에 가ㅈ......." 내가 차분히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와락!!! 하고 나를 꼭 껴안는 선우현. ....../// 야!! 야!!! /////// "이..임마! 놓고 얘기해! 놓고!!" "이~~~~~~~~~야~~~~~~~~~호~~~~~~~~~~~~~~~!!!!!!!!!!!!!!!!!" .........야호? 나는 나를 껴안고 방방 뛰며 좋아하는 선우현을 내 몸에서 떼어내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그러자 현이는 환하게 웃었다. ...녀석이 이렇게 웃을수도 있다니. ........../// 젠장..............그렇게 웃지 말란말이다. 현이는 비밀이라도 되는듯 검지손가락으로 입을 조금 가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이 한번 사귀어보자고 그랬어." ......사.......귀자고........??? ................ ........ ...........쿵........... ".......으..으응?????" "뭐가 응? 이냐???? 사귀자고!! 사귀자고 말씀해 주셨단 말이야!!!!!!! 날 드디어 연애 대상으로 인식해주신거야!!!!!!!!!!" 현이는 진짜로 기쁜듯 방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반짝반짝 웃고 있었다. 음..그래, 맞아 현이는 옛날부터 세계사 선생님을 좋아했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사귀게 된다면 '축하한다'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왜 아까 선우현이 '사귀게 되었다'라고 말했을때 가슴이 덜컹했나..... 축하한다고 말해줘야 하는데.......왜 이렇게 갑자기 입이 안떨어지나..... "뭐야?? 표정이 뚱-한데..??" 한참을 혼자 좋아하던 현이가 어느새 앞에 다가와 묻는다. 나는 엉겁결에 조금 웃으며 대답해줬다. ".......뚱하긴.......축하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어깨를 툭 쳐주자, 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마워'라고 대답한다. ......선우현을 저렇게 기쁘게 만드는 사람은 단한사람, 그 선생님. 저렇게 웃게 만드는 사람도 오직 그. ....선우현은....정말 생각보다 일편단심이로구나..... "가자, 나 알바가야겠다." 현이는 그렇게 말하고 도장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자기 책가방을 챙겼다. "그래." 내가 대답하자, 현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현이가 알바하는 Bear's Tale앞에 오기까지, 현이는 평소때보다 36배는 더 많이 웃었다. 말도 80배는 더 많이했으며, 기분도 3000배는 더 좋아보였다. 진-짜 진짜 기분이 좋은가보다. 구름위를 걷는듯 발걸음도 경쾌하게 룰루랄라 Bear's Tale앞에 온 현이는 그 Bar앞에 서서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뭐가?" 내가 묻자 현이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처럼 고약한 놈이랑 친구해줘서 고맙다고." ...... ..........뭐냐....바보 녀석. "별걸 다 고맙다고 한다." 내가 말하자 현이가 웃는다. "그럼..난 간다. 내일 또 보자." 현이는 Bear's Tale로 뛰어들어가며 내게 손인사를 했다. 나 또한 현이가 볼리는 없겠지만 손을 흔들어줬다. .......나처럼 고약한 녀석이랑 친구해줘서.....고맙다........라니.............. ......................참..................... 그토록 현이가 원하던 선생님과의 연애. 분명히 현이와 덩달아 기분이 좋아야하는 나이지만.. 왠지 마음은 찹찹하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나는 그런 내 마음을 나도 모른채로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왔다. * 이선재 "가자~가자~ 응? 가자~" 옆에서 잠도 안자고 보채대는 창욱이. "거길 어떻게가? -_-+" 내가 녀석의 석두石頭를 두드리며 말을해도 창욱이는 계속 보챈다. "어떻게 가긴? 걸어서 가지이..가자~가자~가자~"<--10번 반복. 아휴..정말..거길 어떻게 가자는거냐 이창욱? 정말 가끔씩은 네 머리를 해부해 보고 싶어...... 지금 이창욱이..가자고 보채는 곳이 어디냐...하면........ 이번에 우리학교 앞에 새로이 생긴 까페..이다. 그래, 그냥 까페면 '어서 가자!'라고 말하겠지만.....그곳은 차..참으로 남학생이 가기 민망한 곳이란 말이다. ...핑크빛과 하늘색, 병아리색으로 색색이 장식된...여학생들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깜찍한 까페. 의자도 귀여운 핑크빛 하-트의자. 테이블보도 깜찍한 레이스. ............. ........ .... 지금 거기에 시꺼먼 남학생인 우리들이 가서 물을 더럽히자는 말이냐? "시꺼!!! -_-+ 절.대.안.돼!" "아우~ ㅠ_ㅠ 가자!!!" 아으..진짜 거기 의자에 앉으면 다리가 서너번은 접힐정도로 키도 땔-싹 큰 이녀석이, 도대체 왜 그 까페가 가고 싶다는거냐? 응? 응? 응?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내게 엉겨붙는 창욱이를 떼어내고 있는데, 인선이가 다가와서 조용히 묻는다. "어디가 그렇게 가고싶다는거야? 아까부터.." ....아휴, 잘왔다. 장인선군. "아니, 선인장. 이녀석이 우리 학교 앞에 새로 생긴 그 깜찍한 까페가 가고싶다고 난리잖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인선이의 얼굴도 조금 '아...아아..그건 곤란.'이라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래..얘들아. 제정신이 박혔으면..남학생으로서 거기에 갈수는 없지!ㅠ_ㅠ; 벽에 막 병아리 깃털같은게 달려있고, 반짝 반짝하는 하트도 있고.. 하여튼 아-주 귀여운 파스텔풍의 까페다..그 말씀이야. 거길 어떻게 가자는거야?ㅠ_ㅠ;(쪽시러!) "가자......가자~ ㅠ_ㅠ 가고 싶어어~~" "안돼!"<--선재. "그건..좀...다른데로 가자."<--인선 우리의 비토를 받은 창욱이는 '실망이야!'라는 표정으로...... .......교실 뒤에 있던 재경이에게 뛰어갔다. "재경아!ㅠ_ㅠ 쟤들한테 까페좀 같이 가자고 말해봐~ 내말은 죽어도 안들어!ㅠ_ㅠ" 헉..이창욱! 니가 재경이를 동원한다 해서 내 마음이 움..움직일것 같더냐? (사실은 조금 움직였다) 그러나! 그러나! 그곳은 너-무 큐티해서 안돼애..ㅠ_ㅠ;; 재경이는 창욱이의 말에 쑥쓰러운듯 눈을 두리번 거리다가.. ' 거..기가 어딘데..?' 라고 묻는다. "학교 앞에 있는 그 귀여운 까페 있잖아. 응?" 창욱이가 말하자 재경이도 '아..거기'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귀엽지? 귀여웠지?" 창욱이가 그렇게 묻자, 재경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던 인선이...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한다. "............................갈까?" ..............쿠쿵! .........................................선인자아앙.......???????? 우리가 가자고 해도 절-대 안갈것 같은 선인장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갈꺼나..말꺼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이..인선아. 왜그래? 왜그래? 응? 안하던짓 하면 죽어!! ㅠ_ㅠ 죽는다고오옹!!! "아니..인선아, 그런데를 어떻게..ㅠ_ㅠ;;" ".......간다고해서 죽겠니....." 인선이는 그렇게 간단히 대답하고 재경이 옆으로 가서 물었다. "가볼까?" 그러자 재경이가 놀란듯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 만쉐이~ ^^ 선재! 너도 당근 와라!" ...ㅠ_ㅠ 으흑..다수결의 판결에 따라..나도 그 큐티한 까페로.... "자! 승호야! 너도 가자!" 창욱이가 말을 걸어도 턱을 괸채 앞만 멍-하니 바라보는 승호. 창욱이는 뭔가 심상치 않았던지 승호의 어깨를 흔들며 물어본다. "무슨 생각해?" "아? 응..아무생각도 아니다." 턱을 괸 손을 떼면서 말하는 승호. "가자." "어딜?" "...그냥 따라와! 현이 너도!!" 창욱이가 그렇게 말하자, 오늘 왠일로 기적적으로(!) 안자고 있던 현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오올~ 기분이 좋은가본데... ......이렇게 하야....우리 6명은 그 큐티한 까페에 발을 딛었습니다....... ****** "으..으음..;; 미리 여기라고 말을 좀 하지 그랬니이..;;"<- 승호. "....마..말을 할려고 했는데에.;;;"<-선재. "왜? 좋~잖아. 귀엽구만."<-창욱. 역시나...무리였다. 키가 작은편인 나에게도 딱맞는 의자. 재경이에겐 딱-어울리지만..키 큰 나머지 녀석들은 꼭 어른이 유치원생 의자에 앉은것 만큼의 괴뢰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 키티 테이블보는 어찌 그리 귀엽단 말이오!ㅠ_ㅠ; 나오는 접시들도 죄-다 핑크빛, 앵두빛, 복숭아빛이더라. 우리가 까페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쳐다보던 그 안에 있던 여학생들. 우리가 온것이 우스웠는지(ㅠ_ㅠ) 우리를 보고 웃고 속삭이느라 난리들이다. (....쪽시러워라...ㅠ_ㅠ;;) "의자...정말 작다." 의자가 못내 불편한지 의자뒤에 달린 하트를 불만스럽게 툭툭치는 선우현. 우리는 엉거주춤 포즈로 벌받듯이 어설프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저기요~ 주문하세요~ ^^" 귀여운 앞치마를 걸친 여학생이 날개가 달린 메뉴판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메..메뉴판에..날개가 달려있어!ㅠ_ㅠ;; 아무도 선뜻 그 메뉴판에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데, 대뜸 메뉴판을 받는 선우현. 현이가"고마워요."라고 말하자 그 여학생은 얼굴을 빨~개 져서 피슝-하고 달려가버렸다. "자..시켜 볼까..나..." 현이가 그렇게 말하고 메뉴판을 펼치자 나머지 녀석들이 주섬-주섬 메뉴판을 흘낏거린다. 그런데....... 우우..;; 메뉴들도 어찌 그리 깜찍하단 말이오? - 스위티 딸기 쥬스♡ - 열대의 상쾌함! 망고 쥬스♥ - 톡~톡 튀는 키위쥬스♧ - 달콤~한 복숭아 쥬스 . . . . . 듣기만해도 녹아버릴것 같은 메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단것은 딱-질색인 인선이는 메뉴만 봐도 어지러운지 눈을 감는다. 우리들은 최대한 메뉴를 뒤적거려 조금이라도 덜 쪽시러운걸로 시켜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인선 - 티앙팡. 재경 - 살구쥬스. 승호 - 콜라;; 현이 - 키위쥬스. 창욱 - 망고쥬스-_-; (첨 먹어보는거라 먹어보고 싶댄다..;;) 나 -...딸기 쥬스..;; ......이렇게 메뉴가 나오고 말았다. 우리의 메뉴를 적어간 여학생은, 3분도 안되어 주문한 쥬스들을 내왔다. "살구 쥬스는 어느분이신가요? ///" "아..이쪽으로.." "콜라는요? ////" "저요." . . . 참으로 민망한 음료 분배가 끝나고..우리는 꽃-_-;이 달려있는 빨대를 물고 쥬스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물론 승호의 콜라에도 예쁜 꽃빨대가..;; 유일하게 티앙팡을 시킨 인선이에게만 빨대가 없었다. (인선이는 대단히 안심한 눈치였다.) "빨대.....살벌하게 귀엽구나........" 현이는 시켜놓은 키위쥬스는 마실생각도 않고 빨대만을 유심-_-;히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병아리 모양 컵에 담긴 딸기 쥬스를 꽃빨대;;로 쭉쭉 빨고 있었다. 그런데...쥬스를 열심히 마시는데 느껴지는 시선. 옆을 돌아보니 창욱이가 깔깔깔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뭐야? ///" 내가 묻자 창욱이가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역시..역시!! 하하하! 잘어울릴것 같았어. 너 이까페랑 딱 잘어울ㄹ............( 퍼어어어억!!!!!!!!!!!!!!!! )" 탱~하고 쟁반과 창욱이의 머리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까페를 가득채웠다. 창욱이의 말을 들은 승호가 키득거리고 웃는다. 현이는 꽃빨대를 감상하면서도 웃는다. 인선이와 재경이도 애써 웃음을 참고는 있지만 안면 근육들이 심상치 않다. "이..이자식이! 이상한 말을!! /////////" "@_@;; 아..아파라.....;;;" 창욱이는 이마를 부비며 눈물을 흘린다. 너..너무 세게 때렸나......약하게 때릴걸... 그치만..니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렇지! /// 이 남성스러운(?) 내가! 이런 까페와 어울릴리가 없잖아! 흑, 흑, 흑... 주위에 여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막 웃는다. 괜히 잘못 온데를 온 사람들처럼, 우리들은 얼굴들이 벌개져서 재빨리 시킨 음료수를 샤샤샤샥 비우기 시작했다. (물론 선우현은 예외다. 현이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오늘 하루내내 싱글벙글이다.) ".......맛있어?" 홍차를 홀짝거리던 인선이가 재경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재경이는 '아..응' 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그러더니 머뭇거리다가 인선이에게 물었다. "너..도 먹을래?" .........아이구~ 재경씨. (키득..재경이 말투 따라해 보았음.) 인선이는 단건 절대 안먹어서 권유해봤자 안먹을 건ㄷ....... "응." ........ ......... ...............?????????? 내 귀가 제대로 뚫렸니? 지금 선인장이 '응' 이라고 선뜻 대답한거니? 나와 창욱이는 동시에 '오잉?'하는 표정으로 마주봤다. "아..자..잠깐만...." 쥬스에서 꽃빨대를 뺄려고 손을 부산히 움직이는 재경이. 인선이는 재경이에게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놔둬." "아, 응.." 인선이는 그렇게 말하고 재경이가 먹던 빨대로 살구 쥬스를 쪼-옥 마셨다. 그러더니 조금 웃으면서 하는 말. "맛있네." ........ .............. ............맛......있어................??????????? "아..응, 맛있어." 재경이는 그렇게 말한 뒤 빨대를 만지작 거리면서 조금 웃었다. ........@_@ 뭐야, 뭐야? 저거 선인장 맞아? 혹시 막..맨인 블랙에서 나오듯이 인선이의 가면을 쓴 외계인 아냐??????? 장인선이 꽃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다니!!!!! 게다가 살구 쥬스를 먹고........'맛있다!!!!!'라니!!!!!!!!!!!!!!!!!!!!!!!!!!!!!!!!!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ㅠ_ㅠ 나는 답답함에 입이 쩍- 벌어져버렸고, 나와 똑-같이 입을 쩍-벌린 창욱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언 빌리~버블!!!!!!!!!!!!!! ..........인선군!! 자네, 오늘 아픈가????????? ..............................................자, 빨리 나와!!!!!!!!나와 함께 병원 가자구!!!!!!!ㅠ_ㅠ * 반우진 "배천파 녀석들..생각보다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었군.." "그러게 말야..쓸어도 쓸어도 끝이없네...." 말 그대로 널부러진 녀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3일동안이나 잠도 제대로 못잔채 싸우고 다녀서인지 머리가 띵-하다. .....밥도, 돈도 필요 없으니..제발 잠을 주세요. "형님, 이 녀석이 다른 아지트를 모른다고 말하는데....족쳐 버릴까요?" "........내버려 둬." .......고문은 싫다. 예전에 당해봤지만..정말 그것은 인간으로 할짓이 못된다. 나는 아직도 고문 소리만 들리면 예전에 고문당했던게 떠올라서..섬뜩하다. 그녀석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몇군데 갈겨도 아지트를 말하지 않는 그놈을 바닥에 내패대기쳤다. .....이정도 쓸었으면...아버지도 만족하시겠지. 절반정도는 세력이 줄어든것 같으니까..한동안은 우리 구역을 넘나들일이 없을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녀석들이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외친다.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여주고 재빨리 피냄새가 안나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렇게 피곤하면..졸음운전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에 올라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렸다. 그런데, 내가 브레이크를 내림과 동시에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울려대는 핸드폰. .......잠와...... .............제발 잠와............ .......................................내게........자유를 주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폴더를 열었다. "누구?" [......죽어, 이 나쁜놈아. 나가 죽어, 반우진. ] "........아, 형진이 형." [ 문병 딸랑 한번 오고 소식도 없냐? ] ..........아..홍영진. 녀석의 문병을 더 가보고 싶었지만...잠잘 시간도 없어서.. 홍영진의 문병을 갔을때 봤던 , 그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참...녀석은 죽어있는건지 살아있는건지.. 정말로 밀랍인형처럼 창백한 얼굴. 조심히 뺨을 쓸어봤는데, 뺨도 보통사람보다 서너배는 서늘했다. ' 수술 경과과 좋아. 잘하면 일주일 내로 깨어나겠어.' ' 그래..? 잘됐군...' 내가 대답하자 형진이 형은 껄껄 웃었다...... "왜? 깨어났어?" 내가 묻자 전화기 저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불길한 예감. 형이 저번에.. ' 머리를 다쳤으니, 뇌에도 손상이 갈거야. 기억상실증이나..심하면 식물인간이 될지도..' 라고 말했던게 떠오른다... [ 깨어나긴..깨어났지.......하지만, 와서 좀 보라구......어떤 꼴인지. ]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진다. .....기억상실증인가? 아니면................................식물인간???? "갈테니, 기다려." 아까까지 잠이 엄-청나게 밀려왔는데..갑자기 잠이 확 달아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황급히 폴더를 닫은 후, 전속력으로 형진이 형의 병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어서오세요-" 내가 병원에 들어서자 간호사가 내게 인사한다. 나는 가볍게 그녀에게 목례하고 홍영진이 입원해있는 2층으로 2-3칸씩 뛰어 올라갔다. 그곳에는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형진이형이 보였다. "왜...? 안좋아..?....제정신이 아닌가?" 내가 묻자 형진이 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그거라면 차라리 낫지. 속수 무책이야.." ......뭔데.....? 뭔데 그러는건가???? "무슨 일이야? 말을 해봐!!"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봐." 무슨 일인가....... ...................미쳐...버린건가.......? 아니면..정말 식물인간?? 갑자기 마른침이 나온다. 나는 형진이형을 잠시 바라보다가..조심스럽게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문을 열자마자 보인것은.................... 머리에 붕대를 둘둘감고..........오랫동안 울었는지......눈가가 토끼만큼이나 빨간 홍영진. ................ ...................녀석은 이불을 부둥켜 안고 찔끔찔끔 울고 있었다. ...........;;;;;;; 뭐야? 멀쩡하잖아....? ......아........... 날 골탕 먹일려고..........?! ..............................속았구나. 내가 나를 깜-짝 놀래킨 형진이형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형진이형이 병실로 들어와서 다정(!)한 목소리로 홍영진에게 말했다. "자아- 영진아~ 착한 아이는 그만 우는거야.....사탕은 금방 사다줄테니까......" ......? 착한아이????? 사탕??????? 내가 '이게 뭐야?'라는 표정으로 형진이형을 바라보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아저씨는...누구예요?" 콰콰콰쾅............. ..............아......저씨.........?????????????????? 스물셋에..벌써 아저씨???? 더군다나.....홍..홍영진이 나에게..............아저씨............라고???????????? 마치 숨어 우는 어린아이처럼 찔끔찔끔 울면서 더듬더듬 말하는 홍영진. 내가 입이 쩌어어억- 벌어져 있는데, 형진이형이 내 어깨를 짚으며 나즈막히 말했다. "하아......외상은 다 나았는데 말이야...... ...................녀석의 정신연령이 6살로 돌아가버린것 같다." .......................... ................................ .....................................................6살???????????????????????????? 형진이형의 말에 놀라서 홍영진을 바라보자, 겁에 질린듯 빨-간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홍영진. .......그것은 정말 6살의 행동으로 보였다. ................... ....................... ....................................오, 신이시여............................... .................도대체......................... .....................................이건 무슨 장난이신겁니까........................??!!! * BGM # 素敵だね(스테키다네) - Rikki - From OST ' Final Fantasy 10'_얼마나 좋을까 素敵だね...二人 手を取り步けたなら 멋지겠지요.....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었더라면..... 行きたいよ 君の町家腕の中 가고 싶어요.....당신의 마을 집 품 안으로- * 반우진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서 이불을 껴안은채 찔끔찔끔 울고있는 홍영진. 나는 입이 쩌-억 벌어지고 말았다. "............거짓말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고 형진이형을 쳐다보니, 형진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화로 확인해봐."라고 말한 뒤 무책임하게 병실을 나가버렸다. "이...이봐!!!!!!!!" 내가 소리쳐 불렀지만, 형진이형은 대답없는 그대가 되었다. 형진이 형이 나가버린 병실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어정쩡한 포즈로 병실앞에 서서 침대위에 앉아있는 홍영진을 바라봤다. 홍영진은 나를 몰래 훔쳐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혼난 아이처럼 깜짝 놀라서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다. "......아........하하......." .....머릿속이 복잡하다. 자..잠깐,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해보자... "........이름을 말해라." 내가 묻자, 홍영진이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쫘-악 째려봤다. ..........그러더니 내 말에 대답해주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버렸다. .......;;;; 나... .......미움받고 있는거냐????? 왜..왜, 대답을 안하는거지?; 설마, 정말 6살이 되어버린건가? 으음..그럼..그럼 6살짜리한테는...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아..그래, 다정하게, 다정하게... "자...이름좀 알려줄래?"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안어울리는 다정한 대사였으나, 홍영진은 내 목소리에 흔들렸는지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나를 빼꼼히 바라본 후..... 입술을 삐죽이며 '홍영진'이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팽-하고 앞으로 돌려버렸다. .....;;;;;....... "저...그럼, 나이는 몇살이지.....?" 홍영진은 다시한번 아까처럼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로 째려보더니,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6개 펼쳤다............... -----------------!!!!!!!! 오, 하느님. 오, 제발요 하느님!!!! 차라리 '6살이요'라고 말로 대답했다면, 녀석에게 '얌마! 정신차려!'라고 외쳐주었겠지만.... ........ ............손가락 6개를 조심스럽게 펴서 온몸으로 '여섯짤이요'라고 말하는 녀석에게... ........나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 정말 6살이 되어버린거 아닌가!!!!!!!!!!!!!! 아아- 몰라, 몰라, 몰라. 나는 내 몸 하나 부지하기도 힘에 부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어... 난 널 살려준걸로 족하다. 책임질수는 없어. .........넌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구나. "......여..영진아, 흠흠...미안하지만, 이젠 집으로 갈 시간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정면을 바라보던 홍영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아까 울어서인지 토끼처럼 빨개진 홍영진의 눈.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기가 껄끄러웠다. ".....집에?" 홍영진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홍영진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 눈에서 눈물을 뚝뚝뚝 흘리는게 아닌가?! "야! 야..!! 왜...왜울어????" 내가 말을 못있고 버벅거리자, 홍영진이 더욱더 서럽게 울기시작한다. "흑흑...끅끅끅................흐흐흐흑.............." ....;;; 어..미..미치겠네. 이놈.............어렸을때 울보였나보다;;;;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듯 콸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아저씨...아저씨.." .......아..아저씨? 나????;;; 나, 스물 셋밖에 안먹었어! "어..어디에 아저씨가 있지?" 그러자 홍영진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저씨이..아저씨이.............".... .......하면서 운다...................;;;;;;;;; ..........;;;; "아..그래, 내가 아..아저씨다...말해, 울지말고...;;" 내참, 순식간에 아저씨가 되었군. 등치는 산만한 녀석이 진짜 아기처럼 찔찔대면서 울다니.... 미..미치겠네..... 나는 계속해서 엉엉울며 끅끅대는 홍영진의 어깨를 어색하게 다독여주었다. "알았다..이 아저씨가 너네집까지 태워다 줄테니..집 주소만 불러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녀석은 더욱더 울기 시작했다. ............................ .................................왜 울어!!!!! 나..나보고 어쩌라고!!!!!!! ㅠ_ㅠ 내 앞에서 엉엉대는 홍영진때문에 내가 다 울고싶어지는 기분이다. 차라리 진짜 6살짜리 녀석이면 번쩍 안아서 들고가기라도 하겠다만, 이 덩치는 17살인 녀석에게 6살 취급을 하려니...이거 참 어렵군... "아저씨...아저씨....." ......알았다, 알았어. 내가 아저씨로 아예 굳어버렸구나. ......그건 네 맘이다만, 계속 아저씨만 부르면 어떻해...말을 해야지....... ".......왜 그래?" 내가 묻자 녀석이 아까보다 더 퉁퉁부은눈으로 내 소매를 붙잡으면서 말한다. "아저씨..................나......................집에 가기 싫어요." .................................. .............................................. ................................... ................... ........ .........가출한.........6살????????;;;;;;;;;;;; 아아...스..스팀 올라. 내가 어쩌다가 이 애물단지를 주워왔다냐.. 머리가 깨지든, 머리가 뽀개지든 내버려 둘것을. 나..내일도 싸우러 가야해... 미안하지만, 너까지 책임져줄순 없어. 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안돼! 안돼! 안돼! 집으로 가!!!!" 그러자 홍영진 녀석이 입술을 꽉 깨물고 나를 노려보더니... "싫어! 싫어! 싫어! 절대 안가!!!!!!!!!!!!" 라고 외쳤다.......... ……….;; "가!!!!" "안가!!!!!!!!!!" ".........;;; 가...가란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에게 손을 휘두르자... 녀석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닭똥같은 눈물을 똑똑 흘렸다. 그러더니 소리치면서 울었다. ".........싫어!!!!!!!!!!!!!!!! 싫단말이야!!!!!! 집에 안가!!!!!!!!!흑흑.................' ....흑흑...........?;;;;;;; 이..이봐, 그렇다고 널 우리집에 데려가면, 넌 그 즉시 벌집이 되는거야. 나는 지존파, 너는 백경파.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너를 살려준것만으로도 숙청감이란말이다. 정말 이 6살짜리 놈한테 그걸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련지.... "아.....여..영진아, 아저씨는 바빠서...말이지....." 내가 그렇게 더듬더듬 말하자, 영진이가 고개를 바싹 들더니 내 소매를 붙잡고 말했다. "나 아저씨 안괴롭힐께요. 밥도 많이 안먹고요... 집에는 가기 싫어요....아빠도, 엄마도 다 날 싫어해요....." ".........." 그런....그럴..리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홍영진은 고개를 숙이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 "다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백호아저씨 빼고는 다 날 싫어해요." "....그..그렇지 않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해줬다. 그러자 홍영진이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아저씨도 거짓말쟁이야! 나는 바보가 아니라구요! 나도 다 알아요!!!!!!" "......그......그...그런........" 녀석의 눈을 마주볼수가 없었다. 녀석은 계속해서 울면서 말했다. "내가 죽으면...아무도 안울어줄거예요....그럴거란 말이예요....... 애들이 다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너때문에 현승호 선생님이 돌아가신거라고....너때문이라고....." "........" 그러더니 홍영진은 내 팔뚝을 잡고 계속해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아저씨...제발 집에 보내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고아원에 갈래요.....아저씨.....아저씨............" .......... ................. ...................... .............................. 젠장.........차라리...........고아원에 가겠다니.................. ...........도대체 어떻게....했길래......이 어린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야...... 녀석은 내 팔뚝을 흥건히 적시며 울고 있었다. .......알고 있다. 나 또한.....조폭의 아들이란게 그다지 좋은 지위가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겨우 6살인 이녀석은...그 지위를 더 무거워하는듯해보였다. ....... 이렇게 6살이 되어버린 녀석을 다시 백경파의 집으로 돌려보내면..... .......그 매정한 보스는.....미련없이 이녀석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릴지도 모르겠다. ..........싸움도 할지 모르는 6살 짜리는 필요없다고. ................... .............................아마.....그렇게 될것 같다. 나는 내 팔뚝에 매달려 우는 녀석을 말없이 내려다 보았다. 홍영진이 하도 많이 울길래, 녀석이 탈수현상으로 쓰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석을 그만 울게할 생각으로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자, 뚝." 내가 무릎을 굽혀 앉아 녀석과 눈높이를 맞추자, 녀석이 눈물은 계속흘리면서도 입으로는 '뚝'이라고 말한다. 울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는다. 내가 녀석의 눈물을 닦아주자, 입술을 꼭 깨물고 더 서럽게 운다. ....... ............... ................집으로 데려갈수는 없겠지................. .........널.......어디다 데려다놓아야할까.....? 지존파도, 백경파도 모르는 곳에........ .............. ....... "아저씨...집에는 안갈래요....." 녀석은 걱정이 되는지 계속해서 집에 안간다고 되풀이했다. 나는 녀석의 눈물을 다시한번 닦아주며 말했다. ".........그래, 보내지 않을게. .....................다른데로 가자." 그러자 녀석은 엉망이 된 얼굴로 어설프게 웃었다. 나는 그녀석에게 피식하고 마주 웃어주었다....... * 장인선 내일은 방학식. 그리고 방학식 날부터 2주동안의 짧은 방학이있다. ......정말.....나는 매년 여름마다 TV에서 나오는...... 부산 해운대....명사십리...이런곳에 때중탕에 가까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꺅꺅대는 사람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남들 다 갈때 그 '휴가'라는것을 가냐는 말이다. 왜 그 더러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타이어같은 튜브를 두른채 기뻐하냐는 말이다. 그게 바다구경인가? 사람구경이지.. 나는 정말 휴가는 딱-질색이다. 그러나....... .......................왠지 재경이는 '휴가'도 가보지 않았을것 같아서....... 나는 얼마전부터 평생 처음 '여행'이라는것에 대해 심각히 고려해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해운대는...싫어. 너무 붐비는데.... 차라리 여름에 스키장을 갈까나.... 아니면....해외..는 여권도 없고...이미 늦어버렸고.....으음......어딜가는게 좋을까...... 이제 귀에서 김이 슬슬슬 올라올때가 되지않았나..할정도로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는데, 재경이가 국자를 든 채로 내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조용히 머뭇머뭇 말했다. "...밥...됐는데.." "아, 응."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부엌으로 쪼르르 돌아간다. 그래...밥부터 먹자. 머리를 썼더니.........배가 고프다. 부엌에는 정갈한 무장국과 한정식집에서 가져온듯한 반찬들이 놓여있었다. ...황송스러울 지경이다. "잘먹을게." "아...으..으응...///" ..................풋.............몇개월을 같이 살아도 녀석의 쑥쓰러움은 도무지 없어질것 같지가 않다. 예를 들면.... 매일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밥 맛있군' 이라는 말에 재경이는 매번 얼굴이 벌개진다던지... 아직도 자기 새방을 어색해한다든지... ......왠지 요즘따라 재경이는 뭘 하든지 귀여워보인다. ......큰일이다. 나는 정말 변태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맛있어, 죽순." 녀석이 무쳐놓은 죽순을 먹으면서 말하자, 재경이는 얼굴이 발개져서 '아, 응.응..'하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피식 웃고 재경이에게 말했다. "밥 조금 더...먹는게 어때?" .......정말 다이어트하는 여자애들도 그렇게는 안먹겠다. 그러니까 하나도 안자라고 몸도 비쩍 말랐지. 안돼.....많이 먹어야지..... "아, 아...응." 재경이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밥을 깨작거렸다. 나는 답답해서 재경이의 밥그릇을 가져다 밥솥에서 밥을 더 퍼주었다. "다 먹어라. 앞에서 보고있을거야." 내 말에 재경이는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입으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내가 밥먹는것은 잊어버린 채 녀석의 밥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음....갑자기 많이 먹게 해서..배탈!....이러진 않겠지... .......아냐, 재경이는 나와 달리 예민해서 폭식(다른사람에겐 폭식도 아니지만)하면... 속이 않좋다거나..그런거 아닌가.... 갑자기 밥을 괜히 많이 준게 아닌가-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밥을 다시 뺏어야 하나..말아야 하나..로 고민하고 있는데... 현관의 벨이 딩동-하고 울린다. 재경이는 밥먹다 말고 재빨리 의자에서 쪼르르 내려와 현관으로 달려간다. "....누구세요?" 그러자 대답없이 짧게 두번, 느리게 두번 울리는 벨소리. "인주형?" 재경이는 그렇게 말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앞에는 반찬통으로 보이는듯한 빨간통을 든 인주형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오세요." 내가 인사하자, 인주형이 쑥쓰러운듯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받으라는 듯 재경이에게 반찬통을 내밀었다. 재경이는 빨간통을 보더니 조금 얼굴이 새파래 졌지만, 이내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인주형에게 미안하다는듯이 대답했다. "어....고...고마워, 형..번번히.....나..나도 이번에 나물 새로 무쳤는데....." 나..나물을 새로 무쳤는데..; 왠지 내 귀에는 서로 돕기를 좋아하는 동서와 새아씨 사이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경이의 말에 인주형은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정말 고마워....." 재경이가 다시 말하자 인주형은 뭐 그런걸로 그러냐는 식으로 웃었다. "아, 앞집에 가있었군." 문 넘어로 진혁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리면서 나타난 진혁이 형의 모습. "안녕하세요."X 2 우리가 동시에 인사하자, 진혁이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랫만이야' 라고 말했다. "참, 재경이의 새방은 잘 만들어졌나?" 진혁이 형의 말에 재경이의 얼굴은 다시 빨개졌고, 나는 쑥쓰럽게 대답했다. "아, 네." 그러자 진혁이 웃으면서 '잘됐네'라고 대답해주었다. 우리는 현관에 선채로 조금 담소를 나누었다. 말이 한참 오간 뒤, 인주형은 이제 그만 간다는 듯 손을 흔들고 조금 웃어주었다. "안녕히 가세요." "형..또 와." 인주형은 웃으면서 재경이의 볼을 토닥여주었다. 재경이는 어깨를 움츠리며 조금 웃었다. 진혁이형은 그 모습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왠지 인주랑 재경이는 형제같네..." "아, 동감이예요." 내가 대답하자 진혁이 형이 '역시 그렇지?'라고 말했다. 재경이와 인주형은 마주보고 서로 미소지었다. "아...참, 고등학생들은 언제 방학하나?" "방학이요? 내일입니다." "그래? 아직도 고등학생들은 방학 반납하고 자습하나?" "아..모두 반납은 아니고..2주일 정도 학교를 안가요." "오....그래? 그거 마침 잘됐네..... 내 친구가 해외 여행을 가면서 자기 별장 열쇠를 나한테 맡기고 갔거든... 근처에 온천도있고, 바다도 가깝고...낮지만 산도 있고...경치가 괜찮은곳이야. 한번 가지 않을래? 기본적인 살림살이도 있으니까 코펠같은것도 가져갈필요 없어. 멋진 별장인데...그 별장을 여름철에 썩히기가 아까워서. 우리는 못갈것 같거든. 이미 다른곳에 여행계획이 잡혀있어서 말이야.....밀월 여행이 잡혀있거든........" 진혁이형이 그렇게 말하자 인주형이 얼굴이 빨개져서 장난스럽게 진혁이형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 미..밀월 여행..?;; .......뭘까? 여하튼, 마침 잘됐다. 올 여름에 한번 여행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정말 가도 되나요?" 내가 묻자,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내게 이상하게 생긴 열쇠를 건네주었다. "참, 그 별장 주인이 좀 독특한 놈이라...문짝도 이상하다. 그런건 좀 양해해주라." "아..네." "별장 위치는 내가 나중에 말해줄게. 나도 자세히 모르거든." "고마워요, 형."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형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니라 인주한테 고맙다고해. 인주가 너네들이 가면 좋아할것 같다고 내게 말했거든." "아..고마워요, 인주형."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인주형은 조용히 웃었다. "참, 별장이 넓으니까 여러명이서 가도 괜찮아. 둘만 가면 별장이 너무 커서 적적할테니 여럿이서 가도록해." "네." "그럼, 우리는 이만." 두사람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앞집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진혁이 형이 남겨준 열쇠를 만지작거리다가 재경이에게 말했다. "여행.....................갈래?" 내가 묻자, 재경이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여행?" "..........응. 바다도 보고......산도 타고........맛있는것도 먹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가 얼굴이 빨-개졌다. ".............가기 싫어?" 내가 묻자 재경이가 고개를 사정없이 도리도리흔든다. 풋........귀엽다. ........역시, 나는 레드썬도 필요없어. 선재랑..창욱이랑..다들 같이가면 재밌겠네...... 내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재경이는 고개를 푹-수그린다. 나는 녀석의 모습에 또한번 웃어버렸다. * 이선재 "여행??????????????????" "여행??????????????????" 나와 창욱이가 선인장의 말에 경악하여 동시에 큰 소리로 외쳤다. 무엇이라고라고라고라고라?????? 여해애앵? 다른이도 아닌 선인장이? 우리가 그-토록 '하다못해 인천 앞바다라도 보고오자!'라고 말했을때도... '페트병이 둥둥 떠있는 그 꾸정물을 뭐하러 본단말이냐?'라고 대꾸했던 자네 아니었나? 선인장!!!!!! 너 요즘 너무 이상해!!!!!!ㅠ_ㅠ!!!!!!!!!!!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여름이니까 여행한번 가자는거지. 마침 빈 별장도 생겼고." 여하튼 우리들은 입이 쩌-어어어억- 벌어져서 선인장의 말에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인선이는 그런 우리들을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바쁘면..어쩔수 없지만..." 아..아니! 여름인데~ 여행가야지이이~~~~~~~ㅠ_ㅠ~~~~~~~~~~~~!!!!!!!! "바쁘긴+_+;" "잠시 놀랬을뿐이야 +_+;;" "남는게 시간인걸 +_+;;;" "코펠이건, 후라이팬이건, 말만해!! 이 짐꾼! 한몸 바치겠슴다!! +_+;;;;;" 우리는 행여나 인선이가 우리를 안데려갈까봐 열심히 땀을흘리며 변명했다. "아, 다 필요없고..몸하고 갈아입을 옷만 가져오면 돼. 기본은 다 되어있다고 하더군." "아..아아아아~~~~ 멋져~~~@_@" 창욱이와 나는 벌써부터 두손을 맞잡고... 해변가에서의 캠프파이어..그 위에 구워먹는 머쉬멜로우.....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별미인 조개 구이....(본것들은 많아서..-_-;) 등등을 상상하고 있었다. "참, 참, 참...우리 넷만 가게 되는건가?" 창욱이가 묻자 인선이가 '아..더와도 괜찮을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창욱이가 '그래?'라고 말하더니 교실 뒤에 앉아서 아직까지도 저번시간에 풀지못한 수학문제를 풀고있는 승호에게 다가갔다. "승~~~호야!!!" "히익! ;;" 갑자기 승호 귀에 소리지르는 창욱이때문에 승호는 혼비백산. 눈이 @_@하다. "얌마!!!!!ㅠ_ㅠ 갑자기 소리지르면 어떻하냐!!!!!!!!!! 안그래도 작은 내 간땡이가!!!" ...승호군, 뭐라고? -_-; 홍영진마저 패고다니는 네 간땡이가 작다면 내 간은 점이오, 점. "히히히~ 놀래켜줄라고 그랬지~ 승호야, 너 이번 여름에 어디 놀러가냐?" "응? 몰라, 아직 계획 없는데." "그럼 우리들이랑 놀러가자!! 인선이랑, 나랑, 선재랑, 재경이랑 너랑...그리고 현이도 같이 가게! (^-^)/(붕붕붕~)" 역시 유치원생 이창욱군. 병아리반이 모여서 소풍이라도 가듯이 아는 아이들을 총집합 하고싶어서 난리다. 승호는 창욱이의 모습을 보더니 쿡쿡 웃고는 말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내가 챙겨올 물건들만 말해주라." "물건도 필요없대~ 음하하하하!! 몸만 오래! 몸만!" 모..몸만-_-; 이놈아! 갈아입을옷은?!!! "으잉? 어딜가는데?" 승호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 질문에는 내가 대답해주었다. "인선이가 아는형 친구의 별장인가봐. 기본 물품은 다 있고, 몸하고 옷만 오면 돼." "그래? 정말 잘됐네....재밌겠다." 승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창욱이는 승호의 승낙을 클리어하자 대번에 현이에게 달려가서 자고있는 현이의 등짝을 자기나름대로 살살, 남이보기에는 퍽퍽 때려댔다. "현아! 일어나~!!" "......=_= 뭐냐......"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난 선우현, 떠지지않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움켜뜬다. 으..으음; 현아..제발 그렇게 눈 뜨지마..ㅠ_ㅠ; 왠지 두근거리는 내 가슴이 이상하잖아.ㅠ_ㅠ;; "놀러가게~ 놀러가게~ (^-^)/ 인선이네 별장에 놀러가게~ 히히히~ (붕붕붕~)" 창욱이의 말에 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나..알바해야 하는걸....." ".......사장님한테 휴가 달라고 그래! ㅠ_ㅠ 여름인데~ 같이 가야지이~~" 창욱이는 현이가 안온다고 하면 자기가 직접 사장님께 찾아가 휴가라도 받아올 양, 열심히 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창욱이의 닥달에 넘어온 선우현. 현이는 역시 승호와는 달리 당연하다는듯이 말했다. "그럼, 나는 몸만 갈래." .......;;; 역시.. 창욱이는 아이들이 모두 간다는 말에 아이처럼 기분이 좋은지 벙긋벙긋 웃는다. "응~ 몸만 오면 된대~ ^-^ 우우~ 6명이 다 가는구나~ 하하하!" 이야~~~~~~~~~ 정말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겠구나! 6명이서 가는 여행이라니~ㅠ_ㅠ 이잉~ 왠지 재밌을것 같다. 우리 여섯이서 온천도가고~ 바다도 가고~*.* 아~ 좋아좋아~ 영진이가 없는게...쪼끔 서운하지만......... ........... .....영진이도 나름대로 멋진 휴가를 보낼거라 생각하자. 갑자기 떠오른 영진이의 일에 마음이 조금 울적해졌는데... 교실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종례를 위해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인선이는 자리에 일어나서 절도있게 차렷, 경례를 붙였다. "안녕하세요!"X 30 선생님은 구부정한 자세로 교탁에 기대어서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방학이지?" "네!!!!!!!!!!!!!!!!!!!!!!!!! *.*" 아이들의 목소리가 힘차다. 선생님은 힘없이 웃으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2주일간 학교를 안나오겠지만, 학생의 본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네에..ㅠ_ㅠ;" "그럼, 이만." 오옷~ ㅠ_ㅠ 방학식 종례사가 짧구나! 옳타쿠나! 좋타~좋타~ "차렷..경례." 다시한번 인선이의 구령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올리며 책가방을 들추어맸다. ' 방학동안에 얼굴이나 많이 타라' ' 다시는 보지 말자.' ' 개학식날 나오지 마라'...등등..진심섞인(?)농담을 던지며 아이들이 삼삼오오 가벼운 걸음걸이로 학교를 빠져나간다. 아아.....여름을 위한 멋진 별장 여행도 준비되어있다니.......ㅠ_ㅠ 이야~호!!!!!! .............멋진 방학이 될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ㅂ^ / * 짧은 사족 이제 어그적 어그적 답변 달러갑니다.... 늦어도 양해해주세요.ㅠ_ㅠ;(쥘쥘쥘)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42~44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35~37 2002/11/16(14:00)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추천: 1, 조회: 47, 줄수: 4416,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42~44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Season In The Sun -정재욱 * 반우진 ...........홍영진은...... .......영진이는........백경파의 셋째 아들이다. 그리고 나는 지존파의 둘째다. ......백경파와 지존파는 원수지간이다. ........고로, 나와 홍영진은 원수 지간이다......... 그런데........... 그런데...................... "아...아저씨......저기요........" 옆에서 나를 조심히 부르는 홍영진. 운전하는 중이라 제대로 보지는 못하고, 옆모습을 흘깃 살펴보니 녀석의 얼굴이 울상이 된게 심상치 않다. ".........왜?" 내가 다그쳐도 녀석에겐 대답이 없다. "...........왜?" 내가 재차 물으니 그제서야 울먹이면서 말하는 홍영진. ".................오줌이 매려워요..............." ................오! 마이! 갓!!! 내가! 왜! 원수인 이 녀석과 드라이브를, 그것도 장장 5시간동안이나 드라이브를 하고 있어야 하냐는 말이다!!!!!! ......아아.......마가 낀거다. 마가 끼어서.....내가 저녀석을 살리고.....이 고생을 하고 있지. 나는 녀석의 울상인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쉰뒤 악셀을 밟으며 도로변의 휴게소 표지판을 찾았다. 언제라도 휴게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차선을 3차선으로 바꾸자 눈앞에 나타나는 초록색 표지판. 그곳에는 휴게소까지의 거리. 48Km남았음. 이라고 적혀있었다. ............시속 120을 밟는다고 해도 20분은 걸리는 거리. ......................그 전에.........저 6살짜리는.......... ..........................시트에 싸버릴지도 몰라................... 나는 다시 1차선으로 옮겨 엑셀을 밟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아직 휴게소까지는 당 멀었다. 우선 차안에 무슨 병이나 봉지 있으면 거기다가 싸고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표정을 보자, 녀석은 울상이다 못해 사색이 되어있다. "왜? 남자끼린데 뭐가 부끄러워?"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몸을 잔뜩 움츠리고 시트안으로 찌부러졌다. 아마 오줌을 참아보려는 몸부림이리라. 안그래도 아주 소심해보이는 6살 버젼 홍영진이던데..... 사실 오줌 매렵다는 말도 너무너무 마려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쥐어짜서 말한것일거다. 그렇게 초인의 인내를 발휘해 참았겠지만, 또 20분을 참으라니...... 그건 정말 잔혹한 일이지............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이 황량하다 못해 드넓은 고속 도로에서........ 차라리 니가 정말 6살 짜리의 몸이라면 모르겠다만........ 등치는 소만한 17살 짜리 남자애가 도로변에서 오줌을 찔찔 싸고 있다면...... .............그건 노출광 변태 뉴스에 실릴만한 사건인거야....... "아무 병에다 싸라니깐....." "................" "야! 아무 병에다 싸!!!" 내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등을 팍 치자, 녀석이 '흑!'하면서 눈물을 삼킨다. 아마 충격에 오줌이 찔끔 나와버렸을련지도 모르겠다. 녀석은 몸을 더욱 움츠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차..참을 수 있어..요......." 그러나, 참을 수 있다고 말하는 홍영진의 목소리는 한계에 가까웠다. 나는 혀를 차면서 계기판의 눈금을 130Km로 끌어올렸다. ----- 끼이이이이이익!!!!!!!!!!!!!!!!!!!! 급정거에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홍영진의 몸도 움찔하다. 나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끼익-하고 올리며 녀석에게 말했다. "자, 어서 싸고 와." 나는 110에 가까운 속도로 휴게소에 진입하여, 휴게소 화장실 바로 코앞에 정확히 차를 대어주었다. 홍영진은 구르듯이 차에서 내려 춤추는듯한 걸음걸이로 화장실안으로 뽈뽈뽈 사라져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홍영진......저녀석...... ......정말 6살이 된게....맞긴...맞는가봐.... 사실.... ........정석대로 하자면..... 나는 원수인 저녀석을 우리 아버지에게 넘겨줘야 하겠지. 그래서.....녀석을 인질로 삼아.....백경파를 위협해야 옳은 일이겠지. 아니, 더욱 정석대로라면...난 녀석이 그 아지트에서 죽도록 내버려둬야했어. 하지만...나는 녀석을 살려버렸다. 그리고 녀석을 인질로 삼아 백경파를 위협해봤자.. 백경파의 보스는 '내 아들 죽이던 말던, 마음대로 해라.'라고 할만한 위인이란것도 잘 알고있다. 또...홍영진을 곱게 돌려줘봤자, 6살로 돌아가버린 자기 아들을 아무 생각없이 정신병원으로 쳐넣을 위인이란것도 잘 안다. ........그래서........그래서........... ...........홍영진을 다른곳으로 숨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존파도, 백경파도 모르는곳으로. 그리고 정말 머리에서 김나게 홍영진을 숨기는곳을 물색하던 중...... 12살때던가...13살때던가..이후로 가지 않은 별장이 떠올랐다. 더 좋은 별장을 지으면서 버려두었던 별장. 아마....외벽은 검붉은 벽돌로 되어있었고...... .........방안에는 어설픈 벽난로도 있었던것 같다. 회백색 벽에는 태피스트리 비슷한것도 걸려있었던것 같고..... ......아마 2층집이었던것 같다. 그래, 좋다. ....거기가 좋겠다. 그래서 나는 그 별장이 생각나자 마자 홍영진을 이끌고 이렇게 장장 5시간이 넘는 여행길에 오른것이다. 허나...내가 집을 비우자마자 나의 부재를 알아차린 병호. 약 2시간 전부터 주머니에선 나를 찾는 핸드폰이 울려대고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3분 텀으로 끊임없이 울려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집안 사람들의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할테지. 1시간, 아니...2시간...아니 족히 3시간은 들어야 할거야. '연락을 하면 제때제때 받으란 말이야! 그러라고 핸드폰을 달아놓은거 아니냐!' ......등등. 홍영진을 데려다주자마자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갔던 시간이 5시간이니.. 돌아오는 시간도 아무리 짧아도 5시간은 걸릴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아찔하다.....이말이다. 10시간동안 울어댈 핸드폰이. 돌아가서 들어야할 잔소리들이. 나는 병호형제의 잔소리와, 아버지의 쇳소리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때, 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홍영진이 들어왔다. 아까보다는 훨씬 편해진 표정으로, 그러나 아직도 머뭇머뭇 하면서 나를 부끄러운듯 바라본다. ".....잘 쌌냐?" 내가 묻자 녀석은 얼굴이 벌개져서 작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나는 피식웃고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하도 오랫동안 운전을 해서인지 다리가 얼얼하다. 휴게소에서 빠져나오기전에 미리 기름을 가득채우고 고속도로를 나오자, 다시 아무말 없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린아이인게 분명한데도 6살 짜리 답지 않게 말이 없는 홍영진. 녀석은 앞좌석에 안전벨트를 꼭 붙잡은 자세로 앞을 본채 말없이 앉아있었다. 저런걸 보면...사실은 17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여행이 하도 적적해서 나는 한동안 안틀었던 카오디오를 틀었다.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play를 누르니, Tube의 Season In The Sun이 나왔다. .......아니.......일본에 있을때 샀던 CD인가..... 이거.......노래는 좋은데.....영어 발음이 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고 있었다..... "Stop the season in the sun....." .......여름이구나...... ...............하긴....내가 언제 계절을 느끼고 살았겠냐만은............... 완만한 커브를 돌아 도로의 방향이 바뀌자 갑자기 눈앞으로 석양빛이 쏟아졌다. ......완연한 여름의 석양. 지평선 너머로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이 보였다. 나는 눈을 찌푸리고 있다가 천장에 있는 햇빛가리개를 내려 석양빛을 가렸다. 흘깃 홍영진 쪽을 바라보자, 영진이 앞에도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녀석의 얼굴로 붉은 노을이 쏟아지자, 녀석의 얼굴과 입술이 붉게 물들었다. 날카롭게 보이는 콧날과 턱선.... ......그런데.......속알맹이는 6살이라니...... ......기묘한 느낌. ....................나는 한동안 홍영진을 바라보다가 하마터면 중앙선을 침범할뻔했다. 뒷차의 클랙션으로 다행히 넘어가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한숨을 내쉬고 홍영진쪽에 있는 햇빛가리개를 내려주었다. 홍영진은 석양빛이 사라지자 놀랐는지, 조금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고는 이내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 ........흠......생각보다.......사근사근한데도 있구나. 그때 아지트에서 봤을땐 악바리같이 보였는데.... 나는 이 긴 여행이 지루해서인지 녀석에게 몇마디를 건네보기로했다. "...6살이지?" 그러자 영진이는 '아..'라고 말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치원에 다니나?" 내가 묻자, 홍영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국민학교에 다녀요." ..........국민학교! .....정말 6살이로군. 녀석이 6살때면 국민학교였겠지. '초등학교'가 아니라. 하아아.........미치겠군. "학교를 빨리들어갔네?" 내가 묻자 영진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형들도 다 6살때 들어가서.......저도......." 6살때.....국민 학생이라.... ........백경파 보스는 욕심도 많으셔라. 얼른 학교를 졸업시켜버리고 이쪽 세계로 키우실 모양인가..... 그렇다고 아직 6살밖에 안된 녀석들을 학교에다 내보내다니......... 나는 괜히 마음이 답답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입에 한대 물고 불을 당기자 입안 가득히 필립 모리스의 향기가 가득찼다. 한동안 아무말 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는데 옆에서 작게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해서 옆을 보니 홍영진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기침을 참느라 애쓰고 있었다. 차안에 가득한 담배 연기. 맙소사! ............몸도 6살이 된건가?! 나는 황급히 담배를 눌러끄고 환기를 시켰다. 그제서야 조금 숨을 고르며 눈물을 닦는 홍영진. ...........오, 하느님! 저를 그만 시험에 들게 하소서!!! ***************** 기억을 더듬어 별장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왔지만...별장은 좀체로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기억이 잘못된건가...... .......아아.......이제 운전하기도 지쳤는데....... 게다가 비포장도로라서 승차감이 좋은 차라지만 미골로 충격이 전해진단말이야... "너는 오른쪽을 봐. 나는 왼쪽을 볼테니까. 빨간 벽돌집이 보이면 바로 말해. 알았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 오른쪽을 열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도 운전을 하면서 왼쪽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이는것은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길게 자라버린 숲에 가까운 들풀들뿐. 요즘엔 산골 어디에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초광속 시대라고 하더니....거짓말이었군. 전신주마저도 나무로 되어있는 이 후즐근한 시골에선 문명의 이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아.......별장이.....이 근처에 있었던것도 같은데....... "...저..저기.............저거 맞아요?" "뭐? 어떤거?" 홍영진이 가리키는곳을 바라보니 석양이 새빨갛게 물든 붉은 2층집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지붕에.....호두나무 문짝..... OK. 저곳이 맞는것 같다. 나는 재빨리 그 별장쪽으로 차를 돌렸다. 기우뚱- 비포장도로여서 길가엔 큼직큼직한 돌들이 제멋대로 박혀있었다. 한쪽이 돌을 밟고 올라가버렸는지 오른쪽으로 차가 심하게 기울었다. .......아아......미치겠네...... 하지만 다행이도 어찌어찌하여 차는 기우뚱기우뚱 별장 앞에까지 도착했고, 나는 중노동에서 해방당한 느낌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땅에 발을 딛는 순간 하체에 지리릿 하는 느낌. .....아아.....전기왔나봐......ㅠ_ㅠ 지릿~지릿지릿~ 다리가 근질근질한것도 같고, 아픈것도 같은 전기!ㅠ_ㅠ 나는 오랫동안 운전해서인지 굳어버려 전기가 오는 다리를 엉거주춤 이끌고 별장앞에 섰다. 그리고 녹슬어버린 문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괴기영화에서처럼 끼이이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느껴지는 매캐한 공기. 10년동안 안찾은 별장에선 텁텁한 냄새가 났다. 나는 코를 틀어막고 차 옆에서 아직도 머뭇거리는 홍영진에게 이리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영진이는 내쪽으로 다가와 내 옆에 섰다. "........환기를 좀 해야겠는걸......."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집에 있는 창문을 모조리 열어제꼈다. 영진이도 나를 따라 집에 있는 창문을 열기 시작했다. 앞뒤로 창문이 열리자 공기가 통하면서 조금은 냄새가 가신 느낌이다. 환기를 시켜놓고 거실 한가운데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먼지가 수북히 쌓인 장작이 있는 벽난로도 있었고........ .................회색으로 변한 카펫트도.......낡아버린 태피스트리도 있었다. .....맞아..이곳은 겨울에 찾던 별장이었었지............ 여름이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살만하겠지. 나는 대충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봤다. 2층은 놀이공간으로 보이는 큰 방 하나와, 침대방으로 되어있었다. 2층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침대라고 추정되는 먼지가 수북히 쌓인 매트리스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1층으로 내려왔다. 홍영진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그냥 그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아무데나 앉아있어." 내가 말하자 영진이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거실 한 구석에 있는 소파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조심스럽게 앉았어도 소파에서는 먼지가 조금 피어올랐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어보니......내용물이 가관이다. 10년은 족히 지난듯 팽팽해져 터져버릴것만같은 우유2통. 딸기인지 뭔지 새까맣게 썩어버린 물체. 마개가 녹슬어버린 참치캔과 골뱅이캔. 발효될대로 되어버린 치즈도 몇조각. ....... .........우.......... ........................우웨에에에엑........... 나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면서 재빨리 냉장고 문을 힘껏 닫았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홍영진에게 말했다. "절대, 절대! 절대! 냉장고는 열어보지마. 알았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뭔지도 모르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렇게 영진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리다가....갑자기 내게 물었다. "...왜...열어보면 안돼요?" ....;;;;;;;.... 나는 대답하기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저 안에는 썩은 시체가 들어있어서 절대 열면 안돼." 아무렴, 그렇지. 썩은 딸기님의 시체가 들어계시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진짜 시체라고 생각했는지 눈이 똥-그래졌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하마터면 웃을뻔했다. 나는 웃음을 참으려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괜찮아, 열지만 않으면 되니까." 내 말에 홍영진은 아까보다 2배는 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차 트렁크에 있는 음식과 옷들을 꺼내왔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곳에 음식과 옷이 있을거란 생각은 안했으니..... ......준비해오길 잘했군. 나는 그 음식과 옷을 거실에 늘어놓으며 홍영진에게 말했다. "집을 오랫동안 방치해둬서인지....좀 집이 더러워. 그래도 몇일은 지낼만하니까, 그동안 참아라. ......알았지?" 내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눈을 바라보자, 녀석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가 그렇게 묻자 녀석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바..방치가 무슨뜻이예요?" ........아차. 6살에게 방치라는 단어는 너무 어려웠구나. 하이고.....국어 사전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건가..... 방치.....방치라...... "음....방치란.....아.....내버려 둔단 뜻이야. 그냥 내버려 둔다고. 집안 구석에 저렇게 거미줄이 끼도록 말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고 천장 모서리에 있는 거미줄을 가리켜보이자, 영진이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이 알아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대충 옷가지와 음식을 정리해두고 손을 털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자...이제 아저씨는 가봐야겠다. 침대는 2층에 있으니 잠자고 싶으면 2층으로 가거라. 대신, 먼지가 많이 쌓여있으니 꼭 털고 자야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파에 앉아있던 영진이가 번쩍 일어나면서 내게 외치듯이 말했다. "아..아저씨, 가실거예요?" .......아이쿠, 깜짝이야. "......아......그럼, 가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의 표정이 금세 울적해졌다. 아..그래..6살 짜리가 이 산골 2층 별장집에 혼자 있다니..무섭겠지..... 그 생각을 못했군...... ..........하지만......... ...............어쩌겠어............미안해. 가봐야해. 지금도 날 찾는 핸드폰이 울리고 있단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녀석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홍영진이 애원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말은 안했지만, '제발..가지 마세요.'라는 눈빛일것이다. 그 눈빛을 외면하자니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릴 지경이었지만, 나는 녀석을 보지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미안하다.....아저씨는......바쁜일이 있어서 말이야......." .............바쁜일.........? .......그래.....바빠......... .......이 아저씨는 다른 사람을 패고다니는데 바쁘다..... "바빠요....?" ".......그래.......할일이 있어서........가봐야해. ,......이해하렴." 내가 그렇게 내뱉고 나자 더욱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렇게 말하고 울상이 되어있을 홍영진을 생각하며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녀석은 예상외로 웃고 있었다. 비록 그 웃음이 애처로웠을지라도. ".........미안해요, 아저씨......투정을 부려서....... ......어서 집으로 가세요." 영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안심시키고,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조금 더 웃었다. ........ .................저것이..... .........................6살 짜리의 생각인가........... ..6살의 배려인가.... ...녀석은 6살때부터 저렇게 살았나. 괜히 마음이 우울해졌다. 나는 녀석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집 벽에 붙어있는 전화기를 들어보았다. '뚜뚜뚜뚜----'하고 신호가 왔다. 다행히도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았는가보다. 하긴, 별장이니....언제나 전화가 되도록 해놓았겠지. "미안하다....아저씨는 가봐야할것 같아. 하지만 말야...밤에 무서우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펜을 꺼내 홍영진의 손바닥에 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다. "여기로 전화해...아저씨가 받을거니까. .....전화걸줄은 알지?" 내가 묻자 홍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울듯한 표정이어서 하마터면 나도 눈물이 나올뻔했다. 영진이는 손바닥의 번호가 번질까봐 손바닥을 쫙 편채로 내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나는 어설프게 웃어주며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내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할때까지, 별장 문앞에 서서 나를 말없이 배웅했다. 나는 그냥 출발하려다가 창문을 내려 녀석을 돌아보고 말했다. ".......들어가...어서......" 내가 말하자 녀석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차를 몰고 그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빠져나갈때까지 그 별장 문앞에서 말없이 나를 배웅하고 서 있었다. ****** 아까 홍영진을 바래다줄때 석양이 비쳤던것 같은데 어느새 해가 저물어 땅거미가 내리더니... 금세 어두어둑해졌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어두운 하늘에선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젠장.....집에 빨리 돌아가봐야하는데..... 이렇게 비가 내리면 과속할수가 없잖아..... 나는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올렸다. 아까부터 핸드폰은 주기적으로 무섭게 진동하고 있다. 병호가 단단히 화가 났을것이다. 이렇게까지 녀석의 전화를 개무시때린적은 없었기에...... 아아.....잔소리, 잔소리..그리고 잔소리. 병호의 잔소리가 벌써부터 머릿속에서 뱅뱅 맴도는 기분이다. [ 드르르르르--] 그래...또 전화했구나 병호야. 분명히 이번에도 한 50초동안 계속...핸드폰에서 '소리샘에 연결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을때까지 전화를 때리겠.....지.....? 뚝. 50초 정도는 울릴줄 알았던 핸드폰이 갑자기 뚝 끊겼다. .....병호가 아픈가?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운전을 계속했다. ......그러나 운전하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스쳤다. [ 밤에 무서우면 내게 전화해.... .......아저씨가 받을테니까.......] ..........혹시........ ..........................???????? 나는 2차선으로 핸들을 꺾으며 부재수신목록을 확인했다. 계속 나란히 '병호'라는 글씨가 떠있는 사이에 낯설은 전화번호가 떠있었다. .........영진이가....걸은것인가??? ......하긴......무서웠을지도..... 이렇게 세차게 비가 내리는데........ 나는 차의 속도를 차차 줄이면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뚜루루루루루......] ......... ................. [ 뚜루루루루루.........] ......... [ 뚜루루루루.......] ....... ............. ............... 꽤 여러번이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 ................녀석이 아니었나.....? 왜 전화를 안받........... [....여...여보세요....] 잔뜩 울어서 쉬어버린듯한 코맹맹이소리. 그 목소리를 듣는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영진아?" 내가 부르자 아무 대답이 없는 수화기. "영진아! 아저씨야, 아저씨!"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전화기 너머로 조금씩 소리죽여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 .............젠장......무서워하고 있었잖아........ [ 아..아저씨....] "응, 맞아, 아저씨다. 아까 전화했었지? 미안하다. 아저씨가 잠깐 다른곳에 정신을 팔고 있어서....." ......젠장......무서워할때 받아줬어야 하는건데....... ..........왜......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았어?" 내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자, 홍영진이 울음을 참느라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 저..전화가 갑자기 울려서..울려서.........무서워서......귀..귀신이 건 전화일까봐.....끅끅.....] ..........하느님....... .............정말 6살이 맞나봅니다. 귀신이 건 전화일까봐 전화를 못받았다니..... 녀석에겐 진지한 상황이겠지만, 나는 녀석의 놀라운 생각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올뻔했다. 영진이는 울음을 참으려 애쓰면서 끄끅거리며 말했다. [ 미..미안해요.......아저씨.....전화..안..안할려고 했는데......무서워서.....] "괜찮아.....무서울때 전화하라고 했잖아. 아저씨가 늦게 받아서 미안해." [........막.......밖에서....비가 내려서.....비가 막 내리고.... 냉장고에...시...시........시체도 있고....있고.....그래서.......끅끅.....무서워서.....흑흑......] .....오.......영진아. 그래..냉장고에 시체가 있어.있고말고. 딸기와 바나나와 수박의 시체가 계시단다. ......아아.....내가 왜 아이를 상대로 장난을 쳤던가...... 절실히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괜찮아....괜찮아..... 귀신들은 환한곳을 싫어하니까 불을 켜면 귀신들이 놀라서 도망갈꺼야. 잠잘때도 불을 꼭 켜놓고 자. 알았지?" [....불을 켤려고 했는데.....흑흑......불이...불이 안들어와요.........] "............뭐?????????" 나는 나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끼익-밟아버렸다. 그랬다가 고속도로 한복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갓길로 차를 댔다. 뒤에 차가 없어서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비명횡사할뻔했다. "영진아, 뭐라고? 다시한번 말해봐." [ 부..불을 킬려고 했는데.....불이 안켜져요....흑흑......] "그럼..........지금 방안이 전부 깜깜하다는 말이야.....?" [ 네...........깜깜해서......흑.......흑흑......] 세상에.....전화가 들어와서 전기도 들어올거라고 안심하고 있었...... .........아아..... 맞다. 전화는 전기와 다른선이지........ 전기가 안들어오고 있었나.......... .................깜깜했을텐데.......... .........비가 오는데 6살짜리 아이 혼자서 어두운 방안에 앉아..... 혹시나 귀신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부들부들 떨면서.... 냉장고에는 시체가 들어있을거라는 상상을 하고 있을거라니...... ........ ................ .............................젠장!!!!!!!!!!! "영진아!" [ 예, 아저씨. 딸꾹! ] 영진이는 놀랐는지 딸꾹질까지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갈테니까 기다려! 쪼끔만 기다려! 알았지? 금방 간다." [ 진짜 와요? 진짜 와요???? 아저씨, 진짜 와요???] 녀석의 목소리가 너무 기대에 차있어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그래......간다니까......쫌만 기다려. 응? 귀신이 전화해도 받지 말고, 냉장고도 열어보면 안돼.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네! 딸꾹! ] ........하아아....... ........몰라, 모르겠어. 돌아가서 병호에게 맞아 죽든 말든. ....... .............될대로 되라지! 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미친놈처럼 U턴을 해서 아까 그 별장으로 140의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영진아!" 그 별장에 도착해서 문을 벌컥 열자마자 거실벽에 붙어있는 전화기 아래 쪼그리고 앉아있는 영진이가 보였다. 녀석은 질질질 울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아저씨!'라고 외치며 내게 뛰어와서 안겼다. 내 허리를 붙잡고 무서웠는지 통곡하듯이 울어대는 영진이. "무서웠어?" 내가 물어보자 녀석이 울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아저씨가 왔으니까 귀신도 다 갔다." 내가 말하자 영진이가 울면서도 웃는다. 나는 그런 그녀석의 등을 두드려주며 나도 모를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 이선재 "이 약도 맞냐?"<--창욱. "아니, 약도가 맞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가 약도를 제대로 따라오기는 한건가?"<--선재. ".......................;;;;;;"<--인선. ......그렇다. 여름을 맞이하여......우리는.......인선이의 앞집에 사는 형의 친구의 부모님의 별장(...헥헥-_-;), 여하튼, 누구것이든-_-; 난생 처음 '별장'이라는곳에 여행을 왔다..이거다. 그래서 귀찮아 하는 인선이에게 '기차여행하자~기차여행~*.*' 이라고 해서, 꼭두새벽부터 서울역에서 기차표도 끊고 오징어도 뜯고; 맥주도 마시며;; 나름대로 멋진 기차여행을 하여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 장장 1시간동안이나 길을 못찾고 헤메고 있는것이다!!! 무슨 모모역(이름도 벌써 까먹었다.)이라는 이름도 모를 그 역에 내릴때부터 수상했어!ㅠ_ㅠ "혹시..없는거 아냐? 그 별장? ㅠ_ㅠ; 이 주위의 산들을 봐. 나무도 좀 봐봐. 도대체 이게 사람이 다니는 길이냐고오..ㅠ_ㅠ;" .........그렇다....아아, 그렇다.ㅠ_ㅠ; 약도에는 분명히 이리로 가라고 적혀있는데 도무지 이건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무슨 등산로 같은 이 길의 끝에 별장이 있겠나!ㅠ_ㅠ; "......길을 잘못 들어온것 같은데....." 뒤에서 짐하나 안지고 슬렁슬렁 걸어오는 선우현이 중얼거리듯 말한다. (물론 선우현도 자기 옷은 들고 왔지만, 이미 그 짐도 승호에게 넘겨준지 오래다.) "......흠.....길이 어렵네......" 승호는 그렇게 말하며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주변을 둘러보았다. 약도를 들고있는 인선이는 '.....제대로 온것 같은데.....'라는 표정이지만, 내심 별장이 안나올까봐 불안한것 같다. .....흠....인선이는 방향감각이 좋은 편인데.... ........제대로 온것 같기도 하단 말야........ 인선이는 약도를 몇번 더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고 나서 우리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잠깐만 여기 있어라. 내가 먼저 가보고 올게." 그러자 창욱이가 냉큼 대답한다. "뭐야? 너혼자 보낼수 없다. 같이 가자." .......흠........둘이 보내는것도 좀..... "...나도 갈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승호가 웃으며 말한다. "뭐야, 그냥 다 같이 가면 될거 같고. 미안해할거 없어. 내가 약도보고 갔어도 헤맸을거야. 난 길치거든." "길치가 자랑이냐?" 옆에서 현이가 따끔하게 말하자 승호가 '야!'라고 대꾸한다. 인선이는 조용히 웃으면서 '그럼 뭐..끝까지 가보지.'라고 말했다.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걷기를 20분. 우리의 눈앞에 쇠창살로 추정되는 무엇인가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야! 야! 저거! 문!!!!!!! 문 아니냐???????????????"<--창욱. "오..오오오오!!!!!!!!!!!! *.*" 우리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 쇠창살 앞으로 기어가듯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것은...... "허어어억.........*.*" <-- 선재. "...이야아아아아아!!!!!!!!!!!!!!!!!!!! *ㅇ*"<-- 창욱. ".......;;;" <--재경. ".......@.@"<--승호. "....................;;;"<--인선. 아아.... 벼..별장....별장....... ............아..별장..하면 또 나름대로 앤티크하고 화려한게 별장 아니겠나. 그래서....여기 오기전부터 별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상상하고 있었는데........ 근데...... ........... .................이거 너무 화려한거 아니냐고!!!!!!ㅠ_ㅠ 도대체 왜 한국에! 왜 한국에! '들장미 소녀 캔디'의 삽화에나 나올법한 덩쿨 장미가 별장문에 주렁주렁 매달려있으며.........저기에 잔뜩 서있는 이름모를 상록수들은 또 무엇인가? 어디서 주워온건지 팔뚝하나를 걷어부치고 정원앞에 당당히 서있는 대리석 비너스 아줌마.-_-; 쩌어기에는 대리석 아폴로 아저씨-_-; 마당 한가득 깔려있는 부드러운 잔디들.... 대문에서 별장집 문앞까지 깔려있는 하얀 징검다리같은 돌들과, 정원 한가운데 있는 널찍한 연못에 콱 박혀 뱅글뱅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그 안에서 뛰노는 팔뚝만한 금붕어들......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지으셨다냐..............??????????????????? 아니,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이 재료들을 운반한거야???? @_@ 모두들......그 별장의 화려함에 압도 당해있는데........선우현 왈..... "........취향 한번 거창하시구만." .......!!!!!!!! 크흑! 내 맘이 바로 그거요! 선우현군!!ㅠ_ㅠ 우리를 안내해온 인선이는 자신도 몰랐다는듯 눈이 동그래져있다가, 이내 주머니에서 3개의 열쇠를 꺼내 그중에서 제일 큰 열쇠를 까만 쇠창살 열쇠고리에 넣었다. 어쩐지.....열쇠부터 심상치 않다했지. 금딱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열쇠.....아아......알아봤어야 했어~ 여하튼 인선이가 그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커다란 쇠창살을 열어젖히자 우리들은 각자 기쁨의 괴성을 지르며 별장안으로 들어왔다. "이야~~~~~~~@_@ 대단해~ 대단해~" 창욱이는 곰처럼-_-; 잔디에서 뒹굴며 대단해를 외쳐댔다. 재경이는 너무 놀랐는지 눈이 똥그래져서 주변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고, 선우현은 주머니에 손을 껴넣고 ' 뭐, 봐줄만 하군' 이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휘적휘적 둘러본다. 승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입을 쩍 벌리고 별장을 감상중이시다. "야야~ 선인장~*.* 어떻게 이런 별장을 알아냈어? 응?" 내가 묻자 인선이가 대답한다. "나도 이정도일줄은 몰랐지. 그냥 진혁이 형이..' 괜찮은 집이야. 취향이 괴팍하지만..'이라고 말해서.. ....그냥 그런 집인줄 알았는데....." 아니~ 아니! 이 취향이 왜 괴팍하다는거냐?ㅠ_ㅠ 응? 나는 이런집에서 살면 소원이 없겠다!!!!!!!!!!!ㅠ_ㅠ 우리는 정원에서 부비적대며 구경하느라 별장안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있다가, 인선이가 별장문을 열자 그제서야 정원의 잔디에서 일어나 인선이를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별장안에 잔뜩 기대하고 들어서는 순간..... "히야아아아~~~~~~~~~~~~~~~*.*" "멋져~ 멋져~! *.*" "@_@;;;;" "............;;;;;;;;;;;;;;;" 전체적으로 무게있는 나무로 되어있는 실내.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계.단! (난 첨봤어!ㅠ_ㅠ) 아니......어째서.......별장의 TV가 우리집 TV보다 큰거야!ㅠ_ㅠ 그것도 평면!!!!!! 아흐흐흐흐흑!!!!!!!!!!!! 저 카펫은 또 무엇이더냐!ㅠ_ㅠ 이 나무 원목 바닥은 또 무엇이고! 아아~ 멋져! 멋져! 멋져! 본래 부르주아틱한 인선과 현이는 '조금 놀랐군'이라는 표정으로 별장 안을 둘러보았지만, 문명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나머지 4명은 놀라서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야~ 이 테이블 너무 멋있다. 장식이 주렁주렁해!@_@" "응응, TV좀 봐봐. 너무 넓지 않냐?" "헉....카..카페트가 너무 뽀송뽀송하다..." "위에달린 등좀 봐봐..저게 샹들리에 라는건가봐..ㅠ_ㅠ" 여하튼 우리는 촌놈티 다-내면서 -_-; 약 1시간 동안이나 별장안을 부산하게 돌아다녔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오고, '이야~'하는 감탄사가 들려온다. 그렇게 별장안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우리들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섬주섬 부엌으로 내려왔다. 부엌에는 이미 재경이와 인선이가 밥을 이미 준비해놓고 있었다. 온 집안에 풍기는 카레 냄새!! "우..우와..ㅠ_ㅠ 대단해...대단해애애......" 창욱이는 벌써부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두손을 꼭 모으고 밥먹을 준비를 한다. 나머지 녀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어버렸다. "자, 그럼 먼저 먹고 다음에 뭘 할지 결정하지." 인선이의 말에 우리들은 일제히 숟가락을 들고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X 6 아! 맛있어!!ㅠ_ㅠ 이 끝내주는 카레의 고소함! 내가 좋아하는 감자까지 듬뿍!!ㅠ_ㅠ 아! 정말, 여행오길 너무 잘했다!!!!!!!!!!!!!!!!!!!!!! ㅠ_ㅠ * 사족 오랫만입니다. 어느덧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진주에서는 Season In The Sun이로군요.^^ 여름에 썼으면 더 좋았을텐데..게으름에 몸부림 치느라...ㅠ_ㅠ; Season In The Sun은 원래 Tube의 노래죠...정재욱이 리메이크한건데.. 정재욱의 리메이크가 더 낫습니다-_-; 일본어 판으로 Season In The Sun을 들으면....... ...........그 강렬한 영어 발음이 잊혀지질 않아요-_-;;;;;;(스톱! 더! 시즌! 인더 써언~....쥑이죠!-_-;) 하지만 Tube의 멜로디와 가사는 아주 좋아합니다.^^ 참...늦어서 답변과 답멜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ㅠ_ㅠ; 훗....이젠 짱돌도 많이 맞아서 맷집이 생겼으니, 마음껏 짱돌을 던져주세요-_-;;(쿨럭!) 마호님, 청영님, 파린님, 나무그늘님, 핏빛노을님, 낯선이님, 그러쿠냐님, 넙치님, 선인장내꺼+_+님(아, 메일도 감사히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엘크로나님, 모도님, iceburg님, niji님, 아이봉님, Lovely님, 안녕하세요님, 로아님, 비둘기만쉐님, 히루카님, 천이님, 플라멩고님, 소피아님, 소야산님, 캐롤라인님, 히아신스님, cong님, 류크레온님, 소우님, enjeu님, 천재소녀님... .........감사합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것도 있고 리플 달고 싶은 감상도 있었는데.. 감상방에 리플달기엔 너무 늦은것 같아서..ㅠ_ㅠ; 흑흑.. 어쨌든 감상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아..그리고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께는....늦어도 차차 답장을 보낼게요..ㅠ_ㅠ; 그럼, 아디오스!!!ㅠ_ㅠ * BGM # Kiss Of Life by Hirai Ken From OST ' Love Revolution' いま 人生かえるキスがしたい 지금, 인생을 바꿔버릴것 같은 그런 키스를 하고 싶어. Every day Every night wanna kiss on your lips 매일 낮, 매일 밤 당신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 くちずけから始めよう 키스부터 시작해요. くちびるは心を語る 입술은 진심을 말해주니까- Any time, Any place wanna kiss on your lips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나 당신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 くちずけから始めよう 키스부터 시작해요. やわらかな喜びをかさねたい いますぐに 지금 이순간, 부드러운 기쁨을 겹치고 싶어. * 이선재 "아아..잘 먹었습니다아~ *^^*" "맛있다..ㅠ_ㅠ" 우리들은 제각기 맛있는 카레에 대한 감사를 표했고, 재경이는 우리 말에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선이가 옆에서 지켜보느라 평소때보다 많은 밥을 먹은 재경이는 우리가 밥을 다 먹자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서 우리의 접시를 거두어 설거지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헉! 아, 아니..재경군~ 아이고~밥해준것도 고마운데..@_@ 설거지는 우리가 해야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재경이에게 우리가 하겠다고 말하려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놀라서 재경이의 손에 들린 접시를 빼앗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 인선. 인선이는 재경이에게 '설거지 하지마.'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우리에게 조용히 말했다. "밥 안한사람, 설거지해." 아..아니..! +_+ 선인장~ 요즘..너 너무 재경이랑 친한거 아니냐?! 응? 맨날 재경이 편만들고 말이야, 재경이가 하자고하면 다 하고 말이야~엉? 4년지기 우정인 우리보다 재경이가 좋다 이거지? 흥~흥~흥~ㅠ_ㅠ "알았다. 재경아, 밥해준것도 고마운데, 어서 쉬어." 승호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접시를 거두어들이며 재경이에게 말했다. 승호 옆에 앉아있던 선우현은 일어서는 승호를 빼꼼히 쳐다보았다. ' 무슨 눈빛이야?'라는 표정으로 승호가 현이를 바라보자, 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승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내 몫까지 잘하고 오도록, 현승호군." 현이의 말에 입이 쩍 벌어진 승호. "야! 니껀 니가 해!!! 왜 내가 하냐?????? +_+" "친구끼리, 그런걸 가지고..쫀쫀하게.....내 몫까지 니가 좀 해줘. -"-" "야!!!!!!!!!!!!! 너, 당장 이리와!!!!!!!!! +_+!!!!!!!!!!" 하지만 현이는 승호의 외침을 무시하고, 재경이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아 무지막지하게 큰 평면 TV를 보기 시작했다. 승호는 현이의 뒷모습을 씩씩거리며 지켜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자기가 현이의 몫까지 설거지 하기 시작했다. 창욱이와 나는 킥킥거리며 승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쩌겠어~ 우리학교 얼짱 모시는게 보통 쉬운일인가? 우리학교 주먹짱 승호군." <- 선재. "주먹짱보다 높은게 얼짱이라더니...역시 두짱의 박빙의 승부에선 얼짱이 승세를 탔도다."<- 창욱. "주먹짱은 뭐고, 얼짱은 또 뭐냐?-"- (흥!) 쳇..선우현 저녀석..자기는 손이 안달렸냐, 주부 습진이 걸린거냐? 응? 왜 설거지를 안해?"<-승호. 하지만 승호는 투덜대면서도 현이 접시에 파리라도 앉으면 미끄러질정도로 자기 접시보다 현이의 접시를 먼저 빡빡 씻었다. 인선이는 우리 대화에 피식 웃으며 자기 접시를 설거지하고 있었다. 인선이..참 설거지를 잘하는구나....가 아니라..... 인선이?? 으잉? 인선아! 너는 왜 여기서 일하는거야?ㅠ_ㅠ 가서 쉬어~ "아, 인선아! 내가 해줄께. 넌 가서 TV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인선이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밥은 거의 재경이 혼자 만든거야. 내가 요리를 할줄 아는게 있어야지..." "그래도! 얼른 가서 쉬어라. ㅠ_ㅠ(미안하게..;;)" 내가 그렇게 말하고 인선이 접시를 뺏으려 하자, 인선이가 웃으며 말했다. "거의 다 씻었다. 얼른 니꺼나 씻어라." "아, 그..그래? ㅠ_ㅠ 그래도 미안하니까 앞으로 설거지는 우리에게 맡겨라. 우리중에서 밥할줄 아는애가 재경이밖에 없으니.....어쩔수 없이 재경이가 맨날 밥을 해야하잖아.. 흑흑, 우린 이제 설거지 부대나 해야지.....ㅠ_ㅠ;;" "응..;; 그러게..." 인선이도 내 말에 동감하면서 자기 접시와 재경이 접시를 깨끗이 씻었다. 북적북적 부산스러운 설거지가 끝나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자연스레 거실에 모였다. 승호는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나와 선우현을 쿡쿡 누르며 말했다. "야, 선우현! 내가 이번에 니꺼 했으니까, 다음번엔 니가해! +_+" 그러자 현이는 여기가 자기집이라도 되는양 소파에 다리를 꼬고 길-게 누워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뭘 그런걸 가지고....야, 니가좀 해...난 알바할때 너무 많이해서 이젠 지겹단 말이야...." "응? 너 서빙 아니었냐??" 놀랐는지 눈이 똥그래져 묻는 승호. 현이는 리모콘을 꾹꾹 눌러 TV 채널을 바꾸며 승호에게 대꾸했다. "서빙인데..손이 딸리면 주방도 해." "흠...그런가....;;" "응, 그래. 그러니까 니가 해." ".....-"-;;;; 음......알았다.....만.....;;" 응? 좀..좀 이상하지?-_-; 현이가 가끔 설거지 알바를 하는것과 승호가 현이 접시를 씻어주어야 한다는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 승호도 그것을 눈치챈듯 표정이 미심쩍었으나, 이미 '알았다'..라고 대답한 후였다. '속았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현이를 죽어라고 째려보고 있었지만, 현이는 승호의 눈빛에 요지부동이었다. 창욱이와 나는 승호의 불행에 킥킥킥 웃어버렸다. "아아...밥먹었으니.....이제 뭐할까? *.*" "밖에 나가서 놀까?" "흠..너무 어두워지지 않았어?" "아! 벌써 어두워졌냐??? *.*" 모두들 일제히 엄청나게 넓은 창밖을 보니 밖은 이미 깜깜해진 상태. 창욱이는 '이야~ 그럼 이게 딱이지~~'라고 외치면서 2층으로 퉁탕거리며 올라갔다. 아..아니, 뭐가 딱이라는거야?-_-; 부..불안해~!!!!!!!!! 불안하다..사고뭉치 이창욱. 또 엄청 이상한거 가져와서 함께 하자고 하는거 아니냐? ㅠ_ㅠ;;;; 창욱이가 한참동안 내려오질 않자 괜시리 내 마음이 불안하다. 인선이를 바라보자, 인선이도 어째 좀 '으음..;;;;'이라는 표정이로다.ㅠ_ㅠ; 아아~ 창욱아! 내려와! 내려와!!! 뭘 꾸미고 있는거야??? "야!!!!!!! 이창욱!!!!!!!!!!!!!" 내가 참지 못하고 창욱이의 이름을 부르자 창욱이가 2층 나선계단을 쿵쿵대며 내려와 우리에게 까만봉투를 내밀며 '쨔쟈쟈쟌~~~~~~~~~~~'이라고 말한다. "야..얌마-_-; 까만봉투만 내밀고 하면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어찌알어!!!!" 내가 외치자 창욱이가 '아차!'라고 말하면서 속에 내용물을 꺼냈다. 까만 봉투 한가득 담겨있는 알록달록한.....알록달록하고....유치찬란한........;;;; ................불꽃놀이!!!!!!! ;;;;;;;;;;;;;;;;;; "야아~ 나 이거 너~무 해보고 싶어서 동네 문구점에서 사왔다~ㅠ_ㅠ 어두워졌으니까, 우리 이거하자. 응? 응?" 불꽃놀이를 한다발껴안고 애처롭게 우리를 바라보는 창욱이. 킥.........그럴 줄 알았다!! 이창욱!! "이야, 불꽃놀이 진짜 오랫만이네~" 승호가 웃으면서 창욱이에게 다가와서 불꽃놀이가 뭐뭐 있는지 살펴본다. "야, 이 나비 불꽃 진짜 오랫만이다! 박쥐도 있고..콩알탄도 있네~" 승호가 감탄을 내뱉자, 창욱이가 '잘했지? 잘했지?'라며 칭찬해 달라는듯 웃는다. "으이구~ 잘사왔따!! 이창욱!!!" 내가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등을 팡! 쳐주자 창욱이가 활짝 웃었다. /////....칫, 칫....나쁜놈. 키는 그렇게 큰데 웃는건.....그렇게 아기같다니..........치..치..//// 창욱이는 신나서 자기가 사온 불꽃놀이를 6명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재경이는 창욱이가 자기 손에 떨구어준 불꽃놀이가 신기했는지 똥그란 눈동자로 자기손에 있는 불꽃놀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뭐 하는거...?" "아, 이건 불꽃놀이라는건데...여기다 불을 붙이면 여러가지 색깔의 불꽃이 나오지.. 폭죽같은것도 있고...." 인선이는 재경이에게 불꽃놀이를 가리키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재경이는 얼굴이 조금 빨개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응........." "....밖에 나가서 할까?" "그래!!!!! 어서나가자~~~~~~~(^-^)/" 우리는 갑자기 유치원생이라도 된듯한 기분으로, 모두들 폭죽을 껴안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엔 습기가 조금 있긴 했지만, 불꽃놀이를 못할정도는 아니었다. 창욱이가 챙겨온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파아아앗!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있는 기다란 불꽃놀이 끝에 불이 붙었다. 깜깜한 정원을 밝게 밝히는 작고 환한 불꽃. "이야~~~~ 너무 이쁘다~~~~@.@" 우리는 2개씩 불꽃놀이를 손에 들고 뱅글뱅글 돌리며 넓은 정원을 뛰어다녔다. 창욱이에게 라이터를 받아든 인선이가, 재경이의 불꽃놀이에 불을 붙여주자, 재경이가 깜짝 놀란듯 눈이 똥그래져서 '아이고!'라고 외쳤다. 그 모습을 보고 인선이는 쿡쿡 웃어버렸다. "참! 참! 불꽃놀이엔~ 사진~사진이 있어야지~~ ㅠ_ㅠ" 나는 그렇게 외치고 내 불꽃을 창욱이에게 맡기고 별장안으로 들어가 내 배낭에서 재빨리 사진기를 꺼내왔다. "맞아~ 사진찍어야지~ 사진~~~ >_<" 찰칵! 창욱이가 불꽃놀이를 뱅글뱅글 돌리는 사진도 찍고... 찰칵! 그 짧은 사이에도 서로에게 불꽃을 겨누며 티격태격하는 승호와 현이도 찍고.... 찰칵! 아직도 놀람이 가시지 않은 재경이를 절반정도 안듯이해서 불꽃에 불을 붙여주는 인선이도 찍고..... 녀석들의 모습을 여러판 마음껏 찍고있는데 내 앞에 불쑥 나타나는 창욱이. "선재야! 너랑 나랑도 찍자! ^^" "킥킥.....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현이가 다가와서 카메라를 받아든다. "자, 찍어줄테니까 포즈 잡으라고." 현이 그렇게 말하자 곰팅 창욱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응? 포즈?" 으이구-_-; 이창욱 니가 언제 제대로 포즈 취하고 사진 찍은적이 있었냐? 맨날 엉겁결에 찍혔지..-_-;;;;;;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라 이거야. 사진으로 찍을만한 모습을." 현이가 그렇게 말하고 사진기를 눈에 가져다 댔다. 음..포즈?-_-; 무슨 포즈를 취하지..? 촌스럽게..V자? ;;;;;;;; 내가 무슨 포즈를 취할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 .......@_@ 아니~ 갑자기 몸이 부우웅~ "이익? 생각보다 무겁네?" "야!!!!!!! 이창욱!!!!!!!!!!!!!!!" 갑자기 공중으로 부우웅~~~~~~ 떠올라 버렸다!!! @_@ 목마 태우듯이 나를 어깨에 척 앉혀놓은 창욱이. 야~ 너..너무 높아~~ㅠ_ㅠ 무섭다고!!!!! "야!!!!! 이창욱!!!! 무서워!! ㅠ_ㅠ 무서워~~~~~~~ 나 고소 공포증 있는거 모르냐!!!!!!" "아참..;; 그랬지...;;" 창욱이는 내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게 물어보는 말. "이젠 안무서워?" //////....치..칫/// 갑자기 들어올리구 난리야..... "응...안무서워//" "그럼.....현아~ 찍어주라~~~ ^^" "킥킥..알았다!" 이..이창욱!! 너..갑자기 사람을 번쩍 번쩍 들어올리면 어떻해?......///////// .......놀랐잖아...... "웃으라구!! 하나~ 둘~.......셋!" "김~치!!!" 유치찬란하게 김치~하고 활짝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창욱이. 나는 사진을 찍고나서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창욱이는 '아파~ㅠ_ㅠ'라고 말하면서 내게 맞은 부분을 손으로 감쌌다. "흥! 아프긴 뭐가 아파? -_-!" "아프다..ㅠ_ㅠ 너는 니 손때가 얼마나 매운지 몰라서 탈이다." "뭐가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창욱이가 피식 웃고는 한손으로는 불꽃놀이를 돌리고, 한쪽으로는 내 손을 잡고는 정원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마주잡은 두 손이 따뜻하다. "야, 선재야." 말없이 걷다가 갑자기 툭 내이름을 부르는 창욱이. "......왜?" "너 9살땐가..10살땐가....우리 밤에 불꽃놀이하자고 몰래 집 나왔다가 우리둘이 가출한줄 알고 집안 발칵 뒤집혔던거 기억나?" 풋....... ...........기억 안날리가 있겠어? 내가 졸라서 밤 10시에 몰래 학교 운동장에서 불꽃놀이 하자고 했었지.... 엄마랑 아빠는 내가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난리가 났었지만... "킥킥....기억나." 내 말에 창욱이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막 경찰 아저씨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 신고받고 우리 찾으러 나왔었잖아... 근데 우리는 운동장에서 불꽃놀이 했다고 혼날까봐 경찰 아저씨 보자마자 막 도망갔었지....." ....맞아, 맞아.... 운동장에서 불꽃놀이 하고있는데..경찰 아저씨가 오길래, 놀라서 도망갔었지... "가다가 내가 엎어져서 울고 난리가 났었지." 내가 말하자, 창욱이가 깔깔웃는다. "그때도 이렇게 한손에 불꽃놀이를 들고, 한손으로는 니 손 잡고.. 찔찔 우는 너랑 경찰 아저씨 피해서 동네 한바퀴를 돌아 집으로 돌아왔었어..." .........맞아............... ........................기억난다............... 가로등이 꺼져서 무서운 골목길을 너랑 이렇게 손잡고 걸었던것 같다. 내가 무릎이 까져서 막 우니까... ....니가 용돈 다 털어서 나한테 무지 큰 사탕도 사주고....쿡쿡쿡..... "손잡고 걸으니까, 갑자기 그생각이 난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하는 창욱이. 창욱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조금더 감싸쥐었다. "........" ...... ........풋.....그 어릴적일이....지금 이렇게 뚜렷이 생각나다니...... 내가 창욱이를 올려다보자, 창욱이가 나와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키는 댈싹 크지만 귀엽게 쳐진 눈. 웃을때 살짝 보이는 덧니. 눈감고도 그릴수 있는 너의 모습. ....초등학교든 중학교든....지금 고등학교든.... .........언제나 옆에 있어온 이녀석....... 2살때부터 함께 지낸 배꼽친구. 녀석이 침흘리는것마저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는... 네가 없어지면 허전할지도 몰라... 갑자기 이녀석이 사라지면...난 얼마나 가슴이 뻥 뚫린것 같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나는 슬픈 기분이 들어서 헛기침을 하고 창욱이에게 뾰로퉁하게 말했다. "...흥, 곰팅.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창욱이가 '무슨 소리!'라는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야~ 내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데!!!" "흥-_- 그런 녀석이 맨날 숙제를 까먹냐?" "음..-_-; 그건 다른 기억력이고...;; 음.....;;" "시꺼!-_- 변명은 필요 없어!!" 우리둘은 또다시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하지만 마주잡은 손은 놓지 않고........그 넓은 정원을 여러바퀴 걸어다녔다. * 반우진 "흠.....정말로 전기가 끊겼네........" 어둠속을 퉁탕거리며 돌아다녀 어렵게 찾은 두꺼비집. 하지만 그 두꺼비집은 10년이 넘어서인지 이미 퓨즈도 끊기고 전기선도 쥐에게 쏠려 엉망이 되어있었다. 전기 자체가 안들어오는게 아니라, 전기선이 망가져서 전기가 끊겨버린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내 옷을 꼭 붙잡고 내가 어딜가든 졸졸 따라다니던 홍영진이 소리없이 훌쩍인다. "아..괜찮아, 영진아. ;; 어떻게든 되겠지..뭐, 내일 밝아지면 초..촛불이라도 찾아보자. 응?" "네.." 영진이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오늘은 어두우니 이만 잘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를 쫄쫄 따라오던 홍영진이 '저..저..저기..'라고 하면서 뭔가를 말하려 한다. "왜?" 내가 묻자, 홍영진이 어둠속에서 알수 있을정도로 빨개진 얼굴로 말한다. "화..화장실에....귀신이....귀신이......" 아.....화장실에 귀신이 있을까봐 못갔다고.........;;;; ....;;;;;;....... .....................진작 말하지 그랬니.........;;;;;;; 이제까지 오줌 마려운데 날 따라다녔니...;;;;; 참, 6살이란...... ".......;;; 가자, 화장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2층에 있는 화장실에 영진이를 데리고 가자, 영진이는 싸다가도 뒤를 돌아 내가 있는지 꼭 확인하면서 어렵사리 일을 끝마쳤다. "킥킥......귀신이 그렇게 무서웠어????" 내가 묻자, 홍영진의 얼굴이 빨개지는게 달빛에 어렴풋이 보인다. 내가 그런 녀석을 보고 쿡쿡웃자, 영진이는 삐졌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푸..푸하하하!! 입술 삐죽이라니!!!!! ㅠ_ㅠ 미치겠네!!!!! 근데 너, 신기하게 입술 삐죽이는게 어울린다, 야! "어쭈구리~" 내가 웃으면서 영진이의 입술을 꾹 누르자, 영진이가 내게 발끈해서 말한다. "아저씨는 화장실에 휴지귀신이 있는것도 몰라요?" "휴지 귀신?" 내가 물어보자 영진이가 마치 국가 기밀이라도 말하듯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화장실에 가면...무섭게 생긴 휴지 귀신이 있단 말이예요.. 쉬쌀려고 하면 변기에서 손이 올라와서.... '빨간 휴지 쓸래..파란 휴지 쓸래..하얀 휴지 쓸래..'하고 물어보는데..." "푸...푸하하하하하하!!!!!!!!!!!!!!!!!!!!!!" 크..크크크크크큭!!!!!!! 킥킥킥!!!!!!!!! "아...아저씨!!!!!!!!!!!!!!!!!!!! /////////////" 파..파란 휴지 쓸래, 라니....푸하하하!!!!!!!!!!!!!!!!!!!! 녀석의 말을 더 듣고 싶었지만,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배를 껴안고 킥킥거리면서 웃자, 녀석이 삐졌는지 입술을 삐죽이면서 다른방으로 냉큼 들어간다. 하지만, 그 방에 혼자 있는게 무서웠는지 울상이 되어서 다시 내게로 달려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웃어버렸다. "휴..휴지 귀신 얘기 더 해봐....킥킥킥....." 내가 말하자, 영진이는 삐졌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나를 무시하며 정확히 내 반대방향을 바라봤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영진이의 귀에 음산스럽게 말했다. "영진아- 거기 보고 있으면 귀신이 다가온단다..." 내가 말하자 사색이 되어서 다시 나를 바라보는 영진이. "빨리 휴지 귀신 얘기 마저해. 안그러면 아저씨 다시 집으로 갈꺼야." 내가 영진이를 위협하자, 영진이는 다시 울상이 되어 내 귀에 속삭이듯 그 중대한 비밀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그 귀신이 물어봤을때....만약에 제가요 '빨간 휴지 쓸래요..'라고 말하면, 그 귀신이 나타나서 ' 그럼! 빨갛게 되거라!' 라고해서도 나를 피흘리면서 죽게 하구요.." 크..크크크큭.... 자..잠깐, 너무 웃기잖아.. "'파란 휴지 쓸래요' 라고 하면은요..' 그럼, 파랗게 되거라!' 라고 해서요.. 나를 파랗게 질려서 죽게 하구요.." .....푸하하하...ㅠ_ㅠ; 잠깐, 한계야. 한계. 아..웃겨.... "'하얀 휴지 쓸래요' 라고 하면은요 나를 하얗게 질려서 죽게한다구요!!" "크..크크큭...푸하하하!!!!!!" 내가 웃자 영진이는 '이렇게 중요한 비밀을 가르쳐 주는데 웃고있다니!'라는 표정으로 나를 못마땅하게 째려봤다. "그..그럼 무슨 휴지를 써야하는거야???" 내가 묻자, 영진이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땐, ' 신문지 주세요.' 라고 해야한다구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내 평생 그렇게 크게 웃은것은 처음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나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낄낄대며 웃어버렸다. 영진이는 웃는 내가 무진장 원망스러운 모양이었지만, 날 버리고 다른 방으로 도망가자니 귀신이 있을것 같아서 무서워 나를 떠나지는 못하고 나를 계속해서 째려보고만 있었다. "야..야, 영진아, 너는 그렇게 귀신이..귀신이..큭큭큭..." "-"- 웃지 말아요~!" "....ㅠ_ㅠ; 킥킥킥...안웃지..안웃지....안웃을려고 하는데....킥킥킥" 잠깐만...영진아. 제발, 넌 진짜 6살이 아니라 몸은 17이라구. 남이 보면 얼음장이라고 할만한 그 얼굴에 삐죽거리는 얼굴이 너무 잘 어울리는게 신기하다. 어찌보면 섬세하다고 할만한 그 이마에 몇가닥 못마땅한 주름을 세우고, 입술을 뚱 내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파랗게 달빛에 젖은 회색머리와 함께 이질적으로 보였다. 나는 헛기침을 끝으로 웃음을 잠재우고 화장실 앞에 부루퉁하게 앉아있는 영진이를 쿡쿡 찔렀다. "야." 내 말에 대꾸도 안하는 홍영진. ...어쭈. 삐졌다 이거지? "야~ 홍영진!" 쿡쿡. 두번을 찔러도 앞만 쳐다보고 뚱하게 앉아있을뿐 콧방귀도 안뀐다. 단단히 삐졌다. 나는 옷을 챙겨입는척 하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아, 깜빡 잊고 있었다.. 오늘 집에 꼭 가봐야할일이 있었는데....." 그러자 앉아있다가 번쩍 일어나는 홍영진. '어딜가세요!ㅠ_ㅠ'라는 표정으로 내 팔을 부퉁켜안는다. 역시 6살이라 단순하다. "아저씨말 잘 들으면...음...남아있을수도 있지." "ㅠ_ㅠ! (끄덕끄덕)" "짜식, 그러게 말을 잘 들어야지...(쓰윽쓰윽)" 나는 등치큰 얼뚱애기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녀석을 팔에 줄줄 매달고 침대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싱글 사이즈의 침대 2개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놓여있었다. 나는 무서워하는 녀석을 어렵사리 팔에서 떨쳐내고, 침대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었다. 다시한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아예 밧데리를 핸드폰에서 분리시켜버렸다. "아저씨....전화....오는데....." "응?" 먼지를 털다말고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은 '전화오는데 안가봐도 되겠냐,..'는 표정이다. 참..아까는 귀신에 놀라던 이녀석이 이렇게 걱정도 할줄 알고.... 나는 먼지를 마저 털고 녀석의 이마를 콩 치면서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욘석아." 그러자 홍영진은 아까 삐진것은 어따 팽개쳤는지 부끄럽게 웃으면서 내 팔에 줄줄 매달렸다. 나는 녀석의 모습에 웃어버렸다. "자, 너는 저 침대에서 자라. 나는 이 침대에서 잘테니."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둘은 동시에 침대에 누웠다. 이불도 없고 베개도 없어서인지 굉장히 적적하다. 흘깃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은 잠은 안자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홍영진." 내가 무르자 녀석이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녀석에게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음산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사실은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시체의 귀신이야........." ......... ............... ...................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실수했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벽을 향해 달려가는 홍영진. .........∑=ㅂ= 아니 그렇게 깜짝 놀라면 내가 더 깜짝...헉! 헉! 헉! "야, 노..농담이야! 농담! 농담!!! ;;;;;;;;;;" 하긴, 방안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비추고 있는데, 그 아래에서 내 얼굴이 얼마나 귀신스럽게 빛나고 있었을까. 그래도 그렇게 날 피할것 까지는...;; 귀신도 알고보면 친한 친구...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필사적으로 내 볼을 꼬집고 내 팔을 꼬집어 내가 인간임을 확인시켜줘도, 녀석은 이 집에서 유일한 인간인 나를 믿지 않는 눈치다. ' 내가 당신에게 이제껏 속았다니..당신은 무서운 귀신! 귀신!ㅠ_ㅠ' 홍영진은 이런 불신의 눈빛을 내게 마음껏 날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녀석에게 다가갈라치면 녀석은 '으아아아아악!!!!!!!!'하는 무지막지한 비명을 질러댄다. 내가 어쩌자고 저녀석에게 장난을 쳤을까!ㅠ_ㅠ;;; "믿어줘~ 난 사람이야! ㅠ_ㅠ" "엄마~ ㅠ_ㅠ!!!!!!" "난 사람..난 사람..;;;" "으아아앙~~~~~" "거..참, 나는 사람이래도..;;;;;" "으흑흑...!! 엄마아아아아아......" . . . . . . . . .....;;;;;;;;;;;;;;;;; 잠자기는 글렀다. * 장인선 불꽃놀이를 마치고 정원을 조금 거닐다가 별장안으로 들어와 준비해온 과일도 좀 먹고, 과자도 먹고 담소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잠잘시간이 되었다. 윗층으로 가서 침대방의 상태를 확인하고 온 승호가 우리에게 말했다. "음..방이 좀..;; 이상한데...침대방이 3개가 있는데.. 방 하나에 더블싸이즈 침대 하나씩 있더라.......;;;;;;" 쿠쿠쿠쿵....! .....씽글이 아니라....더..더블이라고? ;;;;; "옹? 더블? 야~ 그거 좋다. 우리 마침 6명이니까 2명씩 자면 되겠네." 덥썩 아무생각없이 대꾸하는 창욱이. 창욱이는 포도를 먹으면서 선재에게 말한다. "선재야, 오늘밤 더블 침대에서 나랑 자자." "푸우우우!!!!" 쥬스를 마시던 선재는 주스를 내뿜고 사레가 들려버렸다. "너..너는// 말을해도 좀 뉘앙스가 좀..///////" "왜? 2층에 더블밖에 없다며?" "알았어-_-; 알았어, 같이 자자! 응! 됐냐?" 이렇게 한쌍이 결정되고..... 남은 4명이 애매모호한 눈빛을 주고 받더니..... 승호와 현이가 동시에 외쳤다. "이놈이랑은 절대 같이 안자!!!!!!!!" "이놈이랑은 절대 같이 안자!!!!!!!!" 그렇게 같이 외친 두사람은 놀란듯 둘이 마주보더니 이내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뀌면서 말하는 선우현. "흥! 천오수의 전적이 있는 너와 내가 어떻게 같이 잘수가 있겠냐??" 천오수와의 전적? ;; 그건 뭐지? 현이가 그말을 하는순간 승호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랐다. "야!!!!!!!!!!!!!!! 그건 순전히 너때문이었어!!! 인정할건 인정해!!!!!!!!" "뭐?? 야! 내가 언제 내가 사준거 마시랬지, 누가 천오수랑.....읍읍!!!!!!" "//// 이놈이!!!!!!!" 승호는 현이의 입을 틀어막고 '말하면 죽어!ㅠ_ㅠ'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승호와 현이가 말하는것을 듣던 선재가 궁금했는지 눈을 빛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아니~ 승호군~ 천오수씨가 누구대~~~~~요????? *.*" "묻지마!!!!///////////////////" 흐흥...둘이 그렇게 같이 자기가 싫은가...? 잠깐... 그러면....둘중에 한명이 재경이랑 같이 자겠다는 말???????? 나는 재빨리 옆에 있는 재경이를 바라봤다. 재경이도 날 바라보고 있었는지 우리둘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재경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니...;; 잠깐, 그렇게 고개..를 돌리면 안되지....;;;; 그렇다고 다시 고개를 팩 꺾을수도 없고...;; 아아..왜..왜..;; 내가 바보같이 고개를 팩 돌린 사이에도 승호와 현이의 말싸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하튼, 너랑은 같이 못잔다! 이말씀이다!" "내가 할말이다! 보나마나 이불도 혼자 다 덮고 자려고 하겠지!! 누가 모를줄 알고!!!!!" "뭐?? 그게 양보심의 화신인 나한테 할말이냐?" "뭐? 양보심? 길가에 벼룩이 웃다죽고 개미가 풀뜯어먹다 변비에 걸릴소리다. 양보심의 화신이란놈이 나한테 설거지를 시키냐???" 대단한 설전이 거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선재와 창욱이는 재밌다는 얼굴로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두 짱의 결투를 지켜보고있었다. .....잠깐..... 둘이 함께 자기 싫다면...둘중에 한명이.....재경이랑 자겠다고....? ...... ........... ............... ........................절대 안돼!!!!!!!!!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옆에 앉은 재경이의 손을 팍 붙잡고 번쩍 일어섰다. 내게 손을 붙들린 재경이도 엉겁결에 일어선다. "그럼, 우리는 자러간다." 내가 말하자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말하던 승호와 현이가 우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를 한다. "그래! 잘자라 인선아! 잘자라 재경아! 선우현!! 넌 좀 양보의 미덕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어!" "그래! 자러가라! 인선! 재경! 난 승호 너랑은 절대.......잠깐!!!!!!!!!!!!!!!!" 말싸움하던 현이가 나를 바라보고 말한다. "야! 재경이는 나랑 같이 잘꺼야!!!!!!" ...........-_-+ 싫어. 재경이는 나랑 잘꺼야. "둘이는 계속 싸워라. 우리는 잔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재경이의 손을잡고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야!!!!! 돌아와!!!!!ㅠ_ㅠ" "이놈이랑 안잘꺼야!!!!!!!!!!!!!" "야~ 얼른가~ 얼른~~~ 킥킥킥!!!" "푸하하하!!!!!!!" 뒤에서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퉁탕거리며 나선계단을 뛰어올라 2층 방문중 아무거나 열고 재경이와 함께 들어와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헉헉헉......... ..........;;;;;;..................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재경이의 손을 잡고 여기까지 뛰어와버렸지...... ......................................삐질......;;;;;;;;; 나도모르게 꼬옥 잡고있었던 재경이의 손을 놓고 재경이를 바라보자, 재경이도 나를 바라본다. 얼굴이 조금 벌개져서 어색하게 미소짓는 재경이. "하..하하하...;;;" "아..//" .........그렇게 어색한 웃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 현승호 ...................-_-+ "금 넘어오면 너 죽고 나 사는거야....알아들었어, 현승호? 이 금이야, 이 금. 넘으면 재미없어." 어디서 색실하나를 가져와서 하얀 침대보위에 금을 긋듯이 색실을 늘어놓는 선우현. 그러나...... 이봐. 금을 그으려면 정 가운데에 그어야지, 엉? 나보다 등치도 작은 니가 왜! 왜! 침대의 2/3를 차지하고 자겠다는거냐? -_-+(빠직) "금 다시 그어!!!!!!!" "흥! 한번 그은 금은 바꿀수 없어!-_-!" 선우현은 그렇게 말하고 더블싸이즈 침대에 2/3에 해당하는 곳에 사지를 쭉 뻗고 벌러덩 누웠다. ....으씨!!!!!!!!!!!!!!!!!!! 내가 그래서 이놈이랑 안잔다고 했잖아!!!!!!!!!!! "내가 이럴줄 알았어!!!!!!!" 나는 그렇게 외치고... ......방의 불을 끄고는........ ..........소심하게 1/3밖에 안되는 코딱지만한 내 공간에 몸을 쭈그리고 누웠다..ㅠ_ㅠ; "야, 금넘으면 재미없어...." 선우현의 말에 모로 누워서 새우잠 자듯이 금을 안넘어갈려고 애쓰는 나. .......어머니, 못난 아들이어서 죄송합니다.ㅠ_ㅠ 나는 어깨에 겨우 걸쳐있는 이불을 끌어당기다가 신경질이 나서 선우현에게 말했다. "야!!! 자리가 좁으면 이불이라도 좀 많이 주란 말이야!!!!!!" "뭐야?! 자리가 좁으니까 이불도 쫌만 덮으면 되지!!!!" -_-+ 아니 저 아전인수격에다가 안하무인인 저 상황 해석은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거냐? 나는 신경질이 나서 이불을 번쩍 던지며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야!!!!!!!! 왜 잠자려고 하는데 이불을 집어던지고 난리야!!!!!!" 덩달아 일어나 내게 삿대질하며 외치는 선우현. 나는 씩씩거리며 현이에게 말했다. "야!! 금 다시정해! 너무 좁잖아!!" 내가 말하자 선우현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신의를 잃으래? 니가 천오수씨하고 이러쿵 저러쿵하니까.." 천오수!!!! 천오수~!!!!!!!!!!!ㅠ_ㅠ 나랑 그사람은 아무일도 없었다니까!!!!!!!!!!!!!!!!!!!!!!!!!!!!!!!!!!!!!! "야! 솔직히 말하자면 니가 더 위험한 놈이잖아!!! 처음에 나한테 뽀뽀한것도 너였잖아!!!!!" 뽀뽀라니.... ..............허걱쓰. .......실수다. (..........................현승호. 17세. 男. 동정. 애인 없음. 궁지에 몰려 자기무덤을 파다.) 얼굴이 화끈화끈. 아아~ 내..내가 어쩌자고 그 얘기를 꺼냈다냐..@_@ 자기가 자기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다 못해 후벼판꼴이 되지 않았나? 이놈의 입! 입! 입! 선우현은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내게 말했다. "그렇게 서운했냐? 첫키스 뺐긴게? 그럼 가져가라? 엉? 가져가! 나 참! 가져가지도 못할걸가지고 남자가 쫀쫀하게 옛일을 들추고 말이야, 엉?" 뭐....? 가져가지고 못할걸 가지고? 남자가 쫀쫀하다고.....? 이 세상 태어나서 쫀쫀하다는 말은 너한테 처음듣는다..... 뭐? 쫀쫀해? 가져가지도 못해? .........................♨-_-♨ (부글부글) "너...너..........(부들 부들)" "그 일이 일어난지가 언젠데 이제는 잊을때도 되었지, 그걸 가지고 말이............흡.............!!!!!!!! " .......!!!!!!!!!!!!!!!!!! 따스한 숨결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입술. 동그랗게 떠진 녀석의 새까만 눈동자. .......나는 나도 모르게 녀석의 두 손목을 붙잡고 녀석을 침대에 눕힌채.....녀석의....... ..........녀석의 입술에.............키스하고 있었다.......... ".............헉!!!!!!!.....너......너...너너................!!!!!!!!!!!" 놀란듯 열려서 어쩔줄을 모르는 붉은 입술.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그 당황한 표정과 얼굴에 떠오른 홍조.... 당황해서 이리저리 굴리는 새까만 눈동자. .....녀석이.......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쿵쿵쿵쿵쿵쿵....... 지진이라도 난듯 내 귀에서 계속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심장에서 지진이 일어났나보다. 심장이 튀어나올듯 가슴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야..너....너......" 녀석이 내게 잡힌 손목을 움직이려고 하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녀석의 입술에 다시한번 키스해버렸다. ...쪽.....쪽........ 처음들어본듯한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달콤하다.... 이렇게 녀석의 입술이 달콤했던가? 첫 키스때와는 달리 지금의 키스는 너무 달콤해서... 녀석의 작게 헐떡이는 숨소리도, 꿈틀거리는 움직임도, 녀석의 모든게 달콤해서..... 나는 잠시 이세상의 끝에 선것처럼 아찔한 기분을 느껴버렸다. "흡......흡흡!!!!!!!!!" ".....하아...." 입술이 부딪히고....다시 한번 부딪히고.... 녀석의 입술이 너무 달콤해서 신기하고... 녀석의 입술이 너무도 부드러워서 신기하고.... 녀석의 가는 손목이 내 손안에 들어와있는게 너무도 신기하다... .............이런게...................키스라는걸까? "헉......헉......" "......하아아....." 숨이 막혀서 녀석의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었다. 아찔한 감각을 느끼면서 눈을 뜨자마자 내 눈에 들어오는건 녀석의 당황해서 일그러진 얼굴. 녀석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어서............나는 깜짝 놀라버렸다. 헉..... ...... .............아...아버지, 제가........제가 방금 무슨 짓을......!!///////////////////// 제정신을 차리고 나의 포즈를 살펴보자..... 내 두 손으로 선우현의 두 손목을 붙잡고 다리사이로 녀석을 가두고... 녀석의 다리가 내 다리에 얽혀있고...... 화아아아아악...///////////// 허어어어억..............!!!!!!!!!!!!!!! 자.....잠깐만!!!!!!ㅠ_ㅠ//////////////// 아..아버지!!!!!!!!!!!!!ㅠ_ㅠ///////////////////////////// 선우현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자..잠깐만. 혀..현아! 자..잠까아아안~@_@" 그러나 현이는 잠깐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나쁜놈아!!!!!!!!!!!!!!!!!!!!!!!!!!!"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_*)) 부우우우우우웅~~~~~~~~~~~@_@ 어머니........ㅠ_ㅠ 하늘에 별이 보인다.....@_@ 내 몸이 날고 있어.... 아아....이것이 죽음인가????????ㅠ_ㅠ 나는 선우현에게 뺨을 호되게 얻어맞고 발로 걷어채여 부웅~날아 방밖으로 떨어졌다. "사..살려....@_@" "나쁜노옴!!!!!!!!!!!!!!!!!!! ㅠ_ㅠ" 날 방밖으로 날려버리고도 시원치 않았는지 현이는 내 다리를 질질 끌고가...... .........나를 나선계단앞까지 끌고왔다. 미..밀어버리려고? @_@ 살려줘!!!!!!!!!!!!!!!!!!!!!ㅠ_ㅠ "아..안돼 거기만..만은...!!" "죽어!!!!!!!!!" 나를 미련없이 계단으로 밀어버린 선우현. 퉁! 탕! 퍽! 툭! @_@ (흐억~) 퉁! !-_#; "흐어어어어어억~~~~~~~!!!!! "들어오면 죽여버리겠어!!!!!!!!!!!!!!!!!!!!!!!!!!!!!!!!!!!!!!!!!" ............콰아아아아아아앙!!!!!!!!!!!!!!!!!!!! "혀..현아......ㅠ_ㅠ" 매정하게 닫혀버린 2층 방문. 나는 나선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데미지로 인해 부들부들 떨면서 한동안 그자리에서 꿈쩍도 할수가 없었다. * 장인선 [ 펑! 툭! ] "흐어어어어억!!!!!" 방밖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뭔...뭔일이지? 궁금해서 고개를 든 순간 재경이와 또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아하하....///" "아.///아이고...////////" 왜..왜그러는거냐, 장인선. 같은집에서 살면서, 같이 잔적도 있으면서 괜히 혼자 뭐 마려운 뭐처럼.. 이렇게 안절 부절....;; "뭐..뭐가 굴러떨어졌을까?" 내가 묻자 재경이가 '아..글쎄..'라고 말하면서 비지땀을 흘린다. 나 원 참...........잠......을 자려고 이방에 들어왔는데...... 둘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듯 침대 주변은 얼씬도 하지 않고 방안의 가구를 괜히 둘러보고, 괜히 방안의 그림을 구경하고, 괜히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침대 주위만을 뱅글뱅글 돌고있다....이말씀이다. .....지금 침대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고 있는겁니까? 응? 괜히 아까본 벽에 걸린 그림을 다시한번 쳐다보고있는데, 재경이가 있는 왼쪽 구석에서 '아!'하는 작은 탄성이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바라보니 재경이가 동그란 구같은 유리에 조심히 손을 대고 있었다. '뭐지?'하는 생각에 재경이의 곁으로 다가가보니......... .....동그랗고 투명한 유리구 속에 물이 가득차 있고.. 그 아래 수초와 모래들이 깔려있고, 작은 물고기 두마리가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게 보였다. "신..기해...." 재경이는 그 유리구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꽉 막힌 유리구안에서 물고기가 살수 있다니...... ..........나도 신기해. "물고기..도 밥을 줘야 하는거 아닐까? 이렇게 막아버리면...." 재경이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자, 나는 괜히 쑥쓰러워서 유리구 안을 들여다보며 내 추측을 말했다. "이렇게 막아두어도...이 구안에 물만있는게 아니라 공기도 있고, 수초도 있고, 흙도있으니.. 이 안에서 생태 싸이클이 일어나 오랫동안 살아있을수 있는거 아닐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는 다시한번 작게 '아!'하고 탄식을 올렸다.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어항안을 가리키며 묻는 재경. "이..물고기....뭔지 알아?" 재경이가 묻자, 나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 유리구안의 물고기를 바라봤다. 작고 은색으로 빛나는 물고기. ......그러나.......아무리 쳐다봐도...... ..........그게 무언지 도무지 모르겠다. ;;; 내가 언제 물고기 구경을 하고 다녔어야지......;; 물고기 이름을 모르겠다고 정직하게 재경이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 구 안에 들어있던 물고기 두마리가 쪼옥 하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하....이거....... "키싱구라미." 내가 말하자 재경이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키싱구라미. 라는 물고기야. 봐봐..둘이 뽀뽀하고 있잖아." 내 말에 재경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그 구모양의 어항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두 물고기가 키스하는것을 보고 '쿡'하고 웃어버렸다. 녀석이 웃으니 괜히 내 기분까지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 유리구가 깨지기라도 하는 물건인듯 조심히 손을 대고 그 안을 조용히 바라보는 재경이. 키싱구라미에게 온 정신이 뺏겨버린듯, 신비한 남색 눈동자가 물빛에 반사되어 빛난다. 길고 부드러운 속눈썹에 쌓여있는 그 신비로운 눈동자. 작지만 오똑한 코가 녀석의 단아한 옆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가끔씩 깜빡이는 남색 눈동자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넋을 빼놓고 구경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 예전에 1945를 할때처럼 한곳에 정신을 잃으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재경이는 그 물고기를 빤히 구경하다가.... 입술이 말랐는지 입술을 잠시 축인다. 그 유리구에 반사되어 더욱 빛나는 작고 얇은 그 석류알 속같이 투명한 입술이.... ......마치 키스를 기다리는 키싱구라미 같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입술에 키싱구라미 처럼 나의 입술을 조금 대어보았다. 아....!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듯한 이 느낌. 녀석의 부드럽고 깨져버릴것만 같은 입술. 그 느낌에 깜짝 놀라서 눈을 뜨자..... .........나와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크게 떠진 남색 눈동자가 보인다. ......////////// 이.....이...이러..런../////////////// "........저............//////" ".......아......그게...........////////////." 아니..내가 어쩌자고.../////녀석에게......///////////////// ..........우리는 바보같이 눈을 크게 뜬채로 입술을 맞대고.......... ...........그렇게 유리구안의 키싱구라미처럼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BGM # Heavenly kiss - Mr.children. Shall we heavenly kiss 言葉を超えてKiss 우리 천국같은 키스를 하자, 언어를 넘어 Kiss해. 腑に落ちなくたっていいじゃないか 이해가 안 가면 어때 長過ぎず 優しすぎぬKiss 너무 길지 않고, 너무 부드럽지 않은 Kiss ちょっと幻想に漂って 조금 환상에 젖어서 出合いの日の二人以上につよい 첫만남 때 이상으로 강한 想いが 煌めきが この一瞬で蘇る 추억이, 반짝임이, 이 한 순간에 되살아나 ..........Heavenly Kiss * 장인선 정말...언제 봐도 재경이의 눈동자는 신기하다. 머나먼 북국의 심해처럼...깊고도 부드럽게 빛나는 남색의 눈동자.. 이렇게 가까이서 본것은 처음인것 같은... ..........같은........... .....잠시....... 지금......나는.........!!! 아...! .............. .............................. .................................../////////////////////////////////////(화아아아악) 나는 놀라서 녀석과 맞대고 있는 입술을 재빨리 떼었다. "아..아, 저기..하..아..그게 말이지........" 내..내가 어쩌자고 그런짓을!!!!!!!!! 방금 그것은...... ..........그것은......... ................/////////////////.........키스였단 말이다............. 얼굴이 벌개져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는 재경이. 앉았다 일어섰다, 정신이 없다. 나는 재경이의 그 모습을 보고 처절하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저기, 그게.......아, 저기.......키싱구라미가.......아........" .........키싱구라미를 보다가...... 네 입술에 키스하고 말았다고? 네 입술이 키싱구라미 같아서?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 "아..그, 키싱구라미가..............." ............처절하다, 장인선. ............불쌍하다, 장인선. 재경이와 나, 둘다 키싱구라미가 있는 어항앞에서 들썩들썩, 안절부절,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가.. 입술을 축였다가, 손을 비볐다가, 눈을 긁었다가, 다리를 움직였다가, 머리를 쓸어보았다가..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아....저, 키싱구라미가.....음........키싱구라미가......." 얼굴이 벌개져서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재경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키싱구라미가....' 다음의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눈빛이겠지. "아아.....음.........그.......키싱구라미가........키싱...구라미가 키스...를 하고 있으니까......음.....///" ".......아........아.........응..........아........" "아하하하......키싱구라미가 키스..를 하고 있어서.....음......;;///////" "아..그..그렇구나....;;" 그렇긴 뭐가 그렇냐! 재경아... 아아.....장인선.....ㅠ_ㅠ 그만해, 차라리 그만해. 키싱구라미가 키스를 하고 있어서....그래서 어쩌자고? 엉? "자, 이..이걸봐, 아..키싱구라미가 키스를......;;;;" 나는 아까 일을 무마하기 위해서 괜히 그 유리구를 붙잡고 키싱구라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나를 의식하기라도 한듯, 그 맹탕맹탕한 눈을 희번뜩 거리며 여보란듯이 다시 키스하기 시작하는 키싱구라미. .........젠장! //////// 그 키싱구라미가 키스하는 광경을 본 나는 괜시리 아까 재경이와의 키스(같지도 않은 키스)가 떠올라서, 못볼걸 보기라도 한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고개를 돌린순간 재경이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둘다 약속이라도 한듯, 양 볼이 새빨개졌다. .....아아, 이 무슨 추태냐, 장인선. 꼭 키스 처음해보는 동정남처럼...키스 한두번 해보나..? 오늘따라 왜....////// 곁눈질로 다시 유리구를 보니, 아직도 쪽쪽거리는 키싱구라미. 재경이는 그걸 보고 벌개진 얼굴로 당황한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그러면, 아...나는 이만....음......저.....자..자야겠네....." 그리고는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있던 재경이는 몸을 일으켰다. 잘려고..? 벌써.....??? "아, 잠깐만!!" 나는 무슨 생각인지 일어서려는 재경이의 팔을 붙잡고 재경이를 제자리에 앉혀버렸다. "아..아이고..! /////////////"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재경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겁해서 다른곳으로 시선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벌개진 얼굴을 식히려고 손등으로 자꾸 볼을 누르는것도 왠지 모르게 미치도록 귀여워보인다. 뭔가 말을 하려고 더듬거리는 입술이 자꾸만 눈에 쏙 쏙 들어온다. "음.....저, 키..키싱구라미가....저기...." 내가 그렇게 말하고 유리구를 잠깐 쳐다보자, 재경이도 덩달아 유리구를 바라본다. 유리구 안에서 입술을 3M 접착제로 붙여놓기라도 했는지, 입술을 콱 붙인채 떨어지지 않는 키싱구 라미. "아, 응...아.....음......" "아하..그래서..음....." 뭔가 말을 할려다 마는듯 더듬거리는 입술. 나는 유리구안의 키싱구라미와, 재경이의 입술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다가.. 무슨 최면이라도 걸린듯이...... 다시 재경이의 입술에 입맞추고 말았다. 마치- 키싱구라미가 하는 키스처럼.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키스. "저..저기 잠깐만..." 재경이가 나를 말리듯이 손으로 내 어깨를 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붙잡고 다시 한번 키스하고 말았다. 쪽- 부드러운 입술. 쪽- 아름다운 눈동자. 쪽-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미치도록 심장이 두근거리는 키스는 해본적이없다. 재경이와 나, 둘이서만 이 세상에 남아 키스하는듯한 느낌. 머리속이 하얗게 표백되고..가슴이 미치도록 두근거리는.. Heavenly Kiss- 천국같은 키스. 아.... 난..........언제부터..... ......언제부터.....난 이녀석을 좋아하게 되어버렸을까......? 결코 깊지 않은, 입술에다가만 하는 베이비 키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자기 전에 축복하는 키스처럼...... 마치 키싱구라미가 매시간, 매분하는 그런 키스처럼........ 우리는 유리구안의 키싱구라미와 함께 여러번 짧게 키스했다. 유리구에서 비치는 푸른빛 때문인지..... 아니면 별장의 조명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싱구라미와 맞추어 내가 재경이에게 키스할때 재경이의 모습은.... 내가 이제껏 봐온 재경이의 모습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 이선재 역시나..... 잠탱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창욱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녀석의 볼을 꼬집어도, 숨을 못쉬게 코를 잡아도, 구렛나루의 머리카락을 뽑아도,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잠을 자는 이창욱. 칫....이렇게 곯아떨어질려구 나랑 자자고 했냐? 적어도 여행의 첫날밤엔말야..어쩌구 저쩌구 얘기도 나누고, 그래야 되는거 아니니? ㅠ_ㅠ "아휴휴휴휴휴휴------"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눈꼽만치도 잠이 오지 않았지만, 불을 끄고 녀석의 곁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리 잠을 자려고 노력해봐도, 녀석이 쌕쌕대는 숨소리때문에 점점 정신이 맑아질뿐 잠은 코딱지만큼도 오질 않았다. 잠이 안와서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데..괜히 아까 창욱이와 손을 잡고 정원을 돌던일이 떠올랐다. 마치 내 기분을 이해한듯이 내가 피곤해지기 직전까지만 딱 정원을 서성거리다가 돌아온 창욱이. 한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정말 편했다.. 마치 또하나의 나와 있는것처럼. 녀석과 나는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창욱이와 나는 서로에 대해서 정말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있다. 예를 들자면.. 창욱이는 월요일에는 꼭 하얀색 브리프를 입고, 정말 어울리진 않지만 드라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예상외로 아주 로맨틱한데도 있으며,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우는 녀석이고.. 한번도 말한적은 없지만 굉장히 쑥쓰러움을 잘타는 녀석이란걸..나는 안다. 창욱이네 집에 놀라가면 창욱이의 다섯 형과 두 누나, 그리고 한명의 여동생이 꼭 나를 자기 남매 반기듯이 반겨주기 때문에 마치 내가 녀석의 형제가 된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창욱이는 나의 분신같았다. 성격도, 키도, 얼굴도..하나도 닮은데가 없었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닮았다. 2살때부터 내 유년기와,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공유하고있는 창욱이.. 녀석이 정말..... ........갑자기 사라져버린다거나..이사를 간다거나..하면...... ...........그러면....... 그런생각을 하자마자 괜히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올것만 같다. ....바보, 이선재. 창욱이는 친구일뿐이고..나중에 대학생이 되고..서로 어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가지면.. 당연히 멀어져야 할건데.. .....그런데..... ........................ .............................. "하아....모르겠다." 나는 천장을 보면서 나즈막히 말했다. ......그래, 어떻게 될지...정말 모르겠다. 너와 어떻게 헤어지게 될지..또 나중에 누가 먼저 죽을지.. 하지만, 어떻게 되든지..반드시 니가 행복한쪽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그지? 곰팅아.. "곰팅아.....행복하게 살아라..응?" "........" "곰팅아...내말 듣고 있어?" 천장을 쳐다본채로 조용히 말해보았지만, 역시나 곰팅 창욱은 대답이 없다. "아휴휴휴...물어본 내가 죄지. 잘자라." 그렇게 말하고 창욱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자려는데...... ...........갑자기 터억! 하고 숨이 막혔다. "흐어어억!!!" 괴성을 지르며 옆을 돌아보자, 내 목에 팔을 처억 감은 이창욱. 창욱이의 얼굴이 내 바로 앞에 있었다. 얼마나 얼굴이 가까이 있었는지, 둘의 코가 서로 맞닿을 지경이었다. "야!!!!!!!!!! /////// 듣고있었어?????///////" 쑥-쓰럽게!!!!!///////// "야!! 야!!" "................드르르르르렁........." "...........-_-;;;;;;" ......그럼, 그렇지. 잠꼬대지..녀석이 잠자다 깬적을 본적이 없으니...... 이....//// 자..잠버릇 고약한 놈아~!!!!!!!!!!!!!!!!!!!//////// 이.......이......자기만 편하게 자면 된다 이거냐!!!!!!!!!ㅠ_ㅠ 내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도 창욱이는 일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괜히 나혼자 허둥대면서 내 목을 살인적으로 감고있는 녀석의 팔을 걷어내려고했다. 그러자....오히려 내 목을 더 단단히 감아오는 창욱이의 팔. ..........@////@ 야!!!!!! 이놈아.....왜 잠을 이렇게 자는거야!!!!!!??????? ㅠ_ㅠ "야~ 창욱아!!!! ㅠ_ㅠ 팔 풀어!!!!!!!!" 내가 창욱이의 팔을 풀려고할수록, 창욱이가 더욱더 내게 앵겨드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내 뺨과 창욱이의 뺨이 찰싹 맞붙게 되어버렸다. .....////////////// "야......!! 야, 이창우우욱!!!!! 일어나아!!!!! ㅠ_ㅠ" 내가 그렇게 말하고 발버둥을 쳐서 녀석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이제는 급기야 녀석이 단단한 다리로 내 온몸을 낙지처럼 칭칭 감아버렸다. ..............////////////!!!!!!!!!!!!!!!!!!!!!!!!!!!!!!!!!!!!!!!! "야!!!!!!!!!!!!!!!!!!!!!!!!!!!!!!!!!!! ㅠ_ㅠ" 헉! 헉! 헉!!!!!!!!!!!!!........//////////////.........야~ 이창욱!!!!!!!! 너!!!!! 어!!!!!!!!!!!!!!!! "창욱아!!!!!!!!!!!!! 일어나!!!!!!!!!!! ㅠ_ㅠ" 이.....나쁜놈아!!!!!!!!!!ㅠ_ㅠ 잘라면 혼자서 잘것이지, 왜 남의 잠을 이렇게 퍼뜩 깨우는거야!!!!!! 이.....이......나..낙지같이 나를 칭칭감은 다리도 좀 풀어!!!!!!//////////// 내가 눈물섞인 호소를 하자, 눈썹을 찌푸리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뭔가를 웅얼거리는 창욱이. "도망가지마........날 버리고.....가지마........." ......... ................... 안그래도 녀석의 뺨과 내 뺨이 찰-싹 맞붙어있는지라 녀석의 말은 내 귀에 속삭이듯이 직접 들려왔다. .......//////////////// (화아아아악) 이....뭐..? 버..버리다니......?////////////// 내가 널 버릴리가 없잖아... "야..야...야아....이..이창욱......ㅠ_ㅠ////////" 내가 다시한번 녀석의 팔과 다리를 풀려고 버둥거리자, 나를 꼬----옥 껴안은 창욱. ".........도망가지마.....날 버리지마.............................." ".......응? //////////" 창욱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그렇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 내가 할말이......... 다시한번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창욱. "가지마............................................................탕수육." .......... ....................... ............................. ...................................갑자기 머리가 싸-하게 식어버린 느낌이다. ......뭐? ........가지마.............탕수유우우우욱? 아.... ......아하....... ........너..........너.........지금.................. .................나를 꿈에서 보는 탕수육으로.....착각하고 있다.......이말이야????? ..........-_-................ ............이......나쁜놈....사람을 갑자기 껴안아서 당황하게 해놓고.......... ..............♨-_-♨(부글부글)........ "야!!!!!!!!!!!!!!!!!!!!!!!!!!!!!!!!!!!!!!!!!!! +_+" 나의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괴력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번개처럼 일어나 내 몸을 감고있던 창욱이를 번쩍 떼어내어 휘이이익-하고 날려버렸다. 쿠당탕탕탕----!!!!!!! 침대 바깥으로 밀려나 바닥으로 떨어진 창욱이. 창욱이는 한참을 괴롭다는 표정을 짓더니.....이내 바닥에 널부러진 자세 그대로 또 자기 시작했다. "......씩씩씩.......아....저.......나쁜놈!!!!!!!!!!" 나는 괜히 혼자 침대에 오똑하니 앉아서, 혼자 얼굴이 벌개져서, 혼자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그야말로 혼자 생-쑈를 다하고 있었다. 그래........그래~!!!!! 아주, 나를 껴안고 부비부비하고 간절한 표정을 짓더니... ....오호, 내가 탕수육으로 보이셨어~~~? .....죽어+_+ 이, 나쁜놈아. 죽어! +_+ 나는 창욱이를 침대 밖으로 던져버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침대에서 내려와 널부러져 있는 창욱이의 배위에서 열심히 점프도 하고, 녀석의 다리를 들었다놨다 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고문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꿈쩍하지 않고 새근새근 잘도 자는 이창욱이 오늘따라 얄미워보여서 녀석의 귓구멍에다가 녀석이 오늘 내내 신고 벗어놓았던 양말을 쑤셔넣어버렸다. ......흥!!!!!!!! 이 나쁜놈아~~~~~~~~~~~ㅠ_ㅠ 쌤통이다! +_+ 나는 귀에 양말을 꼽고 방바닥에 널부러진 창욱이에게 뻬-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나혼자 드넓은 더블침대에 누워 씩씩대며 누웠지만.... ....... ...........잠이 오질 않는다.ㅠ_ㅠ "너때문이야!" 부글부글 끓는 맘을 주체할수가 없어 빽-소리를 질렀지만, 여전히 곰팅 창욱은 코골면서 잘도 잔다. 아..진짜...왜 저자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자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부글부글 속을 앓고 있노..ㅠ_ㅠ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왜..왜 나만 이렇게 씩씩대니..바보 같이.. 넌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만 바보같이 이렇게 화를 내니.... ......... ...... "이창욱, 제일 나쁜노오..노오오옴...ㅠ_ㅠ" 나는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잠꼬대처럼 '이창욱 나쁜놈'을 외치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그날밤 꿈속에선 나를 탕수육으로 착각한 창욱이가 계속해서 나를 껴안는 모습이 나를 괴롭게했다. ..ㅠ_ㅠ 이창욱, 나쁜놈! * 사족 크흑...유구무언입니다. 레포트와 보강때문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컴앞에 앉을시간이 별로 없어서..^^; 미안해요. 혹시라도 기다리신분이 계셨다면...ㅠ_ㅠ; (쥘쥘쥘) 흑..시간 짬짬히 써보도록할게요.^^ 조만간에 또 뵙기를..! ㅠ_ㅠ 이전: [금지/퍼옴]나의 진주45~47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38~41 2002/11/16(14:02)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공지사항] [공지] 서비스 URL 변경 및 기존 URL 서비스 중지 안내 널 갖지못한다면 죽여버린다!!!! -------------------------------------------------------------------------------- 작성자 : love is [ ladmin ] 추천: 1, 조회: 100, 줄수: 2783, 분류: Etc. [금지/퍼옴]나의 진주45~47 이 소설은 아비님의 소설으로서 아비님의 메일주소는 ohtellme@yahoo.co.kr입니다. * BGM # 眠れぬ夜は君のせい (잠못드는밤은 그대때문이죠) by Misia . . こい焦がれたなら 想うその人と 夢の中でもし逢えるなら 애타게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그사람과 꿈속에서라도 만날수만 있다면.. さみしい夜など きっとないのにね 외로운밤 따윈, 틀림없이 없을텐데.. 今夜夢の中 どうか逢いにきて 오늘밤 제발 꿈속에 만나러와줘요 その願いがもし?うなら 信じてもいいよ 昔の話を 그 소망이 만약 이루어진다면, 믿어도 되요. 옛날 이야기를... あなたの肩にふれた風の中 私の心のおくには 春の花がさいている 당신의 어깨에 닿은 바람속, 내 맘속에는 봄의꽃이 피어있어요 * 반우진 어디보자....... 여기에 온지.....십..십삼일이 지났나.....십사일이 지났나....? 고개를 돌려 달력 대용으로 벽에 그어놓은 표시를 보니, 正자 2개와 완성이 덜된 바를 정자. 14일이로군. 그럼...2주인가? 벌써.......?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묻었다. .......홍영진과 난데없는 별장 동거를 한지도 어언 2주. 줄기차게 걸려오던 병호로부터의 호출도 핸드폰 밧데리의 방전으로 더 이상 걸려오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그날 밤, 무서워하는 홍영진녀석과 하룻밤만 자주고 떠나려 했지만..... 이 어린 녀석을 어떻게 혼자 여기다 내버려두겠나..하는 생각에..... 하루가 이틀이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고, 사흘이 일주일... 이런식으로 해서 벌써 2주가 흘러가고 말았던 것이다. 참, 나도 생각보다 우유부단한 사람인가보다. 어쨌든... 영진이가 나를 귀신으로 오해한 다음날, 나는 냉장고를 열어 냉장고 안에 시체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때 영진이는 나를 마구 째려보았다. 왜 거짓말을 해서 사람을 무섭게 했냐면서....) 그 다음부터 영진이와 나는 그럭저럭 아저씨와 국민학생으로써 잘 해나가고 있었다. 영진이는 처음 삼사일동안에는 나를 좀 무서워하고, 서먹서먹해 했지만 확실히 어린애는 어린애인지라.. 나중에는 나한테 이것저것 자기집에 대한 얘기도 말해주었고, 나한테 밥이 맛없다고 투정도 부렸으며, 밤에는 무섭다고 같이 자자고 내 침대로 막무가내 들어와 생떼도 부렸으며, 백호 아저씨를 빨리 자기 앞으로 데려다 달라며 울기도했다. 참으로 미운 6살이다. 기왕이면말이야..좀 자기 뒷처리도 가능한 12살, 13살. 이때로 가면 안되냐? 그래서 나는 영진이가 왜 하필이면 '6살'로 돌아가야했을까..하고 생각했었다. 녀석의 퇴행은 분명히 어딘지 모르게 강렬한 기억이 있던곳으로 전이됐음이 분명하다고 느꼈기때문이다. 그리고 녀석과 지내면서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6살'은 홍영진이 우리 아버지에게 유괴되었던 나이였다. '6살'은...홍영진때문에 그의 담임인 현승호가 죽었던 나이이며.... ...아버지에게 아들로써 버림받았던 나이였던것이다. 영진이는 강력한 외부 충격으로 그 잊을수 없는 '6살'로 되돌아오고 만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의 현재 정신 시점은 유괴되었을때 담임인 현승호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지 5개월 후. ...... ........때문에 녀석은 아직 완전히 유괴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 매일밤 악몽을 꿨으며, 베개가 흠뻑 젖을정도로 울어댔다. 그리고 꼭 일어난 뒤에는 백호 아저씨를 찾았고, 현승호라는 담임선생님에게 계속 미안하다면서 울었다. 뿐만 아니라..그의 아들인 '현승호'에게도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 .............녀석은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것 같다. 그나저나 2주일간 함께 지내는데도.. 영진이가 밥을 할줄 알겠나..아니면 내가 밥을 할줄 알겠나.. 밥을 할줄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우리는 매일 그 먼거리를 차로 달려나가 밥을 사먹고 돌아왔고.. 밥값+기름값으로 내가 가진 돈은 급격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으..음, 어제 곰탕을 먹고 돈을 낼때 지갑이 정말 좀 얇던데..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나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활짝 열어보았다. ..... .............들어있는 돈은 달랑 16300원. ..... ......... ................큰일났다. ...갑자기 식은땀과 오한이 밀려온다. 이..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하는고? 나는 목청을 최대한 가다듬고 조용히 영진이를 불렀다. "으...으음...;; 야..........영진아............" 내가 부르자 꾸벅꾸벅 졸고있던 영진이가 눈을 비비며 나를 돌아본다. "왜요, 아저씨?" 영진이는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나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영진이에게 대꾸했다. "이제 우리한테 만원밖에 안남았어." 내가 그렇게 말해도 영진이는 조금의 긴장감도 없다. '아, 만원이 남았군요.'라는 태평한 얼굴. 아아...안돼. 저 태평한 정신.. 나는 영진이의 옆에 가서 앉으며 계속 얘기했다. "음...이런식으로 가면...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수가 없다구."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영진이가 울상이된다. 영진이가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저씨 갈꺼야? 갈꺼야?" ....... ............아....... 이놈아..넌 지금 17살이야!!! 머리는 회색으로 훌러덩 염색한 놈이, 얼굴은 어른인데.. 왜, 왜 그렇게 표정이...나의 동정심을 자극하는거냐?!!! ..................진짜..내가 널 버리려고 해도...너의 그..그..표정때문에.... 도대체 17살이나 먹은 녀석이 왜 이렇게 애처로운 표정을 잘 짓는거냐? 응? 이봐! 나한테 그렇게 찰싹 찰싹 달라붙지마!ㅠ_ㅠ 너의 정신은 6살이지만, 네 몸은 17살이라는걸 알아야지!! 그러나 나는 영진이의 표정에 흔들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영진이를 다독이며 황급히 말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아니 갈..갈리가 없지.;; 그렇지, 아무렴, 안가. 오냐, 니가 원할때까지 여기 있을게!! 있을거라니깐!! ㅠ_ㅠ 그러니까 좀 떨어져!!"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영진이를 밀어내도, 영진이는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킥킥웃으면서 달라붙는다. 그러면서 샐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호 아저씨는 잘 안아주는데......반우아저씨는 나쁘다." 아, 제발 나를 그 백호 아저씨와 비교하지마라. 백호 아저씨도 너를 안아줬을때, 넌 6살의 큐트한 몸이었지 않겠니? 그러나 지금 너의 덩치는 170이 넘는 거구. 안아주기에는 좀 무, 무...무리야! 그리고 어쩌다 내가 반우아저씨가 되었냐... 정말 장가도 안간 내가 팍-늙어버리는 기분이다. 이봐, 나는 밖에 나가면 한창 물오를 스물 셋이야! 23!!! "알았다, 밤에 같이 자줄테니까 지금은 좀 떨어져라." 내가 말하자 영진이는 그제서야 내 팔을 놓고 자기 무릎을 껴앉고 앉았다. 또..무릎을 껴안고 앉는구나.. ....영진이는 언제나 무언가를 껴안고 있었다. 나를, 자기 무릎을, 아니면 쿠션을, 그것도 안되면 이불을... ...녀석은 뭔가를 껴안고 있음으로써 자기가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저녁먹으러 나가볼까?" 내가 말하자 영진이가 웃으면서 일어섰다. *** "맛있었냐?" 내가 녀석에게 묻자.... "응." 영진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오늘은 돈이 없어서 둘이 떡라면 한그릇씩. (피같은 3천원이 빠져나갔다.) 우리는 밥을먹기위해 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나와, 재래 시장안에 있는 분식집에서 후딱 저녁을 해치웠다. 그리고 6살인 영진이를 잃어버릴까 무서워, 녀석과 손을 맞잡고 그 손을 천천히 흔들면서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시장은 밤 8시가 넘자 파장하는 분위기. 모두들 짐을 꾸리고 천막을 내린다. 시골중에서도 시골 깡촌인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메주도 주렁주렁 걸려있고.. 도시에선 찾아보기 힘든-이름조차 모를- 낯설은 먹거리도 많이 있었다. 영진이와 나는 파란 천막이 쳐진 좁은 시장골목을 두 손을 맞잡고 남은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유랑하듯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신기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영진이. 영진이는 걷다 멈춰서서 한곳을 가르키면서 내게 물어봤다. "아저씨, 저거 뭐야?" "뭐가?" 영진이가 가리킨것은 시래기. ( 혹시 아실랑가..^^; 시래기는 무나 배추의 잎을 말린것이랍니다. 요즘엔 잘 안먹죠. 저는 좋아합니다. <--사실 먹을건 아무거나 다 좋아합니다-_-;) "시래기." 내가 대답해주자 영진이가 인상을 팍 쓰면서 대꾸한다. "뭐? 쓰레기?" ".......-_-; 시.래.기." "시래기가 뭔데?" "음....뭐냐면....." 나는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먹으면서 불분명한 발음으로 대꾸했다. "무나 배추의 잎을 처마밑에 사시사철 말려뒀다가.. 나중에 된장이랑 멸치를 넣고 같이 끓여서 먹는거지. 맛있어." "우와..." 영진이는 스크류바를 먹으면서 나를 감탄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크..크흠; 무안하게. 사실은 나도 예전에있던 우리집 가정부 할머니한테 들은것 뿐이야.. 영진이는 혼자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녀석의 그런 모습이 진짜 6살짜리 같이 귀여워서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영진이와 내가 아이스크림을 거의 다 먹고, 주차해놓은곳에 도착했을때 쯤.. 구루마를 몰고 종을 흔들며 온갖 물건을 파는 할아버지가.. ' 방향제~있쑤어~ 냄비받이 있쑤어~ 국자 있쑤어~ 이쑤시개 있쑤어~장난감 있쑤어~' 라고 외치며 우리 옆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지막 남은 스크류바를 다 베어먹은 영진이가 호기심에 가득차서 그 할아버지가 몰고가는 구루마를 바라봤다. 그 눈길을 느낀 할아버지. "보소, 보소. 필요한거 다~있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앞에 구루마를 딱 멈춰세웠다. 구루마에서 의자까지 빼내서 우리에게 한 물건 팔기로 작정한듯 자리를 잡고 턱 앉아버리는 할아버지. ....;; 안됩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정확히 12700원이 남았기 때문에.... "할아버지, 이건 뭐예요?"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북치는 토끼를 들면서 물어보는 영진이. 영진아! ㅠ_ㅠ 내려놔!!! 우리 돈 없다!!! 그러나 다급한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영진이와 할아버지는 화기애애하게 북치는 토끼에 건전지를 넣고 토끼가 북치는것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있었다. .....미치겠네. "보소, 니 동생줄라고?" 할아버지가 영진이를 바라보면서 말씀하시자, 영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아뇨, 제가..."라고 말했다. 헉, 지금 니가 저걸 가지고 논다고 말하려고 하는거냐? 할아버지가 얼마나 널 오해하시겠니! ㅠ_ㅠ 나는 황급히 영진이의 입을 틀어막고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뇨, 제 조카줄려구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할아버지가 '오오~좋은 삼촌이구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익숙하게 봉투에 토끼 장난감을 담아 내게 내밀면서 '오천원이구먼'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고난이도의 상술이... ....크흑, 결국엔 사게 되는구나... 나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할아버지께 5000원을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바지앞에 매단 주머니에 5000원을 5번은 접어서 꼭꼭 끼워넣으셨다. 그리고 웃으면서 구루마 한구석에 있는 동화책을 건네주셨다. "좋은 삼촌인께, 내가 덤으로 이것도 줄게." "아, 예...감사합니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인사하시고 다시 종을 울리면서 구루마를 몰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 ...........하아아아.........이런 예상외의 지출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영진이에게 동화책과 토끼가 담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활짝 웃는 영진이. .... .............. ......................이래서 어쩔수 없이 샀다니깐........ 나는 마냥 기뻐하는 영진이의 손을 맞잡고 다시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 퉁탕탕탕~ 탁탁탁~ 방한구석에서 정신없이 북치는 토끼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영진이는 그 모습이 재밌는지 토끼가 가는곳을 눈으로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하긴, 여기에 놀게있나...친구가 있나.... 아니면 하다못해 내가 재밌는 사람이기를 하나........ 말은 안하지만 영진이도 지난 2주동안 우라지게 심심했을것이다. 해가지자마자 벌써 집안은 캄캄해졌고, 끝끝내 전기를 고치지 못한 우리들은 자연의 순리에 맞춰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는...그야말로 자연인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잠자기 조금 전 이제 따악 한개피남은 담배를 조심스럽게 입에 물었다. 그리고 손을 모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한모금빨아들이자 알싸하게 혀를 자극하는 담배의 향기. ...... .......아아, 담배가 이리도 맛있었다니...... 역시 없어지면 필요성을 안다더니.. 집에 있을땐 방안에 굴러다니는게 담배였는데, 여기 오니까 밥값이 아까워 담배 한번을 못샀구나. 아껴서 오래-오래 피워야지.. 그렇게 작심한 나는 팔베개를 하고 눈을 감은 뒤, 벽에 기대어 앉아 온 몸으로 담배의 향기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런데......반쯤이나 피웠을까..... 옆에서 작은 기침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서 옆을 바라보니 내 옆에 무릎을 껴앉고 앉은 영진이가 작게 기침하고 있었다. "....왜 여기 앉아있어?" 내가 묻자 영진이가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무서워서." ............-_-;; 나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아껴피리라고 다짐했던 담배를 눌러껐다. 으으으으........홍영진...너 기억만 돌아와봐라. 나한테 담배 열갑은 기본으로 바쳐야할걸... "올라가서 자자...어두워졌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둘은 2층에 있는 침대방으로 올라왔다. 영진이가 하도 무서워하는터라 창문에 달려있는 커텐도 다 뜯어버렸다. 덕분에 달빛이 조금 비춰들어와서 방안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식별할수가 있었다. "먼저 자, 아저씨는 조금 있다 잘거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 재우고 혼자서 다른 침대에서 잘려고 그러는거지?" ................정답. 이봐, 생각을해봐!!! 도대체 그 작은 침대에 왜 남자인 우리둘이 찰싹 붙어야 자야하는거냐!! ㅠ_ㅠ 너의 정신만 고려하지 말고 나의 정신도 좀 고려해주렴!! "......아, 아냐...무슨...그럴리가.......잠이 안와서 잠깐...." 그러자 영진이는 대뜸 내게 아까 시장에서 샀던 책을 내밀었다. "그럼, 이거 읽어줘." ...............-_-; 지금 나보고...침대에 누워있는 너에게... 그 영화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이..책을 읽어주라- 이 말이냐? .....이봐, 나 장가도 안갔어!! "영..영진아.." 내가 더듬거리며 어떻게 거절해야할까를 생각하자, 내게 한번 더 책을 내밀면서 말하는 영진이. ".....읽어주세요." ..........................졌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진이가 웃으면서 냉큼 침대에 누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영진이가 앉은 침대맡에 걸터앉아 어슴프레한 달빛에 의지해 한자, 한자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한 나라에 가난한 소녀가 살았답니다. (미치겠군...) 그 아이는 가난해서 매일매일 성냥을 팔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답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혹시 영진이가 잠을 자는가 확인하기 위해 슬그머니 영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왠걸. 영진이는 두 눈 말똥말똥 뜨고 내 이야기에 흠뻑 심취;해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어쩔수 없이 내게 눈꼽만큼도 안어울리는 다음 대사를 읽어야했다. ""....성냥사세요...(ㅠ_ㅠ;)....아저씨, 성냥사세요....."" .....ㅠ_ㅠ; 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볼까 두렵구나...... 그러나, 뭐 어쩌겠나. 그 누가, 내가 홍영진에게 이렇게 곰살맞게 동화를 읽어줬다는걸 알겠는가?! 나는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 ".. ... ..... ........ ............그래서 영원한 잠에 빠진 성냥팔이 소녀에게.. 요정님은 눈물을 흘리며 '착한아이야, 잘 자거라'하고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읽기시작한 성냥팔이 소녀였지만.. 나중에는 나도 뒷내용이 궁금해서 읽고있었다. .......그렇구나......... 마지막에 성냥팔이 소녀는 죽었던 거로군....... 조금 왠지 가슴이 찡-하다. 참, 동화에는 예상외로 비극이 많단말이야.. 인어공주도 그렇고, 플랜다슈의 개도 그렇고...이 성냥팔이 소녀도 그렇고... 나는 마지막을 읽고 동화책을 덮었다. 그리고 영진이가 누워있는 쪽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잘줄알았던 영진이는 자고 있지 않았다. 영진이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 더 창백해 보이는 영진이의 얼굴. 어둠과 달빛이 영진이의 얼굴에 신비로운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안자고 있었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진이는 잠시 망설인 후에 내게 물었다. "굿나잇 키스가 뭐예요?" ........ ..............음.......굿나잇 키스라........ "........음.......부모님들이......밤에 잠자기 전에.. 착한 아이에게 잘 자라고 키스해주는거야..."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는 조금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우리 아빠는 굿나잇 키스같은거..안해줘요." ...... ..............나도 그래. ...뭐.......어쩔수 없잖아.... 너나, 나나.....다정한 아버지는 기대할수 없는걸. 영진이는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그런가봐요........ ......나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어서.....그래서 내가 싫은가봐요." 영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녀석의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소리없이 배게로 스며들었다. 괜히 가슴이 아프다. ....' 내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그런가봐요....' ..... ........그런가,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 ........아마 녀석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우리 아버지의 유괴때문일것이다. ......... ................나는 녀석의 상처에 책임이있다. .....그래서.....그래서 나는 너를 이렇게 돌봐줄수 밖에 없는가보다. 내가 아버지의 죄를 물림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죄를 씻어야 하는걸까...? 너는 승호를 돌봐주고...나는 너를 돌봐주면서.....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의 죄를 씻으며 살아가는것일까... "그렇지않아......." 답답한 마음에 나는 영진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영진이의 눈물은 더욱 많이 흘러내렸다. ".........아빠는 형들만 예뻐해요...... ............나는 싫어해요." .....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홍영진의 아버지는.......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자기를 구박하더라도..... 그래도 부모를 사랑할수 밖에 없다는것을 모르는것일까... "우리 담임선생님도 나때문에 죽었어요.. 승호도 나를 싫어할거예요."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이불을올려 눈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 ................그렇지않아..... ......너에겐...정말로 아무런 책임이없어. 그건...다 어른들의 잘못이야.... .......... ..네 탓이 아니야......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영진이의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해주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이마... 왜 너의 아버지는 너의 이 따듯한 이마에 키스해주지 않았던걸까... 내가 키스해주자 놀란듯이 눈을 가리고있던 이불을 내리고 나를 바라보는 영진이. 녀석의 눈물이 가득고인 새빨간 눈동자가 왠지 내 마음을 콕콕 아프게한다. 나는 영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말해주었다. "방금.....그게 굿나잇 키스야..... 네 아빠 대신...내가 해준거라고 생각해." 그러자 영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나는 다시한번 영진이의 이마에 짧게 키스하고 조용히 말했다. "착한아이야, 잘 자거라....."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는 엉엉거리고 울기 시작했다. ......... ..........이렇게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착한 아이인데.... 17살이 된 너는..왜 그때 그렇게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던걸까...? 무엇이 그렇게 너를 극한으로 몰아붙였던걸까..? 그 책임은...나의 아버지에게, 그리고..나에게 있는것일까? 너의 기억이 돌아와...내가 너의 원수라는걸 알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녀석과 나의 얽혀있는 악연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하지만....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 현재 나에겐 너의 눈물을 위로해주는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내 팔을 안고 훌쩍이는 영진이의 등을 다른 손으로 쓸어주었다. 그리고 영진이가 울면서 잠이 들때까지 나는 계속 녀석의 곁에 있어주었다. ...... .........녀석과 나의 얽혀있는 과거, 그리고....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모든것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해서....잠이 오질 않았다. 머릿속으로 기억속에 파묻혀있던 옛날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 이번에 백경파의 막내 아들을 잡아두었지..... 이름이 홍..영준인가 홍영진인가..되더라. 그래서 백경파 홍진철놈한테 전화를 했지만.. 그 놈은 지 아들이 죽든지 말든지 눈하나 깜짝하지 않지 뭐냐. 뭐, 아기를 죽이는건 씁쓸한 일이지만.. 후환은 미리 없애는게 좋으니까. ' 그게 너였구나.. ....... .......넌 살아있었군.....이렇게......어릴적의 상처를 안고서..... ....... ..아마도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나에게 돌아온 나의 벌. ....... ......... ...........너를 무사히 돌려보내는게 내 죄값을 치루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돈도 다 떨어져버린 지금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또 사라져갔다. 밖에서 풀벌레가 울고 쏙독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는 여름밤. 잠도 오지 않는.....아주 길고도 무더운 밤이었다. * 사족 오늘은 홍영진君의 이야기입니다. 멋진 메일을 보내주신 Phantom of opera님의 리퀘스트에 의해 영진군의 이야기를..(웃음) 오늘 BGM인 眠れぬ夜は君のせい는 진짜로 좋아하는 곡중에 하나입니다. 왠지...로맨틱한 밤에 잘 어울린달까요.... 한동안 그 노래에 푹-빠져서 매일같이 듣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 전의 Everything이 나왔을때는 더 심했죠-_-; 그 두곡때문에 Misia의 광팬이 되어버렸습니다.(笑) 이번에 眠れぬ夜は君のせい를 포함한 Misia의 새 앨범이 나왔던데.. 노래가 너무좋아서 꼭 그 앨범을 사고 싶지만....주머니는 썰렁.-_-; (그저 가난이 죄지요..........흑흑흑-_ㅜ;) 참, 제 아이디로 스팸메일을 받으셨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쿠쿠쿵!∑=_=)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메일은 제가 보낸게 아니랍니다. 저는 그런 스팸을 만들정도의 컴실력이 안되는 사람인걸요....ㅠ_ㅠ 누가 제 아이디로 메일을 보낸 모양입니다. 본의아니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ㅠ_ㅠ (이것이 인터넷의 폐해?! ㅠ_ㅠ;;) * BGM # 제주도의 푸른밤 - 최성원 * 장인선 그 여름의 별장. 옆의 유리구 안에서 쪽쪽거리는 키싱구라미. 그리고.. ..........키싱구라미와 덩달아 키스하는 재경이와 나. "쪽......." 재경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듯, 몸을 빳빳이 굳히고 정좌로 앉아있었다. 당황해서 눈도 감지 못하는 재경이가....... .......아, 뭐랄까....너무....................귀엽다. 이러다 내 심장이 터져버리진 않을까..걱정된다. 자.... .......잠깐...... 근데...이거...... 아.....너무 많이 한거 아냐..........? 그..만 해야하는거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뜨자마자....시야에 들어오는것은 옆으로 시선을 돌린 재경이의 당황한 얼굴. 키스가 뭔지도 모르는듯 불안한 얼굴이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더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 ..........아, 너무 귀엽지 않은가? .............어쩔수 없어, 이건 불가항력인걸..... 계속 키스가 하고싶어.. 하지만..... .....절제해야겠지. "쪽." 짧은 키스를 마지막으로,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부여잡고 이성을 되찾았다. 그..그래..더 이상가면 이건 범죄야, 범죄. 선인장.....그만, 그만, 그만!!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녀석의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었다. 내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벌개진 얼굴로 손등으로 입술을 가린 재경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미치도록 귀엽다. 그나저나, 왜 불편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거야... 좀 편안하게.. .... ........음...사실은 나도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구나....... 그렇다. 재경이와 나는 키스가 무슨 중대사라도 되는듯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키스하고 있었던 것이다. FM도 이런 FM이 없다. 보통..나는......눈이 맞다->키스->디너->호텔->하룻밤->이별.....이렇게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키스한번에 이렇게 허둥대다니....... .........아아아아........이제까지의 경험(?)이 모두 허사가 되는구나..... "아.....저....." 내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조용히 부르자.. 재경이는 깜짝놀라 벼락이라도 맞은듯 움찔했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재경이와 함께 쌍벼락이라도 맞은듯 움찔. ........ .......... ............그렇게 떨지말아줘...... ...................................내가 더 떨리잖아. 뭘..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머리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다. 단지 조금 불안해하는 재경이를 달래주고 싶어서..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조용히 재경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내 손길을 느낀 재경이가 고개를 들었다. 녀석의 동그란 청남색 눈동자와, 붉은 양 볼이 왠지 모르게 너무 가슴을 설레게 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녀석을 꼬옥 안아버리고 말았다. "힉-" 놀란듯 숨을 들이키는 재경이. 녀석의 그 괴성아닌 괴성을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오른쪽 가슴에선 내 심장이 이상하게 뛰고 있고.. 왼쪽 가슴에선 재경이의 작은 심장이 느껴졌다. 두개의 심장이 뛰는듯한 이 기묘한 느낌. 나는 잠시 아찔해서 눈을 감았다. "저기...저......" 뭔가 변명을 대고 내 품에서 벗어나려는듯한 재경이. 왠지 지금 재경이를 놓아주면 침대안으로 쪼르르 들어가서 다시는 나올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재경이를 좀더 세게 껴안으며 '쉿-' 하고 말했다. 그러자 재경이는 놀라서 '합.'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또한번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참아야했다. 꼬옥 껴안은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재경이의 머리는 내 어깨위로 올라가있는 상태. 좀 기대도 좋으련만 놀랐는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있었다. 하지만 그런것도 역시 재경이 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조금 미소지었다...... .... ......그렇게 앉아있는채로 30분이 지나고..1시간이 지나고... .............. 우리둘은 그렇게 오랫동안......아무말도, 아무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그냥 앉아있었다. 처음엔 굉장히 불편해하던 재경이었지만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진듯 차분한 숨소리를 내뱉었다. 보통때같으면 한자세로 오랫동안 있는것은 거의 형벌로 느껴지는 곤욕이었지만.. 오늘만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렇게 앉아있었던것처럼 어색하지가 않았다. 서로 맞닿은 부분을 통해 전해져오는 재경이의 온기가, 재경이의 숨결이, 재경이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설레이게했다. 비록 안고있는탓에 재경이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당황해서 정신없이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석의 얼굴이 떠올라서 내 마음을 왠지 모르게 부드럽게 만드는것 같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이대로 계속 오늘밤 내내 안고있어도 좋겠지만, 재경이는 불편할것 같아서 침대에서 자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들어서 조용히 재경이를 불러보았다. "........재경아." "........" ........대답이 없다. "............재경......아.......?" ".........." ........역시나 대답없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재경이를 안고있는 팔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스르륵하고 재경이의 머리가 내 어깨위로 미끄러졌다. 어...자고 있었나.....? 나도 모르게 재경이가 바닥으로 쓰러질듯하여 재경이의 몸을 덥썩 움켜잡았다. 오늘 여행이 매우 피곤했는지 조금 입을 벌리고 곤히 잠든 재경이. .......풋..... ............에...잠들어버렸다니... 이거 도무지 기뻐해야하는건지 슬퍼해야하는건지... 내 품에서 의심없이 잠들정도로 재경이가 나를 편하게 생각해준다는것은 기뻤지만.. ......내가 재경이를 볼때 설레는것과는 반대로, 재경이는 영원히 나를 편하게만 생각할것 같아서 조금 슬프기도했다. 그러나, 나를 편하게 생각해준다는것만해도 어디인가. 그것에 감사하자. 나는 내 품에서 잠든 재경이의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주고 조용히 침대로 옮겨주었다. 재경이를 침대로 옮겨주면서 느낀것이지만.. 저번에 마지막으로 스크림을 봤던날 재경이를 안아봤을때보다 더 묵직해진듯한 기분이 든다. ...... .........오, 혹시 키가 컸다거나..살이 붙었다거나..그런건가? 나는 매일 같은 집에서 재경이를 보고있으니..도무지 컸는지 안컸는지..잘 모르겠는걸... ........ ........얼굴도 조금 변했으려나....?? 나는 침대에 누운 재경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아서 잘 모르겠지만, 얼굴 선이 조금 더 굵어진것이 남자다워진것 같기도하고.. 좀 더 성숙해진것 같기도하다. ....... ..........하긴, 마구 클때지...17살이면. 나도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다르니까.. 그런데....재경이가.....나중에 나보다 더 커버리면 어떻한다.....? ......... ...헉. 갑자기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고민이 내 머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재경이...눈색깔로 보면 혼혈아임이 분명한데.. 외국인들은 우리보다 키가 크지 않을까..? 그러면......나중에 재경이가 나를 내려다보면서....... ............... .......'인선아, 고마웠어.'............. ................... ....................... ..............................아아, 이 싱숭생숭한 마음. 재경이가 빨리 커서 홍영진같은 녀석들에게 맞지 않을정도로 좀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보다 커버리면 어쩌나..하나 불안감도 생긴다. 이 해결할수 없는 딜레마. "하아,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나는 재경이 옆에 불쑥 드러누우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재경이가 지금보다 훨씬 커버린다면...나도 훨씬 커버리면 될것..아니겠나? 자, 내일부터는 우유를 마시자....나의 키를 위해서. 나는 침대 옆에 놓인 스탠드의 불을 끄며 재경이는 들을 수 없겠지만, 조용히 말했다. "잘자." **** 다음 날 아침. 벌떡. .......새벽 6시가 되자마자 자동적으로 기상. ........ ................. .....................음......(<-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눈도 뜨지 않고 몸만 일으켰지만, 분명히 6시일것이다. 밖에서 무언가가 지지배배하는게 들려온다. .......... .............지지배배하는것이....뭐였더라.....? .........아직은 제정신이 아닌 나. 그냥 눈감은채 제자리에 앉아서 차근차근 뇌가 활성화 될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머릿속에서 오늘의 활동을 시작하는 '위잉~'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것 같다. 좋아, 아침이로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씩 아침햇살에 눈쌀을 찌푸리며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지지배배거리는것은 참새였다. 나뭇가지를 마음껏 흔들고 지나가는 비만 참새. 사람들한테서 뭘 많이 받아먹었는지 똥배가 제법 두둑하다. .....으음, 사람들이 자연을 망치고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좌우를 두리번 거리다가...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아직 제정신이 아니지만 몸은 일어나 있는 사람. "앗...!" "아...........!" 나와 재경이는 서로 마주보고 입을 쩍벌렸다. 혹시...재경이도 6시만 되면 자동 기상? "아....어...어떻게...." 놀랐는지 버벅대는 재경이. 아마 우리둘이 함께 침대에 누워있어서 놀란것일거고....... 더욱 놀란 이유는 아직도 찰싹붙어있는 두사람의 다리때문일것이다. ......어제 내가 재경이 옆에 바싹 붙어잤기때문에......흠흠흠.... "아, 어제...니가 먼저 잠이 들어서..." 내가 그렇게 얘기하자 재경이가 ' 아....미안해, 미안해.'라고 반복 사과한다. 내가 괜찮다고 말하자 계속해서 당황한듯 두리번거리다가 벌떡 일어서는 재경이. ......그..그렇게 벌떡 일어설것 까지야...... 내가 '왜 일어섰어?'라고 묻기도 전에 재경이는 고개를 숙이고 쥐어짜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난 아침밥을!" 재경이는 그렇게 말하고 푸슝~하고 방 밖으로 달려나가버렸다. 어? 벌써??? "아, 잠깐!" 내가 그렇게 외쳤지만 재경이는 이미 1층으로 사라진 후....... 정말...잡았다 싶으면 금방 사라져버리는구나... ".........하아아아........."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 어쨌든 재경이가 차린 아침밥으로 우리 6명은 여행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호식을했다. 그런데 나머지 4명들이 이렇게 좋은 밥을 앞에 두고도 이상한 신경전을 벌리고 있는것이다. "음, 세상엔 뻔뻔한 남자도 있게마련이야." <- 상추쌈을 거칠게 입에 넣으면서 말하는 선우현. "세상엔 못말리게 둔한 남자도 있게 마련이지."<- 밥그릇을 벅벅 긁으면서 말하는 선재. "응, 입술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선재야?"<- 숟가락으로 된장을 듬뿍 뜨면서 말하는 선우현. "물론이지. 참, 잠꼬대도 적당히 해야된다고 생각하진 않니? 현아?"<-김치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말하는 선재. "힘이 남아돌면 딴데다 쓰라고 승호에게 좀 전해주지 않으련? 선재야."<- 숟가락으로 식탁을 탕탕치면서 말하는 선우현. "탕수육은 집에가서 먹으라고 창욱이에게 좀 전해줘. 선우현군."<-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통통 튕기면서 말하는 선재. 둘은 선문답에 가까울정도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다. 아니..직접 얘기하면 될걸가지고 '전해주지 않으련?'은 또 뭐란 말인가?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나와 재경이는 '저게 무슨말이야?'란 표정으로 마주보았지만.. 승호와 창욱이는 '....ㅠ_ㅠ 우린 죽었어'란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현이와 선재에게 시달린 창욱이와 승호는, 집안에만 앉아있지말고 바다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해수욕장으로 나왔다. **** "...........여름이구나........." "................여름이었어................." 바닷가는 정말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여기저기에 나름대로 잔뜩 뽐을 낸 사람들이 한가득. 오늘을 위해 1년을 골방에서 잠자고있던 텐트들이 해변 가득히 색색으로 세워져있었고, 작열하는 태양이 절로 눈을 찌푸리게 했다. 모래가 얼마나 뜨겁던지 맨발로 모래를 밟으면 발이 익어버릴것 같았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구나...." 현이는 언제 또 부채를 사왔는지, 슬렁슬렁 얼굴에 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밀짚모자에 부채질이라니...쿡쿡, 영판 할아버지로군. 우리 6명은 최대한 자외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부들이 씀직한 밀짚모자를 6개 푸욱 눌러쓰고 있었다. "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자구."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준비해온 돗자리를 펴고 돗자리의 4귀퉁이를 창욱이가 벅벅 우겨서 사온 4개의 수박으로 눌렀다. "수박을 4개나 사서 어쩌자는거야? 니가 다 먹을래? 응?" 선재가 창욱이에게 말하자 창욱이가 '응'이라고 대답한다. "킥킥킥.." 나머지들은 옆에서 웃어버렸고 선재는 못말린다는듯이 고개를 저었다. "자, 바다에 왔으니, 수영이다! 수영!!!" 창욱이는 그렇게 외치고 윗도리를 훌러덩 벗고는 반바지 하나 입고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승호. 바다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바다로 뛰어들어간 두녀석은 어느새 저-쪽까지 헤엄쳐가고 있었다. "아...못말려 못말려....저렇게 멀리가면 어쩌자는거야? 바다가 얼마나 깊은데..." 아까까지 창욱이에게 땍땍거리던 선재였지만, 역시나 걱정이 되는지 옆에서 투덜거린다. "흥, 발에 쥐나 나버려라." 어디서 또 파라솔은 빌려왔는지 돗자리 옆에 파라솔을 콱 꼽아넣으며 선우현이 말했다. "야, 파라솔 어디서 빌려왔어?" 선재가 묻자, 현이가 '저기서.'라고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으로 한 가게를 가리켜보였다. 거기엔 얼굴이 발그레-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가씨가 서있었다. ............ ..... "그럼 그렇지..." 선재는 다 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파라솔 아래의 그늘로 벌렁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 옆에 드러누운 현이. 파라솔 한개로 만들어지는 그늘은 아주 적었다. 그러나......두사람이 사지를 쩍 벌리고 드러누운탓에 파라솔의 그늘을 두 사람이서 다 차지해버렸다. ............ ..............너무하지 않냐. 너희들보다 재경이가 더 잘타게 생겼는데 말이야..... 이런 따가운 햇살에 타면 살이 벗겨진단 말이야..훌렁 훌렁... 그렇다고 '야, 나와.' 이럴수도 없고..... 아, 큰일이다... 어떻게 해야 저녀석들을 그늘에서 나오게 한담....... 나는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린채 앉아있는 재경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엇, 저녀석들 큰일인걸......"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뭐??????" "이럴줄 알았어!!!!!!!" 그렇게 외치며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선 두사람. ......역시.....겉으론 툴툴대면서도 실은 잔뜩 걱정하고 있었던거잖아? 큰일은 무슨 큰일이야.. 그냥 한번 해본 말이지..... 그러나 나는 두 사람이 일어선 틈을 타, 비어버린 그늘속으로 재경이를 슥 앉혔다. "....??" 놀란듯이 나를 바라보는 재경이에게 나는 그대로 앉아있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번쩍 일어서서 눈위로 손을 올리고 바다 먼곳을 살펴보려고 발돋움 하는 두사람의 어깨에 팔을 척 올리면서 말했다. "목마르지 않니? 물 사주께. 물마시자." 그러나 녀석들은 목마른것에는 관심이 없는듯 하다. 양쪽에서 녀석들이 스테레오 돌비 싸운드로 무슨일이냐고 물으며 내 멱살을 움켜쥔다. "야, 무슨 일이야? 응? 무슨일이길래 큰일이야?" "저놈이 무슨 사고를 쳤지? 그지?" ..........;;; 아무일 없었는데. 그냥 난 너네들을 그늘에서 번-쩍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한번 해본말일뿐..;; "아, 그게......" 그렇게 헛기침을 하고 뭐라 변명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는데 해수욕장 가득히 윙윙~거리며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 쩌-기 멀리까지 나간 남학생 두사람!!!! 돌아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표시해놓은 경계선이 안보이나??? 그곳은 수심이 2m가 넘는곳이란 말이닷!!!!!!!!!!! 그리고 그 부표가지고 놀지마!!!!!!! (ㅡ"ㅡ+++++++♨) 그건 경계표시란 말이닷!!!!!! 네 이놈들 당! 장! 돌아와!!!!!!!!!! ] ...........;;; 알아서 사고를 쳐주시는구려. 누군가가 바다 멀리까지 나간 창욱이와 승호를 발견하고 신고한 모양이다. 빨간 조끼를 입은 해양경찰대가 출동한다. 바다 위로 보트들이 윙~하는 사이렌을 울리며 발진한다. 텐트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무슨일인가 바라본다. 해수욕장을 가득채우는 '비상-비상-비상-'하는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빨간 불빛이 등대에서 뻔쩍거린다. ................ ..............역시, 대.형.사.고.를 치셨구려. "이럴줄알았어!! 조용할날이없어요~~~~~!! ㅠ_ㅠ" "........한심한 녀석들.-_-+" 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다로 달려나가고 있다. 역시나, 걱정하고 있는거다. 나도 두녀석들을 따라 바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운동녀석이야 둘째가라면 서러운 녀석들이라서 걱정은 되지 않지만.... 허탈하게 돌아올 해양경찰대 아저씨들이 걱정되어서...말이야... 설마..무슨 일이 있겠나....? 그렇지? 굉장한 녀석들이라니까..절대 무슨 일이 있을리가 없지.... 아, 괜히 혹시 내가 '저녀석들 큰일인데?'라고 말해서 그런건가? 두 녀석을 믿기는 하지만 마음이 불안한건 어쩔수가 없다. 혹시나 내탓인가 하여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밀려온다. "큰일? 큰일?" 큰일났느냐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재경이가 놀라서 달려와 큰일이냐고 계속 물어본다. "괜찮을거야...걱정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재경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잠시 후, 하얀 보트를 타고 두녀석과 해양경비대들이 나타났다. 뱃머리에 앉아있는 두 녀석은 축-쳐진 모습이다. 해변가엔 보트를 타고온 두 녀석을 보기 위해 보트를 주변으로 사람들이 반원을 그리며 둥그렇고 빽빽하게 서있었다.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산더미 사람들을 본 두녀석이 민망한지 눈을 감는다. 보트에서 내린 두사람과 경비대. 경비대들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창욱이와 승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 10년 해양경비를 해왔지만 저기 경계선까지 헤엄쳐간놈은 너네들이 처음이다." ..........;; 역시. 창욱이와 선재는 쭈삣쭈삣 서서 얌전히 꾸중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그런데....거기까지 가서 부표를 던지며 놀고 있었단 말이야? 응? 그걸 움직이면 어떻하냐!!! 그건 경계선이라고 나라에서, 나.라.에서 표시해 놓은거야? 앙????" "......ㅠ_ㅠ;;" ".....ㅜ_ㅜ;;" ......부표를 던지며 놀았다니......;; ........이런 쪽시러운 일이.......;;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쿡쿡거리며 웃다가 이내 크게 웃어버렸다. 선재와 현이는 밀짚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썼다. (물론 나도.....;;) ........... ........창욱이는 그렇다쳐도 승호는 조금 생각이 있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동급이었군.;; "뭐 아무튼,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허허...참, 조오련이 따로 없구만." "죄송합니다. ㅠ_ㅠ;;" "죄송합니다아...ㅜ_ㅜ;;" 경비대의 호통아닌 호통을 듣고나서, 두사람은 우리쪽으로 뽈뽈뽈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두 녀석들 보고.. 약속이라도 한듯이 두 녀석과 전혀 남남인 사람처럼, 아는체 하지 않고.. 재빨리 걸음을 놀려 녀석들이 다가오는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러분! 저런 쪽스러운 녀석들과 우리는 같은 일행이 아닙니다-_-;' 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야~~~ 기다려 같이가~ㅠ_ㅠ" "외면하지 말아줘~~!!!" 뒤에서 들려오는 두사람의 목소리. "누가 저렇게 소리치는지 모르겠네...그지 선재야?" "응? 난 생전 처음본 사람이라서...하하하." ........;;; .............그러게 누가 해양경비대까지 출동시킬정도로 요란하게 놀라더냐.. ......정말 못말리는 녀석들이라니까..... ***** 여하튼 오후의 그 요란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바다로 나가는것은 '금지'되었고, 우리들은 그 가게 아가씨가 가져다준 3개의 파라솔로 풍족한 그늘을 만들어놓고 그 아래서 수박을 4개나 먹으면서 저녁이 될때까지 오후를 보냈다. ".......야.....진짜 할일없이 시간잘간다........" "응......" 돗자리에 제각기 널부러져있는 6사람. 수박을 하도 많이먹어서 물로 배가 출렁출렁한것 같다. .......그러게 창욱이 녀석...수박만 사지말고 다른것도 사자니깐.... "이젠 슬슬 집으로 돌아가볼까....." 승호가 그렇게 말한것을 선두로 하여 우리들은 돗자리를걷고 뒷정리를 하고, 선우현의 미소한방에 가게에서 써야할 파라솔 3개를 우리에게 준 가게 점원에게 파라솔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깜깜해진 하늘. 버스를 타기 위해 해변가로 줄줄이 늘어선 상점 옆을 지나고 있는데... 재경이가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게 느껴진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커다란 소라껍질이 보였다. .......소라껍질이 신기했나......? .......아, 소라껍질을 귀에다 대면..바다 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나는 재경이가 바라보고있는 소라껍질을 집어들고 재경이의 귀로 껍질의 구멍을 가볍게 대주었다. "뭔가.......소리..안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가 '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좀 윙-거리는것 같기도 하고.......남들은 바다소리같다고 하던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가 신기한듯 '아, 그런것같아'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조금 웃어버렸다. 자기 얼굴보다 큰 소라껍질을 귀에 대고 신기한듯 그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재경. 그런 재경이의 모습을 보자.....갑자기 옛날에 들었던 글귀가 떠올랐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 "........응?" 소라 껍질을 귀에서 떼면서 나를 바라보는 재경이. 나는 정확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 글귀를 다시한번 말해주었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 "........" "장 꼭또가 지은거라던가......세상에서 제일 짧은 시라고 들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가 놀란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한번 귀에다가 소라껍질을 가져다 대보았다. 재경이가 그렇게 소라껍질에 푹 빠져있는동안 나는 점원에서 소라껍질값을 치뤘고, 나중에 재경이가 그 소라를 내려놓으려고 할때 다시 재경이의 손에 들려주었다. "니꺼야." ".........응?" "내가 샀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재경이는 조금 울것같은 표정이 되어서 내게 다시 소라껍질을 내밀며 말했다. "아니.....괜찮아......필요없는데...." ......... ...........괜찮아. 주고싶으니까...주는거야. 이렇게 주고싶어 안달이 나는 마음은 처음이다. 언제나 받는것이 더 기쁘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다. 나는 그냥 녀석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경이는 불안한가보다. "저 이거....." "괜찮아." 내가 딱 잘라 말하자 재경이는 더 이상 아무말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것만같은 더운 여름밤. 누군가와 어깨라도 부딪히면 싸움이라도 일어날듯 습도 높은 밤이었지만, 나는 녀석과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흐르는땀마저 기분이 좋은듯해서...놓을수가 없었다. **** ........그때 산 소라껍질은 지금 우리집 TV위에 놓여있다. 휴가에서 돌아온지 열흘이 넘었지만 재경이는 여전히 소라껍질이 신기한듯하다. 물론 '소라껍질이 정말 신기해' 이렇게 말한게 아니라... (재경이는 그런말을 할 타입이 아니다.) 가끔씩 TV위에 있는 소라에 조용히 귀를 가져다 대보았기 때문이다..... "내일부터...다시 여름 보충 수업 시작인가...." 내가 거실에 놓여있는 달력을 보면서 중얼거리자, 재경이가 옆에서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아.......여름 휴가는 모두 끝나버렸구나. 이제부턴 콩나물시루같은 교실에서 또다시 수험생이 되어야 하는군....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서 TV앞에 앉아있는 재경이와 나. 재경이는 포도를 먹으면서 주말의 명화를 보고있었다. 나도 함께 영화를 보다가 문득 시선이 TV위에 있는 소라껍질로 간다. 그리고 소라껍질을 멀뚱히 바라보다가..재경이의 귀를 바라보았다. 정말..어딘가 닮은것 같기도하다. ..... ........음.....그러고보면...정말 너의 귀는 소라껍질일지도...... 왠지 모르게 너에게선 바다의 느낌이 난다. 그래서 니가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지..... "재밌어? 영화...?" 내가 묻자, 재경이가 '아..응.'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별 내용도 없는 대화이지만...그냥 재경이에겐 자꾸 말을 붙여보고 싶다. 어쩌면 워낙 말수가 없는 재경이인지라 말을 붙여서라도 재경이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것인지도 모르겠다. TV에서 계속 나오는 영화.. 그렇고 그런 헐리우드 B급 액션이라 별로 눈이 가질 않는다... 손으로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있을뿐... 때문에 영화내용은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오로지 딴 생각만으로 가득하다. 재경이의 귀는 정말 소라껍질 같기도 하다..... 그렇지.....? 닮았어...바다와 너는..어딘가가 닯았다. 그러면.....너의 귀는 소라껍질이라서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면...... 나의 귀는 무슨껍질일까..? 그래서.........나는........ "저기...." ".........응?" "저....포도......" 포도 좀 먹어보라는듯 포도 접시를 가리키는 재경. ...... ........풋, 역시....... 나는 녀석의 권유에 포도를 몇알 먹고 나서, 팔로 스윽 녀석의 목을 감았다. "힉-" 놀란듯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며 숨을 들이키는 재경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재경이에게 말했다. "....소리가 이상하다니깐.." "아, 미안." 분명히 빨개져있을 재경이의 얼굴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올것 같다. 몇년이 지나도 언제나 이렇게 순수하고 버벅거리고 아방할것 같은 이녀석. .............. ......... 아, 영원히 이녀석이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것은... ......내 과도한 욕심일려나.........? * BGM # Forest by Yuhki Kuramoto * 반우진 우려했던바는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아저씨이이.......배고파아요오오...." ...꼬르르르륵..... "나도오오........" ......꼬르르르르르르륵.........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은 960원. 드디어 나의 얇은 지갑은 그 종말을 고했다. .......우리는 연 닷새째 쫄쫄 굶고있었다. 어쩜 그 흔한 현금 카드나 신용 카드 한장 안가지고 왔는지....한심한 반우진같으니라고.. 여하튼 우리 둘은 눈물나게 힘든 상황에 처해있었다. 더군다다 영진이도 나도 밥을 꽤 많이 먹는 타입이었는데...굶으라니까 정말 미칠지경이다. 최소의 칼로리만을 사용하기 위해 방바닥에 시체처럼 널부러져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두 사람. 처량하기 그지없다. 소말리아와 아프리카에서 기근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모든 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영진이는 바닥에 철썩 붙어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풀이라도 뜯어먹고 싶어요....." ........그러냐? 난 더 배고파.... "...난.........나무라도 뜯어먹고 싶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홍영진은 아무말없이 한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짜식..그렇게 찌그러지지마... 몸을 편안히 하고 있어야 칼로리가 덜 소모되지..... 닷새의 빈곤으로 줄어든 위장으로 인해, 배의 앞가죽과 뒷가죽이 '형님!' 할정도로 가까워졌다 생각했을때.. 난 더이상 참지못하고 그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당당히 외쳤다. "밥 줘!!!ㅠ_ㅠ" 그러나..당당히 일어나 '밥 줘!'라고 소리지른것까진 좋았으나... 갑자기 움직인데다가 소리까지 질렀더니 머리가 띵-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있다. 나는 산소부족에 현기증을 느끼면서 다시 그 자리에 '끄으응'하고 털썩 드러눕고 말았다. 그렇게 발작하는 나를보고 구석에 있던 영진이가 주섬주섬 기어온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왜?" 내가 그렇게 묻자, 영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풀캐러가요." .......... ............... ................내가 죄다. 그저 내가 죄지..죄. ......이대로 굶을순없다. 뭔가 수를 찾아야지...안되겠어..안되겠다구! 나는 다시 주섬주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힘겹게 영진이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밥먹으러 가자." 그러자 영진이가 피골이 상접한(실제로 상접하진 않았지만..정말 애처러울정도로 배고파보였다.) 창백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돈 없잖아." ........... ............ .........그렇지. .........우린 거지지. 그렇지만 나는 다시 한번 현기증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따라와. 밥먹여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영진이가 감격한 얼굴로 일어섰다. 영진이와 나는 서로 부축하여 차에 올랐다.영진이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운전할 수 있어요?" "그럼." 그렇게 자신있게 말했으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악셀이 밟히질 않는다. 나는 없는 힘을 끌어내기 위해 닷새전에 먹었던 떡라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자, 저걸 먹으러 가는거야! 자, 가자! 가자! 가자! ' 그렇게 상상력을 발휘한 끝에서야...나는 겨우겨우 힘없이 운전하여 마을 시장까지 달려왔다. **** 쓰러지듯이 분식집으로 들어온 영진이와 나. 흐느적거리며 의자에 앉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떡..떡라면 두개." 우리가 그렇게 말하자 분식점 아주머니가 우리를 아는체 하시며 다가오셨다. "아이구머니나, 맨날 오던 그 학생들 아인교? 왜 요즘은 안왔나? 맨날 와서 떡라면 묵더니... 얼굴들이 왜 그래? 응? 어디 훈련받다 왔나?" ....... ...........우리가 그리 거지 몰골이었나..... 나는 힘없이 웃으면서 식탁에 거의 쓰러질듯한 포즈로 아줌마에게 힘겹게 손가락 2개를 펼쳐보였다. 그리고 '떡라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를 애처롭게 바라본 아주머니. "잠깐만 기달려요, 잉? 금방 줄께." 라고 말씀하시며 부랴부랴 달려가셨다. 영진이가 내게 바싹 얼굴을 붙이며 조용히 묻는다. "돈 없잖아요..어쩔려고?" 나는 영진이의 말에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은...960원 남았어." "떡라면 2개면 삼천원이잖아요?" "응.......그게.........외상으로 해달라고 해볼려구....." 내 말에 영진이는 ㅜ_ㅜ 이런 표정으로 변했다. 나는 영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황급히 말했다. "괜찮아, 나만 믿어라. 내가 반드시 외상 따낼게." "......ㅠ_ㅠ" "믿어줘어어...." 우리가 그렇게 소근소근 대화를 나누는 도중 떡라면이 도착했다. 한그릇당 2개를 넣고 끓였는지 양이 장난이 아니다. "많이들 묵어라. 응? 한창 클때 많이 묵어야 힘도 나제...안그러나? 잉?" 아주머니의 따스한 말씀과 푸짐한 떡라면에 우리는 거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우렁차게 '잘먹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순식간에 라면을 비우기 시작했다. "맛있다..ㅠ_ㅠ" "......(후루루루루룩)...캬아!!......ㅜ_ㅜ" 우리는 걸신들린사람처럼 순식간에 면발을 거의 위장으로 밀어넣듯이 먹기 시작했다. 먹은지 2분도 안되서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아쉽다. "아, 더먹고 싶다.." 국물을 마시면서 말하는 영진이. 나도 국물을 다 마시고 그릇 바닥에 붙어있는 건더기를 건져먹으며 말했다. "응.....진짜 맛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빈그릇만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았다. "아이고, 벌써 다묵었나?" 놀란듯 외친후,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다가오는 아주머니. 영진이와 나는 서로 굳은 결의가 담긴 시선을 주고 받은 후 아주머니에게 쭈삣쭈삣 말했다. "저....아주머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왜?'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바라보는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나를 바라보시는 순간, 나는 팍 쫄아버렸다. 차라리 폭주족 200명하고 싸우는게 낫지..이런건 정말 못해먹겠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아주머니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아주머니...저희가...저희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주머니에서 960원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 이만큼 밖에 없거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의 표정, 이상하게 바뀐다. ....가슴이 철렁하다. 외상이란거, 말로만 들었지 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아니, 아니, 그 못드린 2040원은 꼭 서울 올라가서 돈 받으면 드릴게요. 네? 네?" 아주머니의 표정 더욱 이상하다. "아..아주머니..ㅠ_ㅠ 봐주세요..이, 이거 가지세요! 이거!"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아주머니의 표정, 더욱 이상하다. 그걸로는 모자란단 말인가!ㅠ_ㅠ "밖에 제 차도 있어요. 사실 차종이 포르셰거든요? 포르셰 나인일레븐 터보요.. 팔면 돈이 꽤 나와요. ㅠ_ㅠ 그거 담보로 삼고, 외상좀 시켜주세요..." 크흑...얼마 타보지도 못한 나의 애마 포르셰 나인일레븐 터보...ㅠ_ㅠ 그것까지 저당잡히면서 떡라면을 먹어야하다니...반우진, 너 정말 불쌍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까지 말해도 아주머니는 눈썹을 모으시고, '끙'하는 소리를 내신다. 아니, 왜? 왜? 뭐가 문제란 말인가? 영진이가 식탁 아래로 내 발을 찬다. 영진이의 표정을 보니 가관이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기묘한 표정. '아저씨 미워!'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 .........아흐흐흐흑....그럼 어쩌냐.....배고픈데.... ".......안되나요?" 내가 그렇게 말하고 아주머니를 빼꼼히 올려다보자, 아주머니는 쿵쿵거리면서 부엌으로 사라지셨다. 나와 영진이는 순간 심장이 냉장고로 쳐넣어지는 섬뜩함을 느꼈다. "아....어떻해! 아줌마가 경찰에 신고하려나봐!!!" "설마, 경찰에 하려고....아..안되는데...." 도망가야 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얌전히 오라를 받아야 하느냐.... 감방에 들어가면 적어도 굶어죽을일은 없지 않겠느냐... 우리는 그 짧은시간에 엄청난 고민을 때렸다. 우리가 '도망가자'..'아니다, 콩밥이라도 먹자!'라고 열띈 토론을 나누는데, 부엌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일순간 동작 정지 상태로 들어간 나와 영진. 아주머니는 엄청나게 큰 쟁반에 뭔가를 담아오시다니....우리 앞에 그 쟁반을 내려놓으셨다. 김치찌개, 파전, 두부, 콩나물, 무생채, 열무김치....온갖 반찬들이 그득하다.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릴듯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시상에...돈없다고 굶었노! 진작 오지 그랬나?! 내가 밥한끼 못줄까봐?" "......에?" ..??? 으잉??? "어서 묵으소! 빨리, 빨리~" ........ ........... ..............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우리둘의 등을 팡팡 때리면서 재촉하시는 아주머니. ....아.....세상에.... 지금...경찰을 부른게 아니라.... 밥을 준비하러 가신거야....?? 우리는 서로 마주보았다. 둘다 입을 헤-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것이..바보같은 표정이다. .......아, 아주머니가 우리에게..친절을 베푸셨나보다.. 그래서...아마...우리 둘다......감동 받았나보다..... ...... ............이런 감사한 친절이........ "진짜 먹어도 되요?" 영진이가 조금 목이 메인 목소리로 묻자, 아주머니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신다. "어여들 드시소, 찌개 식어버리겠네." 영진이와 나는 서로 마주보고있다가.....씨익 웃어버렸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우리는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바라보다가 젓가락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그런 모습을 보시더니 흐뭇하게 웃으신다. "시상에, 굶으믄 쓰나, 젊은 사람들이... 진작 오지 그랬소? 잉?" ".....ㅠ_ㅠ 맛있어요.....아주머니....." "잉잉잉.....ㅠ_ㅠ" 우리는 질질 울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 많은 밥을 다 먹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었다. **** 밥을 다 먹고 아주머니에게 따뜻한 물 한잔까지 받은 우리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뭘 그런거에 감사해하냐며 손을 내저으신다. "아니, 근디 어쩌다 그렇게 땡전 한푼도 없게 되었노? 응? 아주머니의 질문에 영진이와 나는 뜨끔한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아, 어떻게 대답해야 한담..... 나는 영진이에게 '넌 아무말도 하지말고 앉아있어라'라는 무언의 눈길을 보내고, 나는 혼자서 나름대로 열심히 우리의 상황에 대해 두리뭉실 말하기 시작했다. . . . . ".....잉, 그렇게 된거로구만....그럼 돈도 없고, 돈이 나올데도 없네?" "아...예....." "쯧쯧쯧.....어쩌다가 그런일에 휘말려가지고...." .....;;; ..........;; 무슨일이 있기에 밥까지 굶고다니냐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우리의 일을 적당히 각색하여... 위험한 일파에 쫓겨 숨어다니고있다...라고 대충 아주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우리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셨는지 아주머니가 계속 고개를 저으시면서.. ' 안됐네...요즘 사람들운 너무 무섭다니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은..제가 그 무서운 사람중에 하난데요...라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어쩔기야? 또 굶을기가?" 아주머니가 그렇게 묻자,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아무런 계획도, 대책도 없다. "글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대파를 다듬으시며 더욱 크게 혀를 차신다. "아이고메~ 어쩔라고? 어쩔라고? 잉? 내가 못살겄네!" ".....^^;" "혹시 그 별장에 돌아가면 막 총든 사람들이 자네들을 막 위협하는거 아인교? 그 영화에서 나오듯이, 잉? 아니여?" .......;; 그럴일은 없겠지만.....;;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고개를 흔드시면서 혀를 차신다. "요즘엔 너무 나쁜 사람들이 많다니께..........쯧쯧쯧쯧..." "...........;;" 아주머니는 우리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시더니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셨다. "우선은 우리집에 있으소..." "............예?" "에엣?" 놀라서 번쩍 일어설기세로 나와 영진이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주머니는 당연하다는듯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뭘 그리 놀라나? 위험한곳에 사람을 보내서 죽게하는것보다는 낫제.. 안그나? 잉?" .....;; ..아,..죽지는 않아요. 음..아니구나, 굶어죽을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너무 신세를 지는거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쭈삣거리고 앉아있는데, 따르릉-하는 전화가 울린다. 아주머니는 전화를 덥썩 받으시면서, '예~순이네 분식집인교~'라고 말씀하셨다. ....순이네 분식집...멋진 이름이다. 아주머니는 어깨와 얼굴사이에 교묘하게 전화기를 끼우고 전화를 받으시면서 손으로는 계속 대파를 다듬고 계셨다. .....대단한 솜씨다. "아, 김치찌개요? 알았네요. 공기는? 3개? 김밥도? 잉, 알았어요. 곧 보낼께~"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영진이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보시더니 씨-익 웃으셨다. "자, 공짜밥 묵었응께, 일해야지?" ...응?;; "아, 예!!" "네!!" 우리둘은 허리를 빳빳이 세우며 대답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주머니.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우렁차게 말씀하신다. "거기 수염난 총각은 김밥 썰고, 회색 머리 학생은 반찬 담고! 자, 빨리빨리! 큰 쟁반에 담아요, 빨리, 빨리!" "아, 예! 예!" ...;; 수염난 총각? 픽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니 수염이 무성.. 음..안깎은지가..오래되었구나.. 하긴, 영진이는 어려서 안나는 것이지.... 참 그걸보면 정말 어린애 같기도 하고..... "뭐해? 총각!! 빨리 썰어!" "아! 예!!!" 나는 익숙하지 않은솜씨로 김밥에 참기름을 바르고 깨를 뿌리고, 김밥이 안터지게 김밥을 써느라 아주머니에게 된통 혼나가며 고생해야했다. **** "네, 분식집일도 힘들제?" "예............-_ㅜ..." "........ㅠ_ㅠ" "세상에 공짜밥은 없는기라, 다~일을 해야 밥이 나오는 것이제..잉?" "물론입죠!ㅠ_ㅠ;" "감사합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어찌나 주문이 많이도 밀려드는지.. 아줌마의 호령에 김밥 썰고, 콩나물 담고, 설거지하고, 배달하고.. 우리들은 녹초가 되어 분식집 뒤에 있는 아주머니가 사시는 방에 널부러졌다. "그래도, 학생들이 도와줘서 오늘 아~주 편했네. 고마우이." 아주머니는 정감있는 눈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무슨 말씀을요..저희가 감사하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방안을 대충 정리하고, 빗자루와 걸레로 순식간에 청소를 끝내신 후, 장롱에서 베개와 이불을 꺼내 우리에게 휙휙 던져주시며 말씀하셨다. "어여들 자소~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께~!!" "아, 예..." 내가 그렇게 말하고 아주머니가 주신 베개의 이불을 깔려고 딱 옆을 봤는데.. .....이미 영진이는 곤히 잠들어있었다. 아주 피곤했나보다. ..하긴, 나도 지금 막 잠이 쏟아지는데...흠... 나는 잠이 든 영진이를 겨우겨우 움직여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영진이를 눕히고, 나도 옆에 누웠다. "불 끄네, 잘 자소." "예, 안녕히 주무세요." 아주머니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불이 꺼지고, 곧이어 아주머니의 요란한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아주 아저씨같은 호탕한 아주머니시구나.. 덕분에 오늘 하루는 맛있는 밥을 먹어서 감사. 그런데..계속 이곳에 눌러붙어있을수는...없을것 아닌가? 아.....진짜 어쩐다.....결론은..........내가 돈을 벌어야 한다.. 막노동이라도 할까? 나는 몰라도 17살인 영진이를 굶길수는 없지않은가... 그렇게 생각하고 영진이를 바라보니, 영진이는 아무생각 없는 표정이다. 하아아.....좋겠다. 6살은. 나는 앞으로의 생활비를 어떻게, 무엇을 하여 충당할것인가에 대해서... 이것저것 곰곰히 생각하다가...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완전히 깨어난것도 아니고...완전히 잠이 든 상태도 아닌...가수면상태. 내 정신은 바로 딱 그 상태였다. 뇌의 반쪽은 아직 꿈속에 있고, 뇌의 다른 반쪽은 수면위로 떠올라있는듯한 오묘한 상태. 그 어렴풋한 정신 너머로 어떤 소리가 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있었다. ...... ...........아, 피곤해......제발 잠좀 자게 해줘....... .....누가 저렇게 밤중에 훌쩍거리면서 우는거냐.... .....누가 훌쩍.... .............. ....... ..............영진인가??? 갑자기 잠이 퍼뜩 깨는 느낌이다. 등너머로 영진이가 누워있는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영진이는 한구석에 웅크리고 베개를 껴안은채 울고 있었다. ........ ............또 악몽을 꾸고있나보다.... 나는 영진이와 등을 돌리고 누워있던 자세를 바꿔서 영진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영진아." 조그맣게 부르자 영진이가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나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영진이의 어깨를 세게 흔들었다. 그렇게 몇차례를 흔들고 나서야 영진이는 번쩍 눈을 떴다. 숨을 가파르게 내쉬며 지금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못하는듯한 영진이. 이마에 흥건한 식은땀과 눈물로 흠뻑 젖어버린 베개가 왠지 모르게 내 가슴을 찹찹하게 했다. "영진아." 내가 다시 한번 부르자 그제서야 영진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진아, 꿈이 아니야. ' 내가 그렇게 단언하듯이 말해주자 영진이는 그제서야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는지 훌쩍이며 일어나 내 품에 안겼다.내 목을 감싸안는 녀석의 팔. 녀석의 차갑게 마른몸이 안쓰러워서 힘껏 안아주었다. "......죽었어요.....죽었어요.....끅끅끅.......총에 맞아서......그래서......." 또 그때의 꿈을 꿨나보다.. 자신때문에 담임인 현승호가 총에 맞아 죽은 그날의 꿈. 내 어깨를 붙잡고 우느라 영진이는 제대로 말도하지 못했다. 나는 녀석의 등을 쓸어주면서 말했다. "......지난일이야..괜찮아..잊어버려." 말은 그렇게 하지만...얼마나 책임없는 말인가..? 결코 잊을 수 없는일을..'잊어버려'라고 말한다는것. 하지만 정말 그것말고는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제발, 잊어버려...그렇게 마음아파 하지마라. 너의 아버지도, 너의 가족도, 너의 담임 선생님인 현승호도, 그리고 그의 아들인 현승호도.. 전부- 모두 잊어버려. 넌..지금 6살이잖아...잊어버려도 괜찮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그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우는 영진이의 머리를, 어깨를..등을 계속해서 쓸어주었다. 한참을 울고 난 영진이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고..나는 그런 영진이를 다시 눕히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모든 상념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한다. ..내가 하는일이 옳은일이 아니라는것쯤은 잘 알고 있다. 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거란것도...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 고통을 주고, 고통을 받고 사는게 인생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나와의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는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싶은 심정이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혹시나 담배가 있을까 방안을 둘러보는데....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 ............자는 도중에 깨어나셨나보다. "......일어나셨어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진이를 바라보고 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악몽인가?" "...아, 네." "익숙하네...매일 꾸나보지?" "........그렇죠..." 아주머니는 영진이를 조금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더니, 아무것도 묻지않고 다시 자리에 누우셨다. 아무것도 물어봐주지않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웠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한번 달아난 잠은 쉽사리 다시올것 같지가 않았다. * 장인선 오늘은 여름 보충 수업이 시작되는 날. 여느때처럼 6시에 번쩍 일어나 샤워를 하고....재경이와 함께 아침밥을 먹은후 함께 등교했다. "들어갈까..." 내가 교실문을 잡고 말하자 재경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 응.'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조금 웃으면서 교실문을 열고 교실안으로 재경이와 함께 들어왔다. "아~ 어서와, 선인장, 재경이~" "어서와~ 어서와~ *^^*" 교실뒤에서 장난치고있던 선재와 창욱이가 인사를 한다. 둘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앗! 재경이 너......" 그렇게 말하고 입을 쩍 벌리고 재경이를 바라보는 송영희. 그 옆에 영희의 단짝친구인 여자 3명이 입을 쩍 벌리고 재경이를 바라보고 있다. .....? ..........무슨일이있나? 나도 얼른 재경이를 돌아보았으나........음, 재경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걸. 그러나 반을 한번 쓰윽 둘러보니, 반아이들 대부분이 재경이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이상하네...재경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의아해서 재경이를 멀뚱히 바라보는데, 재경이 옆으로 영희가 와서 바짝 붙어선다. "봐봐, 봐봐!! 재경이 키컸지! 그지?" .....????? 키가 컸어???? 영희의 말에 반아이들이 전부 재경이와 영희의 키를 눈어림으로 비교해보았다. 재경이의 등에 자신의 등을 맞대고 선 영희. 둘의 키는 도토리 키재기라 할만큼 비슷해보였다. 그 모습을 미선이가 손뼉을 짝 치더니 흥분한듯 말했다. "어머, 진짜다 진짜!!! 엣날엔 승희보다 재경이가 훨씬 더 작았는데, 지금은 똑같은걸? 우와~ 우와~ 재경아~ 너 방학동안에 많이 컸구나~*^^*(붕붕붕~)" 미선이의 말에 반아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야, 많이 컸다' 라던가.. '재경이도 남자다워지나봐..'등등의 감탄의 말을 해뱉었다. ...... .......아, 진짜...다시 보니까 영희랑 키가 비슷하네.. 영희는 여자애들중에서 미선이 다음으로 키가 큰데... 별장에서 안았을때 무겁게 느껴진게 정말이었구나........ "이야, 뭘 먹고 그렇게 큰거야? 응?" 재경이의 팔을 붙잡고 말하는 영희. 하지만 재경이는 얼굴이 발개져서 '아..아니, 별로..'라고 쑥쓰럽게 대답하고 있었다. 역시나 재경이답다. 반아이들이 저마다 던져주는 축하 메세지(?)에 얼굴이 빨개진 재경이는 당황스러워하면서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교실 가득히 울려퍼지는 아침 자습을 알리는 학주의 고함소리. 재경이 주변에 까맣게 몰려있던 반 아이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침 자습 종소리에 모두들 제자리에 앉았다. 나 역시 자리에 앉아 책을 폈지만......책의 내용은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재경이가...자랐나봐..진짜로... ..... .......음...나야 매일 재경이를 보지만....아이들은 오랫만에 봐서 재경이의 변화에 민감한가보다.. ....하긴...요즘의 재경이는 누가 봐도 매력있고 멋있고 귀엽고 잘생겼고 예쁘고.... ...더 있지만 우선 생략. 여하튼, 재경이는 길거리를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확확 끌고있다는 말이다. 아침에 등교할때도 예전에 비해 시선이 2배는 쏟아지는것 같다. 이목구비는 둘째치고라도 눈동자만 봐도 정말...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고개를 수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재경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얼마나 멋진가. 진짜 학생처럼 말이다.... ...... .......... ......안돼는데.... .........너무 멋있어지면 안돼는데... 경쟁상대가 너무 늘어나는거 아냐...? 으..으음..... .....차라리 머리를 자르기 전이 더 좋았을지도.... ...........나는 그렇게 말도 안되는 고민을 하면서 아침 자습시간을 홀라당 날려버렸다. * 송영희 "컸지, 그지? 재경이 진짜 많이 컸지? *@_@*" "응, 진짜 컸더라...예전에 내가 재경이한테 후시딘 줄때만 해도 내 어깨에나 올까 말까..했는데.. 이제는 나랑 똑같잖아?! @.@ 이야~ 성장기의 남자애들은 자고나면 큰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응, 그지? >_<" "놀랠 노짜다. 미운오리가 특급 백조로 변신중이로구나.. 아니지, 재경이는 원래부터 백조였지, 가렸을 뿐이구말야. >_< 근데 영희 니 키가 얼마지?" "168." "오오~ 그럼 재경이는 최소 170은 넘기겠네? 그지? 그지? *.*" "아냐~~~ 더 클것 같은데..? 응? 그리구 키만 큰게 아니라, 얼굴도 좀 남자다워진것 같지 않아?" 미화의 말에 우리 4명은 일제히 재경이를 슉~바라보았다. 하지만 재경이는 고개를 숙이고 공부하는 중이라서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는 그대여! 고개를 들라~ㅜ_ㅜ(소근)" "재경아~ 얼굴좀 보여줘~ (소근)" 그렇게 재경이에게 얼굴좀 보여달라는 수신불명의 텔레파시를 던진지 어언 수분. 우리의 뜻이 통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재경이는 문제집을 다 풀고나서 고개를 들고 해답지를 보았다. 게다가 타이밍도 적절하게 바람에 커튼이 흩날려 재경이의 얼굴로 아침 햇살이 샤아악 하고 쏟아지는게 아니겠는가? .....가르마가 분명하지 않은, 조금은 긴 앞머리가 흩날리는 바람에 재경이는 눈쌀을 찌푸렸다. 눈을 가릴정도로 긴 속눈썹에, 햇빛에 반사되서 더 청색으로 보이는 눈동자. 갸름한 흰얼굴에 조금 벌어진 입술. 재경이는 왼손으로 잡은 샤프를 입술에 대고 창을 넘어 들어오는 바람에 눈쌀을 조금 찌푸린채 해답지를 열심히 읽고있었다. "커헉~! *.*" "얼굴도 멋있어졌네......" 커헉, 내 가슴이 벌렁벌렁....네..진짜야, 진짜. 예전에는 얼굴을 보면 딱 그 청남색 눈동자밖에 보이질 않았지만.. 지금은 콧대도 좀 서있는것 같고..얼굴에도 젖살이 좀 빠진것 같고... 좀 전체적으로 얼굴이..음, 뭐랄까...샤프해졌달까..아니면 신비로워졌달까... 그런건 뭐라고 말하는거지? "네, 네, 네, 있잖아. 재경이말야, 고2나 고3되면 굉~장히 멋있어질것 같지 않아?" "응, 내 심미안으로 보건데 , 재경이도 키좀 크고 얼굴도 어른스러워지면.. 인선이나 승호 타입으로 변할것 같애." "이, 인선이나 승호 타입? 이야~~~아아~ *.* 멋있네~ 우리는 축복받은게 분명해~ 그지?" 와.. 진짜 남자는 한순간에 팍-자라버린다니..정말인가봐.. 재경이가 저렇게 클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난 재경이가 선재처럼 영영 작고 귀여울줄 알았는데.. 맨날 영진이한테 맞으면서 내 어깨쯤의 키에..자기몸보다 큰 교복을 입고.. 그런게 엊그제 같은데, 저렇게 멋있게 변하다니...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구나.. 아, 이젠 동생이 아니라..애인삼고싶은 타입이 되는건가? 응? 그런건가? "게다가 눈색깔을 보면 혼혈아인게 분명하니까, 키도 더 클것 같애." "응응, 그리구 요즘 밥을 잘먹어서인가..홍영진한테 안맞아서인가.. 얼굴도 우유처럼 뽀-얀게 정~말 멋지다...그지? 그지? 옛날엔 꼭 얼굴에 멍이 한두개씩은 있었잖아." "사실 방학 하기 전에도 계속 자라고는 있었을거야, 우리가 매일봐서 잘 느끼질 못한거지.." "아, 하긴 홍영진한테 안맞은 다음부터 재경이가 날마다 조금씩 예뻐지긴 하더라." "분명히, 영양도 충분히 공급받고 몸도 마음도 편안하니까 얼굴에도 그게 나타나는것일거야." "진짜?" "진~짜라니깐...' . . . . . 방학을 지나고 나서 괜시리 귀여워보이던 재경이가, 키가 커서인지 멋있게 보이는것 같기도하다. 예전엔 나보다 작아서 소년처럼 느껴졌는데..지금은 남자..가 된 기분이랄까.. 이 아리송한 기분을 어찌 표현해야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재경이가 멋있어진게 괜히 내가 예뻐진것처럼 기분이좋았다. 아마도... 재경이의 예전이 안쓰러웠기에...... 재경이가 더 멋있고,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사족 중간에 나온..포르셰 나인일레븐 터보는....꼬옥 한번 타보고 싶은 차. (가지는건 바라지도 않습니다-_-; 가격이 2억이 넘는다던데... 크흑...불가능이지요ㅠ_ㅠ타보기만해도 감지덕지;;) 포르셰 박스터도 멋있지만, 나인일레븐이 더 멋있더군요. 진짜 졸리 뽀대나게 생겼죠. 그 날렵한 외관..환상적인 컬러..@_@..녹색이 최고 대빵 멋있습니다. 으음..왜 남자들이 포르셰에 침을 흘리는지 알것 같기도 하고...(아리송~) 특히 나인일레븐 터보 녹색은 마이크로쏘푸트 주인님인 빌 게이츠씨가 타고다닌다던데....... "우우.....이봐요! 빌씨!ㅠ_ㅠ나도 한번만 태워줘요!-_ㅜ(찍!)" 다음: [금지/퍼옴]나의 진주42~44 2002/11/16(14:04) from 210.117.113.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